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의 모든 챕터: 챕터 951 - 챕터 960

1359 챕터

제951장

온연의 표정은 차갑게 굳었고 교양을 지키느라 차마 욕은 하지 못 하고 따귀를 때렸다. “꺼져.”  임채미는 화가 났지만 온연을 상대할 수 없어 그렇게 병실을 떠났다.   온연은 너무 화가 나서 따귀를 세게 때렸더니 병실에 들어올 때까지 손바닥이 얼얼했다. 목정침은 그녀를 옆으로 끌어당겼다. “우리가 여기 지키고 있을테니까, 넌 집에 가 봐. 애기는 너 없으면 안되잖아.”  온연은 진몽요도 피곤해 보이자 그녀를 잡았다. “가자, 너도 일단 나랑 집에 들렀다가 잠 좀 깨면 다시 와. 나도 아이 보러 집에 가야 해.”  진몽요는 경소경과 목정침이 절대 다른데 안 가고 여길 지키고 있을 걸 알고 배달음식만 시켜준 뒤 온연과 함께 목가네로 향했다.  병원에서 나올 때 해가 쨍쨍했는데, 한숨자고 일어나니 아직도 해가 지지 않았다. 오늘 하루는 유난히도 길었고, 오늘이 지나가지 않길 다들 바라고 있었다. 그럼 임립이 이 세상을 떠나지 않을테니 말이다.  일어나서 밥을 먹는데 진몽요는 갈수록 목이 메어왔다. “난 정말 임립이 그렇게 무너질 줄 몰랐어… 이번생은 누구보다 행복하지 못 했는데 왜 신은 가만두지 않으시는 걸까?”  온연은 아이를 안고 침묵했다. 원래 이런 일은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죽음은 거대한 그물처럼 온 세계를, 이 세상의 구석구석까지 뒤덮고 있었다. 매일 죽는 사람이 생기고, 주변은 슬픔으로 잠긴다. 그 슬픔은 자신에게 다가와야 비로소 느낄 수 있고, 결국 아무도 그 그물을 피해갈 수 없다. 그저 어떤 사람들은 시간을 지체할 수 있을 뿐이다.  진몽요는 입맛이 없어서 국을 두 입정도 마신 뒤 수저를 내려놓았다. “난 병원에 좀 가볼게. 어차피 여기 있어도 할 거 없잖아. 넌 애도 있으니까 병원 일은 목정침씨한테 맡겨.”  온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마음은 안 좋지만 컨디션이 안 따라주니까 너희한테 부탁 좀 할게. 시간 나면 또 보러 갈 거야. 목정침씨랑 경소경씨한테 컨디션 조절 잘 하라고 너무 무리하지 말라고 전해줘. 아마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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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2장

그녀는 임립에게 알 수 없는 감정이 들었다. 예전에는 호감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보니 경소경에게 향했던 감정과는 달랐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녀가 임립에게 느낀 감정은 오빠 같은, 가족 같은 감정이었다. 그녀는 병원에 있고 싶었지만 온연과 그들을 마주치면 어색할까 봐 지금까지 집에 와서 되새기고 있었다.  그녀가 좌불안석하던 중, 문에서 열쇠소리가 들렸고, 이곳의 열쇠를 갖고 있는 건 아택뿐이었다.  이전에 아택이 예군작이랑 강남에 간다고 얘기를 했었다. 일주일 정도 있을 거라고 했는데 이렇게 빨리 돌아왔을 줄은 모르고 그녀는 일어나서 말했다. “밥 먹었어요? 이렇게… 일찍 돌아올 줄 모르고 밥도 안 했는데.”  아택은 덤덤히 말했다. “난 괜찮아요. 나가려고요?”  안야는 그제서야 자신이 핸드폰과 열쇠를 들고 있는 걸 발견했고 누가 봐도 나갈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녀는 망설이다가 사실대로 말했다. “병원에 갔다 올 생각이었어요. 임립씨가 입원했거든요. 어제 피 토하고 기절한 걸 제가 목격해서 병원으로 옮겨줬어요.”  아택은 벙 쪘고 그제서야 왜 예군작이 일찍 돌아왔는지 알았다. 임립에게 일이 생겼으니 당연히 경소경과 진몽요가 같이 돌아온 걸 알았을 테다. “가고싶으면… 갔다와요. 당부하지만, 말 조심하고요. 그리고… 예군작이 알면 좋아하지 않을 테니 빨리 갔다 빨리 와요.”  안야는 내심 감동했다. 분명 그녀가 갔다 오면 일이 귀찮아질 수도 있지만 그는 그녀를 보내주었다. ”네, 금방 올게요.”  병원에 도착한 후, 그녀는 임립의 병실을 물어본 후 바로 들어가지는 못 하고 복도 멀리에서 누가 있는지 지켜보았다. 지금 임립 곁에는 분명 누군가 지키고 있을 테니 말이다. 비록 그녀는 마음먹고 왔지만, 아직 진몽요와 그 일행을 마주칠 자신이 없었고 특히 온연을 제일 무서워했다.  갑자기, 임립의 병실문이 열려며 진몽요가 걸어 나왔다. 안야는 반사적으로 몸을 숨기려 했지만 주변에 다른 병실 외에 마땅히 숨을 곳이 없었다. 그렇게 허둥대는 찰나에 진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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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3장

