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안왕 부부우문호가 말을 마치고 잠시 있다가, “또 넷째가 다른 뜻이 있다면 엄하게 감시하면 됩니다. 아이를 낳은 뒤에 남을 건지 갈 건지는 아바마마께서 결정하실 일이시니까요.”명원제가 이 말을 듣고 우문호를 한 번 더 눈여겨보고 마음 속으로 안도감이 들었다. 황제가 된다는 것은 권위가 중요하고 과단성 있는 전투도 물론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사람의 목숨을 염두 해 두는 것이다.우문호는 과단성이 있고 자비로운 마음이 있으며 능력이 있고, 생각이 주도 면밀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예전엔 더 키우는 건데. 그럼 오늘 이정도로 그치지 않았을 것을 명원제는 후회하지 않을 수 없었다.명원제는 성지를 내려 구사에게 직접 금군을 이끌고 강북부로 가서 안왕 부부를 경성으로 ‘호송’하게 했다. 그리고 안왕비가 출산을 마치면 아이의 만 한달 축하를 마치고 강북부로 돌아갈 것을 성지에 명기했다. 박원과 소홍천도 대오를 데리고 강북부로 돌아가서 구사가 그들과 앞서거니뒤서거니 도착해 성지를 받들고 같이 경성으로 돌아가는 길에 올랐다.여정은 천천히 이루어져 경성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년말이 다가왔다.구사는 안왕 부부를 안왕부로 호송했다. 안왕부는 시중드는 사람이들이 싹 다 바뀌었다. 내무부에서 직접 사람을 뽑아 보냈고 어의를 상주시켰는데, 원래 데리고 있던 몸종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하인이든 시위든 전부 안왕 사람이 아니다.정리를 마치고 소홍천과 박원 및 구사는 초왕부로 가서 경과보고를 마친 후 우문호는 소홍천을 남겼다.서재에 두 개의 촛불이 불타고 불꽃이 일렁인다. 소홍천의 눈에서 지난날 임소로 인해 받았던 감정의 상처가 거의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 우문호가 비로소 입을 열며, “임소 행방을 알았어.”소홍천의 눈썹이 꿈틀하더니 얼른 고개를 들어, “어디죠?”그런대로 평온한 말투다.“평남부(平南府)에 나타났다는 군.”“평남부요?” 소홍천이 놀라더니, “어떻게 그럴 수가? 평남왕은 절대 그와 왕래 할 리가 없는데요.”“평남왕이 직접 편지를 써서 태상황
아이를 가지고 싶어얘기의 끝은 다시 아이 화제로 넘어갔다.안왕비는 상태를 봐서 연말에서 2월말 정도에 낳을 것 같은데 지금 태아가 엄청 커서 손왕비가, “아들을 낳으면 폐하께서 좋아서 자네를 경성에 머물게 하실 지도 몰라.”여자들은 조정의 일을 모르고 그저 가까이 두고 싶은 마음이다. 동서들은 여전히 전처럼 화기애애하고 손왕비는 기세가 등등한 사람이 아니라 마음이 넓고 약한 사람이다.안왕비가 배를 만지며 조그맣게, “난 딸을 바라는데.”원용의가 킥킥 웃으며, “딸을 낳으면 태자전하께서 또 아쉬운 마음이 든다고요.”우문호는 딸을 갖고 싶어서 어느 집에 딸을 낳았다는 말을 들으면 엄청 질투의 눈빛을 보내는 걸 조정 사람들이면 다 알고 있다.요부인이 원경릉을 보고 웃으며, “이거 태자비가 딸을 낳아야 다섯째의 꿈이 비로소 실현될 수 있는 거네.”원경릉이 기가 막혀 얼른 손을 젓더니, “아뇨, 지금 집에서 다섯명이 난리를 치는 것만으로도 아수라장이예요. 만약 또 낳으면 밥 먹을 틈도 없을 거네요. 그리고 딸이란 보장도 없잖아요. 하나란 보장도 없고.”번식 능력이 이렇게 강하다니 원경릉은 스스로 놀라고 있다.다들 하하 웃고 싶었지만 미색이 시샘하며, “낳을 수 있다는 것 같네요.”모두 순간 웃음을 삼키고 미색의 분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얼굴을 봤다.요부인이 미색의 손을 잡고, “그래, 너랑 여섯째는 복이 많은 사람이야. 하늘도 둘을 사랑하셔서 때가 되면 그만 낳고 싶다고 소리쳐도 마음대로 안될 거야.”미색이 입을 삐죽거리며, “꿈에도 그러지 않을 거예요, 하나라도 간절해요.”“여섯째도 급한 게 없는데 네가 왜 급해?” 손왕비가 말했다.미색이 동서들을 보더니 눈가가 빨개져서, “저 빼고 다들 안 급하네요. 전 임신을 못 했는데 구사 부인은 지금 둘째를 임신했어요. 전 아무런 기색도 없는데.”원경릉이 놀라며, “경병이가 둘째를? 왜 나는 몰랐지?”“3개월이 안 돼서 밖에 얘기를 안 한 거죠.”“그런데 미색은 어떻게 알았어?”미색이 또
