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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 왕비의 모든 챕터: 챕터 1291 - 챕터 1300

3193 챕터

제 1291화

태자를 탄핵하라위태부(韋太傅)는 오늘 일찍 조정에 나와 이 말을 듣고 홱 돌아보는데, 놀라서 눈알이 튀어나올 듯했다. 안왕부에서 생긴 일을 아무도 그에게 알리지 않아서 그는 방금 얘기를 들은 참이다.안왕이 우문호를 노려보며 우문호의 입을 쫙 찢어 버리고 싶은 것이, 이 일은 아직 조사해서 확인된 것도 아니고 알리지도 않았는데 우문호가 이렇게 큰소리로 사방에 외쳐 대다니, 태자비를 죽이려고 자객을 매수한 게 그라는 걸 확정하려는 걸까?안왕이 차갑게, “공의는 민심에서 자유로운 법, 아는 사람들은 전부 이것이 황당무계한 고발이란 사실을 알고 있지요. 떠들고 다닐 리 없다는 걸 믿습니다. 반대로 태자 전하께서 이렇게 외치고 다니시는 걸 보니 세상이 모를까 걱정이 되십니까 아니면 다른 속셈이 있어서 아닙니까?”우문호가 눈을 부라리며, “제가 가만있으니 가마니 같은 가 봅니다? 속셈은 무슨 속셈입니까?”안왕은 결혼 피로연 이후로 우문호에 대한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랐고 많은 사람들이 우문호를 탄핵하는 주청에 연명장을 썼기 때문에 순간 욱하는 마음에 날카로운 목소리로, “태자 전하, 제가 모른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회왕비가 결혼 피로연에서 했던 말 전부 전하께서 시킨 것이고, 태자비를 죽이려는 사람은 아예 있지도 않았어요. 전하는 제가 경성으로 귀환한 것을 보고 일부러 없는 사실을 꾸며 절 모함하는데, 제가 도대체 어디가 태자 전하의 일에 걸림돌이 되는지 모르겠으나 이런 더러운 수단으로 절 대하셔도 되는 겁니까.”우문호는 이 말을 듣고 열이 뻗쳐서 화를 내며, “우문안! 아직 신났지? 내가 아까 당신을 믿는다고 한 건, 형제의 우애를 상해서 아바마마 심기를 건드리고 싶지 않아서 였어. 그런데 그걸 비집고 들어와서 말 안 듣고 고집을 부린다는 말이지. 좋아, 회왕비가 한 말이 내가 시킨 거라고 했는데 그럼 증거를 가져와 봐, 증거를 못 가져오면 오늘 끝장을 볼 줄 알아.”“좀 있어봐요, 좋은 거 보여 줄 테니.” 안왕은 화가 나서 우문호와 말을 섞고 싶지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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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292화

탄핵 반전이 말에 조정 중신들이 들썩거렸다!모두 제각기 우문호를 바라보며 ‘천자의 코 앞에서 어떻게 잘못된 판결로 억울한 사형집행이 벌어진다는 말인가, 어쩐지 어제 백성들이 소란스럽게 굴더라.’우문호는 금시초문이라는 듯, “진범이 자수했습니까? 하지만 저는 이미 조사를 마쳤고, 이 사안은 철저하게 조사한 끝에 범인도 범죄사실을 동일하게 자백했습니다.”안왕이 차갑게, “자백이요? 고문하신 거죠? 어엿한 태자 신분으로 사건을 처리하면서 무고한 사람을 심하게 고문해서 자백을 받다니, 참으로 어이가 없군요!”우문호가 정색하고, “폐하께 아룁니다. 소신 용의자에게 고신을 가한 적이 없으며, 범인이 피해자를 호수에 민 사실도 자백했습니다. 그리고 증인과 증거를 모두 갖추어 발뺌할 수 없는 상황이므로 소신이 북당의 법률에 의거하여 살인자를 참수형에 처했는데 왜 백성의 목숨을 하찮게 여긴다는 건지? 뜬금없이 자수했다는 그 진범이 오히려 이상합니다. 게다가 미해결 사건을 형부는 왜 경조부와 상의하지 않고 먼저 상소부터 올리는 겁니까?”말을 마치고 우문호는 손상서를 바라봤다.손상서는 당황해서, “호숫가 살인사건이요? 제가 말씀 올린 것은 그 사건이 아니라 오주(吳柱)와 주씨(朱氏)피살 사건입니다. 이 사건을 왕야께서 서류를 건내시고 이미 사건을 매듭지었다고 하셨는데 제가 보니 범인에 문제가 있었고 진짜 범인이 이미 자수했습니다.”오주는 그 홀아비이고 주씨는 백정의 아내다.우문호는 더욱 이상하다는 듯, “오주와 주씨 사건을 형부에 건네며 별첨에 언급하길, 이 사건은 형부에 건네면 범인이 자수할 것이라고 했는데 지금 범인이 이미 형부에 자수하지 않았습니까?”손상서의 얼굴색이 변하며, “그……그럼 왕야께서 지난번에 처결하신 것은 이 사건의 범인이 아닙니까?”우문호가, “당연히 아니지요, 손대인, 어떻게 된 겁니까? 제가 제출한 사건은 한 건 한 건 전부 똑똑히 기억하는데 처결한 것은 호숫가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주씨와 오주 피살사건 용의자는 아직 경조부 감옥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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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293화

