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소경이 나가려던 참에 직원은 그에 다리를 붙잡았다. “경대표님 제발 부탁드립니다. 저희 부모님 다 몸도 안 좋으시고, 저희 어머니는 약까지 드셔야 되는데, 이 일을 알게 되시면 충격이 크실 컵니다. 제가 꼭 이 돈은 갚겠습니다…” 직원이 울면서 부탁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경소경은 마음이 약해지지 않았다. 모든 사람들은 다 인내심에 한계가 있듯이 이것도 법의 한계였다.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사무실로 돌아왔고, 이 상황을 듣고 있던 진몽요와 에이미도 그가 들어오자 자세를 바로했다. 경소경은 아직도 화가 많이 났는지, 책상 위에 파일들을 뒤지며 아직 원하는 걸 못 찾은 듯 보였다. 진몽요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뭐 찾으세요? 제가 찾아드릴까요?” 그는 몸을 살짝 뒤로 의자에 기대며 미간을 주물렀다. “됐어요, 일 보세요.” 에이미는 진몽요에게 말하지 말라는 신호를 보냈고, 지금 경소경에게 말을 거는 건 지혜로운 선택이 아니었다. 진몽요는 입술을 삐죽이며 목을 당기고 컴퓨터를 보는 척했고, 감히 입을 열지 못 했다. 컴퓨터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태아한테 안 좋다고 말이 생각난 그녀는 경소경 자리에 있던 선인장을 자기 자리로 옮겼다. 갑자기 경소경이 물었다. “그 선인장은 왜 다 가져가요? 그렇게 전자파가 무서워요? 얼굴에 이미 주근깨 많은데요.” 진몽요는 핸드폰을 꺼내서 얼굴을 보며 의심했다. “무슨 주근깨가 있다고 그래요? 헛소리가 심하네요! 제 피부 엄청 좋거든요! 말이 나와서 말인데… 화난다고 나한테 화풀이하지 말아요. 이 선인장은 원래 내거였어요. 내가 내 거 가져오는 게 뭐가 잘못된 거예요? 게다가… 주근깨 때문에 이러는 거 아니에요.” 아이한테 영향을 끼칠까 봐 그런 거지… 경소경의 말투는 갑자기 풀이 확 죽었다. “그쪽한테 화낸 적 없어요… 그냥 아무랑 대화하고 싶었을 뿐이에요. 티격태격 해도 좋으니.” 진몽요는 살짝 당황했다. “저는 한가하게 티격거릴 시간 없어요… 아직 일이 많이 남아서 바빠 죽겠는걸요. 야근은 힘들어서
퇴근시간이 다가오자 진몽요는 허리가 살짝 아파왔고, 등받이에 기대어 경소경에게 문자를 보냈다. ‘오늘 진짜 야근시킬 생각이에요? 야근 안 하면 안돼요? 못 버틸 거 같은데 조퇴하면 안될까요? 답장 안 하면 허락한 걸로 알게요.’ 그녀는 그가 문자를 무시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답장은 생각보다 빨리 왔다. ‘야근하기 싫어요? 그래요, 그럼 내가 있는 호텔로 와요. 아니면 야근하든지. 선택해요.’ 호텔이라는 두 글자를 보고 그녀는 이상한 생각을 했지만 자신이 임신했다는 생각에 나쁜 생각이 싹 사라졌다. 그녀는 한쪽 구석으로 가서 답장했다. ‘당신… 호텔로 날 불러서 뭐하게요? 나 그렇게 쉬운 사람 아니에요. 우리 이미 헤어졌잖아요.’ 경소경은 바로 전화를 걸었다. “바보예요? 당신 말은 그럼 나는 쉬운 사람이라는 거예요? 오든지 말든지 마음대로 해요.” 진몽요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그는 전화를 끊었고 마치 문자로 말하기 귀찮아서 전화를 건 것처럼 보였다. 진몽요는 고민하다가 가방을 챙겼다. “에이미 언니, 오늘 저녁에 야근 없어요. 