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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 왕비의 모든 챕터: 챕터 131 - 챕터 140

3033 챕터

제 131화

실망스런 제왕과 화가 난 정후말씀을 못하신다고?주명취는 넋이 나간 듯 울다가 웃다가 하면서, “너무 잔인해요, 너무 잔인합니다.”제왕은 의혹의 눈빛으로 그녀를 보며, “왜? 누가 잔인한 거요?”주명취는 할아버지의 그 냉정한 눈빛을 떠올리고 다시 이번 잔혹한 행동을 떠올렸다. 오랜 세월 본처로 살았건만, 그저 희상궁에 대한 험담 한 마디 했다는 이유로 벙어리가 되는 약을 먹어야 하다니.주명취는 문득 겁이 났다.제왕의 품에 몸을 파묻고 그녀는 엉엉 울었다, “할머니는 연로하신 데, 이런 화를 입으셨으니, 정말 하늘도 무심하시지.”제왕은 주명취의 부드러운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녀를 위로한다, “물어보니, 주부의 어느 계집종이 보약을 뜨거운 물이라고 할머니께 잘못 가져다 드렸는데, 할머니께서 몸이 허약하셔서 보약을 받아들이지 못하시는 지라 성대가 망가져 소리가 나지 않게 되었다고 해요. 다음날 어의를 청해 맥을 짚어보니 괜찮다고 합니다.”주명취는 마음속으로 제왕의 멍청함을 꾸짖었다. 이런 말도 안되는 변명조차 제왕은 믿고 있다.이런 단순한 바보에게 앞으로 어떻게 그녀가 의지 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태자의 지위를 빼앗을 수나 있을까? 주명취가 가장 먼저 직감적으로 느낀 건 자신의 선택이 틀렸다는 점이다.만약 문호 오빠였으면 진작에 사건을 통찰하는 비범함으로 앞으로 방비를 강화해 안전하게 그녀를 보호했을 것이다.우문호를 떠올리자 주명취의 마음이 아려 온다.그때 우문호를 함정에 빠뜨린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당시 할아버지는 전력을 다해 제왕을 밀고 있었고, 태상황의 병도 위중해서 문호 오빠를 돌아볼 여지가 없었기에 주명취는 눈물을 머금고 우문호를 포기했다. 그녀는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히는 것이 싫었기에 몰래 사람을 시켜 정후부의 둘째 부인에게 접근해, 둘째부인이 정후에게 꾀를 전하게 하고 공주부에서 일이 터졌을 때, 주명취는 일부러 원경릉에게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 처음엔 그저 황제가 체면을 중시하니 기껏해야 문호 오빠가 원경릉을 후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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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32화

빠져들기 시작하다초어의는 이 날도 여전히 와서 우문호의 상처를 치료하며 이 봉합선은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묻자, 탕양이 사람을 시켜 원경릉을 모시고 왔다.원경릉은 초어의에게: “이건 녹는 실이라 인체에 흡수되요, 실밥 빼낼 필요 없어요.”“녹는 실을 만들 수가 있습니까? 대단해요, 대단해!” 초어의는 감탄하며 말했다.우문호는 오히려 상당히 괴로워하며, “그 말은 앞으로 이 실을 달고 같이 살아야 한다는 거 아니냐?”“맞아요, 실 없으면 죽고 실 있으면 살죠.” 원경릉이 비꼬듯이 말했다.요 이틀간 같이 있는게 유쾌해서 자연스럽게 서로 웃긴 소리를 주고 받는 사이가 됐다.서일은 초어의의 의술에 탄복하며 왕야의 상처를 치료하는 틈에 얼른 앞으로 나가 가르침을 청하며, “어의, 요즘 내 몸이 이상한데, 날 좀 봐줄 수 있겠습니까?”“서시위님 어디가 불편하십니까?” 초어의는 겸손하고 온화해서 서일이 일게 왕부의 시위라고 함부로 보지 않는다.“요즘 계속 졸고, 머리가 멍한 게, 방귀가 잦고 냄새가 심합니다. 입냄새도 심하고 머리에 기름이 끼고 엉덩이에도 종기가 몇개나 났습니다. 어의, 이리 와서 내 종기를 좀 봐 주십시오, 특히 이게……” 말하며 어의를 병풍 뒤로 끌고 간다.원경릉이 바로 병풍 앞에 앉았는데 서일의 옷 벗는 소리가 들려 상당히 어색했다.우문호는 병풍 쪽으로 화를 내며: “서일, 당장 방에 가서 벗어.”병풍안에서 서일의 긴 방귀 소리가 리드미컬하게 울리더니 막판에 거의 폭발음 같은 것이 울리며 순간 뚝 하고 그쳤다.“딱 이 냄새예요, 어의, 보세요, 저 무슨 병인가요.” 서일은 우문호의 열 받은 모습을 전혀 개의치 않는다.어의는 코를 막고 밖으로 도망가며, “알았어요, 서시위, 무슨 병인지 알았습니다, 비허곤습(脾虛困濕)으로 비위가 약해지고 소화기능이 떨어진 것이니 돌아가서 이틀 치 약을 처방해 드리겠습니다. 그럼 이만.”냄새가 심해서 원경릉은 숨을 멈춘 채 일어나 밖으로 나가고, 탕양이 얼른 뒤를 따라 나오며 우문호는 기다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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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33화

