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의 모든 챕터: 챕터 941 - 챕터 950

1359 챕터

제941장

멀어지는 그를 보며 온연의 입꼬리는 슬슬 올라가고 있었다. 이것이 보통 사람들이 느끼는 행복인가? 이제는 세 가족이서 기쁨을 나누며 누군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걱정이나 자신이 버려질 것 같다는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이것이 그녀가 어렸을 적부터 바라온 것이었다…  시간이 아직 일러 그녀는 임집사님에게 운전을 부탁해 온가네 저택으로 향했다. 아직 온가네 저택을 본 적이 없으니 이제 가볼 때가 됐다.  집문서에 적힌 주소에 도착한 후 그녀는 온가네 저택이 목가네와 가깝다는 걸 발견했다. 단지 온가네 저택은 조금 시끄러운 동네 쪽이었고 목가네 주변처럼 조용하지 않았다.  저택은 많이 낡아 있었다. 딱 봐도 세월의 흔적들이 남아 있었고 꼭 오래된 조상님이 앉아있는 것처럼 오랫동안 리모델링도 안되어 있어서 낙후되어 보였다.  녹슨 철문을 열면 잡초가 가득한 정원이 보였다. 그리고 정원에는 생명력이 강한 큰 나무가 자리잡고 있었고, 또 알 수 없는 나무 한 그루가 더 있었다. 관리하는 사람이 없어서 나무가지는 길게 뻗어 이미 집 밖까지 자라 있었다.  아마 과거에 이곳도 사람들이 부러워했던 부잣집 아니었을까? 그녀의 아버지는 어렸을 적부터 이곳에서 자랐고 할머니도 이곳에서 오랜 세월을 사셨었지만 지금은 사람도 없고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만약 당시에 자신의 아버지가 진함을 좋아하지 않아서 집을 떠나지 않았더라면 온가네도 지금쯤 꽤 잘 나가는 집안에다가 이곳도 이렇게 황량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한번의 결정으로 인해 정말 인생이 뒤바뀔 수 있었고, 시간이 지나면 그때의 선택을 후회해도 되돌릴 수 없었다.  임집사가 이때 당부했다. “사모님, 날씨가 더워서 작은 도련님이 불편하신 모양이에요. 오늘은 별다른 준비 없이 오셨으니 우선 돌아가는 게 어떨까요? 나중에 도련님이 시간 있으실 때 다시 같이 오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이 저택을 보수하고 싶으시면 그러셔도 되고요.”  보수? 온연은 이 집의 원래 그대로의 모습을 최대한 지키고 싶었다. 그래야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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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2장

경소경은 책상에 앉아 오전내내 서류만 검토했고, 에이미가 허락해서 진몽요는 오전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경소경에게 찻물만 따라주었다. 그녀는 일을 하기 싫었고 할 줄도 모르는 부이사지만, 에이미가 보기엔 그저 아무것도 모르는 낙하산에 월급만 받고 밥 그릇만 챙기는 사람이었다. 그래도 그녀가 상사여서 다행이었다.  어렵사리 점심시간까지 버틴 후, 그녀는 그 누구보다 기뻐했다. 벌써 두 시간 버텼으니 점심시간만 되면 그 누구의 간섭을 받지 않아도 됐었다.  시계가 12시를 가리키자 그녀는 누구보다 빠르게 가방을 맸고, 맛있는 밥을 먹으러 갈 준비를 했다. 그녀가 사무실 입구까지 걸어가기도 전에 에이미가 불렀다. “부 이사님 어디 가세요? 점심은 경대표님이 사신데요, 저희 다 같이 가야해요.”  그녀는 발걸음을 멈췄다. “저는 안 가면 안되나요? 사주시는 데 꼭 가야 되는 건 아니잖아요?”  에이미는 바보를 보듯 그녀를 보며 “단순히 밥 얻어먹는 자리라고 생각해요? 자리만 바꿔서 회의하는 거나 마찬가지인데, 무슨 생각이에요?”  그녀는 도망가기에 글렀고, 은은하게 신난 경소경의 표정을 보자 확 열이 받았다. “네, 제가 가면 되는거죠?”  경소경은 일어나서 말했다. “부이사님 저한테 불만이 많으신가 봐요? 아침에 지각하신 걸로 제가 월급도 안 까드렸는데.”  진몽요는 웃는 척했다. “아니요, 경대표님은 잘못한 게 하나도 없으신데 불만 있는 사람이 어딨겠어요. 저도 도리는 있는 사람이라서요. 월급도 안 까시고 말 몇 마디로 끝내주셨는데 제가 어떻게 감히 불만을 갖겠어요? 가죠, 일찍 갔다 일찍 오고싶네요. 오후 출근 늦으면 안되니까요.”  회사 근처 식당. 에이미는 경소경의 옆에 비서처럼 딱 붙어서 자리를 안내하고 주문을 했다.  에이미와 진몽요 외에 다른 고위직 직원들이 함께했고 진몽요는 아무도 모르는데다 경소경과 얘기를 나눌 수도 없으니 화장실 핑계로 자리를 피했다. 음식이 나올 때까지 화장실에 있을 생각이었고 사람들이 일 얘기하는 걸 듣고 싶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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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3장

