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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298화

작가: 유애
돌아온 원경릉

탕양이, “지금 안왕 전하께서 아직 선비족과 결탁한 것까지는 아니지만 만약 정말 궁지에 몰리면 안 그러실 거라고 감히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탕양이 우문호를 보고 빙그레 아빠미소를 지으며, “전하께서 갈수록 성숙하고 침착하게 장기적 안목으로 생각하시는 모습이, 아마 폐하께서도 속으로 기쁘실 겁니다.”

우문호는 그러던지 말았던지 느긋하게 차를 마시며, “노인네가 좋아하던 말던 모르겠지만 원래는 날 불러서 잔소리를 한바탕 하려고 했는데, 내가 선견지명이 있어서 태자비가 얼마나 억울했던가 선수를 쳤더니 노인네가 무안해서 날 처벌하지 못했지.”

탕양도 기뻐서, “지금 밖에 백성들이 다들 태자비 마마를 칭찬하죠, 이런 건 아무것도 아니지만, 전에 그렇게 흉악하게 욕을 해대더니 공지가 선포되니 바로 말을 바꾸더라니 까요.”

우문호가, “이건 아마 원 선생이 얘기한 ‘군중심리’라는 걸 꺼야. 전에 원 선생을 욕한 건 누군가 앞장을 선 것이고, 지금 아바마마께서 공지를 선포해 조정이 나서서 대외적으로 칭찬하니 백성들도 자연스럽게 또 그에 따라가는 거지. 거기다 문둥병이라는 게 그들을 이렇게 오랫동안 공포로 위협해 왔는데 진짜 치료할 수 있다는데 감히 어떻게 욕을 하겠어, 절을 해도 모자랄 판에.”

탕양이 일리 있다는 생각에, “맞습니다. 태자비 마마께서는 오늘밤에 돌아오실 수 있으실 겁니다.”

우문호가 일어나 얼굴에 웃음이 가득한 채로, “아내가 저녁에 돌아온 다니, 그럼 난 관아나 한바퀴 하고 올까, 대리사에서 와서 사건을 이어받아 간다고 하니 앞으로 며칠 간 원 선생이랑 같이 있게 짬을 내볼 수 있겠어.”

탕양이 웃으며, “태자비 마마께서 전하와 같이 계실 짬이 없으실 것 같은데요, 오늘밤 급히 오셔서 내일 세자 저하를 맞으러 가시고, 모레 아침 일찍 혜민서 의원들을 데리고 산에 올라가시고, 문둥산 일을 마친 뒤 의대를 개설하시느라 태자비 마마 일정이 바쁘십니다. 어디 한가한 태자 전하를 응대할 짬이 있겠습니까.”

