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Chapter 881 - Chapter 8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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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1장

그녀는 일어나서 자리를 떠났고 문 앞까지 가자 발걸음을 멈추고 말했다. “내가 여기 온 건바람핀 현장을 잡으러 온 게 아니라 내가 친구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늦게까지 집에 안 들어오길래 무슨 일이라도 생겼을까 봐 경소경씨한테 도움받으러 온 거였어. 그런데 넌 서프라이즈를 했네.”  안야의 동공은 살짝 흔들렸지만 얼른 숨겼다. 그녀는 이미 여기까지 온 이상 다시 되돌릴 수 없었고 다시는 다른 사람이 쉽게 비웃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닌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대도시의 아가씨가 되고싶었다.  진몽요가 떠난 후 그녀는 이곳에 남아 경소경의 집을 먼지 한 톨 없이 깨끗하게 청소했다. 그리고 피곤해서 경소경의 옆에 누웠다. 그녀는 임립에게 설렜던 적이 있었지만 단지 물질적인 조건 때문이었고 경소경을 향한 감정은 달랐다. 경소경은 눈부신 별 같은 존재였고 정말 그녀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아파트로 돌아온 후 진몽요는 마음 편히 잘 수 없었다. 안야가 한 짓을 생각하면 역겹고 힘이 빠졌다. 그 날 저녁 그녀는 짐을 빼고 임립에게 사직서를 메일로 보냈다. 그녀가 안야를 쫓아내지 않고 직접 짐을 뺀 건 경소경이 안야와 발전할 일이 없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그럼 안야는 갈 곳이 없으니 이건 안야를 향한 마지막 배려였다.  다음 날 아침.  경소경은 극심한 두통에 잠에서 깼다.  어제의 기억은 어렴풋이 났지만 딱 술 취하기 전까지였고 취한 뒤는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원래는 혼자 아침을 맞이할 줄 알았는데 일어나려 하니 이불 한쪽이 살짝 무거워서 그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안야가 왜 옆에 있는거지?! 바닥에 떨어진 옷들은 또 뭘까?! 그는 어제 그녀가 같이 술 마시자고 온 뒤로 쫓아내기 귀찮아서 받아준 기억밖에 없었다…  영문을 모르던 그때 안야가 잠에서 깼다. “일어나셨어요…?”  그는 표정이 안 좋았고 옷 매무새를 정리한 뒤 안야 앞에 섰다. “어떻게 된 거예요?! 똑바로 설명해요! 왜 우리집에서 잔 거예요? 왜 내 옆에서 잤냐고요?!”  안야는 이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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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2장

경소경의 호흡은 가빠졌고 표정이 무섭게 변했다. “뭐라고요? 진몽요씨가 이미 안다고요? 어제 저녁에 왔었어요?”  안야는 살짝 당황했다. 그녀의 손등의 난 선명한 상처를 보고도 그는 진몽요를 걱정하다니…그 순간 그녀의 마음에 여러가지 감정들이 교차했다.  그녀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경소경은 일어나서 차 키를 들고 나가며 마지막으로 말했다. “내가 돌아오기 전에 집에서 나가요!”  며칠동안 비가 온 뒤 오늘은 드디어 날씨가 맑았다. 태양은 동쪽에서 뜨고 있었고 도시 전체도 점점 시끌벅적 해졌다.  경소경은 지금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았고 오직 진몽요만 생각했다. 어제 저녁 그렇게 된 이후로 다시는 만나지 못하게 될까 봐 두려웠다.  아파트에 도착한 후 미친듯이 초인종을 눌렀지만 아무도 없었다. 그 순간 그는 절망했고 진몽요의 핸드폰은 꺼져 있어 전화도 할 수 없었다.  그 상태로 30분 정도 지나자 맞은편 이웃이 문을 열고 나왔다. “그 집 아가씨 찾아요? 