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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 왕비의 모든 챕터: 챕터 141 - 챕터 150

3033 챕터

제 141화

시끄러운 소리를 들은 원경릉은 저 멀리서 탕양이 우문호를 부축해서 걸어오고 있는 것을 보았다. 우문호의 얼굴은 누구에게 얻어맞은 것처럼 퉁퉁 부어있었고, 왼쪽 눈꺼풀은 주먹만하게 부어있었다.“말벌에 쏘였습니까?” 원경릉은 우스꽝스러운 그의 얼굴에 웃음이 터져나오는 것을 참으며 물었다.상선도 우문호가 말벌집을 건들였다는 소리에 놀라 한걸음에 달려나왔다. 상선은 우문호를 보고 놀랐다.“왕야. 소인이 분명 말벌집이 있으니 조심하시라고 경고를 했는데. 왜 벌에 쏘이신 겁니까?”“벌집이 있는지 누가 알았어요!” 우문호는 입 뻥끗하기도 괴로운 듯한 표정으로 그에게 말했다.“소인이 아까 알려드리지 않았습니까?” 상선이 되물으며 우문호 쪽으로 한걸음 더 다가갔다.“아이고. 쏘인 곳이 아프시겠습니다. 얼른 어의에게 가셔야겠어요.”상선은 걱정스러운 표정이었다.이 상황을 지켜본 원경릉은 드디어 이해가 갔다. 우문호는 말벌집이 있다는 것을 먼저 알고 일부러 탕양을 시켜 자신이 어서방을 청소하겠다고 선심을 쓰는 척을 했고, 그녀가 말벌에 쏘이는 순간을 기다린 것이다. ‘사람이 어쩜 이렇게 사악할 수가 있지?’“어의를 어서방으로 부르시지오. 왕야께서는 어서방을 청소해야 하지 않습니까?” 원경릉은 담담하게 말했다.“고약한 여자야! 말벌은 너를 쏘지 않고 왜 나를 쏜 것이냐?” 우문호의 퉁퉁 부은 입술이 우스꽝스럽게 움직였다.“제 발을 제가 찍는다는 말 아시지요?” 원경릉은 어깨를 으쓱이며 돌아서서 안으로 들어갔다.우문호의 말이 맞다. 처음에는 말벌들이 원경릉을 향해 돌진했다. 하지만 원경릉이 ‘이리 오지마!’하고 소리를 치자 말벌들이 일제히 방향을 바꾸어 다른 쪽으로 날아간 것이다. 그녀도 이 일이 정말 신기했다.우문호는 화가 나서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하지만 원경릉 탓을 할 수는 없었다. 그는 빗자루를 들고는 어서방으로 향했다.탕양은 그런 우문호를 쳐다보았다. ‘왕야께서 일부러 왕비를 골탕먹이기 위해 말벌집을 건들이다니, 어쩜 왕야는 날이 갈수록 유치해진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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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42화

명원제는 상소문을 읽고 있었다. 방금 손대학사가 다녀갔는데, 그는 입이 방정맞기로 소문난 사람이라서, 만약 우문호가 어서방을 청소하는 것을 보았다면 그 소문이 삽시간에 전역으로 퍼져나갈 것이었다.“고개를 들거라!” 명원제의 목소리가 그의 왼쪽에서 들렸다.우문호는 걸레를 들고 천천히 몸을 돌렸다. 그는 비파를 안아 반쯤 얼굴을 가리고서는 “부황!”이라고 외쳤다.그런 그의 모습을 보고 명원제는 입술이 씰룩거렸다. 그는 잠시 눈을 감아 웃음을 참았다.“못난 놈. 넌 요즘 정신이 오락가락 하는 것 같다!”우문호는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표정이었다. “목여야. 제독고를 발라주거라!” 명원제가 명령했다.“제독고?” 목여태감이 어리둥절해하며 “여기……” 라고 말했다.“어서 빨리!”목여태감은 서랍 안에서 작은 거북이 등껍질 모양의 상자를 꺼내어 우문호가 다가가 웃으며 말했다.“왕야. 제독고는 조금 쓰라립니다. 참으세요”“예 괜찮습니다. 전 본래 아픔을 잘 못느낍니다.” 우문호는 태감을 시켜 자신에게 연고까지 발라주는 부황에게 감동했다.그러나 목여 태감의 눈빛이 약간 우문호를 불쌍하게 바라보는 것 같았다. 우문호는 뭔가 이상했다. 이러한 생각도 잠시 제독고를 바르자마자 온 몸이 부르르 떨리는 느낌이었다. 이게 어딜봐서 조금 쓰라리는 정도인가? 연고가 뼛 속까지 파고드는 느낌이었다. “살살! 살살 바르세요!”“이까짓 고통도 참지 못하면 앞으로 뭘 할 수 있겠어?” 명원제가 말했다.우문호는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비명을 삼켰다. 그는 방금 목여태감이 자신을 불쌍하게 본 이유를 알것 같았다. 제독고를 바르고 난 곳은 마치 그의 피부가 아닌 것 같았다. 저릿저릿하더니 이내 감각이 없었다.게다가 눈꺼풀은 점점 부풀어서 이제 눈동자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나가보거라!” 명원제는 우문호의 꼴을 보더니 어서방 청소하는 벌을 면해주었다.“예. 물러가겠습니다.” 우문호는 황급히 두 손을 맞잡아 인사를 하고는 물러났다. 부은 눈 때문에 앞이 잘 보이지 않아 문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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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43화

