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쌍둥이가 CEO 아빠 유괴하기?의 모든 챕터: 챕터 1811 - 챕터 1820

2771 챕터

제1811화

매기가 그녀의 손을 쳐내더니 눈을 치켜뜨고 말했다.“이게 다 류하리 씨 덕분이죠.”류하리가 뻣뻣하게 굳었다. 불그스름하던 얼굴에 어느새 핏기가 싹 가시더니 점점 흙빛으로 변했다.매기가 그녀를 바라보았다.“류하리 씨는 너무 맹목적으로 자만했어요. 한태군은 단지 류하리 씨에게 다른 세력의 힘을 빌리지 않고서도, 손쉽게 류씨 가문을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을 뿐이에요.”“그는 류씨 가문을 완전히 망가뜨리진 않을 거예요. 단지 당신 가문의 주인이 바뀌는 것뿐이죠. 류 회장이 체포되었으니 이제 유성 그룹의 주인은 전폭적으로 시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부회장님이 되겠죠. 류하리 씨와 류강준 씨는 부회장님한테 류씨 가문의 실권을 양도해야겠네요. 퍽 속이 쓰리겠어요.”류하리가 머리를 감싸 쥐고 히스테리를 일으키며 소리쳤다.“안 믿어! 이건 거짓말이야!”매기가 피식 코웃음을 쳤다.“믿든 안 믿든 마음대로 해요. 어차피 이게 현실이니까. 류하리 씨, 부디 H 국까지 편안한 비행 되시길 바랄게요.”류하리가 털썩 바닥에 주저앉았다. 마치 영혼이 가출한 텅 빈 껍데기 같았다.이틀 후, 학교.지난주에 있었던 연극 영화과 시험 성적이 게시판에 붙었다.강유이와 진예은이 인파를 헤치며 앞으로 나갔다. 예상대로 게시판에는 그녀의 이름이 걸려있었다.진예은이 고개를 돌렸다.“빅토리아대학교 연극 영화과 일등이라니. 대단해, 유이야!”강유이가 소리 내어 웃었다.“졸업 논문까지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돼.”“너 졸업해?”진예은이 놀라 물었다.강유이가 헛기침을 했다. 깜빡 잊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이 진예은한테 조기 졸업을 준비하고 있다는 말을 한 적이 없었다.이제 더 이상 감출 것도 없었기에 머리를 긁적이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냥 하루라도 빨리 졸업하고 싶어.”진예은이 깊은 깨달음을 얻은 사람처럼 중얼거렸다.“아, 한태군과 하루라도 빨리 결혼하려고 그러는구나.”강유이의 얼굴이 순식간에 화르륵 달아올랐다. 그녀가 팔꿈치로 진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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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12화

그가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입술을 머금었다.지난 시간 동안 낮이고 밤이고 끊임없이 떠올라 그를 괴롭혔던 그녀의 체취가 훅 하고 밀려들어왔다.강유이가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 해당 나무 아래, 두 사람은 그동안의 그리움을 보충하려는 듯이 서로를 탐했다.얼마 후, 두 사람의 입술이 떨어졌다.강유이가 시선을 내리자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순간 훅 밀려드는 서러움에 눈물이 차올라 앞을 가렸다.“우리 못 본 지 반달이나 됐어.”그가 기분 좋게 웃으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응. 반달이나 되었어.”그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나한테 할 말 없어?”한태군이 그녀의 입술을 매만지며 뭔가를 억누르는 듯이 말했다.“있어.”그가 그녀와의 거리를 조금 더 좁히며 다가갔다.“너와 떨어져 있는 그 시간 동안 네가 너무나 보고 싶었어. 심지어 꿈에서도 온통 너뿐이었어.”강유이는 현재 자신의 얼굴이 얼마나 빨개졌을지 짐작되었다. 그녀는 너무나 적나라하게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그의 시선을 피하며 웅얼거렸다.“입만 살아서는.”그래도 궁금하긴 했다.“꿈에서 뭐 했는데?”그가 피식 웃더니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꿈에 유이 네가 나와서. 내가 잡아먹었어.”강유이가 씩씩거리며 그를 마구 때렸다.“이, 이 변태야!”그가 그녀의 손을 잡아채더니 그녀의 손가락에 입을 맞추었다.“내가 유이 너를 그리며 꿈을 꿨는데. 그게 왜 변태야? 응?”그녀의 얼굴이 잘 익은 사과처럼 붉게 달아올랐다. 그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한입 베어 물고 싶은 마음까지 들었다. 그리고 한태군은 정말로 실천했다. 그가 가볍게 그녀의 입술을 깨물었다.따끔거리는 고통이 느껴지더니 순식간에 입술이 저릿해나는 이질감이 느껴졌다.그녀가 작게 항의했다.“한태군, 물지 마!”그의 눈에 웃음기가 더 깊어졌다.…진예은은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집은 예전과 달라진 점이 없었다. 다만 예전보다 훨씬 더 쓸쓸하게 느껴졌다.집사가 그녀의 도착을 고하자 얼마 후 그녀의 아버지가 서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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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13화

