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쌍둥이가 CEO 아빠 유괴하기?의 모든 챕터: 챕터 1911 - 챕터 1920

2771 챕터

제1911화

그가 짧게 대답했다.“지금.”“하지만 주민등록증도 안 가져왔는데…”한태군이 그녀의 주민등록증을 꺼내 흔들어 보였다. 강유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그게 왜 오빠한테 있어?”그가 가볍게 미소 지었다.“당연히 장인어른한테서 받아왔지.”그가 오늘 반 씨 집안에 갔던 건 반재신과 진원 일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 뿐만은 아니었다. 반지훈과 단둘이 이야기를 나눌 때 그는 강유이와의 미래에 대한 자기 생각을 정확히 말씀드렸다.그런데 일이 잘 해결되었을 뿐만 아니라, 강유이의 주민등록증까지 받아오다니.강유이는 자기 아버지가 그에게 이것까지 내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었다. 문뜩 뭔가를 떠올린 강유이가 고개를 홱 돌렸다.“아직 프러포즈도 안 했으면서.”그가 느긋하게 대답했다.“일단 혼인신고부터 하고, 그다음에 프러포즈할게. 다 계획이 있어.”그의 말에 강유이는 갑자기 긴장되기 시작했다. 막상 정말로 그의 입에서 그 말이 나오니 기분이 싱숭생숭해진 것이다.한태군이 갑자기 그녀와의 거리를 좁히더니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나랑 결혼해 줄래?”그의 키스에 정신이 혼미해진 강유이는 머릿속이 새하얘지며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구청. 두 사람이 혼인 신고서를 제출하고 기념사진을 찍기까지 이십 분도 되지 않았다.강유이는 구청에 있는 혼인신고 기념 촬영 스폿에서 두 사람이 함께 찍은 사진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아직까지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이 사진이 오늘부로 두 사람이 한 운명으로 묶였음을 증명해 주는 것만 같았다. 그 기분이 어찌나 불가사의하고 미묘하던지 다시 태어난 것만 같았다.한태군은 그녀를 다시 촬영장까지 바래다주었다. 그녀가 막 차에서 내리려던 그때, 그가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빠뜨린 거 없어?”강유이가 의아한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그런 거 없는… 읍!”따듯한 그의 입술이 미처 방어할 새도 없이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 그가 한참 동안 그녀의 입술을 탐하다 놓아주었다. 입술 위로 잔잔한 온기가 맴돌았다.어느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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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12화

그날, 진예은이 먼저 자리를 떠난 후, 반재신은 밥도 먹지 않고 하서함을 버려둔 채 나가버렸다. 말로는 급한 일 때문이라고 했지만 거짓말이 분명했다.이제 보니 둘째 오빠와 진예은은 진작 그녀 몰래 사귀는 사이로 발전했던 것이다.진예은은 강유이한테 이렇게 들켜버릴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었다. 순간 그녀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막막했다. 진예은은 난처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유이야, 미안해. 사실 우리…”“잠깐만.”강유이가 손을 들고 진예은의 말을 끊었다. 강유이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나 잠깐만 숨 좀 고를게. 갑자기 너무 어마어마한 사실을 알아버렸어. 두 사람 진작부터 사귀고 있었던 거야?”진예은이 시선을 내려뜨리며 답했다.“사귄다고는 할 수 없어.”반재신이 진예은을 돌아보았다. 그의 눈빛이 어둡게 가라앉았다.잠깐 정적이 흘렀다. 잠시 후 그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말했다.“진예은, 유이 앞에서 인정하지 않겠다 이거야?”그녀가 입을 꾹 다물며 애꿎은 입술만 깨물었다.그가 냉소를 지었다.“그럼 나도 설명할 필요 없겠네.”그가 그대로 몸을 돌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방을 나섰다.강유이가 그 자리에 굳어져 반재신이 나가는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리고 소파 앞에 서 있는 진예은을 돌아보았다. 두 사람 사이에 그녀가 모르는 오해가 있는 걸까?그날 저녁, 진예은은 먼저 집으로 돌아갔다.강유이는 촬영장에서 그가 오기를 기다렸다. 잠시 후, 한태군의 차가 멀지 않은 곳에 멈춰 섰다.그녀는 얼른 차에 올라탔다. 강유이는 진예은과 반재신의 일로 머릿속이 복잡했다. 한태군이 파일을 정리해 서류 봉투에 넣은 후 그녀를 돌아보았다.“무슨 일 있었어?”강유이는 그제야 정신이 번뜩 들었다.“예은이와 둘째 오빠 일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어.”한태군이 피식 웃었다.“알게 된 거야?”그녀가 멈칫거리더니 그를 홱 돌아보았다.“설마 오빤 진작부터 알고 있었던 거야?”한태군이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알고 있었지.”“언제부터?”“삼 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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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13화

