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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1화

“네, 예진이랑 우빈이도 함께 오긴 했는데, 저는 정말 어르신을 뵈러 온 거에요.”노동명은 정자로 들어가 옆에 앉아 어르신이 태극권하는 것을 지켜보았다.“옛날에 우리 할머니께서 살아 계실 때 어르신을 따라 태극권을 하라고 제가 그렇게나 타일렀는데 할머니께서는 끝까지 듣지 않으셨어요.”노동명의 할머니와 어르신은 같은 시대 사람이지만, 노동명의 할머니의 건강은 어르신에 비하면 한참 뒤떨어져 있었었다.어르신은 아직도 정정한지라 혼자서도 비행기를 타고 전 세계를 일주할 수 있을 정도이다.특히 손자들을 놀리는 데는 정력이 넘쳐난다.그에 비해 노동명의 할머니는 저세상으로 떠난 지도 한참 됐다.“허허, 네 할머니는 진정한 명문가 규슈거든. 나 같은 시골뜨기랑은 다르지.”“어르신도 참, 어르신도 분명히 명문가 규수시면서 이런 말을 해요?”“우리 증조할아버지께서 아직 살아계실 때는 우리 친정도 명문가라고 할 수 있었지. 하지만 내가 태어날 적엔 우리 집도 쇠퇴하여 살고 있던 저택까지 국가에 맡길 수밖에 없게 되었단다. 너희 할머니는 평생 우아하게 살았는데, 나 같은 막돼먹은 사람과는 비교가 안된다.”태극권 연습을 마친 어르신이 동작을 멈추자 노동명은 얼른 일어나 어르신을 부축하려 했다.노부인은 시끄럽다는 듯 그의 부축을 거절하고는 흥미진진하게 말했다.“동명아, 이 할미랑 한번 겨뤄보지 않겠느냐? 나도 몸을 푼 지 오래돼서 말이야.”노동명은 바로 투항하는 시늉을 하며 말했다.“어르신, 제발요. 제가 어찌 감히 어르신이랑 겨루겠어요?”“네가 이겨도 상관없어, 네 탓을 하진 않을 테니까.”“그러다 제가 어르신을 다치게라도 하면 어떡해요? 그럼 앞으로 저는 전씨 일가의 원수가 될 거예요. 이곳에 발도 들여놓지 못하게 될걸요? 이런 손해보는 일은 사양할게요. 정 겨뤄보고 싶으시다면 태윤이를 찾는 건 어때요?”이때 전태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동명아, 날 함정에 빠뜨릴 생각 마.”전태윤은 우빈이를 안고 정자로 다가오며 인사를 했다.“할머니.”그에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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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2화

어르신은 우빈이의 손을 잡고 정자를 나서며 전태윤에게 물었다.“여운초 씨의 두 고모가 찾아온 것은 아마도 뭔가 사정할 일이 있어서겠죠. 전 그 두 고모가 평소에 운초 씨를 배은망덕하다며 욕하며 이 기회를 틈타 여씨 일가의 모든 것을 차지하려고 한다는 것 외에는 몰라요. 자세한 건 신경 쓰지 않아서요, 그건 이진이가 신경 써야 할 일이에요.”여운초는 그저 미래의 제수씨일 뿐이다. 직접 와서 도와달라고 부탁하지 않는 한 전태윤도 그녀의 일에 관여할 생각이 없었다.“이진이도 별로 도와주지 못했을 거야. 운초 혼자서도 잘 처리할 수 있을 테니. 이진이는 운초 뒤에 서서 뒷바라지만 하면 돼.”할머니는 자신이 선택한 손자며느리를 매우 신뢰하고 있으며, 여운초가 여씨 그룹에 관한 일을 잘 처리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전태윤은 할머니의 말을 받지 않았다.할머니도 곧 화제를 바꾸었다.둘째와 셋째는 할머니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이미 좋은 아내감을 골라 줬으니, 스스로 알아서 구애하도록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다만 넷째와 다섯째의 아내감은 아직 정하지 못했다.그리고 여섯째 뒤의 손자들은 아직 어려 몇 년간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되었다.남자아이는 일반적으로 여자아이보다 성숙이 느린 편이다.너무 일찍 결혼하면 한 가정의 무거운 짐을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스스로 사업을 잘할 수 있을 때에 다시 아내를 얻어도 늦지 않다. 