“알겠어요, 할머니.”노동명은 실망했다.하지만 2분도 지나지 않아 곧 다시 회복했다.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포기할 그가 아니었다.“시간도 늦었으니 일찍 들어가 보거라.”할머니는 그를 쫓아내려 했다.노동명은 웃으면서 말했다.“할머니, 절 쫓으시는 거예요? 이제 태윤이랑 한잔할까 하는데요.”“난 오늘 술을 안 마실 건데.”전태윤은 단칼에 거절했다.노동명은 헤헤 웃으며 말했다.“이젠 접대할 때에도 술을 잘 안 마신다고 하던데 마누라님이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서 안 마시는 거야? 담배도, 술도, 도박도 안 하고 모범 남편이 다 됐네.”할머니와 태윤 두 사람은 동시에 입을 열었다.“좀 따라배워.”“...”결국 노동명은 서원 리조트를 떠났다.그가 떠난 후, 전태윤은 계속 할머니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이가 좋아 할 얘기도 많았다. 할머니가 졸려 하품을 해서야 전태윤은 얘기를 멈추고 말했다.“피곤하세요? 방으로 돌아가 쉬세요.”할머니는 또 하품하고는 말했다.“나이는 못 속이겠구나. 시간이 되기만 하면 잠이 오고 날이 밝기도 전에 스스로 깨나니 말이야.”그녀는 일어나서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전태윤은 할머니가 방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한 후에야 위층으로 올라갔다.하예정이 침대에서 기다리고 있는 줄로만 알았지만 방문을 열자 깜깜한 방안에는 아무도 없었다.그는 불을 켜고 방 안을 다시 한번 훑어보았지만 와이프의 아름다운 모습은 찾지 못했다.하예정이 처형의 방에 있는 줄로 안 전태윤은 서둘러 아내를 찾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그는 목욕한 후 침대에 앉아서 잡지를 보았지만 밤 11시가 될 때까지도 와이프는 방으로 돌아오지 않았다.혼자 방 안에 있는 느낌을 싫어하기도 하고 익숙하지도 않은 그는 어쩔 수 없이 아내를 찾아 나섰다.하예정이 하예진의 방에서 묵고 있는 줄로만 안 그는 문 앞에서 방안의 인기척을 엿들었는대 어무런 말소리도 들리지 않았다.결국 그는 문을 두드렸다.잠이 든 하예진은 어렴풋이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일어
2분도 안 돼 전태윤을 아내를 안고 침대로 가서 더 많은 것을 요구했다.그렇게 둘은 뜨거운 밤을 보냈다.다음날은 심효진이 친정으로 돌아와 부모님을 뵙는 날이라 하예정 자매는 모두 심씨네 집에 가서 밥을 먹었다.전태윤은 당연히 아내를 따라갔다.심효진은 부모님을 뵌 다음 날 소정남과 신혼여행을 떠났다.짧은 연휴도 끝나 출근할 사람은 출근하고 등교하는 사람은 등교하고 가게들도 다 열기 시작했다.모두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왔다.하예정은 매일 가게를 보는 것 외에도 시간을 내서 성소현과 함께 채소밭의 진행 상황을 살펴야 했다.채소밭은 이미 계획에 따라 제철의 채소를 심었다.푸르고 싱싱한 밭을 지켜보던 성소현은 하예정에게 말했다.“관리원이 일주일만 더 있으면 이 채소들을 팔 수 있게 된다고 했어.”하예정은 밭을 바라보며 말했다.“우리랑 계약을 체결한 호텔과 학교 식당에서 이 채소들을 다 받을 수 있을까요?”“당연히 다는 못 받지. 우리 밭은 면적이 커서 심은 채소의 양도 엄청나. 그 몇 집의 호텔과 학교 식당으로는 아직 다 받아들일 수는 없어. 돌아가서 다시 몇 개의 큰 호텔과 식당과 더 협상해야 해.”“야채 시장의 일부 가게도 고려해요.”하예정도 입을 열었다.“이제 겨우 시작이니 규모가 크든 작든 우리의 채소를 들이겠다고만 하면 모두 협력하도록 해요.”그녀들은 집안의 도움을 받지 않고 되도록 자기 능력에 의지하여 채소들을 팔 생각이었다.하예정은 자신이 앞으로 전씨 일가의 안방마님이 되어 많은 산업을 경영해야 할 것을 생각했다. 그건 장부만 보며 외우기만 하면 될것이 아니라 각 분야의 산업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그녀는 경험을 쌓기 위해 직접 주문을 받는 것부터 시작할 생각이었다.성소현은 하예정의 제안에 동의했다.두 사람은 채소밭을 쭉 둘러본 후 마을의 한 음식점에서 점심을 먹고 나서야 시내로 돌아갔다.현재 채소밭에 심은 채소는 일주일 후면 공급할 수 있기에 둘은 시내로 돌아온 후 더 많은 협력업체를 찾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하예
