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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0장

작가: 레몬맛 고양이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2-10-04 17:00:06
진몽요는 단호하게 거절하기도 그렇고, 또 정말 가기도 싫었기에 하람이 난감해진 그녀를 보고 물었다. “또 소경이가 너 화나게 했지? 이건 걔랑 상관없이 내 개인적인 생각이었어. 내가 너한테 잘해주는 것도 걔랑 상관없어. 그러니까 너무 부담갖지마. 일단 계열사에 가서 일 좀 해보고 정 안되겠다 싶으면 이직해도 돼. 그렇게 하자.”

  하람의 진심을 느낀 그녀는 눈가가 촉촉해졌다. 이렇게까지 말을 하니 그녀는 더 매몰차게 거절할 수 없어서 말했다. “저… 그 사람이랑 별 일 없어요. 그저 번거롭게 해드리기 싫었을 뿐이에요. 그러면 여기서 제일 먼 회사가 어디에요? 제가 그쪽으로 갈게요.”

  하람은 눈썹을 찌푸렸다. “제일 먼데? 여기서는 강남구 쪽 계열사지. 남쪽이라 왕복 6시간은 걸릴 텐데, 그것도 차가 안 막혀야지 말이야. 차가 막히면 더 오래 걸려서 여기 올 것도 없이 거기서 집 얻는 게 나아. 우리 집에서 그쪽에 갖고 있는 집 있는데 방 하나 내줄까? 혼자 그쪽에서 살 수 있겠어?”

  거리가 멀다는 걸 듣고 진몽요는 안도했다. “네, 괜찮아요. 저 혼자서도 잘 있을 수 있어요. 집은 제가 할 수 있으니까 신경 안 쓰셔도 돼요. 일자리도 도움받았는데, 어떻게 집까지 신세질 수 있겠어요? 그러시면 제가 더 부담스러워요, 그럴바엔 일을 안 하는 게 나아요.”

  하람이 웃었다. “하여튼 나보다 고집이 세다니깐. 그래, 집은 그럼 혼자 해결하고 내가 미리 계열사 쪽에 잘 말해 둘 테니까 나중에 몸만 오면 돼. 내가주소 보내줄 테니까 주변에 집부터 알아봐봐. 미리미리 찾아봐야 바로 가서 입주하지. 그럼 난 가볼 게, 내가 챙겨온 과일 꼭 먹어. 과일을 많이 먹어야 피부가 좋아져!”

  진몽요는 고개를 끄덕이고 하람을 문 앞까지 배웅하면서 경소경의 차 키를 꺼냈다. “어머니, 이거 경소경씨한테 전해주세요. 차는 아래 주차장에 있으니까 알아서 가져가라고 해주세요. 저는 이제 필요 없어요…”

  하람은 조용히 그녀를 보며 무슨 생각인지 몰랐지만 차 키를 받았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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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으로 돌아온 진몽요는 온연에게 문자를 보냈다. ‘아까 경소경씨 어머니가 우리집에 오셔서 먹을 거 왕창 주시고, 그 집 계열사에 취직까지 시켜주셨어. 남쪽에 강남구 계열사인데 여기랑 거리가 멀어서 당분간 이쪽에 안 있을 거 같아. 왕복 몇 시간은 걸리거든. 아마 별 일 없으면 며칠 이따가 바로 갈 거야. 원래는 안 가고 싶었는데 정말 잘 해 주셔서 거절할 수 없었거든. 어떻게 거절해야 할지를 모르겠어.’  온연은 바로 답장했다. ‘거절을 못 했으면 받아드려야지. 이건 너랑 그 어머님의 일이니까 그사람이랑 딱히 상관없는거야. 너무 신경 쓰지 마. 가서 일 열심히 하고 실력으로 널 증명해. 어머님 실망시키면 안되잖아. 말 나온 김에 말인데 너가 임립네 회사 그만 둔 이후로 안야도 그만뒀어. 근데 그 아파트에 아직 살고 있나 봐. 따로 일자리 안 구한 거 같은데 어떻게 먹고사는지 이해가 안돼서.’  온연의 답장을 보고 진몽요의 기분은 더 바닥을 쳤다. 안야와 관련된 일이라면 뭐든 좋지 않았다. ‘걔 얘기 나한테 하지 마. 어떻게 살든 이제 나랑 상관없어. 걔가 죽어도 난 보러 가지 않을 거야.’  비록 답장을 이렇게 했지만 속으로는 온연과 똑같이 궁금했다. 안야는 어떻게 먹고 살고 있는 걸까? 안야가 저축해둔 돈만으로 이렇게 오래 백수 생활을 할 수 없을 텐데, 이미 한달이나 지났다… 설마 뒤에서 누가 도와주고 있는 건가? 그게 혹시 경소경일까?  여기까지 생각한 후 그녀도 모르게 힘을 주었다. 그녀는 아무 것도 알고 싶지 않았고 그 둘사이를 알게 된다면 마음만 복잡해지는 걸 알지만 가끔은 상상을 주체할 수 없었다…  10분 후, 온연의 답장이 오지 않자 그녀는 다시 문자를 보내서 물었다. ‘걔 어떻게 지내는지 알아? 걔랑 경소경씨랑 만나고 있지? 경소경씨가 돈 주고 있는 거 아닐까? 그럼 진짜 잘됐네. 드디어 경소경씨를 얻었으니 인생 성공한 거잖아. 앞으로 돈 걱정 안 해도 되고 내 앞에서 당당하게 설 수 있겠어.’  약 5분후에 온연이 답장했다.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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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892장

