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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편은 억만장자의 모든 챕터: 챕터 1261 - 챕터 1270

2581 챕터

제1261화

“네가 꺼지라고 하면 내가 꺼져야 해? 여기 네 집이야? 집세 냈어? 너 집세 내면 바로 나갈게. 더는 안 찾아와.”주서인도 만만치 않았다.서현주는 아직 어리고 전에 줄곧 사무실에서만 근무하다 보니 주서인을 맞설 힘이 없었다.그녀를 내쫓을 여력이 없자 서현주는 씩씩거리며 남편에게 소리쳤다.“형인 씨 뭐 하는 거예요? 형님이 나 괴롭히는 거 안 보여요? 당장 내쫓으란 말이에요. 똑똑히 들어요. 이 집에 형님이 있는 한 난 없어요!”“누나, 자기야, 제발 좀 그만 싸우면 안 돼? 지겹지도 않아? 종일 싸우는 게? 어우, 내가 다 지긋지긋하다.”주형인은 지금 이 상태에 지칠 대로 지쳤다. 집구석이 조용할 새가 없으니 말이다.집에만 돌아오면 엄마와 아내가 싸우거나 누나와 아내가 싸웠다. 그야말로 바람 잘 날 없는 나날이었다.찰싹!분노가 극에 달한 서현주는 주형인에게 싸대기를 날렸다.뺨을 맞고 얼얼해진 주형인은 얼굴을 감싸 안고 그녀를 멍하니 쳐다봤다.“내가 애초에 눈이 멀었지. 어떻게 당신한테 시집올 생각을 했을까! 당신 누나랑 엄마가 이렇게 날 괴롭히는데 나설 줄도 몰라?! 난 당신 위해서 예물도 많이 요구하지 않았고 부모님 몰래 혼인신고까지 했어. 그런 나한테 고작 이렇게밖에 못해?”서현주는 남편을 때리고도 되레 더 서럽게 눈물을 흘렸다.‘집구석이 대체 왜 이 모양이지? 남편이란 자는 왜 또 이것밖에 안 되는 건데?!’애초에 시부모님과 형님이 그녀를 겨냥할 때 주형인은 그래도 선뜻 나서서 도와줬었다.하지만 시간이 길어지면서 주형인은 슬슬 부모님과 누나에게 마음이 기울었다.하긴, 그의 눈엔 부모, 형제만 가족일 뿐 아내인 서현주는 들어온 사람이라 주씨 가문과 어우러지지 못하니까!서현주는 문득 하예진이 부러웠다. 그토록 단호하게 이혼한 건 고생길에서 벗어난 셈이다.서현주는 자신이 시댁을 제압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그녀는 절대 손해 보는 사람이 아니니까. 다만 시댁 식구들도 전혀 손해 볼 인간들이 아니었다. 그중 끝판왕은 역시나 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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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2화

주형인이 문을 사이에 두고 버럭 고함을 질렀다.“누나 제발 입 닥치고 집에 가 좀! 앞으로 별일 없으면 여길 찾아오지도 마! 누나가 이 집구석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었어!”하예진이 남편의 가정폭력에 반항할 땐 더 심했다. 아예 식칼을 들고 주형인 잡으러 골목을 몇 바퀴씩 쫓아다녔는데 누나는 정작 다 잊은 걸까?동생에게 비참하게 욕먹은 주서인도 울화가 치밀었다.“그래, 내가 엉망진창으로 만들었어. 난 저년이 제일 눈꼴사나워. 내가 친정에 오겠다는데 저년이랑 대체 무슨 상관이야? 엄마, 아빠가 여기 있으니 나도 언제든 올 수 있어. 내가 쟤한테 빌붙어 살았니? 본때 있으면 쟤가 직접 돈 벌어서 집 사라고 해. 그럼 나도 저년 집에 한 발짝도 발 들이지 않을 테니까!”주서인은 서현주의 인생을 망치기로 작정한 듯싶다!서현주는 바닥에 주저앉아 대성통곡했다.전에 하예진에게 외도 현장을 들켜서 한바탕 두들겨 맞은 이후로 단 한 번도 이렇게 초라해진 적이 없다.그녀는 몸과 마음이 지칠 대로 지치고 서러움이 북받쳤다.주형인은 그녀가 구슬프게 우는 모습에 살짝 안쓰러우면서도 또 은근 짜증이 났다.마냥 살갑고 다정하며 사람 마음을 잘 헤아릴 거라 믿었고, 거기에 젊고 예쁘기까지 하니 그녀와 결혼하면 엄청 행복할 줄로만 알았는데 정작 이 집에 들여놓은 이후로 바람 잘 날이 없었다.인제 보니 서현주는 썩 예쁘지도 않고 살갑지도 않으며 사람 마음을 잘 헤아리긴커녕 사사건건 따지고 들고 소심하기 짝이 없어 그의 가족들과 잘 지내는 법이라곤 모른다.외조카한테마저 불친절할 따름이다.더욱이 그녀는 밥할 줄도 모르고 집안일도 안 해서 부지런한 하예진과는 비할 바가 못 된다.한참 후 주형인은 결국 허리 숙여 아내를 부축해서 침대 머리맡에 앉혔다. 그녀의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해 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타일렀다.“여보, 울지 마. 우리 신혼집도 금방 장식 마치잖아. 장식 끝나면 결혼식 치르고 얼른 거기 들어가서 살자. 엄마, 아빠는 고향 내려가서 지내시라고 내가 말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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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3화

