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쌍둥이가 CEO 아빠 유괴하기?의 모든 챕터: 챕터 1711 - 챕터 1720

2771 챕터

제1711화

강유이는 답을 하지 않았다.한태군이 그녀에게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갔다. 그의 입술이 그녀의 이마에 닿았다.“그건 유이 네가 집어준 거니까. 난 네가 준 걸 절대 거절하지 않아.”순간 얼굴이 화끈 달아오른 그녀가 그를 밀어내더니 멋대로 차에 올라탔다.“나 병원에 데려다줘!”한태군이 소리 내어 웃었다.강유이가 병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진예은이 노트북을 닫더니 고개를 들고 병실로 들어오는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두 사람 병원에 너무 자주 오는 거 아니야?”강유이는 테이블 위에 놓인 가방을 확인하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재신 오빠는?”진예은이 노트북을 한쪽 편에 놓고 답했다.“물건도 건네줬으니 당연히 돌아갔지.”“난 오빠가 네 곁에 더 오래 머물렀으면 했어. 양심 없는 네 가족들이 또 찾아와서 너를 괴롭힐 수도 있잖아.”강유이는 진예은의 어머니가 이미 퇴원한 걸 알고 있었다. 때문에 그녀가 이번 일로 진예은에게 따지러 올까 걱정되었다. 둘째 오빠가 진예은의 곁에 있어주면 그걸로 걱정을 덜 수 있었다.진예은이 멈칫거리더니 곧바로 시선을 내려뜨렸다.“됐거든. 걔를 옆에 두다니. 날 피 말려 죽일일 있어?”반재신이 남아있었다면 진예은은 더욱 난처했을 것이다. 그녀는 그와 딱히 할 말이 없었다. 게다가 그 정도로 친한 사이도 아니었다.한태군이 테이블 위에 손도 대지 않은 과일을 쳐다보았다.“이모부 다녀가셨어?”한태군 본인이 사 온 과일은 아니었다. 그럼 한태군을 제외하고 그녀를 찾아온 손님이 있다는 건데, 그는 진 씨 가문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진찬과 그녀의 어머니는 절대 아닐 거라 장담할 수 있었다.진예은이 입술을 꼭 깨물더니 응하고 짧게 답했다.강유이가 침대 끝부분에 살짝 걸터앉으며 물었다.“너희 아버지가 혹시 너를 때린 건 아니지?”그녀가 풋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곧바로 그녀가 쓴웃음을 지었다.“아버지는 날 때리지 않아.”그렇다고 한 번도 그녀의 편에 서준 적도 없었다.“태군 오빠.”그때 강유이가 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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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12화

노크 소리가 들리더니 곧바로 이만이 서재로 들어왔다.“부르셨습니까, 도련님.”“내가 너한테 스파이가 있나 알아보라고 했었지. 그 일에 대해 조사를 하고 있긴 한 거야?”진찬이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이만이 고개를 수그렸다. 그는 진작 그의 물음에 답을 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처럼 말했다.“도련님, 그 일이라면 이미 알아보았습니다. 다만 아직 확신이 부족합니다.”“도대체 무슨 확신!”진찬이 격분한 듯이 책상 위에 있던 서류를 쓸어던지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이만의 앞까지 걸어가 그의 멱살을 잡았다.“도대체 누구야?”이만이 양옆으로 늘어뜨렸던 손에 힘을 주어 주먹을 쥐었다. 그가 답했다.“데이비 씨 쪽 사람입니다. 그자는 진작 한태군과 손을 잡고, 도련님께서 정 회장의 죽음으로 자신을 모함하려 했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진찬의 손등에 검푸른 힘줄이 불끈 솟았다.“한태군이 어떻게 정 회장 죽음의 증거를 손에 쥐고 있을 수 있어. 그 일이라면 내가 너한테 직접 증거를 없애버리라고 명령했었잖아.”그가 이만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의 목소리가 어둡게 가라앉아 있었다.“너 날 배신한 거냐?”이만의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도련님, 제가 도련님을 배신했다고 생각하십니까?”진찬이 그의 눈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는 그의 얼굴에서 그 어떤 증거를 찾아내려 하는 것 같았다. 잠시 후, 진찬이 그를 놓아주며 돌아서더니 창문 앞으로 걸어가 멈춰 섰다.“이만, 난 너한테 어떤 사람이지.”이만이 시선을 내려뜨리더니 깊은숨을 들이마셨다.“도련님은 저의 은인이십니다.”“잘 알고 있다니 다행이야. 그럼 슬슬 나한테 보답할 때가 되지 않았어?”이만이 몸을 굳혔다.진찬이 고개를 돌리더니 그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나 대신 죄를 뒤집어써. 돈은 넉넉하게 줄게. 네가 출소한 후에도 난 여전히 너를 중히 쓸 거야.”이만이 떠나고, 진찬은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빌리행 배 표 두 장 예약해 줘. 내일 당장 갈 거야. 그리고 이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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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13화