박씨 아저씨는 속으로 슬쩍 웃었다.큰 도련님은 이제 완전히 아내 바라기이다.이때, 하예정도 웃으며 말했다.“이제 곧 집에 갈 거예요. 당신 집에 돌아왔어요?”“응, 나 방금 집에 도착했어. 지금 어디야? 데리러 갈게.”“괜찮아요. 이미 집에 도착한 거면 데리러 올 필요 없어요. 나절로 운전해서 가면 되니까요. 아직 집에 도착하지 않아서 돌아가는 길에 데리러 오는 것과는 다르잖아요. 집에서 기다려요, 10분 후면 집에 도착할 거예요.”“그럼 조심해서 운전해. 비행기를 모는 것처럼 몰지 말고.”하예정은 웃으며 말했다.“나 비행기 몰 줄도 몰라요.”그녀는 가끔 늦은 밤에 돌아갈 때 차가 적으면 한바탕 돌진하곤 했다. 하지만 곧 그녀를 따라다니며 보호하는 경호원들에게 잡혔다.전태윤에게 들킨 후 한바탕 꾸지람을 들었을 뿐만 아니라 또 언니 하예진에게까지 일러바쳐 혼쭐이 나곤 했다.하예정은 남편이 언니에게 고자질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아챘다.그녀가 자기가 한 말을 마음에 두지 않기만 하면 언니를 찾아가 일러바쳤다.그때부터 그녀는 무슨 일을 하던 남편이 언니에게 일러바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조심스럽게 남편의 기분을 고려해야 했다.이 정도로 고자질하기를 좋아하는 남자를 본 적이 없다.언니에게 이 일로 불평해도 언니는 그저 이건 전태윤이 그녀를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작은 일로 다투기 싫어 자신에게 말해 동생에게 주의를 주게 하는 것이라고 한다.그러니 이건 관심이지, 고자질하는 게 아니라며 전태윤의 편을 들었다.언니까지 이렇게 말하니 또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언니에게 전태윤이라는 제부의 지위는 이미 동생인 그녀를 능가했다.“야식 먹을래? 내가 직접 요리해서 준비해 줄게.”“나랑 같이 먹지도 않잖아요. 나 혼자 먹는 야식은 재미없는걸요. 안 먹을래요. 살이 찔까 봐 두렵네요.”전태윤은 몸매를 잘 유지하고 있었다.그는 야식을 절대 먹지 않는다.저녁에 접대가 있을 때도 음식은 별로 먹지 않았고 술만 가끔 두 모금씩 마셨다. 보통
“여보, 나 돌아왔어요.”하예정은 간식을 들고 방으로 들어가며 소리쳤다.전태윤은 일어나서 아내를 맞이할 때 그녀가 일회용 도시락이 들어 있는 봉지를 들고 있는 것을 보았다.“야식 안 먹는다며? 내가 만든 야식 먹기 싫어서 그렇게 말한 거야?”전태윤은 잔뜩 기분이 좋지 않던 터라 작은 일에도 불만을 토로하며 말했다.“아니에요. 당신의 요리 솜씨는 이미 저를 능가한걸요. 야시장을 지날 때 예전에 자주 먹던 간식이 생각나서 못 참고 포장해서 가져온 거예요.”전태윤은 이런 싸구려 간식을 만들 줄 몰랐다. 예전에 그가 보통 사람들이 자주 먹는 아침을 먹은 것도 가난한 척 연기하기 위해서였다. 하예정은 그런 줄도 모르고 항상 아침을 포장해 와서 먹었고 진짜 신분을 들키고 싶지 않았던 전태윤도 잠자코 먹었다.그 때문에 전에 하예정이 만들어준 음식도 그는 몇 숟가락만 들었을 뿐이었다.“같이 드실래요?”하예정은 소파로 가서 앉아 일회용 도시락을 꺼내 테이블 위에 놓았다.전태윤은 도시락 안에 매운 닭발이랑 구운 닭 날개가 들어 있는 것을 보고 돌아서서 일회용 장갑을 가져다주었다.“먹고 싶으면 박씨 아저씨에게 말해. 집안의 요리사가 만든 것이 밖에서 파는 것보다 맛있을 거야.”“가끔은 바깥에서 파는 그 맛이 생각나서요. 내일은 언니 가게에 가서 토스트도 먹고 싶어요.”그녀는 일반인의 평범한 생활을 좋아했다.전태윤도 아내의 뜻을 알고 있다.그는 아내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았다. 이런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 그는 같이 먹지 않았다.양이 많지 않아 하예정 혼자서 순식간에 해결했다.다 먹은 후에도 여전히 여운이 남아 있었다.“내일 바쁘지만 않더라면 술도 몇 잔 하고 싶네요.”전태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매일 일 생각만 하고. 당신 남편 이름까지 까먹은 건 아니야? 나에게 사랑한다고 말한 지 얼마나 오래됐는지 알아? 꽃을 선물한지도, 새 옷을 사준 지도 얼마나 오래 지났는지 기억나? 하루 종일 일하느라 힘들어 죽을 지경이여도 집에 돌아오면 당
