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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명의 왕비: Chapter 111 - Chapter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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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1화

태상황이 하사한 물품이라고 하자 노마님이 천천히 몸을 돌려 원경릉을 보았다.“태상황님을 만나셨습니까?”“예. 며칠 전까지도 태상황님의 시중을 들다가 어제 막 궁을 나왔습니다.” 원경릉이 미소 띈 얼굴로 말했다. “왕비께서 노마님이 아프다는 말을 듣고 황급히 여기로 온 것 입니다.”손씨가 급히 말을 덧붙였다.노마님의 표정이 한순간 일그러지더니 벌떡 일어나 부들거리는 손으로 원경릉의 뺨을 내리쳤다. “어디서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태상황님의 병시중을 들었다고?”원경릉은 뺨을 맞았지만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노마님은 온 힘을 다해 말을 뱉어내고는 숨을 헐떡였다. 노마님은 목에서 가래가 올라오는 듯 구룩거리는 소리를 냈다.그녀의 얼굴이 점점 파래지더니 피가 안통하는 듯 입술이 하얘졌다. 그녀는 숨을 헐떡이며 침상에 누웠다. 원경릉은 다급하게 약상자 안에 천식 흡입기를 꺼냈다. 그녀는 호흡기를 노마님의 입과 코에 대고는 다급하게 외쳤다. “힘껏 들이마시세요. 이것은 황실에서 쓰는 효과가 좋은 약입니다!”노마님은 인상을 찌푸린채로 어쩔 수 없이 깊게 흡입기를 들이마셨다. 원경릉은 흡입제가 한 칸 내려오는 것을 보고 안심했다. “천천히 숨을 쉬세요.”노마님의 호흡이 차츰 부드러워졌고 백지장 같던 그녀의 얼굴에도 핏기가 돌았다. “이게 무슨 약입니까? 정말 신통합니다!”이를 본 손씨가 놀란 듯 말했다.“궁에서 쓰는 약입니다. 태상황님께서도 이것과 비슷한 약을 쓰십니다.” 원경릉은 흡입기를 침상 머리맡에 두며 “나중에 조모께서 발작을 일으키시면 이걸 쓰십시오.” 라고 말했다. 노마님이 점차 안정되자 원경릉은 청진기를 꺼내 심장과 폐 주위를 살폈다. 그녀는 노마님이 천식을 앓았고 그 이후에 폐기종까지 앓았기에 그녀의 몸이 성치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만약 여기서 병세가 더 악화된다면 죽을 수 있었다.천식은 이미 손을 쓰기 어려운 상태였고 폐기종은 만성병이기에 오랜 기간 치료를 하지 않으면 쉽게 호전되기 어려웠다. 노마님은 병으로 쓰러진 이후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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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2화

원경릉이 노마님의 곁을 지키고 있는데, 소나라(苏国)의 삼촌이 찾아왔다. 소국구(苏国舅)은 태후의 친동생으로 황제의 처남이다. 소가(苏家)는 몇 년 동안이나 특출난 인재가 없었는데, 부자는 망해도 3대가 먹고 산다고 하지않는가. 태후, 현비 모두 조정에서 한가닥 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소국구가 정후부에 와서는 단도직입적으로 초왕이 후궁을 맞이할 것이라고 얘기했다. 말을 하는 내내 태후를 들먹이며 정후부와 초왕비도 후궁을 맞는 일에 나서서 축복하라고 했다.정후가 초왕이 후궁을 들인다는 소식을 듣고 낙심했다. 진작 알았더라면 공주부의 일을 꾸미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처럼 초왕의 총애를 얻지도 못하고, 주씨 가문에게도 미움을 받고 있으니 그야말로 딸도 잃고 권력도 잃은 격이 된 것이다. 하지만 소국구의 강력한 요구에 그는 진심으로 축하하는 척 하는 수 밖에 없었다. “국구야(国舅爷). 안심하세요. 왕비도 기뻐할 것 입니다. 주씨 가문에서 후궁을 들이시면 왕비도 자매처럼 지내며 왕야를 잘 모실겁니다.”