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유이는 커피를 들이켜며 대답했다.“돈이 부족한 것도 아니어서 일일이 따지지 않을 거예요. 오빠는 성격도 좋아요.”사람들이 오가는 거리를 보며 남우가 다시 입을 열었다.“이렇게 여유로운 건 정말 오랜만이네요.”남우를 지긋이 바라보던 그녀도 남우가 도련님이었기에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오늘처럼 자유로울 수 없었다는 걸 이해할 수 있었다.“하루를 온전히 자신으로 보내는 것도 괜찮잖아요?”“아직 하고 싶은 일은 해보지 못했어요.”강유이는 의아해하며 물었다.“그게 뭐죠?”남우는 단호하게 대답했다.“카지노에 가 보는 거예요.”그렇게 남우는 강유리를 이끌고 카지노에 도착했다. 백문은 스카이섬에서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카지노였다. 중심에 자리 잡고 있어서 외부인은 물론 남씨가문과 푸조의 사람들도 종종 드나들었다.남우가 들어가려는데 강유이가 그녀를 잡았다.“진짜 들어가려는 거예요?”남우가 웃으며 다독였다.“내가 있으니 겁내지 마요.”그러자 강유이가 속삭였다.“오빠가 빈털터리가 되면 어떡해요.”남우가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그건 한 푼도 건드리지 않을 거예요.”백문은 3층으로 되어있었고 로비를 제외한 2층과 3층은 모두 방이었다. 내부는 19세기 유럽 스타일로 꾸며져 있었다. 여기저기에 화려하게 차려입은 꾼들을 볼 수 있었고 매우 시끄러웠다.남우를 바짝 따라가고 있는데 강유이의 휴대폰이 울렸다.발신자 번호를 확인하던 그녀는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오빠의 전화였다.시끄러운 로비를 벗어나 밖으로 나온 그녀가 전화를 받았다.“오빠?”핸들을 잡은 반재언은 돌아가는 중이었다.“밖이야?”숨길 수 없었다. 그녀가 종일 그의 카드를 긁은 탓에, 사용 내역이 고스란히 문자로 찍혔기 때문이다.“응. 도련님과 쇼핑 중이야.”간간이 들려오는 전화기 너머의 시끄러운 소리에 반재언이 대뜸 물었다.“어디야?”“쇼... 쇼핑 중이라니까.”그가 피식 웃었다.“사실대로 말해. 아니면 재신이한테 위치를 추적하게 할 거야.”강유이는 단
금발의 남자는 남우와 도박을 하던 사람을 쫓아내고 그녀의 맞은편에 앉았다.강유이는 긴장한 얼굴로 남우를 바라봤지만, 남우는 걱정하지 말라는 듯 강유이를 바라봤다. 그녀는 자신이 있는 듯했다.딜러가 패를 나눠줬고 남우는 패를 집어 확인했다."예쁜이, 패 보여줘야지."금발 남자가 자신만만하게 웃으며 말했다.남우가 패 3장을 내려놓았고 그녀의 패를 모두 합치면 7이었다.남우의 패를 본 금발 남자가 그의 패를 뒤집으니 플러시였다.남우는 남자의 손에 있는 패를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예쁜이, 이거 미안해서 어쩌나, 행운의 여신은 내 편인 거 같은데."금발 남자가 소리 내어 웃었다.이어지는 판에서도 상대방의 패는 제일 큰 것이 아니면 플러시여서 남우는 그를 이길 수 없었다.강유이는 어딘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운이 아무리 좋아도 매번 이렇게 좋은 패를 가지기는 힘들었기 때문이었다."이쁜이가 졌으니까 오늘 나랑 재미있게 놀아줘야 해."금발 남자가 남우를 향해 다가오더니 테이블을 짚고 그녀를 내려다봤다. 그리곤 손을 내밀어 남우의 얼굴을 만지려고 했다.하지만 그의 손이 닿기도 전, 남우가 그의 손목을 잡았다."안드레 씨 도박장에서 패 바꿔치는 걸로 유명하다고 들었는데 제가 오늘 운 좋게 직접 보게 되었네요."남우의 말을 들은 안드레는 놀랐다, 남우가 자신을 알고 있다니.하지만 패 바꿔치기를 하는 저급한 수단은 도박장에서 허락되지 않았기에 안드레는 정말 패 바꿔치기를 했다고 해도 인정할 수 없었다."이쁜이, 왜 생사람을 잡고, 아!"갑작스러운 고통에 안드레는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남우가 그를 테이블 위로 누르자 안드레의 사람들이 그를 향해 다가왔다."안드레!""이년이 감히…"안드레가 욕을 지껄였지만, 남우는 힘을 더 가했다."이 사람 손 못 쓰게 하고 싶지 않으면 끼어들지 마."남우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서로 바라보며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남우는 다시 안드레의 옷깃을 잡고 그를 돌려세우더니 그의 정장을 벗겼다.
