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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내 남편은 억만장자: Chapter 1241 - Chapter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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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1화

여운초는 하예정이 하는 말을 차분하게 들었다. 그녀는 기억력이 좋아 하예정이 한번 말하면 바로 기억한다.“운초 씨, 방금 말한 노선 기억할 수 있겠어요?”하예정이 관심 조로 묻자 여운초가 온화하게 대답했다.“고마워요, 예정 씨. 다 기억했어요.”“그럼 나 먼저 가요?”하예정은 맨 위층에 올라가 전태윤을 만나야 해서 여운초와 다른 엘리베이터를 타야 한다.“네, 이만 가보세요. 제가 천천히 찾아갈게요. 이진 씨가 딴 사람 도움 받지 말고 무조건 혼자 사무실까지 오라고 했어요.”‘도련님 진짜! 운초 씨 너무 모질게 구는 거 아니야?!’물론 여운초도 똑같은 생각이겠지.대체 전이진에게 무슨 죄를 지었길래 이런 벌을 받는 것인지...전이진은 또 하필 그녀를 모질게 굴면서도 영악하게 미끼를 내던졌다.여운초의 꽃가게 장사가 요즘 줄곧 별로였다. 그날 누군가가 찾아와서 가게의 모든 장미꽃을 싹쓸이해 간 것 외엔 평상시 꽃을 사는 사람이 많지 않다.전이진이 공씨 일가의 연회 장소 배치를 여운초의 가게에 맡기겠다고 하니 그녀는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수 없다.관성 호텔은 규모가 큰 호텔이고 공씨 일가가 그곳에서 연회를 열면 관성 상업계 거물들이 다 참석할 터라 현장에 쓰일 화초가 꽤 많이 필요할 것이다.여운초가 이 주문을 성사하면 이번 달 매출도 달성하고 집세와 두 직원의 월급도 지급할 수 있으며 본인한테도 용돈이 남게 된다.바로 이 때문에 전이진이 아무리 까다로운 요구를 제기해도 앞이 안 보이는 여운초는 위험을 마다하지 않은 채 바로 대답했다.아침에 외출할 때마다 전이진과 자주 마주치는데 그는 항상 갖은 방법으로 그녀를 차에 태우고 가게까지 실어다 준다.여운초는 그런 그가 나쁜 사람인 것만은 같지 않았다. 하지만 꽃 배달 요구를 들었을 땐 대체 왜 이러는지, 일부러 그녀를 모질게 굴 작정인지 아니면 또 다른 이유라도 있는 건지 회의심이 들었다.“그럼 나 먼저 가요. 조심히 와요, 운초 씨. 노선이 생각나지 않으면 멈춰서서 주변 사람들한테 여쭤봐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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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2화

부대표님이 대체 왜 시각장애인한테 꽃 배달을 시킨 거지?안내 데스크 직원은 속으로 불만을 토로했지만, 겉으론 여전히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여운초에게 물었다.“여운초 씨, 도움 필요하시면 말씀해 주세요.”“고마워요, 저 괜찮아요.”여운초는 엘리베이터 입구까지 몇 미터 떨어졌는지 알고 있어 안내 데스크 직원을 번거롭게 하고 싶지 않았다.“네, 그럼 도움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저희 불러주세요.”직원이 미소 지으며 여운초의 손에 쥔 꽃다발과 시각장애인 지팡이를 훑어보고는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고 여운초가 멀어져간 후에야 데스크로 돌아갔다.“부대표님 대체 왜 시각장애인한테 꽃 배달을 시킨 걸까요?”그녀가 동료에게 물었다.“설마 여운초 씨한테 호감 있나? 우리 입사한 지도 2년이 다 돼가는데 단 한 번도 부대표님이 여자한테 관심 가지는 걸 못 봤잖아요. 젊은 여자가 부대표님 찾으러 회사 온 적도 없고요.”