쌍둥이의 이름원경릉이 안왕부를 떠난 뒤 구후부(顧侯府)에 갔더니 원경병은 정말 또 임신을 했는데 아직 3개월이 되지 않아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았다.원경릉은 원경병의 안색이 아직 좋은 걸 보고 입덧이 심한 것 같지 않아 몇 마디 당부를 하고 갔다.서일과 사식이는 집을 다 꾸미고 새해가 오기 전에 이사를 들어갔는데 탕대인 집은 아직 천천히 짓고 있는 중으로 탕대인의 요구수준이 높은 편이라 자재는 제일 좋을 필요 없지만 편하고 우아해야 했다. 한결같이 학문이 깊고 우아하신 탕대인이다.새집 세간살이는 전부 처가에서 마련해 주었는데 원씨 집안에서 사식이가 편히 살라고 힘을 제법 줘서 큰 돈을 들여 하나같이 좋은 목재로 가구 세트를 맞춰주고 나머지는 전부 원용의가 마련해 준 것인데 좋은 건 전부 다 갖췄으니 사식이는 작지만 갖출 거 다 갖춘 알찬 자신의 집을 가지게 되었다.서일은 기뻐서 몇 날 며칠을 잠을 이루지 못했다. 태자와 태자비 마마 은혜에 보답해야 한다고 힘주어 얘기하고 목숨도 아끼지 않겠다고 하길래 사식이가 당장 남은 은을 의대에 기부하자고 하니 한마디로 거절하고 목숨은 목숨이고, 돈은 돈이라며 바보는 아닌지 계산은 정확했다.년말, 드디어 쌍둥이의 이름이 내려졌다.이 이름은 무려 4개월한 숙고한 것으로 명원제가 좋다고 하면 태상황이 좋아하지 않고, 태상황이 마음에 들면 명원제가 별로 안 좋아하고, 부자가 쌍둥이 이름을 두고 고집을 부리며 서로 한치의 양보도 없었다.그러다 환타는 우문엽(宇文燁), 칠성이는 우문황(宇文煌)으로 세 형이 충효인의예지신에서 따온 것과 달리, 중시하는 정도의 차이를 알 수 있는데 쌍둥이 이름에 세 형보다 더욱 심혈을 기울였다.엽(燁), 황(煌) 두 글자도 상당히 연구를 거듭한 것으로 불 화(火) 변은 두 사람에게 양화(阳火)의 기운을 더해주는 것으로 태상황은 둘이 늘 지나치게 조용해서 울지도 않는 게 불기운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엽(燁)자는 햇살이 찬란하게 빛난다는 뜻이다. 그리고 황(煌)자는 달빛이 환하고
난 나중에 황제가 될 거야.우리 떡들은 열째 삼촌이랑 정전 앞에서 노는데 열째는 뒤룩뒤룩 살이 쪄서 갈수록 손왕을 닮아갔다. 손왕이 뿌듯한 지 열째 동생을 상당히 예뻐 해서 우리 떡들에게 열째 삼촌 괴롭히지 말라고 당부했다.말을 배운 지 얼마 되지 않은 열째 삼촌은 서열을 내세워서 위세를 부리는데 뚱뚱한 허리에 손을 얹고 손왕에게, “난 괴롭힘 안 당해, 난 나중에 황제가 될 사람이니까.”정전에 앉은 사람들은 전부 황실의 친인척으로 이 말을 듣고 모두 당황해서 뿔뿔이 호비를 쳐다봤다. 호비가 얼굴색이 변해 일어나 꾸짖으며, “조용히 해, 무슨 헛소리야!”열째는 엄마가 갑자기 화를 내자 놀라서 당황한 나머지 명원제를 보는데 작은 눈동자에 의문이 가득한 채로 ‘뭘 잘못 한 건데요?’명원제도 호비를 흘끔 보고 아무렇지도 않게, “괜찮아, 계속 놀아라.”호비가 일어나 있는 채로 눈에 눈물이 일렁이는데 앉아서도 마음이 불안한 것이 누군가 가르쳐 준 게 아니라면 이렇게 어린 아이가 이런 말을 할 리가 없다고 모두 생각하고 있을 게 틀림없기 때문이다.원경릉을 보니 고개를 숙이고 옆에 요부인과 작은 소리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이 원경릉도 그렇게 생각해서 요부인과 이 일을 얘기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입술이 부들부들 떨리며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호비도 요부인이 대단하다는 걸 안다. 한 마디 말로도 엄청난 일을 추측해내는 사람이니 분명 지금 소근소근 분명 자기 얘기를 하는 중일 것이다.저녁 연회가 계속 되는데 눈물이 자꾸 그렁그렁 맺혀서 명원제가 몇 번이나 호비를 봤는데, 눈빛이 냉담한 것이 호비는 순간 의기소침해졌다. 자기는 완전히 명원제를 믿고 있는데 명원제는 어째서 자기를 믿지 못할까?호비는 명원제 뿐 아니라 다른 사람도 종종 이상한 눈빛으로 자신을 보는 것을 발견했다. 호비는 성격이 급하고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얘기하는 타입이라 이런 눈빛을 참을 수가 있나? 하지만 궁에 있으면서 법도를 배우다 보니 지금은 변명할 때가 아니라는 걸 안다. 여기서