위태부의 탄핵안왕이, “폐하, 방금 태자 전하께서 이 사건을 형부에 제출할 때 범인이 나중에 자수할 거라고 별첨에 썼다는데 생각해보면 태자 전하는 범인이 누구인지 안다는 말이 아닙니까, 범인을 알면서 왜 바로 체포하지 않았지요? 그리고 범인이 와서 자수하기를 기다렸다?”우문호가, “폐하께 아룁니다, 소신 이미 사람을 시켜 범인까지 조사해 범인이 범죄사실을 자백하고 형부에 가서 자수하겠다고 했습니다. 소신은 범인에게 그 기회를 주었을 뿐으로 자수하러 가는 길은 사람을 시켜 따라갔고 형부에서 사건의 정황을 이해하지 못할까 싶어 먼저 사건 수사기록을 넘겼던 것입니다.”안왕이 차갑게 웃으며, “자수를 왜 굳이 형부에 가서 해야 하죠? 태자가 있는 경조사에서도 가능하고 이미 범죄사실을 파악하고도 자수라니 누구를 가지고 놀려는 겁니까?”우문호가 놀랐다가 문득 깨닫고, “맞아요, 자수를 하려면 경조부에 자수도 가능했는데 이 범인은 도대체 왜 이런 연극을 했을까요? 반드시 형부에서 자수해야 하는 이유라면, 분명 속사정이 있을 텐데, 역시 다시 한번 엄중히 심사할 것을 건의 드립니다.”“태자……”안왕은 열이 뻗쳐올라서 가슴이 답답한데, 우문호가 이렇게 말하는 건 이 자수한 사람도 속셈이 있다는 걸 대놓고 말하는 게 아니고 뭐야?조정 대신들도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이, 이 사건은 경조부에서 처리하는 것인데 범인은 일부러 형부에 자수하고 방금 호부상서도 말했지만 사건이 새 나간 것을 보면 형부에 외부의 입김이 들어갔다는 건데 그럼 형부와 범인은 대체 무슨 꿍꿍이를 꾸미고 있는 거지?황제의 스승인 위태부가 비틀비틀 줄 밖으로 나오며 형형한 눈빛으로, “폐하, 소신 탄핵을 주청드립니다!”위태부는 전에 조정의 어른으로 태자비가 문둥산에 간 일을 때문에 간언하다 격동하여 머리를 부딪혀 상처를 입고 지금 조금 나아졌으나 여전히 허약해 보였다.명원제가 위태부를 보고 어둡던 얼굴이 비로소 풀어지며, “태부는 상소를 올리라.”위태부는 후들거리며 무릎을 꿇고 준엄한 목소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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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294화

