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의 모든 챕터: 챕터 901 - 챕터 910

1359 챕터

제901장

그녀는 뒷걸음질을 쳤다. “우리 집 앞에서 이러지 마. 너랑 경소경씨 문제는 나랑 상관없어. 너가 원해서 그렇게 된 거 아니야? 원해서 그 사람이랑 만나고, 원해서 그 사람 아이까지 가졌잖아. 낳지 못하게 하는 건 두 사람 일인데 왜 나를 찾아왔어? 내가 그 사람한테 결혼도 허락하고 이 아이를 낳게 해달라고 말해줄 수 있을 거 같아? 난 못 해. 못 도와줘. 그러니까 가!”  안야는 그녀의 치맛자락을 잡으며 놓지 않았다. “사장님 제발요… 저는 가족도 없고 이 낯선 곳에서 혼자 어떻게 할지 모르겠어요. 다 제 잘못이에요. 죄송해요. 저를 때려야 마음이 풀리신다면 그렇게 하세요. 저는 사장님이 경소경씨를 설득해서 제가 이 아이를 낳을 수 있게 해주시면 좋겠어요. 이번에 지우면 다시는 못 낳아요. 그러니까 제발요…”  진몽요는 바보가 아니었기에 이 일에 휘말리고 싶지 않았고 지금은 그저 강령이 이 대화를 들을까 봐 두려웠다. 절대 강령에게 이 일을 알려선 안된다. “일단 일어나, 너가 임신했는데 어떻게 때려. 임산부를 때리는 게 사람이니? 나 너 못 도와줘, 다시 말하지만 못 도와줘! 네가 알아서 해. 그러니까 얼른 우리 집에서 떨어져!”  안야는 울면서 말했다. “이렇게 제가 죽어가는 걸 보고만 계실 거예요? 제가 잘못했고, 제가 죄인인 건 알지만 뱃속에 아이는 아무 잘못 없잖아요…”  진몽요는 입술을 깨물고 아무 말 하지 못 했다. 그녀는 여성이 10개월동안 아이를 품고 있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았고 아이를 낳은 후에도 힘들 걸 알았다. 안야는 가족도 없고 임신을 했으니 일도 못할 텐데, 아이를 낳으면 더 일을 할 수 없었다. 육아를 하면 돈도 많이 필요하고 아무리 생각해도 아이를 낳는 게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 안야가 처음부터 아이를 빌미로 돈 뜯어낼 생각이었으면 몰라도…  이제 다들 성인이니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게 애완동물을 키우는 거랑은 완전 다른 문제라는 걸 알고 있었다. 어떤 결과를 낳을지 뻔히 알고 있는데 안야는 지금 그녀를 바보 취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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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2장

진몽요는 그녀의 옷깃을 잡으며 말했다. “아니. 너가 또 다시 나를 찾아온다면 꼭 그렇게 할 거야. 못 믿겠으면 두고 보든지.”  안야는 그녀를 노려보며 그녀의 팔을 뿌리치고 뒤돌아 떠났다.  진몽요는 한숨을 쉬면서 허탈하게 벽에 기대였고 얼굴은 창백해져 있었다. 한참이 지나고 난 뒤 평정심을 찾고 열쇠를 꺼내 집으로 들어가자 강령이 물었다. “아까 밖에서 누구랑 대화중이었어? 소리 들린 거 같은데 귀찮아서 안 나가봤어. 누구랑 얘기하던 거야?”  그녀는 대충 둘러댔다. “아까 올라오다가 예전에 알던 동료를 만나서 몇 마디 나눴어요. 밥 하러 갈게요.”  목가네.  온연이 집에 왔을 때 목정침과 아이는 이미 집에 와서 샤워까지 마쳤다. 이제보니 그녀가 제일 한가한 사람처럼 보였다. 목정침은 돈도 벌고 아이도 잘 보니 그녀는 자괴감이 들었다.  그녀는 아이에게 다가가 팔을 벌렸다. “엄마가 안아줄게.”  목정침은 내키지 않는 듯 그녀의 손길을 피했다. “먼저 샤워부터 해. 우리는 이미 다 씻었어. 날씨가 이렇게 더운데 밖에서 땀 많이 흘렸을 거 아니야…”  그가 그녀를 피하자 기분이 이상해졌다. “그래서 내가 싫어요?”  그가 대답했다. “왜? 싫어하면 안돼? 예전에는 내가 너 많이 싫어했었잖아. 아직도 적응 안됐어?”  그녀는 콧방귀를 뀌고 샤워를 하러 올라갔다. 그의 말이 맞다. 그녀가 어렸을 때부터 성인이 된 이후까지도 그의 미움을 받았다. 많은 미움 끝에 결국 좋아하게 됐지만 말이다. 그녀를 매일 좋아해주다가 가끔 미움을 주면 그녀는 분명 견디지 못 할 것이다.  그녀가 옷을 벗고 욕실에 들어가자 목정침은 아이를 안고 욕실 앞에서 알짱댔다. “아이 부끄러워, 엄마 샤워한다…”  그녀는 얼른 타올로 몸을 가렸다. “뭐 하는 거예요? 욕실 좀 불투명한 재질로 바꿔줄 수 없어요? 변태예요? 어쩐지 예전부터 변태 같더라!”  목정침은 아이를 안고 안방에서 나가는 것 같자 온연은 그제서야 마음 편히 타올을 벗었다. 그녀는 머릿속엔 안야가 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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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3장

