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목정침과 온연이 도착했을 때 임립은 수술실에 있었다. 수술실 밖에서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 걸 보고 왠지 마음이 아파왔다. 온연은 복도 벤치에 앉았다. “누가 전화 한 거예요? 어떻게 아무도 안 왔어요?” 목정침은 고개 돌려 그녀를 보았다. “안야.” 온연은 눈썹을 찌푸렸다. “걔가 어떻게 전화했데요? 그럼… 전화만 하고 갔나 보네요, 우리랑 마주치기 껄끄러우니까요.” 목정침이 추측했다. “립이네 회사 맞은 편 아파트에 사니까, 아마 우연히 마주쳤겠지. 그래서 병원으로 이송하고 우리한테 전화했나 봐, 소경이도 이쪽으로 오고있데.” 온연은 적어도 안야가 그렇게 나쁜 아이는 아니라 임립이 잘해준 은혜는 잊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이 수술은 장장 5시간이나 걸렸고, 수술실 불이 꺼지는 순간 목정침은 얼른 일어나 문이 열리길 기다렸다. 집도 의사는 나올 때 이마에 땀이 가득했다. “환자분 가족이신가요?” 목정침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됐나요?” 의사는 고개를 저었다. “위암 말기입니다. 아직 젊으셔서 일찍 발견했으면 치료할 수 있었지만 피를 토한 뒤에 오셨으니, 우선 긴급 수술로 조치를 취하긴 했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아시다시피 얼마 안남았습니다, 아마 길어야 한 달일 거예요. 병원에 있으면 좀 더 살 수 있겠지만 힘들거예요. 지금이라도 나가서 남은 시간동안 하고싶은 걸 남은 하시는 게 나을 수도 있어요. 이제 할 수 있는 치료가 없어서 수술 부위만 회복 되는대로 퇴원하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목정침은 호흡이 가빠졌고 눈시울은 점점 붉어지며 한참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온연은 그처럼 강인하지 못 해서 이미 눈물을 얼굴을 덮었다. 간호사가 임립을 병실로 옮긴 뒤 그들은 옆에서 단 한발짝도 떨어지지 않았다. 경소경과 진몽요도 금방 도착했고, 큰 일이 아닌 줄 알았던 진몽요는 산호호흡기를 낀 임립을 가까이 가서 보자 임립 입가에 마른 핏자국을 발견했다. 그녀는 놀라서 눈물이 맺혔다. “어떻게 된 거예요? 이
임립은 아직 몸이 허약한 상태라 천천히 말했다. “무슨 소리야. 난… 처음부터 사는 게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어. 내가 발견했을 때도 이미 늦어서 어차피 치료 못 했어.” 경소경은 살짝 흐느끼는 목소리였다. “왜 의미가 없어? 너 여자친구도 생겼잖아. 그 임채미씨 말이야. 사는 게 의미가 없으면 여자친구는 왜 사귀었어? 너 분명 살고 싶었잖아…” 임립은 눈을 감고 살짝 고개를 저었다. “그 사람이랑 만나기 전에는 모든 게 좋았지. 미래도 그려보고. 근데 결혼할 상대는 아니야. 그 사람은 놀기만 하고, 놀 생각만 하고, 아직 철이 안 들었어. 나랑 같은 세계의 사람이 아니야. 나는 놀만큼 놀아서 이제 의미있는 걸 하고싶은데, 그 사람은 이제 노는데 맛들였으니 나랑 완전 반대야. 내 예상이 맞다면 그 사람은 어제 저녁에도 분명 술 취해서 집에 안 들어 갔을 거야. 상관없어, 어차피 헤어질 생각이었으니까. 맞다, 내가 죽으면 내 재산은 다 기부해줘. 