우문호가 흥이 깨져서 벽을 짚으며,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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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의 귀환밤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음날 아침 일찍 부부는 우리 떡들을 맞이하러 입궁했다.태상황 쪽은 오히려 대하기 편해서 우문호가 금 담뱃대를 선물하고 원경릉이 살뜰히 챙기니, 태상황은 상당히 기분이 좋아져서 둘을 태후궁까지 아이들을 데려 가도록 보냈다.태후는 미련의 끈을 놓지 못했다. 요 근래 어렵사리 아이들 셋을 곁에 두고 희고 포동포동하게 키워 놨는데 다시 돌려보내야 하다니.상선이 따라 나오며 아이들은 아빠 엄마를 오래 떨어져 있을 수 없으니, 초왕부라는 태생에 귀한 곳에서 자라도록 해야 한다고 원경릉 부부를 두둔했다. 태후는 그제서야 아이들을 보내야만 한다는 생각에 유모가 아이들을 안고 나가는 게 싫었다.아이들을 안고 나온 것을 보고 원경릉 부부가 깜짝 놀란 게, 아이들 얼굴이 꿀떡이 아니라 시루떡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뭘 먹인 거야? 어쩌자고 이렇게 쪘어!” 우문호가 만두를 안는데 묵직한 것이 적어도 서너 근(약2kg)은 늘었다. 양쪽 볼 살이 늘어져서 못생김의 신세계를 열고 있었는데 진짜 속이 꽉 찬 고기만두 같다.원경릉도 웃지도 못하고 울지도 못하겠는 것이, 태후는 아이들이 배고플 까봐 최선을 다해 유모에게 젖을 먹이게 하는 바람에 찰떡이마저 적잖이 통통해 졌다. “왜 그러니? 애들은 자고로 포동포동해야 이쁘지.” 태후는 원경릉 부부가 ‘깜놀’하는 것을 보고 기분이 안 좋았다.“맞아요, 혈색 좀 보세요……혈색이 얼마나 좋은가.” 원경릉이 양심을 속이고 아첨을 하며, “어머나, 이빨도 많이 났네, 4개구나.”“그러게 말이다, 고기도 먹는다니까, 한 번에 고기 반그릇은 먹을 수 있더라.” 태후가 말했다.원경릉은 이 때 이유식을 하는 것도 적당하지만 이렇게 고기를 많이 먹여도 되는 걸까? 위장이 망가지겠어.두 사람은 별 말 없이 아이들을 안고 궁을 나왔다.돌아올 때 유모가 비로소 원경릉에게 우리 떡들이 원래 더 살이 쪘었는데 요 며칠 설사를 해서 어의를 불렀다고 했다. 어의 말이 너무 기름진 걸 먹였다며 고기를 못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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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머니와 세 아가원경릉 할머니는 가슴이 설레서 일찌감치 일어나 입구를 몇 번이나 보고 또 봤는데, 마침내 초왕부 마차가 돌아오는 것이 보이자 할머니는 얼른 돌계단을 내려가 맞이했다.말을 몰던 서일이 멀리서 보더니, “노마님은 왜 저렇게 얇게 입고 나오셨지? 오늘 바람이 찬데 감기 걸리시면 안되는데.”원경릉이 가리개를 젖히자 과연 할머니가 기라의 부축을 받으며 나오시는데 이 추운 날 망토도 걸치지 않으시고 초왕부 문전에 서서 바람에 흔들흔들 휘청거리고 계셨다.원경릉의 마음이 아려 왔는데, 산에 있을 때 할머니는 줄곧 아이들 일을 물으시고 마음 속으로 만나보기를 간절히 바라셔서 왜 이렇게 늦나 한사코 눈이 빠지게 기다리셨던 것이다.마차가 멈추고 우문호가 먼저 만두를 데리고 마차에서 내려서 할머니에게 갔다.만두는 마차에서 자고 있었는데 마차가 멈추자 눈을 반짝 뜨더니 기지개를 폈다.우문호가 만두를 할머니 앞에 안아 올려 드리니 포동포동한 얼굴을 보시고 할머니는 한줄기 눈물을 흘리시며 아이를 안으려고 하시자 원경릉이 와서 한 손으로 할머니를 부축하며, “벌로 할머니는 아이 못 안게 할 거예요, 이 추운 날 면 홑옷만 입고 나오셔서 입술이 얼어서 파래진 거 봐요.”말을 마치고 할머니를 억지로 모시고 들어가는데 할머니가 아야야 하시며, “얘 좀 보기나 하자.”“들어가서 보시면 안돼요? 돌아왔으니 어디 안가요.” 원경릉이 다짜고짜 얘기했다.할머니가 눈물을 흘리며, “사위가 안고 있는 아이가 큰 애니? 널 닮았네, 너 어릴 때랑 닮았어.”원경릉이 할머니의 눈물을 닦으며, “이거 봐요, 왜 아직 눈물을 흘리는데?”“좋아서 그러지!” 할머니가 작게 한숨을 쉬셨다.안에 들어가 할머니는 세 아이들이 자기 눈 앞에 있는 것을 보고 눈물 맺힌 눈으로 아이들 얼굴을 하나하나 쓰다듬으며 침착하고도 목이 멘 소리로 아이들에게, “처음 보는 구나, 내가 너희들 증조 할머니란다.” 말을 마치고 또 눈물을 흘리셨다.할머니는 하나하나 품에 안으시더니 한없이 바라보시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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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외랑이 된 안왕할머니는 아이들에게서 손을 뗄 수도, 눈을 거둘 수도 없는 것이 서로 닮은 세 얼굴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부르르 떨려왔다. 깊은 떨림의 감정이 가슴에 가득 차올랐다. 시공을 넘어서도 피는 물보다 진하구나 느끼며 단지 아이들의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가 아이들 모습을 보지 못하는 게 유일한 아쉬움이다.“참 좋구나, 정말 좋아!” 할머니가 고개를 들어 원경릉을 온유하고 자애로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전부 남자아이들이구나, 여자 아이가 더 있어도 좋을 텐데.”원경릉은 할머니가 이런 말씀을 하실 줄 전혀 생각도 못하다가 한참 뒤 어이없이 웃으며, “할머니, 아직도 임산부 분만촉진 하시는 거예요?” 할머니도 머쓱한 지 손을 뻗어 경단이 얼굴을 살며시 쓰다듬으며, “할미는 네가 아들 딸 다 가지길 바라지만 이 시대엔 여자가 아이를 낳는 게 저승 문턱에 한 발 디디고 오는 걸 테니 할미도 당연히 널 또 고생시키고 싶지 않구나, 됐다. 그때 만아에게 들어보니 경성엔 버려진 아이가 많다면서, 나중에 하나 거둬서 네가 낳은 아이인 셈 치면 돼지.”원경릉이 ‘네’하고 대답하고 아이들을 양탄자 위에서 기어 다니게 풀어놓고 본인은 할머니 옆에 기대 앉아서 생각에 잠겼다.우리 떡들이 외증조모랑 친해진 게 원경릉은 위안이 되었다. 이 아가토끼들은 철이 들었다니까.안왕부.안왕에게 성지가 내려 공부에 원외랑 직을 맡으라고 했다.안왕은 꿇어앉아 성지를 받는 얼굴이 차갑고 숙연했다.성지를 전한 대신이 가고 안왕이 서재로 돌아와 성지를 바닥에 집어 던지고는 냉소를 지으며, “원외랑? 이걸로 내가 나서지 못하게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여겼군.”아라가 슬쩍 성지를 줍더니 먼지를 털고 조그맣게, “왕야, 고정하세요.”“고정?” 안왕이 한손으로 서탁의 물건을 바닥으로 쓸어버리고 검푸른 낯색으로, “내가 지금 고정하게 됐어? 아바마마께서 그렇게 심하게 나를 속이시 다니, 그날 조정에서 아바마마께서 우문호의 계략을 눈치 못 채셨을까? 그런데도 아무것도 모르는 척 추측하