전남편은 이혼한 이후로 줄곧 불행하게 지냈지만 하예진은 신경 쓰지 않았다.그녀는 하루하루 충실하게 살아가면 그만이니까.새벽 네 시 좌우에 일어나 아들을 깨워서 하루 토스트로 출발한다.그렇게 또 분주한 하루가 시작된다.주우빈은 아직 어려서 가는 길에 또다시 잠들었다.가게에 도착한 후 하예진은 의자 두 개를 나란히 놓고 아들을 의자 위에 눕혀서 재웠다. 우빈이가 바닥에 떨어지지 않도록 옆에 또 의자 몇 개를 더 놓았다.그녀가 고용한 두 종업원은 아침 여섯 시가 돼야 출근한다.보통 여섯 시부터 아홉 시 반 사이가 피크타임이다.하예정은 일곱 시 좌우에 우빈이 데리러 가게로 왔다.그 시각 주우빈은 잠에서 깼다.아이는 잠에서 깨도 울지 않고 얌전히 카운터에 앉아 블록을 계속 조립했다.“언니.”하예정이 들어오며 언니를 부르다가 가게에 꽉 찬 직장인들을 보고 서둘러 언니를 거들어줬다.“제부는 출근했어?”하예정은 머리를 끄덕인 후 손님의 야채 토스트 주문에 재빨리 가서 토스트를 만들었다.“언니, 우빈이 아침 먹었어?”하예진이 대답했다.“아직이야. 어묵 좀 끓여주려 했는데 내가 미처 준비하지 못했네. 네가 좀 도와줄래?”어묵은 보통 손님들이 주문할 때 끓이지 미리 끓여놓지 않는다.하예정이 알겠다며 대답할 때 노동명이 가게로 들어왔다.“예진아, 예정 씨도 와 있네요.”노동명은 안에 들어와 먼저 인사하고는 주변을 쭉 둘러보며 미소 지었다.“앉을 자리도 없네.”“대표님, 포장해서 회사 가서 드시겠어요 아니면 좀 더 기다리실래요?”노동명이 대답했다.“급할 거 없어. 좀 기다리지 뭐.”그는 주우빈에게 다가갔다.“아저씨.”노동명을 보자 아이가 활짝 웃었다.그 모습에 노동명은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우빈아.”아이가 신나게 반겨주니 노동명도 두 팔 벌려 안아주려 했는데 이때 우빈이가 말했다.“아저씨, 블록 쌓는 거 도와주세요. 나도 모르겠고 아빠는 더 몰라요.”노동명은 아이를 안으려던 손을 거둬들이고 카운터 안쪽으로 들어가더니 번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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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4화