그녀의 머릿속엔 진몽요의 말이 계속 맴돌았다. 임립이 살 날이 얼마 안 남았다니…  병원의 하얀 벽을 보며 그녀는 이렇게 떠나고 싶지 않았지만 또 어떤 이유로 다시 들어가야할지 몰라 갈등하던 순간, 그녀는 길가에 검은 승용차를 보았고, 창문이 열리자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아택이 그녀를 향해 턱을 움직였다.  그녀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한 후 차에 탔다. “어떻게 왔어요?”  아택은 무표정이었다. “걱정돼서요. 이따가 예군작한테 가봐야 해서 먼저 집으로 데려다줄게요.”  안야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죄송해요, 사실 병실 안에는 못 들어갔어요. 병원에서도 진몽요씨 밖에 안 마주쳤고요. 저는 아무 말도 안 했으니 걱정 마세요.”  아택은 아무 말없이 약국 비닐봉지를 그녀에게 주었고, 안에는 작은 약병 두개가 들어있어 꺼내 보니 비타민이었다. “이거… 저한테 주는 거예요?”  아택은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따듯한 말 한마디 건네지 않았지만 안야의 마음은 따듯해졌다. 부부관계는 가짜여도 뱃속에 아이는 진짜였다. 아택은 아이를 신경썼기에 이 비타민을 준 것이다.  한편, 진몽요는 틈을 타 산부인과로 향했고, 경소경과 목정침은 눈치채지 못 했다. 그녀는 최근에 생리를 안 해서 이상하다고 여겨 검사를 받으러 갔다. 특히 임립이 갑자기 쓰러진 걸 보니 그녀도 왠지 모르게 건강에 대한 불안감을 느꼈다.  초음파 검사할 때가 되자 그녀는 누워서 긴장된 목소리로 의사에게 말했다. “만약에 제가 어디가 안 좋으면 바로 말해주세요. 저는 멘탈이 강해서, 굳이 가족한테 말 안 하셔도 돼요.”  의사는 불그스름한 그녀의 얼굴을 보며 혈색이 좋은 그녀가 어디가 아플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 가볍게 넘겼다. “네, 긴장푸세요.”  갑자기 의사는 화면에 집중을 하면서 기계로 천천히 진몽요의 배를 문질렀고 진몽요는 놀라서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설마… 정말 어디가 안 좋은 거 아니죠? 저는 그저 생리를 두 달 동안 안 해서 온 것뿐인데, 뭐 자궁암 이런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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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4장

