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임립을 보며 침을 흘리고 있었고, 작은 얼굴에 가득한 순진함은 무거운 병실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았다. 임립은 아이를 보며 웃었다. “귀엽네요… 아쉽게도 이번 생엔 아이가 크는 걸 못 보겠지만요.” 온연은 숨을 깊게 쉬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런 말 마세요, 기적이 있을 수도 있잖아요. 보기엔 괜찮아 보이니까 큰 문제없을 거예요. 부정적인 생각만 안 해도 모든 건 다 괜찮아져요.” 임립은 산소호흡기를 빼고 숨을 쉬었다. “제가 부정적인 사람처럼 보이나요? 오히려 다들 저보다 표정이 안 좋아 보이는데. 그런데 그럴 필요 없어요. 정말이에요. 이거 때문에 숨도 제대로 못 쉬겠네요. 당장 죽을 것도 아닌데 이런 건 뭐하러 쓰는지 모르겠어요.” 목정침은 강제로 그에게 산소호흡기를 끼워주었다. “미쳤어? 의사 선생님이 끼고 있으라면 끼고 있어야지, 빼긴 왜 빼?” 임립은 힘 없이 눈동자를 굴렸다. “그래, 끼고 있으면 돼지? 내일이면 퇴원해도 될 것 같아. 수술부위가 괜찮아 지고 있어. 난 병실에 누워서 시간낭비 하고싶지 않아. 이제 빛을 볼 날이 얼마 안 남았잖아.” 대화도중 진몽요와 경소경이 함께 병실로 들어왔고, 두 사람은 우연히 병실 앞에서 마주쳤다. 임립의 컨디션이 괜찮아 보이자 진몽요는 커튼을 확 걷었다. “빛이 많이 들어와야 기분도 좀 좋아질 거예요. 오늘은 좀 어때요? 아픈 곳 없어요?” 임립은 고개를 돌려 창 밖에 경치를 보자 평정심을 되찾았다. “없어요. 다 괜찮아요. 다들 이렇게 매일 오지 않아도 돼요. 그렇게들 한가해요? 각자 할 일은 해야죠. 당장 죽을 것도 아닌데, 내가 당장 죽기만을 기다리는 거예요?” 경소경이 답했다. “내가 원해서 오겠다는데 네가 뭔 상관이야? 솔직히 나 그렇게 바쁘지도 않고, 나 며칠 없다고 회사가 안 돌아가는 것도 아니고. 너 회사는… 내가 팔았어. 갑자기 운영 중단하는 것도 그러니까 다른 사람한테 맡겨서 운영하는 게 낫지. 너 말 대로 그 돈은… 다 기부할게.” 임립은 큰 반응을
온연은 이상한 눈빛으로 그녀를 보았다. “무슨 소리야? 어제 잠 못 잤어? 얘가 헛소리를 하네.” 진몽요는 그녀를 살짝 노려보며 “정말이야. 계산해보니까 내가 안야보다 일찍 임신한 거 같아. 어제 문득 생리를 오랫동안 안 한 게 생각나서 몰래 검사하러 갔다가 알게 됐지 뭐야! 예전에는 기다려도 안 오더니, 경소경씨랑 헤어진 뒤에 아이가 찾아온 건 서프라이즈라고 생각해야 되나?” 온연은 잠시 침묵했다. “임립은 이렇게 아픈데, 너한테는 좋은 소식이 왔으니 나도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모르겠네… 넌 어쩔 생각이야? 경소경씨랑 화해할 거야? 그 사람은 아직 모르지?” 진몽요는 망설였다. “나도 몰라. 임립이 어느정도 괜찮아지면 알려줘야지. 어떤 반응인지 봐야겠어. 우선은 숨기고 있을 거니까 너도 비밀 지켜야 돼. 이따 나 나가서 밥 먹을 거라 목가네는 안 갈게. 조심히 들어가.” 온연은 물었다. “예군작이랑 먹는 거야?” 진몽요는 성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 사람은 나한테 친구일 뿐이니까 오해하지 마. 그리고 계속 여기 있을 수 없으니까 한 이틀 뒤에 다시 회사로 돌아가봐야 해. 임립한테 또 무슨 일 생기면 나한테 바로 알려줘. 운전해서 올라올게.” 