"안돼, 당신들…"안드레의 표정이 확 바뀌었다."네가 그동안 사기 쳐서 번 돈 이분들이 다 갚게할 거야. 그리고 내 뒤를 봐주고 계신 분 데이비 렌지야, 푸조도 그분을 보면 허리를 굽혀야 한다고."반재언은 남우가 왜 이런 말을 하는 것인지 그 의도를 알 수 있었다.사람들은 안드레가 사기를 친 덕분에 돈을 날렸던 차에 화를 풀 곳이 없었는데 마침 남우가 그를 까발렸기에 모두 안드레에게 달려들어 발길질을 날렸다. 안드레와 함께 온 사람들도 그들을 막을 수 없었다."저 방금 정말 놀랐다고요, 남우 씨가 지는 줄 알았어요."강유이가 남우 옆으로 와 말했다."나 도박하러 온 거 아니고 저놈 잡으러 온 거예요."하시호가 죽은 것이 그녀는 불만족스러웠기에 어떻게든 만회하려고 애썼다.안드레가 도박장에서 사기를 치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도련님이라는 신분 때문에 대놓고 끼어들 수 없었다. 그리고 하시호는 안드레를 통해 남씨 상회의 경호원에게 사기를 쳐 돈을 지게 했다.안드레는 그동안 많은 사람에게 사기를 치고도 오만방자한 모습을 보여 많은 이들의 질투와 증오를 샀다. 다들 그를 의심하긴 했지만 안드레가 푸조 사람이기도 했고 증거가 없었던 탓에 참을 수밖에 없었다.그런데 오늘 안드레가 남우 앞에서 이런 수작질을 부려 까발려지고 도박장 사람들을 화나게 한데다가 BJ의 가짜 술 사건까지 더해져 푸조는 잔뜩 화가 났을 게 분명했다.푸조가 이 모든 것을 데이비 렌지 탓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면 남우는 그나마 화가 풀릴 것 같았다.강유이는 남우에게 무언가를 더 말하려고 했지만. 등 뒤에서 느껴지는 살벌한 기운에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렸다."오, 오빠.""안 가?"반재언의 표정을 봐선 그의 기분을 알 수 없었다.차 안의 분위기는 숨이 막힐 듯 조용했다.조수석에 앉은 남우는 머리를 받친 채 차창에 기대어 반재언을 한 눈 보더니 다시 뒷좌석에 앉은 강유이를 바라봤다."오빠, 내가 잘못했어."결국 강유이가 먼저 참지 못하고 말했다."잘못한 거 알면 됐
반재언의 말을 들은 남우는 할 말이 없어져 머쓱하게 코를 만졌다."알았어요, 다음에는 주의할게요. 남의 남편이 저를 찾아오지 않게."두 사람이 함께 마당으로 들어섰을 때, 하인 하나가 마침 나오는 것이 보였다. 남우는 그 모습을 보자마자 얼른 반재언의 손을 잡더니 그의 등 뒤에 숨었다.반재언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자신의 손을 잡고 있는 남우를 바라봤다."재언 씨, 오셨어요."그때 하인이 웃으며 반재언에게 인사를 건넸고 반재언도 고개를 끄덕이며 하인에게 인사를 건넸다.그때, 하인이 그의 등 뒤에 선 여자를 발견했다."이 아가씨는 누구시죠?""이분은——"반재언이 웃으며 말을 하려던 찰나, 남우가 갑자기 그의 손을 꼬집었다. 반재언은 그제야 그녀를 한눈 돌아보더니 대답했다."가우 씨입니다."한편, 마당의 다른 한쪽에서 모습을 드러낸 남강훈과 집사도 그 모습을 보게 되었다. 남강훈은 반재언 등 뒤에 선 여자를 보곤 어느 여자가 자신의 미래 사위를 빼앗으러 온 줄 알고 미간을 찌푸렸다."재언아, 이분은 누구야?"남강훈의 등 뒤에 있던 집사는 여자가 남우임을 알아봤지만, 하인이 있었던 덕분에 사실대로 말할 수 없었다."못 알아보시겠어요?"반재언의 말을 들은 남강훈이 그제야 남우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남우는 그제야 반재언의 등 뒤에서 얼굴을 드러냈고 남강훈은 그녀를 알아보곤 말했다."가우 씨였군요.""네, 회장님."남우가 웃으며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남우의 그런 모습을 본 남강훈이 그녀를 밉지 않게 흘겨봤다."또 무슨 짓을 벌이고 있는 거야?"남강훈이 남우에게 가까이 다가가 목소리를 낮추고 물었다."저 아무 짓도 안 했는데요.""또 사고 치면 나한테 맞을 줄 알아."그 말을 들은 남우가 반재언의 옆으로 다가가더니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저는 맞아도 상관없는데 반 도련님께서 맞으면 큰일 날 것 같은데."두 사람은 세 사람만 들릴 목소리로 말했다.남강훈은 자신의 어깨에 손을 올린 남우를 보고도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반재언을
"저는 도련님께서 여장한 줄 알고 깜짝 놀랐네요."반재언의 말을 들은 남자들이 농담했다."그러니까요, 도련님은 여장해도 예쁠 것 같아요. 얼굴이 곱상한 게 딱 여자같이 생겼잖아요.""반 도련님, 그렇지 않아요?"반재언과 남우와 관련된 스캔 때문에 남자들은 그의 생각을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그 말을 들은 반재언이 남우의 얼굴을 보며 잠시 아무 말이 없더니 미소를 지었다."그렇긴 하죠."반재언의 말을 들은 남자들이 그를 따라 웃었다."도련님이 여자라고 하면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아요?"반재언이 다시 남자들을 보며 물었다.남우는 그런 질문을 던지는 반재언을 바라봤다, 그는 도대체 무엇을 하려는 걸까?남자들은 반재언이 던진 질문을 듣곤 얼어버렸다. 이런 건 아예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다는 듯이."