그때엔 가족의 도움이 없어도 한 가정의 무거운 짐을 감당할 수 있읕 테니까.“지금 날씨가 딱 좋구나. 태윤아, 얘네들을 데리고 우리집 섬에 가서 며칠 묵는 것도 좋지 않겠느냐?”할머니가 젊은이들에게 아이디어를 하나 제안했다.“일단 할머니부터 보고요. 할머니는 어때요? 섬에 가고 싶어요?”“이 늙어 빠진 할미는 빠지겠다. 너희 젊은이들끼리 가서 며칠 놀다 오거라. 동생들도 잊지 말고 부르고.”할머니는 넷째와 다섯째 손자의 아내로 택한 여자들의 인품을 조사하러 가야 했다. 인품이 훌륭하거든 확정할 생각이었다.전태윤은 응하며 고개를 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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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3화

전태윤은 더는 입을 열지 않았다.이건 하예정이 전씨 일가에 시집온 후 반드시 직면해야 할 책임이니까.남편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하예정이 입을 열었다.“그럼 요 며칠 태윤 씨가 집에 있는 동안 잘 배워야겠어요. 모르는 부분은 하나하나 물어볼게요.”그녀는 자신이 전씨 일가의 사모님으로서 이런 일들에 대해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다만 이 정도로 많은 산업을 직접 관리해야 할 줄은 몰랐다.또한 앞으로 규모가 거대한 서원 리조트도 관리해야 할 줄은 더더욱 몰랐다.하예정은 모연정을 처음 만났을 때 그녀가 예진 리조트를 관리하고 있는 것을 보았었다.이젠 하예정의 차례가 되었다. 모연정처럼 시댁의 일에 대해 어느 정도 맡아야 할 듯했다. 모연정은 이미 관리 일을 시작한듯 했지만 하예정은 아직 손을 대지도 않았다.모연정은 패기가 있다. 비록 재벌가라고는 할 수 없는 모씨 가문에서 자랐지만, 어느 정도 실력이 있는 집안이었고 온 집안 식구들의 사랑을 받으며 자라 자신감이 있었고 성격도 밝았다.나중에 모연정은 친부모를 찾게 되었는데 친아버지는 만성 남씨 가문의 주인이었다. 때문에 남씨 가문의 재산을 물려받는 것은 고사하고 친아버지의 개인 재산을 물려받는 것만으로도 몇십조의 재산을 가지게 된다.다시 말해 돈도 있고 지위도 있고 패기까지 있는 틀림없는 여자 갑부였다.그녀와 비하자니 하예정은 뭔가 기가 죽을 듯했다.하지만 전태윤과 시댁 식구들의 자신에 대한 신뢰를 생각하면 자신감이 솟아났다. 앞으로 관리일을 시작한 후 잘못하여 실수를 저지른다고 해도 시댁 식구들은 그녀를 탓하지 않고 오히려 잘못을 교훈 삼아 진보하기만 하면 된다고 말할 것 같았다.“태윤이는 외부 사업을, 넌 내부 관리를 책임지면 된다. 즉 상가 건물 임대와 일부 체인점의 운영을 책임지는 거야. 얼마 안 되니까 이 할미는 네가 빨리 적응할 수 있을 거로 믿는다.”할머니는 하예정이 너무 스트레스받지 않도록 웃으며 위로했다.진짜 사업상의 일은 전태윤이 맡고 있다.하지만 하예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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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4화

결혼식을 올리기도 전에 전씨 일가는 하예정이 가족 사업에 손을 댈 수 있도록 안배했다. 이는 인정하고 신뢰하는 표현이다.이에 하예진은 완전히 마음을 놓았다.동생은 그녀보다 훨씬 운이 좋았다.처음에 하예진을 안심하게 하기 위해 초고속 결혼을 했던 전태윤과 하예정 부부는 낯선 사이로부터 알콩달콩한 사이로 되었다.무엇보다 중요한 건 전씨 일가는 재벌가로서 하예정의 출신에 대해 한 번도 불만을 토로한 적이 없었다.만약 다른 재벌 가문이었다면 이는 매우 보기 드문 현상이다.하예진은 마음속으로 동생 대신 기뻐했다.하예정은 시어머니의 한쪽 팔짱을 낀 채 애교를 부리며 말했다.“어머니, 우리 방금 돌아왔는데 나 좀 쉬게 해주면 안 돼요?”장소민은 하예정의 이마를 툭 건드리며 말했다.“그렇게 놀고도 아직도 놀고 싶어? 요즘은 가게를 지키는 것 외에 투자한 채소밭을 드문드문 둘러보는 것뿐이니 바쁘지는 않을 테고.”그녀는 아들을 한눈 쳐다보고 말을 이었다.