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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 왕비의 모든 챕터: 챕터 2021 - 챕터 2030

3165 챕터

제 2021화

우리 헤어져‘말 함부로 하면 안 되는 거 몰라? 게다가 다른 사람이랑 애를 낳는다고? 아무렇 게나 말해서 사람에게 상처를 입히다니 원 선생 완전 변했어.’서일이 들어가서 거하게 먹고 나와 우문호를 찾아가며, 태자는 겉으로는 사리에 밝고 합리적인 척 하지만 뼈 속 깊이 속 좁은 인간이다.서일이 나가서 못 찾고 돌아가려는 찰나 우문호가 부침개를 몇 장 들고 방으로 들어가는 걸 봤다.원경릉이 화가 난 건 역관까지 오는 내내 우문호의 태도 때문으로 누가 우문호에게 백만 냥을 빚지고 있기라도 한 듯 밉상을 떠는 거다.하지만 지금 우문호가 부침개를 가지고 돌아오는 걸 보니 마음 속으로 화가 절반쯤 가라 앉았다. ‘그래 그만 두자, 화를 내서 뭐하겠어? 원래 별일도 아닌데, 그리고 확실히 배가 고프네.’그런데 이게 웬걸, 우문호는 부침개를 원경릉에게 주지 않고 혼자 한쪽에 앉아 먹기 시작하는데 부침개에 파가 들어 진한 파향이 풍겨 나오고, 우문호가 아주 맛있게 먹는데, 밉상, 딱 밉상이다.원경릉이 더는 못 참고, “우문호, 너 너무 해!”우문호는 원경릉이 먼저 말 꺼내기를 기다렸다가 한 마디 듣자마자 바로 고개를 들고 부침개를 꿀떡 삼키며, “누가 너무하다는 거야? 너무한 건 너지.”“내가 뭘? 내가 뭘 잘못 했다고? 오는 내내 누구 보라고 그렇게 밉상을 떨어?”“내 표정이 안 좋은 건 당신이 말을 잘못해서 그런 거잖아? 그리고 당신이 너무하다고 하면서 화를 내더니 먼저 갔다고.”원경릉은 우문호가 여전히 굽힐 마음이 없는 것을 보고 더욱 화가 나서, “당신 참 유치하다? 우리 둘 일을 홍엽을 끌어들여서 뭘 어쩌라고? 자기가 나 필요 없고, 홍엽은 날 마음에 들어 한다며? 지금 누가 누구를 무시하고 있는데?”우문호는 원경릉이 여전히 자기보다 화를 내는 게 억울하다. “그럼 만약 내가 다른 여자랑 애를 낳겠다고 하면 당신은 화 안나?”“이건 이거고 그건 그거지, 홍엽은 왜 끌어들여? 나랑 그 사람은 원래부터 아무 일도 없는데 자기가 그렇게 말하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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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022화

부부 싸움사식이가 원경릉을 찾아가고 서일이 우문호가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우문호가 여전히 상당히 화가나 있는 것을 보고, “나리, 뭐가 화가 나신 겁니까? 그저 말 한마디가 아닙니까? 두 분이 그 많은 풍파를 함께 겪어 오셨는데 어째서 고작 한 마디 말때문에 싸우고 아이들을 나누겠다고 하십니까?”우문호가 김이 빠져서 이번 싸움은 왠지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 생각에 내가 틀렸어?”“이 일에 잘잘못이 어디 있습니까? 그냥 말 한마디 아닌가요? 맞고 틀리고 어디 있다고 아이를 나눠요? 말도 안 되죠. 나리답지 않으세요.”우문호가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심호흡을 하더니 정신도 약간 멍 한지, “나도 왜 그런지 모르겠어, 마음이 심하게 초조하고 특히 홍엽이란 이름을 들먹이면……”“그럼 들먹이지 않으시면 되죠.”“하지만 그 이름이 계속 마음 속에서 떠올라. 나도 왜 이런지 모르겠어. 게다가 한번 떠오르면 경호에서의 말도 생각나는 게 마치 귀신에 홀린 것 같아. 이번에도 말을 꺼내자 마음이 어지럽고 초조한 것이 화가 치밀어. 남강 북쪽에 오기 전에는 그 인간을 떠올리면 마음이 불편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홍엽이 고독 어쩌고는 할 줄 모르니 아마 나리의 심리작용일 겁니다. 설마 홍엽이 정말 태자비 마마를 빼앗아 갈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죠? 태자비 마마 성품이 어떤 지 나리께서 제일 잘 아실 겁니다.” 서일이 말했다.우문호가 미간을 찡그리며, 심리작용? 우문호는 원 선생을 완전히 믿고 있고 홍엽이 원 선생을 빼앗아 갈 수 있다고 전혀 믿지 않는다. 원 선생이 싸울 때 한 몇 마디 말은 기분 나쁘긴 하지만 예전이었으면 그저 속이 좀 쓰리고 넘어갈 일을 왜 이번엔 심하게 성질을 부린 걸까?사식이도 원경릉을 끌고 주방으로 갔다. 사식이가 역관 전문 요리사는 밖으로 쫓아내고 밀가루를 반죽해 원경릉을 위해 칼제비를 만들더니 원경릉에게 권하며, “원 언니랑 태자 전하는 왜 그래요? 작은 일가지고 싸우고, 그러면 안돼요.”원경릉이 몇 입 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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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023화