원경릉은 빗자루 대를 어깨에 걸치고는 “내가 왜 닥쳐야해? 어차피 이제 가봐야합니다. 상선께서 녹두탕을 준비해두셨다고 해서 그거 마시러 갈겁니다. 당신은 여기 혼자 남아서 천천히 미쳐가시든가요!”이 둘은 사이가 좋아질 수가 없는 사람들이었다. 우문호는 구사의 부축을 받아 침상에 누웠다. 그는 퉁퉁 부어 비뚤어진 입으로 연신 원경릉의 욕을 했다.구사는 듣다 듣다 도저히 듣고 있을 수가 없어 우문호에게 물었다.“왕야. 도대체 왜 그러십니까? 왜 그리 왕비를 괴롭히십니까?”“구사” 우문호는 화가 나서 침상을 두드렸다. “구사는 그녀가 방금 나한테 한 말은 듣지 못한겁니까? 감히 나에게 원숭이 엉덩이 같다고 하지 않았습니까!”“왕야. 제가 하나만 묻겠습니다. 왕야는 이전의 왕비와 지금의 왕비 언제가 더 싫은겁니까?” 구사는 뒷짐을 지고 우문호에게 물었다.“다 싫어요.” 우문호가 대답했다.“예전에는 왕야는 왕비와 말 한마디 하지 않으셨잖습니까? 왜 지금은 왕비 말 끝마다 다 대답하며 화내고, 또 도를 지나치는 행동을 하고, 도대체 왕비께서 변한겁니까? 아님 왕야께서 변한겁니까?” 구사가 물었다.구사의 말을 듣고 우문호는 갑자기 멍해졌다.‘그러게. 왜 지금은 그녀의 한마디 한마디가 다 신경쓰이는거지? 이전에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잖아. 내가 그녀를 너무 미워하고 증오해서? 내가 도대체 왜 이렇게 된거지?’그는 깊게 심호흡을 했다. 우문호는 원경릉을 떠올렸다. 그녀가 최근에 한 일을 돌이켜보니 때로는 밉기도 하고, 가끔은 우문호 자신보다 일을 이성적으로 판단하기도 했으며, 또 아주 가끔은 조금 귀엽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예를 들면 그녀가 과도를 휘두르며 술주정을 부릴 때 말이다.그는 그가 변했다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원경릉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심호흡이 빨라지고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도대체 왜?“왕야. 잘 생각해보십시오.” 구사는 이 한마디를 남긴채 밖으로 나갔다.우문호는 두 손을 뒷통수에 대고는 누워 눈을 가늘게 떴다.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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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44화