궁지에 몰리는 안왕안왕은 하마터면 뒷목을 잡고 쓰러질 뻔 했다. 오늘 탄핵을 주청할 때 100% 확신이 있었는데 형부가 일을 이따위로 허술하게 할 줄 누가 알았나, 서류조차 제대로 확인을 안 하다니.아니다, 이건 우문호의 고의다. 여러 사건을 제출해 시선을 헛갈리게 만드는 가 하면, 저 위태부는 다친 이후로 계속 조정에 출석하지 않았는데 하필 오늘 와서 자신을 질책하는데 힘을 보태는 것으로 보아 이미 계획된 것이다.위태부는 흥분한 나머지 지난번처럼 목숨을 걸고 간언하며 얼굴이 빨갛다 못해 자줏빛이 되고 가슴 깊숙한 곳에서부터 울부짖듯, “폐하, 태자 전하의 위상이 요동쳐서는 안됩니다. 태자를 흔드는 것은 국본을 흔드는 것이요, 안왕 전하는 야심을 품고 태자 전하의 지위를 노리고 있습니다. 만약 계속 잘못을 고집하고 뉘우치지 않는다면 형제가 반목하고 상잔하는 비극을 초래해 황실은 비참하기 짝이 없어질 것입니다. 소신의 목을 걸고 폐하께 엄중한 조사와 처벌을 청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소신 이 대전에 머리를 박고 자진할 생각입니다.”명원제가 이 말을 듣고 머리속이 하얘지는 게 지난 번에 죽겠다고 기둥에 부딪혀서 놀라 자빠질 뻔했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올랐기 때문이다.지금 머리통이 달걀껍질처럼 얄팍한 상태로 한번 더 박았다간 견디지 못할 게 분명했다. 대전에 다른 사람 피를 뿌리는 건 모르겠지만 명원제의 제위 기간 동안 황제의 스승의 피를 뿌리는 것만은 절대로 사양한다.명원제는 차갑게 안왕을 훑어보니 목까지 빨개져서 있다. 명원제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태자의 지위를 넘보았느냐?”대전의 문무백관의 눈이 전부 안왕에 쏠렸다. 안왕은 억지로 침을 삼키고, “폐하, 소신이 만약 그런 더러운 야심을 품고 있었으면 백 번 죽어 마땅합니다.”명원제가 차갑게, “그럼 어디 설명 해 보아라, 오늘 너희 12명이 탄핵을 주청한 것은 공교롭게도 그렇게 된 것이냐 아니면 비공식적인 담합이 있었던 것이냐?”안왕이 땅에 엎드려, “폐하께 아룁니다, 신은……신은 다른 대인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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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295화

냉정언의 반격“잘 물어 보셨습니다!” 냉정언이 눈을 반짝이며 마치 그가 이렇게 묻길 기다렸다는 듯, “ 태자비 마마는 보름전에 매화장에 가셔서 대흥국의 임 선생님과 의술을 연구해 나병을 낫게 할 처방을 얻었습니다. 일단 이 일이 성사되면 나병은 북당에서 더이상 불치병이나 악질이 아니요, 천추에 길이 남을 큰 공을 세우게 되는 것입니다. 이 공은 자연스럽게 태자 전하에게 돌아가겠지요, 때가 되면 민심은 태자 전하의 지위가 공고해 지는 쪽으로 향할 것입니다. 만약 누군가 태자의 위치를 흔들고 싶다면 설상가상이죠.”문무 백관은 태자비가 나병을 치료할 약을 가지고 있다는 말을 처음 듣는 게 아니라 처음 들을 땐 추측에 불과하지 않을까 했지만 지금 주재상에 이어 냉정언까지 확실하게 단언하는 것으로 확률이 80~90%로 보인다.일시에 조정 대신들이 술렁거리며 조정의 우두머리가 누구인지 안왕의 죄를 물어야 하는지 생각도 않고 삼삼오오 우문호에게 몰려들어 질문을 했다.위태부는 비록 문둥산을 거론하는 것이 싫지만 냉정언의 이 말을 들으니 위태부의 마음속에도 이루어지길 바라는 마음에 큰 소리로 사람들을 막지 않았다.우문호가 시원스럽고 자신만만하게, “원래 치료가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태자비가 왜 걸핏하면 문둥산에 올라갔겠습니까? 임선생님이 오셔서 서로 상의하며 처방을 개선해 약효가 더욱 좋아진 것도 사실입니다. 임 선생님은 원래 이 일을 위해 오셨습니다. 전에 항간에 떠도는 말로 태자비가 문둥산에 가는 건 보여주기 식이라고 했으나 이 얘기를 한 사람은 멍청하기 그지없는 게, 아니 누가 치료할 자신도 없는데 자기 목숨을 걸고 보여주기를 합니까? 그리고 이 일은 백성들 사이에서 엄청난 난동을 불러일으키고 태자비는 심지어 습격까지 당했지요, 만약 정말 낫게 할 수 없으면 누가 이런 위험을 감수하겠습니까?”“그렇다면 정말 잘 된 일입니다!”“예, 정말 나병을 치료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북당의 복입니다.”“7국중에 오직 우리 북당만이 나병을 치료할 수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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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296화

