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 첫날밤, 식물인간 남편이 갑자기 눈을 뜨다의 모든 챕터: 챕터 1761 - 챕터 1770

3173 챕터

제1761장

"그게 무슨 말이야? 아무것도 몰랐던 척할 생각 마!" 성빈이 짜증스럽게 말했다.- 뚜뚜뚜!전화가 끊겼다.박시준이 전화를 끊어버린 것이다.그는 휴대폰을 손에 꼭 쥐었다. 수심에 찬 두 눈에는 초점이 없었다.그는 공항에서 진아연의 전화를 받던 순간의 기억을 떠올리려 애썼다.그는 당시 상황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날 진아연은 전화로 그가 약속을 어겼다는 말 외에 다른 말은 일절 하지 않았다!너무 심각하게 생각한 탓인지, 순간 눈앞이 핑 돌면서 머리가 심하게 어지러웠다. 그는 정말로 그날 그녀가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을 한 것이 기억나지 않았다... 그가 기억하기에 그녀는 정말로 그에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었다!하지만 어째서 성빈은 ‘진아연 씨가 너도 알고 있다고 했다.’라는 말을 한 걸까?박시준이 침대에서 내려오려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침대에서 내려오려던 순간, 발목에 힘이 풀리며 다시 침대 위로 쓰러져버렸다.어질어질한 와중에 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꺼내 마이크에게 전화를 걸었다.성빈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동안 진아연이 그를 무시했던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진아연이 오래전부터 그를 무시했던 것도 이해할 수 있었다.이 상황을 지금 확실히 알아보려면, 마이크에게 물어보는 수밖에 없었다.전화가 걸리고, 곧바로 시스템 안내음이 들려 왔다.마이크의 휴대폰이 꺼져 있었다.정말로 마이크의 휴대폰이 꺼져 있는 것인지, 진아연처럼 그를 차단한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그는 침대 머리맡에 앉았다. 머릿속이 온통 혼란스러웠다.진아연과 이혼한 이후로, 성빈은 여러 번 B국을 오갔다. 그러니 성빈의 말은 사실일 가능성이 컸다.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어째서 진아연은 앞이 보이지 않게 된 걸 이미 그에게 말했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그는 왜 그 사실을 지금까지 전혀 모르고 있던 걸까?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갑자기 아래층에서 소리가 났다."소정 씨, 말도 없이 여긴 어쩐 일이에요? 온 김에 같이 점심 식사하고 가요!" 이모님이 여소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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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62장

여소정은 그의 시선이 영 불편했다.지난번 전화로 그에게 한바탕 욕을 퍼부었던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더구나 그녀는 이후에 영상 통화로 또 한 번 성질을 내기까지 했었다.물론 박시준이 그 일을 크게 신경 쓰지 않을 것을 알고는 있지만, 지금 박시준의 눈빛은 상대방을 두렵게 만들기에 충분했다."우선 식사부터 하자!" 아직 아침 식사를 하지 않은 박시준은 위가 조금 쓰렸다.이모님이 곧바로 하준기에게 다가가 말했다: "지민이 이리 주세요! 두 분은 식사하러 가시고요!"하준기가 이모님에게 딸을 안겨주며 말했다. "지민이가 깨면 불러주세요.""알았어요." 이모님은 지민이를 안은 채 거실에 남았다.그들과 할 이야기가 있다고 했던 박시준의 말을 기억한 이모님이, 주방 도우미가 상을 내오자 곧바로 그들에게 눈짓했다.이모님의 눈짓에 주방 도우미는 곧바로 자리를 비켰다.주방 안, 하준기와 여소정은 가시방석에 앉은 듯한 느낌이 따로 없었다.박시준은 딱히 입맛도 없어 보였다."시준 형, 어젯밤에 늦게 잤어?" 하준기가 어색하게 그에게 말을 붙였다."지금 벌써 낮 12시야. 나도 보통 밤에 안 자고 낮에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자잖아." 여소정이 하준기의 말을 이어받았다. 그리고 박시준에게 물었다. "아까 우리한테 할 이야기가 있다고 했죠, 말해 봐요."박시준이 수저를 내려놓았다."예전에 김씨 일가 사건이 터졌을 때, 아연이가 앞이 안 보였었어?" 그가 질문을 한 다음 여소정의 얼굴을 응시했다.그는 여소정의 얼굴에 조그만 표정 변화라도 생겨, 그녀가 거짓말을 하는지 알아볼 수 있길 바랐다."앞이 안 보여요?" 여소정이 더듬더듬 그의 말을 되풀이했다. "그런 말 들은 적 없어요!" 그때, 하준기의 머릿속에 한 가지가 떠올랐다: "결막염! 예전에 아연 씨가 결막염에 걸렸던 적이 있지 않아?""하지만 지금 시준 씨가 말은, 아연이가 앞이 보이지 않았다잖아! 결막염에 걸린다고 앞이 안 보여? 그럴 수는 없지 않아?" 여소정 역시 수저를 내려놓고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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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63장