어제 새벽에 이사 가던데. 소리가 들려서 살짝 봤는데 한 명은 어제 나갔어요. 그 머리 길고 피부 하얀 예쁜 아가씨 말이에요.”  이사를 갔다… 그녀가 갈 수 있는 곳이 어디 있을까?  그는 감사인사를 전한 뒤 혼이 나간 채로 차에 돌아와 조용히 생각한 후 강령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는 금방 연결됐고 강령은 아직 무슨 일인지 모르는지 목소리가 업되 있었다. “소경이니? 무슨 일이야?”  그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몽요씨 집에 있나요?”  강령이 대답했다. “집이지. 어제 저녁에 들어왔어. 그때가 아마 새벽 4시였던 거 같은데. 무슨 일인지 몰라도 지금 아직 자고 있어. 깨워줄까?”  그는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다. “아… 괜찮습니다. 아무 일 없어서 다행이에요. 이만 끊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그는 운전대에 머리를 기대었고 마음 속은 타 들어가고 있었다. 이런 일까지 생겼는데 이제 진몽요랑 다시는 재결합을 못하지 않을까? 어떤 상황이었든 그는 건들이면 안되는 사람을 건들였고 그건 진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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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3장

안야는 지금 경소경의 심정이 복잡해서 자신을 신경 쓰지 못 한다는 걸 알았다. 어차피 여기에 더 있어봤자 의미가 없으니 아파트로 돌아 가야했다.  그녀는 임립에게 반차를 내고 아파트에 와보니 진몽요의 물건들은 하나도 없었고 하람이 선물한 냉장고 같은 큰 가전제품만 남겨두었다.  그녀는 마음이 전혀 요동치지 않았다. 진몽요가 이사가지 않았어도 그녀가 나갔을 것이다. 지금 두 사람은 한 지붕아래 살 수 없었고 그녀가 이사 갈 일도 없어서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어제 저녁에 잠을 잘 못 자서 그녀는 마음 편히 잠을 자고 싶었다. 계속 하고싶었던 일을 드디어 해내서 마음이 편했다.  회사. 진몽요가 어제 새벽 메일로 보낸 사직서를 보면서 임립은 마음이 좋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었길래 새벽에 사직서를 보낸걸까? 진몽요는 전화도 안 받고 안야는 반차까지 냈으니 그는 안야에게 전화를 걸지 않고 온연에게 문자를 보냈다. ‘진몽요씨가 사직서를 냈는데 무슨 일인지 모르겠네요.’  온연은 어제 목정침 때문에 잠을 잘 자지 못 했다. 문자 소리를 듣고 그녀는 비몽사몽한 채 핸드폰을 보고 문자 내용에 의아했다. 진몽요가 자신의 작품이 순위에 들어서 임립의 회사를 나갈 거 같진 않고 대체 무슨 일일까?  그녀는 답장했다. ‘저도 모르겠어요.’  갑자기, 유씨 아주머니가 아이를 데리고 들어와 밥을 주라고 했고 그녀는 머리를 쓸어 넘기며 말했다. “미안해, 아가야. 엄마가 또 늦었지.”  유씨 아주머니는 아이를 건넸다. “평소에 일찍 일어나더니 오늘은 눈까지 부었네. 어제 도련님이랑 싸웠어? 작은 도련님이 일찍 일어나셔서 내가 한참을 달랬어. 너가 자고 있길래 일부러 안 깨웠지.”  온연은 민망한듯 웃으며 더 설명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가 20대 젊은이가 아니라 정력이 그렇게 왕성한 줄 몰랐으나 이제서야 그의 정력이 아직 젊은 사람 못지 않다는 걸 알았다. 그녀는 너무 피곤해서 점심까지 잠을 잤지만 그는 평소처럼 일을 하러 나갔다. 게다가 주말에 추가근무까지 나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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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4장