진예은은 순간 등줄기가 오싹해났다. 방금 전까지 약해졌던 마음이 어머니의 말에 다시 꽁꽁 얼어붙었다.그녀의 아버지 역시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그가 서둘러 다가가 진씨 부인을 떼어놓으려 했지만 오히려 진씨 부인이 그를 밀어냈다. 그녀는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예은아, 나한테 이제 너밖에 없어. 날 버리면 안 된다. 난 네 엄마야!”“짝!”뺨을 내려치는 소리가 선명하게 방 안에서 울려 퍼졌다. 진예은이 미처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진씨 부인의 몸이 절반 정도 돌아가더니 바로 침대 위에 쓰러졌다.곧바로 그녀의 아버지의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아직도 정신 못 차린 거야!”진씨 부인이 손으로 뺨을 감싸 쥔 채 침대에 멍하니 앉아있었다. 그녀는 말을 하지 않았다.진예은의 아버지가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당신 나랑 약속했잖아. 앞으로 예은이와 잘 지내겠다고 분명히 약속했어. 날 속인 거야?”그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가 이를 악물고 터져 나오는 감정을 참아내는 것 같았다.“아들 하나 망친 걸로 모자라, 이제 하나 남은 딸까지 붙잡아 두려고? 도대체 당신이 원하는 권력이 뭔데. 폐하가 왜 끝까지 당신과 진찬을 인정하지 않는지 아직도 모르겠어? 어떤 부모가 자식을 권력 쟁탈의 도구로 앞세워. 우리 아들이 죽은 건 다 당신이 그렇게 내 몬 거야!”“내가 아니야… 아니야…”진씨 부인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녀가 불안한 시선으로 허공만 주시했다.진찬이 죽었다는 사실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했던 그녀였다. 그런데 방금 그의 말은 정확히 그녀의 아픈 곳을 찔렀다.사실 가장 죄책감을 느끼고 있는 사람은 그녀의 아버지였다. 그는 무력한 겁쟁이었기에 진찬이 돌이킬 수 없는 길로 가고 있는 걸 보면서도 말리지 못했다.진예은이 시선을 돌렸다. 그녀의 얼굴에서 아무런 표정도 읽어낼 수 없었다.“아버지, 어머니의 정신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으니 빨리 치료를 받는 게 좋을 것 같아요.”그녀의 말에 그는 허공만 멍하니 바라본 채 한참 동안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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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14화

