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명의 왕비: Chapter 161 - Chapter 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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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61화
혜정후에게 납치된 원경릉“뭐 하시려는 겁니까? 풀어주십시오!” 원경릉이 몸을 일으키며 차분하지만 노기를 띠고 말했다.혜정후는 침략자의 눈빛으로 원경릉을 마치 도철(饕餮, 식탐이 심한 전설속의 짐승)의 먹이감처럼 바라보는데 눈 속에 이글대는 욕망을 전혀 감출 생각이 없다.큰 손으로 원경릉의 턱을 잡는데, 그 힘이 엄청나서 너무 아픈 나머지 눈물이 찔끔 나고 이 인간이 폭력 성향이 있다는 생각이 나자 마음이 초조해서 어쩔 줄을 모르겠다.혜정후는 갑자기 손을 풀더니, 원경릉의 얼굴을 따라 매만지다가 갑자기 한 손으로 모자를 벗기니 아름다운 머리칼이 쏟아져 내렸다.“원래 계집이었군.” 혜정후의 웃음이 더 음흉해지고, 입술이 다가오며 입김을 원경릉 얼굴에 뿜는다. 입냄새가 심해서 토할 지경이다.원경릉은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폭력 성향의 사람이 반항에 부딪히면 어떻게 하더라, 상대의 반항이 거세면 거셀수록 마음 속의 폭력 요소를 자극한다는 것을 기억해 내고 반항할 수 없었다.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원경릉은 혜정후가 설마 백주대로에서 손을 쓸 거라는 생각을 못했다. 그는 도대체 얼마나 오만 방자하고 제멋대로인 걸까?방금 공중에 붕 떠오른 걸 보면 속도가 빨라 아무도 보지 못했을 것 같고, 설사 봤더라도 눈앞에 사람 모습이 휙 사라진 정도가 고작으로 마차를 타는 사람이 민가의 여자를 납치해서 겁탈할거라 누가 상상이나 하겠는가?원경릉은 호흡을 가다듬고 천천히 냉정을 되찾았다.몸을 뒤로 한 걸음 물리고, 손으로 마차 돗자리를 짚고 입술을 깨물고 고운 미소를 띤 채, “계집이 어때서요? 여자 무시하세요?”혜정후는 머뭇거렸으나 여자의 수법에 닳을 대로 닳아서 실실 웃으며, “여자를 무시하다니? 우리집에 가서 술이나 한잔하면서 노래에 대해 얘기나 좀 나눠보지 그래?”“이런 방식으로 만나는 게 싫지만, 성의를 봐서 이번은 용서하죠.” 일사천리로 쏟아내는 모습이 천진하다.원경릉은 자신이 기방의 새끼마담에 될 잠재력이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혜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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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62화
원경릉의 납치 사실을 안 우문호서일은 머리를 푹 수그리고 들어가 감히 우문호의 노기어린 눈을 바라보지 못하고, “소인이 요 이틀동안 계속 왕비마마의 뒤를 따라다녔는데 마마께서 오늘 남장을 하시고 경성 기생집에서 노래를 들은 후 혜정후를 만나고 헤어지셨을 때 혜정후의 마차가 마마님을 낚아채 갔는데 두 분이 무슨 말을 나누었는지 소인은 듣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왕비께서 두어 마디 답하시고 가시기에 저도 뒤를 미행했는데 혜정후의 마차가 바람같이 달려서 지나가더니 곧 왕비마마도 보이지 않으셨습니다. 그래서 소인은 마마께서 혜정후에게 납치되신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듭니다.”“남장? 신선이라도 되겠다는 거야?” 우문호는 분노가 하늘을 찔렀다. 원경릉은 천지사방이 이미 다 적인 걸 모르고 있나? 어디 감히 남장을 하고 밖을 나가.이런 인간은 진짜 죽어야 정신을 차리지.“신경 쓰지 마라. 죽든지 말던지.” 우문호는 쌀쌀맞게 말했다.탕양이 권하듯: “왕야, 지금 화를 내실 때가 아닙니다. 왕야께서도 혜정후가 어떤 사람인지 아시지 않습니까. 또한 혜정후는 지금 왕비마마의 신분을 모르니 만약 왕비께서 그의 수중에 떨어지면 죽는 게 차라리 낫다고 여길지도 모릅니다.”