인생은 늘 기묘한 것 같다. 죽음을 바랄 땐 오지 않지만 바라지 않을 때 다가온다.  경소경은 그녀의 시선을 느꼈는지 고개를 돌렸다. “왜 자꾸 쳐다봐요? 얼굴에 뭐 묻었어요?”  그녀는 얼른 시선을 거두었다. “아니요, 밖에 풍경 본 건데요. 자뻑이 심하네요.”  경소경은 그녀와 장난칠 기분이 아니라 아무 말없이 아파트에 내려주었다. “도착했어요.”  그녀는 차에서 내린 후 또 발걸음을 멈췄다. “만약에 임신한 사람이 안야가 아니고 나였으면, 책임졌을 거예요?”  경소경은 그녀를 보며 고민하다가 말했다. “진짜 임신할 수 있는지부터 증명해 봐요. 닭도 지금쯤이면 계란을 낳았겠네요.”  진몽요는 입술을 삐죽였다. “정말… 말도 못 섞겠네요. 됐어요, 얼른 가서 쉬어요. 운전 조심하고요.”  그의 차가 사라지는 걸 보며 그녀는 웃으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건물로 들어갔다. 인생은 늘 잃는 게 있으면 얻는 것도 있다.  집에 들어가자 강령은 흥얼거리는 그녀를 보며 말했다. “갑자기 어쩐 일이야? 기분은 좋아 보이네, 뭐 좋은 일 있어?”  진몽요는 강령이 비밀을 지키지 못 할까 봐 임신한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아니요, 휴가 내서 잠깐 들렸어요. 피곤하니까 먼저 잘게요. 얘기는 내일 해요.”  강령의 일그러진 표정으로 잔소리를 했다. “잘 거면 샤워는 하고 자야지. 너 방에 있는 침대 시트랑 다 빨아 놔서 깨끗해. 그러니까 오자마자 더럽히고 가지마.”  진몽요는 어떤 잔소리에도 화가 나지 않았고 기분이 좋아서 강령을 안고 뽀뽀를 했다. “알겠어요, 엄마. 자기 자식을 더럽다고 생각하는 부모가 어딨어요? 꼭 깨끗하게 씻고 잘게요.”  목가네. 목정침은 집에 오자마자 너무 피곤했는지 샤워를 하자마자 잠들었다. 온연은 낮에 낮잠을 자서 컨디션이 괜찮았고, 목정침의 휴식을 방해할까 봐 아이를 다른 방에서 재웠다. 아이가 우는 걸 방지하고자 그녀도 함께 잤다.  다음 날 그녀가 일어나고 보니 목정침은 이미 나가고 없었다. 아마 병원에 간 것 같다.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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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5장

아이는 임립을 보며 침을 흘리고 있었고, 작은 얼굴에 가득한 순진함은 무거운 병실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았다.  임립은 아이를 보며 웃었다. “귀엽네요… 아쉽게도 이번 생엔 아이가 크는 걸 못 보겠지만요.”  온연은 숨을 깊게 쉬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런 말 마세요, 기적이 있을 수도 있잖아요. 보기엔 괜찮아 보이니까 큰 문제없을 거예요. 부정적인 생각만 안 해도 모든 건 다 괜찮아져요.”  임립은 산소호흡기를 빼고 숨을 쉬었다. “제가 부정적인 사람처럼 보이나요? 오히려 다들 저보다 표정이 안 좋아 보이는데. 그런데 그럴 필요 없어요. 정말이에요. 이거 때문에 숨도 제대로 못 쉬겠네요. 당장 죽을 것도 아닌데 이런 건 뭐하러 쓰는지 모르겠어요.”  목정침은 강제로 그에게 산소호흡기를 끼워주었다. “미쳤어? 의사 선생님이 끼고 있으라면 끼고 있어야지, 빼긴 왜 빼?”  임립은 힘 없이 눈동자를 굴렸다. “그래, 끼고 있으면 돼지? 내일이면 퇴원해도 될 것 같아. 수술부위가 괜찮아 지고 있어. 난 병실에 누워서 시간낭비 하고싶지 않아. 이제 빛을 볼 날이 얼마 안 남았잖아.”   대화도중 진몽요와 경소경이 함께 병실로 들어왔고, 두 사람은 우연히 병실 앞에서 마주쳤다. 임립의 컨디션이 괜찮아 보이자 진몽요는 커튼을 확 걷었다. “빛이 많이 들어와야 기분도 좀 좋아질 거예요. 오늘은 좀 어때요? 아픈 곳 없어요?”  임립은 고개를 돌려 창 밖에 경치를 보자 평정심을 되찾았다. “없어요. 다 괜찮아요. 다들 이렇게 매일 오지 않아도 돼요. 그렇게들 한가해요? 각자 할 일은 해야죠. 당장 죽을 것도 아닌데, 내가 당장 죽기만을 기다리는 거예요?”  경소경이 답했다. “내가 원해서 오겠다는데 네가 뭔 상관이야? 솔직히 나 그렇게 바쁘지도 않고, 나 며칠 없다고 회사가 안 돌아가는 것도 아니고. 너 회사는… 내가 팔았어. 갑자기 운영 중단하는 것도 그러니까 다른 사람한테 맡겨서 운영하는 게 낫지. 너 말 대로 그 돈은… 다 기부할게.”  임립은 큰 반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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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6장