진몽요는 당황했다. “어떻게 아셨어요?”  에이미는 거울 앞에서 머리를 정리하며 “의자에서 떨어졌을 때 대표님이 반응이 엄청 빠르셨거든요. 관심 없는 사람한테 그렇게 할 수가 없는 건데, 너무 티났어요. 게다가 그때 몽요씨를 등지고 계셨거든요. 그리고 몽요씨 말고 감히 누가 대표님한테 그런 식으로 말하겠어요?”  진몽요는 속이 살짝 쓰렸다. “다 지나간 일이에요… 저도 낙하산 하기 싫었어요, 눈치 보이잖아요. 이제 나가 봐야겠네요, 계속 화장실에 숨어만 있으면 입맛 떨어지잖아요.”  에이미는 큰 언니처럼 그녀의 어깨를 토닥였다. “이미 지나간 일이라고 했으니 그냥 넘겨요. 과거에 살지 말고요. 이제 그쪽은 강남 계열사의 부이사이고, 그 분은 제일 높은 상사고, 이 회사 사장이에요. 알겠죠?”  진몽요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지금 에이미는 그녀가 예의를 지키지 않았다고 말해주고 싶은 건가? 마치… 그녀가 경소경을 상사라고 생각하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에이미의 충고에 그녀는 자신이 잘못 행동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과거에서 벗어나야 된다고 생각했다. “네… 앞으로 사장님이라고 생각할게요.”  자리로 돌아온 후 에이미는 특별히 진몽요에게 경소경 옆자리를 양보해주었다. 진몽요는 성실하게 경소경에게 술을 따라주었고 그가 좋아하는 음식을 가까이 대주었다. 그녀의 행동에 경소경은 젓가락을 움직이지 않았다. “뭐하는 거예요?”   그녀는 그를 보며 “사장님한테 직원이 술을 따라드리는 게 이상한가요? 경 대표님, 제가 앞으로 반성해서 절대 늦지 않도록 하고 열심히 일 하겠습니다!”  경소경은 그녀의 진지한 모습을 보며 살짝 기분이 상했다. 정말 그를 상사로 생각하는 건가? 그는 갑자기 입맛이 떨어졌다. “근무시간에는 술 안 마셔요, 이건 기본이예요.”  그녀는 그에게 음료로 바꿔주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무지했네요.”  회의 장소만 바꾼 거라고 했지만 식탁에서 아무도 일 얘기를 하지 않았고, 심지어 그 누구도입을 열지 않았다. 경소경은 계속 안 좋을 표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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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4장