“태윤이랑 사랑질하느라 바쁜 거지?”하예정은 시어머니의 놀림에 얼굴이 빨개졌다.“가자, 위층으로.”장소민은 며느리가 어리광을 부리든 말든 상관없이 2층으로 데리고 갔다.2층에는 두 개의 서재가 있다.큰 서재는 전태윤 부자가 자주 사용했고 작은 서재는 장소민이 독점하여 쓰고 있다. 작은 서재의 키는 장소민과 할머니만이 가지고 있다.다만 할머니는 며느리인 장소민이 시집온 후로부터 온 집안의 크고 작은 일들은 모두 맏며느리인 그녀에게 맡겼고, 작은 서재에도 거의 발을 들여놓지 않았다.다른 사람들이 작은 서재에 들어가려면 장소민이나 할머니의 동의를 받아야 했다.둘째 며느리와 셋째 며느리는 시댁의 비즈니스에 관해 잘 알고는 있지만 직접 관리할 필요가 없었기에 자기 집의 개인 사업만 챙겼다. 어쩌다가 도움이 필요할 때만 시댁의 비즈니스에 개입하곤 했다.혹시라도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장소민이 도움을 청하지 않으면 절대 함부로 개입하지 않았다.또한 자기 집안의 사업만으로도 할 일이 아주 많았고, 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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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5화

“옛 장부는 이미 새 장부에 다시 베껴 써놨어.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말이야.”장소민은 책상 위에 놓인 컴퓨터를 가리키며 하예정에게 말했다.“장부가 너무 많아서 찾기 어려울까 봐 컴퓨터에도 장부를 해놨으니까 컴퓨터로 찾으면 훨씬 편리할 거야.”하예정은 책장들을 둘러보면서 놀란 마음을 애써 억누르며 시어머니에게 물었다.“어머니, 이것들 모두 우리 집 비즈니스에 관한 장부예요?”“그래.”“...할머니께선 그저 상가 임대 상황과 체인 스토어 같은 작은 비즈니스를 관리하는 거라고 하셨어요.”장부가 이렇게 많은 것을 보고 하예정은 순간 자신이 요 며칠 휴가일 동안 전씨 일가의 모든 산업 상황을 파악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느껴졌다.정말 장부가 엄청나게 많았다.그녀는 회계 관리에 대해 배운 적이 없어 초보자나 다름없다.“할머니 말이 맞으셔. 다 작은 비즈니스들이야. 넌 그냥 어디에 있는지, 누가 그 비즈니스를 관리하고 있는지만 알면 돼. 매달 이윤인지 적자인지는 보고서를 보내오는 사람이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하지만 너도 어느 정도 몰래 알아둬. 속지 않게 말이야.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약간 탐하는 것에 관해서는 눈감아 주고. 어차피 처벌 받으면 그들도 좋은 일자리를 잃게 되는 거니까 보통은 함부로 손을 대지도 못해. ”전씨 일가의 명성이 보통 높은 게 아닌지라 관리팀은 자신의 일자리를 잃게 될까 봐 함부로 손대지 못했다. 게다가 전씨 일가도 관리팀을 대할 때는 항상 일정한 정도의 이익을 남겨주었다. 일을 잘 하기만 하면 푸대접을 받지 않았다.장소민은 하예정이 너무 꼭 잡을까 봐 몇 마디 주의를 주었다.하예정은 고개를 끄덕였다.“이제 모를 부분은 어머니께 여쭤볼게요. 이 장부들 다 읽어야 해요?”“잠시 먼저 각 장부의 첫 세 페이지를 보도록 해. 첫 페이지는 각 업종이 처한 위치야.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야. 두 번째와 세 번째 페이지는 일반적으로 인사 안배에 관한 자료야. 그들의 상세한 자료와 사진이 있어. 얼추라도 기억해 두면 후에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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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6화