주우빈은 서현주가 생각났다. 엄마의 설명을 곰곰이 되새겨보았지만 그 속에 담긴 깊은 뜻을 여전히 이해할 수 없어 머리를 갸우뚱거렸다.“아저씨는 결혼했어요?”“아니, 아저씨는 아직 결혼할 사람을 못 만나서 안 했어.”“왜 못 만났어요?”“그거야 아저씨 마음에 드는 여자가 없으니까.”주우빈이 두 눈을 깜빡이며 의아한 듯 물었다.“아저씨 우리 엄마 안 좋아해요? 우리 이모랑 사촌 이모도 다 좋은 사람인데 아저씨는 전부 싫은 거예요?”“...”노동명은 실소를 터트렸다.“우빈의 이모는 좋은 사람이지만 이모부가 있잖니. 아저씨가 어떻게 우빈의 이모를 좋아할 수 있겠어. 사촌 이모도 좋은 분이지만 아저씨랑은 이성적인 감정이 없어. 우빈의 사촌 이모가 아저씨 스타일이 아니거든. 우빈의 엄마라면... 아저씨는 그저 친구로 생각해. 매일 이리로 오는 건 우빈이가 좋아서야.”주우빈은 알듯 말듯 아리송했다. 노동명이 그를 좋아한다고 하자 아이는 본능적으로 물었다.“그럼 아저씨 나랑 결혼할래요?”“우빈아, 우리 둘 다 남자라서 결혼 못 해. 아저씨가 비록 여자친구는 없지만 취향은 명확하단다. 오직 여자만 좋아해.”“방금 나 좋아한다고 했잖아요.”“우빈이를 좋아하는 것과 여자를 좋아하는 건 의미가 다르지.”“다 좋아하는 거잖아요. 왜 나랑 결혼 못 해요?”“...”순진무구한 아이의 쉴 새 없는 물음에 노동명은 살짝 말문이 막히고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우빈이는 아직 어려서 나중에 크면 다시 이 문제 토론할까? 자, 아저씨가 블록 쌓기 가르쳐줄게.”노동명이 화제를 돌렸다.앞으로 우빈이한테 무언가 캐내려 해도 신중하게 물어야 한다. 캐묻다가 되레 본인만 당할 테니까.“우빈이 아침 먹자.”하예정이 어묵과 토스트를 들고 와서 카운터에 내려놓았다.“이모가 먹여줄까?”“예정 씨는 가서 예진이 도와줘요. 내가 우빈이 먹일게요.”“고마워요, 동명 씨.”“괜찮아요. 우빈이만 먹어준다면 저는 더 바랄 것도 없어요.”다만 우빈이는 결국 노동명이 먹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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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5화

“하예진 쪽은 신경 쓸 거 없다. 찾아가지도 마. 너만 못나 보여. 아줌마가 알아서 할게. 난 우리 동명이 이혼녀 만나게 할 수 없어. 내가 이혼녀를 며느리로 들일 순 없잖니.”윤미라는 손은경이 하예진을 찾아가 소란을 피울까 봐 두려웠다. 괜히 노동명의 심기를 건드렸다가 본전도 못 찾을 테니까.“넌 앞으로 아무것도 신경 쓰지 말고 동명이만 따라다녀. 예진이는 이 아줌마가 알아서 해결할게. 난 동명의 엄마야. 아무리, 동명이가 엄마인 나랑 얼굴 붉힐까.”손은경이 운전하며 말했다.“아줌마 지금 바로 하예진 씨 찾아가게요? 제가 볼 때 동명 오빠는 단지 하예진 씨 아들과만 가깝게 지낼 뿐 하예진 씨랑은 딱히 뭐가 없던데요. 우리가 괜한 오해한 거 아닐까요? 오빠는 단순히 하예진 씨 아들을 좋아하는 걸 수도 있잖아요. 나도 그 아이가 똘망똘망하고 귀엽던데요. 예진 씨가 오빠네 건물에 세 들어서 가게 꾸리는 것도 별일 아니에요. 임대료 제때 지급하면 되죠. 누구한테 임대하든 결국 다 같은 의미잖아요. 게다가 하예진 씨는 전태윤 씨 처형이고 전태윤 씨랑 동명 오빠가 절친 사이라 태윤 씨 면을 봐서 도와준 걸 수도 있어요.”손은경은 속으로 하예진을 견제하긴 하지만 윤미라처럼 이렇게까지 충동적이진 않았다. 윤미라는 당장이라도 하예진을 찾아가 노동명한테서 멀리 떨어지라고 윽박지를 것만 같았다.“은경이 너는 너무 착해서 탈이야. 하예진이 우리 동명이랑 아직 아무 사이도 아니면 다행이지만 그래도 일단 예진이 찔러봐야 해. 괜한 생각 못 하게 말이야. 넌 신경 쓸 거 없다. 아줌마가 알아서 해.”윤미라는 말하면서 휴대폰을 꺼내 손은경을 찍었다.“아줌마, 나 왜 찍어요?”윤미라가 웃으며 말했다.“다 쓸데가 있어서 그러지. 사진관 가서 한 장 뽑아야겠어. 걱정 마. 아줌마가 널 해칠 리 있겠니. 이따가 나 저기 하루 토스트 앞에 세워주고 넌 바로 동명이 만나러 노씨 그룹으로 가.”손은경은 알겠다고 대답한 후 윤미라의 분부를 따랐다.윤미라는 아들이 하루 토스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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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6화