    보통 신생아의 장폐색 증상은 3개월차 즘에 나타나는데 아이는 곧 3개월이 되는데도 불구라고 그런 증상이 없었다. 잘 먹고 잘 자고 아이의 모든 게 정상이어서 더 어이가 없었다.  목정침은 옆에서 가만히 앉아 역시 시끄러운 아이 울음소리에 지쳐 있었다. 온연은 초보 엄마로써 더 방법을 몰랐다. “어떡하죠? 유씨 아주머니가 안고 있어도 그렇고 내가 안고 있어도 우는데 대체 뭐가 문제인 걸까요?”  목정침은 두통 때문에 미간을 문질렀다. “나한테 줘, 내가 정원에서 안고 산책 좀 할게.”  그녀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비록 목정침이라고 다를 거 없었겠지만 그녀는 도저히 힘들어서 잠깐의 휴식시간이 필요했다.  한 달 넘는 시간 동안 그녀는 잠시 일자리 찾을 생각을 접었다. 아이가 갈수록 심각하게 울어서 그녀도 일자리 찾을 힘이 없었다. 생명의 위협까지 느껴가면서 낳은 아이부터 잘 돌보지 못하면 꿈을 찾을 이유가 없었다. 역시 인생은 뭘 하든 순조롭지 않았다.  정원. 아이의 울음소리는 끊이지 않았고 목정침은 인내심을 갖고 천천히 움직이며 달랬다. 한30분 정도 지나가 드디어 조용해졌다. 목정침은 도둑처럼 슬금슬금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들어왔고 유씨 아주머니에게 넘겨주었다. “잠 들었어요… 쉿, 깨우면 안되요.”  그의 말이 끝나자 마자 아이는 칭얼거리며 눈을 떴고 다른 사람이 안고 있자 또 크게 울기시작했다. 목정침은 정신을 못 차리며 아이를 다시 안았다. “그래, 아빠가 안아줄게. 엄마 힘들게 하지 말자. 너 때문에 이미 힘들어하잖아. 얼른 자, 아빠가 재워줄게.”  아이는 그의 품에서 또 서서히 잠들기 시작했고 혹시라도 다른 사람이 안고 있을까 봐 중간에 가끔 눈을 떴다.  유씨 아주머니는 한숨을 쉬며 “작은 도련님이 이제 사람을 알아보시나 봐요. 지금은 도련님이랑 사모님만 찾아요. 평소에 일하시느라 바쁘셔서 사모님이 집에서 엄청 고생이세요. 저도 도저히 방법이 없어서 낮에 작은 도련님 기분 좋으실 때만 거둘 뿐 저녁에는 아예 가까이도 못 가요.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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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날 저녁, 의외로 아이는 아침 6시까지 얌전히 잠에 들었고 새벽에도 밥 달라고 칭얼거리지 않았다. 아이의 인기척에 온연은 잠에서 깼고 옆에 누워있는 아이를 보고 영문을 몰랐지만 우선 아이가 배고플까 봐 수유부터 했다.  아이가 태어나고 처음으로 함께 자서 그녀는 순간 당황했다. 요즘 제대로 잠을 못 자서 어제 저녁에 자기도 모르게 깊이 잠들었는데도 아이는 울지 않았고… 방금 일어났는데도 울지 않았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그녀를 힘들게 했던 그 아이가 맞나?  목정침이 뒤척였고 에어컨 바람이 추웠는지 이불을 끌어당겼다. 온연은 그제서야 그가 저녁내내 이불을 못 덮었다는 걸 발견했다… 게다가 거의 침대 끝에서 잤다. 이전 까지만 해도 침대가 크다고 생각했지만 아이가 있으니 침대가 작게 느껴졌다…  그녀는 그에게 살짝 이불을 덮어주었고 품 속에 있는 아이에게 작게 말했다. “너 또 말썽부렸어? 이러다 아빠 너 미워하면 어쩌려고 그래.”  아이는 배가 고팠는지 그녀의 말을 듣지 않고 힘껏 젖을 먹었다. 꼭 며칠 굶은 사람처럼 열심히 먹는 모습에 그녀는 웃었다. “하하, 천천히 먹어, 아무도 안 뺏어…” 이때 그녀는 뜨거운 시선이 느껴졌고 목정침이 젖 먹는 아이를 조용히 보고 있었다…  그녀가 조용히 물었다. “소리 때문에 깬 거예요? 아직 시간 있는데 좀 더 자요. 어제 혼자 아이 재웠죠? 오늘 컨디션 안 좋으면 오전에 집에 있을래요?”  목정침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아니, 어제 잠든 이후로 한 번도 안 깨서 괜찮아. 앞으로 우리랑 같이 재우자. 그래야 다들 편하니까. 난 깼으니까 일어날게. 이따가 내가 회사에 데리고 출근할 거야. 유씨 아주머니도 같이. 넌 집에서 좀 쉬어. 심심하면 쇼핑도 가고. 오늘 하루 휴가야.”  회사에 같이 간다? 온연은 그의 결정을 의심했다. “확실해요? 난 집에서 돌보는 것도 힘들던데 회사까지 데리고 가면 아무것도 못 할지 몰라요.”  목정침은 자신만만했다. “걱정 마, 내가 다 방법이 있어. 넌 그냥 마음 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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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894장