반지 케이스였다.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목에 걸고 있던 반지를 만지작거렸다.“반지는 이미 예전에 줬었잖아.”한태군이 그녀의 뒤에 멈춰 섰다.“달라.”그가 미소 지었다.“삼 년 전에 줬던 반지는 기껏해야 약속의 증표라고밖에 할 수 없어. 정식은 아니야.”강유이가 그를 돌아보았다.“꼭 그렇게 분명하게 가려야 해?”한태군이 천천히 걸음을 옮겨 리본에 묶여있는 반지 케이스를 풀고 그녀한테로 다가왔다.강유이의 심장이 세차게 뛰기 시작했다. 그녀가 그를 바라보았다.그가 그녀의 앞에 멈춰 서더니 한쪽 무릎을 꿇고 손에 들고 있던 반지 케이스를 열었다. 케이스 안에는 수레국화 모양의 사파이어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반지 안쪽에는 한태군의 영문 이니셜이 새겨져 있었다.“강유이 씨, 나와 평생을 함께하지 않을래? 이 반지 받으면 앞으로 절대 나랑 헤어질 수 없어.”그의 장난스러운 뒷말에 그녀가 까르륵 웃었다. 그러나 곧바로 그녀가 고개를 살짝 숙이며 눈시울을 붉혔다.“세상에 이런 프러포즈가 어디 있어.”“함께해 줄 거지?”그녀가 손을 내밀었다.“그럼 한태군 씨, 제 손에 반지를 끼워주실래요?”그가 미소 지었다. 한태군이 반지를 들고 천천히 강유이의 약지에 끼워주었다. 사이즈가 딱 맞았다.그가 그녀의 손을 잡고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난 지금껏 이날만을 기다리며 살아왔어.”강유이가 그런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그가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있었기에 차가운 반지마저 따뜻하게 느껴졌다.그때, 갑작스러운 강유이의 배꼽시계 소리에 로맨틱하던 분위기가 깨져버렸다. 그녀가 난감한 표정으로 그에게 잡힌 손을 빼냈다.“아직 밥을 안 먹어서.”한태군이 웃음을 터뜨렸다.“내 생각이 짧았어. 내려가자.”강유이가 두 손으로 볼을 감쌌다. 강유이는 식탁에 앉아 한태군이 주방에서 요리를 준비하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웬지 자신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결혼 생활이 떠올랐다.문득 뭔가를 떠올린 그녀가 휴대폰을 꺼내 식탁 위에 놓인 꽃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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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14화

