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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1장

작가: 레몬맛 고양이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2-10-07 19:30:08
그녀는 뒷걸음질을 쳤다. “우리 집 앞에서 이러지 마. 너랑 경소경씨 문제는 나랑 상관없어. 너가 원해서 그렇게 된 거 아니야? 원해서 그 사람이랑 만나고, 원해서 그 사람 아이까지 가졌잖아. 낳지 못하게 하는 건 두 사람 일인데 왜 나를 찾아왔어? 내가 그 사람한테 결혼도 허락하고 이 아이를 낳게 해달라고 말해줄 수 있을 거 같아? 난 못 해. 못 도와줘. 그러니까 가!”

  안야는 그녀의 치맛자락을 잡으며 놓지 않았다. “사장님 제발요… 저는 가족도 없고 이 낯선 곳에서 혼자 어떻게 할지 모르겠어요. 다 제 잘못이에요. 죄송해요. 저를 때려야 마음이 풀리신다면 그렇게 하세요. 저는 사장님이 경소경씨를 설득해서 제가 이 아이를 낳을 수 있게 해주시면 좋겠어요. 이번에 지우면 다시는 못 낳아요. 그러니까 제발요…”

  진몽요는 바보가 아니었기에 이 일에 휘말리고 싶지 않았고 지금은 그저 강령이 이 대화를 들을까 봐 두려웠다. 절대 강령에게 이 일을 알려선 안된다. “일단 일어나, 너가 임신했는데 어떻게 때려. 임산부를 때리는 게 사람이니? 나 너 못 도와줘, 다시 말하지만 못 도와줘! 네가 알아서 해. 그러니까 얼른 우리 집에서 떨어져!”

  안야는 울면서 말했다. “이렇게 제가 죽어가는 걸 보고만 계실 거예요? 제가 잘못했고, 제가 죄인인 건 알지만 뱃속에 아이는 아무 잘못 없잖아요…”

  진몽요는 입술을 깨물고 아무 말 하지 못 했다. 그녀는 여성이 10개월동안 아이를 품고 있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았고 아이를 낳은 후에도 힘들 걸 알았다. 안야는 가족도 없고 임신을 했으니 일도 못할 텐데, 아이를 낳으면 더 일을 할 수 없었다. 육아를 하면 돈도 많이 필요하고 아무리 생각해도 아이를 낳는 게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 안야가 처음부터 아이를 빌미로 돈 뜯어낼 생각이었으면 몰라도…

  이제 다들 성인이니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게 애완동물을 키우는 거랑은 완전 다른 문제라는 걸 알고 있었다. 어떤 결과를 낳을지 뻔히 알고 있는데 안야는 지금 그녀를 바보 취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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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몽요는 그녀의 옷깃을 잡으며 말했다. “아니. 너가 또 다시 나를 찾아온다면 꼭 그렇게 할 거야. 못 믿겠으면 두고 보든지.”  안야는 그녀를 노려보며 그녀의 팔을 뿌리치고 뒤돌아 떠났다.  진몽요는 한숨을 쉬면서 허탈하게 벽에 기대였고 얼굴은 창백해져 있었다. 한참이 지나고 난 뒤 평정심을 찾고 열쇠를 꺼내 집으로 들어가자 강령이 물었다. “아까 밖에서 누구랑 대화중이었어? 소리 들린 거 같은데 귀찮아서 안 나가봤어. 누구랑 얘기하던 거야?”  그녀는 대충 둘러댔다. “아까 올라오다가 예전에 알던 동료를 만나서 몇 마디 나눴어요. 밥 하러 갈게요.”  목가네.  온연이 집에 왔을 때 목정침과 아이는 이미 집에 와서 샤워까지 마쳤다. 이제보니 그녀가 제일 한가한 사람처럼 보였다. 목정침은 돈도 벌고 아이도 잘 보니 그녀는 자괴감이 들었다.  그녀는 아이에게 다가가 팔을 벌렸다. “엄마가 안아줄게.”  목정침은 내키지 않는 듯 그녀의 손길을 피했다. “먼저 샤워부터 해. 우리는 이미 다 씻었어. 날씨가 이렇게 더운데 밖에서 땀 많이 흘렸을 거 아니야…”  그가 그녀를 피하자 기분이 이상해졌다. “그래서 내가 싫어요?”  그가 대답했다. “왜? 싫어하면 안돼? 예전에는 내가 너 많이 싫어했었잖아. 아직도 적응 안됐어?”  그녀는 콧방귀를 뀌고 샤워를 하러 올라갔다. 그의 말이 맞다. 