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져들기 시작하다초어의는 이 날도 여전히 와서 우문호의 상처를 치료하며 이 봉합선은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묻자, 탕양이 사람을 시켜 원경릉을 모시고 왔다.원경릉은 초어의에게: “이건 녹는 실이라 인체에 흡수되요, 실밥 빼낼 필요 없어요.”“녹는 실을 만들 수가 있습니까? 대단해요, 대단해!” 초어의는 감탄하며 말했다.우문호는 오히려 상당히 괴로워하며, “그 말은 앞으로 이 실을 달고 같이 살아야 한다는 거 아니냐?”“맞아요, 실 없으면 죽고 실 있으면 살죠.” 원경릉이 비꼬듯이 말했다.요 이틀간 같이 있는게 유쾌해서 자연스럽게 서로 웃긴 소리를 주고 받는 사이가 됐다.서일은 초어의의 의술에 탄복하며 왕야의 상처를 치료하는 틈에 얼른 앞으로 나가 가르침을 청하며, “어의, 요즘 내 몸이 이상한데, 날 좀 봐줄 수 있겠습니까?”“서시위님 어디가 불편하십니까?” 초어의는 겸손하고 온화해서 서일이 일게 왕부의 시위라고 함부로 보지 않는다.“요즘 계속 졸고, 머리가 멍한 게, 방귀가 잦고 냄새가 심합니다. 입냄새도 심하고 머리에 기름이 끼고 엉덩이에도 종기가 몇개나 났습니다. 어의, 이리 와서 내 종기를 좀 봐 주십시오, 특히 이게……” 말하며 어의를 병풍 뒤로 끌고 간다.원경릉이 바로 병풍 앞에 앉았는데 서일의 옷 벗는 소리가 들려 상당히 어색했다.우문호는 병풍 쪽으로 화를 내며: “서일, 당장 방에 가서 벗어.”병풍안에서 서일의 긴 방귀 소리가 리드미컬하게 울리더니 막판에 거의 폭발음 같은 것이 울리며 순간 뚝 하고 그쳤다.“딱 이 냄새예요, 어의, 보세요, 저 무슨 병인가요.” 서일은 우문호의 열 받은 모습을 전혀 개의치 않는다.어의는 코를 막고 밖으로 도망가며, “알았어요, 서시위, 무슨 병인지 알았습니다, 비허곤습(脾虛困濕)으로 비위가 약해지고 소화기능이 떨어진 것이니 돌아가서 이틀 치 약을 처방해 드리겠습니다. 그럼 이만.”냄새가 심해서 원경릉은 숨을 멈춘 채 일어나 밖으로 나가고, 탕양이 얼른 뒤를 따라 나오며 우문호는 기다시피
정후부의 초대진심으로 항복이다.천천히 시선을 넓혀, “그럼 어서 나한테 이혼장 써주면 되겠네, 나보다 더 예쁜 여인을 왕비로 맞으면 돼지.”우문호는 마음 속으로 열이 뻗쳤지만, “조만간 그럴 거야.”왕비 노릇하기 싫다는 것처럼 말하는데, 자기가 되겠다고 달려든 거 아닌가?우문호는 화제를 바꿔, “방금 탕양 말이 정후부 사람이 다녀갔다 던데.”“너 계속 거기 앉아 있을 거야?” 우문호는 어쩔 줄 모른다.원경릉이 우문호를 보고, “왕야가 아직 상처가 다 낫지 않아서, 왕비의 책임을 다하도록 여기서 널 돌보겠다고 했어.”“누가 너한테 돌봐 달라고……” 우문호가 이렇게 말하다가 곧 뜻을 알아차리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너희 아버님 초조하신 가 보다.”“왕야 덕분이지, 이건 시작에 불과할 것 같지만.” 원경릉이 말했다.우문호는 화를 내며: “우린 비겼으니까 누구도 말 꺼내기 없기다.”“말도 못 꺼내냐, 왕야 너 켕기는 게 얼마나 많은 거야?”“원경릉!” 우문호가 일갈하며, 그녀의 순진무구한 눈동자를 보니 다시 마음이 약해서 말을 삼키고, “네 입을 꿰매지 못한 게 진짜 한이다.”원경릉의 눈이 아래를 향해, “봉합하게? 왕야는 내가 아직 완전히 숙련된 게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 같은데 말이야 바른 말이지, 너 지금 내 덕에 다 나았잖아?”우문호는 기가 막히고 창피하기도 해서, “이 일은 다시 거론하지 말자, 다시 거론하면 일가족을 멸할 줄 알아.”원경릉은 킥킥거리며, 바로 비꼬아 주려다 탕양이 다시 정후부 하인을 데리고 들어오는 것을 봤다.“왕비 마마, 정후부 사람이 소식을 전하러 왔습니다.” 탕양이 말했다.원경릉은 살짝 눈을 들고, “무슨 일이야?”그 하인은 초왕을 보더니, 황급히 무릎을 꿇고 예를 취하며, “소인 왕야를 뵙습니다, 왕비마마를 뵙습니다.”“무슨 일이냐?” 초왕이 무거운 얼굴로 물었다.하인은 이런 엄숙하고 위엄 있는 목소리를 듣고 이빨을 덜덜 부딪히며, “예…… 후작 나리께서 소인에게 마마께 말씀을 전하라 하셨습니다,