“여보, 사랑해요.”하예정은 또 전태윤이 가장 좋아하는 말을 해주었다.“앞으로 매일 당신에게 꽃을 보내줄게요, 어때요?”꽃을 보내주는 건 쉬운 일이다.이제 여운초에게 매일 꽃다발을 준비해서 전태윤에게 보내달라고 부탁하면 되는 일이었다.“사무실에 꽃병이 한 개밖에 없으니까 하루건너 보내도 돼.”전태윤은 겨우 기분이 조금 좋아진 듯했다.하예진은 계속해 말했다.“아니면 당신 사무실에 꽃병 몇 개 더 보내줄까요?”“꽃병 파는 사람으로 보이겠어.”“누가 당신을 꽃병 파는 사람으로 보겠어요. 그럼 꽃병은 안 보낼게요. 대신 하루 건너씩 꽃다발을 보내줄게요. 내일은 금요일이죠? 토요일에는 우리 같이 쇼핑하러 갈까요? 새 옷 사줄게요.”그의 옷장에는 새 옷으로 가득했다.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패션 디자이너가 그를 위해 새 옷을 맞춤 제작해 주었다.하지만 전태윤은 여전히 아내에게서 옷을 선물 받는 것을 좋아했다.지금 하예정의 지갑은 점점 두꺼워졌다. 전태윤의 신분을 알게 된 후 그에게 옷을 사줄 때에도 도련님의 신분에 맞는 명품을 사주곤 했다.그래서 전태윤의 일상 복장은 다 하예정이 사준 옷이다.전태윤은 또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그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꽃이나 옷 같은 물건이 아니었다.“여보, 당신도 알다시피 내가 투자한 채소밭은 지금 대량으로 수출할 예정이라 더 많은 협력업체를 체결해야 해요. 소현 언니와도 비즈니스에 대해 논의하여야 하고요. 게다가 집안의 작은 비즈니스는 우리 여자들이 책임져야 하잖아요. 나도 가서 보고 배워야죠. 그러다 보니 이렇게 바빠졌네요. 하지만 항상 당신을 마음에 두고 있어요. 언니를 제외하고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바로 당신이에요. 우빈이보다 더 사랑해요.”그녀는 겨우 열흘 동안 바빴을 뿐인데 남편은 이미 참지 못할 지경이였다.갓 혼인신고를 하였을 때 전태윤은 매일 한밤중이 되어서야 집에 돌아왔지만 그녀는 불평 한마디 하지 않았었다.하예정의 생각을 알았다면 전태윤은 이렇게 투덜거렸을지도 모
“몸 주의해. 건강이 제일이야.”하예진은 그런 동생이 마음 아팠다.“언니, 나 괜찮아.”하예정이 어젯밤에 잠을 설친 이유는 남편 때문이었다.부부생활에 대한 얘기는 언니에게 말하기 좀 난처했다.“언니, 서현주가 나왔다며?”하예정이 갑자기 물었다.하예진은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임신했대. 갓 잡혔을 때 막 임신한 거라 들어간 후 기분도 나쁘고 해서 발견 하지 못했어. 지금 이미 석 달이 됐는데 주형인이 도와 옥외 집행 수속을 밟았어.”하지만 아이를 낳은 후 받아야 할 벌은 받아야 한다.하예정은 그 말을 듣고 입을 열었다.“그 아이 참 때맞춰 왔네.”주형인은 아직 서현주에 대해 감정이 남아있었다.부모님과 누나가 이혼하라고 압력을 줬지만 그에 동의하지 않았다.서현주가 벌을 적게 받도록 하예진을 찾아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주요한 원인으로는 주형인은 자신이 서현주와 이혼해도 하예진이 자기 곁으로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부모님과 누나는 너무 단순하게 생각하고 있다.둘 사이에 아들이 있는 걸 생각해 우빈이를 위해서라도 주형인이 재혼하자고 하면 바로 동의할 줄 알았다.노동명이 지금 하예진에게 구애하고 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구애하는 사람이 없어도 그녀는 절대 주형인과 재혼하지 않을 것이다.하예진은 전에 자기 입으로 절대 주형인과 재혼 같은 걸 할 일이 없을 거라 분명히 말했다.주형인이 후회하며 재혼하고 싶어도 더 이상 기회가 없을 뿐이다.그는 근본적으로 노동명의 상대가 되지 못하니까.노동명은 우빈이의 마음까지 얻어 꼬마는 지금 동명 아저씨와 아주 잘 지내고 있다.하예진은 절대 돌아오지 않을 것이고 서현주도 자기 때문에 다른사람에게 우빈이를 해치도록 강요당했기에 그는 서현주에게 미안할 따름이었다.서현주가 임신한 것을 알게 된 주형인은 재빨리 그녀를 도와 옥외 집행을 신청하고 집으로 데려갔다.그는 서현주를 데리고 나온 후 셋방을 물리고 새로 인테리어한 신혼집으로 이사했다.어머니 김은희는 고향에 돌아가
노동명은 들어오자마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시 돌아갔다.하예정은 그런 그를 보고 어리둥절해 났다.‘무슨 뜻이지?’포기한 걸까?아니면 그녀가 있는 것을 보고 감히 들어오지 못하는 걸까?노동명이 왜 다시 돌아서서 갔는지 짐작하고 있을 때 그는 곧 다시 들어왔다.그리고 손에는 꽃다발이 들고 있었다.꽃다발을 가져오는 것을 잊었던 것이다.하예정은 순간 깨달았다.그녀는 언니를 향해 보았다. 언니는 여전히 담담한 표정이었다.아직 이른 시간이라 가게에는 하예정 외의 손님은 없었고 두 점원도 모두 한쪽에 앉아 아침 식사를 하고 있었다.누군가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서야 점원들은 일어나 손님을 맞이하려 했다.들어온 사람이 다시 돌아온 노동명인 것을 보고 두 점원은 다시 앉아 아침을 계속 먹었다.노동명이 하예진에 대한 마음은 뚜렷했다. 점원이 모르는 척하려고 해도 무리였다.“예진아.”노동명이 꽃다발을 안고 걸어왔다.“예정 씨, 일찍 오셨네요.”그는 또 하예정을 향해 인사를 했다.하에정은 인사에 응하고는 말했다.