온연은 이상한 눈빛으로 그녀를 보았다. “무슨 소리야? 어제 잠 못 잤어? 얘가 헛소리를 하네.”  진몽요는 그녀를 살짝 노려보며 “정말이야. 계산해보니까 내가 안야보다 일찍 임신한 거 같아. 어제 문득 생리를 오랫동안 안 한 게 생각나서 몰래 검사하러 갔다가 알게 됐지 뭐야! 예전에는 기다려도 안 오더니, 경소경씨랑 헤어진 뒤에 아이가 찾아온 건 서프라이즈라고 생각해야 되나?”  온연은 잠시 침묵했다. “임립은 이렇게 아픈데, 너한테는 좋은 소식이 왔으니 나도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모르겠네… 넌 어쩔 생각이야? 경소경씨랑 화해할 거야? 그 사람은 아직 모르지?”  진몽요는 망설였다. “나도 몰라. 임립이 어느정도 괜찮아지면 알려줘야지. 어떤 반응인지 봐야겠어. 우선은 숨기고 있을 거니까 너도 비밀 지켜야 돼. 이따 나 나가서 밥 먹을 거라 목가네는 안 갈게. 조심히 들어가.”  온연은 물었다. “예군작이랑 먹는 거야?”  진몽요는 성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 사람은 나한테 친구일 뿐이니까 오해하지 마. 그리고 계속 여기 있을 수 없으니까 한 이틀 뒤에 다시 회사로 돌아가봐야 해. 임립한테 또 무슨 일 생기면 나한테 바로 알려줘. 운전해서 올라올게.”  온연은 예군작의 대한 익숙한 느낌이 떠올라 한참 후에 다시 대답했다. “그래… 근데 너가 이제 임신했으니까 경소경씨랑 재결합할 가능성이 클 텐데, 다른 이성이랑은 거리를 두는 게 좋겠어.”  이 점은 진몽요는 알고 있었다. “알겠어, 걱정 마. 나 먼저 갈게.”  예군작과 약속한 홍콩음식점에 도착한 후, 진몽요는 그에게 자신이 임신한 사실을 털어놓기로 결정했다. 만약 상대가 그녀에게 다른 생각이 있다면, 임신한 걸 안 뒤에는 그 생각을 접을 테니 말이다.  예군작이 있는 룸에 들어간 진몽요는 인사를 건넸다. “저 왔어요, 아택씨도 같이 앉아서 먹어요. 옆에 서 있으면 뻘쭘하잖아요.”  아택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예군작이 신호를 보내자 앉았다.  음식이 모두 올라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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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7장

아택은 운전대를 꽉 잡았다. “이제 어떻게 하실 겁니까?”  예군작의 눈에는 한기가 서렸다. “절대 그 아이 못 낳게 할 거야. 아이가 없으면 경소경이랑 다시 만나야 될 이유도 없어지겠지. 그 여자 절대 못 뺏겨…”  아택은 속으로 경악했다. 예군작은 진몽요를 원했던 거 아니었나? 그 마음에 좋아하는 감정은 단 하나도 없었던 건가? 그저 소유하고 싶었던 건가? 만약 정말 진심으로 좋아했다면 어떻게 상대한테 그렇게 잔인할 수 있을까? 그는 이 방식이 바람직하지 못 하다고 생각했다. “도련님,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만약 그 분이 도련님 때문에 아이를 잃은 걸 알게 되면, 도련님이랑도 잘 될 일이 없지 않을까요? 그건 안 보이는 폭탄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예군작은 당연히 이성을 잃었다. “그럼 너가 보기엔 내가 어떻게 해야 될 거 같아? 아이 낳고 경소경이랑 사는 걸 보고만 있으라고?”  아택은 말문이 막혔다. 그가 이렇게 행동하는 게 적합하진 않지만 더 좋은 방법은 없었다. 그가 보는 예군작은 정말 진심으로 여자를 좋아할 수 있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저도 모르겠습니다…”  예군작은 대답하지 않고 눈을 감고 애써 분노를 삭히려 했다.  ......  며칠 후, 임립은 퇴원했고 가끔씩 위가 아픈 것 외에는 일반 사람들이랑 다를 바 없었다.   이전에 사업을 하느라 너무 바빴어서 마지막 시간 동안은 모든 걸 내려놓고 자유롭게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유일하게 임가네에 돌아가지 않았다. 그 집은 그에게 아무 의미도, 따듯함도 없었고, 자신에게 폐만 될 뿐이었다.  진몽요도 남쪽으로 돌아와 일을 했고, 경소경도 그녀와 같이 돌아와 재무부 일을 처리했다. 목정침도 다시 회사로 돌아가 바쁜 일상에 복귀했다.  겉으로 봤을 땐 모두가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간 것처럼 보여 모든 게 평온했지만, 다들 마음속으로 이게 폭풍우가 불기 전 마지막 평온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임립의 죽음은 조만간 다가올 것이다.   경소경은 이전까지 강남 쪽 계열사 상황을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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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8장