하지만 하준기와 여소정은 직접 진아연을 만나, 본인과 직접 이야기를 나누고 왔다. 그래서 박시준은 두 사람의 말에 더 신뢰가 갔다.더구나 두 사람의 말에 의하면, 진아연의 눈은 이미 회복이 되었다고 하니, 놀랍기는 하지만 더 걱정해야 할 것은 없어 보였다."여보세요, 박시준 씨. 지금 이걸 물어보려고 우리한테 식사하고 가라고 한 거였어요?" 여소정이 이죽거리며 박시준에게 물었다. "두 사람은 이미 이혼한 데다, 박시준 씨는 아연이의 회사를 무너뜨리기까지 했으면서, 이제와서 또다시 아연이를 걱정하는 건 너무 모순적인 거 아니에요?""아연이 회사는 처분했어." 박시준이 차분하게 대답했다. "성빈이 내가 아연이한테 너무했다며 쏘아붙이더군. 성빈 말도 틀리지 않지. 이번엔 아연이가 정말로 너무 미웠거든. 만약 내가..."박시준은 만약 그녀의 병에 대해 알았다면 이렇게까지 모질게 대하지는 않았을 거라고 말하고 싶었다.하지만 그가 입을 떼기도 전에 여소정이 ‘쿵’ 소리와 함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박시준 씨! 당신은 완전 개자식이에요! 앞으로 오래오래 늙어서도 혼자 외롭게 살아가길 바라요! 당신 같은 사람은 다른 사람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어요!" 여소정이 박시준을 향해 성질을 버럭 내고는 성큼성큼 주방을 떠났다.하준기는 걸어 나가는 아내의 뒷모습과 새파랗게 질린 박시준의 얼굴을 번갈아보며, 두 사람 사이에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시준 형, 소정이 말은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마...""하준기! 갈 거야, 안 갈 거야?!" 여소정은 이미 이모님의 품에서 딸을 받아 안고 주방을 향해 소리쳤다."여보, 기다려! 간다고, 가!" 하준기는 박시준에게 짧게 작별 인사를 하고는, 곧바로 주방을 나섰다.세 식구가 떠나자 별장 안에는 고요한 정적만이 가득했다.박시준은 손을 뻗어 미간을 문질렀다. 하지만 그의 마음은 여전히 진정되지 않았다.그는 어쩌면 그날 공항에서의 통화 중에서, 그녀가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걸 말했음에도, 현이를 찾아 Y국에 가야 한다는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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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64장