온연은 예군작의 대한 익숙한 느낌이 떠올라 한참 후에 다시 대답했다. “그래… 근데 너가 이제 임신했으니까 경소경씨랑 재결합할 가능성이 클 텐데, 다른 이성이랑은 거리를 두는 게 좋겠어.” 이 점은 진몽요는 알고 있었다. “알겠어, 걱정 마. 나 먼저 갈게.” 예군작과 약속한 홍콩음식점에 도착한 후, 진몽요는 그에게 자신이 임신한 사실을 털어놓기로 결정했다. 만약 상대가 그녀에게 다른 생각이 있다면, 임신한 걸 안 뒤에는 그 생각을 접을 테니 말이다. 예군작이 있는 룸에 들어간 진몽요는 인사를 건넸다. “저 왔어요, 아택씨도 같이 앉아서 먹어요. 옆에 서 있으면 뻘쭘하잖아요.” 아택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예군작이 신호를 보내자 앉았다. 음식이 모두 올라오자
아택은 운전대를 꽉 잡았다. “이제 어떻게 하실 겁니까?” 예군작의 눈에는 한기가 서렸다. “절대 그 아이 못 낳게 할 거야. 아이가 없으면 경소경이랑 다시 만나야 될 이유도 없어지겠지. 그 여자 절대 못 뺏겨…” 아택은 속으로 경악했다. 예군작은 진몽요를 원했던 거 아니었나? 그 마음에 좋아하는 감정은 단 하나도 없었던 건가? 그저 소유하고 싶었던 건가? 만약 정말 진심으로 좋아했다면 어떻게 상대한테 그렇게 잔인할 수 있을까? 그는 이 방식이 바람직하지 못 하다고 생각했다. “도련님,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만약 그 분이 도련님 때문에 아이를 잃은 걸 알게 되면, 도련님이랑도 잘 될 일이 없지 않을까요? 그건 안 보이는 폭탄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예군작은 당연히 이성을 잃었다. “그럼 너가 보기엔 내가 어떻게 해야 될 거 같아? 아이 낳고 경소경이랑 사는 걸 보고만 있으라고?” 아택은 말문이 막혔다. 그가 이렇게 행동하는 게 적합하진 않지만 더 좋은 방법은 없었다. 그가 보는 예군작은 정말 진심으로 여자를 좋아할 수 있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저도 모르겠습니다…” 예군작은 대답하지 않고 눈을 감고 애써 분노를 삭히려 했다. ...... 며칠 후, 임립은 퇴원했고 가끔씩 위가 아픈 것 외에는 일반 사람들이랑 다를 바 없었다. 이전에 사업을 하느라 너무 바빴어서 마지막 시간 동안은 모든 걸 내려놓고 자유롭게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유일하게 임가네에 돌아가지 않았다. 그 집은 그에게 아무 의미도, 따듯함도 없었고, 자신에게 폐만 될 뿐이었다. 진몽요도 남쪽으로 돌아와 일을 했고, 경소경도 그녀와 같이 돌아와 재무부 일을 처리했다. 목정침도 다시 회사로 돌아가 바쁜 일상에 복귀했다. 겉으로 봤을 땐 모두가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간 것처럼 보여 모든 게 평온했지만, 다들 마음속으로 이게 폭풍우가 불기 전 마지막 평온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임립의 죽음은 조만간 다가올 것이다. 경소경은 이전까지 강남 쪽 계열사 상황을 잘