우문호가 못 마땅한 명원제신하들의 얘기가 잠잠해지기를 기다려 명원제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태자의 탄핵을 주장한 12명에게 처분을 내려 전부 1년치 감봉 처분하고 만약 다시 작당하여 사리사욕을 도모하는 것이 발각될 시 즉각 면직하겠다고 엄중히 경고했다.라 후궁이 늑대파를 찾아가 태자비 살해를 교사한 일은 증거가 없으므로 추궁하지 않았으나 안왕을 크게 꾸짖었는데, 형제의 의리를 잊은 것과 형부와 경조부 일은 안왕이 관여할 일이 아닌데 손을 너무 멀리 뻗쳤으니 다음부터는 자중하라고 했다.명원제의 이 말은 안왕의 계책이 백일하에 드러난 것이나 마찬가지로 순간 아무도 안왕을 변명하지 못했다.그 다음 나병 건으로 명원제는 혜민서의 의원과 태자비는 같이 문둥산에 올라가 새로운 처방으로 병자들을 치료하고 만약 진전이 있으면 이 처방을 천하에 공표하라는 성지를 내렸다.드디어 원경릉은 문둥산에 가는 일이 떳떳해 졌고 다시는 누구도 막을 수 없게 되었다.안왕은 원래 오늘 우문호를 파직 시키고 자동으로 자신이 경조부 임직을 자원할 요량이었으나, 이제 처분을 받은 몸이 되어 한 마디도 감히 올리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이고 ‘물러나겠습니다’는 한 마디 후 얼른 나갔다.보랏빛 옷에 옥대를 한 능력자 태자는 휘파람을 불며 나가는데 명원제는 그를 어서방으로 불렀다.명원제는 우문호가 득의만면해서 거의 매력적이기까지 한 얼굴에 입이 귀에 걸린 것을 보고 욱하고 치밀어 올라, “넌 마음먹은 대로 된 걸 숨길 줄 모르고, 희로애락이 얼굴에 다 드러나는 구나. 이정도 마음대로 됐다고 평정심을 잃다니 조만간 맞아 죽을 놈, 꿇어라.”우문호가 고분고분 꿇어 앉았으나 여전히 웃음을 참지 못하고, “아바마마, 소신 마음이 기쁜데, 기쁘면 웃어야지 숨기고 감출 필요 없다고 생각합니다.”“형제를 함정에 빠뜨리고 기쁘긴 뭐가 기뻐?” 우문호가 눈부시게 하얀 이빨을 드러내고 깔깔 웃는 것을 보고 명원제는 화가 치밀었다. 우문호가 즐겁게, “소신이 즐거운 건 원 선생이 드디어 정정당당하게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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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297화

우문호의 생각우문호가 대답하며, “예, 소신은 물러가겠습니다!”우문호가 문을 나서는 순간 명원제가, “그리고 앞으로 무슨 일을 막론하고 태부를 놀라게 하지 말아라.”사사건건 대전에 머리를 박고 죽는다고 해서 아주 간이 벌렁거려 죽을 지경이다.우문호가 또 입이 귀에 걸릴 듯 웃으며, “그건 소신과 상관없는 일로 재상의 생각이었습니다. 재상말이 태부가 절 총애한다고 분명 소신이 대전에서 사람들에게 공격을 당하는 걸 못 견딜 거다, 그리고 태부가 비록 나이가 상당하다고 하나 걸핏하면 기둥에 머리를 박는데, 이 수를 한 번 쓰면 아무도 당할 사람이 없다더니 과연 그렇군요.”대전 밖에서 재상과 태부가 가만히 이 말을 듣고 태부는 붉으락푸르락한 얼굴로 주재상을 노려봤다.주재상이 은밀히 고개를 돌려 정원의 낙엽을 바라보며 양손을 소매 속에 넣고 ‘우문호, 이 망할 놈.’우문호가 나가자 태부와 주재상이 모두 눈을 부라리며 잡아먹을 듯하는 것을 보고, 고개를 푹 숙인 채 복도 왼쪽으로 슬그머니 도망을 쳤다.우문호가 궁을 떠난 뒤 명원제가 대리사에 성지를 내려 경성에서 최근 일어난 몇 건의 사건을 이어받아 담당할 것을 명하고 사람을 보내 자수한 범인을 철저히 심문해서 반드시 배후에 사주한 사람을 토해내게 하도록 시켰다.이와 동시에 조정에서도 ‘태자비와 대흥국의 임선생님이 연구하여 새로운 약을 내놓았으며, 이 약으로 나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명확한 요지의 공지를 천명했다.조정에서 공지를 천명함에 따라 관청에서도 밤을 새워 경성 각처에 방을 붙여 이 일을 알리느라 야단법석을 떨었다. 전에 나병으로 인해 발생했던 각종 소동은 뚝 그치고 항간에도 책을 줄줄 읊듯이 태자비를 칭찬하기도 했다.우문호는 초왕부에서 다리를 꼬고 앉아 손에 금 담뱃대를 들고 뻐끔뻐끔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기침에 눈물까지 찔끔 나왔다.탕양이 웃으며, “전하, 담배를 좋아하지 않으시면 피우지 마세요, 이건 태상황 폐하께 드리는 건데 전하께서 먼저 피우시는 겁니다.”“황조부께서 늘 피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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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298화

