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하준기와 여소정은 직접 진아연을 만나, 본인과 직접 이야기를 나누고 왔다. 그래서 박시준은 두 사람의 말에 더 신뢰가 갔다.더구나 두 사람의 말에 의하면, 진아연의 눈은 이미 회복이 되었다고 하니, 놀랍기는 하지만 더 걱정해야 할 것은 없어 보였다."여보세요, 박시준 씨. 지금 이걸 물어보려고 우리한테 식사하고 가라고 한 거였어요?" 여소정이 이죽거리며 박시준에게 물었다. "두 사람은 이미 이혼한 데다, 박시준 씨는 아연이의 회사를 무너뜨리기까지 했으면서, 이제와서 또다시 아연이를 걱정하는 건 너무 모순적인 거 아니에요?""아연이 회사는 처분했어." 박시준이 차분하게 대답했다. "성빈이 내가 아연이한테 너무했다며 쏘아붙이더군. 성빈 말도 틀리지 않지. 이번엔 아연이가 정말로 너무 미웠거든. 만약 내가..."박시준은 만약 그녀의 병에 대해 알았다면 이렇게까지 모질게 대하지는 않았을 거라고 말하고 싶었다.하지만 그가 입을 떼기도 전에 여소정이 ‘쿵’ 소리와 함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박시준 씨! 당신은 완전 개자식이에요! 앞으로 오래오래 늙어서도 혼자 외롭게 살아가길 바라요! 당신 같은 사람은 다른 사람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어요!" 여소정이 박시준을 향해 성질을 버럭 내고는 성큼성큼 주방을 떠났다.하준기는 걸어 나가는 아내의 뒷모습과 새파랗게 질린 박시준의 얼굴을 번갈아보며, 두 사람 사이에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시준 형, 소정이 말은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마...""하준기! 갈 거야, 안 갈 거야?!" 여소정은 이미 이모님의 품에서 딸을 받아 안고 주방을 향해 소리쳤다."여보, 기다려! 간다고, 가!" 하준기는 박시준에게 짧게 작별 인사를 하고는, 곧바로 주방을 나섰다.세 식구가 떠나자 별장 안에는 고요한 정적만이 가득했다.박시준은 손을 뻗어 미간을 문질렀다. 하지만 그의 마음은 여전히 진정되지 않았다.그는 어쩌면 그날 공항에서의 통화 중에서, 그녀가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걸 말했음에도, 현이를 찾아 Y국에 가야 한다는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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