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야는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아주머니…” 하람이 보기엔 그녀가 진몽요 없이 혼자 올 이유가 없었다. 과거의 그녀는 부속품 같은 존재였지만 오늘은 달랐다… 하람은 눈빛의 실망을 숨길 수 없었다. “그렇구나… 그래서 무슨 일이야?” 그녀는 앞으로 다가가 임신 결과지를 꺼냈다. “제가 검사 결과예요, 한번 보세요…” 하람은 이해되지 않았다. 무슨 결과지? 왜 이걸 자신에게 보여주는 거지? 그녀는 딱 임신이라는 걸 보고 살짝 미소를 지었다. “축하해, 남자친구 생겼어? 결혼할 생각이야?” 안야는 주춤거리며 말했다. “경소경씨 아이예요.” 하람의 미소는 그대로 굳었다. “뭐? 너 지금 농담이지? 말 안 해도 내 아들이 어떤 사람인지는 알지만 넌 몽요의 친구잖아, 어떻게 그럴 수 있어?” 하람의 반응은 안야가 생각했던 것과는 달라 안야는 어떤 말을 해야할지 몰랐다. 하람의 표정은 좋지 않았고 위쪽을 보며 소리쳤다. “경성욱씨! 내려와 봐요!” 소리를 들은 경성욱은 재빨리 서재에서 나왔다. “무슨 일이야?” 하람은 검사 결과지를 탁자에 던졌다. “몽요 친구가 소경이 아이를 가졌데. 어떻게 이럴 수 있어? 이게 사람이 할 짓이야?” 하람은 아들을 욕하고 있었지만 안야는 왠지 모르게 거슬렸고, 꼭… 자신에게 하는 말 같았다. 그녀는 어쨌든 보잘 것 없는 집안 출신이라 경가네 공관에 와서 두 어른을 마주하니 엄청난 부담감을 느꼈고 들어오기 전에 했던 다짐은 이미 사라졌다. 그녀는 그저 죄인처럼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들의 반응을 기다렸다. 경성욱은 난감한 표정이었다. “그… 안야씨, 이게 어떻게 된 일이에요? 우리는 사정을 모르기도 하고 이건 소경이랑 두 사람 일인데 우리를 바로 찾아온 이유가 뭐예요?” 불리한 부분은 언급하지 않고 대략적인 상황만 설명했다. “저를 어떻게 보시든 다 상관없어요. 경소경씨랑 진몽요씨는 이미 헤어졌고, 저랑 경소경씨는 둘 다 솔로예요. 비록 술 마시고 생긴 일이지만 저는 지금 임신했고 그 사람을
경성욱은 하람이 너무 매몰차다고 생각해 마음이 좋지 않아 나긋하게 말했다. “안야씨, 우선 가세요. 가서 혼자 잘 생각해 봐요. 우리 마누라가 좀 직설적이긴 하지만 의미 전달은 된 것 같고 나도 같은 생각이에요. 지우는 게 최선일 것 같네요. 배상은 원하는 만큼 해줄게요. 날씨가 더우니까 기사님이 데려다 줄 거예요.” 안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차가운 눈초리들 사이에서 경성욱의 자상함이 그녀에겐 큰 위로가 되었다. 하람은 거실 창문 앞에서 차를 타고 멀어지는 안야의 모습을 보며 경성욱에게 물었다. “왜 저렇게까지 해줬어? 당신만 좋은 사람 되고 싶었어? 이제 와서 말하지만 난 처음부터 참한 아가씨가 아니라는 거 알고 있었어. 뒤에서 몰래 나랑 몽요의 관계를 이간질시킨 것도 모자라 이렇게 빨리 소경이의 아이를 갖을 줄이야. 정말 무서운 아가씨잖아. 너무 계산적이야! 몽요랑 소경이가 재결합 못 한것도 다 저 아가씨 때문일 거야. 진짜 싸대기를 한 대 날렸어야 됐는데. 우리가 아이를 받아줄 거라고 생각했다면 착각한 거야! 소경이한테 전화해서 당장 오라고 해!” 경성욱은 하람이 정말 화난 걸 보고 찍소리도 못한 채 경소경에게 얼른 전화를 걸었다. 