경소경이 나가려던 참에 직원은 그에 다리를 붙잡았다. “경대표님 제발 부탁드립니다. 저희 부모님 다 몸도 안 좋으시고, 저희 어머니는 약까지 드셔야 되는데, 이 일을 알게 되시면 충격이 크실 컵니다. 제가 꼭 이 돈은 갚겠습니다…” 직원이 울면서 부탁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경소경은 마음이 약해지지 않았다. 모든 사람들은 다 인내심에 한계가 있듯이 이것도 법의 한계였다.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사무실로 돌아왔고, 이 상황을 듣고 있던 진몽요와 에이미도 그가 들어오자 자세를 바로했다. 경소경은 아직도 화가 많이 났는지, 책상 위에 파일들을 뒤지며 아직 원하는 걸 못 찾은 듯 보였다. 진몽요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뭐 찾으세요? 제가 찾아드릴까요?” 그는 몸을 살짝 뒤로 의자에 기대며 미간을 주물렀다. “됐어요, 일 보세요.” 에이미는 진몽요에게 말하지 말라는 신호를 보냈고, 지금 경소경에게 말을 거는 건 지혜로운 선택이 아니었다. 진몽요는 입술을 삐죽이며 목을 당기고 컴퓨터를 보는 척했고, 감히 입을 열지 못 했다. 컴퓨터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태아한테 안 좋다고 말이 생각난 그녀는 경소경 자리에 있던 선인장을 자기 자리로 옮겼다. 갑자기 경소경이 물었다. “그 선인장은 왜 다 가져가요? 그렇게 전자파가 무서워요? 얼굴에 이미 주근깨 많은데요.” 진몽요는 핸드폰을 꺼내서 얼굴을 보며 의심했다. “무슨 주근깨가 있다고 그래요? 헛소리가 심하네요! 제 피부 엄청 좋거든요! 말이 나와서 말인데… 화난다고 나한테 화풀이하지 말아요. 이 선인장은 원래 내거였어요. 내가 내 거 가져오는 게 뭐가 잘못된 거예요? 게다가… 주근깨 때문에 이러는 거 아니에요.” 아이한테 영향을 끼칠까 봐 그런 거지… 경소경의 말투는 갑자기 풀이 확 죽었다. “그쪽한테 화낸 적 없어요… 그냥 아무랑 대화하고 싶었을 뿐이에요. 티격태격 해도 좋으니.” 진몽요는 살짝 당황했다. “저는 한가하게 티격거릴 시간 없어요… 아직 일이 많이 남아서 바빠 죽겠는걸요. 야근은 힘들어서
퇴근시간이 다가오자 진몽요는 허리가 살짝 아파왔고, 등받이에 기대어 경소경에게 문자를 보냈다. ‘오늘 진짜 야근시킬 생각이에요? 야근 안 하면 안돼요? 못 버틸 거 같은데 조퇴하면 안될까요? 답장 안 하면 허락한 걸로 알게요.’ 그녀는 그가 문자를 무시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답장은 생각보다 빨리 왔다. ‘야근하기 싫어요? 그래요, 그럼 내가 있는 호텔로 와요. 아니면 야근하든지. 선택해요.’ 호텔이라는 두 글자를 보고 그녀는 이상한 생각을 했지만 자신이 임신했다는 생각에 나쁜 생각이 싹 사라졌다. 그녀는 한쪽 구석으로 가서 답장했다. ‘당신… 호텔로 날 불러서 뭐하게요? 나 그렇게 쉬운 사람 아니에요. 우리 이미 헤어졌잖아요.’ 경소경은 바로 전화를 걸었다. “바보예요? 당신 말은 그럼 나는 쉬운 사람이라는 거예요? 오든지 말든지 마음대로 해요.” 진몽요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그는 전화를 끊었고 마치 문자로 말하기 귀찮아서 전화를 건 것처럼 보였다. 진몽요는 고민하다가 가방을 챙겼다. “에이미 언니, 오늘 저녁에 야근 없어요. 아까 경대표님이 전화로 말해준 거예요. 전체 야근 없는 거예요!” 이건 그녀가 호텔에 가는 조건으로 얻은 것이었고, 전체 야근 면제가 아니라면 그녀의 희생이 아까웠다. 에이미는 의심했다. “정말이에요? 확실하면 전체 공지할게요.” 진몽요는 가슴을 두들겼다. “확실하죠. 그래도 부이사인데 이런 걸로 장난 치겠어요? 그럼 저는 먼저 가볼게요. 이사님도 일찍 들어가세요. 내일 봬요.” 경소경이 잠깐 머무는 호텔에 그녀도 가봤기에 길을 알고 있었다. 차 없이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였지만 그녀는 괜히 꾸물대느라 30분이 걸렸다. 마음속에 두 가지 생각에 그녀는 갈등하고 있었고, 한 가지는 경소경이 지금 위로가 필요하다는 것과 한 가지는 그녀가 그에게 확실하게 선을 그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이미 헤어졌으니 이렇게 애매하게 굴면 안된다고 생각이 더 컸고, 호텔에 가면 대화만 나눌 생각이었다. 게다가 그녀는 임신