정후부의 초대진심으로 항복이다.천천히 시선을 넓혀, “그럼 어서 나한테 이혼장 써주면 되겠네, 나보다 더 예쁜 여인을 왕비로 맞으면 돼지.”우문호는 마음 속으로 열이 뻗쳤지만, “조만간 그럴 거야.”왕비 노릇하기 싫다는 것처럼 말하는데, 자기가 되겠다고 달려든 거 아닌가?우문호는 화제를 바꿔, “방금 탕양 말이 정후부 사람이 다녀갔다 던데.”“너 계속 거기 앉아 있을 거야?” 우문호는 어쩔 줄 모른다.원경릉이 우문호를 보고, “왕야가 아직 상처가 다 낫지 않아서, 왕비의 책임을 다하도록 여기서 널 돌보겠다고 했어.”“누가 너한테 돌봐 달라고……” 우문호가 이렇게 말하다가 곧 뜻을 알아차리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너희 아버님 초조하신 가 보다.”“왕야 덕분이지, 이건 시작에 불과할 것 같지만.” 원경릉이 말했다.우문호는 화를 내며: “우린 비겼으니까 누구도 말 꺼내기 없기다.”“말도 못 꺼내냐, 왕야 너 켕기는 게 얼마나 많은 거야?”“원경릉!” 우문호가 일갈하며, 그녀의 순진무구한 눈동자를 보니 다시 마음이 약해서 말을 삼키고, “네 입을 꿰매지 못한 게 진짜 한이다.”원경릉의 눈이 아래를 향해, “봉합하게? 왕야는 내가 아직 완전히 숙련된 게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 같은데 말이야 바른 말이지, 너 지금 내 덕에 다 나았잖아?”우문호는 기가 막히고 창피하기도 해서, “이 일은 다시 거론하지 말자, 다시 거론하면 일가족을 멸할 줄 알아.”원경릉은 킥킥거리며, 바로 비꼬아 주려다 탕양이 다시 정후부 하인을 데리고 들어오는 것을 봤다.“왕비 마마, 정후부 사람이 소식을 전하러 왔습니다.” 탕양이 말했다.원경릉은 살짝 눈을 들고, “무슨 일이야?”그 하인은 초왕을 보더니, 황급히 무릎을 꿇고 예를 취하며, “소인 왕야를 뵙습니다, 왕비마마를 뵙습니다.”“무슨 일이냐?” 초왕이 무거운 얼굴로 물었다.하인은 이런 엄숙하고 위엄 있는 목소리를 듣고 이빨을 덜덜 부딪히며, “예…… 후작 나리께서 소인에게 마마께 말씀을 전하라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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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34화