화들짝 놀란 그녀가 서둘러 물 안에서 몸을 움츠렸다. 그녀의 얼굴은 이미 잔뜩 붉어져 있었다.“나… 나 금방 나갈게.”그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웃음을 터뜨렸다.“욕조에 너무 오랫동안 몸을 담그지 말란 말을 하려던 것뿐이야. 그러다 기절할 수 있어.”그가 준비해 온 옷을 문 옆에 놓아주었다.“유이네 잠옷은 문 옆에 두고 갈게.”강유이가 알겠다고 짧게 대답했다.그의 그림자가 멀어진 후에야 그녀가 욕조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녀가 목욕 타월로 자기 몸을 감쌌다.욕실 문을 조심스럽게 열어보니 그가 준비해 둔 잠옷이 가지런하게 놓여있었다.그녀는 얼른 잠옷으로 갈아입고 욕실 밖으로 나갔다. 머리가 채 마르지 않은 터라 조금 축축했다. 뽀얗고 붉은빛이 도는 피부 위에 실크 잠옷이 걸쳐졌다.강유이가 고개를 빼꼼 내밀고 침실 안을 살폈다. 한태군이 다리를 꼰 채 기다란 소파에 앉아있었다. 그는 한 손으로는 이마를 짚고 있었고 다른 한 손으로는 잡지를 넘기고 있었다.검은색 실크 잠옷 가운을 걸친 그가 시선을 내려뜨리고 있었다. 허리끈을 느슨하게 맨 터라 앞섶이 느슨하게 벌어져 있었는데 어쩐지 그 모습에서 나른한 섹시함이 느껴졌다.은은한 스탠드 조명이 카펫 위에 우뚝 세워져 있었다. 따뜻한 불빛이 그의 모습을 은근하게 비추고 있었는데, 어둠과 교묘하게 조합되어 그의 오관이 더욱 뚜렷하게 느껴졌다.정말이지 세상을 뒤흔들 만한 미모를 가진 남자였다.미술관에 전시된 볼 수만 있고 만져서는 안 되는 작품이 바로 저 모습일 것이다.강유이는 속으로 조용히 감탄했다. 한태군이 기억을 잃었을 때 리사의 거짓말을 간파했던 게 참 다행이었다. 아니면 이렇게 완벽한 남자를 리사한테 빼앗길 뻔했을 것이다.한태군이 천천히 시선을 옮기며 입꼬리를 올렸다. 그가 잡지를 협탁 위에 올려놓았다.“유이야.”“응?”번뜩 정신을 차린 그녀의 시선이 그의 시선과 부딪혔다.강유이는 그제야 어색한 표정으로 침실 안으로 들어왔다.“나 다 씻었어.”말을 마친 그녀가 문뜩 흠칫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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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15화

잠시 후, 두 사람의 입술이 멀어졌다.한태군이 그녀의 입술을 반복적으로 매만지며 입을 열었다.“이제 자야지.”강유이가 저도 모르게 긴장했다. 설마 그때가 온 건가?그녀가 미처 정신을 차리기 전에 한태군이 그녀를 번쩍 안아 들고 침대로 다가갔다. 침대에 몸이 눕혀진 순간, 그녀의 심장이 미친 듯이 두근거렸다.한태군이 그녀의 이불을 잘 여며준 후 별다른 움직임 없이 그녀의 곁에 누워 그녀를 품에 안았다.“이제 자. 잘 자.”강유이가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았다. 자자는 말이 정말로 단순하게 잠만 자자는 말이었나?그녀가 고개를 돌려 한태군을 바라보았다.한태군은 눈을 꼭 감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서 피곤함이 느껴졌다. 그는 정말로 졸렸던 것 같았다.강유이가 낮게 숨을 돌렸다. 그래, 오늘 이 모든 걸 준비했으니 피곤한 게 당연했다.그녀가 조심스럽게 몸을 움직여 그와 마주 보도록 돌아누웠다. 그리고 그의 품에 파고든 채 눈을 감았다.창밖으로 은은한 달빛이 비치어 들었다.방안에서는 고요하고 따뜻한 밤이 흐르고 있었다.…TY 엔터.“강유이, 갑작스러운 공개 발표 잘 봤어. 너 때문에 어제 공식 계정 완전 난리 난 거 알아?”아침 일찍 출근한 임석진은 강유이의 갑작스러운 공개 발표 뉴스 때문에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어젯밤 강유이가 올린 다이아몬드 반지 사진 때문에 인터넷에서는 강유이의 남자친구 신분을 추측해 내느라 시끌벅적했다.일부 엮기 좋아하는 팬들은 강유이와 주계진을 엮으며 강유이의 남자친구가 주계진이라고 추측했다.강유이도 그녀가 올린 사진 한 장으로 이렇게 일이 커질 줄은 몰랐다.그녀가 난감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죄송해요, 매니저님, 저도 일이 이렇게 될 줄 몰랐어요.”임석진이 한숨을 내쉬었다.“네가 지금 연애를 하고 있든 말든 상관하지 않아. 어차피 넌 이미 연예계에서 훌륭한 성과를 따냈어. 삼 년 안에 무비 퀸이 된 것만 해도 엄청난 성공이야. 이대로 연예계에서 은퇴한다면 무척 아쉬울 정도야.”“저 은퇴할 생각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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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16화