부부싸움의 끝사식이가 웃으며, “마마는 사실 가난한 게 아니라 돈을 다른 사람에게 쓸 뿐이죠, 저와 서일에게 준 집은 은자 수만 냥을 쓴 거라고요. 자신과 태자 전하께만 야박하시죠. 출신부터 찬란하신 북당의 태자 전하께서 손에 변변한 은자도 없이 마마와 같이 허리를 동여매고 살고 있다는 것자체가 이미 태자 전하께서 괜찮은 분이란 뜻이예요. 태자 전하께 화내지 마세요.”원경릉이 구시렁거리며, “어쩌자고 서일의 임금을 떼 먹은 거야? 얼마야?”“별로 안돼요, 서일도 따질 마음 없고요. 그러자고 들면 집 값 내놔야 하잖아요, 아이고 맙소사!” 사식이가 입을 가리고 웃었다. 서일도 사실 엄청 쩨쩨하다.둘이 이렇게 얘기하다 보니 원경릉도 화가 풀렸지만 그러고보니 좀 이상한 게, 전에 우문호와 기껏 다퉈봤 자 입이나 삐죽거릴 뿐이었는데 오늘은 어쩌자고 아주 세상을 뒤집어 엎을 듯이 아이를 나누고 헤어지자고 까지 한 걸까? 말이 심했다.“태자가 홍엽을 거론하니까 화가 나서 뜬금없이 도발한다는 생각에. 앞으로 홍엽과는 역시 왕래를 최대한 하지 않는게 좋겠어. 아무래도 느낌이……” 원경릉이 말하다가 순간 놀랐다. 하지만 또 그다지 가능성이 있어보지 않아서 말하지 않았다.“느낌이 어떤 데요?” “아냐, 사식아. 고마워. 일찍 가서 쉬어, 내일 또 길을 떠나야 하는데.” 원경릉도 다 먹고 일어났다.두사람이 정원으로 나가자 서일이 사식이를 기다렸다가 같이 손을 잡고 방으로 들어갔다.우문호는 복도 앞 돌계단에 앉아 고개를 들어 원경릉을 쳐다봤다. 쌩쌩 부는 바람을 맞아 머리는 약간 흐트러져 있고 얼굴엔 말할 수 없는 억울함과 양심의 가책이 느껴진다.원경릉이 가서 우문호에게 손을 내밀자, 우문호가 원경릉의 손을 잡고 힘껏 끌어당기더니 그녀를 가슴에 안았다. 입김이 하얗게 나오는데 두서없이 약간 초조하게, “미안해, 내가 어리석었어.”원경릉이 우문호의 목을 끌어 안으며, “지났는 걸, 우리 다시는 화내지 말자.”“응!” 우문호가 원경릉의 차가운 이마에 입술을 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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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024화