    진몽요는 망설이다가 말했다. “연아, 이따가 나랑 같이 가줘야 할 곳이 있어. 경소경씨 어머니가 사 주신 그 큰 냉장고 예전 아파트에서 다시 가져오려고. 작은 냉장고도 있으니까 안야 혼자 쓰기엔 그걸로 충분할 거야. 나중에 안야가 거기서 안 살게 되면 그 냉장고는 팔거나 버릴 거잖아? 어머님의 호의를 생각해서 우리 엄마 집으로 가져오려고. 마침 여기 냉장고가 작아서.”  온연을 승낙했고 집에서 혼자 택시를 타고 나왔다.  두 사람이 만난 후, 진몽요는 이미 이삿짐센터에 연락을 했고, 그녀가 앞에서 운전을 하면 이삿짐센터 차가 뒤에서 따라왔다. 온연은 조수석에서 바람을 만끽했다. “덥다, 에어컨 더 세게 틀어줘.”  진몽요는 웃었다. “이미 제일 세게 틀었어. 조금 있으면 시원해질 거야. 이제 막 차에 탔잖아.안야한테는 미리 문자 보내 놨는데, ‘네’ 라고만 답장했더라고. 어이가 없어 진짜. 내가 꼭 잘못한 사람 같아. 내가 다른 사람은 몰라도 개한테는 절대 잘못할 거 없어!”  온연은 입술을 만지작거렸다. “이미 얼굴 붉혔는데 뭐 어쩌겠어? 물건만 옮기면 말 섞지 말자. 그럴 이유도 없어. 날도 더운데 열 받으면 안되지.”  진몽요는 콧방귀를 뀌었다. “걱정 마, 나 손찌검 안 해. 예전에 그 현장 목격했을 때도 난 가만히 있었는데 이제 와서 손지검을 왜 해?”  온연은 이상하다고 생각해서 고개 돌려 그녀를 보았다. “너 손찌검 안했어? 너 이마는 걔가 그랬던 거지? 걔 손에도 상처 났던데. 난 너 탓 안 해. 누구나 그 상황에서는 그랬을 거야. 때렸으면 서로 퉁치는 거지.”  진몽요는 어이가 없었다. “내가 걔 때렸다고? 내 이마는 걔가 경소경씨 재떨이 던져서 그렇게 된 거야. 피를 철철 흘렸는데도 난 안 때렸어! 때리고 싶었는데 순간 걔가 아는 사람 아무도 없이 이곳에 와서 우리만 의지했던 게 생각나서 때리면 또 괜히 내가 얌전한 애 괴롭히는 거 같잖아. 그래서 참았는데 내가 걔 때렸다고 누가 그래?”  온연은 이마를 긁적였다. “내가 예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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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895장

