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생각에는 블랙샷 내부에 데이비 렌지와 개인적으로 연락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습니다. 데이비 렌지는 사람 마음을 꼬드기는 걸 가장 잘하고, 또한 자기 사람한테는 아낌없이 내주는 면이 있습니다. 만약 그가 어떤 약속을 했고, 마침 그 약속이 상대방의 마음에 꼭 들었다면 자연히 데이비 렌지를 위해 일을 처리했을 수도 있죠.”남강훈은 한태군의 말이 완전히 허황한 소리는 아니라고 생각했다.그가 수평선을 바라보며 말했다.“이제 태군 씨는 손에 결정적인 단서를 쥐게 되었는데, 앞으로 어쩔 생각이십니까?”한태군의 표정이 평온했다.“데이비 렌지가 이런 일을 벌였으니 당연히 그 뒤의 대책까지 세워뒀을 겁니다. 만약 지금 당장 푸조한테 이 사실을 알리면 빠져나갈 구멍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럴 바에는 더 많은 정보를 얻은 후 그가 다시는 재기할 수 없게 철저히 망가뜨릴 겁니다.”남강훈이 미소 지었다.“저는 태훈 씨가 조급한 마음에 다짜고짜 데이비 렌지를 찾아갈까 봐 걱정했는데, 꽤나 신중한 성격이셨군요.”그가 답했다.“신중한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치영강의 상태는 어떻습니까?”남강훈이 물었다.한태군이 웃으며 말했다.“명이 길어서 죽지는 않았습니다. 회장님께서 저한테 하시호를 주시하라고 하지 않았다면 치영강은 진작 산 아래에서 시체로 발견되었겠죠.”“태군 씨가 정말로 그를 구해낼 거라고는 생각 못 했습니다. 사실 정말로 그자가 죽은 줄 알았거든요.”금방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때 그는 정말로 치영강이 살해당했다고 생각했다. 그는 장례식장에 도착해 관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의혹을 풀 수 있었다.적어도 이제는 확실해졌다. 치영강은 하시호한테 변을 당한 것이다.한편, 서남 지역의 한 레스토랑.룸 밖에 검은색 옷을 입은 장정들이 수두룩하게 서 있었다.푸조는 시가를 입에 물고 하얀색 연기를 뿜어냈다. 테이블 위에 은색 박스 여러 개가 놓여있었는데 그 안에는 가지런한 수표로 꽉 차 있었다.소파 맞은편에는 검은색 원피스를 입은 치지연이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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