그녀는 자신이 하는 모든 행동, 말 하나까지 언론에 공개되는 직업을 가졌다. 때문에 공인의 불편함을 깊이 깨닫고 있었다. 하지만 한태군은 연예인도 아니었기에 그녀는 그런 시선들을 그가 부담스러워하지 않을까 걱정되었다.진예은이 피식 웃었다.“혼인신고 하더니 이제 남편 걱정도 할 줄 아네.”그녀의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그럼 어떡해. 한태군은 이제 내 남편인데. 당연히 내가 걱정해 줘야지.”그러다 문득 뭔가를 떠올린 그녀가 고개를 휙 돌려 진예은을 바라보았다.“그럼 너랑 우리 둘째 오빠는 도대체 어떤 상황인데.”진예은이 순간 당황했다. 그녀가 급하게 시선을 돌리며 창밖을 바라보았다.“어떤 사인지 명확하지 않은 사이.”“그게 뭐야. 둘째 오빠가 너를 좋아하고, 너도 오빠 좋아하잖아. 그러면 된 거 아니야?”“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야.”진예은이 시선을 아래로 내려뜨렸다. “유이야, 나랑 네 오빠 일, 집에는 말하지 말아 줄래?”강유이가 멈칫거리더니 한참 동안 진예은을 바라보았다.곧바로 그녀가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우리 집에서 너를 반대할까 봐 걱정돼?”진예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그것 때문은 아니야…”반 씨 가문에서 그녀를 받아준다고 한들, 그녀와 반재신이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아직 서로에 대한 감정도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결혼 한다는 말이 오간다고 한들 그게 무슨 소용일까?여전히 고고한 반재신은 자신의 속마음을 솔직하게 터놓으려 하지 않고, 계속하여 그녀한테 맞추어 보라고만 한다. 끊임없는 추측에 그녀는 지칠 만큼 지친 상태였다. 그러나 그는 절대 그녀한테 먼저 고개를 숙이려 하지 않았다.물론 그녀 역시 고집스럽긴 마찬가지였다. 절대 그에게 지려 하지 않았고 그런 마찰로 그 역시 지쳐가고 있었다.함께 있으면 언제나 싸우고 입씨름만 할 뿐이었다.그는 분명 좋게 말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그녀한테만 가시 박힌 말을 내뱉었다. 그런 느낌이 계속 들다 보니 뭔가 그녀가 자꾸만 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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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17화

“그건 우리 둘째 오빠가 쓰던 피아노야.”진예은이 멈칫거리더니 잠시 후 피아노 뚜껑을 들어 올렸다. 검은색과 흰색의 건반이 가지런하게 배열되어 있었다.“피아노도 칠 줄 알았구나.”피아노를 치는 그의 모습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 그녀의 인상 속에 있는 반재신은 경영학 외의 다른 것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이런 모습이 숨겨져 있었다니.강유이는 반재신이 어렸을 때 음악에 천부적인 재능을 보였었다고 말했다. 또한 월반한 후 로열 음악 학원까지 갔었다고 했다. 그는 원래 음악가가 될 수도 있었지만 회사를 이어받아야 기에 그 길을 포기했었다.진예은이 흠칫 놀라며 되물었다.“그건 너무 아쉽잖아.”“확실히 아쉽긴 했어. 하지만 둘째 오빠 스스로가 선택한 길이야.”강유이가 시선을 내려뜨렸다.큰 오빠가 더욱 강해지기 위해 증조할아버지를 따라 해외로 유학을 떠나고, 둘째 오빠는 음악을 포기했다. 꿈도 중요했지만 둘째 오빠와 큰 오빠는 반 씨 가문의 자식으로서 책임을 다해야 했다.그러나 그녀는 달랐다. 그녀는 여자였기에, 어렸을 때부터 집안 모든 사람들이 그녀를 아꼈다. 절대 그녀한테 집안의 부담을 짊어지게 하지 않았다.때문에 그녀는 속으로 자신의 두 오빠를 매우 존경하고 있었다.진예은이 강유이를 바라보았다. 어쩐지 강유이가 지금껏 스스로 노력하여 무언가를 이루려던 원인이 어렴풋이 짐작되는 것 같았다. 그 이유에 그녀의 두 오빠가 있었다.집안에서 아무리 그녀를 보배처럼 다루었어도 그녀는 쓸모없는 공주님으로만 성장하지 않았다. 두 오빠가 몸소 모범을 보이니 그녀 역시 오빠들처럼 우수하게 자라고 싶었다.…AM 그룹.하서함이 서류를 들고 행정팀으로 향했다. 행정팀 소속 사원들도 그녀가 운경 그룹의 딸임을 알고 있었기에 그녀한테 공손하게 대했다.그녀 역시 성격이 온화하고 잘난척하지 않았기에 행정팀 직원들은 그녀에 대한 인상이 좋았다.“하서함 씨는 성격도 좋고, 본인 스스로가 엉첨나게 노력하잖아요. 혹시 저분이 우리 그룹 미래 사모님이 되는 거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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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18화