아까 경대표님이 전화로 말해준 거예요. 전체 야근 없는 거예요!” 이건 그녀가 호텔에 가는 조건으로 얻은 것이었고, 전체 야근 면제가 아니라면 그녀의 희생이 아까웠다. 에이미는 의심했다. “정말이에요? 확실하면 전체 공지할게요.” 진몽요는 가슴을 두들겼다. “확실하죠. 그래도 부이사인데 이런 걸로 장난 치겠어요? 그럼 저는 먼저 가볼게요. 이사님도 일찍 들어가세요. 내일 봬요.” 경소경이 잠깐 머무는 호텔에 그녀도 가봤기에 길을 알고 있었다. 차 없이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였지만 그녀는 괜히 꾸물대느라 30분이 걸렸다. 마음속에 두 가지 생각에 그녀는 갈등하고 있었고, 한 가지는 경소경이 지금 위로가 필요하다는 것과 한 가지는 그녀가 그에게 확실하게 선을 그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이미 헤어졌으니 이렇게 애매하게 굴면 안된다고 생각이 더 컸고, 호텔에 가면 대화만 나눌 생각이었다. 게다가 그녀는 임신
경소경은 먼저 엘리베이터에 탔고, 진몽요는 느릿느릿 뒤따라오자 그는 신사 답게 센서를 눌러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지 않게 했다. 이런 사소한 부분에서도 진몽요는 그때 이별을 택한 걸 후회했다. 엘리베이터 안. 그는 침묵하며 앞만 응시했고, 얼굴은 무표정이었다. 셔츠 소매를 살짝 걷어올려 보이는 햐얀 손목이 더 그를 매력 있어 보이게 만들었다. 중간에 엘리베이터에 탄 사람들은 남녀 상관없이 다 경소경을 쳐다봤고, 진몽요는 구석 쪽으로 밀려 경소경의 뒷통수만 보였다. 드디어 1층에 도착했고 진몽요는 제일 마지막으로 엘리베이터에서 나와 경소경은 입구에서 기다렸다. “좀 빨리 걸을 수 없어요? 다리가 그렇게 짧아요?” 그녀는 5센티 정도 되는 하이힐에 신발이 반치수정도 컸고, 스타킹을 신어서 그런지 빨리 걸으면 넘어질 수도 있었다. 게다가 뒤꿈치가 불편해서 새 신발이지만 벌써부터 벗어던지고 싶었다. 그녀는 나지막이 말했다. “내 다리가 짧은 걸로 하죠. 당신 다리만 길면 되잖아요. 어차피 기다릴 거면서…” 경소경은 여자를 잘 아는 남자였기에 슥 보자마자 그녀의 신발이 불편하다는 걸 알았고 뒤꿈치는 이미 긁혀서 피가 나고 있었다. 그걸 본 경소경은 “신발 안 맞으면 다른 거 신으면 안돼요?” 그녀는 그를 노려봤다. “안 신으면 안 맞는지 어떻게 알아요? 딱 봤을 때 괜찮아 보이니까 샀죠. 걸을 때 불편할 줄 누가 알았겠어요…? 이 신발 40만원 넘어서 못 버려요. 며칠만 더 신죠.” 그녀가 다가오자 그는 그녀의 팔을 잡고. “이러면 좀 나을 거예요. 일단 신발 사고 밥 먹죠.” 그녀는 순간 목이 메이며 이 장면이 너무 익숙해서 마치 그들이 헤어지지 않은 것 같았다…그녀는 그의 팔을 뿌리쳤다. “됐어요. 괜찮아요. 어차피 밥 다 먹으면 집에 갈 건데, 이 신발은 앞으로 안 신으면 그만이에요.” 그는 눈썹을 살짝 찌푸리고 강제로 그녀의 손목을 세게 잡고 차로 걸어갔다. 그의 힘을 이겨낼 수 없던 그녀는 그가 무슨 생각인지 몰랐고, 차에 타