나도 정침이처럼 좋은 일 좀 하고싶어. 그럼 다음생은 좀 편하겠지…” 목정침은 눈물을 참으려고 눈을 비볐다. “너 이거… 가족들한테 말해줄까?” 임립은 거절했다. “말해서 뭐해? 내가 자기들보다 일찍 죽었다고 축하라도 받으라고? 됐어, 너희만으로도 충분해. 이번생은 이정도면 됐어, 다 누려봤으니.” 이때, 병실 문이 힘껏 열렸다. 임채미는 술 냄새를 풍기며 들어와 침대 앞에서 목 놓아 울었다. “립씨, 어떻게 된 거예요? 왜 이렇게 됐어요? 괜찮아요?” 아무도 입을 열지 않은 채 그녀를 무시했다. 아무도 그녀를 쫓아내지 않은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임림은 임채미를 보며 “까먹고 말 안 했는데… 우리 헤어져요. 나 오래 못 살고, 당신한테 부담 주고 싶지 않아요.” 임채미는 그대로 멈췄다. “지금 뭐라고 했어요? 왜 말을 그렇게 해요? 당신이 죽으면 난 어쩌라고요? 난 당신을 위해서 귀국한 건데, 혼자서 모든 걸 다 당신한테 걸었는데, 당신이 헤어지자고 하면 나 혼자 어쩌라고요?” 임립은 몸
온연과 진몽요는 처음엔 임립이 제일 먼저 임채미에게 전화 건 줄 몰랐고, 생사가 달려 있는 중요한 순간에 노느라 전화를 안 받았음에도 임립과 제일 가까운 사람이라고 말하는 걸 참을 수 없었다. 제일 웃긴 건, 임립이 이 목숨을 지킬 수 있었던 건 결국 임채미가 싫어하는 안야 덕이었다. 임채미는 애써 표정관리를 했다. “무슨 소리예요? 당신 제정신 아니죠? 그건 다 당신 망상이지 난 당신 유산에 관심 없어요! 어제 저녁에는 나한테 전화한 줄 몰랐어요. 내가 화장실 간 사리에 친구가 이루러 전화를 끊고 나한테 말 안 한 거예요. 오늘 아침에 당신이 전화를 안 받길래 위치 뜬 거 보고 병원에 있는 거 알았어요. 들어올 때 간호사한테… 병실 호수랑 당신 상황 들었어요. 난 정말 고의로 그런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날 그렇게 생각 안 하면 안되요? 마지막까지 내가 옆에 있어줄게요… 제발요… 내가 곁에 있게 해줘요.” 진몽요는 임립이 상대할 기운이 없는 걸 보자 나지막이 말했다. “임채미씨, 술이 아직 덜 깼어요? 계획에 당신이 없다는데 왜 아직고 버티고 있어요? 처음부터 거짓말해서 얻어낸 사랑이니 애초부터 굳건하지 않았잖아요. 처음 볼 때부터 알았어요. 임립을 돈 나무로 생각하고 있던 거. 이제 이 사람이 죽을지도 모르니까 어떻게든 돈 뜯어내려고 하는 거 아니에요? 이 사람은 집을 나온 거지 고아가 아니에요. 그래서 당신은 애초에 상속권이 없어요! 연기하는 꼴 나도 못 보겠네요. 유산 다 기부한다는 말 들었죠? 도움 필요한 사람들 말고 아무도 이 돈 못 가져요. 알겠어요?” 임채미는 힘껏 진몽요를 밀었다. “저랑 제 남자친구랑 얘기 중인데 왜 끼어들어요? 당신이 뭔데 흥분하냐고요?” 경소경은 임채미의 손목을 잡고 차갑게 말했다. “나가세요, 같은 말 반복 안 해요.” 임채미는 경소경의 표정에 놀라 손목을 빼냈다. “임립씨, 보고만 있을 거예요? 다른 건 그렇다 치고 함께한 시간이 있는데 이건 너무한 거 아니에요?” 임립은 고개를 돌렸다. “