사이가 썩 좋지 않아서 평소에 경소경에게 연락하지 않지만 갑작스러운 전화에 경소경도 끊지 않고 약간 차가운 목소리로 받았다. “여보세요? 무슨 일이세요?” 경성욱은 낮게 말했다. “빨리 집으로 와, 너네 엄마가 사람 잡아먹겠어. 일 터졌으니까 얼른 와!” 경소경은 말없이 전화를 끊고 집으로 향했다. 경소경이 도착했을 때 하람은 이미 목 놓아 울고 있었고 경소경은 이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 “어떻게 된 거예요? 우는 모습 보여주시려고 저 부르셨어요? 저 잘못한 일 없는 거 같은데요?” 하람은 일어나서 그의 가슴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너 안야랑 어떻게 된 거야? 그 애가 아이까지 임신하고 여길 찾아왔어. 너 그런 애 아니잖아? 내가 어릴 때부터 건들이면 안되는 건 탐내지 말라고 가르쳤는
아파트 아래 도착해 차를 주차하고 안야의 번호를 차단해제한 뒤 전화를 걸었다. “내려와요.” 전화 너머 안야는 놀라서 몇 초간 굳었다. “여기까지… 오신 거예요?” 그는 쓸데없는 대답을 하기 귀찮아 전화를 끊었다. 5분도 안 돼서 안야는 집에서 나왔고 안야는 차 뒷좌석에 문을 열고 앉았다. “저 만나러 오신 거예요...?”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 “그쪽도 나 만나고 싶었잖아요. 경가네 공관은 그쪽이 가도 되는 곳이 아니었는데, 말해요. 어떻게 하고 싶어요?” 그녀는 그가 이것 때문에 찾아온 걸 알고 실망했다. “저… 다른 생각은 없고 아이만 잘 낳고싶어요. 내가 성에 안 차시는 거 알아요. 과거에는 제가 그저 진몽요씨 친구였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경소경씨 좋아한지 좀 됐어요. 계속 말은 못 했지만, 두 사람 헤어지고 나서부터…” 경소경은 인상을 살짝 찌푸리고 짜증 섞인 말투로 말했다. “그런 쓸데없는 소리 그만해요. 안 듣고 싶으니까. 아이는 그 쪽 뱃속에 있으니까 낳고 싶으면 낙태하라고 내가 강요는 못하겠네요. 대신 난 이 아이를 인정하지 않을 거예요. 낳으면 앞으로 그 쪽 인생의 걸림돌이 되고 장점이 하나도 없겠지만 지우면 그에 맞는 보상을 받겠죠. 5분 줄 테니까 결정해요.” 안야는 차가운 그의 표정을 보며 믿을 수 없었다. “저를 아무리 싫어하셔도 핏줄까지 버릴 정도인가요? 그쪽 아이니까 제가 낳고 싶은 건데 제가 지우길 바라시나요? 제가 돈 때문에 이러는 줄 아세요? 싫어요, 이 아이 절대 안 지워요! 저희를 버리시더라도 안 지워요!” 경소경은 냉정하게 말했다. “마음대로 해요. 그럼 얘기 끝났으니까 가세요. 맞다, 계약서는 곧받을 거예요, 사인만 해서 보내면 돼요. 아이를 낳은 후에 책임지분 관련된 거예요. 낙태를 강요하진 않지만 낳아도 나랑 상관없는 일이고, 내 아이든 아니든 나한테 강제로 양육비 청구할 수 없고 나도 주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까 잘 생각해요.” 안야는 생각도 안 하고 차에서 내렸다. 경소경이 멀어지