부하가 답했다.“아마 내일 오전 아홉시쯤일 겁니다.”한편, 경찰서.야근하던 두 경찰이 이만을 취조실로 데리고 갔다. 한태군은 이미 안에 앉아있었다. 수갑을 찬 이만이 그의 맞은편 자리로 걸어가 앉았다.“어쩌면 당신 말이 맞을 수도 있겠죠.”한태군이 그를 바라보았다. 테이블 위에 올려둔 그의 손가락이 톡톡 테이블을 두드렸다. “당신은 경찰이 제때에 당신을 체포한 걸 감사하게 생각해야 할 겁니다. 그게 아니었다면 지금쯤 당신은 이미 시체가 되어있었을 테니까요.”그날 밤 두 사람은 거래를 했었다. 이만은 이번 일의 증인이 되어주고, 한태군은 그에게 매기의 안전을 약속했다. 이만은 공범이었다. 그는 진찬을 대신해 정 회장을 죽인 증거를 인멸했다. 진찬은 경찰의 수배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떻게든 자기 죄를 이만한테 뒤집어 씌울게 분명했다.그는 진찬이 자기의 판단을 믿을지언정, 절대 이만이 그의 이름을 발설하지 않는다는 말을 믿지 않을 것이다.그가 안전해지려면 이만은 이 세계에서 사라져야 했다. 이만이 죽으면 증거는 자연스럽게 없어진다.진찬은 원래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이만을 없애버릴 계획이었으나, 경철이 진작 이만의 집 주위에 잠복해있었을 줄은 몰랐다. 앞만 보느라 뒤에서 바싹 쫓아오고 있던 적을 눈치채지 못한 격이었다. 그 덕분에 이만은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매기는 무사한가요?”그가 물었다.한태군이 담담하게 답했다.“현재 진찬은 자기 코가 석자라 매기한테는 신경 쓰지도 못할 겁니다. 저희 쪽 사람이 이미 그녀를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켰습니다. 그 점은 안심하세요.”이만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한태군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자리에서 일어났다.“당신도 너무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비록 공범이긴 하나 직접 법정에 서서 증인이 되길 자처했으니 중한 벌은 받지 않을 겁니다. 변호사도 마련해 두었습니다. 이번 재판에서 당신은 최대한 가벼운 벌을 받게 될 겁니다. 매기는 당신이 형기를 다 채울 때까지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이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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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14화