온연의 표정은 차갑게 굳었고 교양을 지키느라 차마 욕은 하지 못 하고 따귀를 때렸다. “꺼져.” 임채미는 화가 났지만 온연을 상대할 수 없어 그렇게 병실을 떠났다. 온연은 너무 화가 나서 따귀를 세게 때렸더니 병실에 들어올 때까지 손바닥이 얼얼했다. 목정침은 그녀를 옆으로 끌어당겼다. “우리가 여기 지키고 있을테니까, 넌 집에 가 봐. 애기는 너 없으면 안되잖아.” 온연은 진몽요도 피곤해 보이자 그녀를 잡았다. “가자, 너도 일단 나랑 집에 들렀다가 잠 좀 깨면 다시 와. 나도 아이 보러 집에 가야 해.” 진몽요는 경소경과 목정침이 절대 다른데 안 가고 여길 지키고 있을 걸 알고 배달음식만 시켜준 뒤 온연과 함께 목가네로 향했다. 병원에서 나올 때 해가 쨍쨍했는데, 한숨자고 일어나니 아직도 해가 지지 않았다. 오늘 하루는 유난히도 길었고, 오늘이 지나가지 않길 다들 바라고 있었다. 그럼 임립이 이 세상을 떠나지 않을테니 말이다. 일어나서 밥을 먹는데 진몽요는 갈수록 목이 메어왔다. “난 정말 임립이 그렇게 무너질 줄 몰랐어… 이번생은 누구보다 행복하지 못 했는데 왜 신은 가만두지 않으시는 걸까?” 온연은 아이를 안고 침묵했다. 원래 이런 일은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죽음은 거대한 그물처럼 온 세계를, 이 세상의 구석구석까지 뒤덮고 있었다. 매일 죽는 사람이 생기고, 주변은 슬픔으로 잠긴다. 그 슬픔은 자신에게 다가와야 비로소 느낄 수 있고, 결국 아무도 그 그물을 피해갈 수 없다. 그저 어떤 사람들은 시간을 지체할 수 있을 뿐이다. 진몽요는 입맛이 없어서 국을 두 입정도 마신 뒤 수저를 내려놓았다. “난 병원에 좀 가볼게. 어차피 여기 있어도 할 거 없잖아. 넌 애도 있으니까 병원 일은 목정침씨한테 맡겨.” 온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마음은 안 좋지만 컨디션이 안 따라주니까 너희한테 부탁 좀 할게. 시간 나면 또 보러 갈 거야. 목정침씨랑 경소경씨한테 컨디션 조절 잘 하라고 너무 무리하지 말라고 전해줘. 아마 두
그녀는 임립에게 알 수 없는 감정이 들었다. 예전에는 호감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보니 경소경에게 향했던 감정과는 달랐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녀가 임립에게 느낀 감정은 오빠 같은, 가족 같은 감정이었다. 그녀는 병원에 있고 싶었지만 온연과 그들을 마주치면 어색할까 봐 지금까지 집에 와서 되새기고 있었다. 그녀가 좌불안석하던 중, 문에서 열쇠소리가 들렸고, 이곳의 열쇠를 갖고 있는 건 아택뿐이었다. 이전에 아택이 예군작이랑 강남에 간다고 얘기를 했었다. 일주일 정도 있을 거라고 했는데 이렇게 빨리 돌아왔을 줄은 모르고 그녀는 일어나서 말했다. “밥 먹었어요? 이렇게… 일찍 돌아올 줄 모르고 밥도 안 했는데.” 아택은 덤덤히 말했다. “난 괜찮아요. 나가려고요?” 안야는 그제서야 자신이 핸드폰과 열쇠를 들고 있는 걸 발견했고 누가 봐도 나갈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녀는 망설이다가 사실대로 말했다. “병원에 갔다 올 생각이었어요. 임립씨가 입원했거든요. 어제 피 토하고 기절한 걸 제가 목격해서 병원으로 옮겨줬어요.” 아택은 벙 쪘고 그제서야 왜 예군작이 일찍 돌아왔는지 알았다. 임립에게 일이 생겼으니 당연히 경소경과 진몽요가 같이 돌아온 걸 알았을 테다. “가고싶으면… 갔다와요. 당부하지만, 말 조심하고요. 그리고… 예군작이 알면 좋아하지 않을 테니 빨리 갔다 빨리 와요.” 안야는 내심 감동했다. 분명 그녀가 갔다 오면 일이 귀찮아질 수도 있지만 그는 그녀를 보내주었다. ”네, 금방 올게요.” 병원에 도착한 후, 그녀는 임립의 병실을 물어본 후 바로 들어가지는 못 하고 복도 멀리에서 누가 있는지 지켜보았다. 지금 임립 곁에는 분명 누군가 지키고 있을 테니 말이다. 비록 그녀는 마음먹고 왔지만, 아직 진몽요와 그 일행을 마주칠 자신이 없었고 특히 온연을 제일 무서워했다. 갑자기, 임립의 병실문이 열려며 진몽요가 걸어 나왔다. 안야는 반사적으로 몸을 숨기려 했지만 주변에 다른 병실 외에 마땅히 숨을 곳이 없었다. 그렇게 허둥대는 찰나에 진몽