“언니 가게의 토스트를 먹은 지도 오래됐고 먹고 싶기도 하고 해서 일찍 온 거예요. 동명 씨도 일찍 오셨네요.”지금은 겨우 7시였다.전태윤은 그녀가 외출할 때까지도 자고 있었다.그녀는 외출하기 전에 특별히 침대 머리맡에 메모를 한 장 남겨주었다. 그가 깨어날 때까지 기다리지 않았다고 남편을 소홀히 했다고 원망하는 것을 피하고자 말이다.앞으로는 좀 더 시간을 들여 남편에게 관심을 줘야 했다. 그렇지 않았다간 그녀의 허리가 남아나질 않게 된다.“평소에도 거의 이 시간에 와요.”이렇게 답하고는 노동명은 계속하여 물었다.“우빈이는요?”“우빈이는 우리 집에 있어요. 이따가 일구 씨가 수업하러 데려다 줄 거예요.”하예진은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야 했기에 우빈이를 데리고 있기도 불편해서 꼬마는 지금 저녁이면 이모네 집에 묵고 있다.그리고 아침에 다시 강일구가 수업하러 데려다준다.노동명은 알겠다는 듯이 응하고는 그제야 꽃다발을 하예진 앞
노동명은 웃으며 알겠다는 듯이 응했다.하예정은 언니의 뒷모습을 한눈 보고는 목소리를 낮추어 노동명에게 물었다.“이렇게 이른 시간에 문을 연 꽃집도 없을 텐데, 이 꽃다발은 동명 씨가 집에서 가져온 거죠?”노동명은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마당에서 쓸만한 꽃은 다 잘라서 직접 싸서 꽃다발을 만든 거예요.”“어쩐지.”하예정은 그 꽃다발을 바라보았다.그 꽃다발은 장미꽃뿐만 아니라 여러 종류의 꽃을 한 묶음으로 묶은 것이었다.평소 노동명은 이런 것엔 무관심한 사람이라 그의 별장에는 비록 꽃과 나무들이 많았지만 결코 감상할 마음이 없었다. 모두 집사가 사람을 시켜 사와 분위기를 더하도록 배치한 것이다.그래서 장미꽃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별장에 있는 꽃이란 꽃은 모두 잘라내서야 비로소 이렇게 한 다발의 꽃을 모았다.집사는 노동명이 별장에 있는 모든 꽃을 자른 것을 알고 매우 마음이아팠지만, 도련님이 미래의 사모님에게 구애하는데 힘을 보태기 위해 서원 리조트의 꽃밭에 가서 한차의 장미를 사 오기로 결정했다. 사온 장미들은 별장 안의 공터에 심어 도련님이 언제든지 꽃을 잘라 미래의 사모님에게 드리기 쉽도록 했다.노동명은 잠자코 있다가 작은 목소리로 하예정에게 물었다.“제 꽃다발이 너무 엉망이라 싫어하는 걸까요?”“아뇨, 동명 씨가 보낸 꽃이라 싫어할 뿐이에요.”“...전에 예진이가 주형인과 함께 있었을 때 주형인에게서 꽃을 선물 받은 적이 있어요?”“있죠. 언니랑 결혼하기 전에 크고 작은 선물을 얼마나 줬는지 몰라요. 하지만 연애편지를 가장 많이 썼어요. 그땐 학교에 있었을 때니까요. 그다음에는 언니를 초대해서 영화도 보고 간식도 먹고 그랬어요.”그들 자매는 서로 의지하며 살아왔기에 주형인이 언니에게 어떻게 구애했는지는 하예정이 제일 잘 알았다.주형인과 하예진이 금방 만나서부터 연인으로 되고, 연인으로부터 부부가 되고, 또 부부로부터 남남이 되기까지, 하예정은 늘 곁에서 지켜보았다.하예정의 말을 들은 노동명은 갑자기 자신의 구애 방식이 너무
이윤미는 제법 잘 꾸민 정군호가 젊어 보이면서도 멋져 보인다고 생각했다. 이윤미는 정군호가 이은화보다 십여 세 어린 여자를 껴안은 여자 사진을 보더니 혼자 중얼거렸다.“영감님이 젊었을 때는 보기 드문 미남이었겠네. 지금도 나이가 들었지만 잘 차려입으니 너무 잘생겼군.”어쩐지 이은화가 매우 엄격하게 다스리더라니.밖에서 아들이 준 돈으로 여자와 바람을 핀 사실을 이은화가 알아버린다면 이은화는 어떤 느낌일까?같은 시간, 관성.관성 호텔에서 서원 리조트로 돌아온 하예정은 방으로 돌아가 잠을 잤다.하예정은 여전히 너무 졸렸다.전태윤은 그녀와 함께 방으로 돌아갔다.하예정이 방에 들어가 바로 침대에 올라가서 자려는 모습을 본 전태윤은 침대에 다가가 앉더니 웃으면서 말했다.“졸리면 차에서 자도 되는데. 집에 도착하면 내가 안아서 침대에 눕혀줄 텐데.”“겨우 버티며 왔어요. 여보, 나 좀 잘게. 당신도 잘래요? 안 자면 서재에 가서 책 좀 보시겠어요?”전태윤은 그녀를 부드럽게 바라보며 말했다.“얼른 자. 난 안 졸려.”하예정은 눈을 감더니 이내 잠이 들었다.하예정이 몇 분 만에 달콤하게 잠든 것을 보고 전태윤은 몸을 숙여 그녀의 이마에 뽀뽀해 주었다. 그리고 손을 하예정의 평평한 아랫배에 올려놓으며 그녀의 귓가에 부드럽게 속삭였다.“예정아, 수고했어.”전태윤은 그 자리에서 잠시 앉아 있다가 다시 몸을 일으켜 침에서 나와 작은 서재로 들어갔다. 책상 위에 책들이 놓여 있었다. 그 책들은 임신에 관한 지식 책이었다. 전태윤은 이미 다 읽었지만 여러 번 반복해서 읽었다.전태윤은 책 한 권의 내용을 모두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하예정이 임신하기 전에 전태윤은 임신에 관한 지식에 관해 아무것도 몰랐다. 그러나 하예정이 임신한 후에는 비록 많은 사람이 전태윤을 도와 함께 하예정을 돌봤지만, 그는 여전히 직접 아내를 돌보고 싶었다.그리고 서점으로 달려가 임신과 관련된 책들을 많이 사고는 소정남을 찾아가 소정남이 산 책들이 자신이 산 책과 비슷한 것을
