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은 한숨을 내쉬고 더는 노동명에 관한 얘기를 하지 않았다.어르신도 노동명이 평생 하예진에게 잘해줄 거란 보장은 못 하니까.“주 씨네 사람들이 아직도 너한테 집착해?”어르신은 화제를 돌리고 관심 조로 하예진에게 물었다.“예정이가 할머니, 할아버지를 모셔 와서 주 씨네 사람들과 같은 층에 있는 집으로 임대해 드렸어요. 주 씨네 사람들은 집 문을 나서면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가 세 들어 지내는 집 문 앞을 지나야 해요. 할머니, 할아버지가 막고 계시니 전 시댁 식구들도 이젠 저를 찾아오는 횟수가 훨씬 줄어들었어요.”어르신이 웃으며 말했다.“거참 좋은 방법이구나. 네가 할머니, 할아버지랑 사이가 안 좋아도 그분들에겐 어쨌거나 네가 친손녀이니 주 씨네 가족들과 갈등을 빚으면 당연히 두 분이 알아서 네 편을 들어줄 거야.”“예정이는 큰아버지네가 주는 집세에서 적당한 금액을 할머니, 할아버지께 드리고 있어요. 게다가 두 분이 살 집도 임대해주고 식비도 대주니 당연히 저를 돕게 돼 있어요.”하예진의 생각은 늘 변함없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혜택을 받고 있기에 그녀를 도와주는 거라고.어르신은 잠시 침묵하다가 말을 이었다.“작은 은혜를 베풀어서 귀찮은 일 하나 해결해 주는 것도 나름대로 가치가 있어. 게다가 두 분은 너희 자매의 친할머니, 할아버지잖니.”하예진도 침묵하며 잠시 생각하다가 답했다.“저는 가끔 제가 언니로서 아무 쓸모가 없는 것 같아요. 항상 예정이가 저를 위해 모든 걸 마련해주고 또 묵묵히 희생하고 있잖아요.”“그렇게 말하지 말아라. 너희 부모님이 돌아가신 이후에 예정이에게 너라는 언니가 없었더라면 아마 보육원으로 보내졌을 거야. 거기서 어떤 삶을 보낼지는 너도 얼추 상상되겠지. 넌 예정이한테 언니이자 엄마 같은 존재야. 자매지간에 서로 돕고 사는 게 얼마나 좋아. 너무 많은 걸 따지려 들지 마. 넌 예정이에게 은인이나 다름없어.”어르신은 하예진의 손을 꼭 잡고 손등을 가볍게 두드렸다.“예진아, 넌 꼭 잘될 거야. 한때 방황했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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