원경릉은 청진기를 꺼내며 태상황에게 말했다. “이제 다섯째 얘기는 그만하고 검사 시작하겠습니다.”태상황은 누워서 옷을 걷어 젖히고는 차가운 청진기가 배에 닿기를 기다렸다. “과인도 한번 들어보자.”태상황이 말했다.“들리시죠? 이제 박동 수를 세십시오.” 원경릉은 그의 귀에 청진기를 걸어주며 말했다.태상황은 쿵쿵 뛰는 심장소리에 안도했다. 심장소리를 듣고있노 라니 마치 자장가를 틀어둔 듯 잠이 왔다.“박동 수가 몇이죠?” 일 분이 지났다고 짐작한 그녀가 태상황에게 물었다.“오십 육 번” 태상황이 노란 이를 드러내며 웃어보였다.원경릉이 다가와 다시 한번 들었다. “완전히 회복된 것은 아니지만, 진전이 있네요.”상선도 호기심에 다가와 머리를 들이밀었다. “이게 뭡니까? 재밌습니까? 소인도 해볼 수 있습니까?”“예. 물론이죠. 이걸 가슴에 두고 귀에 걸면 심장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원경릉은 웃으며 청진기를 상선에게 주었다.상선은 그녀의 지시대로 청진기를 귀에 걸었다. “정말 신기합니다. 안에서 누가 북을 치는 것 같습니다!”“이런건 어디에서 살 수 있습니까? 소인의 집에도 하나 두고 싶습니다.” 그는 청진기를 만지작 거리며 원경릉에게 물었다.“제가 나중에 물어보겠습니다. 있으면 하나 사드릴테니 매일 태상황님의 심장 박동 소리를 관찰해 주십시오.” 원경릉이 답했다.“예. 알겠습니다!” 상선이 기쁘게 대답했다.푸바오가 어슬렁거리며 주위를 살피더니 이내 원경릉 발 밑에 왔다. 원경릉은 허리를 숙여 푸바오를 안아들었다. 푸바오는 혀를 내밀어 그녀의 손을 핥았다. 그녀는 그런 푸바오가 귀엽다는 듯 “장난꾸러기!” 라고 말했다. 긴 혀에서 침을 뚝뚝 떨어뜨리는 푸바오의 기분이 좋아보였다.“푸바오가 이렇게 좋아하는 사람은 처음입니다.” 상선이 말했다.“개는 영리하고 사람을 볼줄 압니다.” 원경릉이 푸바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렇지? 푸바오?”그러자 푸바오가 그녀를 보고 “왕왕”짖었다.상선은 웃으며 푸바오를 보았다. “어찌 푸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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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45화

“왕비가 태상황님을 모시고 산책을 나가겠다고 했고, 태상황님께서도 허락을 하셨답니다.”명원제가 이 말을 전해 듣고는 기분이 좋아졌다. 태상황이 오랜 병치례로 건곤전 밖으로 나가려고 하지 않았는데 드디어 밖으로 나가는구나 하는 안도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보아하니 부황께서 손자 며느리를 매우 마음에 들어 하시는 것 같아. 우문호가 얼떨결에 보석을 얻었어.’따사로운 햇살 아래 태상황이 손바닥으로 햇빛을 가려보았다.“세상은 여전히 아름답구나.” 태상황이 탄식했다. 그런 태상황을 보며 원경릉이 빙그레 웃었다.“태상황님 이렇게 나와서 움직이셔야 합니다. 사람의 몸은 기계와 같아서 자꾸 움직이지 않으면 점점 노후됩니다.”태상황은 이 말을 듣고 “그 말은 과인이 익히 들었다.”라고 말했다.원경릉이 괜한 말을 했다 하고, 아차 싶었지만 이미 뱉은 말이라 주워담을 수 없었다. ‘그나저나 익히 들었다고?’ 원경릉은 태상황이 익히 들었다는 말을 듣고 살짝 멍해졌다. “태상황님께서 제가 방금 한 말을 익히 들어보셨다고요?”“누가 그랬더라?” 태상황이 상선을 보며 물었다.상선은 고개를 저으며 “소인은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라고 말했다.“왜 못들었어? 방금 그 말이 나는 귀에 익은 말이다.” 태상황이 말했다. “너는 기억력이 안 좋구나!”하며 상선에게 화를 냈다.“제가 늙어서 기억력이 떨어진 것 같습니다.” 상선이 탄식했다.“태상황님 잘 생각해보십시오. 누가 말했습니까?”태상황이 말을 멈추고 잠시 생각에 빠졌다. “아! 기억이 났다. 소요공이 말했다!”“소요공?” 원경릉은 소요공이 누군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소요공! 너도 모르는 것이냐? 너도 늙은게로구나.” 태상황은 아득히 먼 옛일을 떠올린 것 같았다. “아마 과인보다 몇 살 더 먹었을 거야. 전부터 병을 달고 살았다고 하던데,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다.”“태상황님 걱정마시지오. 소요공은 그럭저럭 잘 살고 있답니다.” 상선이 답했다.원경릉은 소요공이라는 사람이 궁금해서 미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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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46화