두 사람은 고개를 저으며 감히 안으로 들어가지 못 했다. 재무팀 직원이 한바탕 혼나고 얼굴에 잿빛을 띄며 나오자 아무 것도 못 들은 것처럼 다시 자리에 앉아 할 일을 했고 경소경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다.  하지만 예상치도 못한 불똥이 튀어 경소경은 에이미를 불렀다. “여기서 일 한지 꽤 됐죠? 계열사로 나뉘기 전에 여기가 본사였는데 내가 일을 넘겨 받기 전까지는 어머니가 여기를 계속 관리하셨잖아요. 그러니까 여기가 제2의 본사나 마찬가지예요. 작년에 실적이 얼마나 떨어졌는지 봤어요? 올해 상반기만 봐도 작년보다 더 떨어질 거 같은데, 이사님은 뭐하는 거예요? 내가 여기에 혼내러 온 게 아니라 내가 말을 안 하면 일들을 더 열심히 안 하니까 그래요.”  에이미는 일어나서 푹 고개를 숙였다. “네, 다 제 잘못입니다. 최선을 다해서 하반기 실적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에이미가 혼난 뒤 경소경의 시선은 진몽요에게 고정되었고 진몽요는 찔렸다. “설마… 저까지 혼내시려고요? 저는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경소경은 미간을 문질렀다. “귀찮아서 할 말도 없네요. 먼저 호텔에 있다가 저녁에 다시 올게요. 오늘 저녁은 전체 야근이예요.”  그가 나가자마자 진몽요와 에이미는 한숨을 쉬었고, 에이미는 직장생활을 오래해서 이런 상황이 창피하거나 어색하지 않았다. “그 쪽은 왜 한숨을 쉬어요? 혼나지도 않았으면서. 내가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지 아니면 그쪽이 혼났을 거예요. 매력적인 사람이 제일 위험하다는 말, 경대표님이랑 너무 잘 어울리지 않아요? 잘생겼는데, 혼내는 모습도 왠지 멋있고, 예전에는 하대표님이 이쪽에 더 자주 오셨거든요. 그때는 이런 성격이신 줄 몰랐는데, 몇 번 더 혼나면 익숙해지겠죠.”  진몽요는 웃었다. “에이미 언니, 농담도 잘하시네요. 평소에는 엄격한 표정만 지으셔서 그런 사람인 줄만 알았는데, 이런 분인 줄 알았으면 제가 처음에 긴장도 안 했을 텐데요.”  에이미도 이젠 격식을 차리기 귀찮았다. “그건 형식적인 거였어요. 그렇게 해서 겁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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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5장

경소경은 다시 자리에 앉았다. “네.”  에이미는 숨을 들이 마시고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이때 갑자기 경소경이 물었다. “이따가 어디서 먹을 거예요? 회사에서 밥 주지 않아요? 왜 저녁 안 먹었어요?”  그는 에이미에게 말하는 것 같아 보여도 진몽요가 왜 저녁을 안 먹었는지 묻고 있었다.  에이미는 망설이다 답했다. “부이사님이 요즘 열심히시거든요. 바빠서 못 드셨어요. 근처에 해산물 파는 포장마차 새로 생겼는데 직원들이 거기가 맛있다고 해서 가보려고요. 그… 대표님도 같이 가실래요?”  진몽요는 에이미의 머리가 어떻게 됐다고 생각했다. 퇴근하고 겨우 자유롭게 맛있는 걸 먹으러 가는 자리에 호랑이를 데리고 가면 마음이 편한가? 그녀는 상관없어도 에이미는 그가 두렵지 않은 건가? 그녀는 속으로 경소경이 거절하길 바랐고, 고귀한 분이니 절대 그런 곳에 안 갈 거라고 생각했다.  경소경은 진몽요의 생각을 읽었는지 일부러 승낙했다. “좋죠, 포장마차 안 간지도 오래됐는데, 가끔씩 가면 좋더라고요.”  진몽요는 김 빠진 채 고개를 숙였다. 그래, 그냥 편하게 맛있는 거 먹고 스트레스도 풀지 뭐.  목가네.  식사 후, 온연은 아이를 안고 목정침과 함께 정원에서 바람을 쐬고 있었다. 에어컨 바람만 쐬고 있으니 괜히 답답했고 대자연의 바람을 만끽하는 게 훨씬 시원했다.  오늘 목정침이 오랜만에 일찍 집에 와서 그런지 아이도 기뻐서 잠에 들지 않았다. 목정침도 아이를 귀여워하며 의자에 앉아 아이가 맘껏 몸부림치게 해주었다.  온연은 목정침을 보다가 고민 끝에 입을 열었다. “그… 상의하고 싶은 일이 있어요.”  진지한 그녀의 모습에 목정침은 고개를 들었다. “무슨 일인데?”  그녀는 생각을 정리한 뒤 말했다. “온가네 저택 보고 왔거든요. 사람이 안 사니까 텅 비어서 서늘하더라고요. 거긴 아빠가 어렸을 때부터 살았던 집인데 할머니가 저한테 주셨으니 이렇게 방치하는 것도 좀 그렇지 않을까요? 나는… 보수를 좀 하고 집에서 살면서 관리할 사람이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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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6장