호비를 모함하는 자진비는 속으로 자기 아들이 밖에서 저렇게 수모를 당하고 있는 것도 서러운데 어째서 궁에서 자신의 지위는 황귀비만 못하고, 총애는 호비만 못한가. 구중궁궐이 적막하고 쓸쓸하기만 하다. 따듯한 곳을 찾으려 해도 없고 자신보다 훨씬 힘들 아들이 마음에 걸려 뭘 봐도 다 눈꼴사납다.진비는 일부러 후궁의 안정을 어질러 놓은 건 아니고 그저 원망의 마음을 좀 발산하고 싶었을 뿐으로 호비는 놀려서 안되는 걸 진비도 알고 있다. 호비가 황제의 총애를 받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진비가 총애를 받지 못하는 건 호비 탓이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호비는 성품이 강직하고 시비가 분명한 사람으로 정말 싫어하면 본인이 맨손으로 사람 하나는 패 죽일 수 있는 사람이다.황귀비는 알고 있다. 진비가 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휘저어 놓고 싶긴 했지만 분명 별반 악의는 없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하지만 열째가 한 말은 확실히 좀 짜증났다. 이제 몇 살이나 됐다고? 거기서 그런 말을 할 정도면 아무도 가르쳐준 사람이 없었다는 걸 어떻게 믿을 수 있겠어?황귀비는 어젯밤 다섯째 부부가 궁을 떠날 때를 떠올려 봤다. 우문호는 열째를 계속 유심히 보고 태자비는 계속 요부인과 얘기하는데 안색이 좋지 않은 것이, 태자비는 원래 전체적인 것을 파악하는 사람으로 어젯밤 얼굴이 어두운 것으로 봐서 열째 말에 신경을 쓰고 있는 지도 모른다.어찌되었든 최근 열째가 누구를 접촉했는지 호비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다.호비가 잠시 후 열째를 데리고 왔는데, 여전히 눈물이 아롱진 얼굴로 예를 취했다.황귀비가 곁으로 불러 앉히고 열째를 안았는데 열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황 어마마마 안녕하세요.” 하고 불렀다.황귀비는 열째가 좋아서 따듯하고 자상한 미소를 지으며, “우리 규야 착하지, 황 어마마마에게 얘기 해 볼까. 오늘 뭐 먹었나?”“야채요!” 열째가 신나서 대답했다.황귀비는 고개를 들어 호비를 보는데, 새해 첫날 후궁에서 야채를 먹는 풍습은 지난 태후 마마 때 정해진 법도로 돌아가신
새해 풍경황귀비가 당부하기를, “돌아간 뒤에 좀 더 신경을 쓰게. 전에 곁에서 친근했던 사람도 완전히 믿을 수 있는 건 아니야. 자네 아버지가 지금 태자와 가깝게 지내고 자네와 태자비도 서로 잘 어울리는데 만약 이 일이 마음에 걸림돌이 되면 모두에게 좋지 않아.”호비가 쓴 웃음을 지으며 눈에 눈물이 고였다. “태자비는 저를 의심하고, 폐하도 저를 의심하세요. 어젯밤 원래 태자비에게 남으라고 해서 설명하고 싶었는데 거들떠도 안 보고 바로 가버렸어요. 게다가 어젯밤 이후로 폐하는 저에게 좋은 얼굴을 짓지 않으세요. 폐하께서 어쩌면 이렇게 저를 모르실 수가 있어요? 황귀비 마마께서도 절 믿으시는데 어째서 폐하는 절 안 믿으시나요?”황귀비가 미간을 찡그리며, “자네 또 쓸데없는 망상 했지? 폐하는 자네를 아시는데 어떻게 자네를 의심하나? 태자비는 원래 대의가 분명한 사람이니 똑바로 설명하면 돼. 며칠 있다가 태자비를 불러 이 일에 대해 명확히 설명하면 그만이야.”호비는 아직 어려서 성격은 불 같지만 이런 일을 겪어본 적이 없으니 전부 황귀비 말을 들을 따름이다.황귀비가 몇 마디 더 위로하고 호비를 돌려보냈다.황제는 어젯밤 황귀비에게 왔지만 밤새 이 일은 들먹이지 않았다. 그저 한 동안 깊이 생각할 뿐이라 황제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사실 황귀비도 모른다.정말 황제가 호비를 의심하지 말았으면 하고 바라는 게, 그렇지 않으면 이 궁궐에 어찌 하루라도 안정될 수 있겠는가?원경릉은 정월 초이틀 가솔들을 이끌고 노마님을 뵈러 정후부에 갔다. 원경병도 돌아와서 온 집안이 같이 밥을 먹고, 노마님이 세뱃돈을 주시고 크고 작은 보따리를 싸 주셔서 각자 가지고 집으로 돌아갔다.원경릉이 웃으며, “딸은 진짜 도둑이라니 까요. 올때마다 또 한 바탕 털어가네요. 할머니, 집에 이렇게 물건이 적으면 못 훔쳐가니 좀 많이 사두세요.”정후부 노마님이 자신만만하게, “금은 보석은 없지만 먹고 마시고 입고 쓸 거는 없는 게 없으니 언제든 가져가고 싶으면 와서 가져가.”노마님은 물