하예진은 솔직하게 대답했다.“가게는 노 대표님 겁니다. 대표님은 제가 전태윤 씨 처형인 걸 봐서 임대료를 한 달에 160만 원 받고 전기세와 수도세를 합치면 거의 200만 원 가까이 돼요.”윤미라는 아들이 하예진의 돈을 받았다는 소리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적어도 그녀에게 공짜로 가게를 내주며 영업하게 하진 않았으니까.하예진은 전태윤의 처형이라 한 달에 임대료 160만 원만 받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공적인 일은 공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법이다.“그 녀석이 돈까지 받았어요? 예진 씨는 전태윤 씨 처형인데 왜 기어코 돈 받았대요?”윤미라가 일부러 떠보듯이 물었고 하예진이 재빨리 설명했다.“공과 사는 구분해야죠. 대표님이 돈을 안 받으시면 저도 이 가게를 임대할 엄두가 안 났을 겁니다.”“임대료 주니까 동명이가 받던가요?”“그럼요. 지난달엔 현찰로 줬고 대표님은 바로 앞에서 액수를 세어본 후에야 가게를 나가셨어요. 이번 달엔 대표님 집사분께 드리면 된대요.”윤미라는 괜히 본인이 예민하게 군 것만 같았다.작은아들이 정말 하예진을 좋아한다면 그녀가 주는 임대료를 받지 않을 테니까.“그 녀석 참... 그래도 여기 유동 인구가 많아서 장사가 잘될 거예요. 임대료가 높긴 하지만 매출액도 오를 겁니다.”윤미라는 곧이어 그녀에게 물었다.“아드님은 왜 안 보이죠?”“예정이가 서점으로 데려갔어요.”윤미라는 알겠다며 대답했다.하예진 자매는 남들이 부러워할 만큼 사이가 좋다.“아침 장사하기 힘들죠? 전보다 훨씬 살 빠진 것 같군요.”윤미라는 하예진을 아래위로 훑어보았는데 애초에 볼 때보다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지금의 그녀는 전보다 얼마나 더 예뻐졌는지 모른다.중요한 건 그녀가 자신감을 되찾고 하루하루 충실하게 보내며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돌아왔다는 것이다.노동명이 그녀를 좋아할 만도 했다. 하예진은 정말 변화가 너무 컸으니까.노동명은 그녀처럼 자신감 넘치는 여자를 매우 좋아한다.손은경이 바로 그런 여자이다.윤미라는 손은경과 노동명을 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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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7화

“사모님.”하예진은 사진을 두어 번 훑어보다가 얼른 윤미라에게 건넸다.윤미라는 사진을 건네받고 가볍게 웃으며 하예진에게 물었다.“이 여자아이 어때요 예진 씨?”그녀는 물으면서 하예진의 표정을 자세히 살폈다.“너무 이쁜데요. 똑똑하고 유능한 여강자일 것 같아요. 기질도 좋고 인상이 아주 환하네요.”윤미라는 태연하게 대답하는 하예진을 보며 미소 지었다.“예진 씨 안목이 있네요. 은경이 여강자 맞아요. 대학교 졸업하고 집에서 경영하는 회사에 들어가 신분을 숨긴 채 밑바닥부터 갈고 닦았어요. 이젠 회사 부대표직에 올랐고 사람들도 그제야 은경이가 회장님 딸이자 대표님의 여동생이란 걸 알게 됐죠. 여러모로 우수한 아이예요. 내 친구 딸이기도 하고요.”윤미라는 손은경의 신분을 밝힌 후 말을 이었다.“은경이랑 우리 동명이를 엮어주려고 하는데 예진 씨가 볼 땐 어때요? 두 사람 어울려요?”하예진은 여전히 태연하게 대답했다.“신분과 지위로 볼 때 이분은 대표님과 아주 잘 어울려요. 집안 조건도 상당하니 강자들의 조합이죠. 외모라면... 대표님이 비록 전에 얼굴을 다쳐서 칼자국이 났지만 일단 흉터를 없애기만 하면 이 여성분과 아주 잘 어울릴 것 같아요. 대표님도 이 여성분을 매우 좋아할 것 같은데요?”노동명은 홀로 기업을 일군 사람이라 분명 독립적인 여성을 좋아할 것이다. 윤미라가 말한 이 부잣집 따님은 노동명의 요구에 완전히 부합된다.하예진은 바로 알아챘다. 사모님께서 지금 이 부잣집 따님과 노 대표님을 엮어주려고 한다는 것을, 꽤 흥미진진한 일인 듯싶다.윤미라는 그녀가 대답할 때 전혀 눈길을 피하거나 부자연스러운 표정이 아닌 아주 태연하고 담담한 기색을 보아냈다. 아무래도 본인만의 솔직한 생각인 것 같았다.하예진은 노동명에게 이성적인 감정이 전혀 없다!윤미라는 하예진을 얕잡아보고 그녀가 며느리가 되는 것도 바라지 않는다. 설사 다이어트에 성공해 결혼 전 미모를 되찾는다고 해도, 창업 단계에 장사가 불티나게 잘 되고 조금만 더 견지하면 성공적으로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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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8화