남자에게 머리채를 잡힌 레이린 정은 두피가 너무나 아팠다. 눈앞에 보이는 흉악한 남자의 얼굴에 그녀가 눈에 핏발을 세우며 소리쳤다.“내 아빠는 죽여놓고 넌 도망치려고? 내가 절대 그렇게 내버려 두지 않을 거야. 진찬, 너 같은 인간은 지옥에나 떨어져야 돼!”“내가 지옥에 떨어지면, 넌?”진찬이 그녀의 얼굴에 자기 얼굴을 더욱 가깝게 들이대며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정 씨 가문이 그런 최후를 맞이한 건, 다 네 손으로 직접 일구어낸 결과야. 너 정말 한태군이 진심으로 너를 도와줄 거라고 생각해? 걘 그냥 널 이용하는 것뿐이야. 잊지 마. 만약 내가 네 얼굴을 망가뜨리지 않았다면, 넌 진작 데이비 그놈한테 붙잡혀 지옥 같은 나날을 보냈을 거야.”레이린 정이 그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진찬이 얼굴을 옆으로 휙 돌렸다. 그가 숨을 길게 내쉬더니 곧장 그녀의 뺨을 세게 내리쳤다.그녀의 몸이 휙 하고 옆으로 꼬꾸라지더니 입가에서 피가 주르륵 새어 나왔다. 곧바로 그녀가 미친 사람처럼 웃기 시작했다.“적어도 난 이제 당신의 진짜 얼굴을 알아. 데이비한테 붙잡힌대도 당신 곁에 있는 것보다 나았을 거야.”진찬이 그녀의 턱을 억세게 부여잡고 뭐라 막 말을 하려던 그때, 부하가 헐레벌떡 뛰어 들어와 상황을 알렸다.“도련님, 차량 몇 대가 이쪽으로 오고 있습니다.”진찬이 그녀를 옆으로 밀어내더니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며 돌아섰다.“당장 사람들을 데리고 이곳을 벗어나. 사람이 적은 외진 곳으로 가야겠어.”진찬이 레이린 정을 억지로 차에 밀어 넣더니 곧바로 자신도 올라타고 차를 출발시켰다. 두 세대의 차가 부두의 서쪽 교외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그들이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차가 도착했다. 경찰들은 그들이 이미 떠난 것을 확인하고 서쪽과 남쪽 두 쪽으로 나뉘어 수색을 펼쳤다.새벽 네 시가 넘은 시각, 진찬이 탄 차가 외진 교외를 향해 내달리고 있었다. 백미러로 보니 자신들이 탄 차와 얼마 떨어지지 않는 곳에 경찰차가 보였다. 그가 굳은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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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15화

만약 그가 욕심을 부리지 않고, 레이린 정이 강유이한테 손을 쓰는 걸 초기에 진작 말렸었다면 정 씨 가문도 망하지 않았을 것이다.사람이 어떤 선택을 할 때에는 미리 그 일에 따를 후과도 생각하고 감당해야 한다. 그가 레이린 정을 이용하여 정 회장의 재산만 탐하려고 했다면 충분히 그 돈으로 정 씨 가문의 재기에 성공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찬은 그 길을 택하지 않았다. 굳이 정 회장을 죽이고, 한태군과 데이비 사이를 이간질하려 했으며, 심지어 강유이를 탐할 생각까지 했다.“이런 걸 자승자박이라고 하나. 기분이 어때요.”한태군이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표정에서는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만약 당신이 레이린 정 씨를 데리고 도망치지 않았다면, 어쩌면 기회가 있었을 수도 있었죠.”진찬이 결국 소리 내어 웃음을 터뜨렸다. 곧바로 그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표정을 굳혔다.“난 한 평생을 이 빌어먹을 신분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쳤어. 똑같은 황손이지만 내 어머니가 정실의 소생이 아니라는 이유로 줄곧 눈치만 보며 자랐어. 사람들은 나를 무시하거나 핍박했어.”“내가 어렸을 때 어머니는 나한테 너를 뛰어넘고 황실의 인정을 받아야 한다는 사상을 주입했지. 그분은 모든 희망을 나한테 거셨어. 난 그분의 기대를 짊어졌지만 그 기대는 항상 나를 무겁게 짓눌러 제대로 숨을 쉴 수조차 없었어. 그래도 어떡해. 그 사람은 내 어머니인데. 난 그분을 거역할 수 없었어.”“난 내가 가장 사랑했던 여자를 아내로 맞을 수조차 없었어. 그녀가 분만실에서 죽어갈 때마저도 곁에 있어주지 못했어. 어머니의 바람 때문에 나는 내 자식조차 인정할 수 없었단 말이야. 지난 몇 년을 비참하게 살았었는데 오늘 드디어 해방 받을 수 있게 되었네.”진찬이 팔을 구부려 레이린 정의 목을 잡고 그녀를 앞세운 뒤 자신은 그녀의 뒤에 서서 총구를 그녀의 목 동맥에 가져다 댔다.그가 한걸음 더 뒤로 물러섰다.테이프에 입이 틀어막힌 그녀가 끅끅 소리 내며 울었다. 그녀의 몸이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한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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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16화