노인의 사랑우문호가, “이번에 한번 와서 정식으로 조정에서 봉호를 받을 거라서 그리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걔들 볼 수 있어.”“봉호를 받는다고?” 원경릉이 놀라서, 어째서 그런 말을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지?우문호가 웃으며, “만아는 남강왕의 딸이고 남강은 결국 번듯한 남강왕이 필요하니까.”원경릉이 순간 눈꼬리를 치뜨고, “만아를 남강왕으로 봉하려는 거지?”우문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맞아, 아바마마께서 나에게 연초정도로 상의하셨으니 3월 정도되겠지? 걔들이 경성으로 와서 봉호를 받고 잠시 머물 거야. 지금 만아 곁에 모인 남강왕을 모시던 부하들 있지? 그 중에 다른 꿍꿍이를 품고 있었던 사람이 있고, 진심으로 추종했던 사람도 있어. 때가 되면 그들을 전부 경성으로 들어오게 해서 일일이 가려내려고. 돌아간 뒤 만아와 아홉째가 사람을 잘 몰라서 처리 못하는 일이 없도록.”원경릉이 웃으며, “많은 일을 다 계획해 뒀네. 자기 이제 갈수록 듬직해 지는데.”우문호가 작가 탄식하며 원경릉의 희고 가는 손가락을 잡고, “듬직 안 하면? 내가 애가 다섯이야, 아직도 안절부절 못하고 촐랑대면 애들한테 무시당하지 안 그래?”원경릉이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음속으로는, ‘걔들 지금도 별로 존중하지 않던데. 그나마 자기를 무서워해서 당분간은 케어할 수 있다고 치자.’저녁에 온가족이 같이 밥을 먹는데 술도 약간 마셨다. 희상궁이 술을 이기지 못해 몇 모금 마시더니 어지럽다며 밥도 별로 못 먹고 방으로 돌아갔다.희상궁이 술기운이 가시면 먹을 수 있게 원경릉은 사람을 시켜 음식을 좀 남겨두게 하는데 사식이가 몰래 웃으며, “남길 필요 없어요. 남기긴 뭘 남겨요? 오늘 오후부터 자기 주방에서 바쁘게 요리를 몇 개 하던데 있다가 누가 와서 같이 드시나 봐요.”“어?” 원경릉이 놀라다가 곧바로 씩 웃더니, “그런 거였군, 어쩐지 술 두어 모금 마시고 취하는 게 이상하다 했어. 알고 보니 애인이랑 약속이 있었구나.”“”재상이 일찍부터 오늘밤 올 거라고 사람을 보내
신비한 탕양녹주가 밖에서 들어와, “노마님, 고기 완자 탕대인에게 보내 드렸습니다. 노마님의 호의에 정말 감사드린다고 했어요.”원경릉이, “매년 설날을 맞으면 늘 탕양에게 가족들을 데리고 와서 식사하라고 하는데 데리고 오지 않는 바람에 지금까지 탕양 부인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원경릉이 우문호를 보고, “자기는 봤어?”우문호가 고개를 흔들며, “당신이 얘기 안 했으면 탕양이 혼인했다는 사실도 잊고 있었어.”서일이, “결국 볼 텐데요 뭘. 집이 다 지어지면 집안 사람들을 데리고 와서 살 거 아닙니까? 탕양이 부인이 있지만 아이가 없다고 알고 있어요. 서른 살이 넘도록 아이가 없으니 앞으로 탕양이 늙으면 누가 봉양하죠? 아마 초왕부에 기대서 평생 살아야 할 걸요.”서일도 원래 만약 장가를 못 가면 초왕부에 평생 삐댈 생각이었다.“그 집도 짓기 시작한 지 오래 됐는데 아직 다 안 됐네. 탕대인이 너무 바쁘니 시간이 되면 서일이 가서 감독 좀 해줘. 탕양이 하루라도 일찍 이사 올 수 있게.” 원경릉이 말했다.“소인 감독할 방법이 없는 게 안에 모든 건축은 전부 탕대인이 자기가 직접 설계해서 몇 번 봤는데 이상해요.”“어떻게 이상한데?” 원경릉이 물었다.“방과 거실의 구분이 없거나, 사방이 벽이고, 작은 마당이 있는데 돌계단도 없어요.” 서일이 어깨를 으쓱하더니, “탕대인이 굉장히 우아하게 설계할 줄 알았는데 창고 같을 줄 누가 알았습니까. 완전 실망이예요.”이렇게 말하니 원경릉과 우문호는 가서 보고 싶은 흥미가 생겼다. 저녁밥을 먹고 여럿이 등을 들고 그쪽으로 갔다. 서일과 탕양을 위해 초왕부에서 특별히 뒤쪽으로 문을 내서 바로 다니게 했는데 왼쪽 뒤는 서일 것이고, 오른쪽은 탕양 것으로 서로 팔뚝만한 넓이의 작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있다.담장은 초왕부 것과 같은 담장이고 문은 커서 서일 쪽 집 문에는 두 개의 돌계단이 있지만 탕양 쪽은 없다. 평지에서 바로 들어오는데 과연 안의 건축을 보니 하나의 거대한 창고 같은 게 본관과 접객실의 구