  • 명의 왕비   제 1302화

    나병 극복 잔치 준비며칠 뒤 문둥산에서 좋은 소식을 전해왔다. 혜민서 의원들이 어의와 같이 진단한 끝에, 산 위에 병자들의 증상이 억제되었으며 일부는 이미 거의 완쾌된 상태로 태자비의 말에 따르면 전염력이 사라졌다고 한다.그리고 어의가 처방을 본 뒤 궁으로 돌아가 보고 하고 처방의 기묘함에 경탄했는데, 독을 제거하고 지혈, 피부 생성에 효과가 있고 병의 독소를 없애는 기능도 있어 이 처방을 사용하면 확실히 약으로 병을 없앨 수 있었다.명원제가 크게 기뻐하며 성지를 내려 천하에 사실을 천명하고 태자비에게 상으로 차용증 2~3장을 연달아 써 주었다.원경릉은 명원제에게 다음과 같은 대중 과학을 알리는 조서를 내려 주길 요청했다. ‘나병은 비록 전염성이 있으나 크게 두려워 할 것 없으며, 단지 잘 대비하고 격리한 뒤 치료하면 완치율이 높다’는 내용이다.이 일은 실지로 북당에 있어 중대 사안으로 명원제는 처방을 공개하는 것 외에 경성 및 전국의 관아에 경축 행사를 진행하도록 어명을 내렸다.경성에서는 당연히 대대적인 경축 행사가 이루어졌다.동지가 가까워서 이번 경축행사는 동지 축제와 같이 진행해 공무원들은 3일간 쉬고 관아는 민간과 같이 경축행사를 진행해 경조부 부윤 우문호는 밤에 불꽃 축제를 열기로 했다.불꽃 축제는 원래 정월 대보름에만 하지만 나병을 치료한 것은 거국적인 기쁨으로 명원제도 가난에 쪼들리는 와중에 호탕하게 천금을 내놓아 불꽃 축제는 제법 그럴싸하게 진행 했다.민관이 합동으로 축하하니 궁중에서도 연회를 베풀어 황실의 종친이 전부 입궁해 저녁 연회에 참석했다.원경릉 할머니는 시끌벅적한 것을 좋아하지 않는데다 개를 좋아해서 초왕부에서 다바오를 산책, 훈련시키는 김에 눈 늑대도 훈련시켰다.개도 사람의 인성을 기막히게 파악하나 보다. 현대에서 할머니는 평생 ‘길냥이’와 버려진 개를 구조하는 일도 해서 개 고양이와 교제하는데 익숙했다.원경릉이 푸바오, 다바오와 이렇게 사이가 좋은 것도 어려서 부터 보고 들어 익숙해진 탓이다.점심때 원경릉은