경소경은 인내심이 한계에 도달했고 어두운 표정으로 그녀를 보았다. “꼭 나한테 이래야겠어요? 우리 사이에 그깟 게 대체 뭐라고 그래요? 그냥 제발…” 나랑 잘해볼 수 없는 거예요? 그는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지만 마지막 한 마디는 뱉지 못 했다. 진몽요는 고개를 숙였다. “그런 게 아니라… 근데 밥 먹는다고 안 했어요? 밥부터 먹어요, 나 배고파요.” 경소경은 말없이 빠른 발걸음으로 차에 탔고 누가 봐도 화가 난 상태였다. 진몽요는 한숨을 쉬며 뒤따라 갔고, 그가 먼저 얘기를 꺼내길 기다렸지만 그는 끝까지 말하지 않았다. 레스토랑에 도착한 경소경은 그녀가 좋아하는 레어 굽기의 스테이크를 주문했고, 예전부터 밥 먹을 땐 늘 그가 주문을 도맡았다. 그녀는 자신이 생고기를 못 먹는다는 말은 못하고 파스타를 따로 주문했다. 스테이크가 나오자 진몽요는 보지도 않고 파스타만 깨끗이 먹어 치웠다. 이런 곳은 가뜩이나 양이 적어서 그녀는 코끼리가 새모이를 먹은 느낌이었지만 더 주문할 수 없었다. 여자가 많이 먹는 건 좀 창피하지 않나? 경소경은 그녀가 스테이크도 안 먹고 배가 안 부른 것 같아 물었다. “내가 스테이크에 독이라도 탔을까 봐 그래요? 내가 만든 것도 아니잖아요.” 진몽요는 망설이다 말했다. “좀 더 익힌 걸로 먹으면 안돼요? 요즘 위가 안 좋아서 너무 안 익은 건 좀 그렇네요.” 그는 다 비워진 파스타를 보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위 안 좋은 거 맞아요? 원래 레어를 제일 좋아했잖아요.” 그녀는 대답하지 못 했고, 그는 그녀가 민망할까 봐 직원을 불러 완전히 익힌 고기로 바꿔주었다. 분위기는 급 조용해졌고, 경소경은 손에 있던 나이프와 포크를 내려놓고 진지하게 그녀를 바라보며 할말이 있는 거 같았지만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진몽요는 그의 시선이 불편해서 먼저 입을 열었다. “언제 돌아갈 거예요? 재무팀 문제는 해결했으니 이제 여기서 더 있을 일 없겠네요?” 경소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틀 뒤쯤 갈 거예요. 그래서… 가기
경소경은 벌떡 일어났다. “네, 금방 갈게요. 어디 다치셨어요? 많이 다쳤어요?” 하람이 그저 다리만 다쳤다는 사실에 경소경은 나름 안도했고, 전화를 끊고 진몽요에게 말했다. “먼저 먹어요. 엄마한테 교통사고가 나서 잠깐 가봐야겠어요. 계산은 하고 갈 테니까 나중에 연락할게요.” 진몽요가 대답하기도 전에 그는 이미 멀리 떠났다. 그녀는 김이 빠졌으면서도 하람을 걱정했다. 그녀는 집에 돌아온 후 경소경이 도착했을 시간에 맞춰 전화를 걸었다. “어머님 괜찮으세요?” 경소경은 병원에 있었다. “크게는 안 다쳤어요. 오른쪽 다리가 골절되었는데 나이 들어서 이리저리 쉽게 고장 난다고 투덜대시기만 하지 전체적으로는 괜찮아요. 늦었는데 안 자고 있었어요? 일찍 쉬어요, 끊을게요.” 그녀도 별 다른 얘기 없이 전화를 끊었다. 올 여름은 그렇게 평화롭지 못한 것 같다. 목가네, 온연은 아이를 안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고, 아이는 특별한 감기 증상도 없었는데 갑자기 열이 많이 나기 시작했다. 유씨 아주머니와 목정침은 아이 물건을 챙기며 병원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이는 계속 잠에 들지도 않고 온 몸은 뜨거워지고 있었다. 작은 얼굴은 이미 불그스름 해졌으며 아프다고 울지는 않았지만 밥도 먹지 않는 걸 보니 상태가 안 좋은 듯했다. 온연은 마음이 아파서 눈물이 흐를 것 같았다. 병원에 도착한 후, 의사는 간단한 진료를 한 뒤 전체적인 검사를 해보라고 제안했다. 당시에 조산으로 태어난 아이라 각종 질병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었다. 얘기를 듣고 나니 온연은 마음이 아파서 눈시울이 붉어졌고, 어쩐지 모든 일이 순조롭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녀가 아이를 다시는 못 낳을 거라고 의사가 말했었는데 기적 같이 아이를 낳았고, 위험하게 조산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태 큰 문제가 없었다. 그녀는 이 모든 게 다행이라고 여겼고 늘 불안할 정도로 다행이었다… 2시간 정도지난 뒤 모든 검사를 마치고, 채혈을 할 때 아팠을 텐데 아이는 울 힘도 없었는지 울지 않았다