“그건 자업자득이지, 누가 함부로 돌아다니라 더냐.” 우문호는 갑자기 눈을 가늘게 뜨더니, “아니다, 혹시 자기가 혜정후에게 접근한 거 아닌가? 동생 혼사때문에.”탕양이 우문호의 대담한 추리에 펄쩍 뛰면서 그럴 리 없다는 듯: : “그럴 리가요? 왕비께서 그 정도로 대담하시진 않으십니다.”“대담하진 않지만, 멍청하지.” 우문호가 화가 나서 말했다.서일이 묻길: “그럼 이제 어떻게 합니까? 직접 혜정후부에 가서 사람을 찾을까요?”“안 가!” 우문호가 차갑게 말했다.탕양도: “왕야께서 사람을 데리고 혜정후부로 가는 건 다시 위험합니다. 어쨌든 서일의 추측에 불과하니까요, 만약 마마께서 혜정후부에 없으시면 왕야의 입장이 그야말로 난처해 집니다. 왕야께서 경조부 일을 맡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채로 이런 과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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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63화
원경릉의 신분잡혀가는 도중 원경릉은 천천히 안정을 되찾고 혜정후와 얘기를 시작했다. “이렇게 나를 마차에 태우고 가면서 내가 누구인지 알고 싶지 않아요?”혜정후는 사악한 눈빛으로 원경릉을 보고, “마음이 끌린 게 중요하지, 누구인지가 중요한가?”원경릉이: “당신은 혜정후죠?”혜정후는 원경릉이 알고 있다는 것에 전혀 놀라지 않고, 그녀에게 다가오며, “무서운가?”혜정후는 얼굴을 바로 앞까지 들이미는데, 이글거리는 눈의 불꽃, 특별히 좋아하는 장난감을 만났을 때의 불꽃으로 입꼬리를 말아 올린 모습이 조금도 웃고 있는 것 같지 않고, 오히려 비틀리고 악독하고 폭력적이란 느낌이 든다. 이 사람, 전신에서 폭력적인 요소가 뿜어져 나온다.원경릉은 무섭지 않다면 거짓말이지만 입술을 깨물고, “무서워요. 이렇게 가까이 오는데 당연히 무섭죠.”원경릉은 두 손을 소매 속으로 숨기고, 약 상자를 열어 어디 한 번 해보자고 뭔가를 꺼내 자신을 보호하고자 했다.그러나 혜정후가 이미 알아채고 차가운 눈으로 원경릉의 손을 흘끔 보더니 피식 웃으며 그녀가 잔꾀를 부리지 못하게 막자, 원경릉은 날쌔게 손수건을 휘날리며 방긋 웃고 그의 앞을 지나갔다.헤정후는 원경릉의 턱을 잡아 억지로 얼굴을 들어 자신과 마주보게 하더니 제멋대로 냉소를 지으며, “초왕비, 며칠 내 시중을 드는데 뭐 하실 말씀이라도 있나?”원경릉은 이번엔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혜정후가 어떻게 그녀의 신분을 알지?혜정후는 원경릉의 신분을 알면서 길거리에서 그녀를 납치한 것이라면, 맙소사, 이 인간 방자하게 날뛰는 게 이지경까지 이르렀단 말인가?원경릉은 자신이 조사하는 게 완전히 비밀을 유지하고 있다고 착각했다. 애진작에 혜정후의 주의를 끌었을 줄 꿈에도 모르고 혼자 쓴 웃음을 지으며 너무 자신만만했던 게 생명의 위험을 불러들였다.“아니면, “ 혜정후가 손에 힘을 더 주자 원경릉의 턱뼈가 거의 바스러질 지경으로 더욱 위험해 지며, “초왕이 시키 더냐?”원경릉은 고통을 참으로 힘겹게: “초왕이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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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64화
혜정후의 집에 갇힌 원경릉원경릉이 혜정후부 후문으로 끌려 들어가는데, 남장을 하고 긴 머리를 산발한 여자를 보고도 혜정후부 사람들은 조금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심지어 익숙해 보였다.혜정후부에 혜정후의 이런 성향을 모르는 사람이 있나?“난 가서 일을 좀 할 테니, 너희들은 잘 감시해!” 혜정후는 원경릉을 방안에 내던지고 몸종에게 분부했다.“예!” 두 명의 몸종이 몸을 굽히며 답했다.원경릉이 볼 때, 이 두 여자의 키가 크고 기골이 장대한 것이 무술을 연마한 사람이다.이 두 사람의 손에서 도망가려면 결코 무력으로는 불가능하단 사실을 알았다.