  • 명의 왕비   제 1303화

    연회 치장원경릉이 어이 없다는 듯 웃으며, “그 정도예요?”“그 정도죠, 이건 체면 문제니까요. 우리의 신분이 존귀하기 때문에 체면을 따질 수 밖에 없어요, 안 그러면 우리가 귀한 신분이란 걸 누가 알아요?” 기왕비는 원경릉과 생각이 같지 않아 존귀해야 할 때는 반드시 그렇게 보여야 하므로 원경릉을 위해 디테일을 손 봐주고 비로소 만족하며, “그리고 오늘 중심 인물이니 특히 예의에 어긋나면 안돼요. 황실 종친들이 각자 아름다움을 다투는데 혼자 거지같이 하고 가면 누구 얼굴을 깎아 먹겠어요? 다시 말하지만 아름답게 단장 해요, 다섯째를 사모하는 사람들 보란 듯이. 자신의 자태가 당신한테 댈 수 없다는 걸 느끼게.”원경릉이, “지금 태자를 사모하는 사람 없어요, 그 점은 안심하고 있는 걸요.”기왕비가 쓴웃음을 지으며, “주명취 자매만 생각해요? 경성에 얼마나 많은 귀족 가문의 여식들이 당신과 다섯째가 오늘 걸 학수고대하고 있는지 알아요? 다른 얘기 할 거 없이 오늘 밤 궁중 연회에 황실 종친과 귀족이 얼마나 태자에게 야심을 품고 있는지 똑똑히 봐요.”원경릉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정말요?”기왕비가, “그럼 거짓말 해요? 대장공주(진국후의 큰딸)의 딸 옹정군주(翁靜郡主)집안의 두 아가씨, 강군왕(康郡王)의 외손녀, 노국공 집안 적장자의 정실 딸, 오늘 밤 셀 수 없이 많은 황실의 종친과 제후와 작위를 받은 사람, 장군이 초청을 받았어요. 때가 되면 당신도 알게 되겠죠.”원경릉이 곤혹스러워 하며, “태자를 좋아하는 사람이 왜 그렇게 많아요? 전에 들어본 적도 없는데.”“전에 태자를 좋아했던 사람은 많았지만 태자와 주명취가……” 기왕비가 아무렇지도 않게 눈을 내리깔고 금으로 만든 뒤꽂이를 원경릉에게 꽂아주며, “그리고 뒤에 당신이 그런 식으로 유명세를 탔으니 당연히 잠시 말이 쏙 들어갔었죠. 하지만 지금은 달라요. 태자 전하의 지위가 공고해 졌고 더욱 존귀해 지셨을 뿐 아니라 후궁 자리까지 비어 있으니까요, 치고 받고 싸우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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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원의 궁중 연회북당은 1년 중 3번의 명절이 가장 떠들썩하다.하나는 동지, 또 하나는 명원제의 천추세(千秋歲, 명원제 즉위일)이고 나머지 하나는 제야를 지나 설날이다.전에 원경릉은 동지와 설날 축제에 참가했는데 그다지 거창하진 않았던 것이 은자를 많이 쓰지 않았기 때문으로 조촐했다.이번엔 명원제가 그간 가난했던 굴욕을 만회하기 위해 동지 축제를 거창하고 떠들썩하게 개최하기로 하고, 황실과 종친, 고관과 장군, 재상 및 식읍을 하사 받은 제후와 공작들의 권속까지 다 궁으로 청했다.명원제는 일단 건원전(乾元殿)에서 조정의 인사를 받고 관리들을 데리고 만원(萬園)으로 갔는데 만원은 대전과 침전 사이로 공간이 넓어서 전에 대형 연회를 거행했던 곳이 바로 만원이다.태자와 태자비가 도착했을 때 만원은 이미 사람으로 가득 찬데다 날씨는 며칠전보다 추워져서 손님들은 모두 상당히 두툼하고 화려하게 입고 있었다.이번엔 젊은 사람이 많았는데 가솔을 데리고 올 수 있어 많은 세도가의 귀부인들이 나이가 찬 딸을 데리고 입궁해서 만원은 흡사 장엄하고도 성대한 소개팅 파티 같았다.우문호 부부가 나타나자 엄청난 소동이 일며 손님들의 이목이 원경릉에게 집중되었는데 원경릉이 자세히 보니 더 많은 사람들은 우문호를 쳐다보고 있음을 알았다.우문호는 오늘 비교적 화려하고 귀하게 차려 입었다. 네 발톱 용이 수놓아진 자줏빛 비단 조복(朝服)에 허리에는 태자를 상징하는 자금옥(紫金玉) 허리띠를 차고 금옥관(金玉冠)을 쓰니 이목구비와 얼굴 윤곽이 더욱 뚜렷하고 위엄이 넘쳤다.우문호는 군 출신으로 등이 쭉 뻗었고 다리가 늘씬하게 길어 자세가 바르고 보무도 당당하다. 걸음을 멈추니 꽃미남이 따로 없고, 황태자라는 신분까지 더해지니 그야말로 초점 그 자체다.우문호의 아우라가 이렇게 생생하게 아내 원경릉을 압박하는데, 제아무리 주인공이라지만 원경릉은 오늘도 우문호의 ‘곁들임 반찬’에 불과할 듯한 강한 느낌이 들었다.원경릉은 오늘 특히 기왕비가 얘기한 걸 기억하고 눈 여겨 보는데, 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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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나지 않는 태자의 후궁 시비원경릉은 그나마 조금 안심이 되는 게 미련이 철철 넘칠 스타일은 아닌 것 같다.그리고 옹정 군주는 어쨌든 손위 사람이라 원경릉이 가서 뵙자 옹정 군주가 입가에 신분에 걸맞지만 낯선 미소를 머금고, “태자비, 예는 됐네.”말을 마치고 옹정 군주는 고개를 돌려 딸 유민 현주를 봤다.관례로 보나 황실의 법도로 보나 유민 현주는 원경릉에게 예를 취해야 하지만 원경릉은 친밀하게 대하려고, “예는 됐습니다. 앉으세요.”하고 말했다.그런데 유민 현주는 아예 예를 취할 생각도 없이 꼼짝 안고 앉아서 담담하게 눈을 내리 깔고 원경릉을 쳐다보지 조차 않았다.난감하기 그지 없는 상황이라 분위기가 싸늘해 졌는데, 자리에 있던 몇몇 부인은 불안한 나머지 일어났다. 덕비도 당황해서 옹정 군주를 보며 그녀가 한 마디 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손을 뻗어 무릎 위에 비단에 주름을 펴고 유민 현주와 마찬가지로 교만하고 냉담한 표정을 지었다.원경릉은 이런 난처한 상황을 겪어본 적이 없었지만 다행히 덕비가 상황을 원만하게 수습하며, “다들 가족이니 예의에 구애될 게 뭐가 있나, 태자비도 어서 앉게.”호비도, “그래, 어서 앉게, 고생 많았네.”호비는 이미 배가 불러서 나한상에 앉아 몸을 뒤로 기대야 겨우 편하게 앉을 수 있었다.원경릉이 앉고 덕비가 원경릉을 보고 칭찬하며, “태자비, 자네가 나라와 백성을 위해 큰 일을 해낼 줄 몰랐어, 마음으로 자네의 매력에 감동했네. 아니 경성의 규방에 자란 규수가 어디서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었나?”덕비는 일부러 이렇게 얘기한 것으로, 덕비와 원경릉 사이는 이렇게 격식을 차린 말을 할 필요가 없지만 일부러 대놓고 칭찬해서 옹정 군주 모녀에게 들려 주려는 생각이었다.호비도 웃으며 말을 이어, “덕비 언니 말이 맞아요, 태자비는 정말 능력이 있다니까요, 우리 여자들의 자랑이고 모범이에요.”원경릉이 두 사람을 보고 약간 허탈한 것이 원래 난처한 상황인데 둘이 갑자기 과찬을 늘어놓는 게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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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옹정 군주의 안색이 갑자기 창백해지더니 말을 멈추었다. 특히 호비의 웃음소리는 그녀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그녀뿐만이 아니라 현장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말을 꺼내지 못했다.이때 손왕비는 원경릉에게 눈짓으로 그녀를 상대하지 말라고 했다.