    그녀는 핸드폰을 꺼내서 사진을 찍은 후 아무렇지 않은 듯 나왔다. 냉장고는 이미 문 앞까지 옮겼고 그녀는 안야와 얘기할 기회도 없이 진몽요와 함께 나왔다.  가는 길, 임신 테스트기를 생각할수록 마음이 무거워졌다. 안야가 임신을 했다면 그건 경소경의 아이인가? 그렇게 많은 임신 테스트기를 쓴 거면 결과를 기다렸다는 건데 임신을 바란 게 아니었을까? 한번에 임신이 된 거라면 경소경에겐 골치 아플 수도 있었다…  진몽요네 집 아래까지 냉장고를 옮긴 후 온연은 차에서 쉬겠다고 한 뒤 같이 올라가지 않았다. 진몽요가 올라가자 그녀는 안야에게 문자를 보냈다. ‘너 임신했어? 누구 애야?’  답장은 빠르게 왔다. ‘쓰레기통 뒤지셨어요? 그렇게 똑똑하시면 누구 앤지 아시겠네요. 전 딱 경소경씨랑만 했으니까요.’  답장을 보고 온연은 인상을 찌푸렸다. ‘어떻게 할 건데?’  안야의 태도는 매정했다. ‘무슨 상관이세요? 그 쪽이 힘 있고 권력 있는 건 알지만 이런 일까지 신경 쓸 필요 없지 않나요? 제 뱃속에 아이를 제가 어떻게 하든 알아서 뭐하시게요? 온연씨, 저를 너무 업신여기지 마세요.’  온연은 답장하지 않았다. 그녀가 안야를 업신여긴다고 생각한다면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그녀는 이 일을 경소경에게 알려주고 싶었지만 다시 고민한 뒤 결국 말하지 않았다. 그녀는 앞으로 안야가 어떻게 나올지 알고 싶었다.  왔다 갔다 했더니 벌써 오전 11시였다. 진몽요는 기분이 괜찮아 보였다. “가자, 우리끼리 밥 먹어야지 오랜만에. 뭐 먹고 싶어? 내가 사줄게. 사양하지 마. 내가 남쪽으로 가면 자주 안 올 텐데 그럼 같이 밥 먹을 시간도 많이 없잖아.”  온연은 웃었다. “딱히 먹고 싶은 거 없는데 너는? 너가 결정해. 네가 일하러 가는 건데 밥은 내가사야지. 장소는 너가 골라. 그… 만약에 말이야, 정만 만약에 안야가 경소경씨 아이를 임신했으면 어떨 것 같아?”  진몽요는 표정과 온 몸이 굳었지만 또 다시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그때 나랑 경소경씨랑 그렇게 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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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몽요는 어깨를 들썩였다. “아무 사이도 아니야. 그냥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지내. 나는 저 사람을 친구로 생각해. 상대가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모르지만. 사실 자주 밥 먹는 사이도 아니야. 앞으로 그럴 기회도 많이 없겠지 뭐. 난 저 사람한테 아무 감정 없으니까 그런 눈으로 보지마. 부담스러워.”  식당에 도착하고 보니 예군작과 아택은 이미 도착해 있었다. 자리에 앉은 후, 아택은 온연에게 메뉴판을 건넸다. “다른 음식은 이미 시켰는데, 아가씨께서 더 원하시는 메뉴 있으신지 보세요.”  온연은 아택을 보고 메뉴판을 받지 않았다. “이미 시켰으면 상관없어요. 몽요가 좋아하는 건 저도 좋아하니까요.”  아택은 고개를 끄덕인 뒤 메뉴판을 직원에게 넘겼다. 온연은 그제서야 예군작을 보았고 왠지 모르게 예군작의 첫 인상이 이상했다. 그런 말할 수 없는 느낌이랄까…  “온 아가씨, 그렇게 쳐다보시니까 꼭… 제가 낯이 익으신 거 같네요.” 예군작은 살짝 웃었다.  온연은 살짝 입꼬리를 올리며 “그러게요, 진짜 아는 사람 같아서요.”  예군작은 눈썹을 꿈틀거렸다. “오? 그래요? 아는 사람 누구랑 닮았나요?”  온연은 멈칫했다. “외모는 안 닮았는데, 느낌이… 누군지는 말 안 할 게요, 말해도 모르니까요.”  예군작은 테이블 위에 두 손을 올려놓고 깍지를 끼고 있으니 꼭 온연을 자세히 관찰하는 느낌이었다. 온연은 그의 왼쪽 손 엄지 옆에 까만 점을 발견하고 의심을 살짝 풀었다. “저번에 경매에서 부지 하나 입찰 받으셨다면서요. 그 땅 괜찮은데, 앞으로 제도에서 사업하실 건가요?”  예군작의 동공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저는 계획하는 걸 별로 안 좋아세요. 천천히 두고 보는 걸 좋아해요. 그 땅 때문에 저한테 화나신 거 아니겠죠? 저만 아니었으면 그 땅은 목가네 거였을 테니까요.”  온연은 부드럽게 웃었다. “아니요, 그냥 한 말이에요. 너무 그렇게 생각하지 마세요.”  예군작은 여유로워 보였다. “다행이네요. 몽요씨 친구분이시면 저랑도 친구죠.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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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야는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아주머니…” 하람이 보기엔 그녀가 진몽요 없이 혼자 올 이유가 없었다. 과거의 그녀는 부속품 같은 존재였지만 오늘은 달랐다…  하람은 눈빛의 실망을 숨길 수 없었다. “그렇구나… 그래서 무슨 일이야?”  그녀는 앞으로 다가가 임신 결과지를 꺼냈다. “제가 검사 결과예요, 한번 보세요…”  하람은 이해되지 않았다. 무슨 결과지? 왜 이걸 자신에게 보여주는 거지? 그녀는 딱 임신이라는 걸 보고 살짝 미소를 지었다. “축하해, 남자친구 생겼어? 결혼할 생각이야?”  안야는 주춤거리며 말했다. “경소경씨 아이예요.”  하람의 미소는 그대로 굳었다. “뭐? 너 지금 농담이지? 말 안 해도 내 아들이 어떤 사람인지는 알지만 넌 몽요의 친구잖아, 어떻게 그럴 수 있어?”  하람의 반응은 안야가 생각했던 것과는 달라 안야는 어떤 말을 해야할지 몰랐다. 하람의 표정은 좋지 않았고 위쪽을 보며 소리쳤다. “경성욱씨! 내려와 봐요!”  소리를 들은 경성욱은 재빨리 서재에서 나왔다. “무슨 일이야?”  하람은 검사 결과지를 탁자에 던졌다. “몽요 친구가 소경이 아이를 가졌데. 어떻게 이럴 수 있어? 이게 사람이 할 짓이야?”  하람은 아들을 욕하고 있었지만 안야는 왠지 모르게 거슬렸고, 꼭… 자신에게 하는 말 같았다. 그녀는 어쨌든 보잘 것 없는 집안 출신이라 경가네 공관에 와서 두 어른을 마주하니 엄청난 부담감을 느꼈고 들어오기 전에 했던 다짐은 이미 사라졌다. 그녀는 그저 죄인처럼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들의 반응을 기다렸다.  경성욱은 난감한 표정이었다. “그… 안야씨, 이게 어떻게 된 일이에요? 우리는 사정을 모르기도 하고 이건 소경이랑 두 사람 일인데 우리를 바로 찾아온 이유가 뭐예요?”  불리한 부분은 언급하지 않고 대략적인 상황만 설명했다. “저를 어떻게 보시든 다 상관없어요. 경소경씨랑 진몽요씨는 이미 헤어졌고, 저랑 경소경씨는 둘 다 솔로예요. 비록 술 마시고 생긴 일이지만 저는 지금 임신했고 그 사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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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군작은 갑자기 흥미가 떨어져 일어나 옷깃을 정리한 뒤, 바로 클럽에서 나왔다.  온 몸에 술냄새를 풍기며 예가네 저택으로 돌아온 뒤, 저택은 너무 불안할 정도로 조용했다. 그는 취했고, 술기운이 너무 올라와서 비틀거리며 위층으로 올라가며 국청곡의 이름을 불렀다.  국청곡은 자고 있다가 놀라서 깼고, 아이가 혹시라도 시끄러워서 깰까 봐 잠옷 원피스를 입고 일어나서 나와봤다. 그가 계단 입구에 앉아 인사불성이 된 걸 보고 그녀는 마음속 분노가 삭으라 들었다. “왜 이렇게 많이 마셨어요? 저녁에 그렇게 시끄럽게 하면 아이가 깰까 봐 걱정도 안돼요? 가요, 방에 가서 쉬게 내가 부축 해줄게요. 술 많이 마셨는데 속은 괜찮아요?”  그녀가 팔을 뻗어 그의 팔을 잡았을 때, 그는 갑자기 일어나서 그녀를 품에 안았고, 예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힘으로 안았다. 그녀는 살짝 발꿈치를 들었고, 그를 밀어내야 할지 계속 안고 있어야 할지 몰랐다. 그가 분명 사람을 착각한 게 아닐까? 아니면 어떻게 이렇게 평소와 다를 수 있지?  그녀가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그가 갑자기 중얼거렸다. “당신은 나중에 다른 사람을 사랑해서 갑작스럽게 나를 떠날 거예요?”  그녀는 살짝 힘으로 그를 밀어냈다. “아니요. 당신 취했어요, 그만해요. 너무 늦었어요.”  그는 그녀의 말을 듣지 않고, 그녀의 턱을 잡은 뒤 강제로 그를 보게 만들었다. “지금 나한테 왜 이렇게 성의가 없어요? 내가 당신이 싫어하는 일을 많이 했었잖아요, 그럼 날 떠날 생각 해본 적 있어요?”  그녀는 술 취한 남자를 상대하기 피곤해서 솔직하게 답했다. “있어요, 됐죠? 난 당신이 완전 체념할 때까지 기다리다가 아이를 데리고 당신을 떠날 거예요.”  그는 침묵했다. 갑작스러운 고요함은 사람을 두렵게 만들었다.  그의 차가운 눈빛을 보고 국청곡은 단호하게 대답한 걸 후회했다. “당신 술 먹고 주정부리면 나 계속 무시할 거예요.”  그는 무섭게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  그는 강제로 그녀를 안아서 안방으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59장