말을 마친 윤미라는 또다시 하예진에게 물었다.“예진 씨는 평소에 동명이 만날 수 있죠? 걔가 예진 씨 제부랑 절친이니 자주 만날 수 있겠죠. 기회 되면 나 대신 동명이 좀 설득해 줘요. 그래 줄 수 있나요?”하예진이 웃으며 대답했다.“사모님, 저야 당연히 사모님 돕고 싶죠. 대표님은 참 좋은 분이세요. 평소에 자주 만나기도 하고요. 다만 대표님이 제 말을 들어줄지 모르겠네요. 대표님은 매일 아침 우리 가게로 와서 아침을 챙겨 드세요. 제 아들 우빈이랑도 제법 친하고요. 나중에 또 아침 드시러 오면 제가 한 번 사모님 대신 대표님 설득해 볼게요. 무조건 설득할 수 있다는 보장은 못 해요. 저랑 대표님은 단지 건물주와 세입자의 관계니까요. 사모님은 대표님 어머님인데도 설득이 어려우시니 제게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말아주세요.”윤미라는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일리 있는 말이에요. 내일도 동명이가 아침 먹으러 이리로 오면 수다 떨 듯이 은경이를 얼핏 언급해 봐요. 걔가 무슨 반응인지 보게. 나 내일 저녁에 은경이 데리고 관성 호텔에서 열리는 공씨 일가 연회에 참석할 예정인데 동명이도 함께 가줬으면 하거든요.”노동명도 실은 공씨 일가의 연회에 참석하지만 여자 파트너 없이, 엄마의 동반도 없이 홀로 참석한다.그는 이미 노씨 일가와 분리되어 홀로 그룹을 운영하고 있으니까.외부인들도 그와 노씨 일가를 갈라놓고 본다.하예진은 윤미라가 아들 혼사를 걱정하는 게 나름 이해됐다. 윤미라는 하예정의 시댁 식구들과 사이가 좋고 또한 이경혜와도 친분이 있으니 노동명에게 한 번쯤 여쭤보라는 것은 그리 힘든 부탁이 아니다.하지만 노동명이 윤미라와 함께 연회에 참석하라는 부탁은 선뜻 들어주지 못했다. 그녀는 노동명에게 어머님과 함께 연회에 참석하라고 말할 능력이 없으니까.그건 오롯이 두 모자지간의 일이다.이때 야간 일을 마친 공인들이 아침 먹으러 가게로 들어왔다. 윤미라도 손은경의 사진을 가방에 다시 넣고 자리를 떴다.“예진 씨, 장사 바쁘네요. 저도 이만 나가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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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9화