“후작나리께서는 머리가 좋으신 분이니 제가 말에 핵심을 짚으셨으리라 믿습니다. 후궁을 들이면 태후마마와 현비마마가 마음을 놓으실 겁니다. 안심하시지요. 후작나리의 일은 현비마마가 기억하고 있으니 억울한 일을 겪지는 않을 겁니다.” 국구는 담담하게 말했다.정후가 쓴 웃음을 지었다. 그의 일은 어찌 현비가 돕겠는가? 지금 북당의 강산 절반을 주씨 가문이 꽉 잡고 있는 마당에 소씨 가문이 힘을 쓸 수가 있겠는가? 하지만 그는 일부러 기쁜 척하며 연신 읍했다. “태후마마, 현비마마 황송하옵니다!”소국구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갔다. 노마님의 집 밖으로 나온 원경릉은 두명의 시위(侍卫)에게 가로막혀 서재로 끌려왔다. 정후부에서는 녹주를 원경릉과 따로 떼어 놓기 위해 불러다가 간식을 먹였다.정후는 원경릉을 보자 대노하였다. “묻는 말에 대답하거라. 네가 초왕이 후궁을 들이는 것을 반대하다가 현비의 노여움을 사 궁에서 쫓겨난 것이냐?”원경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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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3화

이 일은 정후가 주동적으로 나서서 처리해야만 했다. 황실과 정후부의 체면을 차리면서도 초왕의 심기를 살펴야했다.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초왕과 정후부의 체면을 위해서는 딱 한가지 방법 뿐, 바로 원경릉을 희생시키는 길 밖에 없었다.그의 눈빛이 싸늘해졌다. "이리오거라! 둘째 노마님을 불러오거라." 원경릉이 정후부로 돌아온 후 사흘 정도 됐을 무렵, 둘째 노마님에게 좋은 어의를 불러 임신을 하기 위한 검사를 진행했지만, 선천병이 있어 임신할수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는 소문이 항간에 파다하게 퍼졌는데, 정후부의 둘째 노마님의 주변인이 퍼뜨린 것으로 알려졌다. 원경릉이 이 소식을 들은 것은 사흘이 지난 뒤였다.녹주는 시내에 바늘을 사러 나갔다가 이 소문을 듣게 됐다. 소문을 들은 녹주는 몹시 화가 났다. 원경릉이 친정에 온 순간부터 녹주가 곁에 있었는데 어의는 커녕 환대도 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이 말을 들은 원경릉은 그저 담담하게 웃기만 했다. 그녀는 이미 마음속으로 정후부가 일부러 이 소문을 퍼뜨린 것을 알아차렸다. 원경릉이 이미 왕부와 주씨 가문의 눈 밖에 난 이상, 주씨 가문에게 아부하기위해 이런 소문을 퍼뜨린게 분명했다.이 소식을 들은 주씨 가문은 손 안대고 코푼격이 되었다. 원경릉이 스스로 구실을 찾아 황실을 나가주겠다니. 주씨 가문에서는 줄곧 우문호와의 혼사를 미뤄왔는데 이는 둘째 딸인 주명양이 후궁으로 시집을 갈 줄은 생각지도 못했고 그닥 탐탁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 주명양이 초왕의 정비로 시집을 간다면 다른 이야기가 될 것이다.과연 정후의 잔머리는 알아줄 만 했다. 이런 머리를 나라와 국민을 위해 썼다면 얼마나 좋았겠는가?"왕비님, 왜 화를 내지 않으십니까? 세상 사람들은 모두 헛소문을 믿고 있습니다."비록 녹주는 이전에 왕비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지금 왕비는 예전과 많이 바뀌었다. 지금의 녹주는 진심으로 왕비를 생각하고 있었다. 녹주는 사람들이 왕비를 욕하는 것이 용납할 수 없이 화가 났다.그러자 원경릉은 웃으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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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4화