원경릉도 이곳을 떠나는 것이 좋다고 생각되어 자리에서 일어서서 덕비에게 다가가 공손히 말했다.“덕비 마마님, 천천히 계시다 가세요. 저는 먼저 가보겠습니다.”원경릉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호비가 말을 꺼냈다.“본궁도 좀 걸어야겠어요. 너무 오래 앉아 있었더니 배가 뭉치는 것 같네요.” “지금 시기에 배 뭉침을 조심해야 합니다.” 원경릉은 호비를 부축하며 그녀가 일어나는 것을 도왔다.“지금 몸이 어찌나 무거운지 일어서면 발도 안 보입니다. 날이 갈수록 몸이 무겁고 힘들어요. 하루빨리 애를 낳고 싶다니까요?"덕비는 호비를 보며 빙그레 웃었다.“자네는 그래도 무공을 배웠잖아. 태자비는 저 여린 몸으로 아이를 셋이나 낳았다고.” 덕비와 호비의 관계가 좋아 보이자 옹정 군주의 안색이 더욱 어두워졌다.옹정 군주는 덕비를 바라보며 말했다.“덕비 마마, 본군주는 지금까지 고고한 덕비 마마님을 존경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어째서인지 태자비에게 아첨을 하는 모습이 보여 조금 그렇네요. 마마께서 후궁의 기강도 잡지 않으시는 것 같고, 본군주는 마마님과는 결이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옹정 군주의 말을 듣고 모든 사람들이 어리둥절해하였다.‘방금 덕비의 말에 태자비를 아첨하려는 의도가 담겨있었다고? 그냥 사실을 말한 것 아닌가?’옹정 군주의 말에 덕비가 얼굴을 붉혔다.“그렇게 생각하면 어쩔 수 없네요. 그럼 군주는 이만 나가주시지요.”덕비의 말에 옆에 있던 유민 현주(柔勄縣主)도 콧방귀를 뀌며 옹정 군주를 따라 나갔다.두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남과 동시에 원경릉은 몸으로 호비를 막았다. 혹여나 두 사람이 지나가면서 호비의 배를 건드리기라도 할까 봐 겁이 났기 때문이다.옹정군주는 속에서 천 불이 끓었고 원경릉이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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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경릉은 궁으로 돌아와 이 일을 다섯째에게 이야기했다. 그러자 다섯째가 말했다.“사실 한 번 돌아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소? 그저 경성만 한 바퀴 둘러보면 되지 않소.”“아이들을 데려다줄 때 휘종제 어르신께서 슬퍼하셨소. 이번 생에 고향으로 못 돌아올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돌멩이 하나를 건네주니, 그걸 안고 울었소.”“정말 안타깝소!”다섯째는 증조할아버지 생각에 마음 아파했지만, 이내 말을 이어 나갔다.“하지만 큰할아버지께서 그를 데려오지 않는 이유도 있을 것이오. 휘종제 어르신을 잘 아는 것도 아니지 않소? 몇 번 만나보니, 활달하고 산만한 성격에 무슨 사고를 일곱째인지 모를 것 같은 느낌이 들었소.”“맞소.”원경릉도 깊이 공감했다. 특히 그가 전화로 끈질기게 설득할 때는 정말 무서울 정도였다.“다른 일은 없었소? 부모님 건강은 어땠소? 처남은 여자 친구가 생겼소? 만두는 공부를 잘하고 있소?”다섯째가 끊임없이 질문했다. “괜찮소. 부모님 건강도 괜찮긴 하지만, 아버지께서 고혈압이 생겨서 약을 오래 드셔야 하오. 오빠는 여자 친구가 없네. 주진과 아직도 서로 솔직히 이야기하지 않은 상황이오. 만두는 걱정 안 해도 되네. 내년에 돌아올 것이니.”“다행이오!”다섯째가 기뻐해 하며 말했다. 그는 늘 만두의 능력을 눈여겨보았기에, 그가 돌아오면 나라의 일들을 조금이라도 도와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비록 많은 부담을 짊어지진 못하지만 그래도 괜히 기대가 되었다.“추 할머니 병은 어떠하신가?”다섯째가 또 물었다.“아직은 괜찮소. 아주 좋아졌네. 약에 내성이 생기지만 않으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오.”원경릉이 말하자 다섯째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분들이 늘 건강해지시길 바랄 뿐이오.”평범한 사람들조차도 적성루 사람들에게 감동하기 쉬운데, 하물며 북당의 황제인 자신은 오죽하겠는가.“계란은 소식 왔소?”원경릉이 물었다.“왔네. 보시오!”다섯째는 소매 안에서 구겨진 편지를 꺼냈는데, 비둘기를 통해 받은 그 편지에는 몇 줄의 짧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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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다른 뜻은 없소. 오늘 밤에 유난히 감성적이라 그저 한마디 해본 거네. 사실 너무 감동해서 그러네. 비록 항상 탕 대인에게 빨리 혼인하라고 재촉하긴 했지만, 그가 일곱째 아가씨와 혼인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소.”“괜찮소!”원경릉은 그의 품에 안겨 그의 심장 소리를 들으며 말했다.“어쨌든 탕양은 우리와 함께 걸어온 사람이오. 그러니 그가 사랑하는 여인과 함께하게 된 건 우리 모두에게 기쁜 일이오.”우문호는 벌써 술에 취한듯 머리가 약간 어지러웠다. 술에 취하면 항상 눈앞의 모든 것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곤 했는데, 익숙한 천장, 익숙한 사람, 익숙한 탁자와 의자. 취기가 돌며 모든 것들이 꿈처럼 느껴졌다.그는 마치 다시 초왕 우문호로 돌아간 듯했고, 갓 원경릉과 마음이 통했던 때로 돌아간 기분이었다.그 당시 외부 정세는 불안정했고, 태자 자리를 둘러싼 다툼이 막 시작되었던 때였다. 형제끼리 반목하며, 치열하게 싸웠던 시절을 돌아보면 잃지 않고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얻었다는 사실에 감사하게 되었다.우문호가 원경릉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원 선생, 몇 년간 아주 긴 꿈을 꾼 것 같지만, 되돌아보니 정말 다행이라고 느껴지네. 사실 모든 행운과 행복은 원 선생의 잘못된 연구에서 비롯된 것이오. 원 선생이 오지 않았다면 내 인생이 어땠었을까 싶네.”그러자 원경릉이 말했다.“누군가가 이 세상에 몇 시간과 공간이 존재한다고 했소.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이 다른 세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을 수도 있네. 아마도 어떤 공간에서는 내가 없는 대신 다른 사람이 당신과 함께 있을 수도 있소.”우문호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 세상 속의 나는 정말 불쌍할 것이오.”“그건 모르오. 어쨌든 그곳의 당신은 나를 모르고, 우리가 지금 얼마나 행복한지도 모를 것이오. 각자가 행복을 정의하는 방식은 다르오. 어떤 사람들은 매 끼니 고기가 있는 게 최대의 행복일 수도 있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은 봉급이 오르길 바랄 것이오. 또 가족이 화목하고 건강하기를 바라기도 하고