그가 허락하자 온연은 마음이 놓였다. “내가 저축한 금액 다 보탤 게요. 나중에 관리할 사람 찾는 비용도 다 내가 내고요. 도와줘서 고마워요.”  목정침은 그녀를 끌어당겼다. “네 돈은 네가 갖고 있어. 네가 하고 싶은 건 내가 뭐든지 다 도와줄 거야. 그러니까 고맙다는 말은 하지 마. 네가 내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날 용서해 준 거니까 오히려 내가 고마워해야지.”  용서? 그녀는 처음으로 그가 그 사건에 대해 진심으로 죄책감을 느끼고 있음을 알았고, 이젠 정말 그를 용서할 수 있었다.   정신이 똘망똘망한 아이를 보며 그녀가 물었다. “혹시… 지금 잠깐 아주머니한테 아이 좀 맡겨 놓는 거 어때요? 아직 피곤할 시간이 아니라 소란 피우진 않을 것 같은데.”  목정침은 금방 그녀의 뜻을 알아들었다. 보통은 그가 강력하게 아이를 다른 사람에게 맡기자고 요구했지만 오늘은 그녀가 자발적으로 원하자 그는 당연히 기뻐했다. “그래, 너가 맡기고 와. 난 방에서 기다릴게.”  온연은 얼굴을 붉히며 아이를 안았고 아주머니를 찾은 뒤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하며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시켰다. “아주머니, 잠깐 아이 좀 봐주세요. 저녁에 제가 데리고 잘 게요.”  유씨 아주머니는 웃으며 아이를 품에 안았다. “그래, 괜찮아. 너가 이따가 다시 오면 되지. 지금은 아직 안 졸리시니까 내가 밖에서 산책 좀 할게. 에어컨 바람만 쐬면 몸에 안 좋으니까.”  온연은 고개를 끄덕이고 뒤돌아 올라가 방에 들어가자마자 문을 잠궜다. 목정침은 그녀의 행동을 보고 웃었다. “누가 보기라도 할까 봐 그런 거야? 내가 집에 있을 땐 문 두드리는 사람 없어, 걱정 마.”  그녀는 침대에 앉아 있는 목정침을 보며 말했다. “아이를 자꾸 떼어놓는 게 좀 그러네요…”  그는 그녀가 걱정할 줄 알았다. “어차피 저녁에 우리가 데리고 자는데 뭐가 걱정이야? 우리도 두 사람만의 시간이 좀 있어야지 않겠어? 예전에는 사이가 안 좋아서 제대로 시간도 못 보냈는데, 아이가 태어난 뒤로 우리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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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7장

그녀가 물었다. “무슨 일이에요?”  그는 핸드폰을 꽉 쥐었다. “립이한테 문제가 생겼어. 위가 아프다고 할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일단 가볼게.”  온연은 머리가 울렸고, 그 순간 임립을 처음 만났을 때가 떠올랐다. 성격도 좋고 잘 웃는 사람이 목정침과 경소경 옆에 같이 서있으니 더 빛나보였다. 가족을 포기하고 혼자 살아가더라도 그의 노력하는 모습은 별처럼 빛나 보였었다…  목정침의 표정을 보니 임립은 아마…  “나도 같이 갈래요! 임립은 당신 친구이기도 하지만 내 친구이기도 해요.” 그녀가 단호하게 말했다.  목정침은 거절하지 않았지만 물었다. “애가 우리 없다고 계속 울면 어떡해? 지금 가면 언제 올지 몰라. 내일 아침에 돌아올 수도 있어.”  온연은 그가 생각을 바꿀까 봐 얼른 옷을 갈아 입었다.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임립은 집 나와서 친구도 우리 밖에 없을 텐데 아이가 울면 그냥 둬야지 뭐 어떡해요. 큰 일 아니잖아요. 정 안되면 나만 좀 일찍 올게요. 이러지 말고 얼른 가요.”  한편, 해산물 포장마차에서 에이미와 진몽요랑 같이 야식을 먹던 경소경도 전화를 받았고 목정침과 똑같은 표정이었다. 하지만 지금 가려면 운전해도 몇 시간이나 걸리기 때문에 그는 당장은 도착하지 못 하기에 우선 목정침에게 맡겼다.  전화를 끊고 진몽요는 경소경의 표정을 보며 물었다. “왜 그래요?”  경소경은 숨을 들이 마셨다. “립이한테 일이 생긴 모양이에요. 두 사람은 좋겠네요. 내가 오늘 저녁에 돌아가면 감시하는 사람도 없잖아요. 둘이 먹어요, 난 가야겠어요.”  진몽요는 손에 들고 있던 대하를 내려놓았다. “저도… 같이 갈까요? 어차피 대표님이니 이틀만 월차 내주시면…”  경소경은 살짝 고민했다. “정말 갈 거예요?”  진몽요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임립은 저희의 친구잖아요. 무슨 일이 생겼는데 제가 어떻게 모른 척해요? 운전해서 갈 거면 저도 태워주세요. 혼자 운전해서 가는 것도 그렇잖아요. 그래도 되죠?”  경소경은 허락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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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8장