첩을 들이는 문제로 입궁한 원경릉원경릉 생각에 측실을 맞이하는 일은 벌써 며칠째 입질에 오르내렸다. 바깥엔 원경릉이 아이를 낳지 못한다는 소문이 돌고, 이 얘기가 궁에 전해지면 원경릉을 궁으로 불러 내칠 것이 분명하다. 원경릉은 기상궁에게 오늘이나 어젯밤에 궁중에서 사람이 온 적이 없었냐고 물었다.기상궁은: “목여태감이 직접 한 번 오셨습니다.”바로 그거다, 분명 황제 폐하께서 초왕의 뜻을 재차 확인하기 위해서인 게 분명하다. 주씨 집안의 여식을 아내로 맞는 것이 우문호의 소원이었는데, 우문호가 흔쾌히 응하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원경릉은 태연하다. 비록 황실 가문에서 내쳐지지만, 분명 그녀에게 충분히 배상해 줄 것이고, 원경릉은 앞으로 생계로 걱정할 필요 없으며, 차용증도 한 장 있으니, 이 차용증으로 자신을 위한 작은 집 한 칸은 마련할 수 있다.드디어 해방이란 마음으로 원경릉은 마차에 올랐다.궁 입구에서 원경릉은 마차의 가리개를 걷고 끝없이 늘어선 황금빛 자개 추녀를 바라보며, 어쩌면 이게 그녀의 마지막 입궁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또한 그녀의 마음속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쁨과 자유가 있었다.원경릉은 마차에세 내려 어서방으로 걸어가며 심미안을 가지고 궁중의 경치를 감상했다.북당의 황궁은 정말 아름답다. 강남의 건축물처럼 우아한 아름다움이 아니라, 북당의 황궁은 위풍당당한 아름다움, 유구한 고탑, 넓은 전당, 금박을 칠한 둥근 기둥, 황권의 위세가 드러나지 않은 곳이 없다. 원경릉은 어서방 문 앞에서 안에서 나오던 사람과 마주쳤다.이 사람은 청색 학창의를 입고, 관모에 홍보석을 박았는데 대략 6~70세 정도로 수염과 머리가 희끗희끗하다. 얼굴이 홀쭉하고 말랐으나 눈빛만은 상당히 예리해서 그가 나갈 때 한번 원경릉의 얼굴에 눈길을 주었을 뿐인 데도 마치 두 줄기 번개로 훑는 것 같아 원경릉은 두려움에 몸서리를 쳤다. 이 사람이 바로 북당의 산천 절반을 손에 쥐고 있으며,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위치에 있는 주재상이다.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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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5화

우문호가 후궁을 들이는 것에 대한 원경릉의 생각원경릉이 멍청했다, 우문호 너는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저는 반대하지 않았어요.” 원경릉이 급히 해명하며, “이 일은 왕야가 애초에 제 의사를 물어본 적도 없습니다.”“너는 지금 다섯째가 네 의사를 존중하지 않는다고 무언중에 얘기하는 것이냐?” 명원제의 목소리가 더욱 가라앉았다.“아닙니다. 그런 뜻이 아니라……”만약 생각하는 바가 서로 너무 틀리면, 원경릉은 본래 ‘저는 아무 이견 없다’는 한 마디만 확실하게 답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혼장을 기다렸다가, 짐을 싸서 나가기만 하면 된다. 결국 바깥 소문이 전부 원경릉이 왕비자리에서 내려오는데 복선이 되어 줄 것이기 때문이다.“목여태감이 얻은 답은 네가 결혼한지 고작 일년에 불과하니 이렇게 빨리 후궁을 들여서는 안된다는 것으로, 짐이 기억하기로 너도 곧 황실을 위해 자손을 낳겠다고 했는데, 네 말이 앞 뒤가 모순 아닌가? 도대체 뭐가 맞는 말이냐?”원경릉은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그때는 얼른 아이를 낳을 거라고 답했는데, 당시 분위기에 맞춰 원경릉이 해야 할 말을 했을 뿐으로 다음 일을 생각할 겨를이나 있었나?“너는 도대체 찬성이냐 아니면 반대냐?” 명원제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물었다.원경릉은 입을 열어 동의한다는 말이 나오려는 찰나, 목여태감이: “왕비마마께서 말을 아끼시는 것은, 폐하를 속이는 죄를 짓지 않으려 하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원경릉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데, 폐하를 속이는 죄?