그녀는 뒷걸음질을 쳤다. “우리 집 앞에서 이러지 마. 너랑 경소경씨 문제는 나랑 상관없어. 너가 원해서 그렇게 된 거 아니야? 원해서 그 사람이랑 만나고, 원해서 그 사람 아이까지 가졌잖아. 낳지 못하게 하는 건 두 사람 일인데 왜 나를 찾아왔어? 내가 그 사람한테 결혼도 허락하고 이 아이를 낳게 해달라고 말해줄 수 있을 거 같아? 난 못 해. 못 도와줘. 그러니까 가!” 안야는 그녀의 치맛자락을 잡으며 놓지 않았다. “사장님 제발요… 저는 가족도 없고 이 낯선 곳에서 혼자 어떻게 할지 모르겠어요. 다 제 잘못이에요. 죄송해요. 저를 때려야 마음이 풀리신다면 그렇게 하세요. 저는 사장님이 경소경씨를 설득해서 제가 이 아이를 낳을 수 있게 해주시면 좋겠어요. 이번에 지우면 다시는 못 낳아요. 그러니까 제발요…” 진몽요는 바보가 아니었기에 이 일에 휘말리고 싶지 않았고 지금은 그저 강령이 이 대화를 들을까 봐 두려웠다. 절대 강령에게 이 일을 알려선 안된다. “일단 일어나, 너가 임신했는데 어떻게 때려. 임산부를 때리는 게 사람이니? 나 너 못 도와줘, 다시 말하지만 못 도와줘! 네가 알아서 해. 그러니까 얼른 우리 집에서 떨어져!” 안야는 울면서 말했다. “이렇게 제가 죽어가는 걸 보고만 계실 거예요? 제가 잘못했고, 제가 죄인인 건 알지만 뱃속에 아이는 아무 잘못 없잖아요…” 진몽요는 입술을 깨물고 아무 말 하지 못 했다. 그녀는 여성이 10개월동안 아이를 품고 있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았고 아이를 낳은 후에도 힘들 걸 알았다. 안야는 가족도 없고 임신을 했으니 일도 못할 텐데, 아이를 낳으면 더 일을 할 수 없었다. 육아를 하면 돈도 많이 필요하고 아무리 생각해도 아이를 낳는 게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 안야가 처음부터 아이를 빌미로 돈 뜯어낼 생각이었으면 몰라도… 이제 다들 성인이니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게 애완동물을 키우는 거랑은 완전 다른 문제라는 걸 알고 있었다. 어떤 결과를 낳을지 뻔히 알고 있는데 안야는 지금 그녀를 바보 취급
진몽요는 그녀의 옷깃을 잡으며 말했다. “아니. 너가 또 다시 나를 찾아온다면 꼭 그렇게 할 거야. 못 믿겠으면 두고 보든지.” 안야는 그녀를 노려보며 그녀의 팔을 뿌리치고 뒤돌아 떠났다. 진몽요는 한숨을 쉬면서 허탈하게 벽에 기대였고 얼굴은 창백해져 있었다. 한참이 지나고 난 뒤 평정심을 찾고 열쇠를 꺼내 집으로 들어가자 강령이 물었다. “아까 밖에서 누구랑 대화중이었어? 소리 들린 거 같은데 귀찮아서 안 나가봤어. 누구랑 얘기하던 거야?” 그녀는 대충 둘러댔다. “아까 올라오다가 예전에 알던 동료를 만나서 몇 마디 나눴어요. 밥 하러 갈게요.” 목가네. 온연이 집에 왔을 때 목정침과 아이는 이미 집에 와서 샤워까지 마쳤다. 이제보니 그녀가 제일 한가한 사람처럼 보였다. 목정침은 돈도 벌고 아이도 잘 보니 그녀는 자괴감이 들었다. 그녀는 아이에게 다가가 팔을 벌렸다. “엄마가 안아줄게.” 목정침은 내키지 않는 듯 그녀의 손길을 피했다. “먼저 샤워부터 해. 우리는 이미 다 씻었어. 날씨가 이렇게 더운데 밖에서 땀 많이 흘렸을 거 아니야…” 그가 그녀를 피하자 기분이 이상해졌다. “그래서 내가 싫어요?” 그가 대답했다. “왜? 싫어하면 안돼? 예전에는 내가 너 많이 싫어했었잖아. 아직도 적응 안됐어?” 그녀는 콧방귀를 뀌고 샤워를 하러 올라갔다. 그의 말이 맞다. 그녀가 어렸을 때부터 성인이 된 이후까지도 그의 미움을 받았다. 많은 미움 끝에 결국 좋아하게 됐지만 말이다. 그녀를 매일 좋아해주다가 가끔 미움을 주면 그녀는 분명 견디지 못 할 것이다. 그녀가 옷을 벗고 욕실에 들어가자 목정침은 아이를 안고 욕실 앞에서 알짱댔다. “아이 부끄러워, 엄마 샤워한다…” 그녀는 얼른 타올로 몸을 가렸다. “뭐 하는 거예요? 욕실 좀 불투명한 재질로 바꿔줄 수 없어요? 변태예요? 어쩐지 예전부터 변태 같더라!” 목정침은 아이를 안고 안방에서 나가는 것 같자 온연은 그제서야 마음 편히 타올을 벗었다. 그녀는 머릿속엔 안야가 임
