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거리가 어찌나 먼지 친구로 지내자는 말도 할 수 없을 정도였다.친구로 지내자면 적어도 두 사람 사이에 어떤 감정이 오가야 했다. 하지만 그는 그녀를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의 아버지가 그의 의견도 묻지 않고, 곧바로 반지훈 회장을 찾아갔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반재신 씨는 어떤 스타일의 여자한테 호감을 느끼시나요?”반재신이 시선을 옮겨 그녀를 바라보았다.“그게 하서함씨와 무슨 상관이죠?”그녀가 솔직하게 답했다.“저는 반재신 씨의 마음을 열지 못했으니까 당연히 궁금할 수 밖에요. 반재신 씨의 닫힌 마음의 문을 열 정도 되는 여자라면 분명 엄청 멋진여자겠죠.”어쩌면 정말로 그녀의 말대로 그의 눈이 너무 높아, 그녀를 받아들이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만약 그 상대가 엄청 훌륭한 여자였다면, 그녀도 깔끔하게 패배를 인정할 수 있었다.반재신이 침묵했다. 그의 주위에는 훌륭한 여자가 많았다. 하서함도 그 중 하나이다. 가문도 그와 썩 잘 어울렸고, 적당히 절제할 줄도 알았으며, 능력 있는 재벌가 딸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었다.이런 여자와 결혼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내조도 원만하게 잘 할 거고, 남편의 사업에도 큰 힘을 보태줄 수 있을 것이다.만약 그의 마음을 열 수 있는 여자의 조건이 우수함이었다면, 확실히 진예은은 수준 미달이었다.고집이 세고, 절대 그에게 지려고 하지 않았으며, 말도 듣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가정 환경도 복잡했다. 여자로서 갖춰야 할 기본적인 온화함조차 없었다. 하지만 하필 그런 여자가 반재신의 마음에 들어온 것이다.그 생각이 떠오르자 반재신은 순간 저도 모르게 소리 내어 웃음을 터뜨렸다.하서함이 당황하며 물었다.“재신씨?”반재신이 곧바로 표정을 굳히고 정색했다. 그는 자신이 언제 웃었냐는 듯이 무표정한 얼굴로 말을 이어나갔다.“세상에 우수하지 않은 여자는 없습니다. 아무리 뛰어나지 않은 사람이라고 해도 다들 자신만의 강점을 갖고 있습니다. 만약 배우자를 선택하는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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