귀비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황후와 현비도 앉아 있기 애매한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원경릉이 태상황제를 부축하여 호숫가를 몇 걸음 걸었을까. 갑자기 몰려오는 피곤함에 태상황이 나무 의자에 앉았다. 그러자 원경릉이 외투의 앞을 잘 여며주었다.“됐다. 너는 어찌 이리 세심한 것이냐?” 태상황은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 “당연히 이렇게 해야죠. 오늘 꽤 걸으셨지 않습니까. 땀 났을 때 찬 바람을 쐬면 안됩니다.”“새파랗게 어린게 어른 행색을 하는구나.” 태상황이 목을 쳐드니 원경릉의 손이 바쁘게 움직였다. 의자에 앉아 있던 태상황이 저 멀리서 황후와 여자들이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태상황이 기운 없는 듯 “귀찮게 시리.” 라고 말했다. 원경릉이 뒤를 한번 돌아보더니 곧게 서서 손을 모으고 마음 속으로 이렇게 말했다. ‘저도 귀찮습니다.’황후, 귀비, 현비 그 뒤로는 궁인들이 따라 오는 것이 보였다. 순식간에 뜰이 사람으로 가득 들어찼다. 원경릉은 공손하게 손을 모으고는 “황후마마, 귀비마마, 현비마마. 알현하옵니다.” 라고 하였다. 사실 원경릉의 문안이 잘못되었다. 관례에 따라 황후는 모후라 부르고 귀비는 적귀모비 그리고 현모비라고 불러야 했다. 하지만 태상황이 앞에 있으니 그 누구도 원경릉이 틀렸다고 비판하거나 관례를 들먹이지 않았다. 그저 그 셋은 앞으로 걸어 나와 인사를 했다. “신첩들 태상황님을 알현하옵니다.”태상황은 오늘따라 온화한 미소로 “다들 왔구나.” 라고 했다.“오늘 날씨가 좋아서 신첩들이 함께 나왔습니다. 태상황님께서는 몸이 어떠신지요?” 황후가 한걸음 더 앞으로 나와 공손하게 말했다.“좋다. 내가 몸이 안좋으면 이렇게 나와 돌아다닐 수 있겠나?” 태상황의 얼굴에 힘이 가득했다. “태상황님의 건강이 북당의 행복이옵니다. 그렇죠 초왕비?” 현비가 웃으며 원경릉을 보았다.원경릉은 잠깐 멍을 때리다가 현비의 물음에 당황했다. ‘방금 뭐라고 한거지? 제복이라고 했나?’“예, 제복입니다.” 원경릉은 방금 현비의 말을 알아듣지 못해 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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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47화

원경릉은 현비의 묘한 표정을 감지했다. 현재 태상황이 원경릉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기에 현비와 정후부에서는 원경릉에게 별다른 말없이 지켜보고만 있다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이 뜻이 결코 그들이 그녀의 편이라는 것이 아니다. 주씨 가문이나 주명취가 나선다면 상황이 언제든 뒤바뀔 수 있다. 게다가 우문호가 경조부윤을 맡게 되었다. 이는 잔잔한 호수에 조약돌을 던지는 꼴인데, 이 파장이 얼마나 거셀지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명원제가 초왕인 우문호를 고깝게 보는 것은 궁 안의 모든 사람이 알고 있던 사실이다. 원래 이치대로라면 명원제는 절대 초왕에게 경조부윤이라는 중임을 맡기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이 결정이 명원제의 뜻이 아닌 태상황이 뒤에서 힘을 쓴게 아니냐는 추측도 있었다. 지금 태상황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초왕비인 원경릉이었고, 그래서 그녀가 초왕을 경조부윤 자리에 올리기 위해 힘을 썼을 수도 있다고 사람들은 추측했다. 한순간에 눈엣가시였던 초왕이 황제의 총애를 얻게 되다니.‘만약 초왕이 황태자 자리에 오를 마음이 있다면?’우문호가 암살당할 뻔한 그날을 생각하니 원경릉은 소름이 끼쳤다.“본왕의 등을 좀 긁어줘라!” 옆에서 우문호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는 등 뒤에 베개를 두고는 몸을 움직여 등을 긁고 있었다. 그는 얼굴이 퉁퉁 부어 눈도 제대로 뜨지 못했다.“혼자 긁어” 원경릉이 시큰둥하게 대답했다.우문호가 휘청거리며 두 손을 내밀고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원경릉은 그의 얼굴을 보기만해도 웃음이 터질 것만 같았다. 그의 두 손은 족발 같았다. 보아하니 옷으로 가려진 부분을 제외하고는 모두 벌에 쏘인 모양이다. ‘진짜 딱하네.’원경릉은 우문호가 꼴 좋다고 생각이 들면서도 한켠으로는 불쌍했다.“어디가 가려워?” 그녀는 손톱이 짧아서 옆에 있던 까끌한 천을 들어 그의 가려운 부분을 긁었다. “아니! 그냥 손을 넣어. 여기 옷깃 사이로!” 우문호가 몸을 베베꼬며 말했다.원경릉은 반쯤 무릎을 꿇고 일어나 그의 옷깃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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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48화