그 거리가 어찌나 먼지 친구로 지내자는 말도 할 수 없을 정도였다.친구로 지내자면 적어도 두 사람 사이에 어떤 감정이 오가야 했다. 하지만 그는 그녀를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의 아버지가 그의 의견도 묻지 않고, 곧바로 반지훈 회장을 찾아갔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반재신 씨는 어떤 스타일의 여자한테 호감을 느끼시나요?”반재신이 시선을 옮겨 그녀를 바라보았다.“그게 하서함씨와 무슨 상관이죠?”그녀가 솔직하게 답했다.“저는 반재신 씨의 마음을 열지 못했으니까 당연히 궁금할 수 밖에요. 반재신 씨의 닫힌 마음의 문을 열 정도 되는 여자라면 분명 엄청 멋진여자겠죠.”어쩌면 정말로 그녀의 말대로 그의 눈이 너무 높아, 그녀를 받아들이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만약 그 상대가 엄청 훌륭한 여자였다면, 그녀도 깔끔하게 패배를 인정할 수 있었다.반재신이 침묵했다. 그의 주위에는 훌륭한 여자가 많았다. 하서함도 그 중 하나이다. 가문도 그와 썩 잘 어울렸고, 적당히 절제할 줄도 알았으며, 능력 있는 재벌가 딸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었다.이런 여자와 결혼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내조도 원만하게 잘 할 거고, 남편의 사업에도 큰 힘을 보태줄 수 있을 것이다.만약 그의 마음을 열 수 있는 여자의 조건이 우수함이었다면, 확실히 진예은은 수준 미달이었다.고집이 세고, 절대 그에게 지려고 하지 않았으며, 말도 듣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가정 환경도 복잡했다. 여자로서 갖춰야 할 기본적인 온화함조차 없었다. 하지만 하필 그런 여자가 반재신의 마음에 들어온 것이다.그 생각이 떠오르자 반재신은 순간 저도 모르게 소리 내어 웃음을 터뜨렸다.하서함이 당황하며 물었다.“재신씨?”반재신이 곧바로 표정을 굳히고 정색했다. 그는 자신이 언제 웃었냐는 듯이 무표정한 얼굴로 말을 이어나갔다.“세상에 우수하지 않은 여자는 없습니다. 아무리 뛰어나지 않은 사람이라고 해도 다들 자신만의 강점을 갖고 있습니다. 만약 배우자를 선택하는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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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19화