도련님이 여자라면 엄청나게 무서울 것 같은데요."그때, 한 남자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그러자 다른 한 남자가 혀를 차며 남자를 툭 밀었다."무섭긴 뭐가 무섭냐, 아가씨가 도련님보다 좋지 않아? 상냥한 아가씨를 누가 싫어하겠어? 난 도련님이 더 무서워."남자는 훈련할 때의 남우가 생각난 듯 몸서리를 쳤다."그렇긴 하네, 남 회장님께서 따님을 낳으셨다면 우리도 그렇게 혹독하게 훈련을 하지 않았을 텐데."남우는 남자들이 하는 말을 들으며 심호흡했다. 지금의 상황이 여의치 않았으니 망정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그녀는 남자들을 당장에라도 때려주고 싶었다.반재언은 그런 남우를 보며 웃음을 참기 바빴다.다행히 남자들은 오래 머무르지 않고 그곳을 떠났다."사람들이 남우 씨를 아주 무서워하네요."남자들이 떠난 뒤, 반재언이 웃으며 말했다.그 말을 들은 남우가 홱 하고 고개를 돌리곤 그를 쏘아봤다."일부러 그런 거죠?""남우 씨 대신해서 물어본 건데요, 남우 씨 진실한 신분 받아들일 수 있는지.""제가 지금 반재언 씨한테 고맙다고 말해야 하는 거죠?""별말씀을."계속해서 반재언과 마당을 거닐던 남우는 남강훈이 왜 반재언을 이렇게 좋아하는지
반재언의 말을 들은 남우가 미간을 찌푸렸다. 이러고 보니 하시호가 백제파 사람들을 고용해 그녀를 죽이려고 했을 때부터 데이비 렌지와 연락하고 있었던 게 분명했다. 하시호가 백제파 사람들을 고용할 수 있을 리 만무했기 때문이었다.데이비 렌지는 하시호 뒤에 숨어 그를 이용해 남 씨 집안과 블랙샷이 등 돌리게 했다. 누가 이기든 푸조에게 유리한 듯 보였으나 사실 득을 보는 이는 데이비 렌지였다.하시호가 블랙샷을 장악하게 된다고 해도 남 씨 집안을 무너뜨리기에는 부족했다. 그렇게 되면 데이비 렌지는 푸조가 하시호를 좋아하게 만들어 권력을 거머쥐게 한 뒤, 블랙샷과 푸조가 하시호에게 쥐어 쥔 실권을 이용해 푸조의 사람들을 끌어들여 자신을 위해 움직이게 할 수 있었다.데이비 렌지는 뒤에서 아무것도 할 필요도 없이 하시호를 위해 실권을 거머쥐게 했다는 것을 이용해 그가 자신을 위해 목숨을 걸게 할 수 있었다. 하시호는 보기에는 푸조에게 충성하는 것 같았지만 사실 그의 주인은 데이비 렌지였다."그런데 왜 저한테 이런 걸 말해주는 거예요?"남우가 물었다."남우 씨가 하시호가 그렇게 죽은 게 마음에 안 들어서 도박장에 가서 소란을 피운 줄 알고 걱정했는데 제 생각이 틀린 것 같네요. 남우 씨 이번에 회장님을 도운 게 됐어요.""하시호도 없는 상황에서 제가 모든 걸 데이비 렌지 탓으로 돌린 탓에 푸조가 데이비 렌지를 의심하게 해서 반재언 씨 계획에 들어맞았나 봐요?""그게 정말 소용이 있을지 없을지는 이제 한태군을 봐야죠."반재언이 남우를 따라 웃으며 말했다.그리고 멀지 않은 곳의 벽 뒤에서 두 사람이 고개를 내밀었고 강유이가 물었다."회장님, 저 두 사람 무슨 얘기를 하는 걸까요?""그게 무슨 상관이 있겠어, 둘 사이에 무언가 있다는 게 중요하지."강유이는 그 말을 듣곤 의아함에 빠졌다. 그녀가 보기에 두 사람은 그저 평범하게 얘기를 나누고 있는 걸로 밖에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회장님…"그때 갑자기 나타난 집사 때문에 두 사람은 깜짝 놀라고 말았
"회장님께서 오빠가 마음에 든대.""뭐?"강유이의 말을 들은 반재언이 멈칫했다."오빠를 사위로 삼고 싶대."이어지는 강유이의 말을 들은 반재언이 입을 다물었다.강유이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남강훈에게 미안하다고 생각을 했다. 반재언의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남강훈을 팔아버렸기 때문이었다.반재언이 한참이 지나도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강유이는 조금 불편해졌다.그녀는 반재언에게 남우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물어보지도 않고 남강훈의 뜻에 따라 두 사람을 이어주려 했었다.강유이는 남우를 꽤 좋아했다. 그녀는 예쁘고 똑똑하고 싸움도 잘했다. 게다가 대범하기까지 했으니 반재언에게 전혀 떨어지지 않았다.강유이는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는 반재언을 보며 남강훈의 노력이 결국 수포로 돌아갔다고 여겼다.강유이는 그런 생각을 하며 조심스럽게 반재언을 바라봤다. 반재언이 화를 내고 있을 거라는 생각과는 달리 그의 표정은 꽤 담담했다. 그 표정을 확인한 강유이가 얼른 웃으며 말했다."오빠, 회장님 탓하지 마. 이거 다 오빠가 너무 훌륭해서 그런 거야, 남 회장님 안목이 좋다는 거잖아.""생각이 좋구나."반재언이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강유이를 보며 말했다."그럼 나는 이제 쓸데없는 짓 하지 않을게."강유이가 반재언에게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들어가."반재언이 말을 하며 앞장섰다."오빠, 정말 생각이 없는 거야?"강유이가 포기하지 않고 반재언을 따라가며 물었다.하지만 반재언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어둠이 내려앉은 스카이섬의 중심지는 여전히 불이 환하게 밝혀져 있었다. 차 한 대가 서남 지역의 로즈 문 앞에 멈춰 섰고 부르크가 내렸다. 그러자 문 앞에서 부르크를 기다리고 있던 남자 하나가 그를 데리고 룸으로 향했다.룸 안에는 담배 연기로 자욱했고 데이비 렌지가 소파에 앉아 여자가 부어주는 술을 마시고 있었다.부르크가 룸으로 들어서자, 데이비 렌지가 자리를 내어주더니 술을 한 잔 부어줬다."이렇게 시간 내어주셔서 영광입니다.""렌지 씨
