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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 왕비의 모든 챕터: 챕터 2011 - 챕터 2020

3165 챕터

제 2011화

해독약정집사가 힘없이 고개를 젓더니, “지형은 변한 게 없지만 제가 여기를 떠난 지 오래고, 더군다나 진법을 써서 매복을 알 수가 없습니다.”홍엽이 눈을 내리 깔고 평소처럼, “여기는 저도 낯섭니다.”안왕이 홍엽을 믿지 않고, “당신은 남강 북쪽에 살았잖아? 왜 낯설지?”“남강 북쪽에 살았다고 여기 모든 지형을 다 파악하고 있는 건 아닙니다.”굳이 말하자면 그렇다. 하지만 지금 매복 상황을 잘 모르면 어떻게 정화를 구하지? 물러나는 것마저 힘들게 된다.비통해 하고 있을 때 눈 늑대가 원경릉에게 우우우하고 울자, 원경릉이 눈 늑대 머리를 안아주며 눈빛을 반짝이는데, “진짜?”“진짜 뭐?” 우문호는 원경릉이 전에 늑대나 개가 짖는 소리를 알아 듣다가 나중에는 점점 못 알아듣게 됐는데 그게 의식과 무슨 관계가 있다고 했다.원경릉이, “눈 늑대가 만아와 아홉째 도련님을 구해서 협곡에 있다고 해요.”늑대가 말했다고? 모두 서로 멀뚱멀뚱 쳐다보며 늑대가 하는 말을 사람이 어떻게 알아 들을 수 있지?하지만 우문호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우문천과 만아를 데려올 사람을 보냈다.비록 좀 황당무계하지만 당장 할 수 있는 게 없으므로 다들 가보라고 했다.우문호가 직접 사람들 몇 십 명과 눈 늑대 인솔하고 같이 협곡으로 들어갔다.한 시진 정도 지난 뒤 그들이 우문천과 만아를 데리고 나왔는데 만아는 묶여서 사람들 앞으로 끌려 나왔다. 이는 만아가 전에 사람들을 미로로 데리고 들어갔었기 때문으로 만아의 등장으로 사람들의 분노를 유발했다. 우문호는 그만하라는 손짓을 하더니 누구도 다가와서 욕하거나 질책하지 못하게 했다.원경릉이 만아를 보고 천천히 일어났다. 만아의 얼굴은 아직 상당히 음침하지만 원경릉을 보더니 순간 놀라고 당황한 기색을 보이다가 곧 원래의 표정으로 돌아갔다.정집사는 안도하고 작은 소리로 원경릉에게, “태자비 마마, 약은?”원경릉이 약을 정집사에게 건네며 만아를 보니 눈이 차갑고 음침한 것이 마음이 아픈데, 정집사가 다가가 만아에게 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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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012화

정화군주의 죽음만아가 비참한 얼굴로 원경릉을 잡으려다 입에서 선혈을 뿜더니 털썩 쓰러졌다.사식이가 얼른 만아를 안아서 바닥에 넘어지는 건 면했다.만아는 쓰러지고 얼마 되지 않아 깨서 땅바닥에 앉아 두 손으로 무릎을 안고 놀랄 만큼 창백한 얼굴로 덜덜 떨었다. 정집사와 원경릉이 가서 끌어안자 만아는 터지도록 입술을 깨물었다. 눈물은 한 방울도 흘러내리지 않는데 정집사를 볼 때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으나 나오지는 않았다.만아는 혈술을 당한 것과 모든 일에 대해 한 마디도 하지 않은 채 조용히 일어나 우문호에게, “태자 전하, 오늘 그들이 정화군주를 죽여 고지 무녀의 묘에 제사를 하는 날입니다. 해가 지면 시작할 것으로 쇤네 정화군주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으니 길을 안내하겠습니다.”만아가 이 말을 하자 안왕과 위왕 및 대오의 군인들 상당수가 믿지 않는 것이 전에 만아의 확신에 찬 말에 그녀를 믿었다가 하마터면 미로에서 죽을 뻔 했기 때문이다.우문호와 진정정이 상의 하더니 지금은 만아를 믿을 수 밖에 없은 게 여기서 멍하니 있어 봤자 소용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함께 할 바에는 의심하지 말고, 의심할 바에는 같이 하지 않는다.’ 우문호는 원경릉에게 설명해 기다리게 하고 사람들을 데리고 출발했다.눈 늑대는 원경릉 주변을 지키는데 이제 키가 사람 절반 정도 되고 위풍 당당한 것이 신수나 다름없다.만아가 갈 때 고개를 돌려 원경릉을 한 번 보더니 눈에 눈물이 차오르는데 얼른 작별하고 빠르게 우문호를 따라갔다.사식이는 따라가지 않아 괴로움과 동시에 무섭기도 해서 원경릉에게, “원 언니, 만아가 정말 좋아진 걸까요?”원경릉의 마음에도 완전히 확신이 없다. 남강의 혈술을 잘 모르기 때문에 약간의 걱정이 있기는 했다. “다 나았기를 바래!”정집사도 따라가지 않고 바위 위에 굳어버린 듯 앉아서 만아의 뒷모습을 바라보는데 만아가 우연히 뒤를 돌아 정집사가 자신을 보는 것을 보고 바로 고개를 돌렸는데 멀리 있지만 정집사 얼굴의 슬픔을 봤기 때문이다.만아가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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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013화