그녀의 머릿속엔 진몽요의 말이 계속 맴돌았다. 임립이 살 날이 얼마 안 남았다니… 병원의 하얀 벽을 보며 그녀는 이렇게 떠나고 싶지 않았지만 또 어떤 이유로 다시 들어가야할지 몰라 갈등하던 순간, 그녀는 길가에 검은 승용차를 보았고, 창문이 열리자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아택이 그녀를 향해 턱을 움직였다. 그녀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한 후 차에 탔다. “어떻게 왔어요?” 아택은 무표정이었다. “걱정돼서요. 이따가 예군작한테 가봐야 해서 먼저 집으로 데려다줄게요.” 안야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죄송해요, 사실 병실 안에는 못 들어갔어요. 병원에서도 진몽요씨 밖에 안 마주쳤고요. 저는 아무 말도 안 했으니 걱정 마세요.” 아택은 아무 말없이 약국 비닐봉지를 그녀에게 주었고, 안에는 작은 약병 두개가 들어있어 꺼내 보니 비타민이었다. “이거… 저한테 주는 거예요?” 아택은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따듯한 말 한마디 건네지 않았지만 안야의 마음은 따듯해졌다. 부부관계는 가짜여도 뱃속에 아이는 진짜였다. 아택은 아이를 신경썼기에 이 비타민을 준 것이다. 한편, 진몽요는 틈을 타 산부인과로 향했고, 경소경과 목정침은 눈치채지 못 했다. 그녀는 최근에 생리를 안 해서 이상하다고 여겨 검사를 받으러 갔다. 특히 임립이 갑자기 쓰러진 걸 보니 그녀도 왠지 모르게 건강에 대한 불안감을 느꼈다. 초음파 검사할 때가 되자 그녀는 누워서 긴장된 목소리로 의사에게 말했다. “만약에 제가 어디가 안 좋으면 바로 말해주세요. 저는 멘탈이 강해서, 굳이 가족한테 말 안 하셔도 돼요.” 의사는 불그스름한 그녀의 얼굴을 보며 혈색이 좋은 그녀가 어디가 아플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 가볍게 넘겼다. “네, 긴장푸세요.” 갑자기 의사는 화면에 집중을 하면서 기계로 천천히 진몽요의 배를 문질렀고 진몽요는 놀라서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설마… 정말 어디가 안 좋은 거 아니죠? 저는 그저 생리를 두 달 동안 안 해서 온 것뿐인데, 뭐 자궁암 이런 건
인생은 늘 기묘한 것 같다. 죽음을 바랄 땐 오지 않지만 바라지 않을 때 다가온다. 경소경은 그녀의 시선을 느꼈는지 고개를 돌렸다. “왜 자꾸 쳐다봐요? 얼굴에 뭐 묻었어요?” 그녀는 얼른 시선을 거두었다. “아니요, 밖에 풍경 본 건데요. 자뻑이 심하네요.” 경소경은 그녀와 장난칠 기분이 아니라 아무 말없이 아파트에 내려주었다. “도착했어요.” 그녀는 차에서 내린 후 또 발걸음을 멈췄다. “만약에 임신한 사람이 안야가 아니고 나였으면, 책임졌을 거예요?” 경소경은 그녀를 보며 고민하다가 말했다. “진짜 임신할 수 있는지부터 증명해 봐요. 닭도 지금쯤이면 계란을 낳았겠네요.” 진몽요는 입술을 삐죽였다. “정말… 말도 못 섞겠네요. 됐어요, 얼른 가서 쉬어요. 운전 조심하고요.” 