예전에 원가에서 온 가문이 강북부로 이주한 적이 있었다.북쪽은 바람과 모래가 거셌지만 원가의 사람들에게는 전혀 낯설지 않았고, 오히려 고향과 비슷한 정감을 느끼게 했다.이리 나리는 원가의 사업을 줄이도록 도우며, 관리하기 쉬운 몇몇 가게만 남겼다.탕양은 일곱째 아가씨에게 장사를 내려놓아도 괜찮은지 물은 적 있었는데, 그때 일곱째 아가씨가 말했었다.“그런 말 마시오. 내 능력을 충분히 증명했으니 이제 만족스럽소. 열심히 해서 큰 성과를 얻었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오. 평생 바삐 지낼 수도 없잖소. 그렇게 돈을 많이 벌어서 뭐 하겠소? 다 잘 살기 위해 번 것이오. 가업을 나눠 받은 돈만 해도 평생 다 못 쓸 만큼 많소. 그리고 가게들도 계속 돈을 벌 텐데 뭐가 아쉽겠소?”탕양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손에 익은 일이라, 혹시라도 아쉬워할까봐 걱정했소. 사실 나도 당신이 이렇게 고생하는 것이 싫었소. 당신만 괜찮다면 다행이오.”일곱째 아가씨는 미소를 지었고, 그의 말에 모두가 기뻐했다.“한가해지는 것도 괜찮소. 1년에 두세 달은 약도성에 가서 지내면 얼마나 여유롭겠소.”하지만 탕양이 눈살을 찌푸렸다. 1년에 두세 달이면, 왕복하는 시간까지 더해 최소 반년은 걸릴 것이고, 그 말은 반년 동안이나 그의 곁에 없다는 뜻이었다.게다가 그도 경성을 몇 달씩 떠나는 건 불가능했다. 지금은 황제 곁을 하루라도 떠나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하지만 그는 그녀가 행복하면 그걸로 충분했다. 물론 그는 늘 함께하고 싶었지만, 오래된 부부였기에 항상 붙어있을 필요는 없었다.북당은 점점 부유해지고 있었다. 원가가 일부 사업을 매각하면서 그 변화를 실감할 수 있었다.가게들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싸웠고, 좋은 위치에 있는 가게들은 더더욱 귀한 존재가 되었다.원래 원가는 모든 가게를 이리 나리에게 넘기려 했지만, 이리 나리는 거절했다.그리고 안풍친왕이 먼저 나서서 이리 나리가 이미 너무 많은 가게를 보유하고 있고, 특히 경성에서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 독점 우
원경릉이 깜짝 놀라며 말했다.“일곱째요? 일곱째는 분명 원용의에게 말할 것이고, 원용의는 또 사식이에게 얘기할 것이고, 사식이도 분명 서일에게 전할 것일 텐데요. 만약 서일이 알게 되면, 이제 북당 전체가 다 알게 될 것이오.”우문호는 순간 당황해하며 말했다.“그건 내가 생각지도 못했네.”원경릉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아마 지금쯤 황실 친왕들 사이에서 이미 탕양의 이야기가 뒷말로 오가고 있을 것이었다. 겨우 부인을 얻었는데, 밤에 함께 자지 못한다니 참 안타까운 일이라 생각할 것이다.우문호는 탕 대인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다들 뒤에서 탕양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여인들이 수군거리니, 남자들은 그를 도우려 했다.물론 부부 사이의 일에 직접적으로 간섭할 수는 없었기에, 대신 탕양을 술자리로 초대해 술로 고민을 푸는 방법을 제안했다.그렇게 며칠째 술을 마시던 탕양은 자신의 비밀이 모두에게 알려졌다는 사실을 깨달아 한숨을 쉬며 말했다.“제 탓입니다. 폐하가 비밀을 지키지 못한다는 걸 깜빡했습니다.”제왕이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너무 신경 쓰지 말거라. 이런 일은 억지로 되는 게 아니다. 여인은 때로 달래줄 필요가 있는 법이다.”그러자 탕양이 어찌할 바를 몰라하며 말했다.“제가 폐하께 이 이야기를 했을 땐, 혼례한지 얼마 안 되었을 때였습니다.”“알고 있다. 서두르지는 말거라.”모두가 이해한다는 눈빛으로 탕양을 바라보았지만, 탕양은 더 이상 해명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그들은 이미 혼인했지만, 오랜 부부 생활을 한 터라, 남녀 간의 정이 때로는 하루아침에 급격히 발전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탕 대인은 돌아가자마자 일곱째 아가씨에게 이 일을 전했다.그러자 일곱째 아가씨가 웃으며 한숨을 내쉬었다.“정말이지, 어찌 허구한 날 남의 부부 일에만 관심을 가지니, 할 일이 없나 보오.”“신경 쓰지 마시오. 우리가 잘 살면 그만이니.”탕양은 일곱째 아가씨를 안으며 자신감에 찬 표정을 지었다.