대신 위왕이그리고 이제 곧 해가 떨어지려고 한다.두 명의 무당 노인이 나무 아래 서서 전세를 지켜보다가 여차하면 바로 시작하려 했다.엎치락뒤치락 하며 앞으로 밀어붙였다. 북당 대군이 비록 지치고 힘을 다했지만 그동안 칼을 갈았기에 지금 적과 진정으로 싸우게 되자 끝장을 볼 태세로 죽여 나갔다.하지만 남강 북쪽 사람들도 소질 있을 뿐 아니라 이런 산세에서 싸우는 걸 훈련 받아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살렸다. 순식간에 양쪽 군대가 격전을 벌여 적과 아군을 구분하기 힘들 지경이었다.위왕과 안왕은 몸을 빼내 검에 의지해 바로 정화에게 날아올랐다. 날이 아직 완전히 저물지 않아 무당이 밧줄을 끊지 않고 두 사람과 싸우기 시작했다.무당이 비록 나이가 지긋해도 무공이 상당히 높아서 시작하자마자 두 사람을 몇 걸음 물러서게 하더니 위왕이 바로 날아올라 둘을 정화군주에게서 떼어놓으려 했으나 무당이 마치 알고 있었다는 듯 바람을 일으키며 얼른 막은 뒤 장력을 쏘자 위왕은 어렵사리 겨우 피했으나 한 걸음도 파고들어가지 못했다.정화군주는 위왕에게 위기가 연달아 닥치는 것을 보고 소리치길, “날 구하지 말고 어서 돌아가요.”위왕이 검을 휘둘러 무당을 막아내며 이 말을 듣고 황급히 정화를 돌아봤다. 무당이 공격해 들어오자 위왕이 검을 휘둘려 물리치며 낮은 목소리로, “난 절대로 널 여기에 버려 두지 않아.”그가 이 말을 하느라 하마터면 밀릴 뻔 해서 정화는 감히 더 말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가슴을 졸이며 전투를 지켜봤다.하늘이 점점 어두워지더니 마지막 한줄기 석양이 어둠에 먹히고 말았다.만아가 아래서 크게 소리치며, “왕야, 시간이 됐습니다!”위왕이 마침 무당과 접전을 벌이는 중으로 혼란한 가운데 만아의 외침소리를 듣더니 다급히 고개를 돌렸으나 누군가 날아올라 정화를 묶고 있던 밧줄을 끊자 정화는 수직으로 아래로 떨어졌다. 위왕이 이 모습에 가슴이 찢어져 날아올라 막 정화의 옷자락을 잡으려 했다. 그 때 무당이 뒤에서 위왕의 팔을 칼로 베어 팔이 날아가고 선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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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014화