동료가 웃으며 답했다.“에이 설마요. 부대표님이 여운초 씨가 시각장애인인 걸 몰라서 그랬을 수도 있죠.”전이진은 전씨 가문 둘째 도련님으로서 신분이 고귀한데 어떻게 시각장애인에게 호감을 가질 수 있을까?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부대표님의 일이지 그녀들관 상관없다.여운초가 엘리베이터에 들어갔는데 안에 아무도 없었다.그녀는 숫자 버튼을 더듬으며 한참 손의 촉감을 느낀 후에야 이 엘리베이터가 66층으로 직행할 수 없다는 걸 알아채고 맨 끝자리 숫자를 눌렀다.엘리베이터가 도착한 후 그녀는 재빨리 안에서 내려왔다.입구에 마침 엘리베이터를 타려는 사람들이 있어 그분들께 66층으로 직행하려면 어느 엘리베이터를 타야 하는지 물었다.여운초의 질문을 받은 사람은 그녀가 말할 때 얼굴을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돌린 걸 보더니 손에 쥔 지팡이도 쭉 훑어보곤 바로 시각장애인이란 걸 알아챘다. 그 사람은 손을 들어 여운초의 눈앞에서 흔들어 보였지만 당연히 아무런 반응도 없었고 그제야 시각장애인이란 걸 확신하며 상세하게 설명해 주었다.“따라오세요, 제가 알려드릴게요.”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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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3화

전이진의 비서가 여운초의 손에 든 꽃다발을 보더니 자상하게 말했다.“잠시만요. 부대표님께 전화로 확인하고 올게요.”비서는 아무 소식도 못 받아 전이진의 동의를 구해야만 여운초를 안으로 들일 수 있다.“네.”여운초는 얌전히 서서 비서가 내선전화로 전이진에게 물을 때까지 기다렸다.곧이어 비서가 그녀 앞으로 다가와 친절하게 말했다.“저 따라오세요.”“고마워요.”여운초는 공손하게 대답하고 비서를 따라 걸어갔다.부대표이사 사무실 문 앞에 도착한 후 비서가 그녀 대신 문을 두드리고 안에 들어가 대표님께 여운초 씨가 왔다고 먼저 알렸다.“들어오라고 해.”전이진은 업무가 한창이라 머리도 들지 않고 중저음의 목소리로 대답했다.비서는 여운초를 사무실 안으로 모신 후 자리를 떠났다.여운초는 비서와 전이진의 대화를 귀 기울여 들으며 전이진의 위치를 파악했다.사무실에 들어선 그녀는 바로 그 방향을 따라 걸어갔다.장애물은 피하면서 아주 천천히 다만 아주 정확하게 전이진의 책상 앞으로 다가갔다.책상 앞까지 다다른 걸 확인한 그녀는 지팡이로 더듬거리다가 전이진의 발을 건드렸고 이내 지팡이를 거두어들였다.지팡이에 발이 찔린 전이진은 그제야 고개 들어 그녀를 쳐다봤다.“왜 이렇게 오래 걸려요? 나 곧 있으면 퇴근인데.”전이진은 다짜고짜 그녀에게 왜 늦게 왔냐고 불만을 드러냈다.여운초는 주위를 더듬거리며 지팡이를 그의 책상 옆에 내려놓고 미안한 표정으로 꽃다발을 건넸다.“이진 씨, 제가 앞이 안 보여서 천천히 걸어오다 보니 시간이 늦어졌어요. 이건 이진 씨가 전화로 주문한 꽃이에요.”“어떻게 여기까지 찾아왔는지 한번 말해봐요.”전이진이 꽃다발을 건네받고 책상 위에 아무렇게나 내려놓았다. 그는 꽃다발에 관심이 없다. 단지 이걸 빌미로 여운초를 회사에 데려오고 싶었을 뿐이다.“가게 직원이 스쿠터로 저를 전씨 그룹 문 앞까지 바래다주었고 그다음은 스스로 걸어들어왔어요.”“옆에서 길을 안내해 주는 사람은 없었고요?”“네. 회사 로비에서부터 이진 씨 사무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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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4화