정후의 생각과 둘째 노마님의 방문어의가 진찰을 마치자 정후는 비로소 어의와 서일을 만류해 본관에서 차를 마셨다.정후는 넌지시 서일에게, “왕야의 상처는 좀 나아지셨나?”“후작 나리께서 마음 졸이셨지요, 왕야는 많이 좋아지셨습니다.” 서일은 역시 바깥이 제격이다.“그러면……” 정후는 웃으며, “왕비마마는 손수 왕야를 돌보시는가? 내 딸이 우리집에서 워낙 응석받이로 자라서, 왕야의 심기를 건드리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군?”“왕야는 왕비마마께 화를 내신 적이 없습니다.” 서일이 두 눈 멀쩡하게 뜨고 애먼 소리를 하는데 당연히 이건 탕양이 당부한 것으로, 만약 정후가 왕비와 왕야의 관계가 공고하다는 것을 알면 함부로 왕비마마를 못살게 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런가?” 정후는 그다지 믿지 못하겠지만, 하인이 말하길 왕비마마가 왕야를 부축해 안으로 들어갔다는 건 직접 눈으로 봤다고 하니 혹시 원경릉이 정말 초왕의 환심을 산 게 아닐까?어의가 여기서 절묘한 어시스트를 펼치는데, 어의는 수염을 쓰다듬으며 탄식하길: “왕야와 왕비마마의 사이가 정말 좋으시기도 하지, 요 며칠 왕야의 상처를 치료하시느라, 왕비마마께서 내내 옆에 계셨으니.”당연히 어의는 원경릉이 다가온 게 어의를 몰래 스승으로 삼으려는 의도인 것을 몰랐다. 원경릉은 한의학은 잘 모르지만 한의학 요법은 신뢰하는 것이, 무릇 약물 연구 개발을 이렇게 오래 하다 보면, 한약에서 얻어낸 성분으로 약을 만든 경험도 있기 마련이다. 말라리아와 홍반성 루프스를 치료하는 아르테미시닌도 개똥쑥에서 직접 추출하거나, 개똥쑥의 함량이 비교적 높은 청호산(青蒿酸)에서 추출해 반합성하여 만든다. 그래서 요 며칠 원경릉은 계속 어의에게 한의학을 배우는 방법을 생각했다.정후는 초어의의 말을 듣고, 이건 믿을 만하다고 여겼다.초왕이 왜 원경릉에 대한 관점을 바꿨는지는 상관없고, 어찌 됐든 잘된 일이지만 지금 주씨 가문엔 밉보인 게 확실하고 되돌릴 여지도 없으니 차라리 초왕에게 기대하는 편이 낫다.초왕은
초왕을 보러 온 정후부 둘째 노마님 일행둘째 노마님의 태도는 점점 더 온화해 지며, “왕야를 방해 하는 건 아니겠죠? 만약 크게 방해가 되지 않는다면, 왕비께서 저희 대신 안배를 좀 해 주세요.”원경릉이: “안배할 필요 없어요, 직접 소월각에 가시면 초왕은 안에 있습니다.”난씨가 이 말을 듣고, 일부러 의아한 척 하며, “왕야와 왕비마마가 같은 방을 쓰지 않으세요? 두 분은 부부인데다 아직 후궁도 없는데 왜 각방을 쓰세요?”이런 극도로 도발적인 말을 원경릉은 다행히 그 자리에서 직접 듣지 못했으나 희상궁이 옆에서: “왕야의 상처가 아직 낫지 않으셔서 왕비마마의 잠을 방해할까 소월각을 옮겨 가셨습니다.”난씨는 희상궁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 넌 누구지? 왜 한번도 본적이 없지?”“희상궁입니다, 태상황의 곁에서 시중을 들었지요, 태상황 폐하께서 초왕부에 마음이 맞는 사람이 없을까 싶어 희상궁을 출궁시켜 제 시중을 들게 하셨죠.” 원경릉이 평소처럼 말했다.둘째 노마님이 이 얘기를 듣고, 얼른 일어나 희상궁에게 예를 갖추며, “태상황 폐하 곁에 계시던 희상궁이셨군요,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제가 실례했습니다.”“둘째 노마님 괜찮습니다, 전 한낱 종입니다. 주인을 모실 뿐이지요.”희상궁의 주인은 초왕비다. 둘째 노마님 일행은 초왕비를 전혀 공경하지 않으면서, 초왕비의 종인자신에게 예를 갖추다니, 이게 대체 어느 나라 법도란 말인가?희상궁의 비유를 둘째 노마님은 당연히 알아 차렸지만 신경 쓰지 않고 웃으며: “상궁은 태상황 폐하 곁에 있던 사람으로 어엿한 궁녀신데, 저는 봉호를 받은 것이 없으니 예를 갖추는 것이 마땅하지요.”희상궁은 아무 말 하지 않았지만, 정신적으로 이미 참기 힘들었다.봉호를 받은 게 없는 몸이, 그래 이번엔 또 무슨 법도를 내세우려나? 인사 예절은 인사 예절일 뿐이다. 이 점을 강조할 필요 없다.원경병은 원경릉을 보고, “사람들이 요즘 언니랑 왕야가 잘 지낸다는데 정말이야?”원경병은 매사 대놓고 말하는 편으로 알고 싶으면