“앞으로 모르는 것이 있으면 우리에게 물어봐. 태윤이에게 물어봐도 되고. 비록 주로 외부 비즈니스를 관리하고 있지만 내부에 관한 일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을 거야.”하예정은 고개를 끄덕였다.자신의 뒤엔 남편 전태윤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자 그녀는 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지금 내려갈 거야 아니면 여기 남아서 장부를 볼 생각이야?”장소민이 물었다.하예정은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언니와 동명 씨가 오셨으니까 먼저 같이 내려가요. 장부는 너무 많아서 짧은 시간 안에 다 볼 수도 없을 것 같아요. 저녁에 시간이 나면 다시 들어와 보도록 할게요.”장소민은 그에 가볍게 응했다.둘은 나란히 작은 서재를 나섰다. 장소민은 내려가기 전에 서재 문을 다시 잠그면서 말했다.“서재는 중요한 곳이라 일반적으로 다른 사람들은 마음대로 들어갈 수 없어. 서재 안을 거두는 일은 우리가 책임져야 해. 네가 집에 없을 땐 내가 청소를 맡을게. 후에 네가 태윤이와 리조트로 돌아와 살게 되면 모든 걸 너에게 맡길 거야.”“알겠어요.”어쩐지 전태윤은 그녀를 리조트로 데려오는 것을 꺼린다 싶었다.거리가 멀어서 출퇴근이 불편한 것은 물론, 중요한 건 아내가 너무 일찍 사모님의 책임을 짊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 오래 즐겁게 놀면서 지내기를 바랐다.하예정은 남편의 배려에 깊이 감동받았다.남편은 자신을 정말 사랑했다.장소민과 하예정이 작은 서재에 들어갔을 때 전이진의 친어머니이자 전태윤의 둘째 숙모인 명해은이 침대에서 일어났다.여미란과 여미정이 왔다는 것을 전해 들었지만 그들에 대에 별로 인상이 없었다. 이에 양씨 아저씨가 설명해 주었다.“여씨 일가 큰아가씨의 두 고모님이십니다.”“운초 씨의 고모님이었어요? 그럼 안으로 모셔 와요.”명해은은 소파에 우아하게 앉아 양씨 아저씨에게 분부하여 리조트 입구의 경비실에 알려 오래 기다린 둘을 안으로 들여보내라고 했다.명해은은 여씨 일가의 세 사모님에 대한 인상이 없다. 예전의 여씨 일가는 그저 실력이 조금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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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7화

여운초는 시어머니가 아들에게 택해준 아냇감이라 명해은은 여씨 일가에 대해 높은 관심이 있었다. 그녀는 여씨 일가의 두 고모가 갑자기 방문한 이유가 궁금했다.여운초의 두 고모가 들어왔을 때 명해은은 이미 식사를 마치고 로비 소파에 앉아 패션 잡지를 뒤적이고 있었다.양씨 아저씨가 직접 그녀들에게 길을 안내해 주었다.“사모님, 여운초 아가씨의 고모님들이 왔습니다.”명해은은 가볍게 응하고는 잡지를 덮어 테이블 위에 놓고 일어나서 미소를 지으며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사모님.”비록 두 자매도 재벌들과 어울려 다닌다고 할 수 있지만 진정한 상류층 사모님들 사이에는 낄 수 없었다. 전씨 일가 사모님들의 사교 울타리는 아무리 노력해도 비집고 들어갈 수 없는 곳이었다.오늘 두 자매는 함께 오기로 약속했다. 둘은 명해은이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는 소리에 아무 말 못 하고 밖에서 몇 시간이나 기다렸다.이건 그녀들이 너무 일찍 온 탓도 있었다. 두 고모는 명해은도 그녀들처럼 일찍 일어나 온 집안 식구들의 아침을 준비해야 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이제야 침대에서 일어날 줄은 생각도 못 했다.결국 몇 시간을 헛되이 기다렸다.“두 분 어서 앉으세요.”명해은은 두 사람을 보고 누가 언니고 누가 동생인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여미란은 여동생을 끌고 오더니 먼저 자기소개를 했다.“사모님, 저는 운초의 큰고모인 여미란이에요. 이쪽은 저의 여동생인 여미정이예요.”명해은은 미소를 지으며 두 사람이 자기소개를 다 하기를 기다린 후 앉으라고 청했다.그리고 도우미에게 차와 디저트를 올리라고 분부했다.