반재신이 빠르게 달려가 그녀의 어머니를 잡아당겼다. 갑작스러운 강한 힘에 그녀의 어머니가 몸을 휘청거리며 침대 옆으로 넘어졌다. 진예은이 침대에 엎드려 콜록거리며 서둘러 숨을 들이마셨다.진예은 어머니가 또 무슨 행패를 부릴까 걱정되었던 간호사가 그녀를 붙잡았다. 그녀의 정신이 불안정해 보였다. 입으로는 계속하여 왜 그 애를 궁지로 몰았냐며, 왜 죽은 게 네가 아니라는 말만 중얼거렸다.진예은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어머니의 눈에서 진찬의 죽음에 대한 비통함과 충격이 느껴졌다. 그 충격이 너무나 커서 살아갈 희망을 잃은 사람 같았다.진예은도 똑같이 어머니의 자식이었다. 하지만 진찬만이 어머니의 기쁨과 슬픔이었다.그렇다면 도대체 자신은 왜 이 세상에 태어난 걸까.“아주머니, 정말 너무 하시는 거 아니에요?”강유이는 도무지 못 들어주겠다는 듯이 말을 내뱉었다.“예은이도 아주머니 딸이에요. 진찬이 죽었다고 딸 목숨까지 빼앗을 생각이세요?”진예은 어머니는 영혼을 잃은 사람처럼 정신이 오락가락한 것 같았다.“난 아들만 있으면 돼…”강유이가 막 뭐라고 말하려던 그때, 진예은이 말했다.“됐어. 그만해.”그녀가 시선을 내려뜨렸다. 그녀의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도 남아있지 않았다.“더 말할 필요 없어.”그녀는 진작 담담하게 받아들였었다. 또한 어머니가 자신을 사랑해 줄 거라는 그 어떤 희망도 품지 않았다.강유이는 두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그녀는 이럴 거면 왜 예은이를 낳기를 선택했냐고, 낳았는데 왜 아껴주지 않느냐고 따지고 싶었다. 하지만 결국 아무것도 묻지 못했다.진예은의 어머니는 간호사가 데리고 나갔다. 그녀는 병실을 나갈 때까지 단 한 번도 진예은을 돌아보지 않았다.병실 안에는 한참 동안 무거운 정적만 흘렀다.진예은이 덤덤하게 창밖을 바라보았다. 창밖으로 눈부신 햇살이 비치었다.“걱정할 필요 없어. 난 괜찮으니까. 조금 쉬면 다 괜찮아져.”강유이는 입술을 깨물었다.“그럼 푹 쉬고 있어.”그녀가 반재신을 돌아보며 말했다.“오빠, 우리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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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17화

진예은의 아버지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강유이도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녀가 돌아서서 가려고 하던 때에 그가 말을 꺼냈다.“예은이가 우리를 원망하는 걸 이해한다. 하지만 그 애는 찬이보다 자유로웠어. 그 애가 자유자재로 자기 삶을 선택할 수 있고, 아무 걱정 없이 살 수만 있다면 난 그걸로 안심할 수 있단다.”강유이가 그를 힐끗 바라본 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대로 병원을 벗어났다.개교기념일 행사가 끝나고 어느새 보름이 훌쩍 지났다.강유이는 팀원들과 연극 공연 시험을 마치고 진예은을 찾으러 옆 교실로 향했다.바로 옆 교실에서는 재시험을 치르고 있었는데 이제 막 끝난 것 같았다. 재시험을 보는 학생들이 속속들이 빠져나오고, 뒤쪽에 진예은의 모습이 보였다. 강유이가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그녀가 다가오자 강유이가 물었다.“어떻게 됐어? 재 시험 합격했어?”“아마 한 번 더 시험을 치러야 할 것 같아.”그녀가 어깨를 으쓱거리며 담담하게 받아들였다.“될 대로 되겠지. 꼭 연기자만이 내 유일한 출로가 아니잖아.”강유이가 그와 나란히 서서 걸어갔다.“그럼 넌 졸업하면 뭐 할 생각이야?”“글을 써서 그 판권을 팔 거야. 그리고 열심히 일해서 서른 살 전에 바다가 보이는 별장을 살 생각이야.”강유이가 놀라 되물었다.“그게 다야?”“아니면?”진예은이 씩 웃었다.“나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연서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열심히 살아야지.”강유이가 멈칫거리더니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진연서는 이제 정말로 아버지도, 어머니도 없는 고아가 되어버렸다. 아이가 세상에 태어난 이후로 줄곧 진예은이 아이를 돌보았었다. 진예은은 이미 아이의 또 다른 부모나 마찬가지였다.만약 진예은마저 아이를 상관하지 않는다면 아이는 정말로 천애 고아가 될 것이다.진예은은 지금껏 줄곧 다른 사람들을 고려하며 살았었다. 지금도 그녀는 연서만 생각하며 스스로를 위한 삶을 살려 하지 않았다…강유이가 입술을 꼭 깨물더니 갑자기 걸음을 멈춰 섰다.“예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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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18화