우문호는 서일의 부축을 받으며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흰 비단 옷을 입고 허리에 금옥 허리띠를 두른 그의 아름다운 얼굴에 햇빛이 비쳤다. 환하게 빛나는 그의 모습은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병든 군주 같았다. 느리게 한걸음 한걸음 걷는 그의 모습이 매우 힘겹게 보였다.힘겨게 도착한 우문호는 원경릉을 본 순간 미간이 부드럽게 풀리며 입가에 살짝 미소가 드리웠다. “왕야 괜찮으십니까?” 둘째 노마님이 서둘러 안부를 물었다. 옆에 있던 난씨가 놀란 듯 벌떡 일어났다. 우문호는 원경릉에서 둘째 노마님 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둘째 노마님. 본왕은 괜찮습니다.” 그는 말을 마치고 천천히 원경릉의 곁으로 다가가서는 살짝 짜증 난 목소리로 물었다. “아직도 화가 났습니까? 오늘은 본왕을 보러오지도 않고, 화내지 마시지오." 원경릉이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뭐야 도대체 어쩌자는거야? 나를 위해서 일부러 다정한 척 하는건가? 사실 이럴 필요는 없는데. 그녀는 천천히 말했다. “화안났습니다."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화가 안났으면 됐습니다. 오늘 본왕과 함께 밖에 나가자고 했던거 아직 유효합니까?”라고 하였다.‘내가 그런 말을 했다고?’“아. 손님이 계십니다.” 우문호는 난감한 표정으로 둘째 노마님을 보았다. “그래요? 그럼 못 나가는 건가요?”“시간이 늦었네요. 늙은이는 돌아가 봐야겠습니다.”둘째 노마님이 서둘러 채비를 했다. “이렇게 일찍이요? 좀 더 앉아계시지요.” 우문호가 적극적으로 둘째 노마님에게 말했다. “아니옵니다. 늙은이가 아직 할일이 있습니다. 제가 시간이 있으면 왕야와…… 왕비님을 찾아뵙겠습니다.”둘째 노마님이 말을 하며 난씨와 원경병에게 눈빛을 보냈다. 원경병은 “방금 누이께서도 제게 여기서 며칠 묵어도 된다고 하셨습니다.” 라고 말했다. “그럼……” 둘째 노마님은 재빨리 우문호의 안색을 살피더니 그의 표정이 그닥 불쾌해 하지 않는 것 같자 “그럼 왕비를 잘 모시고, 소란을 피우거나 신경쓰이게
“네가 궁 안에서 술에 취했고, 건곤전에서 일어났던 일이 기억이 안나느냐?”우문호는 하얗게 질린 원경릉의 표정이 우습다는 듯 말을 이어나갔다.원경릉은 너무 화가 나고 억울해서 탁자 위로 올라가 욕을 퍼부은 것이 기억이 났다. 그 상황에서도 다행스럽게 그녀에게 약간의 이성이 버티고 있었기에 아무도 못알아 듣는 영어로 욕을 했었다.하지만, 세상에…… 건곤전에서 그런 행동을 했다니.“구사의 말에 의하면 황조부께서 너 때문에 놀라서 나한상에 숨어 찍 소리도 내지 않으셨다는데!” 우문호의 말에 원경릉의 머릿 속에서 끊겼던 필름이 이어지는 듯 했다. 원경릉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는 좌절했다. 그녀는 그런 그녀가 웃겨 죽겠다는 듯한 표정의 우문호의 얼굴에 화가 났다. “모두 너! 당신 때문이라고!”우문호가 웃음을 멈추고 말했다. “그 말 다신 하지마. 우린 비긴거야.”비기긴 뭘 비겨!?원경릉은 화가 나서 몸이 부들부들 떨렸지만, 가만 생각해보니 우문호의 처지도 나아지지 않았고 그를 미워해봤자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안되겠다. 입궁해서 사죄를 드려야겠습니다.” 원경릉이 벌떡 일어나며 “환복하고 먼저 나가계시면 나도 금방 환복하고 나갈게.”라고 말했다.우문호는 딱히 내키지 않는다는 듯 느릿느릿 일어섰다. “어쨌든 본왕의 상처도 많이 괜찮아졌으니 궁에 같이 들어가서 네가 황조부께 변명을 할때 몇마디 거들어 주겠다.”“고마워!” 원경릉은 태상황을 보면 어떻게 해야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는데 그가 같이 가 준다니 내심 마음이 안심이 되었다.그 시각, 원경병은 지낼 곳을 고른 후에 바로 봉의각으로 돌아왔을 무렵 옷을 차려입고 나가는 우문호와 원경릉을 보았다. “두분 어디가십니까?”“입궁을 해야해. 여기서 내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 원경릉이 불안한 눈빛으로 말했다. “무슨 일이 있습니까?” 원경병이 그녀의 표정을 보고 놀란 듯 했지만 이내 얼른 궁으로 들어가보라고 손짓했다. 원경릉은 가끔 자신의 여동생이 어른스럽고 이해심도 많은 것 같다고 느꼈다.