이윤정은 전호영을 언급할 때 마다 이를 악물면서 전호영이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고현을 빼앗아 갔다면서 욕설을 퍼부었다.“윤미 씨 아버지께서 바람난 일을 전호영 도련님께 맡겨보는 건 어떠세요? 전호영 도련님은 안팎으로 이씨 가문을 괴롭히거든요.”이씨 가문 사람들에게는 전호영이 적수나 다름없다.이씨 가문과 이경혜 자매의 관계, 그리고 이윤미가 관성 쪽에 대한 태도를 생각하던 방윤림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방윤림은 아마도 이윤미가 관성 쪽의 사람들과 적수가 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여겼다.이윤미는 이씨 가문의 전임 가주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조사하려고 했다.방윤림은 만약 전임 가주가 이은화의 손에 죽었다는 증거가 나오기만 하면 이윤미가 더는 이씨 가문의 후계자가 되지 않을 것이며 또한 이씨 가문을 떠나 그녀의 작은 세계로 돌아가리라 추측했다.아니, 그녀가 반드시 원래 생활로 돌아갈 것이라고 확신했다.이윤미는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그렇게 연약한 사람이 아니다.사실, 이씨 가문에 돌아가기 전에 이윤미는 이미 사업에 성공한 젊은 여자였다. 이윤미의 양부모가 늘 그녀의 피를 빨아들이려는 생각을 알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회사의 대표라는 사실을 계속 숨기고 있었다.이윤미는 사람들이 그녀를 연약하고 무능한 사람인 줄로 알게 하여 이씨 가문의 후계자가 이윤정일 수도 있으리라 추측하게 했다.그러나 이씨 가문의 철칙은 누구도 바꿀 수 없는 일이다.이윤정은 이씨 가문의 친딸이 아니기도 했고 또한 이윤정의 능력도 훌륭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윤정이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그녀가 이씨 가문의 친딸이 아닌 것이 밝혀진 이상 이씨 가문을 이어받을 자격을 잃게 될 것이다.이윤미가 말했다.“그럴 필요 없어요. 호영 씨도 이 사실을 알아 버린 이상 모른 체 하지 않을 거예요. 호영 씨는 원래 이씨 가문이 잘 되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끼어들지 않아도 스스로 그 사실을 터뜨릴 겁니다.”“우리가 아무런 수를 쓰지 않아도 증거가 호영 씨의 손에 있는 이상 가만히 있지
아무튼, 그 여자가 어느 우두머리의 내연녀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정군호도 몰랐을 것이다. 아니면 그런 사람의 내연녀를 건드리지는 않았을 것이다.영상과 사진을 본 이윤미는 방윤림에게 메시지를 보냈다.[그냥 놔둬요. 제 카카오톡 기록도 삭제할 거예요. 제가 만약 저장해 두면 우리 어머니께서 돌아와서 저를 의심하게 되면서 제 휴대전화를 볼 수도 있으니까요.]방윤림이 회답했다.[제가 이미 저장했습니다. 윤미 씨는 식사하셨어요?”[먹고 있어요. 배달시켰거든요.]방윤림은 눈살을 찌푸렸다.[자꾸 배달 음식을 시키지 마세요. 회사에 식당도 있는데... 정 시간이 안 되면 미리 말씀해 주세요. 앞으로 제가 매일 요리를 해서 가져다드리겠습니다.]이윤미는 방윤림이 보낸 메시지를 보며 마음이 따뜻해졌다.이씨 가문에 돌아온 뒤로 이윤미는 고군분투했다. 아무도 그녀를 관심해 주지 않았다.이은화조차도 진정으로 이윤미와 한마음이 아니었다.이은화는 이윤미 혼자만의 어머니가 아니었고 오빠와 이윤정이 어머니이기도 했다.이윤정은 이은화의 앞에서 자연스럽게 애교를 부릴 수 있었지만, 이윤미는 그런 애교를 부릴 수 없었다.다행히도 방윤림이 이윤미의 곁으로 와주었다.이윤미는 방윤림이 그녀의 곁에 있는 의미를 깨달은 뒤로 그에 대한 믿음이 가족보다 더 깊어졌고 방윤림 또한 그녀를 많이 도와줬다.방윤림이 처음 이윤미의 곁에 왔을 때 이윤미에게 앞으로 누구든 이윤미의 곁은 떠날 수 있겠지만, 방윤림만은 이윤미를 떠나지 않겠다고 말을 한 적이 있었다. 방윤림이 이윤미 곁으로 파견된 그 순간부터 그는 죽지 않는 한 이윤미에게 충성하면서 떠나지 않겠다고 맹세했다.만약 방윤림이 죽는다고 해도 누군가가 재빨리 그를 대신할 것이기 때문에 이윤미의 곁에는 늘 충성을 다 하는 심복이 따라다닐 것이다.방윤림은 모든 것을 할 줄 아는 진정한 능력자였다.물론 요리 실력도 훌륭하기 때문에 그가 한 요리는 매우 맛있었다.이윤미는 타자속도가 너무 늦다고 느껴 음성통화를 걸었다.