데이비 렌지가 술을 마시며 말을 이었다."그 여자가 푸조 씨 사람 같이 생겼다고 하던데요.""운소 씨?"부르크가 놀라서 물었다.푸조 옆에 있는 여자 중에 운소만이 싸움을 잘했다. 하지만 부르크는 곧 무언가 생각난 듯 말했다."운소 씨일 리가 없어요, 한스 소개를 받아서 온 사람인데 한스랑 남씨 가문은 아무 연관도 없는 걸로 알고 있어서 운소가 남씨 가문을 도왔을 리가 없어요.""한스 말곤 그 누구도 운소를 본 적이 없으니 누군가가 운소를 사칭했다면요?"데이비 렌지의 말에 부르크가 생각에 잠겼다."사장님께서 사람을 보내 운소를 지켜보는 게 좋을 겁니다, 운소가 첩자가 아니라면 가장 좋겠죠, 하지만 운소가 정말 의심스러운 사람이라면 사장님도 큰 공을 세우게 되는 겁니다."두 사람은 10시가 되어서야 헤어졌다. 부르크는 걱정 가득한 얼굴로 룸을 나섰다. 그는 누군가가 몰래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도 몰랐다. 데이비 렌지도 룸을 나서고 나서야 그이는 어두운 골목으로 모습을 감췄다.데이비 렌지가 차에 올라탄 뒤, 멀지 않은 곳에 세워져 있던 차에 앉아있던 한태군이 차창을 내려 사라지는 차를 지켜봤다,그때 남석이 운전석에 올라타더니 벨트를 하곤 차에 시동을 걸었다."데이비 렌지가 BJ 사장이랑 연락하고 있을 줄 몰랐네요."화려한 불빛이 차가운 한태군 얼굴 위로 떨어졌다."부르크는 BJ를 장악하고 있는 푸조의 오른팔이니 데이비 렌지와 알고 있는 것도 이상한 건 아니죠.""하지만 너무 가까이 다가갈 수 없어서 룸에서 무슨 얘기를 나눈 건지는 모르겠습니다.""괜찮아요, 두 사람이 사적으로 왕래하고 있다는 것만 알아도 충분하니까요."이튿날, 남우는 다시 남장으로 갈아입고 내려와 아침을 먹었다. 하인들은 가우가 언제 갔는지에 대해 물어봤지만, 집사는 그저 어젯밤 떠났다고 대충 얼버무릴 수밖에 없었다.남우가 의자를 끌어내 앉아 밥을 먹기 시작했고 강유이를 젓가락을 입에 문 채 반재언을 힐끔 바라봤다.반재언은 남강훈의 생각을 알고도 평소와 다름없이
”유이야.”조민과 소찬이 술잔을 들고 다가왔다.“오늘 너무 예쁘다!”강유이가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조민이 술잔을 들며 말했다.“이건 나와 소찬 씨가 축하의 의미로 권하는 거야. 너와 한태군이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래.”강유이가 그녀의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혔다.“저도 선배와 소찬 씨의 앞날에 행복할 일만 가득하길 바랄게요.”곧이어 남우와 반재언이 다가왔다. 두 사람의 뒤에는 진예은과 반재신 그리고 강성연과 반지훈까지 있었다.강성연이 유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오늘 우리 유이 너무 잘했어!”그녀가 미소 지었다.“진짜요?”반지훈이 말했다.“우리 딸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어. 넌 우리의 자랑이야.”강유이가 한 떨기 꽃처럼 어여쁘게 미소를 지었다.한태군이 그들 쪽으로 다가와 감사 인사를 전했다.“아버님, 어머니, 두 분께서 유이를 제가 주신 것에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이 잔 올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었다.“네놈 운 좋은 줄 알아!”그가 술잔을 들고 한태군이 내민 잔에 부딪혔다.“앞으로 내 딸한테 정말 잘해줘야 해.”한태군이 강유이를 바라보았다.“걱정 마세요. 제 생에 여자는 오직 유이 한 사람뿐입니다.”강성연도 미소 지었다.여준우와 진예은의 아버지도 인사를 건네러 다가왔다. 그들과 함께 정연 여왕과 한희운도 다가왔다. 여준우가 말했다.“아직 의식 하나 남았지?”강유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남은 의식이 또 있어요?”그가 말했다.“베란다에서 하는 세기말 키스가 남았잖니. 너희 아직 그거 못했어.”한희운이 웃으며 말했다.“여준우 경, 어째 가족들보다 경이 더 조급해 하는 것 같습니다.”여준우가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전설 속의 세기말 키스. 우리 모두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않습니까! 그 장면을 오늘에서야 보게 되었군요.”그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웃음을 터뜨렸다.남우가 의문스러운 듯이 물었다.“세기말 키스가 뭐야?”반재언이 그녀에게 설명해 주었다.“오래전 첫 번째