우문호는 아프다는 듯 가슴을 문질렀다. 이 사태만 진정되면 반드시 원경릉은 아무도 없는 암실로 데리고 가서 개를 풀어 물어 뜯도록 냅둘 것이다. 씩씩거리는 그를 보니 원경릉은 속이 다 시원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켠에 불안감이 스물스물 올라왔다. 이도 잠시 파랗게 질린 우문호의 얼굴을 보니 자신이 너무 세게 물었나 후회가 밀려왔다. “미안. 나도 어쩔 수 없었어. 고의는 아니야.”우문호는 그녀의 진실한 눈빛에 마음이 흔들리는 자기 자신을 다잡았다. ‘마음 약해져서는 안된다. 지금 이 여자는 미안한척 하고 있는거다 절대 믿으면 안된다.’“어휴. 저도 제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습니다. 갑자기 미친 여자처럼 돌변해서 미안해요.” 원경릉은 의기소침해진 표정으로 끊임없이 그에게 사과를 했다. “저는 당신이 정말 나를 위해주는 것을 압니다. 제 친정까지 와서 저를 도와주시고, 제가 술에 취해서 집에 가고 싶다고 주절거렸던 것도 기억해주고……. 사실 당신은 참 좋은 사람입니다. 저도 제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항상 당신의 말에 반박하고, 대들고……”우문호는 진정이 된듯 냉소를 띄며 “됐다. 본왕은 사사건건 알고 싶지 않다.” 라고 말했다. 원경릉은 그의 말이 고마웠다. “저는 왕야가 도량이 넓은 분인걸 압니다. 앞으로 태후마마 앞에서 제 칭찬을 좀 많이 해주십시오.”“남아일언중천금이라고 했다. 본왕은 뱉은 말은 반드시 지킨다.”원경릉은 미소를 지으며 “왕야 감사합니다.” 라고 말했다. ‘남자 다루기 은근 쉽네. 칭찬 몇마디 툭툭 건네면 바로 넘어온다니까.’사실 우문호는 원경릉이 수작을 부리는 것을 눈치챘지만, 눈 한번 딱 감고 맞장구 쳐주기로 했다. 이렇게 한바탕 소동을 벌였지만, 오히려 궁에 들어가는 그의 마음은 그다지 무겁지 않았다. 원경릉과 혼인을 한지 1년. 그 동안 매번 궁으로 들어갈 때마다 기분이 좋지 않았고, 그래서 궁에서 그를 아끼는 모든 이들의 눈에 근심이 가득했었다.마차가 궁으로 점점 가까워질 수록 그는 이유없이 기분
“태상황께서도 다행히 건강에 큰 지장이 없고, 네가 이런게 처음이라는 것을 감안하여 짐이 너에게 건곤전과 어서방 청소라는 벌을 내리겠다. 청소를 마치기 전에는 밥도 먹을 생각마라. 우문호! 너도 함께 벌을 받거라.”우문호는 명원제의 말에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부릅떴다.“왜? 내키지 않느냐?” 명원제가 분노한 목소리로 물었다.“그럴리가 있습니까!” 우문호가 재빨리 대답했다.명원제는 한숨을 내쉬며 “너희 둘을 보고있노라면 짐이 화가 나서 미칠 것 같다. 매번 이렇게 사고를 치는 것을 보니 궁에서 할일이 없어 심심한 모양이야! 넌 다친거 호전되면 날짜를 골라서 경조부(京兆府)로 오거라. 내가 너에게 일거리를 주겠다. 앞으로는 빈둥거리지말고 조정에 도움이 되어보거라!”말을 마친 명원제는 자리에서 일어나 태상황 쪽을 보았다. “부황께서는 이런 쓸모 없는 것들에게 마음 쓰지 마십시오. 이런 것들에게 연민조차 아깝습니다. 부황에 총애를 힘입어 무슨짓을 할지 모르는 것들입니다. 그럼 소인은 이만 물러가겠습니다.”명원제가 말했다.“가보거라!” 태상황은 고개를 까딱이며 말했다. 그의 얼굴에는 예상밖의 은은한 미소가 보였다.명원제는 목여태감을 데리고 기세등등하게 밖으로 나갔다. 문을 나서자마자 명원제에 입꼬리가 씨익 올라갔다. 원경릉이 주사를 부린것을 명원제가 몰랐겠는가? 그녀는 왜 술을 먹고 그 행패를 부린걸까? 어쨌든, 어서방에서 있었던 일로 분노해서 술주정을 부린 것 아닌가.태상황이 늘 원경릉을 감싸서 꾸짖을 기회를 찾지 못했는데 이번엔 원경릉이 제발로 찾아와 벌을 받을 구실을 만들어주니 명원제는 속이 다 시원했다.우문호는 명원제의 말에 한동안 멍하니 있었다. ‘부황께서 한 말이 사실이란 말인가? 내가 잘못들은게 아닐까? 부황께서 나를 경조부로 보낸다고? 나를 그렇게 신임하고 있다는 말인가?’경도(京都)에서 경조부는 가장 중요한 기관인데 명원제가 우문호를 그곳으로 파견한 것이다. “무엇을 하고 있느냐! 빨리 가서 청소하거라!” 태상황이 버럭 소리를
잔뜩 긴장한 채로 앞으로 몸을 반쯤 내밀고 있었던 주 지부는 우렁찬 상대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중심을 잃은 듯 비틀거렸다. 그는 이내 팔을 뻗어 망루의 기둥을 붙잡으려 했지만, 허공에서 멈추고 말았고, 그대로 몸이 앞으로 쏠려 떨어져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가 말에서 빠르게 날아올라, 믿기 힘들 정도로 빠른 속도로 그에게 달려갔다. 상대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주 지부가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그를 안고 빙 돌아서 바닥에 착지했다.주 지부는 깜짝 놀라서 그만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를 구해준 사람은 반짝거리는 눈망울에, 품위 있는 모습의 젊고 잘생긴 사내였다. 주 지부는 그를 황제의 호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거의 죽을 뻔한 고비를 넘겼기에, 안도의 한숨을 내쉴 새도 없이 그에게 예를 올렸다.