“아니요. 우리가 통근 몇 번 봤다고 불편하게 할 리가 있겠나요?”설사 불편하게 했다 해도 전이진은 다 보듬어줄 것이다. 그가 평생 배려하며 살아가야 할 여자니까 절대 그녀에게 사사건건 맞설 일은 없다.“근데 왜 꼭 나한테 꽃 배달을 시키고 딴 사람들 도움도 못 받게 하는 거죠?”전이진이 말했다.“운초 씨는 앞으로 자주 와야 하니까 나 찾아오는 노선을 기억해야 빨리 익숙해져서 쉽게 올 수 있죠.”“...”‘내가 왜 그쪽을 찾아와야 하지? 그것도 자주 와야 한다고?!’“우리 회사 화분들이 꽤 많이 시들었어요. 컴퓨터가 너무 많아 방사선이 많다 보니 식물들도 빨리 죽는 것 같아요. 직원들 새 화분으로 바꿔줄 생각인데...”전이진은 일부러 말끝을 흐리며 여운초를 쳐다봤다.‘이건 엄청난 오더야!’“좋아요. 다음엔 제가 직접 버스 타고 전씨 그룹으로 찾아올게요. 회사 문 앞까지 도착하면 한번 와봤던 곳이라 노선을 기억해요. 다음엔 더 빨리 찾아올 수 있으니 이진 씨 오래 기다리게 하지 않아요. 이진 씨 회사에서 화분을 새로 바꿀 생각이면 저희 꽃필무렵에 한 번 와보시는 걸 추천해 드려요. 저희 가게에 사무실에 놓을 화분 종류가 다양하거든요.”전이진이 웃으며 대답했다.“그래요, 그럼 내일 사무실에 놓기 좋은 식물들을 전부 이리로 가져오세요. 얼마든지 가져오는 대로 다 사들일 테니 큰 식물도 좋아요. 로비 앞에 작은 공원이 있어서 거기 놔두면 되니까요.”여운초가 대답했다.“네. 이진 씨...”“우리 편하게 말 놓죠. 운초 씨랑 존댓말 하려니까 살짝 불편하네요.”여운초는 멍하니 넋 놓고 있다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그래...”그녀는 소심하게 먼저 말을 놨다.전이진은 두 사람이 아직 알고 지낸 지 얼마 되지 않아 너무 확 다가가진 않고 일단 일정한 거리를 둬야겠다고 다짐했다.“저기 공씨 일가의 연회는 어떻게 됐어?”전이진이 대답했다.“네가 요구대로 꽃 배달을 왔으니까 당연히 약속 지켜야지. 이따가 호텔 매니저한테 연락해서 너희 가게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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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5화

“전이진...”여운초가 의아한 듯이 그를 불렀다.“난 꽃도 안 좋아하고 여자친구도 없어. 너한테 꽃 배달을 시킨 건 나 찾아오는 노선을 기억해서 다음에 더 편하게 오라고 그런 거야.”전이진이 웃으며 해명했다.“근데 너 어리바리한 모습이 꽤 귀엽다? 나 즐겁게 해줬으니까 밥은 내가 살게. 가자 얼른.”여운초가 속으로 구시렁댔다.‘누가 어리바리하다는 거야?’그가 자꾸 예상 밖으로 나오니 여운초도 어리둥절할 따름이었다.그녀는 겉으론 담담한 척 전이진을 따라 나왔지만 걸어가면서 그의 초대를 완곡하게 거절했다.“어차피 너 돌아가서도 배달 음식 시켜 먹을 거잖아. 그런 거 많이 먹으면 안 좋아. 그냥 내가 밥 살게. 아니면 네가 사도 돼. 내가 너희 가게로 오더 두 개나 내렸는데 당연히 밥은 네가 사야지.”여운초는 말문이 막혀 한참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나 지금 몇만 원밖에 없어. 너 밥 사줄 돈이 안 될 것 같아.”전씨 일가의 둘째 도련님인데 평상시에 관성 호텔 같은 곳에서 밥을 먹겠지, 게다가 거긴 전이진네 집에서 운영하는 호텔이라 제집에서 밥 먹는 거나 다름없다.사실 여운초도 실명하기 전에 관성 호텔에 가서 밥을 먹은 적이 있기에 그곳의 가격대를 잘 알고 있다. 단돈 몇만 원으론 전이진에게 밥을 사기에 어림도 없다.“괜찮아. 내가 돈 빌려줄 테니까 그 돈으로 밥 사줘.”“...”전이진은 고개 돌려 한심해하는 그녀의 표정을 보며 미소 지었다.“선택해, 내가 밥 사줄까 아니면 네가 살래?”아무튼 그는 반드시 그녀와 함께 밥을 먹을 생각이다.빨리 친해지면 앞으로도 즐겁게 보낼 테니까.그리고 그녀가 무슨 음식을 좋아하는지도 알아갈 수 있다.“사실 우리 둘이 먹기엔 음식을 너무 많이 주문할 필욘 없어. 국 한 그릇에 음식 네 개면 돼. 관성 호텔이라고 모든 음식이 다 비싼 건 아니야. 가격이 적당한 요리들도 꽤 많아.”여운초는 그의 말을 듣더니 이를 악물고 대답했다.“내가 살게. 네가 우리 가게 장사를 도와줬잖아. 덕분에 주문 건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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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6화