  • 명의 왕비   제3175화

    우문호는 혼인을 하사하는 조서를 내렸다. 이는 탕양의 혼사에 화룡점정을 더하는 일이었다.온 경성 사람들이 탕양이 황제를 모시는 신하인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녀의 혼사에 주목했다.탕양은 왕부에서부터 황제를 지지해 온 충신이었으며, 군신 간의 정은 형제의 관계에 못지않았다.거기에 황제가 직접 혼인을 하사했으니, 이는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었다. 그래서 다들 두터운 예물을 준비해 축하하러 왔다.혼례는 초왕부에서 열렸다. 비록 초왕부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이번 경사에 많은 지원이 몰렸다. 여러 왕부에서 사람을 보내왔고, 미색은 돈에 힘까지 보태며 혼사 지출의 3할이나 부담했다.희상궁도 돌아와 모든 일을 총괄했다. 희상궁은 비록 나이가 많았지만, 여전히 일 처리 능력이 뛰어났다. 그녀는 여러 왕부에서 온 사람들을 지휘하며 완벽하게 일을 조율했다.혼례 당일, 황제와 황후도 참석했다.신부가 도착하여, 혼례를 올릴 때 우문호와 원경릉은 상석에 앉아 신랑 신부의 절을 받고는, 그 다음으로 기상궁도 절을 받았다.우문호가 원경릉의 손을 잡으며 흐뭇한 표정으로 말했다.“탕 대인이 드디어 철이 들었고, 가정을 이루었으니 정말 기쁘네.”원경릉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제 마음이 풀립니까? 그러니 앞으로는 더 이상 잔소리하지 마시지요.”“잔소리는 계속할 것이다. 이젠 아이를 낳으라고 해야지.”우문호는 걱정이 끝이 없다는 듯 말하자, 원경릉이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아이 낳는 일은 하늘에 맡겨야 하네.”“그래도 몇 가지 비법을 전수해 줄 수는 있소.”우문호가 자부심 넘치는 표정으로 말했다.“좀 더 크게 말해보시오. 다른 사람들이 못 들을까 봐 걱정이오?”원경릉이 그를 흘겨보았다.주변 사람들이 모두 그들을 바라보며 부러움 섞인 표정을 지었다. 많은 사람이 첩을 두고도 황제만큼 자식을 많이 두지는 못했지만, 황제는 복도 많고 자식도 많은 사람이었다. 저녁 연회에서 우문호는 과음했지만 원경릉은 그를 막지 않았다. 이런 노부의 감격은 술로 달래야 한

  • 명의 왕비   제3174화

    탕양이 뜨거운 눈빛을 반짝이며 말했다.“거짓말이라면 제 목숨을 앗아가도 됩니다.”일곱째 아가씨가 그의 시선을 보며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돌고 돌아 결국 대인과 함께하게 되었네요. 하지만 미리 말하자면 혼사가 너무 급작스럽게 성사되어 저도 어찌할 도리가 없었던 것입니다. 시집간 후에도 그저 명목상 부부로만 살 뿐, 당분간은 벗으로 지낼 것입니다. 이를 받아들일 수 있다면 혼사를 승낙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없던 걸로 하시지요.”그러자 탕양이 거의 생각할 겨를도 없이 대답했다.“받아들이겠습니다. 무엇이든 다 좋습니다. 혼사만 승낙한다면 그저 명분이라도 상관없습니다!”이로써 드디어 그의 수년간의 바람이 이루어졌다.일곱째 아가씨가 담담히 말했다.“그렇다면 어디서 지낼지 생각해 보시지요. 하지만 대인 방에는 다른 사람이 살고 있으니, 그곳에 지낼 수는 없습니다.”탕양이 다급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십시오. 황후 마마와 상의를 해보았습니다. 지금 초왕부에 아무도 살지 않으니, 우선 그곳에서 지내시지요. 전에 그 방은 저도 쓰지 않고, 바로 서일에게 줬습니다.”그러자 일곱째 아가씨가 물었다.“저택을 따로 살 생각은 안 해보셨습니까?”“전에 혼자였을 땐 그런 생각까지 하지 못 했습니다. 초왕부도 누군가 관리해야 하는 터라... 하지만 아가씨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돈을 모아 작은 집이라도 살 수 있습니다.”일곱째 아가씨는 초왕부를 둘러보았는데, 그리 호화롭지는 않았지만, 분위기가 몹시 편안했다. 하지만 황제의 옛 저택이라, 평생 이곳에서 지낼 수는 없을 것이다.“우선은 이곳에서 지내고, 나중에 땅을 사서 직접 집을 지으십시다.”땅을 사고 집을 짓는다는 것은 돈 많은 사람이나 할 수 있는 일이었기에, 탕양은 순간 자기가 보잘 것 없게 느껴졌다.그가 쭈뼛거리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십시오. 이 일은… 꼭 마음속에 깊이 새겨 두겠습니다.”일곱째 아가씨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땅도 제가 사고, 집도 제가 지을 것입니다. 나중에 대인이 잘못이라