웨딩카가 지나가야 했기에 궁에서부터 대성당까지 가는 길에 기타 차량은 통행을 금지 시켰다.강유이가 창밖을 바라보았는데 길에는 혼란스러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그들 모두가 이 성대하고 엄청난 장면을 구경하러 몰려든 것이였다.그녀의 곁에 앉아있는 한태군은 네이비 더블 버튼 군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늠름해 보였다. 어깨에는 성 패트릭 훈장과 로열 빅토리아 훈장 등 여러 훈장이 달려있었다.그가 강유이의 손을 잡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손에서 땀이 나는데?”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나 긴장돼.”그가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더니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내가 있잖아. 긴장할 것 없어. 마음을 편하게 가져.”강유이의 시선이 그가 입은 제복으로 향했다.“이 옷 오빠한테 너무 잘 어울린다!”한태군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내 신부도 오늘 너무 아름다워.”성당에 도착하자 한태군은 강유이와 떨어지게 되었다. 그는 아버지 한희운과 함께 여준우, 진예은의 아버지 등 황실 성원들 그리고 내각 대신들까지 함께 성당 서쪽 문으로 걸어갔다. 문 앞에 있는 광장에는 이미 수천 명의 초대 관객들이 몰려있었는데 그 장면이 너무나도 웅장했다.여준우가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고, 결혼식도 전부 라이브로 방송되겠는데 유이 그 계집애 아마 지금쯤 우리보다 더 긴장하고 있겠죠?”진예은의 아버지가 그를 바라보았다.“하하. 내 눈에는 네가 더 긴장한 것 같은데?”그가 웃으며 말했다.“황실 결혼식은 처음이라서요.”열한 시 반이 되자 정연 여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신랑 한태군 일행이 도착할 때까지 대표로 성당에서 각 귀빈들과 인사를 나눴다.남우가 반재언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저분이 바로 여왕 폐하셔? 엄청 예쁘시다. 나 실제로 처음 봐.”반재언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나도 처음 뵙는 거야.”“뭐?”남우가 깜짝 놀랐다.“그전에 한 번도 만난 적 없어?”“재신이
”참 형수님은?”소찬이 묻자 반재언이 대답했다.“지금 아버님 모시고 돌아다니고 있어. 나도 이제 가야겠네. 두 사람 편히 쉬고 있어요.”반재언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소찬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와이프가 생기더니 변했어!”“하하. 당신은 뭐 재언 씨와 다른 것처럼 말하네요.”조민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소찬도 얼른 잔을 놓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잠깐만요. 왜 나 버리고 혼자 가요! 같이 가요.”강성연과 지윤이 룸에서 나와 걸어가다 마침 복도에서 반지훈과 희승과 마주쳤다. 희승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오랜만이에요, 사모님.”강성연이 반지훈 앞에 멈춰 서자 반지훈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오랜만에 만났는데 얘기는 잘 했어?”“그럼요. 근데 당신 오후에 아버님과 여씨 가문에 간다고 하지 않았나요?”반지훈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당신 기다리고 있었지. 가서 밥 먹자.”희승이 지윤의 곁에 나란히 서며 그들을 바라보았다.“회장님 사모님, 그럼 저희들은 먼저 아버님한테 가볼게요.”반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강성연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녀와 나란히 복도를 걸어갔다. 포근한 햇살이 통유리로 된 창문으로 들어와 바닥에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한데 꼭 붙어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이틀 후, 드디어 모든 사람들이 기대했던 세기말 황실 결혼식 날이 다가왔다. 식은 아홉 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아침 일곱 시부터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궁에 도착해 있었다. 강유이는 커다란 메이크업 룸을 혼자 썼다. 네다섯 명의 탑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그녀를 위해 화장을 해주고 머리를 만져주었다.여덟 시가 되어서야 강유이는 드레스를 입을 수 있었다. 순백의 새하얀 드레스는 과한 보석과 레이스가 아닌 천연 실크 소재로 우아함을 극대화했다. 오프숄더 형 넥 라인으로 간단하지만 파격적인 미를 추가했고 소매는 칠부 정도 되었다.면사포 길이만 16피트 정도 되었는데 변두리가 레이스로 수놓아져 있었다.