“형.”전이진은 전태윤을 한 번 더 불렀다.전태윤은 여운초와 그녀의 품 안에 있는 꽃다발을 훑더니 시선을 다시 동생에게 옮겨서 덤덤하게 응답하고는 하예정의 허리를 안고 한마디 뱉었다.“나는 네 형수랑 먼저 갈게.”동생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그는 하예정을 안고 자리를 떴다. 하예정은 걸어가면서 고개를 돌려 보았다.전태윤은 손으로 그녀를 바로 세우면서 낮게 말했다.“내가 이진이보다 잘생겼어.”“나 이진 씨 보는 게 아니라 운초 씨를 보고 있었어요. 근데 당신 이 말투 꼭 질투하는 것 같네요.”“여보가 다른 남자를 보고 있는데 아무리 그게 내 동생이라도 질투가 나지.”“앞으로 우리한테 아들이 있으면, 내가 아들한테 잘해줘도 질투하는 거 아니에요?”“우리 딸 낳으면 나 질투 안 할 거야.”하예정이 웃었다.“나도 딸 낳고 싶어요. 당신네 집은 아들만 낳는다는 전설을 깨고 싶은데 그럴 운명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나도 그냥 아들 낳을 준비를 해야겠어요. 당신은 정말, 아들까지 질투한다면 평생을 질투할 각오를 하는 게 좋겠어요.”전태윤은 얼굴이 굳어 있었는데 뭔가 불만인 모양이었다. 두 사람이 앞으로 아이가 있고 그 아이가 아들이라면 아내의 관심을 가져가겠는데 하예정이 아이한테 하는 게 자기한테 하는 것보다 더 잘할지도 모른다.전태윤은 생각한다.‘아니면 일단 피임조치를 할까?’계속 둘만의 생활을 즐기고 싶다.“소정남한테 용한 풍수 선생이 없는지 알아봐달라고 했어. 가만히 불러서 우리 집의 풍수를 봐달라고 하려고. 풍수에 문제가 있어서 우리 전씨 가문이 계속 아들만 낳는 게 아닌가 싶어.”전태윤도 딸을 가지고 싶었다. 이건 그 혼자만의 소원이 아니라 전씨 가문 여러 세대의 소원이었다.“그래서 찾았어요?”“아직 못 찾았대. 정말 용한 선생이라면 행적을 찾았더라도 모시기 어렵지. 하지만 돈을 많이 쓰더라도 꼭 모셔서 우리 집을 개조해야겠어. 우리 세대부터 딸을 낳을 수 있을지 없을지 보려고.”하예정이 말했다.“내가 듣기로는 이것도 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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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7화

자신의 가문이 A 시에 있는 예 씨 가문보다 남자가 더 많다는 것을 생각한 전태윤은 혼자서 맹세했다. 꼭 아주 용한 풍수 선생을 찾아서 가문의 풍수를 좀 봐달라고 해야겠다고 말이다. 혹시 풍수에 문제가 생겨서 딸을 낳지 못하는 건 아닌지 봐야겠다.“자기, 당신이 보기에 이진 씨와 운초 씨는 지금 어떤 것 같아요? 내가 보기에는 이진 씨가 괜한 고집을 부리고 있는 것 같은데.”하예정은 화제를 돌렸다. 자신의 남편이 계속 딸을 낳을 생각만 해서 그녀한테 부담이 되는 걸 막기 위해서이다.“어울리는 것 같아. 여운초 씨가 시력을 회복하면 더 어울리지. 이진이가 왜 괜한 고집을 부렸어?”전태윤은 아직 동생이 무슨 일을 했는지 몰랐다. 하예정이 말해줬다.“이진 씨가 꽃집에 전화해서 운초 씨를 콕 집어서 자신한테 꽃다발을 가져와 달라고 했대요. 다른 사람이 운초 씨를 데리고 가게도 하지 못하고 운초 씨 혼자 오라고 요구했대요. 운초 씨가 안 보이는 것에 대해 배려가 없었어요.”“이게 괜한 고집을 부리는 게 아니고 뭐에요? 내가 보기에는 이후에 매일 멍청한 짓을 할 거예요.멍청한 짓을 할 일이라, 전태윤은 자신의 이불도 성치 못할 것 같았다. 멍청한 짓 같은 건 자신이 제일 많이 했다.“걔가 괜한 고집을 부려도 걔 일이지 뭐. 나처럼 이렇게 살아있는 교과서가 있는데도 교훈을 얻을 줄 모르니 앞으로는 우리한테 도움을 청하지 말라고 해야 해.”