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형인이 문을 사이에 두고 버럭 고함을 질렀다.“누나 제발 입 닥치고 집에 가 좀! 앞으로 별일 없으면 여길 찾아오지도 마! 누나가 이 집구석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었어!”하예진이 남편의 가정폭력에 반항할 땐 더 심했다. 아예 식칼을 들고 주형인 잡으러 골목을 몇 바퀴씩 쫓아다녔는데 누나는 정작 다 잊은 걸까?동생에게 비참하게 욕먹은 주서인도 울화가 치밀었다.“그래, 내가 엉망진창으로 만들었어. 난 저년이 제일 눈꼴사나워. 내가 친정에 오겠다는데 저년이랑 대체 무슨 상관이야? 엄마, 아빠가 여기 있으니 나도 언제든 올 수 있어. 내가 쟤한테 빌붙어 살았니? 본때 있으면 쟤가 직접 돈 벌어서 집 사라고 해. 그럼 나도 저년 집에 한 발짝도 발 들이지 않을 테니까!”주서인은 서현주의 인생을 망치기로 작정한 듯싶다!서현주는 바닥에 주저앉아 대성통곡했다.전에 하예진에게 외도 현장을 들켜서 한바탕 두들겨 맞은 이후로 단 한 번도 이렇게 초라해진 적이 없다.그녀는 몸과 마음이 지칠 대로 지치고 서러움이 북받쳤다.주형인은 그녀가 구슬프게 우는 모습에 살짝 안쓰러우면서도 또 은근 짜증이 났다.마냥 살갑고 다정하며 사람 마음을 잘 헤아릴 거라 믿었고, 거기에 젊고 예쁘기까지 하니 그녀와 결혼하면 엄청 행복할 줄로만 알았는데 정작 이 집에 들여놓은 이후로 바람 잘 날이 없었다.인제 보니 서현주는 썩 예쁘지도 않고 살갑지도 않으며 사람 마음을 잘 헤아리긴커녕 사사건건 따지고 들고 소심하기 짝이 없어 그의 가족들과 잘 지내는 법이라곤 모른다.외조카한테마저 불친절할 따름이다.더욱이 그녀는 밥할 줄도 모르고 집안일도 안 해서 부지런한 하예진과는 비할 바가 못 된다.한참 후 주형인은 결국 허리 숙여 아내를 부축해서 침대 머리맡에 앉혔다. 그녀의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해 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타일렀다.“여보, 울지 마. 우리 신혼집도 금방 장식 마치잖아. 장식 끝나면 결혼식 치르고 얼른 거기 들어가서 살자. 엄마, 아빠는 고향 내려가서 지내시라고 내가 말할게.”“
최신 업데이트 : 2024-10-29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