열이 내려가자 아이는 다시 활발해지고 입맛도 돌아왔다. 온연은 마음이 놓여서 강제로 목정침을 병실에서 쫓아냈다. 아이가 아프다고 온 집안 사람들의 일상을 방해할 순 없으니 그가 꼭 병실을 지키고 있어야만 하는 건 아니었다. 한편. 다른 병원에서 경소경은 하람의 침대 옆에서 꼬박 하룻밤을 지키고 있었고, 아침부터 하람의 심부름으로 리치와 포도를 사와 그녀의 손에 쥐어줬다. “다리 아프신 거 말고는 다 괜찮은 거 같네요. 그나저나 기사님 있었잖아요. 어쩌다 이렇게 되신 거예요?” 하람은 과일을 먹으며 투덜댔다. “그러게. 기사님이 지금까지 운전을 오랫동안 잘 하셨는데 이번엔 나보다 심하게 다치셨어. 이따가 너가 영양제 같은 것 좀 사서 병문안 가봐. 병원비는 우리가 보태 줘야지. 그래도 일하다가 다친거니까. 어제 나갈 때까지만 해도 괜찮았는데, 사거리에서 갑자기 어떤 차가 우리쪽으로 달려오는 거야. 일부러 그런 것처럼. 박고 바로 도망갔어. 경찰한테 신고해서 조사 맡겼어. 네 아빠가 지금 거기 있고. 대포차라서 아직은 누군지 못 잡은 모양이야. 재수가 없어도 너무 없지.” 하람이 그냥 한 말에 경소경은 의심을 품었고, 대포차에 뺑소니라면 뭔가 음모가 있는 것 같았다… 누가 하람을 겨냥한 걸까? 하람은 늘 적이 없고, 경가네 집안도 딱히 라이벌이 없으니 그저 오해이길 바랐다… 그가 생각하던 중 하람은 화제를 돌렸다. “맞다, 계열사에 갔다 왔어? 어땠어? 몽요 만났지?” 그는 눈썹을 올리며 “무슨 말이 하고싶으신 거예요?” 하람은 웃었다. “내가 무슨 말 하고 싶은지 알잖아. 엄마가 이렇게 애를 썼는데 내 호의를 실망시키지 마렴. 난 몽요를 처음 봤을 때부터 너희 둘이 짝이라는 걸 알았어. 너가 누구 좋아하는지 안 좋아하는지 내가 딱 보면 알아. 그러니까 노력 좀 해. 난 내가 아파 죽기 전에 손주랑 여행도 가고 친구들한테 자랑도 하고싶어. 요즘 계속 재수없는 일만 생기는 거 보니 이러다 진짜 무슨 일 나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러니까 얼른 효도
진몽요는 막 회사에 도착해서 문자를 받고 답장했다. ‘소경씨한테 어머님 소식 들었어요. 안 그래도 주말에 뵈러 가려던 참이었어요. 금요일에 퇴근하고 올라갈게요.’ 하람은 문자를 보며 입 속에 있던 리치가 더 달게 느껴졌다. 경소경이 남쪽으로 가지 않아도 진몽요가 올라오면 똑같은 것이니 그녀는 기쁜 마음으로 답장했다. ‘그래, 그럼 금요일에 우리 집으로 바로 와. 그때쯤이면 나도 퇴원했겠다. 내가 맛있는 거 해 놓을게, 같이 저녁하자.’ 진몽요는 시간을 계산해보고 금요일 오후에 반차를 낸 뒤 일찍 올라 가기로 마음먹었다. 하람이 교통사고를 당했음에도 그녀를 그리워하고 있는데 그런 사람을 오래 기다리게 만들 수 없었다. 병원에서 나온 후, 경소경은 차를 타고 임립의 집으로 향했고, 아줌마가 있어서 그런지 집은 깔끔했다. 임립은 거실 창문 앞에 앉아 디자인을 그리고 있었고, 마치 죽기 전 좋아했던 모든 걸 그림으로 남기려 하는 것 같았다. 