    목정침은 여유롭게 그를 보았다. “어디서 날 봤는데? 목가네는 절대 아닐 테고. 네 당시 그 신분으로는 목가네에 들어올 자격이 없었잖아.”  예군작은 그가 총구를 겨누는 것 같은 그의 말을 신경 쓰지 않고, 여자들을 다 쫒아 낸 뒤 두 사람만 남았을 때 말했다. “맞아, 목가네는 아니야. 우리 엄마랑 내가 살던 아파트 밑이였지.”  아파트 밑?  목정침은 자세히 회상을 했다. 전에 한번 그가 아버지를 따라서 회사에서 회의를 한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한 아파트에 들른 적이 있었다. 아버지는 그에게 오랜 친구를 금방 만나고 올 테니 차에서 기다리라고 했었다.  그는 의구심을 갖지 않고 다른 쪽으로 생각하지 않았었다. 대충 10 여분 정도 기다렸던 것 같은데 아마 그때였던 거 같다. 생각해보니 웃겼다. 아버지는 애인을 만나러 가는 거였는데, 그는 아무것도 모르고 밑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만약 그가 미리 알았더라면 어쩌면 그 후에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이런 일들 때문에, 그는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미움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왜 그가 그런 일을 알게 만든 걸까? 왜 그가 그런 곳에 가게 한 걸까? 아버지는 그를 완전히 바보취급 했었다…  그의 반응을 보며 예군작이 이어서 말했다. “아마 생각났겠지. 그때 나도 밑에서 놀고 있었어. 아버지가 위로 올라가는 걸 보면서, 나도 예전처럼 신나게 따라올라 가려다가 형을 봤어. 그 순간 내 두 다리는 굳어버리고 말았지. 형한테 호기심도 생기고 질투도 나면서, 처음으로 내가 사생아라는 걸 확실히 알게 됐어. 형은 외제차 안에 타고 있고, 제일 좋은 대우를 받고 있었지만, 나는 엄마랑 빛도 안 들어오는 곳에 살면서, 당당하게 아빠랑 나가 보지도 못 했어. 단 한 번도… 나랑 우리 엄마가 아파도, 아버지는 사람을 보내셔서 우리를 병원에 보내주셨지.  난 언제부터 아빠를 싫어했을까…? 거의 기억도 안 나. 근데 갑자기 싫어한 게 된 건 아니고,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감정이 쌓였어. 난 우리 엄마도 싫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58장