여소정네 집.차가 마당에 멈춘 후, 하준기가 지민이를 안고 차에서 내렸다.그 순간, 지민이가 갑자기 잠에서 깨었다.그러고는 잠에서 깨자마자 목이 터져라 울기 시작했다.별장 안에서 손녀의 울음소리를 들은 여소정의 어머니가 황급히 달려 나와 손녀를 안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여소정의 어머니는 몇몇 친한 친구들과 미용실에 가고, 화투를 치고, 함께 여행을 가는 등 외출이 잦은 편이었다. 하지만 손녀가 태어난 이후로 그런 일상은 마치 지난밤의 꿈처럼 느껴졌다.딸에게 푹 빠진 어머니의 모습에 여소정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저었다.하준기가 트렁크에서 모든 짐을 꺼내자, 두 사람은 집으로 들어가 곧바로 주방으로 향했다."배고파 죽겠어. 사실 아까 박시준 씨 집에서 이미 배가 엄청 고팠는데, 박시준 씨가 사람을 너무 성질나게 하는 바람에 아무것도 못 먹었잖아!" 여소정이 식탁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하준기가 밥그릇에 밥을 한가득 퍼 그녀에게 건넸다."여보, 너무 화내지 마. 시준 형은 아연 씨 병에 대해 전혀 몰랐던 눈치였어." 하준기는 오늘 박시준의 표정을 자세히 관찰했다.게다가 박시준이 모르는 척을 할 이유도 딱히 없었다."하지만 아연이 말로는 박시준 씨도 알고 있었다잖아!" 여소정이 답답해하며 말했다."두 사람 사이에 오해가 생긴 게 틀림없어." 하준기가 단호하게 말했다. "소정아, 네가 아연 씨랑 한번 얘기를 해보면 어때! 우리가 오늘 시준 형 집에 갔었다고 말이야. 시준 형은 아연 씨 병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눈치였다고 얘기해 봐.""내가 왜 굳이 그 인간을 대변해 줘야 해? 아연이 병에 대해 정말로 모르고 있었는지, 아니면 모르는 척을 하는 건지 누가 아냐고! 난 아연이 말이 더 신뢰가 가." 여소정은 굳이 박시준을 위해 나서고 싶지 않았다.그런 여소정에게 하준기가 완곡하게 말했다. "그럼 내가 아연 씨랑 얘기해 볼게. 소정아, 두 사람 사이에 정말로 오해가 생겼을 수도 있다는 생각 안 들어? 어쨌든 두 사람 사이에는 세 아이가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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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65장

하지만 그가 기억하기에, 지금까지의 통화 내용 이후로 별다른 실질적인 내용은 없었다.——아연아, 내게 잠시 시간을 줘. 늦어도 일주일 안에 돌아올게. 우리 돌아온 뒤에 이야기하자.그가 말을 마친 후 전화기 너머 시끌시끌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고, 이어서 그와 성빈이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성빈이 그에게 진아연이 Y국으로 가는 걸 반대하는 것인지 물었다.그러고는 성빈이 Y국에는 자기 혼자 가도 된다며 그를 위로했다.하지만 박시준은 현이는 자기 딸이니, 본인이 가야 한다고 대답했다.이 통화 녹음만 들어서는, 똑같은 상황이 와도 그는 여전히 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진아연은 통화상에서 앞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고 말하지 않았다! 그런 말은 전혀 없었다!그는 이 녹음 파일을 성빈에게도 들려주고 싶었다.그는 아무 이유 없이 진아연을 탓한 것이 아니었다.오해가 있었다 하더라도, 그건 그의 잘못이 아니었다.그런데 무슨 근거로 그가 매몰차고 인정따윈 없는 사람이라고 몰아붙인단 말인가?그는 양손을 이마에 얹고는 상황을 어떻게 헤쳐 나가면 좋을지 깊은 고민에 빠졌다.B국.진아연이 한이의 일정에 맞춰 잠에서 깼다.그녀가 무사히 박사 과정에 합격할 수 있다면, 앞으로 한이와 함께 등하교를 할 수 있을 것이다.아침 식사를 하던 중, 마이크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아연아, 나 B국에 도착했어. 난 잘 지내고 있어.""다행이다. 우리 집은 너무 오래 비워둬서, 아마 지금쯤 엉망일 것 같아. 지운 씨만 괜찮다면, 지운 씨네에서 지내면 어때?""쳇! 안 괜찮을게 어딨어! 난 지운 씨가 박시준의 앞잡이 노릇을 할 때도 참고 봐줬는데, 지운 씨가 무슨 낯으로 나를 내치겠어?""말이 너무 심하잖아, 지운 씨한테 한 대 얻어맞으면 어쩌려고 그래.""안 그래도 지금 내 옆에 있어! 그냥 가만히 듣고 있는데?" 마이크가 의기양양하게 웃었다.진아연이 물었다: "라엘이는 어떻게 만나고 올 계획이야?""주말에 라엘이랑 밖에서 만나려고.""그럼, 지성이는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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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66장