온연은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 경소경도 연루된 건가?  그녀는 할 말을 아끼고 진몽요의 안방으로 향했다. 진몽요는 자고 있지 않았고 침대에 아무 말없이 시체처럼 누워 있었다. 눈이 호두처럼 부은 게 방금 운 게 보였고 이마에 상처는 피가 말라서 어느정도 아물어 있었다.  그녀는 숨을 들이 마시고 침대 맡에 앉았다. “몽요야, 무슨 일이야? 이마는 또 왜 그래? 너가 이러면 내가 얼마나 걱정되는데…”  진몽요는 코를 훌쩍이며 온연이 걱정할까 봐 거짓말을 했다. “괜찮아, 살짝 넘어진 거야. 안야랑 경소경씨랑 만나. 생각만 해도 더러워. 어제 저녁에 벌어진 일이야. 난 안야가 핸드폰도 꺼져 있고 늦게까지 집에 안 오길래 경소경씨한테 도움받으려고 갔는데 내 눈으로 봤어. 더러워…”  온연은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충격 받았고 한참 후에 입을 열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지? 난 경소경씨가 그런 사람 아닌 것 같았는데. 아무 여자를 만나도 되지만 안야는 아니지… 분명 오해일 거야. 원래 너가 오늘 찾아가서 화해하려 했는데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만나서 얘기는 해봤어?”  진몽요는 고개를 저었다. “얘기할 게 뭐가 이어. 내가 내 눈으로 봤는데. 그때 그 사람은 술 취해서 돼지처럼 차고 있었고 안야는 청소하고 있었어. 내가 아무것도 모르는 신데렐라도 아니고 딱 보면 알잖아!”  온연은 자세한 정황을 몰랐기에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몰랐다. 그렇다고 안야가 남의 위기로 기회를 삼았다고 욕할 수는 없지만 이번 일은 좀 도를 넘었다.  분위기가 너무 쳐진 것 같아 진몽요는 억지로 웃으며 아이의 얼굴을 만졌다. “너가 애까지 데리고 날 찾아오기 쉽지 않았을텐데. 너 눈은 또 왜 그래? 목정침이랑 싸웠어? 아직도 일하지 말래?”  온연은 고개만 저었다. 진몽요의 상태에 비하면 그녀와 목정침의 말다툼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  시간이 지나고 그녀가 물었다. “이제 어떻게 하려고?”  진몽요는 무력하게 심호흡을 했다. “천천히 지켜보는 거지. 난 이제 디자인업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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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5장

목정침의 아리까리한 표정이었다. “이 일은… 너가 끼어들면 안되. 모든 일은 다 변수가 있고 모든 남자가 다 똑 같은 건 아니니까…”  온연은 입술을 삐죽였다. “내가 지금 그걸 물어보는 게 아니잖아요! 어떻게 그렇게 절친만 감쌀 수 있어요? 난 이 일에 숨겨진 사실이 있을지 물어본 거예요. 중간에 오해가 있을 수도 있고, 몽요랑 경소경씨가 다시 되돌릴 수 있는 여지가 있는지 궁금했다고요!”  목정침은 속으로 안도했다. “그건… 상황에 따라서 다르지. 내가 봤을 때 대다수의 남자들은 주량을 넘어가면 그런 짓 못 해. 네 말 대로 진몽요가 소경이를 봤을 때 이미 많이 취해 있었다면서. 그런 난 둘이 아무 일도 없었을 거라고 생각해. 그런 상황에서는 적어도 소경이가 어느정도 정신이 있었을 거야. 근데 정신이 있었으면 안야랑 그러지 않았겠지? 우리는 당사자니까 소경이 얘기를 들어 봐야지. 내가 대신 물어봐줄게.”  온연은 콧방귀를 뀌었다. “뭘 대신 물어봐줘요? 친구한테 일이 생겼는데 본인이 전화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니에요? 경소경씨가 몽요를 엄청 쫓아다녔는데 이제 와서 이런 일이 일어난 건 나도 일부러 그런 것 같진 않아요. 내 얘긴 빼고 물어봐줘요. 평소에 대화 나누듯이. 근데… 내가 옆에서 들어야겠어요. 스피커폰 키고요. 난 조용히 있을 게요.”  목정침은 망설였다. “진짜 옆에서 듣고 있게? 우리 남자들끼리는 못하는 얘기가 없는데 안 듣는게 좋지 않을까? 내가 알려주면 되잖아.”  그녀는 고집을 부렸다. “아니요, 나 들을래요! 당신이 포장하는 내용 말고 솔직한 걸 듣고 싶어요!”  목정침은 그녀의 고집을 꺾을 수 없어 바로 그 자리에서 전화를 걸어 스피커폰을 켰다. 전화는 바로 연결됐고 경소경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여보세요? 무슨 일이야 정침아…?”  목정침은 바로 물었다. “너야 말로 무슨 일이야? 왜 갑자기 안야랑 만나?”  경소경은 잠시 멈칫했다. “내가 안야씨랑 만나다니? 내가 그러고 싶은 줄 알아? 자고 일어났더니 옆에 누워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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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6장