고현은 전호영의 옷을 잡아당겼다.전호영은 그녀를 따라 걸으며 말을 했다.“이 대표님도 언제쯤이면 돌아오실지... 정말 이씨 가문의 이 재미있는 연극을 보고 싶네요.”고현은 전호영을 힐끗 쳐다보더니 말을 이었다.“설령 이 대표님이 남편이 밖에서 바람피우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더라고 밖에서 소란을 피우지 않고 정군호 씨를 데리고 가서 문을 닫고 난리 칠 거예요. 호영 씨가 보고 싶어도 볼 수 없을 거예요.”전호영이 한참을 생각해 보더니 말을 건넸다.“이윤미 씨가 있잖아요. 이윤미 씨가 이씨 가문 겉면의 평화를 깨뜨렸는데 윤미 씨의 아버지 스캔들을 숨길 수 있겠어요? 저는 믿지 못하겠어요. 윤미 씨도 쉽지 않은 사람이에요. 이씨 가문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기회를 보면서 이씨 가문의 도련님들을 한꺼번에 정리할 생각일 거예요.”“그 문제 덩이 사람들만 없다면 이씨 그룹에서 윤미 씨의 지위는 더 확고해질 수 있잖아요. 역시 이 대표님 친딸답네요. 자신의 가족들을 이토록 모질게 다루다니.”고현은 한참 말을 하지 않았다.그리고는 이윤미를 대신해 몇 마디 했다.“윤미 씨는 이씨 가문 여자들의 독기를 가지고 있지만 그래도 이 대표님과는 조금 달라요. 제가 장담하건대 윤미 씨는 윤미 씨의 오빠들을 최대한 이씨 그룹에서 쫓아내지 않을 거예요. 그들이 이씨 그룹에서 파벌을 만드는 것을 방지하고 사적으로 이득을 챙기는 것을 방지할 뿐이죠. 이 대표님처럼 가족들을 해치지는 않을 거예요.”전호영은 고현이 이윤미를 마음에 들어 하는 것을 보더니 더는 이윤미에 관한 나쁜 얘기를 이어가지 않고 화제를 바꾸었다.전호영 일행은 호텔에 들어간 뒤 전호영의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 층으로 올라가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으로 갔다. 그 안에는 뷔페가 있었기 때문에 고현은 그녀가 먹고 싶은 음식들을 다 먹을 수 있었다.전호영은 정군호가 내연녀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고 싶어 몰래 사람을 시켜 정군호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게 했다.그리고 정군호가 내연녀를 데리고 룸에 들어가면 그들
그 뒤로 이윤미가 그녀의 오빠들과 내연녀들이 함께 있는 것을 보고는 차마 몇 명의 형수님들이 속고 있는 모습을 보다 못해 형수님들에게 알려준 것이다. 그 후로 이윤미의 오빠들과 형수님들이 말다툼하기 시작했다.여자의 입장에서 보면 고현은 이윤미가 잘했다고 생각했다.바람을 피운 사람이 자기 오빠라고 감싸면서 오빠들을 도와 형수님들을 속이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입장을 바꾸어 놓고 생각해 보면 자기 남편이 바람피운 사실을 모든 사람이 다 알지만, 본인만 모른다면 얼마나 괴롭겠는가!이때 전호영이 검은 눈동자를 반짝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정군호 씨가 그렇게 멍청하지 않을걸요. 이 대표님께서 돌아오신다면 정군호 씨는 틀림없이 나가서 바람피우지 않을 거란 말이에요. 하지만 우리가 이 대표님을 도와야 한다고 봐요. 못 봤으면 그만이지만 우리가 현장을 목격했잖아요. 이 대표님을 만나면 알려줘야 해요. 어쨌든 우리 형수님의 이모시기 때문에 우리 형수님의 친척이나 다름없죠. 안 그래요?”고현은 전호영을 꾸지람했다.“호영 씨도 정말 나쁘네요. 이씨 가문에서 난리가 났으면 좋겠죠? 그런데 저도 호영 씨를 지지할 거에요. 이러고 보니 저도 좋은 사람은 아닌가 봐요.”“아니에요. 우리는 모두 좋은 사람들이죠. 정군호 씨가 무슨 짓을 벌였는지 보세요. 정군호 씨가 잘못한 것을 우리가 바로잡아준 거죠. 이 대표님을 위한 것이지 모함하거나 억울하게 만든 것은 아니잖아요.”“저처럼 일편단심인 남자는 정군호 씨의 이런 행동이 너무 부끄러워요. 만약 집안의 아내가 싫으면 이혼할 것이지... 이혼하기는 싫고 또 밖에서 예쁜 여자들이랑 놀고는 싶고... 두 마리 토끼는 다 잡을 수 없는 법이죠. 하늘 아래 어떻게 그런 좋은 일이 있겠어요?”전호영은 정군호가 젊은 여자와 바람을 피우는 영상을 찍었다. 그리고 하루 호텔도 카메라가 있었기에 정군호가 내연녀를 껴안고 호텔로 들어가는 장면이 꼭 찍혔을 것이다.전호영이 정군호에게 누명을 씌운 것이 아니었다.“이 대표님이 그토록 기가 센데