정후의 생각과 둘째 노마님의 방문어의가 진찰을 마치자 정후는 비로소 어의와 서일을 만류해 본관에서 차를 마셨다.정후는 넌지시 서일에게, “왕야의 상처는 좀 나아지셨나?”“후작 나리께서 마음 졸이셨지요, 왕야는 많이 좋아지셨습니다.” 서일은 역시 바깥이 제격이다.“그러면……” 정후는 웃으며, “왕비마마는 손수 왕야를 돌보시는가? 내 딸이 우리집에서 워낙 응석받이로 자라서, 왕야의 심기를 건드리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군?”“왕야는 왕비마마께 화를 내신 적이 없습니다.” 서일이 두 눈 멀쩡하게 뜨고 애먼 소리를 하는데 당연히 이건 탕양이 당부한 것으로, 만약 정후가 왕비와 왕야의 관계가 공고하다는 것을 알면 함부로 왕비마마를 못살게 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런가?” 정후는 그다지 믿지 못하겠지만, 하인이 말하길 왕비마마가 왕야를 부축해 안으로 들어갔다는 건 직접 눈으로 봤다고 하니 혹시 원경릉이 정말 초왕의 환심을 산 게 아닐까?어의가 여기서 절묘한 어시스트를 펼치는데, 어의는 수염을 쓰다듬으며 탄식하길: “왕야와 왕비마마의 사이가 정말 좋으시기도 하지, 요 며칠 왕야의 상처를 치료하시느라, 왕비마마께서 내내 옆에 계셨으니.”당연히 어의는 원경릉이 다가온 게 어의를 몰래 스승으로 삼으려는 의도인 것을 몰랐다. 원경릉은 한의학은 잘 모르지만 한의학 요법은 신뢰하는 것이, 무릇 약물 연구 개발을 이렇게 오래 하다 보면, 한약에서 얻어낸 성분으로 약을 만든 경험도 있기 마련이다. 말라리아와 홍반성 루프스를 치료하는 아르테미시닌도 개똥쑥에서 직접 추출하거나, 개똥쑥의 함량이 비교적 높은 청호산(青蒿酸)에서 추출해 반합성하여 만든다. 그래서 요 며칠 원경릉은 계속 어의에게 한의학을 배우는 방법을 생각했다.정후는 초어의의 말을 듣고, 이건 믿을 만하다고 여겼다.초왕이 왜 원경릉에 대한 관점을 바꿨는지는 상관없고, 어찌 됐든 잘된 일이지만 지금 주씨 가문엔 밉보인 게 확실하고 되돌릴 여지도 없으니 차라리 초왕에게 기대하는 편이 낫다.초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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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35화

초왕을 보러 온 정후부 둘째 노마님 일행둘째 노마님의 태도는 점점 더 온화해 지며, “왕야를 방해 하는 건 아니겠죠? 만약 크게 방해가 되지 않는다면, 왕비께서 저희 대신 안배를 좀 해 주세요.”원경릉이: “안배할 필요 없어요, 직접 소월각에 가시면 초왕은 안에 있습니다.”난씨가 이 말을 듣고, 일부러 의아한 척 하며, “왕야와 왕비마마가 같은 방을 쓰지 않으세요? 두 분은 부부인데다 아직 후궁도 없는데 왜 각방을 쓰세요?”이런 극도로 도발적인 말을 원경릉은 다행히 그 자리에서 직접 듣지 못했으나 희상궁이 옆에서: “왕야의 상처가 아직 낫지 않으셔서 왕비마마의 잠을 방해할까 소월각을 옮겨 가셨습니다.”난씨는 희상궁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 넌 누구지? 왜 한번도 본적이 없지?”“희상궁입니다, 태상황의 곁에서 시중을 들었지요, 태상황 폐하께서 초왕부에 마음이 맞는 사람이 없을까 싶어 희상궁을 출궁시켜 제 시중을 들게 하셨죠.” 원경릉이 평소처럼 말했다.둘째 노마님이 이 얘기를 듣고, 얼른 일어나 희상궁에게 예를 갖추며, “태상황 폐하 곁에 계시던 희상궁이셨군요,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제가 실례했습니다.”“둘째 노마님 괜찮습니다, 전 한낱 종입니다. 주인을 모실 뿐이지요.”희상궁의 주인은 초왕비다. 둘째 노마님 일행은 초왕비를 전혀 공경하지 않으면서, 초왕비의 종인자신에게 예를 갖추다니, 이게 대체 어느 나라 법도란 말인가?희상궁의 비유를 둘째 노마님은 당연히 알아 차렸지만 신경 쓰지 않고 웃으며: “상궁은 태상황 폐하 곁에 있던 사람으로 어엿한 궁녀신데, 저는 봉호를 받은 것이 없으니 예를 갖추는 것이 마땅하지요.”희상궁은 아무 말 하지 않았지만, 정신적으로 이미 참기 힘들었다.봉호를 받은 게 없는 몸이, 그래 이번엔 또 무슨 법도를 내세우려나? 인사 예절은 인사 예절일 뿐이다. 이 점을 강조할 필요 없다.원경병은 원경릉을 보고, “사람들이 요즘 언니랑 왕야가 잘 지낸다는데 정말이야?”원경병은 매사 대놓고 말하는 편으로 알고 싶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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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36화