원경릉이 옷깃에서 손을 확 빼내며 그를 밀쳤다. “뭐야!”“내가 뭘?”우문호는 갑작스러운 그녀의 행동에 놀랐다. “네 얼굴!” 원경릉이 손가락으로 그의 얼굴을 가리켰다. ‘와…… 우문호 이렇게 밝히는 남자였어?’그는 흥 하고 코웃음을 쳤다. “네가 가까이 와서 그런거다. 나는 네가 민망할까봐 고개를 돌린 것 뿐이고”“그래서 내 잘못이라고?”“그럼 본왕의 잘못이라는 거냐? 내가 널 끌어당기기라도 했느냐?”그는 자세를 꼿꼿하게 고쳐세우며 “게다가 뭐가 대단하다고? 그리고 우리 사이에 다 봐놓고 뭘 그러느냐? 나도 뭐 딱히 네 몸과 닿고 싶지 않았어”라고 말했다.“이전엔 내가 당신의 상처를 치료하느라 그런거고!’“누가 치료해 달라고 그랬어?”“진작에 내가 알아봤어야 했는데. 당신하고는 말이 안통해. 당신같은 종자는 자손이 끊겨야해!” 원경릉은 화가 나서 우문호에게 쏘아 붙였다. “너는 본왕의 왕비다. 내 자손이 끊기면, 너의 자손도 없는거야.”“나를 궁 밖으로 내쫓기로 우리 약속했잖아.” 원경릉이 그를 가만히 보았다.“너를 출궁하기 전에, 네가 부황에게 했던 말을 곰곰이 생각해봐. 네가 일 년 안에 손자를 안겨드리겠다고 했던 말.” 그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일년. 변수가 너무 많았어. 지금 생각해보니 부황께 그렇게 말씀 드릴 필요가 없었는데.”우문호는 원경릉의 말을 듣고 마음 속에 울화가 치밀었다. 둘은 더 이상 이야기를 나누지 않고 멀리 떨어져 앉았다. 부중(府中)으로 돌아온 원경릉은 곧장 봉의각으로 돌아갔다. 원경병은 기상궁이 끓여준 팥죽을 먹고 있었는데, 원경릉이 돌아오는 것을 보고 한걸음에 달려왔다. “왜 지금에서야 오십니까?”“일이 좀 지체돼서……” 원경릉은 가만이 팥죽을 보았다. “상궁님 저도 한 그릇 주세요.”“무슨 일이 지체되었습니까?” 원경병이 물었다.“사소한 일입니다.” 원경릉은 원경병을 힐끗 보았다. 원경병의 얼굴에 근심이 가득한 것이 원경병이 원주(原主)를 많이 아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좀 똑부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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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49화