경성에서 첫날경성으로 돌아와서 우선 아이들을 찾으러 이리 저택으로 갔다.헤어진 지 오래돼서 우리 떡들이 엄청 걱정하고 있을 게 틀림없으니 아이들을 같이 안아줄 마음의 준비를 하고 갔는데, 어라? 아이들은 마당에서 이리파 사람들과 어찌나 신나게 노는지 엄마 아빠가 돌아온 걸 보고도 한 번 활짝 웃어주더니 달아나 버렸다. 아이고 썰렁해.그러나 만두 늑대가 미친듯이 돌진해서 만두의 다리에 매달리자 만두가 늑대를 껴안고 키스를 퍼붓는데 엄마 아빠 위상은 늑대에게 완전히 밀려나 버렸다.이리 나리가 소매를 접고 나왔는데 온통 흰 옷이 바람에 산뜻하게 나부끼고 긴 속눈썹이 살짝 말려 있으며, 칠흑처럼 새까만 눈동자가 봉황의 눈매를 하고 약간 비웃는 듯, “올 필요 없는데, 와도 못 가, 저들은 여기서 몇 년 머물겠다고 했거든.”우문호가 욱해서, “진짜 이 양심도 없는 녀석들, 쌍둥이가 있다 이놈들.”유모들이 쌍둥이를 데리고 왔다. 못 본 사이에 쌍둥이 얼굴은 예전보다 포동포동 윤이 나는데 원경릉이 걱정돼서 쌍둥이 눈을 봤으나 원래 모습을 완전히 회복해서 안심이다.부부가 각자 한 명씩 안고 우문호가 우리 떡들에게 소리치며, “집에 가자!”우리 떡들이 온통 땀에 젖은 채 달려와 만두는 늑대 귀를 잡아당기며 애원하는데, “아버지, 엄마, 우리 이틀만 더 있다가 가면 안돼요?”‘안돼!” 우문호가 눈을 부라리며, “내일 입궐해서 황조부, 태조부께 문안 드릴 거야.”“다음에요!” 만두가 기세 좋게 선언하고 뒤를 돌아 모두와 와글와글 시끌벅적 달려갔다. 우문호가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기 딱 좋은 자세로 말이다.‘어쩔 수 없지, 쌍둥이만 데리고 가는 수밖에.’원경릉이 이리 나리에게, “그럼 이틀만 더 수고해 주세요.”“괜찮아, 미련없이 일괄 처분할 거면, 나한테 해. 가능하니까.” 이리 나리가 호탕하게 말하며, “부르는 대로 주지.”우문호가 째려보면서, “안 팔아요. 잠깐 보내는 거예요.”이리 나리가 어깨를 으쓱하며, “그러던 지요.”우문호가 안을 흘끔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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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025화

황제 와인, 황귀비 팩“사실 황조부께는 커피가루 한 봉지면 충분해, 술 담배는 좋지 않아.” 원경릉이 말했다.“맛만 보시라고 하자.” 우문호가 말했다.“맛 보는 거로 그치지 않을 거 같으니까 그렇지.” 하기야 어찌되었든 엄마 아빠의 정성이고 우문호도 이렇게 하는 걸 좋아하니 안 드리는 것도 좀 그런 것 같다.정리를 마치고 두 사람이 자러 가 눕더니 우문호가, “나중에 이 선물 누가 준거라고 할 거야?”원경릉도 이 문제를 생각했던 터라 슬프게, “태후 마마께서 주셨다고 할까?”“하지만 대주에 이런 건 없는 걸.” “괜찮아, 어쨌든 태후 마마께서 어떻게 하신 거라고 하면 되지.”“마시고 완전 반해서 태후 마마께 더 달라고 하면?”“그건 우리랑 상관 없잖아, 본인이 가시라고 해.” 원경릉도 이번엔 쪼잔하다.우문호가 약간 안타까워서, “할 수 있다면 알려드리고 싶어, 이건 장인 어른의 마음이라고.”원경릉은 우문호의 팔 베개를 하고 작은 소리로, “괜찮아, 엄마 아빠는 신경 쓰지 않으실 거야.”두 사람은 서로 끌어안고 잠이 들었다. 다음날 꼭두새벽에 일어나 소요공 저택과 주재상 저택에 사람을 보내 그들도 입궐해서 태상황과 같이 술 품평을 부탁드렸다.초왕부에서 청하는 것이라 태자비가 허락한 거구나 싶어 소요공과 주재상은 옳다구나 싶다. 그러니까 오늘은 태상황이 신나게 술을 즐길 수 있다는 말로 이런 기회가 오기만을 학수고대했다.부부는 입궐해서 먼저 명원제에게 문안했다. 명원제가 곧 회의가 있어서 바쁘기 때문이다.와인 한 병을 올렸는데, 수입이다 보니 전부 영어로 써있는데 명원제는 보자마자, “흠, 이건 병여도의 문자구나. 대주에서 온 거군.”“예, 그렇습니다!” 우문호가 웃으며 말했습니다.“포도주?” 명원제가 물었다.“예!” 우문호는 명원제가 마셔 보셨다는 걸 알아차렸다. 남강 저쪽에서 공물로 포도주를 진상한 적이 있고, 야광잔도 보냈었다. 아쉽게도 술이 별로 없어 나눠 마시지 못한 지라 그 맛이 줄곧 명원제의 마음 속에 몇 안되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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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026화