몇 마디 수다를 떤 후 여미정은 조용히 언니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여동생의 뜻을 이해한 여미란은 웃으며 명해은을 향해 입을 열었다.“사모님, 저희 자매가 오늘 실례를 무릅쓰고 방문한 것은 사모님께 드릴 말이 있어서예요.”명해은은 여전히 미소를 띠고 있었다. 두 자매의 눈에 그녀의 미소는 우아하기 그지없었다.“말씀해 보세요.”여미란은 여운초가 전이진의 호감을 샀다는 사실에 질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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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8화

여미정도 옆에서 맞장구를 쳤다.“맞아요. 우리 운초는 둘째 도련님에게 어울리지 않아요. 전씨 일가 사람들도 운초가 장님이란 사실은 받아들이지 못 할 거 아니에요. 게다가 자기 친어머니를 고소하기까지 하다니, 이런 불효한 일을 저질렀는데 더더욱 어울릴 자격이 없죠.”‘이 일 때문에 온 거였어?’명해은은 두 사람의 의도를 알아챘다.전이진이 여운초에게 잘해주는 것을 지켜볼 수가 없어 직접 찾아와 여운초의 명성을 망쳐 두 사람을 갈라 놓으려는 속셈이었다.‘두 사람, 정말 운초의 친고모 맞아?’이 정도로 자기 조카가 잘되는 꼴을 보지 못하다니.“운초 씨와 이진의 일에 대해 이렇게 생각하신 거예요?”명해은은 얼굴의 미소를 거두었다.“정말 운초 씨가 이진이랑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운초 씨의 행동이 불효하다고 생각해요? 친엄마를 고소한 일은 들은 적 있어요. 만약 운초 씨의 친아버지가 정말 친엄마의 손에서 살해당한 거라면 이건 본인이 가장 큰 상처를 받았을 거예요. 고모로서 조카 편이 돼주어야 하는 게 아니에요? 운초 씨의 친아버지도 당신들과 같은 어머니 배에서 태어난 친남매 아닌가요?”“...”“설마 제수가 당신들 동생을 죽인 것이 마땅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 죽어 마땅할 정도로 큰 죄를 저질렀다는 소식은 들어본 적 없는 거로 알고 있는데요? 게다가 딸로서 아버지가 어머니의 손에 죽었다는 걸 알고도 가만히 있을 수 있겠어요? 헛되이 죽도록 내버려둘 수 있었겠냐고요. 결정하기 어려운 일이겠지만 양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 지지했을 거예요. 법 앞에서는 누구나 평등하거든요.”두 자매는 말문이 막혔다.잠시 후, 여미란은 입을 열었다.“운초가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정말 안 됐어요. 하지만 이 점을 떠나서 운초는 둘째 도련님에게 어울리지 않아요. 우리가 오늘 실례를 무릅쓰고 사모님을 찾아온 것은 사실 우리의 조카를 위해서예요.”여미정도 말을 거들었다.“운초는 감정에 대해 진지한 사람이라 한번 마음이 움직였다 하면 평생 그 사람만을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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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9화

명해은은 말을 마친 후 여씨 자매를 쳐다보았다.두 자매는 이미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명해은이 여운초가 장님이라는 사실을 꺼리지 않는다는 것을 아무리 멍청한 사람이라도 알아들을 수 있었다.비록 그녀들도 전씨 일가의 사람들이 하나같이 마음이 넓다는 소문을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생각하지도 못했다. 그토록 훌륭한 전이진이 장님인 여운초를 좋아할 뿐만 아니라 어머니인 명해은도 꺼리지 않아 한다니... ‘재벌 집 시어머니는 모두 성격이 까다로운 거 아니었나?’“더 하실 말씀 있으세요?”명해은이 엄숙한 표정으로 물었다.“별일 없으시면 여기까지 이야기하는 거로 해요. 저도 약속이 있어 나가봐야 해서요.”이만 떠나가라는 뜻이었다.여미란은 급히 답했다.“우리도 더 이상 할 말은 없어요. 