그녀가 어렸을 때부터 성인이 된 이후까지도 그의 미움을 받았다. 많은 미움 끝에 결국 좋아하게 됐지만 말이다. 그녀를 매일 좋아해주다가 가끔 미움을 주면 그녀는 분명 견디지 못 할 것이다.  그녀가 옷을 벗고 욕실에 들어가자 목정침은 아이를 안고 욕실 앞에서 알짱댔다. “아이 부끄러워, 엄마 샤워한다…”  그녀는 얼른 타올로 몸을 가렸다. “뭐 하는 거예요? 욕실 좀 불투명한 재질로 바꿔줄 수 없어요? 변태예요? 어쩐지 예전부터 변태 같더라!”  목정침은 아이를 안고 안방에서 나가는 것 같자 온연은 그제서야 마음 편히 타올을 벗었다. 그녀는 머릿속엔 안야가 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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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903장

    목정침이 나갔다고 생각했는데 그는 나갈 생각이 없었는지 샤워를 하려던 그녀의 뒤에서 토닥였다. “내가 도와줄게… 애가 계속 너 기다리잖아, 내가 도와주면 빨리할 수 있어.”  온연은 고개를 숙이며 그를 보지 못 했고, 그녀는 아직도 그의 앞에 서는 게 적응되지 않았다. “아니에요, 금방 끝낼 수 있어요. 얼른 나가요, 이상하잖아요…”  그는 그녀의 턱을 잡아 올렸고 강제로 눈을 마주치게 만들었다. “뭐가 이상해?”  온연은 그의 블랙홀 같은 깊은 눈동자에 빨려 들어갔고, 뇌가 멈춘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정신을 차리고 난 뒤 자신이 황당해서 그를 밀쳤다. “내가 느리다고 여기서 이러는 건 아니죠. 얼른 나가요!”  온연은 그에게 대답할 기회도 주지 않고 강제로 밀쳤다. “얼른 씻고 애기 밥 줘야 돼요. 아니면 가슴이 너무 불편해서요. 그러니까 당신이라도 나 귀찮게 하지 말아요.”  목정침은 흥미가 떨어진 채 잠옷을 입고 아래층으로 내려갔고, 아이를 유씨 아주머니 품에서데려왔다. “오늘 저녁은 너 혼자 자야겠어. 너도 남자잖아. 독립심을 키워야지. 엄마는 내 거야, 알겠어?”  갑자기, 아이가 움직이지 않았고 목정침은 뜨거운 액체가 몸 위로 흐르는 게 느껴졌다. 유씨 아주머니는 당황했다. “마침 작은 도련님 기저귀 갈아드리려던 참이었어요… 이렇게 빨리 싸실 줄은 몰랐네요. 얼른 가서 옷 갈아입으세요.”  아이는 기저귀를 갈고 난 뒤에 다시 활발해졌고 계속 옹알이를 했다. 처음으로 아이의 오줌을 맞으니 목정침은 기분이 매우 안 좋아져 인상을 쓰며 다시 욕실로 들어갔다. 온연은 귀찮았지만 그의 옷의 남은 흔적을 보고 웃음을 참지 못 했다. “애기들 오줌은 안 더러워요. 우리 아들이잖아요. 좋게 생각해요.”   그는 지금 장난칠 기분이 아니었고 얼른 옷을 벗어 그녀와 함께 샤워기 앞에 섰다. 그는 그녀보다 키가 한 뼘 정도 더 커서 물이 그에게 먼저 떨어진 뒤 그녀의 눈에 들어갔다. 순간 눈이 안 떠져서 뒷걸음질을 치며 수건을 찾으려다 발이 미끄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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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씨 아주머니는 친절하게 말했다. “날씨가 더워졌으니까 욕실이 답답할 거야, 너무 오래 씻으면 더위 먹을 수도 있어. 오늘 수유 한번도 안 했는데 가슴은 괜찮아? 이제 할 때 됐지? 얼른 가서 밥 드려, 난 주방 가서 음식 다 됐나 확인해 볼게.”  온연은 고개를 끄덕이고 아이 방으로 들어가서 수유를 했다. 가슴이 부풀기만 하면 아팠는데 지금은 한결 나아졌다…  잠시 후, 목정침은 옷을 갈아입고 아이 방으로 들어왔고, 아이에게 장난을 치는 모습이 아까 욕실안에서의 변태스러운 모습과는 완전 달랐다.  아이는 목정침이 밥을 뺏어 먹으러 왔다고 생각했는지 목정침이 다가올수록 작은 다리로 발버둥을 쳤다. 목정침은 그의 작은 발을 잡고 말했다. “이게 네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네가 지금 먹는 건 내가 아까 먹고 남은 거야.”  