하예정은 고개를 돌려 그를 보면서 킥킥 웃었다. 전태윤은 그녀가 왜 웃는지 몰라서 쑥스러운 마음에 괜히 하예정을 품 안에 눌러놓고 머리를 고정하고 웃지 못하게 입을 막았다.전이진은 형과 형수가 그의 일에 관해 얘기할 것이라고 짐작했지만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형이 금방 형수랑 혼인신고를 했을 때 그도 다른 동생들 앞에서 형과 형수의 일에 대해 많이 얘기했었다. 다들 제일 많이 얘기했던 화제는 형이 형수한테 굴복당하느냐 하는 문제였다.전이진이 제일 아쉬워하는 것은 형제들끼리 그때 내기를 하지 않았던 일이다. 만약 내기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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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8화

전이진은 작은 룸을 예약했다. 두 사람은 테이블에 마주 앉았고 전이진이 고개를 돌려 직원을 보았다. 직원은 알아차리고 얼른 메뉴판을 건네주었다.직원은 마음속으로 둘째 도련님은 매일 와서 식사하는데 메뉴판이 왜 필요한지 의아했다. 전이진은 직원이 속으로 어떻게 생각할지 신경 쓰지 않고 메뉴판을 열어서 메뉴와 가격을 여운초에게 읽어주면서 천천히 선택하라고 했다.“네가 먹고 싶은 메뉴로 주문하면 돼.”여운초는 음식을 대접하는 처지에서 전이진한테 메뉴를 주문하라고 했다.“몇만 원밖에 안 갖고 왔는데 내가 주문한 메뉴가 너무 비쌀까 봐.”여운초는 잠시 침묵하더니 말했다.“너 나한테 돈 빌려줄 수 있다고 했었지?”전이진이 웃었다.“나는 그렇게 얘기를 했지. 근데 내가 볼 때 너 나한테 빚 지고 싶지 않은 것 같아. 우리 그냥 비싸지 않은 요리를 주문하자. 양배추 볶음, 닭볶음탕, 고등어구이, 새우구이와 갈비탕.”여운초는 전이진이 주문한 음식들이 다 평소에 흔히 먹는 음식인 것을 듣고 너무 비쌀 것 같지 않아서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직원은 두 사람이 주문한 메뉴를 다 받아적은 후 공손하게 말했다.“도련님,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전이진은 부드럽게 말했다.“급하지 않아. 저녁에 회식 자리가 없어서 음식이 좀 늦게 나와도 상관없어.”여운초는 속으로 말했다.‘네가 안 급해도 난 좀 급한데.’하지만 자신이 식사를 접대하는 자리이기에 이런 얘기를 하기가 어려웠다.직원이 나가고 전이진이 물었다.“요즘 너희 가게 장사는 잘 돼가?”“그럭저럭.”“사업을 하려면 경쟁이 심해. 너희 가게의 물건은 어디서 들여오는 거야?”여운초가 되물었다.“그건 왜 물어? 꽃집 개업하고 싶어?”“너한테 더 저렴한 공급업체를 찾아주어서 이윤을 더 높여주려고.”“고마워. 지금 공급을 받는 공급업체는 이미 몇 년간 합작하던 사이라 내게 항상 제일 헐값으로 줘.”공급업체는 그녀가 시각 장애인이라는 것을 알고 제일 저렴한 가격으로 주었다. 몇 년 동안 좋은 합작 관계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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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9화

전이진은 말이 없었다. 대답을 듣지 못한 여운초도 같이 침묵했다.여운초는 전이진이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직원이 음식을 가져왔다.“먹어 얼른.”전이진이 드디어 입을 열었지만, 여운초의 물음에 대답하는 것이 아니었다.여운초는 보이지 않았기에 전이진이 국을 한 그릇 떠서 그녀의 앞에 놓으며 말했다.“먼저 국부터 마셔. 국을 다 마시면 밥을 떠줄게.”“고마워.”“괜찮아.”전이진은 자신에게도 국을 한 그릇 뜨고 한 술 마신 뒤 음식을 집어 먹었다. 가끔 공용 젓가락으로 여운초에게 음식을 집어주기도 했다.