“저는 배려심이 깊은 신사에요.”고현은 웃으면서 그의 손을 잡고 차에서 내리면서 전호영의 신사다운 행동을 그대로 받아들였다.하지만 전호영이 고현의 손을 잡고 함께 호텔로 들어가려고 하자 고현은 거절했다.전호영의 안색은 이내 어두워졌다.사람들 앞에서 그녀는 시종 전호영과 연인처럼 행동하려 하지 않았다.고현이 말한 것처럼 그녀는 전호영을 충분히 사랑하지 않았다.두 사람이 앞으로나란히 몇 걸음 걷더니 고현이 갑자기 멈추었다.“왜 그러세요?”전호영이 물었다.‘설마 그녀를 짝사랑하는 여자들을 만났나?’전호영은 앞을 보았지만, 그녀를 짝사랑하는 여자들을 보지 못했다.“정군호 씨예요.”고현은 낮은 목소리로 한 사람의 이름을 말한 뒤 전호영을 잡아당겨 차 뒤로 숨었다. 그녀의 경호원 팀은 고현이 위험한 줄로 알고 본능적으로 최대한 빨리 고현의 앞으로 돌진하며 위험을 막으려고 했다.“얼른 숨으세요. 저를 막지 마시고!”고현은 나지막이 경호원 팀에게 말했다.고현이 누군가의 가십거리를 보고 싶어 했던 모양이다.고현은 선글라스를 끼고 검은 옷을 입은 늙은 남자를 가리켰다. 그 늙은 남자는 천가 같은 얼굴과 매력적인 몸매를 가진 여자를 껴안고 있었다.그 여성의 곁을 지나가는 남자라면 모두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그녀를 몇 번 더 쳐다보았다.“저 남자는 이윤미의 친아버지이자 이 대표님의 남편인 정군호 씨예요. 그 옆에 있는 여자는 저도 잘 몰라요. 놀랍게도 밖에서 내연녀를 만나고 있었네요. 만약 이 대표님께 들킨다면 정말 정군호 씨를 죽여놓을지도 몰라요.”이은화의 남편이라는 말을 들은 전호영은 즉시 휴대전화를 꺼내 정군호와 내연녀의 동영상을 찍었다.그리고 말했다.“이 대표님은 우리 큰형의 결혼식에 가신 뒤로 계속 관성에 남아계시거든요. 아마도 정군호 씨는 이 대표님이 없는 틈을 타 바람을 피우고 있는 모양이네요”고현도 말을 이었다.“이 대표님께서 남편을 너무 엄격하게 단속하니까 정군호 씨도 아마 진짜로 바람 피우지는 못할 거에요. 기껏해야 지
고현은 사실 그대로 대답했다.“저는 어른이 된 후로 여행을 갈 시간이 없었어요. 바빠서 미치겠는데 언제 시간을 내서 놀러 가겠어요? 하지만 출장 다니면서 많은 곳은 가봤어요.”“신혼여행은 어디 가고 싶어요?”전호영이 그녀에게 물었다.고현이 한참을 생각해 보더니 말을 이었다.“저는 물이 맑고 공기가 좋은 산을 좋아해요. 조용하거든요.”“제가 잘 연구해서 산 좋고 물이 맑은 조용한 곳을 찾아볼게요. 한 달 동안 머물면서 우리 둘만의 세상을 잘살아 봐야죠.”알고 보니 고현은 산과 물이 있는 아름다운 곳을 좋아했다.전씨 가문의 서원 리조트가 아름다운 산과 맑은 물이 있는 곳이고 평소에도 매우 조용한 곳이었다.“서원 리조트를 좋아해요?”“좋아하죠.그럼 서원 리조트에서 신혼여행을 즐기려고요?”전호영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그건 아니고요. 그곳은 우리 미래의 집이고 신혼여행은 당연히 딴 곳으로 가야죠.”이때 고현이 자신을 스스로 비웃으며 말했다.“제가 지금 시집갈지 말지 고민하고 있는데 벌써 신혼여행에 관한 문제를 고민하고 있네요. 호영 씨와 함께하면 쉽게 호영 씨 의도대로 따라간단 말이죠. 저의 총명함과 자제력 모두 호영 씨 앞에서는 아무런 소용도 없다니까요.”“현이 씨가 아직도 이 일을 고민하고 있다니. 제가 아직도 부족한가요?”전호영은 자신이 고현을 오랫동안 쫓아다녔다고 느꼈다. 그는 모든 마음을 다해 진심으로 고현을 대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그에게 시집을 갈지 말지를 고민하고 있다.하여 전호영은 자신이 충분히 노력하지 못했다고 느꼈기 때문에 그는 자신이 어떤 방면에서 잘하지 못했는지 알고 싶었다.“아니에요. 충분히 잘하셨어요. 우리 데이트도 별로 안 하고 평소에도 일하느라 바빴던 것 같아요. 아직 결혼까지 할 정도로 감정이 깊지 않은 것 같아요. 사람들의 말처럼 하루 못 보면 일 년을 못 본 것 같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저는 몰라요. 그런 감정을 못 느낀다는 건 제가 호영 씨를 충분히 사랑하지 않는다는 뜻인 것 같아요. 어