북당의 삼대 거두 현대 문물을 맛보다건곤전에 도착하자 푸바오가 달려 나와 신나게 원경릉의 다리에 뛰어 오르며 멍멍 짖었다.원경릉이 한 손으로 안으며, “어머나, 푸바오, 요즘 뭘 먹은 거야? 공처럼 빵빵해졌네.”푸바오가 귀를 쫑긋 세우고 심하게 경계하며 멍멍 짖는데 “어? 나 간식 안 줘?’원경릉이 기뻐서 어쩔 줄 몰라 하며 푸바오를 안고 건곤전으로 들어가 태상황을 알현했다.북당의 삼대 거두가 태사의에 의연하게 앉아 있는데, 태자 부부가 오자 얼굴에 기대의 표정이 가득하다. 원경릉이 사람을 보내 알릴 때 대주에서 희귀한 담배와 술을 가져왔다고 했는데 저 세명이 가장 좋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태상황을 안 본 사이 태상황도 살이 찌고 안색도 괜찮은 게 편안하게 보낸 듯 싶다. 예를 취한 뒤 우문호가 선물을 개봉하자 술 담배 커피가 가득하다.태상황이 시가 하나를 쥐고, “이게 담배인가? 허, 이 상자가 참 정교하구만. 철로 만든 건가? 위에 글이 있는데 잘못 썼군, 담배를 피우는 게 건강에 해롭다니? 흥, 글도 잘못 쓴 걸 보니 이치도 맞지 않겠어.”태상황이 냄새를 맡아보더니 참지 못하고 전율했다. 전에 담배를 끊었다면서 실은 원경릉이 간 뒤에 매일 문 앞에서 몇 모금 씩 빨아야 마음이 편안해 졌다.“맞아요, 시가는 맛이 강하니 하루에 한 모금입니다.” 원경릉이 가져 와서 안에서 3개피를 꺼내더니 세 거두에게 하나씩 나눠주고 성냥을 꺼내 그 자리에서 세 사람의 시가에 불을 붙여줬다.태상황이 보고 다급하게, “어허, 이렇게 빨리 붙이면 어떡해? 내 담뱃대는, 어서 가져와, 낭비하면 안되니까.”“담뱃대 필요 없어요. 이대로 피우시면 돼요. 입술에 대고 들이 마시세요.” 태상황의 미심쩍어 하며, “이렇게 마신다고?”“맞아요!”셋이 얼굴을 마주하더니 이렇게 담배를 피우는 걸 본 적이 없지만 신문물은 꼭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분들이라, 태상황이 먼저 한 모금 빨아보는데 이 시가라는 것이 확실히 세다. 한 모금 빨았을 뿐인데 거의 숨이 막힐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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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027화

태상황과 원경릉의 데이트건곤전 마당은 바람이 센 편이라 원경릉이 사람을 시켜 망토를 하나 더 가져오게 하고 태상황을 꽁꽁 싸매고 손난로를 찔러 넣었다.태상황이 귀찮아서, “난 이렇게 허약하지 않아.”“날이 차서 많이 입어도 괜찮아요.” 원경릉이 태상황의 팔을 붙잡자 태상황이 몇 번이나 밀어냈지만 원경릉이 달라붙어서 어쩔 수가 없는지 눈살을 찌푸리고 같이 걸었다.“상선은 상태가 안정적인가요? 있다가 가서 볼 게요.” “여전히 그렇지 뭐, 먹고 마시는 건 정상인데 요즘 좀 게을러졌어. 재촉하는 사람이 없으면 몸을 움직이려고 안 해.”“그러면 안돼요. 움직이게 해야 하는데.” 원경릉이 미간을 찡그렸다.태상황이 어두운 눈빛으로, “나이를 먹었으니까.”“무공을 수련한 사람이, 바탕이 좋은데 자꾸 노력하면 회복하죠. 태상황 폐하랑 99세까지 계셔야 해요.”태상황이 웃으며, “99살은 안 바래. 7~8년만 살 수 있어도 아이들이 큰 걸 보니까 과인은 만족이야.”“그건 아마 하늘이 허락하지 않으실 걸요.” 원경릉이 웃었다.두 사람이 정자에 들어가서 원경릉이 바람이 세다고 걱정하자 휘장을 내리고 사람을 시켜 난로를 피워 한기를 몰아냈다.“다섯째와는 아직 잘 지내?” 태상황이 원경릉을 쳐다보는 눈빛에 자상함이 느껴진다.원경릉이 고자질하며, “아뇨, 경성으로 돌아오는 길에 싸웠어요.”“싸우는 거야 일상이지. 크게 다퉜으면 과인이 준 어장은 어디다 삶아 먹었어? 그녀석은 너무 방자하게 두면 안돼.” 태상황이 눈을 치뜨며 손자를 전혀 도와줄 마음이 없어 보인다.원경릉이 웃으며, “싸우다가 아이를 나누자는 얘기까지 헀지 뭐예요.”“아이를 어떻게 나눠? 그 놈이 꺼지면 꺼졌지 애들은 줄 수 없어.” 태상황이 씩씩거렸다.원경릉이 추임새를 넣듯이, “맞아요, 제가 딱 그렇게 생각했거든요.”태상황이 원경릉을 보며, “싸우는 건 가능해, 하지만 상처를 주는 말을 하면 안된다. 아이를 나누니 하는 말은 앞으로는 다시는 하지 마라.”“네, 이번에 교훈을 얻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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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028화