그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럼 나 결혼식 당일에 이 티아라 쓸래. 그러면 엄마의 디자인을 홍보해 줄 수도 있잖아.”한태군이 등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도 돼.”…반씨 가문 사람들은 결혼식 이틀 전에 영국에 도착했다. 그들은 한태군이 안배한 호텔에 머물게 되었다. 황실에서는 호텔을 통으로 빌려 결혼식 때문에 일부러 해외에서 온 귀빈들을 위한 장소로 마련했다.구씨 집안사람들과 육씨 집안사람들도 왔고, 남강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연예계에서 강유이와 친분을 유지했던 윤수아, 우영, 주계진, 임석진도 초대되었다. 조민과 소찬은 당연히 초청자 명단에 속해 있었다.강성연이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웨이터가 그녀를 룸으로 안내했다. 룸 안에 앉아있는 남자를 발견한 그녀가 활짝 웃으며 다가갔다.“삼촌.”헨리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못 본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그는 아직도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예전보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았다.강성연이 다가가 그와 포옹했다.“오셨어요.”헨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예전에 내가 네 결혼식도 참석 못 하고, 또 네 두 아들의 결혼식도 참석 못 했었잖니.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마침 영국에 출장 올 일이 있어서 이렇게 너를 만나러 왔단다.”그녀가 시선을 내려뜨리며 말했다.“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몸은 좀 어떠세요?”그가 미소 지었다.“많이 괜찮아졌다. 지윤이와 희승이가 돌봐주고 있어서 조금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그때 지윤이 문을 열고 룸으로 들어왔다.강성연이 고개를 돌려 지윤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놀라던 그녀가 다음 순간 눈물을 글썽였다.“두 사람도 와줬네요.”지윤이 그녀한테 다가갔다.“유이가 영국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식을 듣고 저와 희승 씨도 아버지 따라왔어요. 희승 씨는 지금 반 회장님과 같이 있어요.”헨리가 경호원에게 선물을 갖고 오라고 지시한 후 강성연에게 선물을 건넸다.“리비어가 올 수 없어서 참 안타까워했단다. 이건 걔가 너
한태군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도 함께 웃었다.어느덧 밤이 깊어졌다. 온 도시가 화려한 네온사인에 둘러싸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강유이와 한태군은 저녁을 먹은 후 진원으로 돌아갔다.이제 막 샤워를 마친 탓에 강유이의 머리카락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러자 한태군이 그녀의 손에서 타월을 가져가더니 대신 머리를 닦아주었다.그녀는 화장대 거울 앞에 앉아 거울 속 남자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태군 오빠, 나 결혼식이 너무 기대가 돼.”“그래?”한태군이 부드러운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내리며 말했다.“나 역시 기대돼!”“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성스러운 결혼식장에 들어서다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그가 소리 내어 웃더니 허리를 숙이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그거 알아? 난 한평생 내가 꿈꿨던 모든 소원들을 이미 다 이뤘어.”강유이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원인데?”한태군이 여전히 그의 귓가에서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너를 아내로 맞이하고, 너와 결혼식장에 들어가고, 우리 두 사람의 아이까지 만나게 된 거.”그녀가 멈칫거렸다. 따듯한 조명 아래 그녀의 볼이 붉게 피어올랐다.“설마 처음부터 다 꿍꿍이가 있었던 거야?”그가 대답했다.“어쩌면 네가 내 눈앞에 나타난 순간부터 난 너를 아내로 맞이할 줄 알았던 것 같아.”강유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끌어안았다.“나도 이번 생에는 오빠가 아닌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한태군이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따듯한 마음이 뼛속까지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정말 영광이야.”…이틀 후, 한태군과 강유이는 영국으로 돌아갔고, 황실은 결혼식 준비로 한창이었다. 화제의 결혼식이다 보니 모든 언론이 그들을 주목하고 있었다.패션 계와 주얼리 계의 최상급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작품들이 줄지어 강유이한테 전해졌다. 명품 맞춤 드레스와 결혼식 때 사용할 각종 보석들이 발 디딜 곳 없게 전시된 채 그녀가 고