“대인,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그때 말들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는데, 서일이 먼저 말에서 내려, 다급히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괜찮으십니까?”우문호도 매우 놀란 듯했다. 조금만 늦었다면, 주 지부는 정말 죽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가슴을 가볍게 두드리며 숨을 들이쉬었다.“괜찮다.”그러고는 주 지부를 보며 물었다.“자네는 누구요?”주 지부는 마차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보며, 누가 황제인지 추측했다.황제는 올해 마흔에 가까운 나이로 알려져 있었기에 위엄이 넘쳐 보일 것이었다. 그는 일행 중, 냉 수보와 홍엽을 만난 적 있었기에, 거친 모습을 한 이 인물은 아마도 호위로 추측된다. “묻지 않았소? 자네는 누구요? 어찌 죽으려고 하는 것이오?”서일은 그가 멍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자, 큰 소리로 다시 물었다.주 지부는 울 지경이었다. 냉 수보가 그를 보고 있으니, 예를 올려야 하지만, 황제도 자리에 있으니, 바로 냉 수보에게 예를 올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대체 누가 황제란 말인가?그는 황제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어, 결국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그러고는 그들에게만 들릴 정도로 낮은 목소
원경릉의 말은 그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고, 자리에 있던 관리들은 기쁨과 동시에 두려움에 휩싸였다. 이 대인은 땅에 엎드려 온몸을 바르르 떨고 있었다. 그는 살아생전에 자신이 황제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은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평소 차분하고 신중한 주 지부도, 그도 감정이 격해져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눈가에는 눈물이 가득했다.황후를 만난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라 생각했는데, 황제까지 오신다는 소식에 그의 마음은 흥분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원경릉은 평생을 경성에서 다섯째와 함께 있었기에, 그녀는 그저 그가 온다는 사실을 간단히 전했을 뿐이었는데 말이다. 그녀는 다들 걱정 없이 역병을 치료하고, 언제나 황제가 그들의 뒤를 든든히 지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들의 반응을 보니, 황제가 직접 오는 것이, 지방 관리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달았다.원경릉이 급히 말을 덧붙였다.“폐하게서는 그저 역병 때문에 온 것이니, 모두 각자 맡은 일에만 최선을 다하면 되네.”“예, 예, 마마의 명을 따르겠습니다.”주 지부가 눈물을 닦으며 답했다.그렇게 관아와 의서가 협력하여, 오계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원 할머니는 역병을 치료할 수 있는 처방을 몇 가지 내렸다. 경증 환자는 약차를 계속 마시고, 증상이 악화하거나 중증 환자는 그녀의 처방을 사용하도록 했다.전에 이미 근처 주부에 연락해 약을 보내라 명했고, 오계부에서 구비한 약까지 있으니, 이번 역병을 대처할 수 있었다.오계부 의서는 이번 역병을 과거의 역병과 동일하게 생각하고, 소홀히 한 것 외에는 준비가 충분했다.원경릉은 황제 일행이 저녁 무렵 오계부에 도착할 것이라 예상했다.주 지부는 원래 여러 관리와 함께 황제를 맞이할 예정이었지만, 원경릉이 이를 단호히 거부했다. 그녀는 황제가 미복 순행 중이니, 과하게 맞이하여 백성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했다.그 말에 주 지부는 당황했다.황제가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아무도 맞이하지 않는다니, 어찌 그럴 수 있다는 말인가?그러나 그는 황
약을 쓰자, 주 지부의 열이 단번에 내려갔다.열이 내려가니 정신이 맑아져, 그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는 애써 자리에서 일어나 황후마마에게 예를 올리겠다고 고집 피웠다.원경릉은 그에게 누워 있으라고 말한 후, 역병에 관해 이야기하며 주 지부에게 이를 중시할 것을 당부했다.주 지부는 이를 듣고 깜짝 놀라 말했다.“소신은 매일 의서에 사람을 보내, 역병의 상황을 보고받고 있사옵니다. 매일 보고된 상황은 그다지 심각하지 않았습니다. 비록 역병이 발생했지만, 작년과 비슷한 정도였고, 약재도 충분한데, 어찌 이렇게 심각해진 것입니까?”“매년 역병이 발생했으나, 대대적으로 퍼지지 않아,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네.”원경릉이 답했다.“의서의 이 대인을 불러, 상황을 확인하겠습니다.”