경소경이 나가려던 참에 직원은 그에 다리를 붙잡았다. “경대표님 제발 부탁드립니다. 저희 부모님 다 몸도 안 좋으시고, 저희 어머니는 약까지 드셔야 되는데, 이 일을 알게 되시면 충격이 크실 컵니다. 제가 꼭 이 돈은 갚겠습니다…”  직원이 울면서 부탁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경소경은 마음이 약해지지 않았다. 모든 사람들은 다 인내심에 한계가 있듯이 이것도 법의 한계였다.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사무실로 돌아왔고, 이 상황을 듣고 있던 진몽요와 에이미도 그가 들어오자 자세를 바로했다.  경소경은 아직도 화가 많이 났는지, 책상 위에 파일들을 뒤지며 아직 원하는 걸 못 찾은 듯 보였다. 진몽요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뭐 찾으세요? 제가 찾아드릴까요?”  그는 몸을 살짝 뒤로 의자에 기대며 미간을 주물렀다. “됐어요, 일 보세요.”  에이미는 진몽요에게 말하지 말라는 신호를 보냈고, 지금 경소경에게 말을 거는 건 지혜로운 선택이 아니었다. 진몽요는 입술을 삐죽이며 목을 당기고 컴퓨터를 보는 척했고, 감히 입을 열지 못 했다. 컴퓨터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태아한테 안 좋다고 말이 생각난 그녀는 경소경 자리에 있던 선인장을 자기 자리로 옮겼다.  갑자기 경소경이 물었다. “그 선인장은 왜 다 가져가요? 그렇게 전자파가 무서워요? 얼굴에 이미 주근깨 많은데요.”  진몽요는 핸드폰을 꺼내서 얼굴을 보며 의심했다. “무슨 주근깨가 있다고 그래요? 헛소리가 심하네요! 제 피부 엄청 좋거든요! 말이 나와서 말인데… 화난다고 나한테 화풀이하지 말아요. 이 선인장은 원래 내거였어요. 내가 내 거 가져오는 게 뭐가 잘못된 거예요? 게다가… 주근깨 때문에 이러는 거 아니에요.” 아이한테 영향을 끼칠까 봐 그런 거지…  경소경의 말투는 갑자기 풀이 확 죽었다. “그쪽한테 화낸 적 없어요… 그냥 아무랑 대화하고 싶었을 뿐이에요. 티격태격 해도 좋으니.”  진몽요는 살짝 당황했다. “저는 한가하게 티격거릴 시간 없어요… 아직 일이 많이 남아서 바빠 죽겠는걸요. 야근은 힘들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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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9장