온연은 그 같은 진지한 사람이 이런 말을 하는 걸 듣고 왠지 모르게 지금까지 속은 느낌이 들었고 그의 말에 부끄러워서 볼이 빨개졌다. 무의식적으로 그의 풀려 있는 단추를 보며 그 틈으로 보이는 섹시한 목젖과 깊게 패인 쇄골, 그리고 아까 전 욕실 안에서의 상황을 떠올리자 그녀의 심장은 미친듯이 빠르게 뛰었다…  그녀의 빨개진 볼을 보고 목정침은 그녀의 이마를 만졌다. “왜 그래? 얼굴이 왜 이렇게 빨개졌어? 수유하는 것도 못 보게 할 건 아니지? 부끄러워서 그런 거야 지금?”  온연은 고개를 숙이고 작게 말했다. “그런 거 아니에요. 아까 샤워할 때 좀 더웠나 봐요. 여기 있지 말고 내려가서 밥 먹어요. 당신이 있으면 애가 불편해서 잘 못 먹을 거예요.”  목정침은 살짝 아이의 엉덩이를 두드렸다. “그래, 먼저 내려가 있을게. 너도 얼른 다 하고 유씨 아주머니한테 아이 맡겨.”  식사시간, 온연은 진몽요가 보낸 문자를 받았다. ‘안야 임신했데, 경소경씨 아이야.’  온연은 문자를 보고 급격히 입맛이 떨어졌다. 이렇게 빨리 진몽요가 알게 될 줄은 몰랐다. 그녀는 목정침을 보다가 일어나 한쪽에서 진몽요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실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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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905장

    온연은 한숨을 쉬었다. “됐어, 그냥 모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이제 이건 경소경씨가 처리해야할 일이잖아. 안야랑은 앞으로 안 보면 되는거고, 어떤 결과가 나오든 다 본인이 자초한 거니까 우리랑 상관없어.”  진몽요의 목소리는 나름대로 침착했다. “그래, 괜찮아. 아무 생각도 안 할 거야. 경소경씨네 어머니한테 전화 왔는데 내일부터 그 쪽 계열사에 출근해야 할 거 같아. 멀리 떠나니까 이 일도 금방 잊겠지. 안야가 혹시 찾아오더라도 그냥 무시해. 지금 생각하는 거지만 걔가 자기 몸이 안 좋아서 낙태하면 다시는 임신 안 될 수도 있다는 말 다 거짓 같아. 지금까지 아픈적도 없었잖아! 너무 피곤해서 자야겠다. 거기 가서 자리 잡으면 다시 전화할게. 주말에는 너랑 놀아주러 올 거야.”  전화를 끊고 목정침은 온연의 마음이 무거워 보이자 물었다. “왜 그래? 밥도 안 먹고.”  온연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파서 먹기가 싫네요. 오늘 이왕 하루 종일 애 봤으니 잠도 당신이 재워요. 유종의 미는 거둬야죠. 난 먼저 잘 게요.”  목정침은 시간을 보았고 오늘 그녀가 이렇게 일찍 자는 걸 보니 쇼핑이 피곤했거나 고민이 많아져서 라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그녀가 아이 때문에 쉬지 못 한걸 생각해서 목정침도 그러려니 했다.  저녁. 아이는 또 목 놓아울기 시작했고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목정침은 하는 수 없이 아이를 혼자 두지 못 하고 두 사람과 함께 재워야 했다. 그래야 아이가 울음을 그쳤다.  다음 날. 날이 밝기도 전에 진몽요는 출발했다.  남쪽 계열사 근처에 호텔을 잡고 숨을 돌리니 이미 오전 10시가 넘었다. 원래 그녀는 출근시간에 맞춰서 첫 출근을 하고 회사 동료들에게 좋은 첫 인상을 심어주고 싶었지만 오는 길이 멀어서 어쩔 수 없었다.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그녀는 쉬지 않고 바로 회사로 향했다.  이 계열사는 비록 본사만큼 웅장하진 않았지만 그렇게 나쁘지도 않았다. 남쪽에서는 제일 높은 건물에 위치하고 있었다.  인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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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906장