목정침이 나갔다고 생각했는데 그는 나갈 생각이 없었는지 샤워를 하려던 그녀의 뒤에서 토닥였다. “내가 도와줄게… 애가 계속 너 기다리잖아, 내가 도와주면 빨리할 수 있어.”  온연은 고개를 숙이며 그를 보지 못 했고, 그녀는 아직도 그의 앞에 서는 게 적응되지 않았다. “아니에요, 금방 끝낼 수 있어요. 얼른 나가요, 이상하잖아요…”  그는 그녀의 턱을 잡아 올렸고 강제로 눈을 마주치게 만들었다. “뭐가 이상해?”  온연은 그의 블랙홀 같은 깊은 눈동자에 빨려 들어갔고, 뇌가 멈춘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정신을 차리고 난 뒤 자신이 황당해서 그를 밀쳤다. “내가 느리다고 여기서 이러는 건 아니죠. 얼른 나가요!”  온연은 그에게 대답할 기회도 주지 않고 강제로 밀쳤다. “얼른 씻고 애기 밥 줘야 돼요. 아니면 가슴이 너무 불편해서요. 그러니까 당신이라도 나 귀찮게 하지 말아요.”  목정침은 흥미가 떨어진 채 잠옷을 입고 아래층으로 내려갔고, 아이를 유씨 아주머니 품에서데려왔다. “오늘 저녁은 너 혼자 자야겠어. 너도 남자잖아. 독립심을 키워야지. 엄마는 내 거야, 알겠어?”  갑자기, 아이가 움직이지 않았고 목정침은 뜨거운 액체가 몸 위로 흐르는 게 느껴졌다. 유씨 아주머니는 당황했다. “마침 작은 도련님 기저귀 갈아드리려던 참이었어요… 이렇게 빨리 싸실 줄은 몰랐네요. 얼른 가서 옷 갈아입으세요.”  아이는 기저귀를 갈고 난 뒤에 다시 활발해졌고 계속 옹알이를 했다. 처음으로 아이의 오줌을 맞으니 목정침은 기분이 매우 안 좋아져 인상을 쓰며 다시 욕실로 들어갔다. 온연은 귀찮았지만 그의 옷의 남은 흔적을 보고 웃음을 참지 못 했다. “애기들 오줌은 안 더러워요. 우리 아들이잖아요. 좋게 생각해요.”   그는 지금 장난칠 기분이 아니었고 얼른 옷을 벗어 그녀와 함께 샤워기 앞에 섰다. 그는 그녀보다 키가 한 뼘 정도 더 커서 물이 그에게 먼저 떨어진 뒤 그녀의 눈에 들어갔다. 순간 눈이 안 떠져서 뒷걸음질을 치며 수건을 찾으려다 발이 미끄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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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4장