거실에는 강유이와 한태군만 남게 되었다. 강유이가 머리를 쑥 내밀고 위층을 힐끔거렸다.“아저씨 진짜로 화나신 건 아니겠지?”한태군이 자리에서 일어났다.“걱정 마. 어머니가 해결하실 거야.”그가 그녀한테 가까이 다가오더니 손을 뻗어 그녀를 자기 품으로 끌어안았다. 깜짝 놀란 강유이가 고개를 들고 그를 바라보았다.“지금 뭐 하는 거야?”그가 조심스럽게 그녀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었다.“방으로 갈까?”그녀가 무의식적으로 그의 시선을 피했다.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방에 가서 뭐 하려고…”한태군이 머리를 살짝 숙이며 가볍게 그녀의 귀를 깨물었다.“나 유이 너랑 같이 있고 싶어.”그녀의 몸이 흠칫 떨렸다. 얼굴이 후끈 달아올랐다. 그녀가 겨우 마른침을 삼켰다.“지금 같이 있잖아.”“달라.”그의 손가락이 그녀의 입술을 훑었다.“나 너랑 키스하고 싶어. 유이 네가 다른 사람한테 보이는 걸 개의치 않는다면…”강유이가 서둘러 손으로 그의 입을 막았다. 귀까지 빨개진 그녀가 낮은 목소리로 다그쳤다.“알았어!”방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한태군이 그녀를 벽으로 밀치며 턱을 잡아 올린 후 입술을 부딪혔다.얼마나 흘렀을까. 강유이의 눈초리가 파르르 떨리더니 그의 어깨 위에 올려두었던 손에 힘을 주었다.“태군 오빠… 나 숨을 못 쉬겠어…”한태군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그녀의 목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의 숨결이 닿은 부위에 열기가 피어올랐다.강유이는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려 바로 서지 못했다. 곧바로 그녀의 다리가 허공에 붕 뜨더니, 그가 그녀를 번쩍 안아들었다.“한태군…!”그는 그녀에게 말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그가 다시 그녀의 입술을 머금었다.해 질 무렵, 석양이 통유리로 된 창문을 꿰뚫고 들어와 방안을 밝혔다. 어렴풋하게 들어온 빛이 마치 필터를 씌운 것처럼 그의 얼굴 윤곽을 부드럽게 만들어주었다.강유이는 옆으로 돌아누워 깊은 잠에 빠진 한태군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손을 들고 그의 눈가를 쓰다듬었다.한태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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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15화

다음날, 학교에 도착한 강유이는 하루 종일 퀭한 상태였다.어젯밤 그녀는 한태군의 방에서 오후 내내 푹 잤다. 밥을 먹고 집으로 돌아오니 아예 잠이 오지 않아 새벽 다섯 시가 되어서야 겨우 잠들었다.그녀는 참지 못하고 거울을 꺼내 얼굴을 확인했다. 다크서클이 진하다 못해 판다가 와서 친구하자고 할 정도였다.갑자기 누군가가 그녀의 어깨를 툭 건드렸다.깜짝 놀란 그녀가 뒤돌아보고 멈칫거렸다.“둘째 오빠?”반재신이 팔짱을 끼고 다크서클 때문에 퀭한 그녀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어젯밤에 도둑질이라 한 거야?”“아니거든.”강유이가 얼굴을 휙 돌렸다. 그녀가 서둘러 거짓말을 해대며 변명했다.“커피를 많이 마셨더니 잠이 안 와서 그래.”“진예은은?”강유이가 멈칫거리다가 수상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오빠가 예은이를 왜 찾아?”반재신이 그녀의 시선을 피하더니 얼굴색 하나 안 변하고 답했다.“별일은 아니야.”그러다 어딘가 찝찝했는지 보충하며 말을 이었다.“잠깐 찾을 일이 있어.”“무슨 일?”“뭘 그리 꼬치꼬치 캐물어.”“……”강유이가 볼에 바람을 넣고 뚱한 표정을 짓더니, 곧바로 뭔가 떠올랐는지 장난스럽게 눈꼬리를 휘며 말했다.“오빠, 사실 예은이 안 싫어하지?”반재신이 미간을 찌푸렸다.“뭐?”“나한테 딱 걸렸어. 예전에는 그렇게 나한테 예은이를 멀리하라 더니, 이젠 오빠가 직접 찾아다니네? 두 사람 언제부터 그렇게 가까워진 거야?”반재신이 진예은을 찾으로 다니는 게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분명 두 사람 사이에 뭔가가 있었다.반재신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웃더니 힘을 실어 그녀의 머리를 흐트러 놓았다.“이게 간덩이가 부었네. 지금 날 떠보는 거야?”강유이의 머리가 엉망진창으로 흐트러졌다. 그녀가 그의 손을 밀어내며 머리를 정리했다.“누가 떠봤다고 그래. 사실이 그렇잖아. 오빠, 예은이를 싫어하지 않는다는 걸 인정하는 게 그렇게 어려워?”반재신이 얼굴을 돌리고 한숨을 내쉬었다.“신경 꺼.”“예은이는 내 친구야. 내가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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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16화