“아버지가 혼사를 다 결정해놨다고? 왜 나는 그걸 몰랐지?” 원경릉이 경악을 금치못했다. 원경병은 막 열 다섯이 되지 않았는가? 이리 급히 혼사를 치른다고?“이미 내 사주팔자도 그 쪽으로 보냈다고 해요.”“누구한테?” 원경릉이 물었다.“주대유(褚大有)”“주대유가 누구야?”옆에 있던 기상궁이 “주수보에 조카입니다. 벌써 서른이 훌쩍 넘었다고 하는데, 이 전에 혼인한 세명의 정실(正妻)들이 다 죽어나갔다고 합니다.” 라고 말했다.“고작 열 다섯 여자아이를 서른 중반의 남자한테 시집을 보낸다고? 말도 안돼!” 화난 원경릉의 손이 벌벌 떨렸다. 정후가 미치지 않고서야 이럴 수가 있겠는가? 자신의 딸을 이렇게 물건 넘기듯이 넘기려고 하다니!“아버지께서 말하길 나이가 많긴 하지만 이미 혜정후까지 봉해졌으니 우리 쪽보다는 귀한 신분이라고 하셨습니다.”“그래서 어쩌라고?” 원경릉이 화가 난듯 물었다.“어쩔 수 없죠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원경병이 고작 열 다섯살이라고 할지라도 집안 끼리의 혼인을 자신이 이래라 저래라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원경릉이 기상궁에게 “혜정후는 인품이 어떱니까?” 라고 물었다.“왕비. 왕야께 물어보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왕야께서 열 다섯부터 혜정후를 따라 참전했고, 스무 살이 되던 해부터는 직접 전쟁에서 통솔하셨습니다.”원경릉이 원경병를 보며 “혜정후. 아마 진작 알아봤겠지?”라고 물었다.“알아봤죠. 무척 괴팍한 성격이라고 들었습니다.” 원경병의 얼굴이 창백해졌다.원경릉은 원경병이 단순히 여기에 머무르려는 것이 아니라 혼인을 피하기 위해 숨어있다는 것을 알아챘다.열 다섯살. 고작 중학생 나이인데.정후는 자신의 앞길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이런 생각을 하는 제가 이기적으로 느껴지겠지만, 왕비께서 초왕의 총애를 얻어 아버지의 출세를 도왔더라면! 내가 혜정후에게 시집가지 않아도 됐습니다!” 원경병이 원경릉을 바라보며 말했다.원경릉은 화가 나서 붉어질 것 같은 얼굴을 간신히 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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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50화

우문호에게 아쉬운 소리해가며 부탁을 할 생각을 하니 원경릉은 내심 내키지 않았다. 그는 절대로 순순히 도와주려고 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만약 우문호가 정후에게 혼사에 관해 얘기를 한다고 해도 정후가 우문호의 말을 듣고 혼사를 막을지 아닐지도 모를 일이었다. ‘참 원경병은 생각은 단순하기 그지없구나.’허나 우문호가 마음먹고 도와준다면 그는 틀림없이 방법을 찾을 것이다.“우선 방에 들어가 쉬고, 이 일은 좀 더 생각해보는게 좋겠어.” 원경릉이 말했다.원경병은 괴로운 마음을 안고 방으로 들어갔다. 사실 원경병은 자신의 말을 원경병이 신경도 쓰지 않을 줄 알았다. 그저 모 아니면 도 라는 심정으로 그녀에게 도움을 구했을 뿐이다. 하지만 원경릉이 의외로 고민하는 듯 보이니 원경병도 내심 희망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원경릉이 방금‘좀 더 생각해보자’라고 하니 도와주지 않을 가능성도 배재할 수는 없었다.원경릉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한번도 자신의 주장을 내세워 본 적이 없었다. 이 일뿐만 아니라, 자신의 혼인에 있어서도 아버지의 말에 복종해 똥인지 된장인지도 모르고 초왕과 혼인을 했다. 혼인을 했다고 지금 초왕에게 사랑을 받으며 살고 있나? 그것도 아니다.정후는 딸을 내세워 모험을 하고 있다. 그에게 있어 딸은 출세를 위한 수단인 것이다. 이는 옳지 않다. 모든 사람을 자신의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그게 이 시대의 여자라고 해도 말이다.지금 원경릉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녀에게 남겨진 것이라고는 원망과 원한, 증오 뿐이다.원경릉이 무언가 결심한 눈빛을 기상궁을 보며 “왕야가 무엇을 즐겨 먹습니까?” 라고 물었다.“자소 오리” 기상궁은 그녀를 바라보았다. 설마 원경릉이 초왕에게 부탁을 하려는 건가?“어떻게 만드는지 가르쳐주세요.” 원경릉이 말했다.“왕비. 아무래도 이 일에 손을 떼시는 것이 좋겠어요. 왕비가 나선다고 될 일도 아니고, 만약 왕야께서 나서서 정후부에 찾아가 원경병의 혼사에 관여하게 되면 정후는 아마 초왕의 총애를 얻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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