주 지부는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어제 이미 그를 찾아가, 환자 수와 사망자 수를 조사하라 명했네. 하지만 그는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모를 것이네. 자네가 사람을 보내, 관아에 와서 상황을 보고하도록 하게.”“예!”주 지부는 곧바로 사람을 보냈다.푸른 옷을 입은 남자는 관아에서 일하는 관리였기에, 그는 반 시진도 채 되지 않아, 관아 내에서 병에 걸린 자가 얼마나 되는지 통계해냈다.관아 내에서 역병 증상을 보인 사람은 총 열여덟 명이었고, 그중 두 명은 병세가 심각하여 이미 집에서 쉬고 있는 상태였다. 주 지부는 관아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병에 걸린 줄 몰랐고, 관리의 보고를 들은 후, 큰 충격을 받았다.의서의 이 대인은 하루 종일 쉬지도 않고, 바삐 움직였다. 서관 대인이 직접 오셨으니, 어떻게든 시키는 일을 완성해내야 했다.그는 사실 역병이 그다지 심각하지 않고, 그저 작년과 비슷하다고 여겼었다.하지만 여러 지역과 의원을 돌아보고 나서야, 이번 역병이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처음엔 그저 서관 대인에게 보고만 하려고 했지만, 병세가 심각해지자 그도 조급해지기 시작했다.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인원수를 통계하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도, 다섯째 일행은 여전히 도착하지 않았다.그래서 원경릉과 할머니는 다른 의관을 더 둘러보기로 하고, 몇 군데 더 돌아본 뒤 관아에도 갈 계획을 했다.그런데 한 의관에 들어서자마자, 푸른 옷을 입은 중년 남자가 다급히 뛰어오며 말을 걸었다. “수 의원, 대인께서 병세가 위중합니다. 어서 봐주셔야 합니다.”의원은 그 말을 듣자마자, 약상자를 집어 들고 다른 환자들을 그냥 남겨둔 채, 푸른 옷의 중년 남자와 함께 나가려 했다.원경릉이 그를 막아 세우며 말했다.“의관에 있는 환자들을 돌봐야 하지 않소? 우리 할머님께서도 의원이니, 지부 대인의 병은 할머님께서 봐 드릴 것이오.”푸른 옷의 사내는 초조한 듯 원경릉을 향해 소리쳤다.“말도 안 되는 소리 마시오!““대인의 병세가 급박한데, 혹여라도 지체되면 당신들이 책임질 수나 있겠소?”바로 그때, 원 할머니가 호패를 꺼내, 그의 눈앞에 들이밀며 단호하게 말했다.“길을 안내하거라!”조급한 표정을 짓던 푸른 옷의 사내는 호패를 보자마자 표정이 얼어붙었다. 이내 정신을 차린 그는 곧장 허리를 굽혀 예를 올리며 말했다.“서관 대인께서 오셨을 줄은 몰랐습니다. 무례를 범해 송구하옵니다.”“그만 사과하고 길 안내나 하시오.”원경릉이 말했다.“예, 예!”사내는 급히 물러서서, 예를 갖춰서 길을 가리켰다.“마차가 밖에서 대기 중입니다. 서관 대인, 이쪽으로 오시지요.”원경릉은 할머니를 부축해 마차에 올랐고, 곧장 관아로 향했다.지부 대인은 따로 사저가 없어 관아의 뒷마당에서 거주 중이었다. 혼자 지내는 데다 관아가 워낙 가까워 편리했기 때문이다.관아에 도착하자마자, 그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안으로 들어갔다.주 지부는 병세가 꽤 심각해져 있었다. 그는 어지럼증과 흉통에 시달려, 침대에 누운 채 말을 꺼낼 힘도 없었다.원경릉은 직접 치료에 나섰고, 약상자를 열어 체온 측정기와 청진기를 꺼냈다.푸른 옷의 사내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아가씨께서도 의원이십니까?”그러자 곁에 서
이 대인이 원경릉에게 의학을 잘 모른다고 반박할 틈도 없이, 원 할머니가 먼저 입을 열었다. "말대로 하게. 하루만 줄 테니, 그 안에 역병에 관한 모든 자료를 가져오게. 사망자 수도 포함되어야 하네." 이 말까지 듣자, 이 대인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었다. 비록 조사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서관 대인이 멀리서 오계부까지 왔으니, 시키는 일은 해야지 대인의 마음에 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사람들을 보내 조사를 명한 후, 이 대인은 거처를 마련해 드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원경릉이 말했다. "괜찮습니다. 의서에 의원이 많지 않으니, 대인도 바쁘실 텐데요. 저희가 직접 오계부를 돌아보겠습니다." 이 대인은 그녀가 원 할머니의 힘을 빌려 위세를 부린다고 생각해, 대꾸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말에 답도 하지 않고, 원 할머니에게 예를 올렸다. "어르신께서 머무실 계획이 있으시면, 부디 저에게 알려주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밤 대인을 잘 대접하라, 명을 내리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네. 일이나 보게." 원 할머니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원경릉에게 말했다. "먼저 좀 돌아보다, 객사를 찾아 머물자꾸나." "예!" 두 사람은 역병을 조사하기 위해 다급히 이곳을 찾아왔기에, 먼저 각지의 의원을 직접 돌아보려 했다. 아마 다섯째 일행은 빨라야 내일이나 모레쯤 도착할 것이었다. 두 사람이 의서를 나서자, 이 대인은 뒤따라 나오려다 원 할머니의 날카로운 눈빛에 움찔하며 발길을 멈췄다. 두 사람은 오계부의 거리로 향했다. 거리가 꽤 번화했고, 사람들도 제법 많아, 대낮에는 조금 붐볐다. 그들은 곧장 의원으로 향했다. 의원 앞에는 약차가 많이 진열되어 있었지만, 환자는 얼마 없었다. 겉보기엔 역병이 퍼졌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원경릉은 안으로 들어가 의원에게 상황을 물었다. 그러자 의원은 요즘 들어 약차가 잘 팔리고 있고, 하루에 천 봉지가 넘게 팔린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도 역병