그의 차가 사라지는 걸 보며 그녀는 웃으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건물로 들어갔다. 인생은 늘 잃는 게 있으면 얻는 것도 있다. 집에 들어가자 강령은 흥얼거리는 그녀를 보며 말했다. “갑자기 어쩐 일이야? 기분은 좋아 보이네, 뭐 좋은 일 있어?” 진몽요는 강령이 비밀을 지키지 못 할까 봐 임신한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아니요, 휴가 내서 잠깐 들렸어요. 피곤하니까 먼저 잘게요. 얘기는 내일 해요.” 강령의 일그러진 표정으로 잔소리를 했다. “잘 거면 샤워는 하고 자야지. 너 방에 있는 침대 시트랑 다 빨아 놔서 깨끗해. 그러니까 오자마자 더럽히고 가지마.” 진몽요는 어떤 잔소리에도 화가 나지 않았고 기분이 좋아서 강령을 안고 뽀뽀를 했다. “알겠어요, 엄마. 자기 자식을 더럽다고 생각하는 부모가 어딨어요? 꼭 깨끗하게 씻고 잘게요.” 목가네. 목정침은 집에 오자마자 너무 피곤했는지 샤워를 하자마자 잠들었다. 온연은 낮에 낮잠을 자서 컨디션이 괜찮았고, 목정침의 휴식을 방해할까 봐 아이를 다른 방에서 재웠다. 아이가 우는 걸 방지하고자 그녀도 함께 잤다. 다음 날 그녀가 일어나고 보니 목정침은 이미 나가고 없었다. 아마 병원에 간 것 같다. 오
아이는 임립을 보며 침을 흘리고 있었고, 작은 얼굴에 가득한 순진함은 무거운 병실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았다. 임립은 아이를 보며 웃었다. “귀엽네요… 아쉽게도 이번 생엔 아이가 크는 걸 못 보겠지만요.” 온연은 숨을 깊게 쉬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런 말 마세요, 기적이 있을 수도 있잖아요. 보기엔 괜찮아 보이니까 큰 문제없을 거예요. 부정적인 생각만 안 해도 모든 건 다 괜찮아져요.” 임립은 산소호흡기를 빼고 숨을 쉬었다. “제가 부정적인 사람처럼 보이나요? 오히려 다들 저보다 표정이 안 좋아 보이는데. 그런데 그럴 필요 없어요. 정말이에요. 이거 때문에 숨도 제대로 못 쉬겠네요. 당장 죽을 것도 아닌데 이런 건 뭐하러 쓰는지 모르겠어요.” 목정침은 강제로 그에게 산소호흡기를 끼워주었다. “미쳤어? 의사 선생님이 끼고 있으라면 끼고 있어야지, 빼긴 왜 빼?” 임립은 힘 없이 눈동자를 굴렸다. “그래, 끼고 있으면 돼지? 내일이면 퇴원해도 될 것 같아. 수술부위가 괜찮아 지고 있어. 난 병실에 누워서 시간낭비 하고싶지 않아. 이제 빛을 볼 날이 얼마 안 남았잖아.” 대화도중 진몽요와 경소경이 함께 병실로 들어왔고, 두 사람은 우연히 병실 앞에서 마주쳤다. 임립의 컨디션이 괜찮아 보이자 진몽요는 커튼을 확 걷었다. “빛이 많이 들어와야 기분도 좀 좋아질 거예요. 오늘은 좀 어때요? 아픈 곳 없어요?” 임립은 고개를 돌려 창 밖에 경치를 보자 평정심을 되찾았다. “없어요. 다 괜찮아요. 다들 이렇게 매일 오지 않아도 돼요. 그렇게들 한가해요? 각자 할 일은 해야죠. 당장 죽을 것도 아닌데, 내가 당장 죽기만을 기다리는 거예요?” 경소경이 답했다. “내가 원해서 오겠다는데 네가 뭔 상관이야? 솔직히 나 그렇게 바쁘지도 않고, 나 며칠 없다고 회사가 안 돌아가는 것도 아니고. 너 회사는… 내가 팔았어. 갑자기 운영 중단하는 것도 그러니까 다른 사람한테 맡겨서 운영하는 게 낫지. 너 말 대로 그 돈은… 다 기부할게.” 임립은 큰 반응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