경소경은 한숨을 쉬었다. “됐어, 이 일은 내가 알아서 할 게. 별 일 없으면 끊는다.”  전화가 끊기자 온연은 인상을 찌푸렸다. “사실… 이 일만 없었어도 오늘 아침에 몽요가 경소경씨랑 재결합할 생각이었거든요. 몽요 요즘 열심히 사는데 하늘이 안 도와주시네요.”  목정침은 그녀의 어깨를 토닥였다. “내가 진몽요였으면 안야를 가만두지 않았을 거야. 꼭 소경이랑 사귀어서 걔한테 보여주겠지. 끼리끼리만 어울릴 수 있다는 걸 알려줘야지.”  온연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진몽요 성격으로는 그러지 못 할 것 같았다. 그녀는 아이를 목정침에게 넘겼다. “안고 있어요, 몽요한테 전화 좀 하고 올게요.”  목정침은 품 속에 아이를 안고 장난을 쳤다. “봤어? 엄마가 너 싫어서 나한테 맡긴 거야. 그럼 아빠랑 샤워하러 갈까?”  그 소리를 들은 온연은 그의 등 짝을 때렸다. “아이한테 그런 장난을 왜 쳐요? 기다려요, 나 전화 끝나고 씻어요.”  온연이 진몽요에게 전화를 거는 목적은 경소경의 심경을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이 일은 경소경의 의지가 전혀 없었다. 그녀는 진몽요와 경소경이 여기서 끝내지 않고 끝까지 함께하길 바랐다.  온연의 말을 듣고 진몽요는 씁쓸하게 웃었다. “어떻게 됐든 이미 벌어진 일이잖아? 이런 상태에서 그 사람이랑 만나면 시도때도 없이 그 사람이 안야랑 그랬다는 게 생각날 거야. 그럼 우리 두 사람은 계속해서 고통받겠지. 내가 이런 일을 논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 내 과거는 그 사람 잘못보다 더 더러우니까. 근데 우리가 사귀기 전 일이고…난 그 사람이랑 사귀면서 헤어질 때까지 난 주변에 남자가 하나도 없었어. 근데 그 사람은 내 눈 앞에서 그랬잖아. 잊을 수도 없게…”  온연은 살짝 흐느꼈다. “아니야… 몽요야, 넌 더럽지 않아. 그렇게 생각하지 마. 난 네가 불공평한 상황을 마주하는 게 싫어. 어차피 경소경씨는 안야랑 잘 될 일이 없는데 너랑 경소경씨랑 이렇게 끝나면 걔만 좋은 거잖아? 걔가 못 갖는 걸 너도 못 갖으면 안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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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7장

안야는 불안한듯 옷깃을 잡았다. “진몽요가 어떻게 말했을 지 모르겠지만 두 분이 사이가 좋으시니 그 분 말을 더 믿겠죠. 저는 더 해명하기도 싫어요. 이미 일어난 일, 어쩌시게요?”  온연은 인상을 쓰고 물었다. “할 말이 더 있는 걸로 들리네? 말해 봐, 난 몽요 편만 들진 않아. 난 그저 네가 실수인지 고의인지 알고 싶을 뿐이야. 경소경씨는 실수였어. 그리고… 진짜 한 거 맞아? 그렇게 취해 있었는데 좀 의심스럽네…”  안야는 입술을 깨물었다. “네, 했어요! 제가 실수였든 고의였든 했어요. 저랑 경소경씨 둘 다 술을 많이 마셨는데 안 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아요? 그런 상황에서는 실수랑 고의를 구분할 수 없어요. 거부할 수 있는 사람이 없으니까요…”  온연은 분노를 참고 물었다. “몽요랑 경소경씨랑 진짜 끝난 게 아닌 걸 알았잖아. 둘이 왕래하는 걸 알았으면서 넌 왜 친구 남자친구한테 대시 한 거야? 게다가 저녁에 혼자 찾아가고 말이야. 너 원래부터 이상한 꿍꿍이가 있었지? 경소경씨는 모든 사람한테 착해서 널 몽요 친구라서 생각해서 안 쫓아낸 것뿐이야. 아니면 너한텐 기회도 없었어! 너 정말 사람 실망시킨다!”  