하지만…… 원경릉은 소매 속의 약 상자를 더듬자 문득 스치고 지나가는 게 있다.“언니들, 나 볼 일 좀 보고 싶은데, 화장실 어딨어요?” 원경릉이 물었다.이 두 몸종은 남장 여자인 원경릉을 보고도 조금도 놀라는 기색이 없고, 원경릉의 눈썹이 어떤 모양인지 보더니 기방이나 놀잇배에 딸린 아가씨가, 자기가 원해서 온 줄 알고, 그래도 혜정후가 잘 감시하라고 했으니, “병풍 안쪽으로 가면 요강 있어요.”“화장실 없어요?” 원경릉이 미간을 찌푸렸다.“너무 멀어서. 나리께서 이 방에서 나가면 안된다고 분부 하셨어요. 집안에 맹견이 아가씨를 놀라게 할 수도 있어요.”맹견? 원경릉은 이 집에 들어올 때 확실히 개가 짖어 대는 소리를 들었다. 집 지키는데 맹견을 키우는 것이 틀림없다. 됐다, 병풍 뒤에서도 약 상자를 꺼낼 수 있으니까, 몸종들이 용변보는 데까지 들어와서 쳐다보진 않겠지?원경릉은 병풍 뒤로 가서 요강에 쭈그리고 앉아 바깥의 동정을 자세히 살폈다. 두 명의 몸종은 꼼짝 앉고 서있지만 안으로 들어오진 않았다.원경릉은 가볍게 약 상자를 꺼내고 제일 먼저 서일에게 빌린 비수를 약 상자에 넣었으나 약 상자를 다시 넣으려고 하니 비수가 있어서 그런지 작아 지질 않아 결국 비수는 안에 넣지 못했다.지금 보니 마취약이 그녀가 쓸 수 있는 유일한 무기다.하지만 마취약은 딱 주사기 하나 뿐이고 그나마 한 사람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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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65화
혜정후의 결심 그리고 밀실혜정후는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내 사람이 되면, 그 여자의 뼈를 꺾고 살을 태우더라도 다른 사람한테 조금의 흔적도 발견되어서는 안된다.”심복은 알아듣고, “그리하겠습니다. 나리께서 비밀통로로 초왕비를 보내 신 후에 초왕이 들여보내도록 하겠습니다.”혜정후는 서탁에서 비수 하나를 꺼내 쥐고 놀다가 갑자기 비수를 탁자에 세게 찔러 넣는데, 칼자루 부분이 결국 들어가지 않자 그는 음산한 얼굴로: “우문호 이 자식, 네가 길 들지 않을 놈이란 걸 알아봤지. 황제가 무슨 생각으로 우문호에게 경조부 부윤을 맡긴 건지 모르겠지만 상관없어. 우문호는 경조부 부윤이 될 능력은 있을지 몰라도, 그 자리를 지킬 힘은 없으니까 말이야. 이번에 이 멍청한 여자가 제 발로 기어들어 온 김에, 그녀를 이용해 우문호를 아주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은 심연으로 떨어뜨려 주지. 다시는 헤어나올 수 없게 말이야.”심복은 냉소를 띠며, “맞습니다. 나리께서 일전의 설욕을 하실 것이 틀림없습니다.”혜정후는 그때의 치욕을 떠올리면 여전히 원통해서 가슴이 떨린다. “그때 우문호는 내 휘하의 선봉장 하나에 불과했으나 황자라는 신분을 믿고, 모든 장수들 앞에서 나를 쳐서 내 얼굴을 땅에 떨어뜨리고 심지어 잘못했으면 황제가 벌을 내릴 뻔 하지 않았나, 만약 백부께서 날 감싸주시지 않았으면 지금의 내 성취도 없었을 것이다. 이 참에 내 가슴을 몇 년간이나 누르고 있던 납덩이를 오늘 청산할 것이다.”“나리 안심하십시오, 오늘 초왕이 조정의 고위 관리를 모함하고 제후의 집을 사적으로 침범한 죄를 분명히 물을 수 있을 것입니다.” 심복은 고개를 들어, “그럼 초왕비는 어찌 처리할까요?”혜정후는 차갑게 웃으며, “기왕에 굴러들어 왔으니, 내가 그녀를 가지고 놀며 초왕을 모욕해도 누가 뭐라고 하겠느냐?”“알겠습니다, 나리의 분부를 기다렸다가 초왕비를 밀실로 보낸 뒤 잠시 별채에 두었다가 나리의 명령이 떨어지길 기다리겠습니다.” 심복이 말했다.혜정후는 눈을 가늘게 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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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66화