적귀비의 호출궁을 떠나며 원경릉은 담배는 많이 피우면 안되니 어쩌다가 한 모금만 하고, 술도 한 번에 다 마시면 안되고 천천히 음미하시라고 잔소리를 잔뜩 했다. 태상황도 다음번에 올 때는 우리 떡들을 데리고 오라고 했다. 비록 배은망덕한 녀석들이지만 보면 또 좋으니까. 곁에 누군가 왁자지껄하지 않으면 건곤전의 나날은 너무 적막하다.태상황이 지금 신체적으로 호전되었고 의지가 굳은 사람으로 일선에서 물러나 언뜻 보기엔 삶을 즐기고 있다. 하지만 내내 모든 것이 폭풍우를 헤치는 것 같다가 갑자기 고요한 해안에 정박해서 파도가 치는 것만 멀뚱멀뚱 보고 있는 게 영 익숙하지가 않다.예전에는 몸이 안 좋아서 관뒀지만 상태가 점점 호전되니 생각이 다시 많아 지기 시작했다.물론 본인도 아들이 황제 역할을 아주 잘 하고 있다는 걸 안다. 지금 만약 태상황이 간여한다면 조정은 혼란스러워질 것이므로 오히려 좋지 않다. 더욱이 부모자식 관계가 나빠질 수 있으므로 조정에 관한 일은 태상황이 일체 건드리지 않는다.이틀이 지나고 귀비가 원경릉에게 입궐해 애기를 좀 하자는 전갈을 보냈다.원경릉과 귀비는 원래 얘기하던 사이도 아니고, 전에 귀비가 원경릉에 적씨 집안을 위해 사정해 주길 바랬으나 원경릉이 도와주지 않았다고 줄곧 원경릉을 좋아하지 않았다.그런데 왜 갑자기 자기더러 입궐하라고 하지?원경릉은 몸이 좋지 않으니 내일 가겠다고 둘러 대고 적씨 집안에서 요즘 무슨 문제를 일으킨 게 없는지 우문호가 돌아오면 물어보려고 기다렸다. 적귀비는 원경릉에게 부탁할 게 없으면 절대로 보자고 할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하지만 적귀비가 원하는 간 원경릉이 도울 수 없는 것이다.저녁 무렵 우문호에게 적씨 집안의 일을 물었더니, “적씨가 아직도 뭔가 풍파를 일으킬 수 있나? 핵심인물이 권력을 잃었으니 잔챙이들도 다 뿔뿔이 흩어졌지. 넷째도 경성에 없고 이럴 때 애쓰면 괜히 힘만 빼는 걸 텐데?”원경릉은 손왕비가 궁궐 각 마마들의 상황을 모르는 게 없다는 걸 생각해내고, 직접 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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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029화