안야는 차갑게 말했다. “그래요? 제가 실망시켰나요? 사장님이 좋아하는 저의 모습은 옆에서 조용히 있는 그런 모습인가요? 죄송해요, 이제 협조 못 하겠어요.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두 분이 왕래를 하더라고 그저 전 애인일 뿐이에요. 저도 솔로고, 경소경씨도 솔로인데 안 될 거 없죠. 진몽요가 너무 자기한테 취해 있어서 경소경씨를 버렸다고요!”  지금 온연은 진몽요 이마에 상처가 넘어져서 생긴 게 아니라고 의심했다. 그녀도 손이 근질거리는데 진몽요는 대체 어떻게 참았을까? 그녀는 이를 꽉 물고 물었다. “몽요 이마 너가 그렇게 만들었지? 너네 몸 싸움도 했니?”  안야는 자신이 만든 상처를 보여줬다. “저 때렸다는 말은 못 들으셨겠죠? 정의구현 하러 오신 거면 그렇게 하세요.”  그녀의 상처는 살짝 핏자국이 보였고 온연은 침묵했다. 만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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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8장

그들을 보니 온연은 마음이 가벼워졌다. “왜 아이랑 같이 씻었어요? 애는 오늘 아침에 이미 씻었는데.”  목정침은 이상한 눈빛으로 그녀를 보며 “너가 우릴 버리고 갔잖아. 애가 계속 나보고 안아 달라는데 어떡해 그럼? 한번 더 씻으면 좋은 거지. 얼른 밥 먹어. 네 표정을 보니까 어떻게 됐는지 딱 알겠네. 어떤 일들은 너무 억지로 하면 안돼. 흘러가듯이 내버려 둬도 된다고. 인생이 원래 그런 거야. 놀랄 일들이 많지만 익숙해지면 괜찮아지는 거지.”  아직 젊어서 그런지 온연은 그렇게 깊이 알지 못 했다. “난 익숙해지지 못하는 거 같아요. 몽요한테는 얼마나 큰 충격이었겠어요. 생각할수록 심란해서 밥 안 먹을래요. 혼자 먹어요. 아이는 내가 안고 있을게요.”  목정침은 그녀의 손길을 피했다. “얌전히 앉아서 밥 먹어. 네가 밥을 안 먹으면 애는 뭘 먹고크겠어? 이제 넌 혼자가 아니야. 아이도 봐야된다고. 일단 먹어. 유씨 아주머니가 만드신 국은 좀 먹어야지. 얼른.”  ......  둘째 날, 안야는 회사로 직접 와서 임립에게 사직서를 냈다.  임립은 예상했기에 이유도 묻지 않고 수리했다.  안야는 입을 꿈틀거렸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임립에게 왜 이유를 안 묻냐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초반에 임립이 그녀에게 잘 해준 것도 결국 온연과 진몽요의 부탁 때문이었다. 임립도 사정을 알았을 테니, 그녀에게 실망하지 않았을까?  그녀가 인정하기 싫어도 현실적으로 오늘의 그녀가 있을 수 있는 건 거의 다 진몽요와 온연 덕분이었다. 그녀들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 작은 도시에서 발버둥치며 생계를 가까스로 이어가며, 이곳에 오기 전까지 절대 자신이 편한 사무실에서 에어컨 바람을 쐬며 돈 벌게 될 줄 몰랐다.  그녀가 뒤돌아 문 앞으로 가자 임립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안야씨, 할아버지 부탁을 들어드린다 치고 조언 하나 해줄게요. 악행을 많이 하면 결국 자기 무덤을 파는 일이라는 말이 있죠. 소경이는 그런 식으로 갖을 수 있는 남자가 아니에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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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9장