원경릉은 궁으로 돌아와 이 일을 다섯째에게 이야기했다. 그러자 다섯째가 말했다.“사실 한 번 돌아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소? 그저 경성만 한 바퀴 둘러보면 되지 않소.”“아이들을 데려다줄 때 휘종제 어르신께서 슬퍼하셨소. 이번 생에 고향으로 못 돌아올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돌멩이 하나를 건네주니, 그걸 안고 울었소.”“정말 안타깝소!”다섯째는 증조할아버지 생각에 마음 아파했지만, 이내 말을 이어 나갔다.“하지만 큰할아버지께서 그를 데려오지 않는 이유도 있을 것이오. 휘종제 어르신을 잘 아는 것도 아니지 않소? 몇 번 만나보니, 활달하고 산만한 성격에 무슨 사고를 일곱째인지 모를 것 같은 느낌이 들었소.”“맞소.”원경릉도 깊이 공감했다. 특히 그가 전화로 끈질기게 설득할 때는 정말 무서울 정도였다.“다른 일은 없었소? 부모님 건강은 어땠소? 처남은 여자 친구가 생겼소? 만두는 공부를 잘하고 있소?”다섯째가 끊임없이 질문했다. “괜찮소. 부모님 건강도 괜찮긴 하지만, 아버지께서 고혈압이 생겨서 약을 오래 드셔야 하오. 오빠는 여자 친구가 없네. 주진과 아직도 서로 솔직히 이야기하지 않은 상황이오. 만두는 걱정 안 해도 되네. 내년에 돌아올 것이니.”“다행이오!”다섯째가 기뻐해 하며 말했다. 그는 늘 만두의 능력을 눈여겨보았기에, 그가 돌아오면 나라의 일들을 조금이라도 도와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비록 많은 부담을 짊어지진 못하지만 그래도 괜히 기대가 되었다.“추 할머니 병은 어떠하신가?”다섯째가 또 물었다.“아직은 괜찮소. 아주 좋아졌네. 약에 내성이 생기지만 않으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오.”원경릉이 말하자 다섯째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분들이 늘 건강해지시길 바랄 뿐이오.”평범한 사람들조차도 적성루 사람들에게 감동하기 쉬운데, 하물며 북당의 황제인 자신은 오죽하겠는가.“계란은 소식 왔소?”원경릉이 물었다.“왔네. 보시오!”다섯째는 소매 안에서 구겨진 편지를 꺼냈는데, 비둘기를 통해 받은 그 편지에는 몇 줄의 짧은
“별다른 뜻은 없소. 오늘 밤에 유난히 감성적이라 그저 한마디 해본 거네. 사실 너무 감동해서 그러네. 비록 항상 탕 대인에게 빨리 혼인하라고 재촉하긴 했지만, 그가 일곱째 아가씨와 혼인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소.”“괜찮소!”원경릉은 그의 품에 안겨 그의 심장 소리를 들으며 말했다.“어쨌든 탕양은 우리와 함께 걸어온 사람이오. 그러니 그가 사랑하는 여인과 함께하게 된 건 우리 모두에게 기쁜 일이오.”우문호는 벌써 술에 취한듯 머리가 약간 어지러웠다. 술에 취하면 항상 눈앞의 모든 것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곤 했는데, 익숙한 천장, 익숙한 사람, 익숙한 탁자와 의자. 취기가 돌며 모든 것들이 꿈처럼 느껴졌다.그는 마치 다시 초왕 우문호로 돌아간 듯했고, 갓 원경릉과 마음이 통했던 때로 돌아간 기분이었다.그 당시 외부 정세는 불안정했고, 태자 자리를 둘러싼 다툼이 막 시작되었던 때였다. 형제끼리 반목하며, 치열하게 싸웠던 시절을 돌아보면 잃지 않고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얻었다는 사실에 감사하게 되었다.우문호가 원경릉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원 선생, 몇 년간 아주 긴 꿈을 꾼 것 같지만, 되돌아보니 정말 다행이라고 느껴지네. 사실 모든 행운과 행복은 원 선생의 잘못된 연구에서 비롯된 것이오. 원 선생이 오지 않았다면 내 인생이 어땠었을까 싶네.”그러자 원경릉이 말했다.“누군가가 이 세상에 몇 시간과 공간이 존재한다고 했소.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이 다른 세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을 수도 있네. 아마도 어떤 공간에서는 내가 없는 대신 다른 사람이 당신과 함께 있을 수도 있소.”우문호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 세상 속의 나는 정말 불쌍할 것이오.”“그건 모르오. 어쨌든 그곳의 당신은 나를 모르고, 우리가 지금 얼마나 행복한지도 모를 것이오. 각자가 행복을 정의하는 방식은 다르오. 어떤 사람들은 매 끼니 고기가 있는 게 최대의 행복일 수도 있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은 봉급이 오르길 바랄 것이오. 또 가족이 화목하고 건강하기를 바라기도 하고