적귀비의 부탁원경릉은 속으로 생각이 있어 약 상자를 꺼내 가지고 적귀비에게 갔다.적귀비는 일찍 일어나 원경릉을 기다리고 있는데 원경릉이 오는 것을 보고 인사하고 안으로 들게 하더니 차를 내 놓았다.원경릉은 적귀비가 상당히 마른 데다 기세도 예전 같지 않은 것이 상당히 수더분해 진 모습으로, “마마께서 무릎이 아프시다고 들었는데 어떠신 지요?”귀비가 “온찜질을 며칠 했는데 효과가 별로 없네, 하지만 이건 오래된 지병이니 괜찮아. 여름이 되면 좋아지니까.”원경릉은 원래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라고 알았는데 자신의 병에 대해서는 대충하는 것으로 봐서 무릎 때문이 아니라는 걸 알고 약간 놀랐다.원경릉이 차를 마시는 동안 기다렸다가 귀비가 좌우를 물리고 원경릉만 남겼는데 원경릉이 딱 보니 적귀비가 애수 어린 모습이라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 더니.’“태자비, 이제 아무도 없으니 나도 솔직히 말하지. 적씨 집안이 처한 상황을 자네도 봐서 알 거야. 나까지 폐하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심지어 한 번 뵙기조차 어려우니 말해 뭐하겠어.”원경릉이 눈 딱 감고, “마마, 저도 폐하 앞에서 말씀드리기 좋지 않아요.”“아니, 이 일은 자네가 하기 딱이야,” 귀비가 서신 하나를 꺼내더니 원경릉에게 건네는데 손가락 끝이 떨리는 것이 예전에 침착하고 대범하던 적귀비가 아니다. “이건 넷째가 남강 북쪽으로 가기 전에 나에게 쓴 편지네. 지금 안왕비가 회임을 했으나 약한 체질이라 자주 배가 아프다고 하는구나. 자네는 의술에 정통한 사람이니 폐하께 안왕비가 경성으로 돌아와 해산을 할 필요가 있다고 하면 폐하께서 분명 그러라고 하실 거야.”원경릉은 안왕비 일을 생각 못하고 있었다. 안왕의 서신을 보니 안왕비가 임신 기간에 어디가 불편한지 제대로 안 써 있고 그저 한 마디 언급하고 귀비에게 좋은 약이 있으면 해산할 때 유비무환 아니겠냐며 약을 좀 알아봐 달라는 내용이었다.“강북부는 가난한 곳이니 좋은 의원이 없고, 사람을 시켜 알아보니 그 쪽에서 아이를 낳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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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030화

돌아온 안왕 부부우문호가 말을 마치고 잠시 있다가, “또 넷째가 다른 뜻이 있다면 엄하게 감시하면 됩니다. 아이를 낳은 뒤에 남을 건지 갈 건지는 아바마마께서 결정하실 일이시니까요.”명원제가 이 말을 듣고 우문호를 한 번 더 눈여겨보고 마음 속으로 안도감이 들었다. 황제가 된다는 것은 권위가 중요하고 과단성 있는 전투도 물론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사람의 목숨을 염두 해 두는 것이다.우문호는 과단성이 있고 자비로운 마음이 있으며 능력이 있고, 생각이 주도 면밀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예전엔 더 키우는 건데. 그럼 오늘 이정도로 그치지 않았을 것을 명원제는 후회하지 않을 수 없었다.명원제는 성지를 내려 구사에게 직접 금군을 이끌고 강북부로 가서 안왕 부부를 경성으로 ‘호송’하게 했다. 그리고 안왕비가 출산을 마치면 아이의 만 한달 축하를 마치고 강북부로 돌아갈 것을 성지에 명기했다. 박원과 소홍천도 대오를 데리고 강북부로 돌아가서 구사가 그들과 앞서거니뒤서거니 도착해 성지를 받들고 같이 경성으로 돌아가는 길에 올랐다.여정은 천천히 이루어져 경성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년말이 다가왔다.구사는 안왕 부부를 안왕부로 호송했다. 안왕부는 시중드는 사람이들이 싹 다 바뀌었다. 내무부에서 직접 사람을 뽑아 보냈고 어의를 상주시켰는데, 원래 데리고 있던 몸종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하인이든 시위든 전부 안왕 사람이 아니다.정리를 마치고 소홍천과 박원 및 구사는 초왕부로 가서 경과보고를 마친 후 우문호는 소홍천을 남겼다.서재에 두 개의 촛불이 불타고 불꽃이 일렁인다. 소홍천의 눈에서 지난날 임소로 인해 받았던 감정의 상처가 거의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 우문호가 비로소 입을 열며, “임소 행방을 알았어.”소홍천의 눈썹이 꿈틀하더니 얼른 고개를 들어, “어디죠?”그런대로 평온한 말투다.“평남부(平南府)에 나타났다는 군.”“평남부요?” 소홍천이 놀라더니, “어떻게 그럴 수가? 평남왕은 절대 그와 왕래 할 리가 없는데요.”“평남왕이 직접 편지를 써서 태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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