임립 무표정으로 그녀의 뒷모습을 보았다. “만약 그쪽이 피해자이거나 얼떨결에 생긴 일이라면 소경이가 책임을 졌겠죠. 그런데 그쪽은 피해자가 아니에요. 이제 어린애 아니잖아요, 여자가 다른 이성 집에 저녁에 찾아가서 술을 마신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모를 수가 없어요. 게다가 상대방은 친구가 미련을 갖고 있는 전 애인인데, 이런 부적절한 행동에는 꿍꿍이가 있지 않았겠어요? 나랑 소경이랑 알고 지낸 시간이 있는데 내가 걔를 모를까요? 술을 토할 때까지 마셔도 사람을 못 알아볼 애가 아니에요. 그쪽한테 조금의 마음도 없었을 거예요!”  안야는 뒤돌아 웃었다. “그러네요. 맞는 말이세요. 저는 고의였어요. 그동안 감사했어요. 안녕히 계세요.”  임립은 아무 말없이 떠나는 그녀를 보며 마음이 무거워졌다. 처음에 립님이라고 부르던 그 순진한 소녀가 맞나? 가끔씩 환경은 사람의 본색을 잃어버리게 만들고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바꿔 놓는다.  그 이후로 한 달 넘게 아무도 경소경와 안야의 일을 언급하지 않았다. 진몽요아 안야도 임립의 회사를 떠나고 진몽요는 집에서 쉬고 있었고 많은 좋은 회사에서 그녀에게 입사제안을 했지만 그녀는 바로 승낙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중 예군작도 있었는데 예군작네 기업 일은 그녀와 맞지 않았기에 거절을 했고 무엇보다 그녀는 앞으로 뭘 하고 싶은지 정리가 안 되었다.  진몽요와 경소경의 관계가 냉정해진 이후로 예군작은 이 모든 걸 알고 있는 듯이 더 뜨거워졌다. 이 점은 진몽요도 알고 있었지만 티 내지 않았다. 그녀는 이미 예군작이 그녀의 몸에 눈을 달아 놓은 것처럼 그가 알고싶으면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녀가 이직을 하고 아파트까지 뺀 걸 알자 하람은 음식을 강령네 집으로 ‘배달’하기 시작했다. 강제로 배달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는지 진몽요도 묵묵히 받아드렸고 아무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녀가 경소경이랑 왕래하지 않아도 강령과 하람의 관계는 좋았다. 가끔 쇼핑도 가고 마작도 하는 사이였다.  그녀가 백수처럼 집에만 있자 하람이 떠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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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0장

진몽요는 단호하게 거절하기도 그렇고, 또 정말 가기도 싫었기에 하람이 난감해진 그녀를 보고 물었다. “또 소경이가 너 화나게 했지? 이건 걔랑 상관없이 내 개인적인 생각이었어. 내가 너한테 잘해주는 것도 걔랑 상관없어. 그러니까 너무 부담갖지마. 일단 계열사에 가서 일 좀 해보고 정 안되겠다 싶으면 이직해도 돼. 그렇게 하자.”  하람의 진심을 느낀 그녀는 눈가가 촉촉해졌다. 이렇게까지 말을 하니 그녀는 더 매몰차게 거절할 수 없어서 말했다. “저… 그 사람이랑 별 일 없어요. 그저 번거롭게 해드리기 싫었을 뿐이에요. 그러면 여기서 제일 먼 회사가 어디에요? 제가 그쪽으로 갈게요.”  하람은 눈썹을 찌푸렸다. “제일 먼데? 여기서는 강남구 쪽 계열사지. 남쪽이라 왕복 6시간은 걸릴 텐데, 그것도 차가 안 막혀야지 말이야. 차가 막히면 더 오래 걸려서 여기 올 것도 없이 거기서 집 얻는 게 나아. 우리 집에서 그쪽에 갖고 있는 집 있는데 방 하나 내줄까? 혼자 그쪽에서 살 수 있겠어?”  거리가 멀다는 걸 듣고 진몽요는 안도했다. “네, 괜찮아요. 저 혼자서도 잘 있을 수 있어요. 집은 제가 할 수 있으니까 신경 안 쓰셔도 돼요. 일자리도 도움받았는데, 어떻게 집까지 신세질 수 있겠어요? 그러시면 제가 더 부담스러워요, 그럴바엔 일을 안 하는 게 나아요.”  하람이 웃었다. “하여튼 나보다 고집이 세다니깐. 그래, 집은 그럼 혼자 해결하고 내가 미리 계열사 쪽에 잘 말해 둘 테니까 나중에 몸만 오면 돼. 내가주소 보내줄 테니까 주변에 집부터 알아봐봐. 미리미리 찾아봐야 바로 가서 입주하지. 그럼 난 가볼 게, 내가 챙겨온 과일 꼭 먹어. 과일을 많이 먹어야 피부가 좋아져!”  진몽요는 고개를 끄덕이고 하람을 문 앞까지 배웅하면서 경소경의 차 키를 꺼냈다. “어머니, 이거 경소경씨한테 전해주세요. 차는 아래 주차장에 있으니까 알아서 가져가라고 해주세요. 저는 이제 필요 없어요…”  하람은 조용히 그녀를 보며 무슨 생각인지 몰랐지만 차 키를 받았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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