    이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는지 에이미는 더 그녀를 지적하지 않았다. “오늘은 적응을 해야 되니까 저랑 같이 일하면 될 것 같네요. 자리는 왼쪽에 준비해 두었어요.”  진몽요는 고개를 돌려 자리를 보고 의외라고 생각했다. 부장이 따로 사무실이 있나? 게다가 에이미랑 같은 사무실을 쓴다고? 그녀의 자리는 딱 에이미의 맞은 편이었고, 시설도 동일했다. 계열사 부장인데 이렇게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나?  그녀의 생각을 읽었는지 에이미가 말했다. “여기 부장으로 온 거 아니고 부 이사직으로 온 거예요. 일 경험 별로 없는 거 아니까 내가 잘 가르쳐 줄 게요. 하 대표님이 부탁하고 가셨거든요.”  부이사? 부장 아니었다? 진몽요는당황했다. 만약 경소경이 그녀가 그의 계열사에서 부이사가 된 걸 알면 어이없지 않을까? 그녀도 본인이 그 정도 실력이 없다는 걸 알았고, 이제서야 하람의 계획을 알았다. 그녀가 안 온다고 할까 봐 우선 부장이라고 말한 뒤 부이사직을 주었다.  이왕 왔으니 열심히 해야했다. 에이미가 보기엔 무서워 보여도 에이미가 옆에 있으니 천천히 일을 배울 수 있었다. 그저… 아까 전 그 비웃음은 위협을 느껴서 한 말이 아니었을까? 갑자기 이곳에 와서 부이사직을 맡으니 분명 위협적으로 느껴졌을 테다. 물론 낙하산은 창피한 일이지만…  그녀는 감사인사를 한 뒤 자기 자리에 앉았다. “에이미씨… 아니, 이사님, 이 계열사에 경소경씨도 자주 오나요?”  에이미는 그녀를 흘낏 보며 “아니요, 본사가 그렇게 바쁜데 경대표님이 어떻게 자주 오시겠어요? 사소한 일까지 경대표님이 하셔야 된다면 저희 같은 사람들이 월급을 왜 받겠어요?”  진몽요는 안도했다. “다행이네요.”  첫 날이라 그녀는 아무것도 안 하고 책상 앞에서 멍만 때렸다. 회사를 한바퀴를 돌아보고 에이미도 굳이 그녀에게 일을 시키지 않았다.  퇴근 후 호텔에 돌아온 뒤 그녀는 침대에 누워 하람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머님, 부장이라고 하셨는데 왜 부이사직이나 주셨어요? 제 실력 아시잖아요…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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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몽요는 천장을 바라보며 침착하게 말했다. “죄송해요, 제가 실망시켜 드렸네요. 제가 못 나서 다 이렇게 된 것 같아요. 소경씨랑은 상관없어요.” 만약 그녀가 경소경을 일찍 찾으러 갔더라면 안야에게 기회도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자신을 수만 번 욕했지만 이미 벌어진 일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하람은 늘 자세히 언급하지 않고 먼저 얘기를 꺼낸 건 이미 진몽요가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녀도 굳이 모르는 척하지 않았다. “아니야, 이런 얘기하지 말자. 잘 쉬고, 거기서 일 열심히 해.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해. 내 마음속에 너는 딸 같은 존재니까. 너랑 소경이 사이에서 누구 편을 들어야 된다면 난 네 편을 들 거야. 얼른 가서 쉬어.”  전화를 끊고 진몽요는 잘 도착했다는 문자를 온연에게 남겼다. 아침 일찍 출발을 해서 그런지 무척 피곤해서 저녁도 먹지 않은 채 잠이 들었다.  목가네. 온연은 문자를 보고 안도했다. 그녀가 알던 멍청한 진몽요는 드디어 날개를 펼치고 높이 날기 시작했고 점점 성장하고 있었다. 그 과정은 힘들지라도 꼭 겪어야 하는 과정이었다.  그녀는 아이를 보면서 기운이 빠졌다. 만약 이 아이가 하루라도 빨리 크지 않는 다면 그녀는 자유롭게 하고싶은 일도 못하기에 진몽요가 부러웠다. 적어도 진몽요는 자유로우니까 말이다.  다음 날 아침, 안야는 경소경이 보낸 계약서 한 장을 받았다.  그녀는 계약서 위에 적힌 딱딱한 글씨들을 보며 온 몸이 서늘해졌다.  