강유이가 언제 반재신과 한통속이 된 거지?반재신이 정장 외투를 벗어 현관 옷걸이에 걸었다.“이사를 했으면 나한테 알렸어야지.”그녀가 팔짱을 끼며 말했다.“굳이 내가 알리지 않아도 알려주는 사람 있잖아.”반재신이 거실을 둘러보았다. 익숙한 물건들이 눈에 들어왔다.그가 피아노 앞에 멈춰 서더니 시선을 아래로 행했다.“유이가 너보고 여기서 지내래?”그녀가 피식 웃었다.“아니면?”곧바로 그녀가 말을 보충했다.“공짜로 지내는 거 아니야. 월세 낼 거야.”그가 멈칫거리더니 그녀를 돌아보았다.분명 그녀 자신만 놓고 보면 그녀가 이렇게까지 도도하게 굴 그 어떤 이유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항상 세상에 두려울 게 없는 사람처럼 당당했다.그 당당함의 원천은 그녀 자신이었다.그녀는 꿍꿍이가 없었고, 다른 사람한테 빌붙을 줄도 몰랐다. 오직 본인 스스로가 노력하여 모든 걸 이루어 냈기에 그토록 당당할 수 있었다.마치 자기 절로 번 돈이니 무엇을 사도 다른 사람들이 뭐라 하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반재신이 그녀를 한참 동안 쳐다보았다.“한 달에 얼마씩 내는데?”그녀가 흠칫거리더니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얼마 벌면 얼마 줄 거야.”문뜩 정신을 차린 그녀가 그를 쏘아보며 말했다.“네가 집을 내준 것도 아닌데, 뭘 그렇게 시시콜콜 따져?”그가 소리 내어 웃었다.“순진한 내 동생이 손해 볼까 봐 그러지.”“내가 정말로 유이한테 손해 줄 짓을 했어도, 네가 나설 필요는 없어.”“내가 걔 오빤데 왜 내가 나설 필요 없지?”진예은은 아예 몸을 돌려 위층으로 올라가려고 했다.반재신이 얼른 그녀를 붙잡았다.“나 여기 싸우러 온 거 아니야.”그녀가 기가 막힌다는 듯이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싸우러 온 게 아니라, 내가 하는 일에 시비를 걸고 싶어 온 거겠지.”반재신은 말문이 막혔다.진예은이 그의 손을 뿌리치려 하자 그가 더욱 힘을 주어 그녀를 붙잡았다.“제발…”그의 표정이 어쩐지 부자연스러웠다.“나한테 한 번이라도 져 줄 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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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20화

진예은이 막 손을 들어 그를 때리려 하자 반재신은 그녀의 손목을 잡고 옷장에 밀어붙였다. 힘으로는 도저히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차린 진예은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반재신! 너는 부끄러운 줄도 몰라?”반재신은 손가락으로 빨개진 그녀의 턱을 들고 빤히 쳐다봤다. “부끄러운 감정? 난 그딴 거 몰라.”말을 마친 그는 바로 머리를 숙여 그녀의 입술에 자기 입술을 포갰다.가볍게 그녀를 놀리려고만 했는데 도가 지나쳐 버렸다.만약 진예은도 그에게 다른 감정이 없었다면 그가 그녀의 몸 구석구석을 느낄 기회는 없었을 것이다. 이런 순간에만 두 사람은 영혼의 단짝처럼 쿵짝이 잘 맞았다.…일주일 후, 종방 연회장.주인공인 강유이도 종방 연회에 참가했다. 밖에는 많은 기자들이 기다리고 있었고, 강유이와 주계진이 나타나자,기자들은 혈안이 되어 두 사람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바빴다.“강유이 씨, 인스타에서 언급하신 남편이 누구인지 이름만이라도 공개할 수 있나요?”주계진이 대답하려던 찰나 강유이가 그의 팔을 부드럽게 움켜쥐었고 주계진은 그저 한숨을 내쉬며 미소로 대신했다.강유이는 태연하게 기자들을 보며 말했다. “죄송해요. 우리 남편이 얼굴을 공개하는 걸 싫어해서 어쩔 수 없네요. 그러니 여러분들도 그 사람의 생활을 방해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강유이 씨가 그분을 남편이라고 부르셨는데, 혹시 두 사람 약혼하셨나요?”“네.”“연예인입니까?”강유이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아니요.”기자가 다른 질문을 하려고 할 때, 주계진이 어수선해진 분위기를 수습했다. “저도 주인공인데 저한테도 질문 좀 해주세요. 저는 사적인 질문도 사실대로 대답할 수 있어요.”주계진이 자진해서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말하며 열정적인 태도를 보이자,기자들이 머쓱해하며 웃음을 터뜨렸다.강유이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연회장으로 달려 들어갔다.그 시각, 연회장에서 조감독과 술을 마시던 서자천은 강유이가 연회장에 나타난 것을 발견하고 술 한 잔을 손에 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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