우문호는 서일의 부축을 받으며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흰 비단 옷을 입고 허리에 금옥 허리띠를 두른 그의 아름다운 얼굴에 햇빛이 비쳤다. 환하게 빛나는 그의 모습은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병든 군주 같았다. 느리게 한걸음 한걸음 걷는 그의 모습이 매우 힘겹게 보였다.힘겨게 도착한 우문호는 원경릉을 본 순간 미간이 부드럽게 풀리며 입가에 살짝 미소가 드리웠다. “왕야 괜찮으십니까?” 둘째 노마님이 서둘러 안부를 물었다. 옆에 있던 난씨가 놀란 듯 벌떡 일어났다. 우문호는 원경릉에서 둘째 노마님 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둘째 노마님. 본왕은 괜찮습니다.” 그는 말을 마치고 천천히 원경릉의 곁으로 다가가서는 살짝 짜증 난 목소리로 물었다. “아직도 화가 났습니까? 오늘은 본왕을 보러오지도 않고, 화내지 마시지오." 원경릉이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뭐야 도대체 어쩌자는거야? 나를 위해서 일부러 다정한 척 하는건가? 사실 이럴 필요는 없는데. 그녀는 천천히 말했다. “화안났습니다."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화가 안났으면 됐습니다. 오늘 본왕과 함께 밖에 나가자고 했던거 아직 유효합니까?”라고 하였다.‘내가 그런 말을 했다고?’“아. 손님이 계십니다.” 우문호는 난감한 표정으로 둘째 노마님을 보았다. “그래요? 그럼 못 나가는 건가요?”“시간이 늦었네요. 늙은이는 돌아가 봐야겠습니다.”둘째 노마님이 서둘러 채비를 했다. “이렇게 일찍이요? 좀 더 앉아계시지요.” 우문호가 적극적으로 둘째 노마님에게 말했다. “아니옵니다. 늙은이가 아직 할일이 있습니다. 제가 시간이 있으면 왕야와…… 왕비님을 찾아뵙겠습니다.”둘째 노마님이 말을 하며 난씨와 원경병에게 눈빛을 보냈다. 원경병은 “방금 누이께서도 제게 여기서 며칠 묵어도 된다고 하셨습니다.” 라고 말했다. “그럼……” 둘째 노마님은 재빨리 우문호의 안색을 살피더니 그의 표정이 그닥 불쾌해 하지 않는 것 같자 “그럼 왕비를 잘 모시고, 소란을 피우거나 신경쓰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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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37화

“네가 궁 안에서 술에 취했고, 건곤전에서 일어났던 일이 기억이 안나느냐?”우문호는 하얗게 질린 원경릉의 표정이 우습다는 듯 말을 이어나갔다.원경릉은 너무 화가 나고 억울해서 탁자 위로 올라가 욕을 퍼부은 것이 기억이 났다. 그 상황에서도 다행스럽게 그녀에게 약간의 이성이 버티고 있었기에 아무도 못알아 듣는 영어로 욕을 했었다.하지만, 세상에…… 건곤전에서 그런 행동을 했다니.“구사의 말에 의하면 황조부께서 너 때문에 놀라서 나한상에 숨어 찍 소리도 내지 않으셨다는데!” 우문호의 말에 원경릉의 머릿 속에서 끊겼던 필름이 이어지는 듯 했다. 원경릉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는 좌절했다. 그녀는 그런 그녀가 웃겨 죽겠다는 듯한 표정의 우문호의 얼굴에 화가 났다. “모두 너! 당신 때문이라고!”우문호가 웃음을 멈추고 말했다. “그 말 다신 하지마. 우린 비긴거야.”비기긴 뭘 비겨!?원경릉은 화가 나서 몸이 부들부들 떨렸지만, 가만 생각해보니 우문호의 처지도 나아지지 않았고 그를 미워해봤자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안되겠다. 입궁해서 사죄를 드려야겠습니다.” 원경릉이 벌떡 일어나며 “환복하고 먼저 나가계시면 나도 금방 환복하고 나갈게.”라고 말했다.우문호는 딱히 내키지 않는다는 듯 느릿느릿 일어섰다. “어쨌든 본왕의 상처도 많이 괜찮아졌으니 궁에 같이 들어가서 네가 황조부께 변명을 할때 몇마디 거들어 주겠다.”“고마워!” 원경릉은 태상황을 보면 어떻게 해야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는데 그가 같이 가 준다니 내심 마음이 안심이 되었다.그 시각, 원경병은 지낼 곳을 고른 후에 바로 봉의각으로 돌아왔을 무렵 옷을 차려입고 나가는 우문호와 원경릉을 보았다. “두분 어디가십니까?”“입궁을 해야해. 여기서 내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 원경릉이 불안한 눈빛으로 말했다. “무슨 일이 있습니까?” 원경병이 그녀의 표정을 보고 놀란 듯 했지만 이내 얼른 궁으로 들어가보라고 손짓했다. 원경릉은 가끔 자신의 여동생이 어른스럽고 이해심도 많은 것 같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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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38화