사모님께서 운초가 장님인 것을 꺼리지 않는다고 하시니 우리도 더 이상 상관하지 않을게요.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말을 마친 후 그녀는 일어서면서 동생에게 일어나라고 눈치를 주었다.그들 자매는 명해은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집사 양씨 아저씨의 안내로 화려한 홀을 나섰다.그녀들이 떠난 후 명해은의 얼굴은 순식간에 굳어졌다.얼마 후 양씨 아저씨가 들어왔다.“경비실 사람들에게 앞으로 여미란과 여미정이 다시 오게 되면 알리지 말라고 하세요. 더 이상 만나고 싶지 않네요.”양씨 아저씨는 공손히 응했다.“이진이는 아직 안 돌아왔어요?”“아직입니다. 다른 도련님들은 속속들이 돌아오는 중이에요.”명해은은 그에 가볍게 응하고는 잡지를 집어 들어 몇 페이지 뒤적거리다가 다시 테이블 위에 던지고는 휴대폰을 꺼내 전이진에게 전화했다.양씨 아저씨는 그녀가 전화하는 것을 보고 말없이 물러갔다.전이진은 곧 어머니의 전화를 받았다.“엄마.”전이진은 의외라고 생각했다.평소 부모님은 큰일이 없으면 거의 전화를 하지 않는다. 아들이 어떻게 지내건 전혀 상관하지 않았다.“네 형들은 모두 리조트로 돌아왔는데 넌 돌아올 생각 없어?”“잠시 돌아가지 않으려고요. 무슨 일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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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0화

전이진은 그에 답했다.“짐작한 거예요. 어젯밤 두 고모가 운초 집에 와서 소란을 피우다가 경비원에게 쫓겨났거든요. 저 어제 운초랑 같이 있었는데 심지어 내 앞에서 운초는 장님이라며 함께 있지 말라고 설득하더라고요. 그래서 짐작이 간 거예요. 그 사람들이 찾아와서 뭐라고 했어요?”“운초는 장님이라 너랑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친어머니를 고소하고 큰아버지를 해친 배은망덕한 사람이라고 하더라. 내가 나서서 너희 둘이 함께 있는 것을 막아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인 것 같았어.”전이진은 여운초의 두 고모가 리조트에 찾아간 이유를 짐작했지만 어머니의 말을 듣고 여전히 표정이 어두워졌다.그마저도 여운초에게 차마 심한 말을 한 적이 없는데 고모라는 사람이 말끝마다 장님이라고 욕하다니... 전이진은 다음에 또다시 그녀들을 만나게 되면 예절이고 뭐고 신경 쓰지 않고 바로 경호원에게 쫓아내라고 할 생각이었다.그는 어머니에게 물었다.“그래서 뭐라 하셨어요?”그는 어머니가 그녀들의 말을 곧이들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명해은이 말했다.“우리 집안의 어른들은 아이들의 일에 대해 크게 관여하지 않는다고 했어. 네가 운초를 좋아하기만 한다면 누구도 너희들의 감정에 간섭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지. 운초가 눈이 보이지 않아도 전혀 상관이 없다고 되받아쳤거든. 우리 전씨 일가에 며느리로 시집오기만 하면 돈을 쓰는 것 외엔 딱히 할 일이 없다고 그랬어.”전이진은 웃음을 터뜨렸다.“역시 엄마답네요.”명해은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비록 넌 아직 구애하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지만 열심히 구애하는 중이잖아. 운초는 조만간 내 며느리로 될 아이야. 나도 운초에 대해 뭐라 하지 않았는데 고모가 되는 사람들이 어쩜 저래? 조카기 행복해하는 것을 배 아파하는 가족은 필요 없어.”“세 고모 중 제일 작은 고모만 운초의 친아버지와 사이가 좋아서 운초를 아껴줬댔어요. 나머지 두 고모는 큰아버지와 한편이라 지금 친정인 여씨 일가에서 재산을 다투는 일로 운초를 눈엣가시처럼 여기고 있어요.”“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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