병원, 진예은이 침대에 누워 수액을 맞고 있었다. 강유이는 그녀의 곁에 앉아 그녀의 상태를 살폈다. 잠시 후 진예은이 천천히 정신을 차렸다.강유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예은아, 괜찮아?”진예은이 겨우 입꼬리를 올리며 미소 지었다.“고마워.”강유이가 그제야 안심하고 자리에 앉았다.“얼마나 놀랐는 줄 알아? 내가 찾아가서 다행이지. 너 혼자 있다가 고열로 쓰러졌더라면 진짜 큰일 날 뻔했다고.”진예은이 몸을 일으켜 앉았다.“네가 나 병원에 데려온 거야?”유이가 답했다.“내가 큰 오빠한테 연락해서 오빠가 차로 병원까지 데려다줬어.”진예은이 대답을 하지 않았다.그때 병실 문밖에 반재언이 나타났다. 그가 문에 기대서서 노크했다.“좀 괜찮아?”살짝 멈칫거리던 진예은이 고개를 끄덕였다.“너희들한테 신세 졌어.”강유이가 말했다.“우리 사이에 신세라니. 참, 너희 집에 계시던 도우미 아주머니는?”진예은이 고개를 수그렸다.“아주머니는 오늘 연서를 데리고 외출했어. 난 그냥 자고 깨나면 다 나을 줄 알았거든.”하루 종일 연서를 돌보는 일이 쉬울 리가 없었다. 때문에 그녀는 어젯밤부터 몸이 좋지 않았지만 굳이 아주머니에게 말을 꺼내지 않았다.“그러면 안 되는데. 아니면 가사도우미 한 분 더 쓰는 게 어때? 한 분만 쓰면 오늘처럼 아주머니 없이 너 혼자 있다가, 또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어떡해.”진예은이 쓴웃음을 지었다.“됐어. 다음부턴 주의할게.”강유이가 반재언한테 다가갔다.“오빠 우리 집 가사도우미분들 중 한 분을 예은이네 집에 보내면 어때?”반재언이 그녀를 바라보았다.“그건 유이 네가 알아서 해.”진예은이 깜짝 놀라더니 서둘러 거절했다.“진짜 괜찮아. 우리 집은 작아서 그렇게 많은 사람이 필요하지 않아. 걱정하지 마. 다음에 또 이렇게 몸이 아프게 되면 그땐 무조건 아주머니한테 얘기할게.”강유이가 뭐라 말을 하려는데 반재언이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됐어. 싫다고 하는 사람한테 강요할 수는 없어.”그러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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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17화

클랙슨 소리에 놀란 사람들이 하나 둘 그들 쪽을 돌아보았다. 그들은 그녀가 한 말까지는 듣지 못했다. 하지만 운전석에 앉아있던 반재신은 달랐다.그녀의 말을 똑똑히 알아들은 그의 얼굴이 순식간에 흙빛이 되어버렸다.“진예은.”반재신이 문을 열고 차에서 내리더니 그녀의 팔목을 잡아챘다. 그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너 지금 나한테 욕했어?”미처 도망치지 못한 그녀가 팔을 빼내려고 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손목에서 통증이 느껴졌다.“이거 놔!”반재신이 그녀의 턱을 잡고 고정시켰다.“다시 한번 욕해보지 그래?”그의 말투에서 위협이 느껴졌다.진예은이 저항을 포기하고 피식 비웃었다.“왜? 혹시 방금 내 행동 때문에 화가 났다고 또 날 때리려고?”반재신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헛웃음을 지었다.“내가 언제 너를 때렸다고…”순간, 그는 뒷말을 잇지 못했다.확실히 지난번 그는 자기감정을 주체하지 못했었다.하지만 그는 정말로 그녀를 때리지는 않았다.“도련님한테 그런 일쯤은 큰일도 아니겠지.”진예은이 있는 힘껏 그의 손을 뿌리치고 아픈 손목을 문질렀다.“별다른 용건 없으면 나 먼저 갈게. 도련님의 눈을 그만 괴롭히고 이만 꺼져주지.”그녀가 막 가려는데 반재신이 팔을 쭉 뻗어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데려다줄게.”진예은이 그대로 멈춰 섰다. 그녀의 표정이 괴이하게 이그러지더니 고개를 돌려 반재신을 돌아보았다.“너… 뭐 잘못 먹었어?”그가 차 문을 열더니 진지한 표정으로 그녀를 향해 말했다.“네가 이대로 가서 길바닥에 쓰러지기라도 하면 내 동생이 걱정할 거야. 그 꼴이 보기 싫어서 그러는 거니까, 타.”진예은이 몇 초간 침묵하다가 그에게로 다가갔다. 그녀가 그를 슬쩍 밀어내고 조수석에 올라탔다.“그럼 신세 좀 질게.”그녀는 전혀 사양하지 않았다.가는 동안 진예은은 창밖을 내다보았다. 순간 그녀는 그가 속력을 많이 줄였다는 것을 느꼈다. 오늘의 그는 그날 밤처럼 그렇게 거칠게 운전하지 않았다. 만약 저 얼굴과 까칠한 성격만 아니었다면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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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18화