그러자 민서율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여행 좀 다녀오니까 마음이 많이 차분해졌어요.”안예지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네가 원하는 일이 다 잘 되길 바랄게.”그는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월말이 되었다. 강유이 일행들의 여행도 어느새 끝이 나고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다.강성연과 반지훈은 정원 밖에 나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도착한 아이들이 차례대로 차에서 내렸다. 강유이가 두 사람을 향해 달려갔다.“아빠, 엄마!”그녀가 두 사람을 동시에 끌어안았다.반지훈이 못 말린다는 듯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이렇게 안겨?”강유이가 눈초리를 휘며 대답했다.“엄마 아빠한테 저는 영원한 어린애죠.”강성연이 미소를 지으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나머지 아이들을 바라보았다.“재밌게 놀았으면 됐어. 이제 안으로 들어가야지. 오늘 저녁은 다 같이 모여 떠들썩하게 밥을 먹을 수 있겠구나.”진예은과 남우는 집안으로 들어간 후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가 아이들을 살폈다. 희망이는 두 남동생과 함께 있었다. 세 아이는 깊은 잠에 빠져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따뜻하게 느껴졌다.아래층에서는 반재신 반재언 형제가 외출을 하고, 한태군이 거실에서 반지훈가 바둑을 두고 있었다.“아버님 이번 판은 제게 양보해 주십시오!”반지훈이 흰색 바둑알을 들고 판을 들여다보다 결심한 듯이 바둑알을 내려놓았다.“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게.”한태군이 웃으며 말했다.“다음번에는 제가 양보해 드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허튼수작 부리지 말거라. 난 네 양보 따위 필요 없다.”주방에서 과일을 깎고 있던 강성연이 거실에 있는 두 사람을 힐끗 바라본 후 다시 커피를 타고 있는 강유이를 바라보았다.“이제 곧 결혼식을 올리겠구나. 엄마가 너를 위해 서프라이즈 선물을 준비했어.”강유이가 멈칫거리더니 강성연을 돌아보았다.“어떤 서프라이즈 선물이요?”“아직은 안 가르쳐 줄 건데?”강유이가 조금
한태군이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두 사람을 여기에서 만날 줄은 몰랐네.”조민이 대답했다.“나랑 소찬 씨는 이곳에 온 지 좀 됐어. 유이가 인스타에 사진을 올려서 알았어. 너희들도 여기 왔다는걸.”강유이가 조민의 팔을 잡아당기며 자리에 앉혔다.“그럼 우리랑 며칠 더 같이 놀아요.”소찬까지 자리에 착석한 후 반재언은 그에게 진예은과 강유이를 소개했다.“여기는 우리 제수씨인 진예은씨고, 이쪽은 내 동생 유이야.”“형 결혼식 때 봤었어.”소찬은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형 동생이 내 와이프랑 같은 학교 출신이라면서? 와이프한테서 얘기 들었어.”조민이 그를 보며 말했다.“누구보고 와이프래요?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 못 하거든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약혼까지 다 했는데 다른 남자한테 시집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두 사람의 티격태격한 모습에 다른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유독 강유이만 멍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지금 무슨 소리들 하는 거예요! 약혼이라니. 선배 약혼했어요?”조민이 작게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응, 너한테 말하는 걸 깜빡했어.”“너무해요. 어떻게 그렇게 중요한 일을 나한테 말하지 않을 수 있어요.”강유이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녀는 조민이 약혼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조민이 그녀의 손을 감싸며 말했다.“너한테 서프라이즈를 해주려고 그랬지.”그녀가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저 이제 선배랑 안 놀거예요.”조민이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옆에 앉아있는 한태군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빨리 네 와이프 좀 달래 봐.”한태군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강유이도 그저 장난으로 그런 말을 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조민의 약혼 소식을 듣고 진심으로 기뻤다.적어도 이제 그녀는 자기만의 행복을 찾았다.…..한편, 서울 병원.민서율은 복도에서 의사와 이야기를 나눈 후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 머리에 기대앉아있는 어머니는 많이 초췌해진 상태였다.“어머니, 몸은 좀 어떠