퇴근시간이 다가오자 진몽요는 허리가 살짝 아파왔고, 등받이에 기대어 경소경에게 문자를 보냈다. ‘오늘 진짜 야근시킬 생각이에요? 야근 안 하면 안돼요? 못 버틸 거 같은데 조퇴하면 안될까요? 답장 안 하면 허락한 걸로 알게요.’  그녀는 그가 문자를 무시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답장은 생각보다 빨리 왔다. ‘야근하기 싫어요? 그래요, 그럼 내가 있는 호텔로 와요. 아니면 야근하든지. 선택해요.’  호텔이라는 두 글자를 보고 그녀는 이상한 생각을 했지만 자신이 임신했다는 생각에 나쁜 생각이 싹 사라졌다. 그녀는 한쪽 구석으로 가서 답장했다. ‘당신… 호텔로 날 불러서 뭐하게요? 나 그렇게 쉬운 사람 아니에요. 우리 이미 헤어졌잖아요.’  경소경은 바로 전화를 걸었다. “바보예요? 당신 말은 그럼 나는 쉬운 사람이라는 거예요? 오든지 말든지 마음대로 해요.” 진몽요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그는 전화를 끊었고 마치 문자로 말하기 귀찮아서 전화를 건 것처럼 보였다.  진몽요는 고민하다가 가방을 챙겼다. “에이미 언니, 오늘 저녁에 야근 없어요. 아까 경대표님이 전화로 말해준 거예요. 전체 야근 없는 거예요!”  이건 그녀가 호텔에 가는 조건으로 얻은 것이었고, 전체 야근 면제가 아니라면 그녀의 희생이 아까웠다.  에이미는 의심했다. “정말이에요? 확실하면 전체 공지할게요.”  진몽요는 가슴을 두들겼다. “확실하죠. 그래도 부이사인데 이런 걸로 장난 치겠어요? 그럼 저는 먼저 가볼게요. 이사님도 일찍 들어가세요. 내일 봬요.”  경소경이 잠깐 머무는 호텔에 그녀도 가봤기에 길을 알고 있었다. 차 없이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였지만 그녀는 괜히 꾸물대느라 30분이 걸렸다. 마음속에 두 가지 생각에 그녀는 갈등하고 있었고, 한 가지는 경소경이 지금 위로가 필요하다는 것과 한 가지는 그녀가 그에게 확실하게 선을 그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이미 헤어졌으니 이렇게 애매하게 굴면 안된다고 생각이 더 컸고, 호텔에 가면 대화만 나눌 생각이었다. 게다가 그녀는 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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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0장

경소경은 먼저 엘리베이터에 탔고, 진몽요는 느릿느릿 뒤따라오자 그는 신사 답게 센서를 눌러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지 않게 했다. 이런 사소한 부분에서도 진몽요는 그때 이별을 택한 걸 후회했다.  엘리베이터 안. 그는 침묵하며 앞만 응시했고, 얼굴은 무표정이었다. 셔츠 소매를 살짝 걷어올려 보이는 햐얀 손목이 더 그를 매력 있어 보이게 만들었다.  중간에 엘리베이터에 탄 사람들은 남녀 상관없이 다 경소경을 쳐다봤고, 진몽요는 구석 쪽으로 밀려 경소경의 뒷통수만 보였다.  드디어 1층에 도착했고 진몽요는 제일 마지막으로 엘리베이터에서 나와 경소경은 입구에서 기다렸다. “좀 빨리 걸을 수 없어요? 다리가 그렇게 짧아요?”  그녀는 5센티 정도 되는 하이힐에 신발이 반치수정도 컸고, 스타킹을 신어서 그런지 빨리 걸으면 넘어질 수도 있었다. 게다가 뒤꿈치가 불편해서 새 신발이지만 벌써부터 벗어던지고 싶었다.  그녀는 나지막이 말했다. “내 다리가 짧은 걸로 하죠. 당신 다리만 길면 되잖아요. 어차피 기다릴 거면서…”  경소경은 여자를 잘 아는 남자였기에 슥 보자마자 그녀의 신발이 불편하다는 걸 알았고 뒤꿈치는 이미 긁혀서 피가 나고 있었다. 그걸 본 경소경은 “신발 안 맞으면 다른 거 신으면 안돼요?”  그녀는 그를 노려봤다. “안 신으면 안 맞는지 어떻게 알아요? 딱 봤을 때 괜찮아 보이니까 샀죠. 걸을 때 불편할 줄 누가 알았겠어요…? 이 신발 40만원 넘어서 못 버려요. 며칠만 더 신죠.”  그녀가 다가오자 그는 그녀의 팔을 잡고. “이러면 좀 나을 거예요. 일단 신발 사고 밥 먹죠.”  그녀는 순간 목이 메이며 이 장면이 너무 익숙해서 마치 그들이 헤어지지 않은 것 같았다…그녀는 그의 팔을 뿌리쳤다. “됐어요. 괜찮아요. 어차피 밥 다 먹으면 집에 갈 건데, 이 신발은 앞으로 안 신으면 그만이에요.”  그는 눈썹을 살짝 찌푸리고 강제로 그녀의 손목을 세게 잡고 차로 걸어갔다. 그의 힘을 이겨낼 수 없던 그녀는 그가 무슨 생각인지 몰랐고, 차에 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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