“무서워 한다고?” 혜정후(惠鼎侯)가 비열하게 웃으며 말했다.“본후(本侯)는 너의 이러한 행동에 감탄스럽구나. 우문호를 위해 네 목숨마저 내놓을 줄이야.”원경릉은 화가 머리 끝까지 났지만, 그로 인해 오히려 더 냉정하게 행동할 수 있었다. 그녀는 혜정후를 보며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다.“후작나리께서는 잘 모르시는 모양인데, 저는 우문호를 위해서 이러는게 아닙니다.”“그래? 그럼 누구를 위한 것인가?” 혜정후의 한쪽 눈썹이 치켜올라가며 동시에 광기 어린 그의 두 눈동자가 원경릉을 몸을 위 아래로 훑었다.원경릉은 최대한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으며 두 손을 소매 속으로 넣고 마취제를 찾았다. “여자들은 힘이 쎈 장군을 좋아하죠.” 원경릉이 야릇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한걸음 다가가자 혜정후가 의심가득한 눈빛으로 그녀를 보았다.“안타깝게도 제가 우문호를 잘못보았지 말입니다. 그는 저를 좋아하지도 않는데다 체력도 별로지 뭡니까.” “그런가?” 혜정후는 옆에 있던 촛불을 꺼버리더니, 한 손으로 원경릉의 허리를 끌어 당겼다. 원경릉은 그의 가슴에 머리를 기대고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지금도 늦지 않았습니다. 우문호 별거 아닙니다. 그쵸?”원경릉은 몽롱한 눈빛으로 혜정후를 바라보았다. 동시에 그녀의 손은 자연스럽게 그의 등을 쓸어올렸다.“난 그가 정말 싫습니다.” 그녀의 손톱이 그의 살갗에 생채기를 남기자 혜정후는 온몸이 저릿해지며 눈동자가 잠시 흔들렸다.원경릉은 두 손으로 그를 껴안고는 머리를 그의 가슴에 바짝 붙였다. 기회는 지금이다. 그녀는 자연스럽게 손톱이 스쳤던 살갗에 주사기를 꽂은 후 다른 손으로는 피부 근육을 잡았다.혜정후는 차가운 바늘이 몸에 닿자 놀란듯 한 눈빛으로 순식간에 그녀의 목을 조르고는 다른 한손으로 단번에 등 뒤에 꽂힌 주사기를 뽑았다. 분노에 가득찬 그가 원경릉의 뺨을 거세게 내리쳤다. “나를 죽이기라도 하려고?”혜정후가 그녀의 뺨을 어찌나 세게 내리쳤는지 그녀의 뺨이 얼얼하다 못해, 머리통 반이 날아간 느낌이 들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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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67화
한 시녀를 따라 마당으로 나서자, 뒤에서 다른 시녀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저 여자가 나리를 해쳤습니다! 못 도망가게 잡아요!”원경릉은 들통났다는 것을 알고 재빨리 소매에 숨겨뒀던 가위를 꺼내 시녀의 귀를 찔렀다. 아무리 재간이 좋은 사람이라도, 귀를 직접 찔러 고막이 다치면 심한 통증으로 반격할 겨를이 없어진다. 시녀가 비명을 지름과 동시에 원경릉이 발 빠르게 달아났다. 시녀의 비명소리를 듣고 수위(守卫)가 다급한 발소리를 내며 들어왔고, 원경릉은 황급히 옆 마당으로 도망갔다. 너무 긴장한 나머지 그녀는 다리에 힘이 풀렸다.도망친 곳엔 적어도 스무 마리의 개들이 사납게 짖어 대고 있었다. 생고기를 먹고 자란 개들이라 그런지 사납고 복종성이 높아서 주인의 호령 한마디에 망설임 없이 적에게 달려들어 물어 뜯는다. 원경릉은 담벼락을 등지고 살금살금 물러서다 쫓아오던 추격병과 맞닥뜨렸다. “나리를 해치고 이렇게 쉽게 달아나겠다고?” 덩치가 큰 남자가 원경릉 앞에 서있었다.원경릉은 한 눈에 그를 알아 보았다. 그는 혜정후와 경성 기생집에 갔던 호위(护卫)였다. 앞 뒤가 모두 막히자 그녀는 절망했다. ‘이렇게 빨리 잡히게 되다니. 혜정후의 하반신을 못 쓰게 만들었으니, 나를 능지처참하지 않을까?’그 방에 있던 고문 도구들을 생각하니, 그녀는 차라리 개한테 목덜미를 물어 뜯겨 죽는게 나을 것 같았다.‘우문호는 내가 죽은 것을 알면 기뻐하지 않을까? 죽기 직전에 생각나는 사람이 뜻밖에도 우문호라니.’호위가 한걸음 한걸음 채찍을 들고 그녀에게 걸어왔다. 그의 음흉한 얼굴이 피에 굶주린 개들보다 무서웠다.원경릉은 의연하게 돌아서서 스무 마리의 큰 개들을 보았다. 그 개들이 그녀의 말을 알아 들을지 모르지만 그녀는 큰 소리로 개들을 향해 소리쳤다. “자, 내 목덜미를 향해 달려들거라! 