박시준이 이제 와서 두 사람에게 이번 일에 관해 물어볼 것이라고 진아연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그녀가 아는 것은 당시 전화로 앞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는 걸 그에게 분명히 말했다는 사실 뿐이었다. 하지만 그날 박시준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리고 그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이제 와서 아무것도 몰랐던 것처럼 두 사람에게 물어보다니. 도대체 그는 무슨 생각인 걸까.하지만 이 모든 건 이제 중요하지 않았다.그녀의 눈은 이미 완전히 나았다.그러니 이제 와서 그가 정말로 모르고 있었는지, 아니면 모르는 척을 하는 것인지 추궁할 필요도 없었다.게다가 그가 정말로 그녀의 병을 걱정하는 거라면, 그녀에게 곧바로 전화해서 물어보면 될 일 아닌가?지난번 라엘이가 일부러 시험을 망친 일로 그에게 전화하기 위해, 그녀는 박시준의 번호를 차단 해제했다.그가 그녀에게 전화했다면, 그녀가 보지 못했을 리 없었다.하지만 그는 그녀에게 전화하지 않았다."준기 씨, 제가 그 사람이랑 이혼한 지 벌써 반년이 다 되어가요. 당시 우리 사이에 오해가 있었다고 해도, 지금은 이미 모든 것이 바뀌었어요. 우린 다시 돌아갈 수 없어요." 그녀는 신중하게 고민한 끝에 하준기에게 말했다. "거긴 지금 한밤중이잖아요. 일찍 쉬어요!"하준기는 안타까운 마음이 컸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진아연의 말에는 일리가 있었다.두 사람이 이혼한 지 이미 오랜 시간이 지난 데다, 진아연의 회사까지 처분해버린 마당에 이제 와서 상황을 좋게 바꾸기는 어려워 보였다.올해 첫눈이 내리던 날, 위정과 시은의 딸이 태어났다.이 아이는 위정과 많이 닮았다.아기가 무사히 태어나자, 누구보다 위정의 부모님이 특히 기뻐했다.이 아이는 위정과 시은의 유일한 아이이자, 두 사람의 유일한 손녀가 될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시은아, 아이 이름은 네가 지어 줘!" 위정이 말했다.시은이 부끄러워하며 대답했다: "아냐, 위정 씨가 지어 줘! 내가 지어준 이름이 별로면 어떡해.""네가 지은 이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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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67장

"정했어. 아이 이름은 위소소야. 크고 작다 할 때 ‘작을 소’ 자를 썼지. 시은 씨가 지었어.""너무 예쁜 이름이네요. 소소는 누구를 닮았어요?"“나를 닮았어. 우리 어머니 말씀으론, 내 어릴 적 모습과 똑 닮았대.” 위정이 쑥스러워하며 대답했다. “내가 보기에도 나랑 많이 닮은 것 같아.”위정의 말이 끝나자, 병실 안에서 기분 좋은 시은의 웃음소리가 들렸다."오빠, 우리 딸 너무 귀엽지. 내가 더 귀여운 이름을 지어줬어. 위소소라고 부르려고. 어떤 것 같아?" 시은이 박시준에게 팔짱을 끼며 한껏 들뜬 모습으로 물었다.위정은 그런 시은의 목소리에, 수화기 너머의 진아연에게 난감한 듯 말을 이었다: "박시준 씨가 왔어. 넌 곤란하면 오지 않아도 괜찮아. 여기 오면 박시준 씨와 무조건 한번은 마주칠 거야.""알았어요. 나중에 기회가 되면 꼭 우리 소소를 보러 갈게요."통화는 여기서 끝이 났다.위정이 베란다에서 다시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위정의 아버지가 눈치 없이 아들을 향해 물었다: "아연 씨는 올 수 있다니?"위정이 고개를 저었다.위정의 아버지는 질문을 멈추지 않았다: "바쁘대? 해외에 있으면서 무슨 일로 그렇게 바쁜 거야?"눈치 없이 진아연에 관한 질문을 계속해서 늘어놓는 남편을 본 위정의 어머니가 곧바로 그의 말을 가로막았다: “아연 씨가 오지 못하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겠죠. 뭘 그렇게 꼬치꼬치 캐물어요. 아연 씨 사생활인데.” 그들의 대화를 듣고 박시준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저 때문에 오지 않겠다는 거죠?"지금 그걸 뻔히 아는 사람이 일부러 묻는 건가?위정의 부모님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하지만 위정 역시 진아연이 오지 않는 이유는 물론 박사 과정 때문도 있지만, 아무래도 박시준과 마주치지 않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큰 이유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위정은 박사 과정을 마쳤기 때문에, 박사 과정 중에는 방학도 있고, 휴가를 낼 수도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병실 안의 분위기가 차갑게 얼어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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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68장