우문호는 아프다는 듯 가슴을 문질렀다. 이 사태만 진정되면 반드시 원경릉은 아무도 없는 암실로 데리고 가서 개를 풀어 물어 뜯도록 냅둘 것이다. 씩씩거리는 그를 보니 원경릉은 속이 다 시원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켠에 불안감이 스물스물 올라왔다. 이도 잠시 파랗게 질린 우문호의 얼굴을 보니 자신이 너무 세게 물었나 후회가 밀려왔다. “미안. 나도 어쩔 수 없었어. 고의는 아니야.”우문호는 그녀의 진실한 눈빛에 마음이 흔들리는 자기 자신을 다잡았다. ‘마음 약해져서는 안된다. 지금 이 여자는 미안한척 하고 있는거다 절대 믿으면 안된다.’“어휴. 저도 제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습니다. 갑자기 미친 여자처럼 돌변해서 미안해요.” 원경릉은 의기소침해진 표정으로 끊임없이 그에게 사과를 했다. “저는 당신이 정말 나를 위해주는 것을 압니다. 제 친정까지 와서 저를 도와주시고, 제가 술에 취해서 집에 가고 싶다고 주절거렸던 것도 기억해주고……. 사실 당신은 참 좋은 사람입니다. 저도 제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항상 당신의 말에 반박하고, 대들고……”우문호는 진정이 된듯 냉소를 띄며 “됐다. 본왕은 사사건건 알고 싶지 않다.” 라고 말했다. 원경릉은 그의 말이 고마웠다. “저는 왕야가 도량이 넓은 분인걸 압니다. 앞으로 태후마마 앞에서 제 칭찬을 좀 많이 해주십시오.”“남아일언중천금이라고 했다. 본왕은 뱉은 말은 반드시 지킨다.”원경릉은 미소를 지으며 “왕야 감사합니다.” 라고 말했다. ‘남자 다루기 은근 쉽네. 칭찬 몇마디 툭툭 건네면 바로 넘어온다니까.’사실 우문호는 원경릉이 수작을 부리는 것을 눈치챘지만, 눈 한번 딱 감고 맞장구 쳐주기로 했다. 이렇게 한바탕 소동을 벌였지만, 오히려 궁에 들어가는 그의 마음은 그다지 무겁지 않았다. 원경릉과 혼인을 한지 1년. 그 동안 매번 궁으로 들어갈 때마다 기분이 좋지 않았고, 그래서 궁에서 그를 아끼는 모든 이들의 눈에 근심이 가득했었다.마차가 궁으로 점점 가까워질 수록 그는 이유없이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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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39화