유씨 아주머니는 친절하게 말했다. “날씨가 더워졌으니까 욕실이 답답할 거야, 너무 오래 씻으면 더위 먹을 수도 있어. 오늘 수유 한번도 안 했는데 가슴은 괜찮아? 이제 할 때 됐지? 얼른 가서 밥 드려, 난 주방 가서 음식 다 됐나 확인해 볼게.”  온연은 고개를 끄덕이고 아이 방으로 들어가서 수유를 했다. 가슴이 부풀기만 하면 아팠는데 지금은 한결 나아졌다…  잠시 후, 목정침은 옷을 갈아입고 아이 방으로 들어왔고, 아이에게 장난을 치는 모습이 아까 욕실안에서의 변태스러운 모습과는 완전 달랐다.  아이는 목정침이 밥을 뺏어 먹으러 왔다고 생각했는지 목정침이 다가올수록 작은 다리로 발버둥을 쳤다. 목정침은 그의 작은 발을 잡고 말했다. “이게 네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네가 지금 먹는 건 내가 아까 먹고 남은 거야.”  온연은 그 같은 진지한 사람이 이런 말을 하는 걸 듣고 왠지 모르게 지금까지 속은 느낌이 들었고 그의 말에 부끄러워서 볼이 빨개졌다. 무의식적으로 그의 풀려 있는 단추를 보며 그 틈으로 보이는 섹시한 목젖과 깊게 패인 쇄골, 그리고 아까 전 욕실 안에서의 상황을 떠올리자 그녀의 심장은 미친듯이 빠르게 뛰었다…  그녀의 빨개진 볼을 보고 목정침은 그녀의 이마를 만졌다. “왜 그래? 얼굴이 왜 이렇게 빨개졌어? 수유하는 것도 못 보게 할 건 아니지? 부끄러워서 그런 거야 지금?”  온연은 고개를 숙이고 작게 말했다. “그런 거 아니에요. 아까 샤워할 때 좀 더웠나 봐요. 여기 있지 말고 내려가서 밥 먹어요. 당신이 있으면 애가 불편해서 잘 못 먹을 거예요.”  목정침은 살짝 아이의 엉덩이를 두드렸다. “그래, 먼저 내려가 있을게. 너도 얼른 다 하고 유씨 아주머니한테 아이 맡겨.”  식사시간, 온연은 진몽요가 보낸 문자를 받았다. ‘안야 임신했데, 경소경씨 아이야.’  온연은 문자를 보고 급격히 입맛이 떨어졌다. 이렇게 빨리 진몽요가 알게 될 줄은 몰랐다. 그녀는 목정침을 보다가 일어나 한쪽에서 진몽요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실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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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5장

온연은 한숨을 쉬었다. “됐어, 그냥 모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이제 이건 경소경씨가 처리해야할 일이잖아. 안야랑은 앞으로 안 보면 되는거고, 어떤 결과가 나오든 다 본인이 자초한 거니까 우리랑 상관없어.”  진몽요의 목소리는 나름대로 침착했다. “그래, 괜찮아. 아무 생각도 안 할 거야. 경소경씨네 어머니한테 전화 왔는데 내일부터 그 쪽 계열사에 출근해야 할 거 같아. 멀리 떠나니까 이 일도 금방 잊겠지. 안야가 혹시 찾아오더라도 그냥 무시해. 지금 생각하는 거지만 걔가 자기 몸이 안 좋아서 낙태하면 다시는 임신 안 될 수도 있다는 말 다 거짓 같아. 지금까지 아픈적도 없었잖아! 너무 피곤해서 자야겠다. 거기 가서 자리 잡으면 다시 전화할게. 주말에는 너랑 놀아주러 올 거야.”  전화를 끊고 목정침은 온연의 마음이 무거워 보이자 물었다. “왜 그래? 밥도 안 먹고.”  온연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파서 먹기가 싫네요. 오늘 이왕 하루 종일 애 봤으니 잠도 당신이 재워요. 유종의 미는 거둬야죠. 난 먼저 잘 게요.”  목정침은 시간을 보았고 오늘 그녀가 이렇게 일찍 자는 걸 보니 쇼핑이 피곤했거나 고민이 많아져서 라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그녀가 아이 때문에 쉬지 못 한걸 생각해서 목정침도 그러려니 했다.  저녁. 아이는 또 목 놓아울기 시작했고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목정침은 하는 수 없이 아이를 혼자 두지 못 하고 두 사람과 함께 재워야 했다. 그래야 아이가 울음을 그쳤다.  다음 날. 날이 밝기도 전에 진몽요는 출발했다.  남쪽 계열사 근처에 호텔을 잡고 숨을 돌리니 이미 오전 10시가 넘었다. 원래 그녀는 출근시간에 맞춰서 첫 출근을 하고 회사 동료들에게 좋은 첫 인상을 심어주고 싶었지만 오는 길이 멀어서 어쩔 수 없었다.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그녀는 쉬지 않고 바로 회사로 향했다.  이 계열사는 비록 본사만큼 웅장하진 않았지만 그렇게 나쁘지도 않았다. 남쪽에서는 제일 높은 건물에 위치하고 있었다.  인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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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6장