박시준의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지는 걸 본 위정의 어머니가 곧바로 위정과 시은에게 말했다: “아이는 우리가 보고 있을 테니, 시준이 데리고 식사라도 하고 오지 그러니!”그녀의 말에, 위정과 시은이 곧바로 박시준을 데리고 병실을 나섰다.세 사람이 병실을 떠나자마자, 위정의 어머니가 남편을 나무랐다: "오늘 도대체 왜 그래요? 생각은 집에 두고 왔어요? 왜 이렇게 할 말, 못 할 말 구분을 못해요? 시준이가 온 걸 보고도 위정이한테 아연 씨가 올 수 있는지를 물어요? 그건 그렇다 치고, 갑자기 시준이한테 현이 얘기는 또 왜 꺼내요? 세상에... 내가 정말 당신 때문에 속 터져 죽겠어요!"위정의 어머니가 남편의 품에서 손녀를 안아 받으며 말했다.위정의 아버지 역시 방금 자기 행동이 상당히 이상했다는 걸 깨달았다.사실 조금이 아니라, 매우 이상했다.그는 평소 이런 사람이 아니었다."그게... 너무 기쁘고 들뜬 마음에 그랬나 봐. 그래서 내 자신이 주체가 안 되었던 것 같아." 위정의 아버지는 이 말을 하면서도 피식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난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아. 우리 아들은 결혼도 안 하고, 아이도 낳지 않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결혼해 아내도 있고 말이야. 그런 데다 이렇게 예쁘고 건강한 아이까지 우리 앞에 나타나다니. 정말 꿈만 같아!""그러니 그렇게 겁도 없이 행동했겠죠! 이게 다 꿈인 줄 알고 그랬어요? 시준이 표정은 보이지도 않았어요?" 위정의 어머니는 아까 박시준의 표정을 떠올리자 덜컥 겁이 났다."봤지! 그래서 지금 심장이 쿵쾅쿵쾅 거리는걸! 그래도 시준이가 시은이를 무척 아끼니, 시은이를 봐서라도 날 용서해 줄 거야.""이보세요, 아저씨. 현이는 지금 반년째 행방불명이에요. 괜히 또 그 이야기를 꺼내서 상처를 건들지 말라고요." 위정의 어머니가 신신당부했다. "현이가 아직 살아있다면, 우리 아들이 몰랐을 리 없잖아요. 여태 아무 소식 없는 걸 보면, 아직 찾지 못한 게 분명해요. 그 어린 것이 부모도 없는 곳에서 얼마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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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69장