우문호는 혼인을 하사하는 조서를 내렸다. 이는 탕양의 혼사에 화룡점정을 더하는 일이었다.온 경성 사람들이 탕양이 황제를 모시는 신하인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녀의 혼사에 주목했다.탕양은 왕부에서부터 황제를 지지해 온 충신이었으며, 군신 간의 정은 형제의 관계에 못지않았다.거기에 황제가 직접 혼인을 하사했으니, 이는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었다. 그래서 다들 두터운 예물을 준비해 축하하러 왔다.혼례는 초왕부에서 열렸다. 비록 초왕부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이번 경사에 많은 지원이 몰렸다. 여러 왕부에서 사람을 보내왔고, 미색은 돈에 힘까지 보태며 혼사 지출의 3할이나 부담했다.희상궁도 돌아와 모든 일을 총괄했다. 희상궁은 비록 나이가 많았지만, 여전히 일 처리 능력이 뛰어났다. 그녀는 여러 왕부에서 온 사람들을 지휘하며 완벽하게 일을 조율했다.혼례 당일, 황제와 황후도 참석했다.신부가 도착하여, 혼례를 올릴 때 우문호와 원경릉은 상석에 앉아 신랑 신부의 절을 받고는, 그 다음으로 기상궁도 절을 받았다.우문호가 원경릉의 손을 잡으며 흐뭇한 표정으로 말했다.“탕 대인이 드디어 철이 들었고, 가정을 이루었으니 정말 기쁘네.”원경릉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제 마음이 풀립니까? 그러니 앞으로는 더 이상 잔소리하지 마시지요.”“잔소리는 계속할 것이다. 이젠 아이를 낳으라고 해야지.”우문호는 걱정이 끝이 없다는 듯 말하자, 원경릉이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아이 낳는 일은 하늘에 맡겨야 하네.”“그래도 몇 가지 비법을 전수해 줄 수는 있소.”우문호가 자부심 넘치는 표정으로 말했다.“좀 더 크게 말해보시오. 다른 사람들이 못 들을까 봐 걱정이오?”원경릉이 그를 흘겨보았다.주변 사람들이 모두 그들을 바라보며 부러움 섞인 표정을 지었다. 많은 사람이 첩을 두고도 황제만큼 자식을 많이 두지는 못했지만, 황제는 복도 많고 자식도 많은 사람이었다. 저녁 연회에서 우문호는 과음했지만 원경릉은 그를 막지 않았다. 이런 노부의 감격은 술로 달래야 한
탕양이 뜨거운 눈빛을 반짝이며 말했다.“거짓말이라면 제 목숨을 앗아가도 됩니다.”일곱째 아가씨가 그의 시선을 보며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돌고 돌아 결국 대인과 함께하게 되었네요. 하지만 미리 말하자면 혼사가 너무 급작스럽게 성사되어 저도 어찌할 도리가 없었던 것입니다. 시집간 후에도 그저 명목상 부부로만 살 뿐, 당분간은 벗으로 지낼 것입니다. 이를 받아들일 수 있다면 혼사를 승낙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없던 걸로 하시지요.”그러자 탕양이 거의 생각할 겨를도 없이 대답했다.“받아들이겠습니다. 무엇이든 다 좋습니다. 혼사만 승낙한다면 그저 명분이라도 상관없습니다!”이로써 드디어 그의 수년간의 바람이 이루어졌다.일곱째 아가씨가 담담히 말했다.“그렇다면 어디서 지낼지 생각해 보시지요. 하지만 대인 방에는 다른 사람이 살고 있으니, 그곳에 지낼 수는 없습니다.”탕양이 다급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십시오. 황후 마마와 상의를 해보았습니다. 지금 초왕부에 아무도 살지 않으니, 우선 그곳에서 지내시지요. 전에 그 방은 저도 쓰지 않고, 바로 서일에게 줬습니다.”그러자 일곱째 아가씨가 물었다.“저택을 따로 살 생각은 안 해보셨습니까?”“전에 혼자였을 땐 그런 생각까지 하지 못 했습니다. 초왕부도 누군가 관리해야 하는 터라... 하지만 아가씨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돈을 모아 작은 집이라도 살 수 있습니다.”일곱째 아가씨는 초왕부를 둘러보았는데, 그리 호화롭지는 않았지만, 분위기가 몹시 편안했다. 하지만 황제의 옛 저택이라, 평생 이곳에서 지낼 수는 없을 것이다.“우선은 이곳에서 지내고, 나중에 땅을 사서 직접 집을 지으십시다.”땅을 사고 집을 짓는다는 것은 돈 많은 사람이나 할 수 있는 일이었기에, 탕양은 순간 자기가 보잘 것 없게 느껴졌다.그가 쭈뼛거리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십시오. 이 일은… 꼭 마음속에 깊이 새겨 두겠습니다.”일곱째 아가씨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땅도 제가 사고, 집도 제가 지을 것입니다. 나중에 대인이 잘못이라
노태군이 손을 흔들며 말했다.“안 된다. 혼인 전에는 신랑 신부가 만날 수 없어. 이건 풍습이고 규칙이니, 어길 수 없다.”그러자 일곱째 아가씨가 웃음을 터뜨렸다.“하하하. 이 혼사에 정해진 규칙이 있긴 합니까? 어머니께서는 제가 그를 만나 오히려 싸움이 나서 혼사가 그릇될까 봐 걱정되시는 것 아닙니까? 어머니께 약속했으니, 반드시 혼사를 올릴 것입니다. 이제 마음이 놓이십니까?”노태군은 이 말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좋다. 너도 장사하는 사람이니 신임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것이다. 약속했으니, 절대 번복할 수 없어. 목을 매겠다는 이 어미의 결심은 너가 반대하면 언제든 효력을 발휘할 것이다.”일곱째 아가씨가 이를 갈며 투덜댔다.“이렇게 얄미운 늙은이는 정말 처음입니다!”“나도 너처럼 고집 센 딸은 처음 본다.”노태군이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웃음소리가 들려오자, 원가 사람들은 그제야 한숨을 돌렸다. 일곱째 아가씨가 시집가는 것이 정말 꿈만 같게 느껴졌다.일곱째 아가씨의 혼사는 원가 사람들에게 마음의 짐과도 같았다.탕양은 일곱째 아가씨가 무사히 경성으로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서야 한숨을 내쉬었다. 한숨을 내쉬고 나니, 눈물이 터져 나올 것 같은 감정이 북받쳤다. 그녀에게 아무 일도 없다는 생각에 그는 코끝이 다 시큰 거렸다.