병원. 목정침과 온연이 도착했을 때 임립은 수술실에 있었다. 수술실 밖에서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 걸 보고 왠지 마음이 아파왔다.  온연은 복도 벤치에 앉았다. “누가 전화 한 거예요? 어떻게 아무도 안 왔어요?”  목정침은 고개 돌려 그녀를 보았다. “안야.”  온연은 눈썹을 찌푸렸다. “걔가 어떻게 전화했데요? 그럼… 전화만 하고 갔나 보네요, 우리랑 마주치기 껄끄러우니까요.”   목정침이 추측했다. “립이네 회사 맞은 편 아파트에 사니까, 아마 우연히 마주쳤겠지. 그래서 병원으로 이송하고 우리한테 전화했나 봐, 소경이도 이쪽으로 오고있데.”   온연은 적어도 안야가 그렇게 나쁜 아이는 아니라 임립이 잘해준 은혜는 잊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이 수술은 장장 5시간이나 걸렸고, 수술실 불이 꺼지는 순간 목정침은 얼른 일어나 문이 열리길 기다렸다.  집도 의사는 나올 때 이마에 땀이 가득했다. “환자분 가족이신가요?”  목정침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됐나요?”  의사는 고개를 저었다. “위암 말기입니다. 아직 젊으셔서 일찍 발견했으면 치료할 수 있었지만 피를 토한 뒤에 오셨으니, 우선 긴급 수술로 조치를 취하긴 했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아시다시피 얼마 안남았습니다, 아마 길어야 한 달일 거예요. 병원에 있으면 좀 더 살 수 있겠지만 힘들거예요. 지금이라도 나가서 남은 시간동안 하고싶은 걸 남은 하시는 게 나을 수도 있어요. 이제 할 수 있는 치료가 없어서 수술 부위만 회복 되는대로 퇴원하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목정침은 호흡이 가빠졌고 눈시울은 점점 붉어지며 한참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온연은 그처럼 강인하지 못 해서 이미 눈물을 얼굴을 덮었다.  간호사가 임립을 병실로 옮긴 뒤 그들은 옆에서 단 한발짝도 떨어지지 않았다. 경소경과 진몽요도 금방 도착했고, 큰 일이 아닌 줄 알았던 진몽요는 산호호흡기를 낀 임립을 가까이 가서 보자 임립 입가에 마른 핏자국을 발견했다.  그녀는 놀라서 눈물이 맺혔다. “어떻게 된 거예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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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9장