목정침이 나갔다고 생각했는데 그는 나갈 생각이 없었는지 샤워를 하려던 그녀의 뒤에서 토닥였다. “내가 도와줄게… 애가 계속 너 기다리잖아, 내가 도와주면 빨리할 수 있어.” 온연은 고개를 숙이며 그를 보지 못 했고, 그녀는 아직도 그의 앞에 서는 게 적응되지 않았다. “아니에요, 금방 끝낼 수 있어요. 얼른 나가요, 이상하잖아요…” 그는 그녀의 턱을 잡아 올렸고 강제로 눈을 마주치게 만들었다. “뭐가 이상해?” 온연은 그의 블랙홀 같은 깊은 눈동자에 빨려 들어갔고, 뇌가 멈춘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정신을 차리고 난 뒤 자신이 황당해서 그를 밀쳤다. “내가 느리다고 여기서 이러는 건 아니죠. 얼른 나가요!” 온연은 그에게 대답할 기회도 주지 않고 강제로 밀쳤다. “얼른 씻고 애기 밥 줘야 돼요. 아니면 가슴이 너무 불편해서요. 그러니까 당신이라도 나 귀찮게 하지 말아요.” 목정침은 흥미가 떨어진 채 잠옷을 입고 아래층으로 내려갔고, 아이를 유씨 아주머니 품에서데려왔다. “오늘 저녁은 너 혼자 자야겠어. 너도 남자잖아. 독립심을 키워야지. 엄마는 내 거야, 알겠어?” 갑자기, 아이가 움직이지 않았고 목정침은 뜨거운 액체가 몸 위로 흐르는 게 느껴졌다. 유씨 아주머니는 당황했다. “마침 작은 도련님 기저귀 갈아드리려던 참이었어요… 이렇게 빨리 싸실 줄은 몰랐네요. 얼른 가서 옷 갈아입으세요.” 아이는 기저귀를 갈고 난 뒤에 다시 활발해졌고 계속 옹알이를 했다. 처음으로 아이의 오줌을 맞으니 목정침은 기분이 매우 안 좋아져 인상을 쓰며 다시 욕실로 들어갔다. 온연은 귀찮았지만 그의 옷의 남은 흔적을 보고 웃음을 참지 못 했다. “애기들 오줌은 안 더러워요. 우리 아들이잖아요. 좋게 생각해요.” 그는 지금 장난칠 기분이 아니었고 얼른 옷을 벗어 그녀와 함께 샤워기 앞에 섰다. 그는 그녀보다 키가 한 뼘 정도 더 커서 물이 그에게 먼저 떨어진 뒤 그녀의 눈에 들어갔다. 순간 눈이 안 떠져서 뒷걸음질을 치며 수건을 찾으려다 발이 미끄러
유씨 아주머니는 친절하게 말했다. “날씨가 더워졌으니까 욕실이 답답할 거야, 너무 오래 씻으면 더위 먹을 수도 있어. 오늘 수유 한번도 안 했는데 가슴은 괜찮아? 이제 할 때 됐지? 얼른 가서 밥 드려, 난 주방 가서 음식 다 됐나 확인해 볼게.” 온연은 고개를 끄덕이고 아이 방으로 들어가서 수유를 했다. 가슴이 부풀기만 하면 아팠는데 지금은 한결 나아졌다… 잠시 후, 목정침은 옷을 갈아입고 아이 방으로 들어왔고, 아이에게 장난을 치는 모습이 아까 욕실안에서의 변태스러운 모습과는 완전 달랐다. 아이는 목정침이 밥을 뺏어 먹으러 왔다고 생각했는지 목정침이 다가올수록 작은 다리로 발버둥을 쳤다. 목정침은 그의 작은 발을 잡고 말했다. “이게 네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네가 지금 먹는 건 내가 아까 먹고 남은 거야.” 온연은 그 같은 진지한 사람이 이런 말을 하는 걸 듣고 왠지 모르게 지금까지 속은 느낌이 들었고 그의 말에 부끄러워서 볼이 빨개졌다. 