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대뜸 반문했다.“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데 체면이 대수야?”반재신이 그녀를 밀치고 창문을 열었다. 바람 덕분에 그는 조금씩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한태군이 창문을 잠그지 않은 걸 다행으로 생각해.”진예은이 침대에 앉으며 말했다.“이렇게 되면 오늘은 여기서 밤을 보내야 할 것 같아.”반재신은 말이 없었다.한참이 지났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자, 뒤를 돌아보니 그녀는 이미 잠이 들었다.반재신은 창가에 기대고 서서 그녀를 지그시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아침, 따스한 햇살이 방안을 비췄다.잠에서 깬 진예은이 몸을 일으켰다. 그녀의 시야에 소파에 앉아 컴퓨터에 집중하고 있는 반재신의 모습이 들어왔다.그의 무릎 위에 있는 컴퓨터를 유심히 관찰하던 그녀는 그것이 자기 것임을 알아차렸다.반재신이 그녀가 곤히 잠든 틈을 타 옆방에 갔던 걸까?“반재신!”진예은은 컴퓨터를 빼앗으러 다급하게 움직였다.반재신이 컴퓨터를 접고 그녀를 힐끔 바라보았다. 너무 급했던 나머지 그녀는 속도조절에 실패했다. 그녀는 그대로 그를 덮치고 말았다. 포근한 것이 그의 얼굴에 정면으로 닿았다.반재신은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그녀가 재빨리 후퇴했지만 사고는 발생했다.반재신의 복잡한 표정에 난감해진 그녀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먼저 말하지만 절대 고의는 아니야. 그리고 이건 내가 더 손해 보는 일이기도 해.”반재신이 주먹을 쥐고 이를 악물며 말했다.“진예은. 너......”“난 옆방에 잠깐 갔다 올게.”그가 화를 내기 전에 물러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다.반재신은 얼굴을 감싸며 심호흡했다.진예은은 애써 모른 척했다. 그의 얼굴은 빨갛게 무르익었다. 심지어 귀까지 새빨개지고 있었다.한태군과 강유이는 점심이 되어서야 호텔로 돌아왔다. 한참 떨어져 앉은 진예은과 반재신 사이에 어색한 기류가 흐르고 있었다.“오빠, 예은아, 무슨 일 있었어?”강유이가 물었다.“없었는데?”둘은 같은 대답을 하며 서로를 쳐다보다가 다시 고개를 돌렸다.강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