돌아온 원경릉탕양이, “지금 안왕 전하께서 아직 선비족과 결탁한 것까지는 아니지만 만약 정말 궁지에 몰리면 안 그러실 거라고 감히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탕양이 우문호를 보고 빙그레 아빠미소를 지으며, “전하께서 갈수록 성숙하고 침착하게 장기적 안목으로 생각하시는 모습이, 아마 폐하께서도 속으로 기쁘실 겁니다.”우문호는 그러던지 말았던지 느긋하게 차를 마시며, “노인네가 좋아하던 말던 모르겠지만 원래는 날 불러서 잔소리를 한바탕 하려고 했는데, 내가 선견지명이 있어서 태자비가 얼마나 억울했던가 선수를 쳤더니 노인네가 무안해서 날 처벌하지 못했지.”탕양도 기뻐서, “지금 밖에 백성들이 다들 태자비 마마를 칭찬하죠, 이런 건 아무것도 아니지만, 전에 그렇게 흉악하게 욕을 해대더니 공지가 선포되니 바로 말을 바꾸더라니 까요.”우문호가, “이건 아마 원 선생이 얘기한 ‘군중심리’라는 걸 꺼야. 전에 원 선생을 욕한 건 누군가 앞장을 선 것이고, 지금 아바마마께서 공지를 선포해 조정이 나서서 대외적으로 칭찬하니 백성들도 자연스럽게 또 그에 따라가는 거지. 거기다 문둥병이라는 게 그들을 이렇게 오랫동안 공포로 위협해 왔는데 진짜 치료할 수 있다는데 감히 어떻게 욕을 하겠어, 절을 해도 모자랄 판에.”탕양이 일리 있다는 생각에, “맞습니다. 태자비 마마께서는 오늘밤에 돌아오실 수 있으실 겁니다.”우문호가 일어나 얼굴에 웃음이 가득한 채로, “아내가 저녁에 돌아온 다니, 그럼 난 관아나 한바퀴 하고 올까, 대리사에서 와서 사건을 이어받아 간다고 하니 앞으로 며칠 간 원 선생이랑 같이 있게 짬을 내볼 수 있겠어.”탕양이 웃으며, “태자비 마마께서 전하와 같이 계실 짬이 없으실 것 같은데요, 오늘밤 급히 오셔서 내일 세자 저하를 맞으러 가시고, 모레 아침 일찍 혜민서 의원들을 데리고 산에 올라가시고, 문둥산 일을 마친 뒤 의대를 개설하시느라 태자비 마마 일정이 바쁘십니다. 어디 한가한 태자 전하를 응대할 짬이 있겠습니까.”우문호가 흥이 깨져서 벽을 짚으며,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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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299화

