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지연은 이미 죽었고 하시호는 응급수술 중이다. 그가 수술 밖을 지키고 있는 것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이다. 만약 하시호가 죽으면 진상을 알 길이 없었다.그때 수술 중 표시등이 켜졌다.의사가 수술실에서 걸어 나왔다. 수야가 급이 다가가 물었다.“어떻게 됐어요?”마스크를 벗은 의사 선생의 표정은 어두웠다.“최선을 했지만 죄송하게 되었습니다.”수야가 의사를 붙잡으며 되물었다.“그게 무슨 뜻이에요? 죽었단 말인가요?”그는 다소 격분한 듯했다. 하지만 의사는 늘 그랬듯이 냉정함을 유지하며 침착하게 설명했다.“너무 심하게 다쳐서 장기들이 외부 압력에 파열되어 출혈이 심했고 쇼크 상태로 병원에 이송되어서 최선을 다해 구하려 했지만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습니다.”충격에 수야가 비틀거리자, 부하들이 그를 부축했다.남우는 미간을 찌푸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병원에서 사망을 선고한 후 남우와 반재언은 밖으로 나왔다.차 앞에 멈춰 선 그녀가 심호흡했다.“하시호마저 죽었으니, 증거도 없네요.”부두를 지키며 그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렸던 그들이 도중에 변수가 생길 줄 어떻게 알았겠는가.하시호가 죽었으니, 데이비 렌지를 위협하려던 강력한 무기도 사라졌다.그녀에게 이런 좌절감은 처음이었다.반재언이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우선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을 확보해서 사고 원인을 명확히 밝혀야 해요.”남우도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으로선 이것이 최선이다.남우와 반재언이 경찰서를 찾았고 마침 담당 경찰이 남강훈과 관계가 좋았던지라 블랙박스 영상을 보여주었다.남우와 반재언은 사고가 일어나기 직전의 영상을 돌려보았다. 치지연이 운전석에 덮치면서 블랙박스에 이상이 생겼다. 남우가 볼륨을 키우자, 그들의 대화가 선명하게 흘러나왔다.하시호, “아버지처럼 차 사고로 죽고 싶다면 마음대로 해봐요.”치지연, “감히 아버지 얘기를 해? 너 때문에 아버지가 그렇게 된 걸 내가 모를 줄 알아?”하시호, “그렇다면 또 어쩔 건데요? 모두 당신을 위해서 그런 거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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