하지만 원경릉이 뭐라고 대답해야 폐하를 속이지 않는 걸까? 찬성하든 반대하든 전부 폐하를 속이는 죄를 짓고 만다.목여태감이 일깨워주며: “왕비마마께서 당시에 찬성하신 것은, 왕야를 위해 자손을 낳는 것이었습니다, 그렇지요? 하지만 만약 왕비마마께서 일년 내에 황자를 낳으시면 이 문제를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그러……” 원경릉은 근심으로 머리가 하얗게 샐 지경이다.아니라고 말하면, 그때 황제 폐하께 황실의 자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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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6화

태상황 앞에 선 원경릉명원제가: “다섯째가 너를 존중한다고 하니, 짐도 다섯째를 한 번 존중하기로 하지. 혼사는 강요할 수 없는 법. 앞으로 원수가 되지 않게 이 일은 짐이 현비에게 가서 해명하마, 너는 가보거라.”맞다, 현비가 있었다. 원경릉은 이번에 자신의 시어머니한테까지 완전히 미움을 샀다. 사방에 적이 아닌 사람이 없구나.어서방을 나오며 원경릉은 마음속에 어마어마하게 큰 칼을 품었다. 만약 살인이 죄가 아니라면 우문호는 반드시 그녀의 손에 죽어 마땅하다.어서방을 떠나 밖으로 나오니 누군가 원경릉을 기다렸다가 현비가 그녀를 보고자 한다고 전했다.바깥세상의 압박이 언제 자신한테 다다를까 했는데, 현비가 가장 빨랐다.눈 딱 감고 현비가 있는 경여궁(慶余宮)으로 가는 길에, 뜻밖에도 상선을 만났다.“왕비마마, 태상황 폐하께서 찾으십니다!”경여궁의 상궁이: “상선, 현비마마께서 먼저 왕비를 청하셨으니, 몇 말씀 드려 주시겠습니까, 아니면 경여궁에 갔다 오는 것을 기다려서 다시 건곤궁에 모시고 가는 게 나으신 지요?”상선은 미륵불처럼 염화미소를 지으며, “중요한 일 아닙니다, 단지 태상황 폐하께서 기다리다 지치셔서 노하시는 건 아닌지 걱정은 됩니다만.”상궁은 고집을 부릴 수 없어, “그럼, 왕비께서는 태상황 폐하를 알현하시고 경여궁으로 가시지요.” 상선이: “그리 빨리 끝나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태상황 폐하 쪽 일이 워낙 많고, 게다가 하나는 왕비께서 바로 출궁하여 처리하실 일이라, 상궁은 현비마마께 돌아가 왕비께서 다음에 다시 입궁하여 현비마마께 문안을 드리겠다고 전해주시지요.”상궁의 안색이 미묘하게 변했다.“이건 태상황 폐하의 뜻이십니다.” 상선이 다시한번 일깨우며 말했다.상궁은 예를 취하고, “예, 그럼 저는 이만 현비마마께 돌아가겠습니다.”원경릉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상선을 따라 갔다.어느정도 가서 원경릉이: “상선이 나서서 도와 줘서 고마워요.”“태상황 폐하께서 선견지명이 있으신 것이지요.” 상선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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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7화

태상황 앞에서 고주망태가 돼서 주정하는 원경릉“한 모금하고 다 잊어 버려, 마음에 담아 두지 말고, 힘든 날엔 취할 수도 있지, 취하면 사람을 시켜 초왕부에 바래다주마.”태상황이 말하며 손짓으로 상선에게 술을 가져오게 시켰다.원경릉은 지난 생에 마신 술 중에 제일 센 게 샴페인으로, 두 잔 마시고 고주망태로 취했지만 다른 몸이 되었으니 주량이 이렇게 작진 않을 게 분명하고 어쨌든 이 고대 사람들은 가끔 술을 마신다더라.상선이 가져온 계화황주 향기가 나자, 원경릉은 한 모금 냄새를 들이마셔보니 향이 괜찮은 게 독한 주정 냄새가 나지 않는다.“과인은 마실 수 없고 평소에도 자주 마신 게 아니라 술 냄새만 맡아도 힘들구나.” 태상황이 흥미를 가지고 있는 게 뻔히 보이는데 이렇게 말한다.상선이 옆에서 술을 따르며 태상황에게 한잔을 따르자, 원경릉이 한 손으로 저지하며 경고하길: “냄새만 맡으실 수 있어요.”“냄새만 맡아도 좋아.” 