    국청곡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가 언제부터 자신이 같이 자주길 원했었나? 예전에는 그녀가 방에서 자는 않는 것은 물론, 집에서 자지 않더라도 그는 절대로 묻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일부러 그를 피하고 있었다. 그녀는 요즘 자꾸 그가 이상한 생각을 하는 것 같았는데, 그녀는 출산을 하고 상처부위가 아직 회복이 되지 않은 것 같아 마음에 걸렸다. 그는 절대 남은 이해해 주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회사로 가는 길, 예군작의 얼굴은 매우 어두웠지만, 아택의 얼굴엔 봄바람이 부는 것처럼 기분이 매우 좋아 보였다.  예군작은 아택이 꼴보기 싫었다. “연애라도 시작했어? 아침부터 왜 그렇게 기분이 좋아.”  아택은 정직하게 말했다. “아니요, 그냥 단순히 기분이 좋아서요. 도련님은 왜 아침부터 화가 나셨어요?”  예군작은 국청곡을 떠올리자 화가 났다. “물어보지 마, 말하기 싫어. 오늘은 일찍 퇴근하고 클럽 가서 스트레스 좀 풀자.”  아택은 황급히 말했다. “저는 못 갈 것 같습니다, 도련님 혼자 다녀오세요. 안야씨가 저녁은 집에 와서 먹으라고 해서요.”  예군작은 그의 말에서 눈치를 챘다. “오, 그렇게까지 마음을 쓰는 거야? 이제 놀러도 안 가게? 남자가 그렇게 성실해서 어따 쓰게?”  아택은 사실대로 말했다. “단지 노는 게 지겨워서지, 다른 뜻은 없습니다. 그런 곳에서는 자기자신을 잃기 마련이니 안 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예군작은 아택을 강요하지 않았고 한 사람이 떠올랐다. 그 사람은 목정침이었다. 목정침과 그런 곳에 가면 재밌지 않을까?  ......  저녁. 목정침은 접대가 있다고 말한 뒤 집에 돌아와서 밥을 먹지 않았다. 온연도 그를 매우 믿었기에 더 묻지 않았다. 만약 그가 예군작에게 끌려가서 논 걸 알게 되면 화가 나서 미쳐 버릴 테다.  목정침은 장소에 도착한 후에서야 예군작이 음란하게 놀려는 걸 알았다. 룸 안에는 야릇한 조명이 켜져 있었고, 여자들은 다리를 훤히 내놓고 여러가지 자세를 취하고 있었으며, 예군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57장

    아택은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몰랐다. 예전에 예가네에서 어르신 밑에서 목숨을 받쳐 일하느라 너무 힘들어서 연애를 할 시간도 없었다. 나중엔 예군작 밑에서 일을 하면서, 클럽도 다니고 여자를 만나봤지만, 진짜 연애를 하려니 그는 하지 못 했다. 그는 꼭 찌질한 사내자식처럼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가 대꾸를 안 하자 안야는 살짝 실망했다. “대체 이유가 뭐예요? 난 진짜 모르겠어서 그래요, 우리 정상적인 부부처럼 살기로 한 거 아니었어요? 근데… 우리가 지금 부부처럼 살고 있는 게 맞아요?”  아택은 그녀와 처음 자게 되었을 때가 떠올랐고, 그때는 예군작 때문에 임무를 완성해야 한다는 느낌으로 했었다.  그의 목젖이 살짝 움직였다. “가면 되잖아요…”  안야는 그가 매우 원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고, 꼭 그녀가 강요하는 느낌이었다. 그녀는 수치스러워서 입술을 깨물었다. “당신이 싫으면 나도 강요하지 않아요. 어차피 당신도 예군작 같은 사람 밑에서 일하니까 밖에서 많이 해봤을 거 아니에요. 원래 돈 많은 남자들은 다 그렇잖아요, 나 이해해요.”  아택은 머리가 아파왔다. “아니에요, 정말 아니에요. 도련님은 다리를 그렇게 오랫동안 다치셨는데 밖에 나가서 놀 시간이 어딨었겠어요? 이미 성실해지신지 오래 되셨고, 나도 매일 그 분만 따라다니니 혼자서는 더욱 그럴 일이 없어요. 나도… 싫은 거 아니에요. 그냥 시간 좀 필요해서 그래요.”  그가 젓가락을 내려놓자 안야는 빠르게 주방을 정리했다. “당신한데 준비할 시간을 주면 언제까지 시간이 필요할지 모르잖아요. 일단 들어와요.” 그녀는 말을 끝내고 먼저 안방으로 들어갔다.  아택은 어쩔 수 없이 따라 들어갔다.  안야는 갑자기 그를 안았고, 먼저 그에게 키스를 했다.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이 느껴지자, 아택은 숨이 멎었지만 이내 그녀의 허리에 팔을 감쌌다. ……  예군작은 하루종일 일을 하고 집에 돌아왔고, 국청곡이 안방이 아닌 아이방에서 자고 있는 걸 발견했다. 아이 방은 잠겨 있어서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56장

    아택은 침을 삼켰다. “아… 그냥 궁금해서 여쭤봤습니다.”  예군작은 일어나서 시계를 보고 외투를 챙겼다. “나 혼자 운전해서 퇴근할게, 너도 들어가.”  예군작은 대답을 한 뒤, 그를 위해 사무실 문을 열어주었고, 두 사람은 회사 문 앞까지 걸어간 뒤 각자의 길을 갔다.  예군작 밑에서 이렇게 오래 일을 하면서, 아택은 여전히 그의 심리를 알 수 없었다. 그는 어르신보다 더 파악하기 힘들었고, 사람의 마음은 깊기 때문에 한 사람을 파악하지 못 한다는 건 절대적으로 두려운 일이었다.  아택이 집에 돌아왔을 때 안야는 아직 자고 있지 않았고, 그들 대신해서 신발장에서 슬리퍼를 꺼낸 뒤, 또 능숙하게 주방에 들어가 그에게 줄 요리를 했다.  그녀가 바삐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아택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놓였다. 아무리 집에 늦게 들어가도 누군가 불을 켜 놓고, 누군가 그를 기다리고, 따뜻한 밥이 준비되어 있는 건 인생에서 가장 편안함을 주는 일이었다.  그는 평소처럼 바로 샤워를 하지 않고, 소매를 걷어 올린 뒤 주방에 들어가 그녀가 요리하는 걸 도왔다. “오늘은 애기가 말 잘 들었어요?”  안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 잘 들었어요, 사실 나 혼자서도 잘 챙길 수 있는데, 아주머니는 안 써도 되지 않을까요? 그러면 매달 소비를 좀 아낄 수 있잖아요. 당신 돈 버는 것도 힘든데, 우리끼리 아껴서 살면 좋잖아요. 당신은 움직이지 말고 좀 쉬어요, 하루종일 일하느라 피곤했을 텐데 이런 건 내가 하면 돼요.”  아택은 그녀에 의해 강제로 옆으로 쫓겨나서 완전히 끼어들 수 없었다. “그런 돈은 아낄 필요없어요. 집안 일도 하고 애도 보는데 당신도 힘들겠죠. 내 일은 엄청 힘든 편은 아니에요. 평소에 대부분은 거의 한가해서요.”  안야는 고개를 돌려 그를 향해 웃었다. “안 힘들면 다행이에요. 사실 내가 봤을 때 예군작씨도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적어도 당신한테는 잘해주니까요.”  아택은 평소에 뒤에서 예군작의 얘기를 하진 않지만, 이 점은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55장