모히칸 컷 남자가 충격받은 표정으로 소리 질렀다.“What?”반재신은 진작 자리를 떠나고 없었다.그날 밤, 신턴 빌라.차량 한 대가 정원 밖에 주차되어 있었다. 한태군이 느긋하게 몸을 기울이며 고개를 숙여 손목시계를 확인했다.그때 총총거리는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드니 강유이가 그의 앞으로 달려오며 환하게 미소 지었다.“오래 기다렸어?”그녀는 먹물을 머금은 것처럼 검은 파마머리를 높게 포니테일로 묶었고, 검정과 하양이 어우러진 민소매 A 라인 원피스를 입고 있었으며, 금속 체인으로 된 작은 크로스백에, 하얀색 스니커즈를 신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생기발랄하고 귀여운 느낌을 주었다.한태군이 손을 뻗어 그녀를 품에 안았다.“예쁘게 차려입었네?”강유이가 고개를 숙이고 낮은 목소리로 답했다.“너희 집에 가서 밥 먹는 건데, 좋은 인상을 남겨야지.”그가 소리 내어 웃었다.“처음 가는 것도 아니잖아.”“딱 한 번이었잖아. 그때랑은 다르지.”그녀가 콧방귀를 뀌었다. 지난번에는 그의 어머니의 퇴원 기념 파티였었고 사람도 많았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녀를 초대하여 함께 식사를 하는 거였으니 당연히 그 의미가 달랐다.차는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씨 저택에 도착했다. 강유이는 한태군의 뒤에 서서 거실로 들어섰다.그의 아버지와 한재욱이 소파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다가 두 아이가 들어서는 모습을 확인했다. 한재욱이 웃었다.“왔구나.”강유이가 예의 바르게 인사를 올렸다.“아저씨, 작은 아버지 그간 평안하셨어요.”한희운도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마침 아래층으로 내려오던 정연이 유이를 보고 따뜻하게 웃어주었다.“유이 왔구나.”그녀가 강유이 곁으로 다가오더니 한태군을 밀어내고 유이의 손을 잡았다.“저녁엔 뭘 먹을까. 아줌마한테 말해봐. 아줌마가 다 해 줄게.”강유이가 쑥스러운 듯이 말했다.“아주머니 저 편식 안 해요. 다 먹을 수 있어요.”“편식 안 한다니 얼마나 좋아. 태군이는 제 아빠 닮아서 김치를 싫어하거든.”한희운이 당황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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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19화