이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는지 에이미는 더 그녀를 지적하지 않았다. “오늘은 적응을 해야 되니까 저랑 같이 일하면 될 것 같네요. 자리는 왼쪽에 준비해 두었어요.”  진몽요는 고개를 돌려 자리를 보고 의외라고 생각했다. 부장이 따로 사무실이 있나? 게다가 에이미랑 같은 사무실을 쓴다고? 그녀의 자리는 딱 에이미의 맞은 편이었고, 시설도 동일했다. 계열사 부장인데 이렇게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나?  그녀의 생각을 읽었는지 에이미가 말했다. “여기 부장으로 온 거 아니고 부 이사직으로 온 거예요. 일 경험 별로 없는 거 아니까 내가 잘 가르쳐 줄 게요. 하 대표님이 부탁하고 가셨거든요.”  부이사? 부장 아니었다? 진몽요는당황했다. 만약 경소경이 그녀가 그의 계열사에서 부이사가 된 걸 알면 어이없지 않을까? 그녀도 본인이 그 정도 실력이 없다는 걸 알았고, 이제서야 하람의 계획을 알았다. 그녀가 안 온다고 할까 봐 우선 부장이라고 말한 뒤 부이사직을 주었다.  이왕 왔으니 열심히 해야했다. 에이미가 보기엔 무서워 보여도 에이미가 옆에 있으니 천천히 일을 배울 수 있었다. 그저… 아까 전 그 비웃음은 위협을 느껴서 한 말이 아니었을까? 갑자기 이곳에 와서 부이사직을 맡으니 분명 위협적으로 느껴졌을 테다. 물론 낙하산은 창피한 일이지만…  그녀는 감사인사를 한 뒤 자기 자리에 앉았다. “에이미씨… 아니, 이사님, 이 계열사에 경소경씨도 자주 오나요?”  에이미는 그녀를 흘낏 보며 “아니요, 본사가 그렇게 바쁜데 경대표님이 어떻게 자주 오시겠어요? 사소한 일까지 경대표님이 하셔야 된다면 저희 같은 사람들이 월급을 왜 받겠어요?”  진몽요는 안도했다. “다행이네요.”  첫 날이라 그녀는 아무것도 안 하고 책상 앞에서 멍만 때렸다. 회사를 한바퀴를 돌아보고 에이미도 굳이 그녀에게 일을 시키지 않았다.  퇴근 후 호텔에 돌아온 뒤 그녀는 침대에 누워 하람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머님, 부장이라고 하셨는데 왜 부이사직이나 주셨어요? 제 실력 아시잖아요…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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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7장

진몽요는 천장을 바라보며 침착하게 말했다. “죄송해요, 제가 실망시켜 드렸네요. 제가 못 나서 다 이렇게 된 것 같아요. 소경씨랑은 상관없어요.” 만약 그녀가 경소경을 일찍 찾으러 갔더라면 안야에게 기회도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자신을 수만 번 욕했지만 이미 벌어진 일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하람은 늘 자세히 언급하지 않고 먼저 얘기를 꺼낸 건 이미 진몽요가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녀도 굳이 모르는 척하지 않았다. “아니야, 이런 얘기하지 말자. 잘 쉬고, 거기서 일 열심히 해.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해. 내 마음속에 너는 딸 같은 존재니까. 너랑 소경이 사이에서 누구 편을 들어야 된다면 난 네 편을 들 거야. 얼른 가서 쉬어.”  전화를 끊고 진몽요는 잘 도착했다는 문자를 온연에게 남겼다. 아침 일찍 출발을 해서 그런지 무척 피곤해서 저녁도 먹지 않은 채 잠이 들었다.  목가네. 온연은 문자를 보고 안도했다. 그녀가 알던 멍청한 진몽요는 드디어 날개를 펼치고 높이 날기 시작했고 점점 성장하고 있었다. 그 과정은 힘들지라도 꼭 겪어야 하는 과정이었다.  그녀는 아이를 보면서 기운이 빠졌다. 만약 이 아이가 하루라도 빨리 크지 않는 다면 그녀는 자유롭게 하고싶은 일도 못하기에 진몽요가 부러웠다. 적어도 진몽요는 자유로우니까 말이다.  다음 날 아침, 안야는 경소경이 보낸 계약서 한 장을 받았다.  그녀는 계약서 위에 적힌 딱딱한 글씨들을 보며 온 몸이 서늘해졌다.  계약서에 적힌 글자들은 의사표현이 분명했고, 하람과 경소경이 이전에 말했던 것처럼 아이를 지우면 그에 맞는 보상을 받을 수 있으며 아이를 낳겠다면 말리진 않지만 양육비는 못 받는다고 적혀 있었다. 계약서는 실수로 생긴 아이를 굳이 낳겠다면 본인들은 책임지지 않는다고 강조했고, 서명을 하면 끝이었다.  그녀는 변호사에게 물었다. “이런 계약서도 효력이 있나요? 아이 아빠가 생물학적으로 경소경씨라면 본인이 꼭 책임을 져야죠. 이런 계약서에 제가 서명한다고 뭐가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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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8장