임립은 아직 몸이 허약한 상태라 천천히 말했다. “무슨 소리야. 난… 처음부터 사는 게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어. 내가 발견했을 때도 이미 늦어서 어차피 치료 못 했어.”  경소경은 살짝 흐느끼는 목소리였다. “왜 의미가 없어? 너 여자친구도 생겼잖아. 그 임채미씨 말이야. 사는 게 의미가 없으면 여자친구는 왜 사귀었어? 너 분명 살고 싶었잖아…”  임립은 눈을 감고 살짝 고개를 저었다. “그 사람이랑 만나기 전에는 모든 게 좋았지. 미래도 그려보고. 근데 결혼할 상대는 아니야. 그 사람은 놀기만 하고, 놀 생각만 하고, 아직 철이 안 들었어. 나랑 같은 세계의 사람이 아니야. 나는 놀만큼 놀아서 이제 의미있는 걸 하고싶은데, 그 사람은 이제 노는데 맛들였으니 나랑 완전 반대야. 내 예상이 맞다면 그 사람은 어제 저녁에도 분명 술 취해서 집에 안 들어 갔을 거야. 상관없어, 어차피 헤어질 생각이었으니까. 맞다, 내가 죽으면 내 재산은 다 기부해줘. 나도 정침이처럼 좋은 일 좀 하고싶어. 그럼 다음생은 좀 편하겠지…”  목정침은 눈물을 참으려고 눈을 비볐다. “너 이거… 가족들한테 말해줄까?”  임립은 거절했다. “말해서 뭐해? 내가 자기들보다 일찍 죽었다고 축하라도 받으라고? 됐어, 너희만으로도 충분해. 이번생은 이정도면 됐어, 다 누려봤으니.”  이때, 병실 문이 힘껏 열렸다. 임채미는 술 냄새를 풍기며 들어와 침대 앞에서 목 놓아 울었다. “립씨, 어떻게 된 거예요? 왜 이렇게 됐어요? 괜찮아요?”  아무도 입을 열지 않은 채 그녀를 무시했다. 아무도 그녀를 쫓아내지 않은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임림은 임채미를 보며 “까먹고 말 안 했는데… 우리 헤어져요. 나 오래 못 살고, 당신한테 부담 주고 싶지 않아요.”  임채미는 그대로 멈췄다. “지금 뭐라고 했어요? 왜 말을 그렇게 해요? 당신이 죽으면 난 어쩌라고요? 난 당신을 위해서 귀국한 건데, 혼자서 모든 걸 다 당신한테 걸었는데, 당신이 헤어지자고 하면 나 혼자 어쩌라고요?”  임립은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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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0장

온연과 진몽요는 처음엔 임립이 제일 먼저 임채미에게 전화 건 줄 몰랐고, 생사가 달려 있는 중요한 순간에 노느라 전화를 안 받았음에도 임립과 제일 가까운 사람이라고 말하는 걸 참을 수 없었다.  제일 웃긴 건, 임립이 이 목숨을 지킬 수 있었던 건 결국 임채미가 싫어하는 안야 덕이었다.  임채미는 애써 표정관리를 했다. “무슨 소리예요? 당신 제정신 아니죠? 그건 다 당신 망상이지 난 당신 유산에 관심 없어요! 어제 저녁에는 나한테 전화한 줄 몰랐어요. 내가 화장실 간 사리에 친구가 이루러 전화를 끊고 나한테 말 안 한 거예요. 오늘 아침에 당신이 전화를 안 받길래 위치 뜬 거 보고 병원에 있는 거 알았어요. 들어올 때 간호사한테… 병실 호수랑 당신 상황 들었어요. 난 정말 고의로 그런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날 그렇게 생각 안 하면 안되요? 마지막까지 내가 옆에 있어줄게요… 제발요… 내가 곁에 있게 해줘요.”  진몽요는 임립이 상대할 기운이 없는 걸 보자 나지막이 말했다. “임채미씨, 술이 아직 덜 깼어요? 계획에 당신이 없다는데 왜 아직고 버티고 있어요? 처음부터 거짓말해서 얻어낸 사랑이니 애초부터 굳건하지 않았잖아요. 처음 볼 때부터 알았어요. 임립을 돈 나무로 생각하고 있던 거. 이제 이 사람이 죽을지도 모르니까 어떻게든 돈 뜯어내려고 하는 거 아니에요?  이 사람은 집을 나온 거지 고아가 아니에요. 그래서 당신은 애초에 상속권이 없어요! 연기하는 꼴 나도 못 보겠네요. 유산 다 기부한다는 말 들었죠? 도움 필요한 사람들 말고 아무도 이 돈 못 가져요. 알겠어요?”  임채미는 힘껏 진몽요를 밀었다. “저랑 제 남자친구랑 얘기 중인데 왜 끼어들어요? 당신이 뭔데 흥분하냐고요?”  경소경은 임채미의 손목을 잡고 차갑게 말했다. “나가세요, 같은 말 반복 안 해요.”  임채미는 경소경의 표정에 놀라 손목을 빼냈다. “임립씨, 보고만 있을 거예요? 다른 건 그렇다 치고 함께한 시간이 있는데 이건 너무한 거 아니에요?”  임립은 고개를 돌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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