팔이 잘린 위왕원경릉과 진근영, 사식이 등은 눈 늑대를 데리고 골짜기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싸우는 소리가 온 무당 지대에 울려 퍼지자 그 속에 직접 뛰어들지 못했으나 전황이 얼마나 격렬한지 짐작할 수 있었다.원경릉은 전장을 경험해 본 적이 없어서 진근영 등에 비해 당황했다. 북당에서 보낸 시간 동안 철저하게 자신의 단점을 깨닫았는데, 돌아간 뒤에 반드시 이리 나리에게 무공을 열심히 배워야지.적어도 중요한 상황에 짐이 되고 싶지 않다.“태자전하께서 오셨어요!” 원경릉이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사이 진근영이 부르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어보니 우문호가 등에 사람을 업고 달려오는데 업힌 사람은 갑옷으로 보 건데 위왕인듯 하다.“경릉아!” 우문호가 아직 오기도 전에 먼저 부르며, “약 상자 가지고 기다려, 팔이 잘렸어.”원경릉이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며 얼른 외투를 벗어 바닥에 깔고 약 상자에서 외상에 필요한 약을 꺼냈다. 진근영 쪽에서도 신속하게 바닥에 건초를 펴고 자기 외투를 벗어 베개로 말아 두었다.우문호가 위왕을 눕혔는데 위왕은 정신을 잃은 상태로 얼굴은 무서울 정도로 창백하고 팔이 잘린 채 피를 억지로 멈춰 놓았으나 절단 부위에서 여전히 베어 나오고 있었다.“세상에, 이렇게 심각해?” 원경릉이 심장박동과 호흡 소리를 들어보니 전부 지극히 느려 응급상황이다.우문호가 눈가가 벌게져서, “어때? 구할 수 있어? 피를 많이 흘렸어.”“수혈해야 해!” 원경릉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다행히 여기 여러사람이 많아 신속하게 혈액형을 검사했다.곧 만아와 정화군주가 왔는데 정화군주가 거의 탈진 상태인 것을 보고 사식이가 얼른 부축했다.정화가 숨을 헐떡이며 얼굴도 새하얗게 질린 채 두 눈은 바닥에 눕혀져 있는 위왕에 고정돼 있다. 정화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어때? 구할 수 있어?”사식이가 위로하며, “원 언니가 구할 수 있다고 했어요. 걱정하지 마세요.”정화가 이 말을 듣고 털썩 바닥에 주저앉는데 눈물이 어떻게 해도 멈추지 않았다.진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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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015화

만아의 결심정화는 눈물을 떨구며 괴로움이 가득한 눈빛으로, “그렇게 말하지 말고 지난 일은 잊어요.”“그래!” 위왕의 눈도 붉어진 채 쉰 목소리로 계속 정화를 보며 가슴 가득했던 말을 어떻게 꺼내야 할지 모르겠다.대오는 승리를 거두고 돌아와 사상자를 점검한 후 친왕들은 위왕 곁을 지켰다. 안왕도 부상을 입고 팔과 어깨에 칼을 맞았으나 상처가 크게 심각하지 않아 지혈하고 붕대를 감은 채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었다. 머리카락 한쪽이 잘려서 어깨 위에서 나부끼니 원래의 위풍 당당하던 안왕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한참 뒤 안왕은 메마른 입술을 뗐다가 결국 한 마디도 못하고 고개를 들어 우문호를 흘끔 봤다.우문호도 안왕을 흘끔 보는데 경성에서는 이래저래 서로 눈에 가시였지만, 권력이 소용돌이 치는 경성을 떠나니 오히려 지난 날 소년 시절의 형제애가 떠올랐다.역시 경성은 너 죽고 나 살자는 전쟁터이나 거기를 떠나면 모든 게 잘 돌아간다. 과연 그쪽으로는 오줌도 누지 않을 것 같은 강북부로 안왕을 보낸 아바마마의 뜻을 알겠다.위왕 상황은 아직 안정적이지 않지만 수혈 후 길을 갈 수 있었다. 남강 북쪽 땅은 오래 머물 수 있는 곳이 아니고 특히 하늘 구역과 땅 구역을 또 지나가야만 했다.다행히 이번에는 길을 아는 사람도 많고, 심지어 그 누구보다 눈 늑대가 길을 가장 잘 알아 눈 늑대가 선두를 잡고 대오를 끌고 갔다.만아는 길에서 내내 한 마디 말도 없다가 남강 북쪽을 떠날 때 갑자기 원경릉에게, “태자비 마마, 쇤네 일단 마마와 경성으로 돌아가지 않겠습니다. 쇤네 남강에 한 번 가야겠습니다.”원경릉이 만아의 손을 잡고 한쪽으로 가서 작은 소리로, “만아야 네가 지난날을 기억하는 걸 알아, 너무 괴로우면 울어도 돼. 참지 마.”만아가 고개를 흔들고 눈가를 붉히며, “울음이 나오지 않아요.”원경릉은 만아의 마음이 괴로울 것을 알고 작게 탄식하며, “남강으로 돌아가서 뭐 하게? 너 혼자 돌아가는 건 마음이 안 놓여.”“쇤네 돌아가서 아바마마께 제를 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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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016화