라엘이는 한 달 반 동안 놀고 오겠다고 말했고, 박시준은 길어야 보름만 허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그는 딸에게 소리치지 않고, 자기가 받아들일 수 있는 외출 시간을 조곤조곤 말했다. 그러자 딸은 큰 소리로 엉엉 울기 시작했다.박시준은 시은을 위정의 집까지 데려다준 다음, 차를 몰아 집으로 돌아왔다.집에 도착했을 때, 눈은 이미 그친 뒤였다.마당 안에 쌓인 은백색의 눈이 칠흑 같은 밤에 밝은 빛을 드리웠다.——진아연은 눈사람을 만드는 걸 아주 좋아했다. 그녀가 있었다면 분명 그를 마당으로 끌고 나와 눈사람을 만들자고 했을 것이다.걷잡을 수 없이 갑자기 튀어나와 버린 생각에, 그가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그는 별장으로 들어가 현관에 서서 슬리퍼로 갈아신었다.이모님이 그에게 다가와 말했다: "대표님, 라엘이는 이미 떠났어요. 한 시간 전에 세연 씨가 와서 데려갔어요.""경호원도 함께갔나요?""네, 맞아요." 이모님이 대답했다. "라엘 아가씨가 보름 동안 나가 있는 사이에 더 삐뚤어지기라도 할까 봐 너무 걱정이에요."라엘이는 목적지를 말하지 않고 떠났다. 하지만 말하지 않아도 라엘이가 진아연을 찾아 B국으로 가려고 한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었다.박시준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까지 앞당겨 걱정하고 싶지 않았다."지성이는요?" 그가 신발을 갈아신은 뒤 거실로 향했다."지성이는 잠들었어요. 라엘이와 세연 씨가 지성 도련님도 함께 데려가려던 걸 제가 말렸어요." 이모님이 말을 대답했다. "겨울이라 날이 많이 춥잖아요. 더구나 B국은 더 추울 텐데, 만에 하나 지성이 감기라도 걸리면 큰일이죠."박시준이 아이 방으로 걸어가 아들을 보았다."대표님, 한이 만나러 B국에 다녀오시는 게 어때요?" 이모님이 그의 뒤에 따라와 말했다. "한이가 먼저 대표님을 찾아오진 않을 거예요. 그러니 대표님께서 먼저 한이를 가시는 게 맞겠죠. 상황이 어떻든 한이는 대표님의 아들이기도 하고요...""한이는 저를 만나주지 않을 거예요." 박시준은 누구보다 자기 상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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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70장

그녀는 정말로 생각해본 적 없었다.처음 박사 과정을 생각했던 건, 그저 한이와 등하교를 함께하기 위해서였다.지난 2년 동안 그녀는 아주 성실하면서도 피곤한 나날을 보냈다.그래서 그녀는 당분간은 좀 쉬고 싶었다."아연 언니, 언니는 내가 아는 사람 중에서 2년 만에 박사 학위를 받은 유일한 사람이야! 정말 부럽다!" 누군가 잔을 들어 그녀에게 건배를 제안했다.그녀가 곧바로 잔을 들어 상대방과 잔을 부딫쳤다."너희들도 무사히 졸업하길 기도할게.""고마워!"…여름밤의 야외 레스토랑.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에 술 몇잔을 더하니, 술을 마시지 않고도 분위기에 절로 취하는 듯했다.밤 10시. 마이크가 차를 몰아 진아연을 집까지 데려다주었다.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그녀는, 술 반병에 술주정을 부리기 시작했다."마이크... 해 떴어? 오늘... 아주 중요한 일이 있단 말이야..." 그녀는 고개를 들어 눈을 가늘게 뜬 채 물었다. 오늘이 몇월 몇일인지, 낮인지 밤인지 분간이 되지 않은 지 오래였다."너희 지도 교수님 말씀으론 넌 겨우 반병만 마셨다고 하셨는데... 주량이 왜 점점 안 좋아지는 것 같지? 내 기억엔 예전 같았으면 한 병은 마셔야 이렇게 되었던 것 같은데." 마이크가 에어컨을 켜자, 차가운 공기가 순식간에 차 안을 가득 메웠다.진아연이 거칠게 호흡했다. 그녀가 손을 뻗어 연신 마른 세수하며, 술에서 깨려고 애썼다."나 안 취했어... 아직 더 마실 수도 있다구..." 그녀가 중얼거렸다. "술이 이렇게 좋은 거였구나... 예전엔 왜 몰랐지? 나 지금 너무 기분 좋아... 윽..."금방이라도 토할 것 같은 그녀의 소리를 듣자마자, 마이크가 곧바로 길가에 차를 세웠다.차가 멈춰 서자마자 진아연은 곧바로 차 문을 열고 튀어나가 토하기 시작했다.마이크가 그녀를 따라 차에서 내려 물과 티슈를 가지고 그녀에게 갔다."이제 앞으로 술 마시지 마! 지금 네 꼴 좀 봐... 내가 찍어서 보내줄 테니 나중에 술 깨면 봐." 마이크가 휴대폰을 꺼내 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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