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크 소리가 들리더니 곧바로 이만이 서재로 들어왔다.“부르셨습니까, 도련님.”“내가 너한테 스파이가 있나 알아보라고 했었지. 그 일에 대해 조사를 하고 있긴 한 거야?”진찬이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이만이 고개를 수그렸다. 그는 진작 그의 물음에 답을 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처럼 말했다.“도련님, 그 일이라면 이미 알아보았습니다. 다만 아직 확신이 부족합니다.”“도대체 무슨 확신!”진찬이 격분한 듯이 책상 위에 있던 서류를 쓸어던지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이만의 앞까지 걸어가 그의 멱살을 잡았다.“도대체 누구야?”이만이 양옆으로 늘어뜨렸던 손에 힘을 주어 주먹을 쥐었다. 그가 답했다.“데이비 씨 쪽 사람입니다. 그자는 진작 한태군과 손을 잡고, 도련님께서 정 회장의 죽음으로 자신을 모함하려 했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진찬의 손등에 검푸른 힘줄이 불끈 솟았다.“한태군이 어떻게 정 회장 죽음의 증거를 손에 쥐고 있을 수 있어. 그 일이라면 내가 너한테 직접 증거를 없애버리라고 명령했었잖아.”그가 이만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의 목소리가 어둡게 가라앉아 있었다.“너 날 배신한 거냐?”이만의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도련님, 제가 도련님을 배신했다고 생각하십니까?”진찬이 그의 눈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는 그의 얼굴에서 그 어떤 증거를 찾아내려 하는 것 같았다. 잠시 후, 진찬이 그를 놓아주며 돌아서더니 창문 앞으로 걸어가 멈춰 섰다.“이만, 난 너한테 어떤 사람이지.”이만이 시선을 내려뜨리더니 깊은숨을 들이마셨다.“도련님은 저의 은인이십니다.”“잘 알고 있다니 다행이야. 그럼 슬슬 나한테 보답할 때가 되지 않았어?”이만이 몸을 굳혔다.진찬이 고개를 돌리더니 그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나 대신 죄를 뒤집어써. 돈은 넉넉하게 줄게. 네가 출소한 후에도 난 여전히 너를 중히 쓸 거야.”이만이 떠나고, 진찬은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빌리행 배 표 두 장 예약해 줘. 내일 당장 갈 거야. 그리고 이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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