남강으로 가는 만아원경릉이 만아의 손을 끌고 정색해서, “안돼, 만아야. 내 말 들어, 개인적으로 움직이면 안돼. 게다가 넌 혼자가 아니야. 복수라면 모두 널 도울 거야.”만아가 거의 피 눈물을 흘릴 듯이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 “태자비 마마는 모르세요. 쇤네 마음 속에, 머릿속에, 이 눈에 이글이글 불이 타오릅니다. 이 불은 쇤네를 불태워 잠시도 평안할 수 없어요, 복수하지 못하면 쇤네 죽어도 눈을 감을 수가 없습니다.”원경릉은 만아의 이런 마음을 보고 말할 수 없이 괴로운데 도무지 그녀를 떠나 보낼 수 없어 우문호를 오라고 불렀다.만아 얘기를 듣더니, “만아야, 네가 복수하겠다면 내가 반드시 널 도울 거야, 사람을 보내 너와 함께 남강으로 돌아가서 세력을 모으자. 기억해, 승리의 확신이 없는 복수는 헛된 희생이 될 뿐이야. 내 말 들어, 내가 미리부터 계획을 세워 뒀어.”만아가 우문호가 이렇게 말하자 입술을 떨며, “태자 전하, 정말 쇤네를 도와 주실 수 있으십니까?”“단지 너를 돕는 것 뿐 아니라 대세와 대통을 위해서 이기도 해. 네가 개인적으로 간다면 목숨을 헛되이 버리고 태자비는 너 때문에 가슴이 아파서 죽겠지. 절대 무모하게 굴어서는 안돼. 네 목표는 죽는 게 아니라 복수라는 걸 잊지 마.” 만아가 꿇어 앉아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전하, 만약 만아가 복수하는 걸 도와 주신다면 다음 생에 태어나도 전하와 태자비 마마의 크신 은덕을 잊지 않고 결초보은 할 것입니다!”원경릉이 얼른 만아를 일으키며, “결초보은이라니? 넌 내 생명의 은인이야. 내가 너한테 결초보은 하는 게 먼저 아냐? 그러니까 그런 소리 하지 마.”만아의 눈에 다시 눈물이 차 올랐다. “태자비 마마, 쇤네 앞으로 돌아와서 마마를 모실 게요.”“네가 모실 필요 없어, 하지만 무사히 돌아와야 해.” 원경릉 눈가가 새빨개졌다.만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쇤네 반드시 그럴 것입니다!”우문호는 우문천과 몇 십 명을 만아를 남강에 데리고 돌아가라고 보냈다. 만아는 가면서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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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017화

정화의 한마디위왕이 천천히 한쪽 손을 들고 물병을 받으려 하는데 정화가 물병을 위왕 입에 대주었다. 위왕이 당황해서, “내가 할 게.”정화가 위왕에게 물을 주자 위왕은 손에 힘이 없어 억지로 들고 마시니 사레가 걸려 기침을 했다.정화가 손수건을 꺼내 입가를 닦아주는데, 위왕이 보고 발그레하게 웃으며, “여전히 손수건에 소나무 수놓는 걸 좋아하네.”“네!” 정화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마른 입술을 살짝 오므리며, “소나무 좋잖아요, 억세고.”위왕이 살짝 숨을 들이마시고, “이제 어디로 갈 거야? 경성으로 돌아갈 거야?”“몰라요.” 정화는 막연한 눈빛이다. 어떤 곳은 떠나서 돌아가고 싶지 않은 게 거기엔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이 너무 많다.위왕은 너무너무 간절히 정화를 데리고 강북부로 돌아가고 싶지만 말이 입에만 맴돌고 자기에게 자격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2년여 세월동안 위왕은 내내 이전에 둘이 함께 보낸 시간을 생각하고 전에는 정화가 자신과 같이 있는 게 싫은데 자기가 정화를 억지로 데려와서 하는 수없이 자기에게 시집왔다고 생각했다.위왕은 처음 그때부터 계속 정화에게 얘기하고 싶었다. 처음 그녀를 본 순간, 정화가 아니면 혼인하지 않겠다고, 그녀를 감동시키고 따듯하게 품고 싶다고 말이다. 하지만 말을 잘 하지도 비위를 맞추지도 못하는 성격이라 그런 표현들이 너무 조잡하게만 떠올랐다.“당신은요?” 정화가 심호흡을 하더니 위왕에게, “당신은 어디로 가요?”위왕이 감정을 정리하고, “난 강북부로 돌아가, 지금 넷째와 강북부에 주둔하고 있거든, 맞아, 넷째 재수씨도 거기 있는데 아이를 가지셨어.”정화가 눈으로 활짝 웃으며, “정말 잘됐어요.”이 웃음은 위왕에겐 치명적이다. 정화를 처음 봤을 때 바로 이렇게 눈웃음을 짓고 있었다.멍하니 바라보는데 마음 속에 용기가 불끈 솟아나며, “당신……”“셋째, 좀 어때?” 안왕이 하필 이때 성큼성큼 들어오며 물었다.위왕은 김이 세서 뾰로통하게 안왕에게 눈을 흘기고, “많이 좋아졌어.”안왕이 앉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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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018화