계약서에 적힌 글자들은 의사표현이 분명했고, 하람과 경소경이 이전에 말했던 것처럼 아이를 지우면 그에 맞는 보상을 받을 수 있으며 아이를 낳겠다면 말리진 않지만 양육비는 못 받는다고 적혀 있었다. 계약서는 실수로 생긴 아이를 굳이 낳겠다면 본인들은 책임지지 않는다고 강조했고, 서명을 하면 끝이었다.  그녀는 변호사에게 물었다. “이런 계약서도 효력이 있나요? 아이 아빠가 생물학적으로 경소경씨라면 본인이 꼭 책임을 져야죠. 이런 계약서에 제가 서명한다고 뭐가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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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호사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협박하는 방식이 특이하시네요, 절박해 보이세요. 그럼 이 계약서에 절대 서명을 안 하실 것 같으니 이후 양육비 청구 절차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아이가 경 선생님의 친자가 맞다는 증명을 해 주셔야 합니다. 그리고, 양육비 지불에 대한 소송을 거셔야 되고 경 선생님께서 응하지 않으시면 이 과정은 길어질 거예요. 혼자서 수입도 없으신데 비용이 감당 되실 까요? 잘 생각해 보세요. 저는 이만.”  변호사가 나가자 안야는 화가 나서 탁자 위 컵을 바닥에 던졌다. 아무것도 얻지 못하더라도 그녀는 꼭 아이를 낳고 싶었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 하지만 이 아이만 있다면… 이 아이가 경소경의 아이가 확실하다면 진몽요의 마음은 더 멀어질 것이다. 그녀가 못 갖는 건 진몽요도 가져선 안된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는 남들이 신경 쓸 바가 아니었다.   아이만 있으면 나중에 경소경이 생각을 바꿔서 그녀와 아이를 받아줄 수도 있지 않을까…?  변호사로부터 안야가 서명을 안 했다는 소식을 듣고 경소경은 짜증난 채 하람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 안야씨가 서명 안 했어요. 그 아이 절대 낳으면 안돼요. 모두가 다 불행해질 거예요! 그 날 일이 아예 기억이 안나요, 생각지도 못 했다고요…”  하람은 콧방귀를 뀌었다. “생각지도 못 했다고? 너 왜 그렇게 순진하니? 안야가 같은 여자애들이 얼마나 많은 줄 알아? 자기 마음대로 임신하면 안 사람이 될 줄 알지, 너 완전 속은 거야. 여자가 여자를 제일 잘 알지. 넌 우선 이 일에 신경 끄고 회사에 집중해. 내가 안야 만나볼게.”  하람은 전화를 끊고 안야를 만나러 갈 준비를 했다.  경성욱은 그녀가 사고 칠까 봐 당부했다. “성질 좀 죽여, 평화롭게 해결할수록 좋잖아.”  하람은 그를 노려봤다. “평화? 나도 당연히 알지, 설마 내가 손찌검이라도 하겠어? 그 애는 자기 마음대로 하면 우리가 순순히 알겠다고 할 줄 알았나? 우리가 그렇게 만만해 보이나? 설령 내가 타협을 하고 소경이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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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파트에 도착한 후 하람은 최대한 평정심을 유지한 태 문을 두드렸다. 들어가자 마자 그녀는 바로 4천만원어치의 현금을 꺼냈다. “4천만원이야, 세어 봐. 이정도면 수술비로 충분 할 거야.”  안야는 탁자 위에 빨간 현금 뭉치를 보며 자존심이 크게 상했다. “돈 많으면 이런 식으로 사람을 모욕하시나요? 저는 가난해도 자존심은 있어요.”  하람은 비웃었다. “그래? 자존심이 있어? 안 그래 보여서 몰랐네. 자존심 있다는 여자 애가 새벽에 혼자 남자 집에 찾아가고, 남의 애인을 뺏고 아이까지 임신해서 양육비를 요구하는 구나. 내가 너였으면 실수로 생긴 아이니까 고민도 하지 않고 지웠을 거야. 그래야 양심이 있지. 너 조차도 우리에게 이런 행동을 하면서 왜 존중을 바라는 거니?”  안야는 반박했다. “왜 실수라고 생각하세요? 왜 제가 남의 애인을 뺏은 거죠? 그 날 저녁 일은 아무도 단언할 수 없어요!”  