변호사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협박하는 방식이 특이하시네요, 절박해 보이세요. 그럼 이 계약서에 절대 서명을 안 하실 것 같으니 이후 양육비 청구 절차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아이가 경 선생님의 친자가 맞다는 증명을 해 주셔야 합니다. 그리고, 양육비 지불에 대한 소송을 거셔야 되고 경 선생님께서 응하지 않으시면 이 과정은 길어질 거예요. 혼자서 수입도 없으신데 비용이 감당 되실 까요? 잘 생각해 보세요. 저는 이만.”  변호사가 나가자 안야는 화가 나서 탁자 위 컵을 바닥에 던졌다. 아무것도 얻지 못하더라도 그녀는 꼭 아이를 낳고 싶었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 하지만 이 아이만 있다면… 이 아이가 경소경의 아이가 확실하다면 진몽요의 마음은 더 멀어질 것이다. 그녀가 못 갖는 건 진몽요도 가져선 안된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는 남들이 신경 쓸 바가 아니었다.   아이만 있으면 나중에 경소경이 생각을 바꿔서 그녀와 아이를 받아줄 수도 있지 않을까…?  변호사로부터 안야가 서명을 안 했다는 소식을 듣고 경소경은 짜증난 채 하람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 안야씨가 서명 안 했어요. 그 아이 절대 낳으면 안돼요. 모두가 다 불행해질 거예요! 그 날 일이 아예 기억이 안나요, 생각지도 못 했다고요…”  하람은 콧방귀를 뀌었다. “생각지도 못 했다고? 너 왜 그렇게 순진하니? 안야가 같은 여자애들이 얼마나 많은 줄 알아? 자기 마음대로 임신하면 안 사람이 될 줄 알지, 너 완전 속은 거야. 여자가 여자를 제일 잘 알지. 넌 우선 이 일에 신경 끄고 회사에 집중해. 내가 안야 만나볼게.”  하람은 전화를 끊고 안야를 만나러 갈 준비를 했다.  경성욱은 그녀가 사고 칠까 봐 당부했다. “성질 좀 죽여, 평화롭게 해결할수록 좋잖아.”  하람은 그를 노려봤다. “평화? 나도 당연히 알지, 설마 내가 손찌검이라도 하겠어? 그 애는 자기 마음대로 하면 우리가 순순히 알겠다고 할 줄 알았나? 우리가 그렇게 만만해 보이나? 설령 내가 타협을 하고 소경이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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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9장