    진몽요는 억울해했다. “그러게 누가 나한테 장난치래요? 나도 순간 머리가 안 돌아가서 그런 거잖아요. 그래서 손부터 나간 거고요… 내가 잘못했어요. 나도 민망했어요, 당신 부모님이 다 봤잖아요. 지금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목구멍 밖으로 튀어나올 거 같고, 진짜 창피한 건 나라고요! 어머님 아버님이 봤을 때 내가 엄청 예의 없는 아이로 보였을 거 아니에요! 근데 내가 방금 식당 입구 봤었는데, 우리 몇 명 밖에 없었어요~”  경소경도 진짜로 화가 난 게 아니었다. 그는 그녀의 생각이 단순한 걸 알았기에, 생각이 짧은 건 정상이었다. “알겠어요, 그만 해명해요. 해명하는 건 감추려는 거고, 감추려는 건 사실이라는 거잖아요. 내가 나이를 이렇게 먹고도 참… 됐어요, 어차피 당신이 맨날 집에서 안 그러는 것도 아니니까요. 우리 엄마 아빠는 당신이 이런 사람인 거 이미 알고 있으시고, 이미 머릿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을 거예요. 이번 생에 그 인식은 달라지지 않을 거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진몽요는 호기심에 물었다. “부모님 눈에는 내가 어떤 사람인데요?”  경소경은 입꼬리를 올린 뒤 못된 웃음을 지었다. “생각이 간단하고 사지가 발달된 사람이요.”  이 간단한 한 마디는 당연히 매를 벌었다.  백수완 별장으로 돌아온 후, 진몽요는 시간이 어느정도 됐으니 강령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물었다. “엄마, 집에 들어갔어요? 어떻게 됐어요? 말 좀 해줘봐요.”  전화 너머 강령은 너무 웃어서 주름이 졌다. “난 괜찮은 거 같아. 그 분이 나한테 선물도 준비해 주셨더라고, 근데 사람이 많아서 민망해서 바로 못 주셨데, 그래서 차에서 주셨어. 그 분이 그리신 그림이었어, 그럴듯하게 도장도 찍혀 있더라고. 그 분은 짝을 찾아서 안정적으로 삶을 살고 싶다고 하시는데, 다들 알다시피 그분은 불만이 없고, 내가 마음에 든다길래, 내 의견을 물어봐서 나도 괜찮다고 했지. 그 분 얼굴이 너무 빨개지셔서 어둠속에서도 빨개지신 게 보이더라. 난 그저 그 분이랑 공통된 관심사가 없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54장

    강령은 얼굴이 빨개졌다. “네, 좋네요… 제 딸도 샤브샤브를 좋아해서요, 나중에 같이 갈게요.”  진몽요는 이 좋은 소식을 듣고, 이런 자리만 아니었다면 이미 신나게 웃었을 테다. 허영준이 샤브샤브 가게를 갖고 있는 줄은 몰랐고, 이 가게는 정말 그녀의 입맛을 저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건 그녀가 앞으로 샤브샤브를 배 터질 때까지 먹을 수 있다는 뜻인가?  허영준은 경성욱처럼 말이 많지 않아서, 식탁에서는 거의 대화가 없었다. 밥을 다 먹고 식당에서 나온 뒤, 허영준은 강령을 보며 물었다. “혼자 사시죠?”  이 말은 첫 맞선 자리에서 묻기엔 조금 이상했고, 마치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못 하는 목적이 있는 것 같았다. 진몽요는 허영준의 바른 모습을 보고 이상한 생각이 들지 않아 강령을 대신해서 대답했다. “엄마는 지금 혼자 살고 계세요. 그래서 제가 자주 보러가요, 어차피 멀지도 않으니까요.”  허영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다들 가는 방향이 다르시니, 제가 가는 길이 같아서 데려다 드리고 싶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그러면 다들 왔다 갔다 하실 필요 없잖아요.”  그랬다. 허영준은 그저 말이 별로 없었지만 마음씨는 세심해서 이미 가는 길이 같은지 아닌지도 생각하고 있었기에 진몽요는 웃었다. “네, 그럼 부탁드릴게요, 아저씨.”  강령과 허영준이 차를 타고 멀어지자 하람은 진몽요에게 물었다. “네가 봤을 땐 어떤 거 같아?”  진몽요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경소경이 끼어들었다. “이게 이 사람 맞선도 아닌데, 이 질문을 왜 이 사람한테 하세요? 이 사람 생각은 중요하지 않죠, 어머님 마음에 드셔야 하는 거잖아요.”  하람은 그를 노려봤다. “그럼 네가 봤을 땐 어떤 것 같은데? 너희 생각도 중요하지, 아니면 왜 다같이 밥을 먹었겠어? 그럴거면 그냥 두 사람 따로 만나서 얘기 나누게 했지…”  경소경은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사람은 괜찮은 거 같아요, 성실하고, 근데 말은 잘 못 하시네요.”  진몽요는 경소경의 피드백이 너무 일반적이라고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53장