부부싸움정화가 이 말을 듣고 아무 말 없이 잠시 있다가 우문호와 원경릉을 찾아 갔다.경성에서 헤어진 후 거의 천일만에 만나는 것이다. 정화는 원경릉이 아이를 두번이나 출산했다는 얘기를 듣고 감탄하며 황홀해 했다. “세월 정말 빨리 지나갔네요.”“경성으로 돌아가나요? 친정 사람들도 그리워하던데. 돌아가서 좀 만나주세요.” 정화가 씁쓸하게, “친척들은 제가 그동안 밖에 있어 늘 마음을 놓지 못했죠. 마음 속엔 한 번 가서 뵈어야지 하는데 경성에 가면 다시 가지 못할까 두려워요 계속 있을 수도 없고요.”우문호가, “혼자 밖에 계시고 무공도 하실 줄 모르니 위험합니다. 곁에 시중을 드는 사람도 없고 역시 경성으로 돌아가서 자리 잡으시죠. 다들 걱정하고 있어요.”정화가 웃으며, “습관이 됐어요, 오히려 이제 누가 시중을 들어주니 어색해요. 혈혈단신의 좋은 점은 하고 싶으면 하는 거랍니다. 자유로운 나날이 익숙해져서 속박으로 돌아가지 못해요. 제가 이렇게 찾아온 건 태자 부부께서 저이를 좀 설득해 주셨으면 해서예요. 대주에 가서 대장군께 도움을 청해 섭정왕 전하께 부탁드렸으면 해서요. 저이는 무장인데 한쪽 팔을 잘리고 앞으로 어떻게 가족과 나라를 지키겠어요?”우문호가 멀찍이 쳐다보자 위왕도 마침 여기를 보는데 긴장하면서도 실망에 빠진 눈빛으로 우문호가 자기 쪽을 보자 정화가 뭐라고 하는지 물어보는 듯한 눈빛이다. 우문호는 셋째형이 아직 형수를 그리워하고 있으며, 그때 셋째형이 형수를 얼마나 미친듯이 쫓아다녔는지 마치 어제일처럼 기억했다. 우문호는 정말 안타까웠다.“설득해 볼 거예요, 하지만 형수님도 알겠지만 셋째형이 한 번 고집을 부리면 누구도 못 바꿔요. 그때 생각해 보세요, 형이 다리가 부러지는 위험을 무릅쓰고 형수님을 데리고 갔던…” 우문호가 말을 꺼냈다가 끊고는 정화군주를 쳐다봤다.정화가 깊은 눈빛으로, “마치 전생의 일 같네요.”“형수님이 같이 가시겠다고 하면 형은 절대로 거절할 리 없습니다.”정화가 놀라며, “제가요?”“좀 곤란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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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019화