손은경은 운전하면서 말했다.“말했잖아요. 예진 씨네 두 자매는 다 괜찮은 분들이에요. 예진 씨는 이제 막 이혼한지라 당분간 재혼 생각이 없을 거예요. 창업으로 돈 버는 게 급선무이지 결혼은 아예 신경도 안 쓸걸요.”한 번 실패한 결혼생활을 겪은 사람은 또다시 사랑이 다가올 때 전보다 더 조심스러워질 따름이다.하예진은 지금 창업 단계라 재혼은 아예 생각지도 않는다.윤미라가 말했다.“걔가 동명이한테 조금이라도 사심을 품었다면 당장 가게 문 닫고 꺼지라고 할 참이었는데, 거기서 토스트 가게 못 하게 조치하려고 했는데 그런 거 전혀 없는 거야. 근데 난 또 왜 이렇게 걔랑 동명이가 앞으로 꼭 무슨 일 생길 것만 같지? 경계해서 나쁠 건 없다지만 무례하게 굴 수도 없잖니. 예진이도 이젠 더 이상 아무런 뒷받침 없는 고아가 아니야. 동생 예정이가 전씨 그룹 사모님이고 그 집안사람들은 팔이 안으로 굽기로 소문났어. 장소민은 예정이를 싫어하면서도 엄청 챙겨. 아무도 괴롭히지 못하게 말이야. 전씨 일가랑 우리랑 나름 사이가 좋아서 그 집 체면을 봐서라도 예진이를 내쫓을 순 없어. 걔네 이모 이경혜도 호락호락한 자가 아니라서 감히 건드리지 못해.”윤미라는 원래 하예진을 아들 상가에서 장사하지 못하게 내쫓을 생각이었다. 그녀가 노동명한테서 멀어지면 두 사람은 만날 일도 적고 윤미라가 걱정하는 일도 일어나지 않을 테니까.다만 하예정은 노동명에게 전혀 이성적인 감정이 없다. 그럼에도 가게를 못 하게 가로막는다면 윤미라만 막무가내인 셈이 된다. 그와 동시와 전씨 일가와 성씨 일가 모두 미움을 사게 될 터이니 무의미한 노릇이다.만약 노동명과 하예진 사이에 무언가가 일어났을 때 손을 쓴다면 또 너무 늦어질 텐데.노동명의 성격은 엄마인 윤미라가 제일 잘 안다.사랑하지 않으면 거들떠보지도 않지만 일단 사랑에 빠지면 평생 간다.손은경이 잠시 침묵하다가 대답했다.“아줌마, 예진 씨 내쫓지 마세요. 이혼하고 창업해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잖아요. 이제 막 장사가 잘되고 돈을 바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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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0화

“그래, 가.”심효진의 시선은 여전히 책에 꽂혀 있었다. 하예정은 그녀가 흥미진진하게 책을 읽는 모습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효진아, 우리 가게에 몇 안 되는 소설들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봤는데도 그렇게 재미있어? 너 이참에 소설 써봐. 수년간 책 읽은 경험으로 분명 멋진 소설을 써낼 수 있을 거야. 출판해서 대박 터트리면 우리 서점 메인 코트에 보란 듯이 내놓을게. 우리 가게 간판 소설이지!“심효진이 웃으며 말했다.“난 보는 것만 좋지 쓰는 건 싫어. 나처럼 게으른 사람은 음식 앞에서만 몸이 움직이지 책을 쓸 리가 있겠어? 너 소설 쓰는 게 쉬운 일인 줄 알아? 줄거리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다 빠질 지경이야.”하예정은 차 키와 아직 안 바꾼 지갑까지 챙기고 조카의 손을 잡고는 채소 사러 갈 채비를 했다.친구의 말을 들은 그녀는 넌지시 한마디 건넸다.“너랑 정남 씨 러브스토리를 쓰면 무조건 베스트셀러가 되겠는데.”“나랑 정남 씨 이야기는 너무 무미건조해. 어떠한 우여곡절도 없고 라이벌조차 없어서 딱히 쓸 내용이 없다. 너랑 태윤 씨 스토리가 참 괜찮은데 내가 쓸 줄 모르네. 이참에 네가 자서전 낼래?”하예정도 피식 웃었다.“나도 그런 흥취가 없고 지금은 그럴 시간도 없어. 내일 밤엔 또 우리 그이랑 함께 연회에 참석해야 해. 너도 갈 거지?”“물론이지. 정남 씨가 진작 말했어. 아 참, 나랑 정남 씨 약혼식도 곧 다가오는데 너 태윤 씨랑 꼭 함께 와. 우리 결혼식은 5월 1일 전으로 정할 거야. 정남 씨는 뭐가 급하다고 부모님께 결혼 날짜를 5월 이전으로 받아오라고 하셨대.”“그거야 당연히 널 너무 사랑해서 빨리 집에 데려오고 싶어서겠지. 옆에 두면 매일 실컷 예뻐해 줄 수 있잖아.”심효진은 가볍게 웃었다. 소정남이 그녀에게 잘해주는 건 사실이니까.두 사람의 감정은 거창하고 우여곡절이 있는 건 아니지만 늘 안정적이고 담담하게 행복한 나날을 보내왔다.인생은 가늘고 길게 가야 하는 법이니까.“우리 채소 사러 가. 금방 다녀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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