투호 판을 벌인 사장이 말했다.“오천 원에 세 번 던질 수 있어요.”“그렇게나 비싸요? 오천 원에 세 번밖에 던지지 못하다니!”진예은은 어쩐지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투호 판 사장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저희가 여기서 제일 쌉니다. 다른 집에서는 만 원에 세 번 던지게 하는걸요.”강유이가 진예은을 잡아끌며 말했다.“오천 원에 하자. 사장님도 장사하는 게 어려우실 거 아니야. 우리 재미로 한 번 해보자.”결국 그녀는 사장에게 만 원을 건넸다.“기회는 총 여섯 번입니다.”사장이 화살 여섯 개를 그녀에게 건넸다. 가지런히 놓인 여러 개의 항아리 옆에는 명중했을 때 가질 수 있는 선물이 놓여있었다. 강유이는 그중 팔찌가 갖고 싶었다. 비록 가짜겠지만 디자인이 예뻤다.그녀가 고심 끝에 화살을 던졌다. 하지만 화살은 항아리를 빗나가고 말았다.그 뒤로 연속 두 번 더 던졌으나 모두 다 실패했다.이제 화살은 세 개 밖에 남지 않았다.강유이의 자신 없는 모습을 본 남우가 그녀의 손에서 화살을 가져가며 말했다.“내가 할게요.”그녀가 팔찌 옆에 놓인 항아리로 화살을 던졌고, 화살은 단번에 항아리 안으로 들어갔다.성공이다!흥분한 강유이가 폴짝폴짝 뛰며 말했다.“새언니 정말 대단해요!”“훗. 이 정도쯤이야.”남우가 눈을 찡긋해 보이며 물었다.“또 어떤 게 갖고 싶어요?”강유이가 진예은에게 물었다.“예은아, 어떤 게 마음에 들어?”진예은이 선물을 살피다가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머리핀이요. 저게 제일 예쁜 것 같애요.”남우가 다시 머리핀 옆에 있는 항아리를 향해 화살을 던졌다. 그리고 정말로 그 머리핀을 명중했다.강유이가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잔뜩 흥분하며 말했다.“진짜 백발백중이네요. 새언니, 이제는 새언니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요.”남우가 턱을 쓰담으며 말했다.“그러면 저는…”그녀의 시선에 백옥 청자가 들어왔다.“저걸로 하죠.”그녀가 들고 있던 화살을 슝 던지자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항아리 안으로 빨려
늦은 밤의 산속은 무척이나 고요했다. 평안한 야영장에는 오직 풀벌레 소리만 잔잔하게 들려왔다.텐트 밖 잔디 위에는 랜트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평온하고도 아늑한 분위기였다.강유이는 몸을 뒤척거리며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 한태군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품에 안았다.“잠이 안 와?”“응.”그녀가 그의 품에 가만히 기댔다.“태군 오빠, 나 화장실 가고 싶은데 무서워서 못 가겠어.”한태군이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그럼 내가 같이 가줄게.”두 사람이 텐트 밖으로 나왔다. 한태군이 손전등을 들고 그녀와 함께 한참을 걸었다. 두 사람은 우거진 숲 앞에 도착했다. 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여기서 기다리고 있어.”한태군이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일 있으면 불러.”그녀는 숲 안으로 들어갔지만 무서워서 멀리 가지는 못했다.볼일을 본 후 강유이가 서둘러 달려와 그의 팔짱을 꼈다.“됐어.”한태군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텐트로 돌아가던 중 그녀가 고개를 들고 밤 하늘을 바라보며 손으로 가리켰다.“저게 북두칠성인가?”한태군도 고개를 들었다.“응, 맞아.”강유이가 배시시 웃었다.“역시 산속이니까 별이 엄청 잘 보이는 것 같아.”“두 사람 밤늦게 자지도 않고 별구경 하는 거예요?”남우가 텐트 안에서 나오며 묻자 강유이가 그녀를 바라보았다.“새언니도 아직 안 잤어요?”“네. 아까 귀신 이야기한 것 때문에 무서워 잠을 못 자겠잖아요…!”남우가 생수 한 병을 따서 마셨다.강유이와 한태군이 서로를 마주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새언니 설마 그런 이야기에 무서워해요?”남우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여기는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산골짜기라고요! 보통 때와는 다르잖아요.”강유이가 포도 한 송이를 들며 말했다.“걱정 마요. 우리 큰오빠가 새언니를 지켜줄 거예요.”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한태군과 함께 텐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고개를 돌린 남우는 그제야 두 사람이 들어가 버린 것을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