나는 절대 굴하지 않을 것이야!”그녀의 말이 끝나자 개들이 달려오던 것을 멈추고 제자리에 서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광기 어린 개들의 표정이 한순간에 누그러졌다.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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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68화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했다.원경릉은 빠르게 달려 쇠사슬을 밟았다. 그녀가 순조롭게 담을 넘는 듯 싶더니 이내 바닥으로 떨어졌다. 뒤로 넘어진 그녀는 뒤통수가 돌에 부딪힌 것 같았다. 손으로 뒤통수를 만져보니 피가 묻어났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녀는 목숨을 걸고 달렸고, 개들도 따라왔다. 하지만, 개들은 그녀를 쫓는게 아닌 그녀를 쫓는 호위를 쫓았다. 개들의 보호 덕분에 그녀는 무사히 뒷문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뒷문으로 달려나오면서도 그녀는 안심할 수 없어 계속 달렸다. 그 곳에서 멀리 벗어나서야 작은 골목 귀퉁이에 주저 앉을 수 있었다. 심장이 빨리 뛰다 못해 터져버릴 것 같았다. ‘머리도 아프고 얼굴도 아프고, 아파 죽겠다.’그녀는 바쁘게 약상자를 꺼내 가제로 소독약을 바른 후 머리를 싸맸다. ‘일단 왕부로 돌아가자. 여기에 있을 수는 없어. 만약 후부(侯府)사람들에게 걸린다면 난 죽은 목숨이다.’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두 다리가 심하게 떨렸다. 운이 나빠 시공간을 초월해 2세대를 살아왔지만 이렇게 험한 일은 처음 겪어본다. 전생에서의 그녀는 누구에게 쫓겨 도망치기는 커녕, 수업도 한번 빼먹어 본적 없는 순박한 사람이었다. 오늘 그녀를 도왔던 개들이 생각이 났다. 앞으로 그 개들은 어떻게 될까?주인을 공격한 개들에게 남은 것은 죽음 밖에 없지 않을까? 어떻게 해야 그들을 구할 수 있을까?원경릉은 문득 그녀에게 도망치라고 외쳤던 꼬리 짧은 검정 개가 생각이 났다. 혜정후는 잔인한 사람이다. 자손 번식의 도구에 상처를 입었으니 검정 개는 물론이고, 그녀를 도왔던 다른 개들도 용서를 하겠는가? 절대 안할 것이다. 이런 생각이 들자 원경릉은 머리가 아파왔다. ‘됐다. 일단 집으로 돌아가서 방법을 찾아보자.’그녀는 떠오르는 생각들을 애써 무시하며 자기 자신을 위안했다.그녀가 골목 어귀를 나와 주위를 살피려고 머리를 내밀었는데 마침 동쪽의 큰 길에서 말발굽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쭉 빼서 보니 덩치 큰 사내 십여명이 커다란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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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69화
행인들이 하는 말을 들은 원경릉은 마음이 이상해졌다. 우문호가 정말 혜정후부에 그녀를 구하러 간거면 어떻게 되는걸까? 저렇게 많은 병사들을 데리고 가는 것을 보니, 혜정후의 저택을 수색하려는 모양인데, 황제의 성지(圣旨)를 받고 가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만약 황제의 성지없이 후작(侯爵)을 조사하고, 만약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한다면 황제는 우문호에게 반드시 죄를 물을 것이다. ‘우문호가 그 정도로 무모하지는 않겠지?’원경릉은 차마 우문호를 따라가지 못하고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가쁜 숨을 진정시키기에 바빴다. 원경릉이 도망간지 십여분이 지났을까. 혜정후가 정신을 차렸다. 후부에는 어의가 있었는데, 혜정후의 상처를 보더니 고개를 저으며 “나리께서 더 이상 인도(人道) 할 수 없을까봐 걱정입니다.”