여운초는 평소에 즉석식을 시켜 먹었는데 밥과 음식이 같이 나와서 천천히 먹으면 됐다. 지금 전이진과 식사를 하면서 여운초는 음식이 어디 있는지 몰라서 젓가락을 뻗어서 음식을 집으려 해도 무슨 음식을 집었는지 감이 안 잡혔다.하여 어쩔 수 없이 수동적으로 전이진의 보살핌을 받아야 했다. 만약 피할 수 있다면 여운초는 평생 전이진과 함께 밥을 먹고 싶지 않았다.“새우 좋아해?”전이진은 국을 다 마시고 그릇을 놓고 여운초에게 물었다. 여운초가 대답하기도 전에 전이진은 일회용 장갑을 끼고는 새우를 몇 개 집어서 껍질을 까서는 새우살을 소스에 찍어 여운초의 앞접시에 놓았다.“새우껍질 다 까서 소스 찍어뒀어. 바로 먹으면 돼.”할머니가 만약 현장에서 전이진이 하는 행동을 보았다면 다정하다고 칭찬했을 것이다. 전태윤 그때보다 훨씬 나았다.전태윤은 그때 할머니가 눈치를 줘서도 도도하게 굴면서 하예정에게 다정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우빈을 핑계로 댔다. 그때 할머니는 정말 전태윤한테 꿀밤을 한 대 먹이고 싶었다.“고마워.”여운초는 감사의 뜻을 표했다.전에 그녀가 새우를 먹을 때에는 껍질도 같이 먹었고 소스도 불편해서 묻히지 않았다. 하지만 집에서는 거의 해산물을 먹지 못했다. 그들이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들이 주는 음식은 백반에 청경채 몇 가닥이 전부였다. 새 아버지가 계실 때는 고기를 몇 조각 줬었다.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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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0화

전이진은 여운초를 데리고 호텔을 나와서도 다정하게 꽃집까지 데려다주겠다고 했다.“고맙지만 괜찮아. 우리 꽃집까지 가는 버스에 태워주면 돼.”전이진은 여운초가 앞으로도 자주 외출할 것을 생각하면 혼자서 버스를 타는 것도 익숙해져야 하니까 이렇게 말했다.“좋아. 그럼 밖에 있는 정거장에 가서 버스를 기다리자.”“고마워.”여운초는 다시 감사를 표했다.이 사람이랑 함께하면서 제일 많이 하는 말은 아마도 고맙다는 말일 것이다.두 사람이 정거장에 도착했을 때 6번 버스가 한 대 도착했고 전이진은 여운초를 도와서 버스에 앉혔다. 여운초가 버스에 오른 것을 보고 그는 뒤돌아서 호텔로 갔다. 호텔 문 앞의 작은 주차장에서 그는 또 금실이 좋은 형네 부부와 마주쳤다.“이진 씨, 운초 씨는요?”하예정은 시숙만 있고 여운초가 없는 것을 보고 본능적으로 물어봤다. 하예정은 전이진과 여운초가 함께 식사한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꽃가게로 갔어요.”전이진은 멈춰서서 형네 부부와 얘기를 하면서 형에게 물었다.“형수님 바래다주려고?”“응.”전태윤은 덤덤하게 응답했다. 하예정은 전이진에게 물었다.“운초 씨는 보이지 않아서 외출이 불편한데 이진 씨는 왜 꽃집에 바래다주지 않고 혼자 버스를 타게 했어요?”“제가 버스까지 태워줬어요. 바래다주지 말래요.”...‘여운초가 데려다주지 말라고 정말 안 데려다줬단 말인가? 여운초가 버스를 타고 돌아가다가 무슨 일이라도 생기지는 않을지 걱정되지도 않는가?’전이진은 형네 부부의 마음을 읽은 듯 말했다.“운초는 보이지 않지만 지금 익숙한 환경에서는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어요. 꽃필무렵에서 우리 회사까지의 길은 습관이 돼서 마음대로 다닐 수 있어요. 앞으로 내가 보고 싶으면 아무 때나 회사로 와서 나를 찾을 수 있죠.”“...”전태윤은 어이없는 웃음을 지으며 동생을 핀잔했다.“네가 보고 싶어도 운초 씨가 널 보고 싶어 하는 일은 없을걸.”여운초는 지금 전이진이 자기를 접근하는 이유가 감정을 쌓으려고 한다는 것을 아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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