늦게 출발한 원경릉은 신속하게 오계부로 향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오계부 근처 주현에 도착하자마자, 할머니가 현지 혜민서로 가야 한다며 잠깐 멈추자고 했다. 그러고는 혜민서에 오계부로 약을 공급할 준비를 하게 했고, 명을 받으면 바로 오계부로 보낼 수 있도록 미리 준비를 당부했다. 혜민서 산하의 의료기관들은 지난 몇 년간 개혁을 통해 뚜렷한 성과를 거두었고, 지역 간의 연결도 긴밀해졌다. 특히 역병을 상대하는 체계가 가동되면 상부에서는 전력을 다해 의원과 약을 지원해줄 수 있었다. 신신당부한 뒤에야 원경릉과 할머니는 오계부로 재빨리 향했다. 곧이어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우문호 일행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태였다. 오계부는 인구가 500만 명에 이르는 곳으로, 두 개의 주부가 통합된 지역이었다. 열대에 있어, 경작지가 많고 산이 많아 농업을 위주로 삼고 있었다. 그래서 조정은 이곳을 서부의 주요 곡창지대로 삼고 있었던 것이었다. 농업이 발달한 지역은 상대적으로 경제도 번화했고, 현지 백성들은 벼 외에도 감, 자두, 리치 등을 대량으로 재배하고 있었다. 리치는 신선할 때 먹을 수도 있고, 말려서 건과로 만들어 팔 수도 있기에, 어느 정도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었다. 오계부는 백월국과 인접해 있었는데, 백월국은 북당의 속국으로 사이가 우호적이며 경제 교류도 활발했다. 이는 양국의 번영을 촉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오계부의 지부는 장씨 성을 가진 오계부 출신이었다. 장 지부는 훌륭한 관리이며 지역 백성들로부터 존경받고 있었다. 원경릉과 원 할머니는 오계부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지역 혜민서를 찾았다. 할머니는 혜민서의 서관(署館) 신분을 밝혔다. 그녀는 북당 각 주부의 의서를 총괄하는 인물이고, 총책임자이기도 했다. 혜민서의 이 의원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두 사람을 안으로 청한 후, 바로 예를 올렸는데, 마치 신선이라도 본 것처럼 목소리까지 떨고 있었다. "소인은 이자옥이라 합니다. 어르신께서 친히 오신 줄도
그녀는 일단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냉 대인이 자세한 상황을 묻는 사이에 제 대인의 피를 뽑았다. 약상자는 기능이 꽤 다양하기에, 바이러스 검사도 문제없었고, 안에는 양여혜가 준 소형 현미경도 있었다. 하지만 바이러스 관찰이나 세균 배양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체할 수 없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먼저 오계부로 향하고, 그녀는 이곳에 남아 제 대인을 치료하고 검사 결과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면 바이러스든, 세균 감염이든, 결과가 나와야 제대로 된 치료 방안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미색이 말했다. "저도 이곳에 함께 남겠습니다. 제가 환자를 돌보는 것 정도는 도울 수 있지 않겠습니까?" "괜찮으니 먼저 가거라. 어쩌면 내가 더 일찍 도착할 수도 있으니깐." 원경릉이 말했다. 그녀는 혼자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지만, 미색까지 데리고 가는 건 무리였다. "우리가 먼저 출발하는데, 어찌 더 일찍 도착할 수 있다는 것입니까?" 미색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가능한 일이다. 원 선생은 늘 기적을 만들어내니." 우문호가 말했다. 그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고, 원경릉에게 다가가 조심하라고 몇 마디 당부했다. "알았소. 지체하지 말고, 어서 떠나시오. 오계부에 도착하면 곧바로 관아를 찾아가, 의원의 빠른 대처를 명하라 하시오. 만약 내가 먼저 도착한다면, 내가 관아를 찾아가겠소." "알겠소. 그럼, 먼저 가겠소!" 우문호는 그녀와 입을 맞추고 싶었지만, 보는 이가 많으니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다. 서일은 황후를 홀로 두고 가는 것이 걱정되어, 우문호를 따라나서며 계속 물었다. "정말 황후를 이곳에 혼자 남겨도 되는 것입니까?" "그럼, 네가 남을 것이냐?" 우문호가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너도 원 선생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고 있지 않느냐?" 회왕 부부도 걱정은 되었지만, 다섯째의 여유로운 모습에 자신이 있을 것이라 믿었다. 다섯째 부부는 늘 비밀이 많은 사람들이라, 그들은 더 이상 신경