경소경은 먼저 엘리베이터에 탔고, 진몽요는 느릿느릿 뒤따라오자 그는 신사 답게 센서를 눌러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지 않게 했다. 이런 사소한 부분에서도 진몽요는 그때 이별을 택한 걸 후회했다. 엘리베이터 안. 그는 침묵하며 앞만 응시했고, 얼굴은 무표정이었다. 셔츠 소매를 살짝 걷어올려 보이는 햐얀 손목이 더 그를 매력 있어 보이게 만들었다. 중간에 엘리베이터에 탄 사람들은 남녀 상관없이 다 경소경을 쳐다봤고, 진몽요는 구석 쪽으로 밀려 경소경의 뒷통수만 보였다. 드디어 1층에 도착했고 진몽요는 제일 마지막으로 엘리베이터에서 나와 경소경은 입구에서 기다렸다. “좀 빨리 걸을 수 없어요? 다리가 그렇게 짧아요?” 그녀는 5센티 정도 되는 하이힐에 신발이 반치수정도 컸고, 스타킹을 신어서 그런지 빨리 걸으면 넘어질 수도 있었다. 게다가 뒤꿈치가 불편해서 새 신발이지만 벌써부터 벗어던지고 싶었다. 그녀는 나지막이 말했다. “내 다리가 짧은 걸로 하죠. 당신 다리만 길면 되잖아요. 어차피 기다릴 거면서…” 경소경은 여자를 잘 아는 남자였기에 슥 보자마자 그녀의 신발이 불편하다는 걸 알았고 뒤꿈치는 이미 긁혀서 피가 나고 있었다. 그걸 본 경소경은 “신발 안 맞으면 다른 거 신으면 안돼요?” 그녀는 그를 노려봤다. “안 신으면 안 맞는지 어떻게 알아요? 딱 봤을 때 괜찮아 보이니까 샀죠. 걸을 때 불편할 줄 누가 알았겠어요…? 이 신발 40만원 넘어서 못 버려요. 며칠만 더 신죠.” 그녀가 다가오자 그는 그녀의 팔을 잡고. “이러면 좀 나을 거예요. 일단 신발 사고 밥 먹죠.” 그녀는 순간 목이 메이며 이 장면이 너무 익숙해서 마치 그들이 헤어지지 않은 것 같았다…그녀는 그의 팔을 뿌리쳤다. “됐어요. 괜찮아요. 어차피 밥 다 먹으면 집에 갈 건데, 이 신발은 앞으로 안 신으면 그만이에요.” 그는 눈썹을 살짝 찌푸리고 강제로 그녀의 손목을 세게 잡고 차로 걸어갔다. 그의 힘을 이겨낼 수 없던 그녀는 그가 무슨 생각인지 몰랐고, 차에 타
경소경은 인내심이 한계에 도달했고 어두운 표정으로 그녀를 보았다. “꼭 나한테 이래야겠어요? 우리 사이에 그깟 게 대체 뭐라고 그래요? 그냥 제발…” 나랑 잘해볼 수 없는 거예요? 그는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지만 마지막 한 마디는 뱉지 못 했다. 진몽요는 고개를 숙였다. “그런 게 아니라… 근데 밥 먹는다고 안 했어요? 밥부터 먹어요, 나 배고파요.” 경소경은 말없이 빠른 발걸음으로 차에 탔고 누가 봐도 화가 난 상태였다. 진몽요는 한숨을 쉬며 뒤따라 갔고, 그가 먼저 얘기를 꺼내길 기다렸지만 그는 끝까지 말하지 않았다. 레스토랑에 도착한 경소경은 그녀가 좋아하는 레어 굽기의 스테이크를 주문했고, 예전부터 밥 먹을 땐 늘 그가 주문을 도맡았다. 그녀는 자신이 생고기를 못 먹는다는 말은 못하고 파스타를 따로 주문했다. 스테이크가 나오자 진몽요는 보지도 않고 파스타만 깨끗이 먹어 치웠다. 이런 곳은 가뜩이나 양이 적어서 그녀는 코끼리가 새모이를 먹은 느낌이었지만 더 주문할 수 없었다. 