창가에는 자리가 두 개나 있었는데 사람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테이블 위에는 식기가 세팅되어 있었고 전혀 손을 대지 않은 음식이 그대로 놓여있었다. 문제는 그 옆의 의자에까지 노트북 가방이 놓여있었던 것이다.누가 봐도 다른 사람이 앉지 못하도록 일부러 놓은 것이 분명했다.그녀가 뚜벅뚜벅 걸어가 식판을 내려놓았다.“뭐 이런 돼먹지 못한 사람이 다 있어?”진예은의 말이 끝나자마자 그녀 쪽으로 다가오던 그림자가 갑자기 멈춰 서더니 그녀의 앞에 음료수를 내려놓았다.고개를 들어 확인하니 반재신이었다.반재신이 노트북 가방을 원래 그의 자리로 옮겨놓더니 멋대로 자리에 앉았다. 그가 나이프를 들고 접시에 담긴 스테이크를 썰었다.진예은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주변에 빈자리가 보이지 않았다.“이 자리 주인 있어?”그가 천천히 고기를 씹으며 넘기더니 머리도 들지 않고 대답했다.“없어.”“그런데 왜 너 혼자서 두 사람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난 다른 사람과 함께 밥 먹는 걸 즐기지 않아.”“……”반재신이 눈을 들고 태연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문제 있어?”“없어.”진예은이 미소 지으며 다시 식판을 들었다.“그럼 식사마저 해. 방해하지 않을게.”그녀가 돌아서려는데 반재신이 그녀를 불러 세웠다.“잠깐만.”그녀가 미처 반응을 하기도 전에 담담한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앉아. 너한테 물어볼 거 있어.”진예은도 거절하지 않고 식판을 놓고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물어봐.”반재신이 이 초간 침묵했다.“아직 생각 못 했어.”그녀가 멍한 표정으로 잠시 그를 쳐다보았다.“지금 나랑 장난해?”그가 그녀를 힐끗 바라보더니 그녀의 물음에 전혀 다른 답을 꺼냈다.“밥 먹어.”진예은이 미간을 찌푸렸다.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는 남자였다.그녀의 인상 속 반재신은 농담을 잘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때문에 그녀는 그가 유이의 일 혹은 유이와 상관있는 일에 대해 물을 거라 생각했었다.반재신은 강유이 이외의 일에 아무런 관심이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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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20화

강유이는 저녁을 먹고 별장 내부를 걸어 다니며 둘러보았다. 그러다 문뜩 뭔가를 떠올리고 고용인에게 한태군의 침실이 어디에 있냐고 물었다.고용인이 방을 가리키자 그녀가 한태군의 침실 쪽으로 걸어갔다.문을 여니 침실 내부는 불이 켜져 환한데 아무도 없었다.그의 침실은 널찍했다. 그레이와 화이트 톤으로 어우러진 유럽식 인테리어였다. 한쪽 면에 듬성듬성 구멍이 뚫린 듯이 조각된 칸막이벽이 침실과 서재를 분리하고 있었다. 서재는 깨끗하고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책장 위에는 책 이외의 잡다한 물건이 하나도 없었다.강유이는 원래 조용히 몰래 구경하려 했었다. 그런데 갑자기 등 뒤로 검은 그림자가 나타나더니 그녀의 귓가에 다가와 소곤거렸다.“뭐 보는 거야?”화들짝 놀란 강유이가 고개를 돌리다가 그녀의 코끝이 한태군의 볼을 스쳤다. 그러나 그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여전히 허리를 살짝 숙이고 그녀한테 가까이 다가선 자세를 유지했다. 그가 눈썹을 찡긋했다.“내 침실이 마음에 들어?”“난… 난 그냥 구경만 하려고 했어.”그녀가 시선을 피하며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한 번도 본 적 없으니까. 그냥 구경만 하는 건 괜찮잖아.”그가 이렇게 소리 없이 나타날 줄 누가 알았을까.한태군이 소리 없이 웃었다.“아직도 리사가 내 방에 들어왔던 일로 질투하는 거야?”그녀가 미처 뭐라 말하기도 전에 한태군이 그녀를 번쩍 안아 책상 위에 앉혔다. 그가 자신의 양팔 사이에 그녀를 가두어 넣었다. 곧바로 그녀의 이마 위로 따뜻한 그의 숨결이 느껴졌다.“앞으로 이 방은 네 방이기도 하잖아.”그녀가 고개를 푹 수그렸다. 얼굴이 화끈거렸다.“앞으로의 일을 어떻게 장담해…”한태군이 그녀의 턱을 들어 올리더니 그녀의 귀밑머리 쪽에 입술을 붙일락 말락 하며 소곤거렸다.“난 유이 너한테 돌아설 기회 같은 걸 줄 생각이 없는데.”그가 더욱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목 근처에 얼굴을 멈췄다.“유이 넌 나랑 결혼할 수밖에 없어.”그가 아무런 예고도 없이 그녀의 목을 깨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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