아파트에 도착한 후 하람은 최대한 평정심을 유지한 태 문을 두드렸다. 들어가자 마자 그녀는 바로 4천만원어치의 현금을 꺼냈다. “4천만원이야, 세어 봐. 이정도면 수술비로 충분 할 거야.”  안야는 탁자 위에 빨간 현금 뭉치를 보며 자존심이 크게 상했다. “돈 많으면 이런 식으로 사람을 모욕하시나요? 저는 가난해도 자존심은 있어요.”  하람은 비웃었다. “그래? 자존심이 있어? 안 그래 보여서 몰랐네. 자존심 있다는 여자 애가 새벽에 혼자 남자 집에 찾아가고, 남의 애인을 뺏고 아이까지 임신해서 양육비를 요구하는 구나. 내가 너였으면 실수로 생긴 아이니까 고민도 하지 않고 지웠을 거야. 그래야 양심이 있지. 너 조차도 우리에게 이런 행동을 하면서 왜 존중을 바라는 거니?”  안야는 반박했다. “왜 실수라고 생각하세요? 왜 제가 남의 애인을 뺏은 거죠? 그 날 저녁 일은 아무도 단언할 수 없어요!”  하람은 그녀를 경멸했다. “그럼 단언할 수 없으니까 말 안 할게. 우리 소경이 잘못이라고 치고 법대로 하고싶으면 그렇게 해. 우리는 이 아이 인정 못하고, 돈이 부족한 거라면 더 줄 수 있어.”  안야의 얼굴을 창백해졌고 몸은 살짝 떨고 있었다. “이거 지금 저 괴롭히시는 거예요!”  하람은 어이가 없었다. “내가 언제 널 괴롭혔어? 실수로 생긴 일이지만 우리 소경이는 널 좋아하지 않아. 우리 집안도 널 받아줄 수 없어. 이 아이를 낳는 건 네 일이기도 하지만 우리 집안이랑도 관련되어 있으니 당연히 제일 적절한 타협점을 찾아야지, 이게 왜 널 괴롭히는 거라고 생각해? 돈 때문이라면 그냥 말해. 돈 때문이 아니고 소경이를 좋아해서라면 왜 계약서에 서명하지 않는 거야? 서명을 하면 정말 네가 감정이 있어서 단순히 돈 때문이 아니라는 걸 증명해 주잖아. 서명을 안 하면 누가 봐도 돈 때문 아니겠니? 그러니까 돈 문제는 지금 당장 해결해줄 수 있어.”  안야는 눈시울을 붉히며 아무 말이 없었고 그녀도 지금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 건지 몰랐다. 돈이라고 하기엔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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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0장

안야의 태도는 견고했다. “안돼요! 어디 한번 강제로 지우게 해보시든가요!”  하람은 삿대질을 하며 화를 냈다. “몽요랑 소경이가 너가 가족도 없으니까 예전에 그렇게 잘해줬는데, 어떻게 이런 식으로 은혜를 갚을 수 있어? 너 같은 사람은 이런 모습으로 평생을 살아갈 거야! 자신을 계속 갉아먹게 될 거라고! 몽요네 집이랑 경가네는 비슷한 집안이고, 내가 몽요를 좋아하는 것도 너랑 달라서야. 빈곤한거랑 마음이 가난한 거랑은 완전 다른 문제야. 알겠니?”  평생 이렇게 밖에 못 사는 걸까? 안야는 하람의 말에 충격을 받고 흥분한 채 일어나 하람이 삿대질하던 손을 쳐냈다. “제가 어떻게 살든 신경 끄세요!”  안야가 그녀에게 손을 대자 하람은 경악했다. “지금 나한테 손 댄 거니?”  안야는 낮게 소리쳤다. “가세요! 당장 나가세요! 저희 집에서 나가시라고요! 저는 죽어도 그 계약서에 서명 안 해요! 꼭 이 아이 낳아서 당신들이 이 아이의 존재를 늘 기억할 수 있게 만들 거예요. 맞아요, 제가 못 지낼 바엔 다들 불행해지는 게 나아요! 진몽요는 눈에 흙이 들어가도 경소경씨랑 잘 될 일 없어요! 진몽요 좋아하시잖아요. 며느리로 바라셨잖아요. 안타깝네요, 그럴 일은 앞으로 절대 없을테니. 저를 이런 식으로 대하시니 저도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  하람은 참지 못 하고 안야의 뺨을 때렸다. 이런 교양 없는 걸 봤나! 내가 네 부모 대신 혼 좀 내줘야겠어!”  안야는 빨개진 눈으로 따가운 볼을 부여잡았고, 분노와 증오가 끝없이 마음에서 끌어올라 무섭게 하람에게 달려들어 그녀를 바닥으로 밀쳤다.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들었던 놀림들이 다시 귓가에 맴돌기 시작했다.  “네 아빠는 살인자고 네 엄마는 도망갔잖아. 다 널 버렸어.”  “넌 잡종이야, 살인범의 딸도 똑같지.”  “그 부모에 그 자식이라고, 살인범에 딸도 나중에 살인범이 될 거야. 멀리하자…”  그랬다. 그녀의 부모가 살아있다는 건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비밀이었다. 할아버지는 유일한 가족이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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