여자가 많이 먹는 건 좀 창피하지 않나? 경소경은 그녀가 스테이크도 안 먹고 배가 안 부른 것 같아 물었다. “내가 스테이크에 독이라도 탔을까 봐 그래요? 내가 만든 것도 아니잖아요.” 진몽요는 망설이다 말했다. “좀 더 익힌 걸로 먹으면 안돼요? 요즘 위가 안 좋아서 너무 안 익은 건 좀 그렇네요.” 그는 다 비워진 파스타를 보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위 안 좋은 거 맞아요? 원래 레어를 제일 좋아했잖아요.” 그녀는 대답하지 못 했고, 그는 그녀가 민망할까 봐 직원을 불러 완전히 익힌 고기로 바꿔주었다. 분위기는 급 조용해졌고, 경소경은 손에 있던 나이프와 포크를 내려놓고 진지하게 그녀를 바라보며 할말이 있는 거 같았지만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진몽요는 그의 시선이 불편해서 먼저 입을 열었다. “언제 돌아갈 거예요? 재무팀 문제는 해결했으니 이제 여기서 더 있을 일 없겠네요?” 경소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틀 뒤쯤 갈 거예요. 그래서… 가기
경소경은 벌떡 일어났다. “네, 금방 갈게요. 어디 다치셨어요? 많이 다쳤어요?” 하람이 그저 다리만 다쳤다는 사실에 경소경은 나름 안도했고, 전화를 끊고 진몽요에게 말했다. “먼저 먹어요. 엄마한테 교통사고가 나서 잠깐 가봐야겠어요. 계산은 하고 갈 테니까 나중에 연락할게요.” 진몽요가 대답하기도 전에 그는 이미 멀리 떠났다. 그녀는 김이 빠졌으면서도 하람을 걱정했다. 그녀는 집에 돌아온 후 경소경이 도착했을 시간에 맞춰 전화를 걸었다. “어머님 괜찮으세요?” 경소경은 병원에 있었다. “크게는 안 다쳤어요. 오른쪽 다리가 골절되었는데 나이 들어서 이리저리 쉽게 고장 난다고 투덜대시기만 하지 전체적으로는 괜찮아요. 늦었는데 안 자고 있었어요? 일찍 쉬어요, 끊을게요.” 그녀도 별 다른 얘기 없이 전화를 끊었다. 올 여름은 그렇게 평화롭지 못한 것 같다. 목가네, 온연은 아이를 안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고, 아이는 특별한 감기 증상도 없었는데 갑자기 열이 많이 나기 시작했다. 유씨 아주머니와 목정침은 아이 물건을 챙기며 병원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이는 계속 잠에 들지도 않고 온 몸은 뜨거워지고 있었다. 작은 얼굴은 이미 불그스름 해졌으며 아프다고 울지는 않았지만 밥도 먹지 않는 걸 보니 상태가 안 좋은 듯했다. 온연은 마음이 아파서 눈물이 흐를 것 같았다. 병원에 도착한 후, 의사는 간단한 진료를 한 뒤 전체적인 검사를 해보라고 제안했다. 당시에 조산으로 태어난 아이라 각종 질병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었다. 얘기를 듣고 나니 온연은 마음이 아파서 눈시울이 붉어졌고, 어쩐지 모든 일이 순조롭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녀가 아이를 다시는 못 낳을 거라고 의사가 말했었는데 기적 같이 아이를 낳았고, 위험하게 조산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태 큰 문제가 없었다. 그녀는 이 모든 게 다행이라고 여겼고 늘 불안할 정도로 다행이었다… 2시간 정도지난 뒤 모든 검사를 마치고, 채혈을 할 때 아팠을 텐데 아이는 울 힘도 없었는지 울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