경호원 팀은 그들의 전 대표님이 전호영에게 떠밀려 마이바흐 차에 들어가는 모습을 버젓이 보고만 있었다. 그리고 그 차는 곧 고씨 그룹을 빠져나왔다.고빈이 중얼거렸다.“호영 씨는 정말 내가 본 형부 중 가장 오만방자한 형부였어. 처남인 나에게 조금도 아부하지 않고 비위를 맞춰주지 않는다니.”고빈은 중얼중얼하긴 했지만, 두 사람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그들을 따라가지 않았다.만약 고빈이 정말 친형이 있다면 그는 전호영이 그의 친형을 해치게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꼭 따라갔을 것이다.하지만 그의 친형은 사실 여자였다. 그의 누나 고현은 시집가야 하는 여자였다. 전호영은 그의 누나와 어울리는 남자였기 때문에, 또 전호영이 고빈의 부모님께 고빈이 너무 방해한다고 고자질하면 안 되었기에 고빈은 더는 따라가지 않았다.지금 고씨 가문에서 전호영은 고현 남매보다 체면이 훨씬 섰다.“고빈 씨가 안 따라왔죠?”전호영은 차를 몰면서 조수석에 앉은 고현에게 물었다.고현은 돌아볼 필요도 없이 이내 말을 이었다.“고빈이는 입만 살아서 그렇지 정말 따라오지는 않을 거예요. 호영 씨가 우리 부모님 앞에서 고빈의 고자질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죠. 고빈은 저보다 10분 먼저 태어났지만 지금 정해진 여자친구가 없거든요.”“저도 호영 씨랑 짝을 지으니 저희 부모님의 눈길도 자연스레 고빈의 몸으로 옮겨졌어요. 호영 씨가 제 동생의 고자질하면 저희 부모님은 그를 욕하다가 결국 결혼 재촉 문제로 돌아가거든요. 제 동생은 결혼 재촉을 엄청 무서워하거든요.”고빈이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고정된 여자친구를 찾지 못한 일에 관해 고현도 마음이 조급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그녀에게는 전호영이 있었지만, 고빈의 짝은 아직 어디에 있는지...예전에는 고현은 고빈과 이윤미를 맞세워주려고 했지만, 고빈은 이윤미가 재미없다고 느꼈고 이윤미 또한 고빈에게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했다. 게다가 지금 이윤미 곁에 방윤림이 있었다.전호영은 빙그레 웃었다.“저도 항상 고빈 씨의 고자질하고 싶지 않아요.
전호영은 꽃다발을 안고 사무실로 들어갔다.퇴근 시간이었기 때문에 많은 직원이 밖으로 나가면서 전호영이 꽃다발을 안고 들어오는 보습을 보았지만 모두 이상하게 여기지는 않았다. 만약 전호영을 보지 못한다면 아마도 이상한 일로 여길 것이다.“전 대표님.”다들 마음속으로 아무리 전호영을 비웃을지라도 겉으로는 여전히 공손하게 대했다.전호영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곧 그는 고씨네 남매에게 다가갔다.“현이 씨, 퇴근하시죠. 제가 데리러 왔어요. 같이 밥 먹으러 가요. 자, 받아요.”전호영은 꽃다발을 고현 앞으로 내밀었다.고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제가 말했어요. 제가 꽃다발을 좋아하지 않는다고요. 매번 올 때마다 꽃다발을 사 오지 마세요. 제 사무실이 곧 꽃집이 될 것 같으니까요.”전호영은 심지어 하루에 꽃다발을 여러 번 선물한 적도 있었다.고현은 전호영이 보낸 꽃다발을 쓰레기통에 버리면 전호영은 보복으로 그녀에게 더 많은 꽃을 보냈다.고현은 자신이 이 남자에게 곧 먹혀 죽을 것만 같았다.“꽃병을 더 사서 사무실로 보내드릴게요.”“저를 꽃병이라고 비아냥거리시려는 거에요? 제 사무실에는 꽃병이 가득 놓여 있거든요.”전호영이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제가 잘못했네요. 다음에는 이런 꽃들을 보내지 않고 다루기 쉬운 꽃들로 보낼게요. 현이 씨 사무실에 있는 그 꽃병들을 집으로 몇 개 가져가면 사무실이 꽃병이 줄어들 거 아니에요.”옆에 서 있던 고빈이 말을 이었다.“우리 형은 꽃다발을 좋아하지 않지만 제가 무척 좋아해요. 저에게 주세요. 제가 이 꽃들을 저의 여성 지인들이게 줄 테니까요. 돈도 절약할 수 있으니 너무 좋을 것 같아요.”“고빈 씨는 아직 퇴근 안 하셨군요.”전호영은 꽃다발을 고현의 품에 안겨주며 자연스럽게 고현의 손을 잡았다.고빈은 일부러 과장되게 말했다.“설마 이제야 저를 보신 건 아니죠? 혹시 시력에 문제가 있으신 건 아니죠? 잘 고려해 보고 짝을 찾으셔야지 아니면 시각장애인을 고를 수도 있어요.”“그건 제 눈에 현이 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