  • 명의 왕비   제3173화

    노태군이 손을 흔들며 말했다.“안 된다. 혼인 전에는 신랑 신부가 만날 수 없어. 이건 풍습이고 규칙이니, 어길 수 없다.”그러자 일곱째 아가씨가 웃음을 터뜨렸다.“하하하. 이 혼사에 정해진 규칙이 있긴 합니까? 어머니께서는 제가 그를 만나 오히려 싸움이 나서 혼사가 그릇될까 봐 걱정되시는 것 아닙니까? 어머니께 약속했으니, 반드시 혼사를 올릴 것입니다. 이제 마음이 놓이십니까?”노태군은 이 말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좋다. 너도 장사하는 사람이니 신임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것이다. 약속했으니, 절대 번복할 수 없어. 목을 매겠다는 이 어미의 결심은 너가 반대하면 언제든 효력을 발휘할 것이다.”일곱째 아가씨가 이를 갈며 투덜댔다.“이렇게 얄미운 늙은이는 정말 처음입니다!”“나도 너처럼 고집 센 딸은 처음 본다.”노태군이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웃음소리가 들려오자, 원가 사람들은 그제야 한숨을 돌렸다. 일곱째 아가씨가 시집가는 것이 정말 꿈만 같게 느껴졌다.일곱째 아가씨의 혼사는 원가 사람들에게 마음의 짐과도 같았다.탕양은 일곱째 아가씨가 무사히 경성으로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서야 한숨을 내쉬었다. 한숨을 내쉬고 나니, 눈물이 터져 나올 것 같은 감정이 북받쳤다. 그녀에게 아무 일도 없다는 생각에 그는 코끝이 다 시큰 거렸다.그날 밤, 일곱째 아가씨가 초왕부로 탕양을 찾아가자, 탕양은 그녀를 안으로 들인 후, 단둘이 방 안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탕양은 그녀를 바라보았는데, 붉은색 옷차림에 머리를 단정히 올려 깔끔하고 우아한 모습이 여전히 돋보였다. 세월의 흔적이 얼굴에 남아 있었지만, 오히려 그녀의 매력을 더해 주었다.그녀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는 패기 넘치던 청춘 시절이었는데, 눈 깜짝할 새에 이렇게나 많이 늙어 버렸다.탕양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감을 잡지 못했다. 수많은 감정이 얽혀 있었지만, 한마디 말도 제대로 꺼낼 수가 없었다.특히 약도성에서의 일을 겪고 난 뒤라, 첫마디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

  • 명의 왕비   제3172화

    일곱째 아가씨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그는 지금 헛소리를 하는 것입니다! 제가 어찌 그와 그런 일을 한다는 말입니까?”그녀의 표정을 보았는데,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아 잠시 멍해졌다.노태군이 이 상황을 보고 말했다.“정말 그와... 아무 일도 없었단 말이냐?”“물론입니다! 그날 밤 그는 술에 잔뜩 취해서 정신도 없었는데, 무슨 일이 있었겠습니까?”일곱째 아가씨가 퉁명스레 답했다.노태군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녀는 그런 기본적인 일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탕양이 정말 쓸모없는 놈이라 생각되었다. “네가 그렇게 말한다고 해서 우리가 어디 믿을 것 같으냐? 혼사는 이미 정해졌으니, 네가 무슨 말을 해도 물릴 수 없다. 혼사를 올리지 않으면, 이 어미 시신이나 수습해야 할 거다!”노태군이 차갑게 말하자, 일곱째 아가씨는 그만 분통을 터뜨렸다.“어머니, 어찌 이렇게 억지를 부리시는 것입니까?”“이 어미는 평생 이치를 따지며 살았지만 이번 일만큼은 예외다. 본디 자식의 혼사는 부모가 결정하는 법이다. 게다가 황후까지 중매에 나섰으니, 너에겐 반대할 권리가 없다. 어서 가서 준비나 하거라. 열닷새에 식을 올려야 하니.”“열닷새요? 모레잖습니까? 말도 안 됩니다! 이리 급히 저를 시집보내면, 제 체면은 어쩌라는 말씀입니까?”일곱째 아가씨가 소리치자, 노태군이 탁자를 쾅 내리치며 화를 냈다. “체면? 지금 체면이라 한 것이냐? 이 어미는 벌써 체면 다 버렸다! 네 혼담이 계속 흐지부지 되어 여태껏 시집도 못 가고 늙은 아가씨 취급받는 게 얼마나 창피한 줄 아느냐?! 매번 연회에 나가기만 하면 사람들이 물어보는데, 이 어미의 체면을 생각한 적 있느냐?”“그래도 아무에게나 시집갈 순 없지 않습니까. 평소 늘 말이 통하시는 분이신데, 어찌 이 문제에서는 이리도 고집을 부리시는 겁니까?”노태군이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아무나? 그럼 내가 물으마. 탕양에게 아직 마음이 남아 있느냐?”그러자 일곱째 아가씨의 눈빛은 흔들렸지만, 애써 침착하게 답

  • 명의 왕비   제3171화

    혼담을 꺼낸 당일에 모든 일을 결정하는 것은 정말 드문 일이었다.하지만 원가는 세속적인 것에 신경 쓰지 않았다. 혼수도 원하는 대로 준비하게 했고, 잔칫상만 제대로 차리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잔칫상은 일곱째 아가씨가 결코 시집을 못 가는 것이 아니라고 세상에 알리는 용도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혼인 상대가 황제가 가장 신임받는 인물이라는 사실을 알리는 자리였다.따라서 잔칫상만큼은 빠질 수 없었다.이 부분은 탕양도 문제없이 해결할 수 있었다. 그동안 나름 저축해둔 돈이 있었기 때문에, 잔칫상을 준비하는 데는 아무 어려움이 없었다.하객 문제에 대해서도, 탕양은 아는 사람이 정말 많았기에 문제없었다. 다른 곳은 말할 것도 없고, 경성에만 백 상 이상은 문제없이 마련할 수 있었다.황제를 곁에서 모시는 자로서, 조정의 문무백관 중 그와 친분이 없는 사람이 대체 몇이나 되겠는가?이 모든 것을 논의한 후, 탕양은 마침내 의문을 물어볼 수 있었다.“노태군, 만약 일곱째 아가씨께서 동의하지 않으면 어찌해야 합니까?”“동의할 것이다. 원가는 혼사를 치르거나 상을 치르거나 내릴 결정을 둘 뿐이니, 그렇게 알고 있거라. 다른 선택은 없다.”노태군이 단호하게 말했다.“그건... 너무 과하지 않습니까!”탕양이 초조해하며 말했다. 왠지 일곱째 아가씨를 강요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혼사는 본디 두 사람이 마음이 맞아야 하는 것 아닌가.돌아가는 길에 탕양이 여전히 불안했해 하자, 원경릉이 그를 위로하며 말했다.“너무 많은 생각은 하지 말고, 그저 신랑이 될 마음의 준비만 해두시게. 일곱째 아가씨는 원가 식구들이 설득할 것이오.”“그녀가 원하지 않으면 어찌합니까? 곤란하게 하거나, 억지로 결혼하게 해서 그녀가 상처받는 건 싫습니다.”“아가씨도 동의할 것이오. 그렇지 않았다면, 약도성에서 자네를 뿌리치고 떠났을 것이네. 하지만 곁에 남아 자네를 보살폈잖나? 그것만 봐도 자네에 대한 마음이 있는 것이오.”“정말입니까?”탕양이 놀랐는데, 얼굴에 은은하게 빛이 맴돌았