“진연서!”진예은이 못 말리겠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아이가 태어나서 기억이라는 게 생성되었을 때부터 아이의 곁에는 부모가 없었다.때문에 연서는 보는 사람마다 아빠라고 불렀다.결국 진예은이 돌아서서 반재신한테 해명했다.“연서가 아직 어려서 뭘 잘 모르고 아무 말이나 막 해. 미안한데 너무 마음에 두지 말고, 너그럽게 이해해 줬으면 좋겠어. 그럼 조심히 돌아가.”그녀가 연서를 안고 집으로 들어가려 했다. 그런데 그때, 연서가 손을 뻗어 반재신의 옷을 잡아당겼다. 아무도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도우미 아주머니까지 깜짝 놀라 서둘러 그들 쪽으로 다가갔다.“연서야, 그러면 안 돼.”진예은 역시 연서의 돌발행동에 아이를 제지시키려고 했다. 그런데 반재신은 오히려 그녀의 품에서 아이를 안아들었다.그녀가 깜짝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너…”반재신이 연서를 품에 안았다. 더욱 놀라운 건 아이를 안는 솜씨가 제법이었다. 처음 아이를 안아보는 게 아니었다. 연서는 그의 품에서 울기는커녕 까르르 웃으며 기뻐했다. 고사리 같은 작은 손으로 그의 머리를 잡아당기며 장난까지 쳤다.반재신은 전혀 화를 내지 않았다. 그는 아이를 처음 안아보는 것도 아니었다. 구천광의 딸도, 삼촌의 아들도 다 안아봤던 그였다.아이의 몸은 보들보들했고 향긋한 우유 향이 느껴졌다. 역시 사람은 어렸을 때가 가장 귀여웠다.진예은은 신세계를 본 것처럼 눈이 휘둥그레졌다. 오만하고 도도한 반재신이 적극적으로 낯선 아이를 품에 안다니.언제나 냉기가 뚝뚝 흐르던 그 얼굴이 지금 이 순간만큼은 부드럽게 풀어져있었다.곁에 있던 도우미 아주머니마저도 그 모습을 훈훈하게 지켜보고 있었다.“연서가 도련님을 많이 좋아하는 것 같네요.”진예은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연서는 그를 무서워하지 않았다. 아니, 좋아한다는 표현이 더 어울렸다.아이는 강유이가 왔을 때에도 잔뜩 겁을 먹고 낯설어했었다. 그런데 하필 반재신이 왔을 때에는 이렇게 대담하게 행동하다니.설마 반재신이 남자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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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19화