아이들의 귀환밤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음날 아침 일찍 부부는 우리 떡들을 맞이하러 입궁했다.태상황 쪽은 오히려 대하기 편해서 우문호가 금 담뱃대를 선물하고 원경릉이 살뜰히 챙기니, 태상황은 상당히 기분이 좋아져서 둘을 태후궁까지 아이들을 데려 가도록 보냈다.태후는 미련의 끈을 놓지 못했다. 요 근래 어렵사리 아이들 셋을 곁에 두고 희고 포동포동하게 키워 놨는데 다시 돌려보내야 하다니.상선이 따라 나오며 아이들은 아빠 엄마를 오래 떨어져 있을 수 없으니, 초왕부라는 태생에 귀한 곳에서 자라도록 해야 한다고 원경릉 부부를 두둔했다. 태후는 그제서야 아이들을 보내야만 한다는 생각에 유모가 아이들을 안고 나가는 게 싫었다.아이들을 안고 나온 것을 보고 원경릉 부부가 깜짝 놀란 게, 아이들 얼굴이 꿀떡이 아니라 시루떡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뭘 먹인 거야? 어쩌자고 이렇게 쪘어!” 우문호가 만두를 안는데 묵직한 것이 적어도 서너 근(약2kg)은 늘었다. 양쪽 볼 살이 늘어져서 못생김의 신세계를 열고 있었는데 진짜 속이 꽉 찬 고기만두 같다.원경릉도 웃지도 못하고 울지도 못하겠는 것이, 태후는 아이들이 배고플 까봐 최선을 다해 유모에게 젖을 먹이게 하는 바람에 찰떡이마저 적잖이 통통해 졌다. “왜 그러니? 애들은 자고로 포동포동해야 이쁘지.” 태후는 원경릉 부부가 ‘깜놀’하는 것을 보고 기분이 안 좋았다.“맞아요, 혈색 좀 보세요……혈색이 얼마나 좋은가.” 원경릉이 양심을 속이고 아첨을 하며, “어머나, 이빨도 많이 났네, 4개구나.”“그러게 말이다, 고기도 먹는다니까, 한 번에 고기 반그릇은 먹을 수 있더라.” 태후가 말했다.원경릉은 이 때 이유식을 하는 것도 적당하지만 이렇게 고기를 많이 먹여도 되는 걸까? 위장이 망가지겠어.두 사람은 별 말 없이 아이들을 안고 궁을 나왔다.돌아올 때 유모가 비로소 원경릉에게 우리 떡들이 원래 더 살이 쪘었는데 요 며칠 설사를 해서 어의를 불렀다고 했다. 어의 말이 너무 기름진 걸 먹였다며 고기를 못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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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300화

할머니와 세 아가원경릉 할머니는 가슴이 설레서 일찌감치 일어나 입구를 몇 번이나 보고 또 봤는데, 마침내 초왕부 마차가 돌아오는 것이 보이자 할머니는 얼른 돌계단을 내려가 맞이했다.말을 몰던 서일이 멀리서 보더니, “노마님은 왜 저렇게 얇게 입고 나오셨지? 오늘 바람이 찬데 감기 걸리시면 안되는데.”원경릉이 가리개를 젖히자 과연 할머니가 기라의 부축을 받으며 나오시는데 이 추운 날 망토도 걸치지 않으시고 초왕부 문전에 서서 바람에 흔들흔들 휘청거리고 계셨다.원경릉의 마음이 아려 왔는데, 산에 있을 때 할머니는 줄곧 아이들 일을 물으시고 마음 속으로 만나보기를 간절히 바라셔서 왜 이렇게 늦나 한사코 눈이 빠지게 기다리셨던 것이다.마차가 멈추고 우문호가 먼저 만두를 데리고 마차에서 내려서 할머니에게 갔다.만두는 마차에서 자고 있었는데 마차가 멈추자 눈을 반짝 뜨더니 기지개를 폈다.우문호가 만두를 할머니 앞에 안아 올려 드리니 포동포동한 얼굴을 보시고 할머니는 한줄기 눈물을 흘리시며 아이를 안으려고 하시자 원경릉이 와서 한 손으로 할머니를 부축하며, “벌로 할머니는 아이 못 안게 할 거예요, 이 추운 날 면 홑옷만 입고 나오셔서 입술이 얼어서 파래진 거 봐요.”말을 마치고 할머니를 억지로 모시고 들어가는데 할머니가 아야야 하시며, “얘 좀 보기나 하자.”“들어가서 보시면 안돼요? 돌아왔으니 어디 안가요.” 원경릉이 다짜고짜 얘기했다.할머니가 눈물을 흘리며, “사위가 안고 있는 아이가 큰 애니? 널 닮았네, 너 어릴 때랑 닮았어.”원경릉이 할머니의 눈물을 닦으며, “이거 봐요, 왜 아직 눈물을 흘리는데?”“좋아서 그러지!” 할머니가 작게 한숨을 쉬셨다.안에 들어가 할머니는 세 아이들이 자기 눈 앞에 있는 것을 보고 눈물 맺힌 눈으로 아이들 얼굴을 하나하나 쓰다듬으며 침착하고도 목이 멘 소리로 아이들에게, “처음 보는 구나, 내가 너희들 증조 할머니란다.” 말을 마치고 또 눈물을 흘리셨다.할머니는 하나하나 품에 안으시더니 한없이 바라보시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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