  • 명의 왕비   제3170화

    원경릉은 원가에서 이 혼사를 분명히 찬성할 것이라 생각했다. 노태군이 일곱째 아가씨를 시집보내고 싶어 안달이 난 상황에서 혼담을 꺼내는 것은 단지 형식적인 절차일 뿐이었기 때문이다. 원가의 유일한 문제는 일곱째 아가씨 본인이었는데, 그녀가 아직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일은 십중팔구 성공할 것이다.역시나, 다음 날 탕양과 함께 원가로 향한 원경릉은 원가에서 심지어 점쟁이까지 청해 두 사람의 사주를 확인하겠다고 하는 것을 보았다.두 사람의 사주를 본 점쟁이는 한참 확인하더니, 이마를 찌푸리며 말했다.“두 사람의 사주가 다소 상충합니다.”원 노태군의 안색이 어두워졌다.“어디가 상충하는가?”“한 사람은 닭띠, 한 사람은 개띠입니다. 이는 닭과 개가 편치 않은 사주라, 혼사를 치른 후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노태군은 탁자를 쾅 치며 말했다.“그럼 바꾸면 되지! 이제 보니 우리 딸은 말띠다. 방금 헷갈렸었다.”“말띠요? 말띠라면 괜찮습니다. 말띠는 올해 연분이 따르는 해 입니...”노태군은 점쟁이의 말을 끝까지 듣지도 않고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괜찮다니 됐다. 이제 길일을 골라주게.”그러자 점쟁이는 다시 손을 펴고 계산하더니 말했다.“올해 좋은 날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아무리 빨라도 연말쯤이어야...”“좋다. 이번 달 15일로 하지. 보름달이 뜨는 날, 사람도 오붓이 모이는 날이니, 좋지 않겠나?”점쟁이가 책자를 닫고,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예.”혼사는 원가에서 준비하니, 제시간에만 준비 된다면 안 될 것도 없었다.15일까지 남은 시간은 단 5일, 원가에서 딸을 시집보내는 일을5일 안에 끝낼 수 있을까 걱정 되었다. 준비할 시간도 아직 부족했는데, 혼례복을 만드는 일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하지만 원가는 이미 일곱째 아가씨를 위해 혼례복을 준비해 두었다. 3년마다 한 번씩 새로 만들었기에, 지금껏 서랍 속에 쌓여 있는 혼례복만 해도 7~8벌이나 되었다.혼수도 일찌감치 마련해 두고, 혼담을 꺼낼 자가 나타나기만 기다리

  • 명의 왕비   제3169화

    사식이는 다들 일곱째 고모의 안부를 걱정하지 않는 것이 이상해 의아해하며 물었다.“일곱째 고모께서 편지를 보내신 겁니까?”그러자 셋째 부인이 웃으며 말했다.“그래. 편지가 왔단다. 며칠 놀다가 곧 경성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했다구나.”사식이는 그제서야 안도의 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럼, 일곱째 고모께서 돌아오고 나서 혼담을 꺼내는 것이 어떻습니까? 일곱째 고모가 동의하지 않으면 일이 난감해질 텐데요.”노태군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이미 모든 일을 저질렀느넫 이제 와서 동의하지 않는다니? 감히 동의하지 않는다면, 그냥 목을 매겠다!”노태군은 일곱째 고모가 열여덟 살이 되던 때부터 그녀의 혼사를 기다려 왔다. 계속 기다리다가 이미 머리카락이 다 하얘져 버렸지만, 그녀는 아직 혼인 기약조차 없었다. 이번에도 혼사를 정하지 못한다면, 차라리 죽는게 더 나았다.그녀 뿐만 아니라 모두가 일곱째 아가씨가 빨리 시집가기를 바라고 이씩 때문에, 이 일은 서둘러 진행하기로 했다.“사식아, 네 고모에게 편지를 보내, 내가 갑작스레 병에 걸려 거의 죽게 생겼다고 전해라!”노태군이 단호히 명령했다.딸을 집으로 불러들이기 위해서 스스로 저주까지 불사하는 그녀는 정말 독한 늙은이었다.서일은 탕양을 데리고 서둘러 궁으로 향했다. 중매인을 찾는 일은 쉽지 않았기에, 바로 황후를 찾아가야 했다.소월궁에서 우문호 부부는 탕양의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라, 서로 얼굴을 바라보며 한참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우문호의 표정은 복잡해 보였다.“짐이 보기엔, 일찍 일곱째 아가씨에게 네 마음을 고백했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고, 이리 일을 저지를 줄은 꿈에도 몰랐구나!”탕양은 이마에 흐르는 식은땀을 닦았고, 마음속에는 불안감이 점점 커져갔다. 하루라도 빨리 그녀를 만나지 못한다면 불안에 휩싸여 버릴 것 같았다. 그는 울먹이며 입을 열었다.“폐하, 지금은 이런 이야기를 하실 때가 아닙니다… 제발 사람을 보내 그녀가 어디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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