강유이가 입술을 꼭 깨물더니 곧바로 털어놓았다.“둘째 오빠 생각하고 있었어. 둘째 오빠 왠지 수상하단 말이야.”반재언이 피식 웃으며 시선을 내렸다.“재신이 일은 네가 너무 신경 쓸 필요 없어.”그때, 강유이의 휴대전화가 진동했다. 진예은한테서 온 문자였다. 고개를 숙이고 문자 내용을 확인한 그녀가 어찌나 놀랐는지 젓가락을 다 떨어트렸다.반재언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무슨 일이야?”강유이는 좀처럼 입을 다물지 못했다.“둘째 오빠가 예은이 집에서 밥을 먹는대. 지금 이거 내가 아는 반재신 맞아?”둘째 오빠 몸속에 다른 영혼이 깃든 게 분명했다.강유이한테 문자를 보낸 후 진예은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휴대전화를 넣고 반재신을 바라보았다.연서는 그의 곁에 꼭 붙어 앉아 그가 떠먹여 주는 음식을 받아먹고 있었다. 반재신은 아이한테 밥을 먹이는 내내 전혀 귀찮은 표정을 짓지 않았다. 연서가 입 주위 가득 밥알을 묻히고 먹어도 반재신은 티슈로 아이의 입을 정성 들여 닦아줄 뿐이었다.그 모습이 너무나 기이한 한편, 어쩐지 따뜻해 보이기도 했다.“도련님 먼저 식사하세요. 연서는 제가 돌볼게요.”아주머니가 다가가 연서를 안아들고 위층으로 향했다.연서는 배가 불렀는지 울지도, 떼를 쓰지도 않고 아주머니의 어깨에 기대어 얌전히 있었다.이제 거실에는 두 사람만 남게 되었다.진예은이 맞은편에 앉은 남자를 바라보았다. 잠깐 망설이던 그녀가 말을 꺼냈다.“아이를 안아본 경험이 있는 거야?”반재신이 그녀를 힐끗 바라보며 답했다.“그게 뭐 어렵다고. 한 번 보면 바로 알지.”진예은이 할 말을 잃었다.지금 저 자식이 자신은 천부적인 재능을 갖고 있다고 자랑하는 건가? 본인은 다른 사람보다 똑똑해서 한번 보면 바로 안다 뭐 이런 건가?역시 그와 정상적인 대화는 불가능했다.그녀가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말했다.“이제 밥도 얻어먹었잖아. 다 먹었으면 빨리 돌아가.”반재신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피식 웃었다.“지금 손님을 쫓아내는 거야?”“네가 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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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20화

반재신이 컵에 담긴 커피를 힐끗 바라보더니 눈을 가늘게 떴다.“나 인스턴트 안 마셔.”“정말 미안하게 됐어. 우리 집엔 인스턴트밖에 없어서 말이야.”그녀가 이를 악물고 웃었다.그때 과일을 들고 다가오던 아주머니가 하필 방금 그녀의 말을 듣게 되었다. 아주머니가 의아한 표정으로 말했다.“아가씨, 서랍에 제가 금방 사 온 원두 있어요.”진예은이 말을 잇지 못했다.반재신이 겨우 웃음을 참아냈다.“진예은 씨, 손님을 대하는 태도가 이게 뭡니까?”아주머니는 그가 화가 난 줄 알고 서둘러 해명했다.“도련님, 아가씨 탓이 아니에요. 제가 미처 아가씨한테 새 원두를 사 왔다는 말을 하지 못했어요. 제가 당장 한 잔 내려드릴게요.”아주머니를 돌아보는 반재신의 표정이 한결 부드러웠다.“번거롭게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아주머니께서는 가서 볼 일 보세요.”가사도우미가 결국 고개를 끄덕이고 물러갔다.그가 포크를 들고 과일을 콕 집어 맛본 후, 곁에 우두커니 서 있는 진예은을 힐끗 바라보았다.“아주머니를 봐서 더 이상 따지지 않을게.”“다행이야. 그럼 그거 먹고 꺼져.”진예은이 몸을 휙 돌려 위층으로 올라갔다.멀어져 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한참 동안이나 바라보던 반재신은 어쩐지 기분이 나빠졌다. 그가 과일 접시를 멀찍이 밀어낸 후 자리에서 일어나 집 밖으로 나갔다.정원 밖에서 점점 멀어지는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 진예은이 창가로 다가가 커튼을 살짝 젖혀보았다. 정원에 주차해두었던 차가 드디어 사라진 걸 확인하고 커튼을 닫아버렸다.연서가 자기 키만큼 큰 곰인형을 안고 문 앞에 나타났다.“고모, 아빠는?”진예은이 아이한테 다가가 아이와 시선을 맞추며 웅크려 앉았다. 그녀가 아이의 볼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연서야, 아까 그 사람은 네 아빠가 아니야. 그러니까 앞으로 절대 함부로 불러서는 안돼. 알았지?”연서의 눈동자가 혼란스럽게 흔들렸다. 아직 부모에 대한 인식이 없는 아이는 온전한 가족이 어떤 건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나중에 아이가 크게 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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