그의 컨디션은 좋아 보였고 절대 죽기 직전인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평온할수록 왠지 모르게 더 비참해 보였다. 경소경은 소파에 있던 쿠션을 들어 임립에게 던졌다. “맨날 집에만 있을 거야? 놀러 안 갈래?” 임립은 쿠션을 집었다. “어디 가서 놀게? 클럽? 난 못 가. 술도 못 마시고, 음식도 함부로 못먹어. 안 그럼 빨리 죽을 테니까. 난 지금이 딱 좋아. 매일 회사에서 바쁘게 일하지 않아도 되고, 여유롭게 하고싶은 거 하는 느낌이 나쁘지 않네. 난 내가 왜 그렇게 열심히 살았는지 모르겠어. 이렇게 여유롭게 사는 것도 좋은데 말이야.” 경소경은 입꼬리를 올리며 임립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너 살이 많이 빠졌네. 꼭 클럽 가자는 말은 아니었어. 내가 이럴 때 클럽에 데리고 가면 사람도 아니지. 난 그냥 주변도 둘러보면서 경치도 좀 봤으면 해서.” 임립은 한숨을 쉬었다. “내가 지금 등산 가면 등산하다가 죽을수도 있나? 나도 주변 좀 둘러보고 싶은데, 더 오래 살고싶어… 날씨가 더워져서 체력이
“그러게, 아쉽네.” 임립은 고민 없이 대답했다. 인생은 늘 아쉬운 게 많았고, 마지막 순간에 다 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경소경은 갑자기 진지해졌다. “걱정 마, 나 그 사람이랑 다시 잘 될 거야. 내 바람둥이 기질은 이미 그 사람을 처음에 본 순간부터 고쳐졌어. 내가 이렇게 누군가를 좋아해본 적이 없었거든. 이 사람 만나기 전에는 결혼 생각도 없었으니 말이야. 계속 디자인 그리고 있어, 주말에 너 데리고 피크닉 가게. 좀 시원한 곳으로. 그리고 그 디자인 나한테 줘. 내가… 기념으로 갖고 있게.” 임립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래.” ...... 시간은 야속하게 흘러갔고, 순간을 붙잡고 싶어도 그저 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다. 어느 새 금요일. 아이는 퇴원 수속을 밟고 집으로 돌아왔고 여전히 즐거운 표정이었다. 온연과 목정침이 이번 일로 인해 많이 놀란 건 아이가 절대 알리 없었다. 며칠동안 온연은 잠도 거의 못 잤다. 매번 2시간도 못 자고 잠에서 깨어나 수유를 하고, 기저귀도 갈아주었고, 중간중간 쉬는 건 별로 의미가 없었다. 어느새 그녀의 다크서클이 심하게 내려왔고, 집으로 돌아온 순간 그녀는 푹신한 침대에서 일어나고 싶지 않았다. 처음으로 목정침의 결벽증을 무시하고 샤워도 하지 않은 채 잘 준비를 했다 목정침은 그런 그녀를 싫어하지 않고 자상하게 이불을 덮어주었다. “너 요즘 고생했으니까 푹 자. 나도 오늘은 회사 안 가고 집에서 아이 볼 테니까 마음 편히 자.” 온연은 그를 향해 손을 뻗었고, 그가 다가가서 몸을 숙이자 그녀는 웃으며 그의 목에 팔을 감싸고 입을 맞췄다. “그럼 고생해요, 난 좀 잘게요.” 그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네.” 그가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온연은 깊은 잠에 들었고, 막 꿈을 꾸던 찰나에 전화가 울렸다. 그녀는 순간 사는 게 정말 피곤하다고 생각했다… 수신인이 진몽요인 걸 확인하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아이가 막 퇴원해서 너무 피곤해. 지금 막 잠 들었었어. 주말에 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