그날 밤, 일곱째 아가씨가 초왕부로 탕양을 찾아가자, 탕양은 그녀를 안으로 들인 후, 단둘이 방 안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탕양은 그녀를 바라보았는데, 붉은색 옷차림에 머리를 단정히 올려 깔끔하고 우아한 모습이 여전히 돋보였다. 세월의 흔적이 얼굴에 남아 있었지만, 오히려 그녀의 매력을 더해 주었다.그녀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는 패기 넘치던 청춘 시절이었는데, 눈 깜짝할 새에 이렇게나 많이 늙어 버렸다.탕양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감을 잡지 못했다. 수많은 감정이 얽혀 있었지만, 한마디 말도 제대로 꺼낼 수가 없었다.특히 약도성에서의 일을 겪고 난 뒤라, 첫마디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
일곱째 아가씨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그는 지금 헛소리를 하는 것입니다! 제가 어찌 그와 그런 일을 한다는 말입니까?”그녀의 표정을 보았는데,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아 잠시 멍해졌다.노태군이 이 상황을 보고 말했다.“정말 그와... 아무 일도 없었단 말이냐?”“물론입니다! 그날 밤 그는 술에 잔뜩 취해서 정신도 없었는데, 무슨 일이 있었겠습니까?”일곱째 아가씨가 퉁명스레 답했다.노태군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녀는 그런 기본적인 일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탕양이 정말 쓸모없는 놈이라 생각되었다. “네가 그렇게 말한다고 해서 우리가 어디 믿을 것 같으냐? 혼사는 이미 정해졌으니, 네가 무슨 말을 해도 물릴 수 없다. 혼사를 올리지 않으면, 이 어미 시신이나 수습해야 할 거다!”노태군이 차갑게 말하자, 일곱째 아가씨는 그만 분통을 터뜨렸다.“어머니, 어찌 이렇게 억지를 부리시는 것입니까?”“이 어미는 평생 이치를 따지며 살았지만 이번 일만큼은 예외다. 본디 자식의 혼사는 부모가 결정하는 법이다. 게다가 황후까지 중매에 나섰으니, 너에겐 반대할 권리가 없다. 어서 가서 준비나 하거라. 열닷새에 식을 올려야 하니.”“열닷새요? 모레잖습니까? 말도 안 됩니다! 이리 급히 저를 시집보내면, 제 체면은 어쩌라는 말씀입니까?”일곱째 아가씨가 소리치자, 노태군이 탁자를 쾅 내리치며 화를 냈다. “체면? 지금 체면이라 한 것이냐? 이 어미는 벌써 체면 다 버렸다! 네 혼담이 계속 흐지부지 되어 여태껏 시집도 못 가고 늙은 아가씨 취급받는 게 얼마나 창피한 줄 아느냐?! 매번 연회에 나가기만 하면 사람들이 물어보는데, 이 어미의 체면을 생각한 적 있느냐?”“그래도 아무에게나 시집갈 순 없지 않습니까. 평소 늘 말이 통하시는 분이신데, 어찌 이 문제에서는 이리도 고집을 부리시는 겁니까?”노태군이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아무나? 그럼 내가 물으마. 탕양에게 아직 마음이 남아 있느냐?”그러자 일곱째 아가씨의 눈빛은 흔들렸지만, 애써 침착하게 답
혼담을 꺼낸 당일에 모든 일을 결정하는 것은 정말 드문 일이었다.하지만 원가는 세속적인 것에 신경 쓰지 않았다. 혼수도 원하는 대로 준비하게 했고, 잔칫상만 제대로 차리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잔칫상은 일곱째 아가씨가 결코 시집을 못 가는 것이 아니라고 세상에 알리는 용도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혼인 상대가 황제가 가장 신임받는 인물이라는 사실을 알리는 자리였다.따라서 잔칫상만큼은 빠질 수 없었다.이 부분은 탕양도 문제없이 해결할 수 있었다. 그동안 나름 저축해둔 돈이 있었기 때문에, 잔칫상을 준비하는 데는 아무 어려움이 없었다.하객 문제에 대해서도, 탕양은 아는 사람이 정말 많았기에 문제없었다. 다른 곳은 말할 것도 없고, 경성에만 백 상 이상은 문제없이 마련할 수 있었다.황제를 곁에서 모시는 자로서, 조정의 문무백관 중 그와 친분이 없는 사람이 대체 몇이나 되겠는가?이 모든 것을 논의한 후, 탕양은 마침내 의문을 물어볼 수 있었다.“노태군, 만약 일곱째 아가씨께서 동의하지 않으면 어찌해야 합니까?”“동의할 것이다. 원가는 혼사를 치르거나 상을 치르거나 내릴 결정을 둘 뿐이니, 그렇게 알고 있거라. 다른 선택은 없다.”노태군이 단호하게 말했다.“그건... 너무 과하지 않습니까!”탕양이 초조해하며 말했다. 왠지 일곱째 아가씨를 강요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혼사는 본디 두 사람이 마음이 맞아야 하는 것 아닌가.돌아가는 길에 탕양이 여전히 불안했해 하자, 원경릉이 그를 위로하며 말했다.“너무 많은 생각은 하지 말고, 그저 신랑이 될 마음의 준비만 해두시게. 일곱째 아가씨는 원가 식구들이 설득할 것이오.”“그녀가 원하지 않으면 어찌합니까? 곤란하게 하거나, 억지로 결혼하게 해서 그녀가 상처받는 건 싫습니다.”“아가씨도 동의할 것이오. 그렇지 않았다면, 약도성에서 자네를 뿌리치고 떠났을 것이네. 하지만 곁에 남아 자네를 보살폈잖나? 그것만 봐도 자네에 대한 마음이 있는 것이오.”“정말입니까?”탕양이 놀랐는데, 얼굴에 은은하게 빛이 맴돌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