무의식적으로 그의 풀려 있는 단추를 보며 그 틈으로 보이는 섹시한 목젖과 깊게 패인 쇄골, 그리고 아까 전 욕실 안에서의 상황을 떠올리자 그녀의 심장은 미친듯이 빠르게 뛰었다… 그녀의 빨개진 볼을 보고 목정침은 그녀의 이마를 만졌다. “왜 그래? 얼굴이 왜 이렇게 빨개졌어? 수유하는 것도 못 보게 할 건 아니지? 부끄러워서 그런 거야 지금?” 온연은 고개를 숙이고 작게 말했다. “그런 거 아니에요. 아까 샤워할 때 좀 더웠나 봐요. 여기 있지 말고 내려가서 밥 먹어요. 당신이 있으면 애가 불편해서 잘 못 먹을 거예요.” 목정침은 살짝 아이의 엉덩이를 두드렸다. “그래, 먼저 내려가 있을게. 너도 얼른 다 하고 유씨 아주머니한테 아이 맡겨.” 식사시간, 온연은 진몽요가 보낸 문자를 받았다. ‘안야 임신했데, 경소경씨 아이야.’ 온연은 문자를 보고 급격히 입맛이 떨어졌다. 이렇게 빨리 진몽요가 알게 될 줄은 몰랐다. 그녀는 목정침을 보다가 일어나 한쪽에서 진몽요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실 난
온연은 한숨을 쉬었다. “됐어, 그냥 모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이제 이건 경소경씨가 처리해야할 일이잖아. 안야랑은 앞으로 안 보면 되는거고, 어떤 결과가 나오든 다 본인이 자초한 거니까 우리랑 상관없어.” 진몽요의 목소리는 나름대로 침착했다. “그래, 괜찮아. 아무 생각도 안 할 거야. 경소경씨네 어머니한테 전화 왔는데 내일부터 그 쪽 계열사에 출근해야 할 거 같아. 멀리 떠나니까 이 일도 금방 잊겠지. 안야가 혹시 찾아오더라도 그냥 무시해. 지금 생각하는 거지만 걔가 자기 몸이 안 좋아서 낙태하면 다시는 임신 안 될 수도 있다는 말 다 거짓 같아. 지금까지 아픈적도 없었잖아! 너무 피곤해서 자야겠다. 거기 가서 자리 잡으면 다시 전화할게. 주말에는 너랑 놀아주러 올 거야.” 전화를 끊고 목정침은 온연의 마음이 무거워 보이자 물었다. “왜 그래? 밥도 안 먹고.” 온연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파서 먹기가 싫네요. 오늘 이왕 하루 종일 애 봤으니 잠도 당신이 재워요. 유종의 미는 거둬야죠. 난 먼저 잘 게요.” 목정침은 시간을 보았고 오늘 그녀가 이렇게 일찍 자는 걸 보니 쇼핑이 피곤했거나 고민이 많아져서 라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그녀가 아이 때문에 쉬지 못 한걸 생각해서 목정침도 그러려니 했다. 저녁. 아이는 또 목 놓아울기 시작했고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목정침은 하는 수 없이 아이를 혼자 두지 못 하고 두 사람과 함께 재워야 했다. 그래야 아이가 울음을 그쳤다. 다음 날. 날이 밝기도 전에 진몽요는 출발했다. 남쪽 계열사 근처에 호텔을 잡고 숨을 돌리니 이미 오전 10시가 넘었다. 원래 그녀는 출근시간에 맞춰서 첫 출근을 하고 회사 동료들에게 좋은 첫 인상을 심어주고 싶었지만 오는 길이 멀어서 어쩔 수 없었다.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그녀는 쉬지 않고 바로 회사로 향했다. 이 계열사는 비록 본사만큼 웅장하진 않았지만 그렇게 나쁘지도 않았다. 남쪽에서는 제일 높은 건물에 위치하고 있었다. 인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