“태상황께서도 다행히 건강에 큰 지장이 없고, 네가 이런게 처음이라는 것을 감안하여 짐이 너에게 건곤전과 어서방 청소라는 벌을 내리겠다. 청소를 마치기 전에는 밥도 먹을 생각마라. 우문호! 너도 함께 벌을 받거라.”우문호는 명원제의 말에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부릅떴다.“왜? 내키지 않느냐?” 명원제가 분노한 목소리로 물었다.“그럴리가 있습니까!” 우문호가 재빨리 대답했다.명원제는 한숨을 내쉬며 “너희 둘을 보고있노라면 짐이 화가 나서 미칠 것 같다. 매번 이렇게 사고를 치는 것을 보니 궁에서 할일이 없어 심심한 모양이야! 넌 다친거 호전되면 날짜를 골라서 경조부(京兆府)로 오거라. 내가 너에게 일거리를 주겠다. 앞으로는 빈둥거리지말고 조정에 도움이 되어보거라!”말을 마친 명원제는 자리에서 일어나 태상황 쪽을 보았다. “부황께서는 이런 쓸모 없는 것들에게 마음 쓰지 마십시오. 이런 것들에게 연민조차 아깝습니다. 부황에 총애를 힘입어 무슨짓을 할지 모르는 것들입니다. 그럼 소인은 이만 물러가겠습니다.”명원제가 말했다.“가보거라!” 태상황은 고개를 까딱이며 말했다. 그의 얼굴에는 예상밖의 은은한 미소가 보였다.명원제는 목여태감을 데리고 기세등등하게 밖으로 나갔다. 문을 나서자마자 명원제에 입꼬리가 씨익 올라갔다. 원경릉이 주사를 부린것을 명원제가 몰랐겠는가? 그녀는 왜 술을 먹고 그 행패를 부린걸까? 어쨌든, 어서방에서 있었던 일로 분노해서 술주정을 부린 것 아닌가.태상황이 늘 원경릉을 감싸서 꾸짖을 기회를 찾지 못했는데 이번엔 원경릉이 제발로 찾아와 벌을 받을 구실을 만들어주니 명원제는 속이 다 시원했다.우문호는 명원제의 말에 한동안 멍하니 있었다. ‘부황께서 한 말이 사실이란 말인가? 내가 잘못들은게 아닐까? 부황께서 나를 경조부로 보낸다고? 나를 그렇게 신임하고 있다는 말인가?’경도(京都)에서 경조부는 가장 중요한 기관인데 명원제가 우문호를 그곳으로 파견한 것이다. “무엇을 하고 있느냐! 빨리 가서 청소하거라!” 태상황이 버럭 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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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40화

우문호는 온 힘을 다해 바닥을 쓸었다. 바닥을 쓰는 것은 간단해 보여도 이 안에 숨은 과학 지식이 있다. 낙엽은 가볍기 때문에 바람에 잘 흩어진다. 고로 너무 힘을 줘서 쓸면 빗자루가 내는 바람에 낙엽이 오히려 더 흩어지게 된다.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은 우문호는 낙엽을 잘 쓰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었다. 오랜만에 이런 단순 노동으로 온 집중력을 빼앗기니 오히려 그의 마음이 편안해졌다.“왕야. 난각 쪽은 조심하십시오. 거기 위에 말벌집이 있습니다. 그 곳은 건들지마세요.” 상선이 충고했다.“말벌집?” 우문호는 눈을 가늘게 떴다. 문득 그의 머릿속에 원경릉이 스쳤다. “예. 말벌들은 사나워서 낮에는 말벌집을 처리하지 못합니다. 이따가 밤에 불을 지펴 태울 예정입니다.”“그래요. 잘 알겠습니다.” 상선은 말을 마치고 태상황이 있는 건곤전으로 향했다.순간 우문호의 머릿속에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그는 곧장 탕양을 불렀다.“너는 가서 왕비에게 이 곳으로 오라고 하거라. 내가 어서방을 청소하겠다고 전하고.”탕양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왕야 어서방에는 보는 눈이 많은데 왕야께서 청소를 하시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라고 말했다.“괜찮다. 구사가 그 곳에 있으니 문 앞에서 망을 보라고 하면 돼. 사람이 들어오면 내가 구석에 숨어있으면 된다.” 우문호는 숨길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탕양에게 말했다.탕양은 그의 말을 듣고는 바로 원경릉이 있는 어서방으로 향했다.원경릉은 탕양의 말을 듣고는 우문호가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구나 하며 그의 호의를 받아들였다. 그녀가 빗자루를 들고 건곤전 앞마당에 도착했을 때는 그 곳의 낙엽은 이미 다 치워진 상태였다.우문호가 원경릉에게 다가와서 말했다. “본왕이 아무래도 힘이 더 세니, 마당은 내가 다 쓸어두었다. 네가 난각과 옆 뜰을 쓸어주면 된다.” “왕야 고마워요.” 원경릉은 그의 말에 감동을 받았다.우문호는 난각을 손으로 가리키며 “저 쪽이다. 가서 쓸거라” 라고 말했다.“이거 마저 쓸고 갈게요.” 원경릉은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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