    진몽요는 이런 일을 참고 있을 수 없어서, 경가네 공관에서 나오자마자 강령에서 살짝 얘기를 흘렸다. 강령의 태도는 사람을 본 다음에 다시 얘기해보자는 느낌이었고, 이미 한번의 실패를 통해서 조금 더 현명해졌기 때문에, 이번에는 제대로 상대를 봐야 했다.  순식간에 주말이 다가왔고, 진몽요는 원래 온연이랑 놀러 나가기로 했던 약속을 취소했다. 온연은 진몽요가 엄마에게 맞선을 주선하려는 걸 알고 의아해하지 않았다. 사람은 늘 그런 것 같았다. 나이가 젊든 많든, 다들 짝이 있어야 했다. 사람은 원래부터 무리지어 사는 동물이니 그 누구도 혼자 외롭게 살고싶어 하지 않았다.  백수완 레스토랑에 예약한 룸에 경소경은 요리를 배치한 뒤, 모든 게 준비가 다 되어 있었고, 이제 봄바람만 불어오면 됐다. 그 ‘봄바람’은 아직 오지 않았다.  강령은 잘 관리한 얼굴에 홍조를 띄웠다. “사돈, 그 분 만나 뵌 적 있으시죠? 좀 웃기실 것 같지만, 저 조금 긴장되네요. 이런 일까지 다들 출동해주시니 조금 죄송해서요.”  하람은 웃었다. “만난 적 있어요, 저희 집 사람보다 더 바르게 생겼으니 걱정 마세요. 마음이나 겉모습이나 다 이 사람보다 나으니까요.”  경성욱은 옆에서 감히 반박하진 못 했다. 그의 동문이 어디가 더 낫단 말인가? 그가 그렇게 후졌나?  사람들이 거의 30분정도 기다린 뒤, ‘봄바람’이 도착했다. 얼굴엔 비록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었지만, 여전히 젊었을 때의 풍채가 보였다.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있듯이, 경성욱의 동문은 여러 방면에서 못난 게 없었다. 젊은 사람을 사이에 있어도 경소경처럼 인기가 많았고, 이 나이를 먹었어도 여전히 잘생긴 아저씨였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제가 나올 때 근처에서 차가 막혀서, 마음은 급했는데 방법이 없었어서요. 제가 사죄의 의미로 이번 식사 대접하겠습니다.”  경성욱이 말수가 적은 걸 알고 분위기를 살리는 일은 다 하람이 했다. “괜찮아요 허씨, 저희가 남도 아닌데요 뭘.” 말을 하면서 그녀는 강령의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52장

    경소경은 경성욱이 아이를 안고 싶어하는 걸 알고 바로 아이를 건네주었다. “한번 보세요.”  경성욱은 기쁘게 아이를 받은 한번 살펴보았다. 사실 기저귀는 갈은지 얼마 안돼서 깨끗했다.  경소경이 한가한 걸 보자 진몽요는 그를 째려봤고 경소경은 눈물없이 울고 있었다. 그는 아이를 안기 싫은 게 아니라 기회가 없었던 거였다.  식사 시간. 아이는 유모차 안에서 분유를 먹고 있었고, 유모차는 하람 옆에 있어서 하람은 밥을 먹으면서도 아이를 놀아주었다.  진몽요는 하람은 완전 존경했다. 처음에 그녀는 하람이 아이에 대한 열정이 한 순간일 줄 알았고, 시간이 지나면 아이를 귀찮아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그녀의 모습은 여전했고, 늘 손에서 놓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니 하람에게 아이를 맡겨서 그녀도 안심이 되었다.  갑자기, 하람은 그녀를 보며 물었다. “요즘 내가 애 보느라 사돈이랑 쇼핑할 시간도 없었고, 연락할 새도 없었는데, 넌 사돈이 혼자 계시는데 걱정 안되니?”  진몽요는 걱정이 없는 편이라,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어서 대답했다. “걱정할 게 뭐 있어요? 집에 대문 보안도 최고로 설치해 두었으니 괜찮아요. 제가 엄마 집에 가기도 해요, 시간만 있으면 가거든요.”  하람은 헛기침을 두 번 했다. “그… 사돈한테 새 짝 찾아드릴 생각은 없어? 너도 이제 시집왔고, 사돈도 계속 혼자 계시면 심심하시잖아, 나중에 나이 들었을 때 짝이 있으면 좋잖아. 지금은 비록 젊으셔서 마음대로 노실 수 있어도 혼자면 있으면 외롭기 마련이니까…”  중매하는 일은 하람도 처음이라 어떻게 얘기를 꺼내야 할지 몰랐고, 진몽요가 신경쓸까 봐 더 걱정했다.  진몽요는 그제서야 하람의 뜻을 이해하고 문득 깨달아서 말했다. “아아아… 그 일은 저도 생각 했었어요. 엄마도 예전에 스스로 노력해보셨는데, 적절한 사람을 못 찾았어요, 다 이상하고 못 미더운 사람들이었거든요. 저도 지금은 거기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어서, 제가 생각을 많이 못 해드린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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