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훈은 다리를 꼰 채 컴퓨터 앞에 앉아 서류를 분석하고 있었다. 그의 긴 손가락은 테이블을 탁탁 두드리고 있었다.그때 전유준에게서 문자가 왔다: [도련님, 보고 할 게 있는데, 데이비 렌지가 아직 살아있다고 해요.]휴대폰 메시지를 확인한 반지훈은 눈살을 찌푸렸다.비록 데이비 렌지가 살아있다고 짐작은 했었지만, 두 귀로 확인하고 나니 더욱 기분이 언짢았다.그가 알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 데이비 렌지는 제일 사악한 부류였다. 진찬은 그에 비하면 양반이었다. 반지훈은 많은 심혈을 기울여 겨우 그를 끌어들였다. 하지만 그는 체포되어 수감된 반년 후에 탈옥하고 말았다.경찰들은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1달 만에 어느 한 벼랑 밑에서 데이비 렌지가 입었던 죄수복을 찾았다. 옷은 피로 물들어 있었고 여기저기 찢겨 있었다. 하지만 시체는 찾지 못했다.생사가 불분명한 데이비 렌지는 행방이 묘연했다.죽기 살기로 도망간 것이니 이대로 죽었을 리는 없다.반지훈이 답장했다: [계속 알아봐.]휴대폰을 내려놓고 자신의 얼굴을 한번 쓸었다. 얼굴에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 그는 많이 지친 듯하다.반지훈이 고개를 들어 시계를 보았다. 벌써 10시다.닫히다 만 방문, 그 틈 사이로 불빛이 새어 나왔다.그의 검은 실루엣이 점점 형체를 들어내며 방문에 다가섰다. 그가 문고리를 잡고 안으로 밀었다. 거기에는 강유이가 이불을 몸에 칭칭 두르고 두 눈을 깜빡이면서 침대에 앉아있었다. 그는 순간 멈칫했다.짙은 갈색 머리카락을 어깨에 길게 늘어뜨리고 턱을 살짝 올린 그녀는 백옥같이 흰 피부에 빨간 입술, 영롱한 눈동자를 가졌다. 두 눈은 촉촉하게 젖어있어 보호본능을 일으켰다.그의 눈빛이 한껏 깊어졌다.그의 뜨거운 시선에 강유이의 이불을 잡고 있던 손에 힘이 들어갔다.깊게 심호흡을 한 반지훈이 그녀에게 물었다.“아직 안 잔 거야?”이불을 꼭 잡고 있는 그녀는 그의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잠이 안 와...”그는 침대에 걸터앉으며 그녀에게 시선을 맞췄다.“나 기다린 거야?”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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