위왕은 어디로?서일과 사식이가 둘이 다투는 소리를 듣고, 사식이는 원경릉을 쫓아가고 서일이 우문호에게 와서, “전하, 태자비 마마께서 누구 아이를 낳으신다고요?”“누가 낳는데? 예를 들면 그렇다는 거지.”“그럼 지금 예를 드는 거에 화가 나신 겁니까? 진짜였음 난리 나겠네.” 서일이 놀렸다.우문호가 짜증나서 서일을 흘겨보더니 만약 진짜면 물론 난리 나지. 막상 이렇게 입장 바꿔 생각하니 정화가 용서하지 못하는 마음도 이해할 수 있겠다.하지만 만약 원 선생이 다른 ‘놈팽이’를 만난 뒤라도 자신을 구하기 위해 한쪽 팔이 잘리고 목숨을 잃을 뻔 했다면 자기는 원 선생을 용서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에 우문호는 등골이 오싹함을 느꼈다. 우문호는 원 선생과 사이가 그렇게 변하게 끔찍하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살아 있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전란의 비장함이 지나간 뒤엔 평온한 삶의 지긋지긋한 일상으로 돌아갈 텐데 마음이 다르면 각자의 길을 찾아 갈 것이다.진정정과 진근영은 대주로 돌아가기 전에 다시 한 번 위왕에게 대주로 같이 가지 않겠냐고 물었다. 만약 대주로 가겠다고 하면 사람을 보내 가는 길을 호송하기 위해서다.위왕은 거절하고 안왕과 강북부로 돌아가겠다고 하자, 안왕이 화가 나서 위왕을 한대 때리며, “미쳤어? 고칠 수 있는데 왜 안 고쳐?”위왕도 화가 났지만 반격할 수 없어서, “너랑 무슨 상관인데? 팔 잘린 사람은 네가 아니라 나야.”안왕이 얼굴이 새파래지면서, “왜 상관이 없어? 네가 팔이 잘려서 가면 연아가 날 원망할 거 아냐? 전에 일을 들먹여 나한테 화를 내지 않겠냐고? 못 쓰게 될 거면 혼자 그러지 나 끌어들이지 마.”위왕이 차갑게, “너랑 상관없으니까 넌 조용해. 안 간다면 안 가는 거야.”진정정이 예를 취하며, “그러시다고 하니, 저희 부부는 여기서 여러분들과 작별하겠습니다. 모두 건강하시고 나중에 기회가 되면 또 만납시다.”“대장군과 군주께서 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위왕이 감사했다.“손만 까딱했을 뿐인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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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020화

너도 밥 먹지 마우문호와 원경릉은 서일, 사식이 등을 데리고 경성으로 돌아가고 박원과 소홍천은 안왕을 따라 대오를 이끌고 일단 강북으로 돌아갔다. 비록 몇 천명의 사병이지만, 우문호는 역시 조심스럽게 안왕 혼자 통솔해서 가지 못하게 했다.안왕은 물론 우문호의 뜻을 알아서 경멸하는 듯, “고작 몇 천 사병으로 내 눈에나 차겠어?”우문호도 별로 변명하지 않고, “그럼 좋고요, 여기서 헤어지니 형도 몸조심 하세요.”말을 달려 경성으로 오는 길에 사식이가 이해가 안돼서 서일에게, “그 병사는 위왕의 병사인데 소홍천이나 무과 장원이 따라가지 않아도 별 일 없는 거 아냐? 안왕 전하도 군 장수가 아닌데, 왜 저들을 딸려 보내시는 거야?”서일이, “저 대오는 당연히 위왕 전하의 명령을 듣지, 하지만 위왕 전하가 안계시면 군에 다른 장수의 명을 들어야 해, 만약 안왕 전하께서 장수들을 자신 쪽으로 끌어들이면 수천명의 군사는 안왕 전하께서 부리게 되지 않겠어?”사식이가 그제서야 깨닫고, “역시 태자 전하는 치밀하시다니까, 조금의 기회도 주지 않으시는군. 하지만 이번에 안왕 전하를 뵈니 상당히 평화로워 지신 거 같아.”서일은 혼인하고 성숙해 져서 문제를 생각하는 것도 상당히 긴 안목을 가지고, “지금 평화로운 건 패거리도 다 흩어졌고, 비빌 언덕도 무너졌기 때문이야. 평화를 추구하지 않으면 혼자 목숨 걸고 덤벼야 하는데 그럼 계란으로 바위치기지? 안왕 전하는 계략이 뛰어난 분이라 은일 자중해야 하는 시점도 아시는 거야. 역시 만만하게 봐서는 안돼.”우문호는 말고삐를 돌려 서일을 보니 햇살을 받은 서일 얼굴이 남자답게 느껴지며 예전의 촐랑거리고 풋내나는 모습은 사라지고 진짜 성장했다.우문호는 원경릉의 안색이 아직 좋지 않은 걸 보고 속으로 화가 났다. ‘자기가 잘못해 놓고 뻔뻔하게 도리어 화를 내?’ 원경릉이 사과하지 않으면 우문호는 원경릉을 상대하지 않을 것이다.저녁에 역관에 들어가는데 원경릉이 밥을 안 먹고 물만 조금 마시고 가서 누웠다.우문호도 화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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