태상황이 심호흡을 하니 술기운이 코를 통해 천천히 스며들어 마실 때의 술 맛을 되새김질 해보니 전신이 악간 휘청거리는 기분이다. “자, 넌 마셔라, 과인은 냄새를 맡을 테니!” 태상황은 술잔을 들고 원경릉과 건배를 했다.태상황은 술잔을 입가에 가져가서, “이 술 맛이 변한 건가? 왜 이전처럼 향기롭지 않지? 이놈들, 술 관리를 제대로 못했구나, 과인이 먹어보고 만약 맛이 변했으면 이놈들 전부 끌어내서 곤장을 쳐라.”말을 마치고 살짝 입을 대더니 쯧쯧 혀를 차며, “맛을 못 봤어.”이렇게 손을 흔들며 계속 맛을 보니, 상선이 손을 꼭 쥐며, “태상황 폐하, 수법을 좀 바꾸시는 게 어떠십니까? 또 속이고 술을 드셨습니다.”태상황은 부끄러운 나머지 화를 내며, “과인이 속여서 술을 마실 필요가 어디 있어? 과인이 마시고 싶으면 너희들이 어디 막을 수가 있느냐?”“소인이 잘못했습니다. 그러니 잔은 내려놓으시고 계속 향을 음미하시지요.”상선이 말했다.태상황은 쉴 새 없이 잔소리를 퍼붓고 잔을 내려 놓으며 원경릉에게, ‘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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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8화

술취해 망가진 원경릉원경릉이 이 모양이 되어 봉의각으로 실려온 것을 보고, 모두 놀라 자빠질 지경이었다. 그래도 기상궁이 침착하게 서둘러 녹주에게 해장국을 준비하게 하고 구사에게 상황을 물어보았다.구사가: “태상황 폐하의 어전에서 술에 취해, 해장국도 내려주었으나 전부 토했습니다.”“태상황 폐하 어전에서 취했다고요? 세상에나, 태상황 폐하께서 어마어마하게 화를 내셨겠네요.” 희상궁이 경악하며 말했다.“어마어마하게 화가 나셨는지 안 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상선 얼굴이 완전 하얗게 질렸 더군요.” 구사가 말했다.“아이고!” 희상궁이 얼굴을 돌려 원경릉을 보니 침대에 앉아있길래 기상궁이 그녀를 눕히려 하자 원경릉이 유모 손을 잡고: “건드리지 마, 나 어지러워!”“구대인서는 돌아가시지요, 감사합니다.” 희상궁이 말했다.구사가 원경릉을 보니 얼굴이 무섭게 달아올라 있으며 눈은 뻘겋고 머리는 산발에 옷도 찢겨서 여기저기 구겨진 게, 총체적으로 난국이다.“그럼 이만!” 구사가 몸을 돌려 나갔다.평소처럼 나갈 때 봤을 땐 분명 단아한 초왕비였건만, 고주망태가 되어 주사를 부리니 이렇게 끔찍할 수가. 구사는 막 건곤전에 도착했을 때를 떠올렸다. 원경릉이 의자를 들어 때려 부수고 있고, 태상황은 나한상 귀퉁이에 찌그러져 있으며, 상선은 몸에 구토물을 뒤집어 쓴 채, 하사 받은 새 옷이 못 쓰게 된 것에, 발을 구르며 열 받아 했다.구사는 한번도 건곤전에서 이렇게…… 사람냄새가 나는 걸 본 적이 없다.또한 태상황 폐하께서 위엄 있는 표정 외에 다른 표정, 그러니까 겁에 질린 아기토끼 같은 표정을 지으시는 걸 본 적도 없다.어쩌면 왕야께 이 일을 말씀드려야 했을 지 모른다.원경릉은 침대 앞에 앉아 하늘이 뱅뱅 돌며 눈 앞에 사물이 다가왔다 멀어졌다 하고, 잡음이 귀에 윙윙 들리는데 마치 저 멀리서 그녀와 아무 상관없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원경릉은 지금 머리가 터지기 일보 직전이다.반드시 뭔가를 해야만 했다. 아니면 열 받아 죽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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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9화