원경릉은 밖으로 나가, 오계부에 역병이 생긴 것 같다고 전했다. 오계부는 서쪽에 자리 잡고 있어, 기후가 더운 탓에 가끔 역병이 생기긴 했었지만 백성들은 고뿔 치료에 쓰이는 약초로 끓인 차를 즐겨 마시기에, 대규모로 역병이 돈 적은 없었다. 냉 대인이 말했다. "오계부에서는 이 상황을 조정에 알리지 않았습니다. 비록 해마다 역병이 생기긴 하지만, 빠르게 통제해 왔으니, 이번에도 예전과 같은 상황이지 않겠습니까?" 원경릉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런데 이번엔 더 심각할 수도 있습니다. 제 대인의 형도 역병으로 돌아가셨고, 그와 가까이 지낸 사람들도 병에 걸렸습니다. 이렇게 관아에만 역병에 걸린 자들이 많으니, 예전보다 더 심각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해마다 역병이 생겼으니, 그에 대한 대응책도 이미 있을 것입니다." 원경릉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해마다 역병이 생겼지만, 대대적으로 유행하지 않았기에, 현지 관리들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쉽게 통제될 것이라 생각하고, 방심할 수도 있으니깐요." 우문호가 물었다. "원 선생, 역병을 어떻게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하오?" "역병 상황이 안 좋을 것이라 추측할 뿐, 정말 오계부의 상황이 어떠한지는 아직 모르네. 제 대인은 여전히 고열에 시달리고 있어, 수액을 맞히고 해열제를 먹였소. 냉 대인과 함께 들어가 상황을 자세히 물어봐야겠소. 하지만 꼭 마스크를 끼고, 병을 막아야 하오." 원경릉은 유행성 독감이나 변이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일 것이라 의심하고 있었다. 그녀가 살던 세계에서는 A형 독감의 대규모 변이가 십수 년마다 한 번씩 발생했는데, 그런 변이 독감은 현대에서도 의료 체계에 큰 부담이 되곤 했다. 그러니 지금 이곳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만약 역병이 다시 시작한다면, 가능한 한 빨리 통제해야만 했다. 원경릉의 말을 우문호와 냉 대인은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도
원경릉은 청진기를 꺼내 그의 폐를 확인해 보았는데, 남녀가 가까이 접촉하는 것이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한 제 대인은 이내 손을 뻗어 그녀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병세가 심해 아픈 데다가,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묘한 위압감을 풍기는 의원의 단호한 눈빛과 기운에 그만 압도당하고 말았다. 원경릉은 앞쪽을 청진한 뒤, 그에게 옆으로 돌라고 한 다음에 꼼꼼히 살피고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며칠을 아프신 것입니까?" 제 대인은 꽉 막힌 코 때문에 콧소리를 내며 천천히 몸을 돌리고 답했다. "며칠 사이의 일입니다. 오계부를 떠날 때도 멀쩡했는데, 밤새 달리고, 말을 오래 타다 보니 고뿔에 걸렸나 봅니다." "기침 말고, 가슴 통증도 있습니까?" "예. 이곳이 아픕니다!" 제 대인은 가슴 근처를 손으로 누르며 말했다가, 숨쉬기가 어려운 듯 손바닥을 움직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도 아프고, 온몸 뼈마디도 다 아픕니다." 그러자 원경릉은 더 자세히 증상을 확인한 뒤 말했다. "약을 준비할게요. 수액을 좀 맞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수액이요?" 제 대인은 멍하니 원경릉을 바라보았다. "예. 질문은 하지 마시고, 그저 치료에 협조만 해주십시오. 병세가 꽤 심각한 편입니다." 원경릉은 제 대인이 폐렴이라 확신했고, 중증 폐렴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제 대인은 병이 심하다는 말에 초조한 표정을 지으며 다급히 말했다. "의원 나리, 제발 최선을 다해 치료해 주십시오… 저에게는 아직 모셔야 할 노모가 있습니다. 지난달 병으로 형님께서 세상을 떠난 터라, 형님의 자식들도 제가 돌봐야 하니, 절대 이대로 목숨을 잃을 수는 없습니다." 원경릉이 답했다. "최선을 다할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치료에만 집중하시지요!" 제 대인은 감동을 받은 듯 감사 인사를 올렸다. "정말… 감사합니다." 원경릉은 곧바로 약을 지어 수액을 준비했다. 수액을 맞는 동안, 제 대인은 여전히 놀란 모습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