라고 말했다.혜정후가 눈을 감고 심호흡을 몇 번하고 다시 깨어났을 때는 하반신이 온통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그는 천천히 눈동자를 굴려 주위를 살폈다. 그의 주위에 서있던 심복이 혜정후를 바라보았다. 심복은 난생 처음으로 혜정후가 초라하게 느껴졌다. 혜정후의 옷은 여기저기 개에게 뜯겨 찢어져 있었지만 크게 다치지 않았다. “나리. 이해가 가지 않으시겠지만……, 초왕비가 도망갈 때 마당에 있던 모든 개들이 왕비가 도망갈 길을 터주었고 심지어 집안의 호위들을 물며 도망가게끔 도와주었습니다.”심복이 말했다.혜정후의 저택에 있는 스무 마리의 개들이 모두 그가 죄다 포려(苞藜)에서 데리고 온 것이다. 이 개들은 난폭해서 전문가들도 훈련 하기 버거워했지만 주인에 대한 충성심이 강해서 한번 복종을 하면 목숨이 끊어질 때까지 복종을 하기로 유명했다.“전장에서 배신을 하다니, 죽여라!” 혜정후는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예! 그리고 나리. 방금 보초가 말하길, 초왕이 곧 후부(侯府)에 도착한다고 합니다.”심복이 말했다.혜정후가 갑자기 눈빛이 바뀌더니 눈을 부릅뜨고 어의를 쳐다보며 말했다. “본후를 우문호를 만날 것이니 상처를 잘 싸매거라.”“나리, 하지만 부상 상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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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70화
우문호는 혜정후의 몸에서 풍기는 피비린내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혜정후는 멀쩡해 보이는데 이게 어디서 나오는 피비린내인가? 원경릉이 이미 참변을 당한 건 아니겠지?’이런 생각을 하니 우문호의 마음이 급해졌다. “본왕이 오늘 경조부의 병사들을 동원해 왕비 실종 사건을 조사하려고 하니 후작께서 협조 부탁드립니다.”혜정후는 날카로운 눈동자를 천천히 거두며 코웃음을 쳤다. “왕야의 위엄이 대단하십니다. 이미 병사들을 후부로 데리고 온 마당에 본후가 협조하지 않을 이유가 뭐가 있겠습니까. 그러나 만약 이 곳에서 왕비를 찾지 못한다면 본후는 황제께 가서 왕야를 죄를 물을 겁니다.”‘말끝마다 협박을 하는구나. 죄를 묻는다니 그게 어디 그렇게 간단하겠는가?’우문호는 병사들을 바라보며 말했다.“병사들 그리고 탕양. 너희는 집안 곳곳을 수색하거라! 암실, 땅굴 모두 철저하게 살펴보아라. 그리고 서일아! 너는 뒷문 쪽을 뒤져보거라. 조사가 끝나기 전까지는 그 아무도 내보내서는 안된다!”“예!” 명령을 받은 병사들이 신속하게 수색에 들어갔다.혜정후와 우문호는 여전히 제자리에서 대치하고 있었다. 우문호는 예전부터 혜정후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가 경조부의 병사들을 데리고 왔으니 혜정후는 협조하고 싶지 않아도 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혜정후도 자존심이 있기에 우문호의 조사에 진심으로 협조하지는 않을 것이다. 근데 왜 이렇게 당당한거지? 설마 혜정후가 원경릉을 이미 처리해버린 걸까?혜정후는 병사들이 자신의 저택을 들쑤시고 다니는 것이 불쾌했지만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며 우문호를 보았다. “왕야 만약 병사들이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한다면 그 이후는 본후가 알아서 해도 되겠지요?” 우문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혜정후의 눈에서 뭔지 모를 음흉함을 느꼈다. 서일이 속았을 수도 있다. 혜정후 말대로 그가 원경릉을 납치하지 않았거나. 그게 아니라면 그가 원경릉을 납치해서 후부로 데리고 오지 않았거나. 만약 원경릉이 정말 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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