우문호에게 식칼을 들고 뛰어든 원경릉원경릉은 자꾸 발을 헛디디며, 입으론 중얼중얼, “또 나를 끌고 가는 거야? 나 올해 삼재야? 여기 오니까 사람들한테 범인 취급 당해, 니들이 나 구해줬을 때 있잖아.”“예, 예!” 두 사람은 답은 해야 하겠고, 감히 반문할 수도 없었지만 마음속으로 왕비는 도대체 어떻게 된 건지, 상선이 어떻게 왕비를 이렇게 취하도록 놔둔 건지 의혹이 쌓여갔다.밖으로 나가 바람을 맞자, 원경릉은 편하지가 않고 오히려 머리가 지끈거렸다. 하지만 마음은 잡념이 끊임없이 소용돌이 쳤다.마음 속에 꾹꾹 눌러 놓은 화가 가득 차올라 너무 고통스럽다. 어떻게 한 가지도 편하게 지나가는 게 없을까? 너 우문호, 혼사를 거절하고 싶으면 자기 뜻이 그렇다고 하면 되지, 왜 원경릉을 방패막이로 삼는 건데? 원경릉이 그렇게 만만해?지금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미움을 사서, 원경릉은 허리띠로 목을 메고 사람들이 언제 와서 시체를 가져가나 보고 있을 뿐이다. 목숨이 한낱 지푸라기 같구나, 이름도 한낱 지푸라기 같구나, 원경릉은 마음 속으로 이 말을 몇 번이고 반복했다. 원경릉이 만약 죽어야 한다면 그녀를 이렇게 만든 원흉도 죽어 마땅하다. 이 집념 하나로 원경릉은 주방에 도착해 두 사람을 뿌리치고 머리를 들이 밀고 안으로 들어갔다. 원경릉이 허위적 허위적 걷는 것을 보고 녹주는 깜짝 놀라 심장이 튀어나오는 줄 알았다, “왕비마마께서 여기서 뭘 찾으십니까? 말씀하세요, 쇤네가 찾아 드리겠습니다.”원경릉이 발견했는지 달려들어 큰 식칼을 빼 들고, 녹주를 향해 이를 악물고: “나를 해치려는 사람은 내가 먼저 죽여주겠어.” 이 행동에 두 상궁과 녹주는 놀라 자빠지고, 원경릉은 식칼을 휘두르며 칼춤을 추는데 실수로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하는게 문제가 아니라 실수로 자기가 다칠 것 같아 걱정이 됐다.“왕비마마, 말로 하세요!” 희상궁이 녹주에게 눈짓을 하자, 녹주가 시위를 찾으러 나갔다.녹주가 눈치를 채고 빈틈을 노려 밖으로 도망치려 하자, 원경릉이 녹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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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20화

우문호에게 쳐들어와 행패를 부리는 원경릉탕양은 원경릉이 식칼을 휘두르는 것을 보고 심장이 벌렁벌렁 거려 뭐라고 입을 떼려는 데 우문호가 천천히 일어나 손으로 탁자를 잡고 낮은 목소리로: “너희는 먼저 나가거라, 왕비가 찾는 건 나다.”구사는 우문호를 보고, “진정이십니까?”“가라.” 우문호가 말했다.구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탕양에게: “가자.”탕양은 사실 걱정이 됐다. 왕비가 취해서 모시고 돌아왔다고 구사가 말해서 막 알았는데 이렇게 금방 식칼을 휘두르며 오다니 정말 아무런 방비도 하지 못 했는데.난동을 부리는 주정뱅이 여자는 물론 위험하다. 하지만 왕야가 아직 상처가 낫지 않으셨다 해도 왕비의 손에서 칼을 뺏는 것 정도는 일도 아니다.탕양은 구사와 같이 밖으로 나갔다.“문 닫아!” 원경릉이 식칼을 휘두르며 차갑게 말했다.탕양이 우문호를 바라보자 우문호가 말하길: “왕비 말을 들어라, 그녀는 지금 무기가 있으니 가장 대단해.”문이 닫히고 실내는 고요하다. 원경릉의 숨소리만 헉헉 거칠게 나고, 가슴이 오르락내리락 한다.우문호가 그녀를 바라보는 얼굴에 화난 표정이 전혀 없다.“너 나를 비웃었어.” 원경릉은 우문호가 방금 한 말을 듣고 기분이 상했다. 그녀는 무기가 있으니 가장 대단하다고? 원경릉은 안다, 자기가 기관총을 들고 있어도 우문호 앞에선 여전히 약자라는 것을. “비웃은 거 아냐. 너 지금 취했어.” 우문호가 다가오려고 시도하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다가오지 마, 어딜 와. 네가 다가오면 위험해.” 원경릉은 식칼을 들고 화가 나서 말했다.“내 손에 칼붙이 하나 없어, 게다가 중상을 입었고, 이쪽이 위험한 게 맞지.” 우문호가 말했다.원경릉은 애써 눈을 가늘게 뜨고 악랄한 모습을 꾸며봤지만 술기운이 올라오니 눈이 풀리면서 살상력이라고는 1도 없어 보인다.원경릉은 고개를 흔들어본다. 달려온 후라 하늘이 더 뱅뱅 돈다. 그녀의 눈에 우문호가 계속 이리저리 흔들리자 원경릉은 구시렁거리며 욕을 했다.“젠장, 경고한다. 움직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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