하람은 그녀를 경멸했다. “그럼 단언할 수 없으니까 말 안 할게. 우리 소경이 잘못이라고 치고 법대로 하고싶으면 그렇게 해. 우리는 이 아이 인정 못하고, 돈이 부족한 거라면 더 줄 수 있어.”  안야의 얼굴을 창백해졌고 몸은 살짝 떨고 있었다. “이거 지금 저 괴롭히시는 거예요!”  하람은 어이가 없었다. “내가 언제 널 괴롭혔어? 실수로 생긴 일이지만 우리 소경이는 널 좋아하지 않아. 우리 집안도 널 받아줄 수 없어. 이 아이를 낳는 건 네 일이기도 하지만 우리 집안이랑도 관련되어 있으니 당연히 제일 적절한 타협점을 찾아야지, 이게 왜 널 괴롭히는 거라고 생각해? 돈 때문이라면 그냥 말해. 돈 때문이 아니고 소경이를 좋아해서라면 왜 계약서에 서명하지 않는 거야? 서명을 하면 정말 네가 감정이 있어서 단순히 돈 때문이 아니라는 걸 증명해 주잖아. 서명을 안 하면 누가 봐도 돈 때문 아니겠니? 그러니까 돈 문제는 지금 당장 해결해줄 수 있어.”  안야는 눈시울을 붉히며 아무 말이 없었고 그녀도 지금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 건지 몰랐다. 돈이라고 하기엔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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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군작은 갑자기 흥미가 떨어져 일어나 옷깃을 정리한 뒤, 바로 클럽에서 나왔다.  온 몸에 술냄새를 풍기며 예가네 저택으로 돌아온 뒤, 저택은 너무 불안할 정도로 조용했다. 그는 취했고, 술기운이 너무 올라와서 비틀거리며 위층으로 올라가며 국청곡의 이름을 불렀다.  국청곡은 자고 있다가 놀라서 깼고, 아이가 혹시라도 시끄러워서 깰까 봐 잠옷 원피스를 입고 일어나서 나와봤다. 그가 계단 입구에 앉아 인사불성이 된 걸 보고 그녀는 마음속 분노가 삭으라 들었다. “왜 이렇게 많이 마셨어요? 저녁에 그렇게 시끄럽게 하면 아이가 깰까 봐 걱정도 안돼요? 가요, 방에 가서 쉬게 내가 부축 해줄게요. 술 많이 마셨는데 속은 괜찮아요?”  그녀가 팔을 뻗어 그의 팔을 잡았을 때, 그는 갑자기 일어나서 그녀를 품에 안았고, 예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힘으로 안았다. 그녀는 살짝 발꿈치를 들었고, 그를 밀어내야 할지 계속 안고 있어야 할지 몰랐다. 그가 분명 사람을 착각한 게 아닐까? 아니면 어떻게 이렇게 평소와 다를 수 있지?  그녀가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그가 갑자기 중얼거렸다. “당신은 나중에 다른 사람을 사랑해서 갑작스럽게 나를 떠날 거예요?”  그녀는 살짝 힘으로 그를 밀어냈다. “아니요. 당신 취했어요, 그만해요. 너무 늦었어요.”  그는 그녀의 말을 듣지 않고, 그녀의 턱을 잡은 뒤 강제로 그를 보게 만들었다. “지금 나한테 왜 이렇게 성의가 없어요? 내가 당신이 싫어하는 일을 많이 했었잖아요, 그럼 날 떠날 생각 해본 적 있어요?”  그녀는 술 취한 남자를 상대하기 피곤해서 솔직하게 답했다. “있어요, 됐죠? 난 당신이 완전 체념할 때까지 기다리다가 아이를 데리고 당신을 떠날 거예요.”  그는 침묵했다. 갑작스러운 고요함은 사람을 두렵게 만들었다.  그의 차가운 눈빛을 보고 국청곡은 단호하게 대답한 걸 후회했다. “당신 술 먹고 주정부리면 나 계속 무시할 거예요.”  그는 무섭게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  그는 강제로 그녀를 안아서 안방으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59장

    목정침은 여유롭게 그를 보았다. “어디서 날 봤는데? 목가네는 절대 아닐 테고. 네 당시 그 신분으로는 목가네에 들어올 자격이 없었잖아.”  예군작은 그가 총구를 겨누는 것 같은 그의 말을 신경 쓰지 않고, 여자들을 다 쫒아 낸 뒤 두 사람만 남았을 때 말했다. “맞아, 목가네는 아니야. 우리 엄마랑 내가 살던 아파트 밑이였지.”  아파트 밑?  목정침은 자세히 회상을 했다. 전에 한번 그가 아버지를 따라서 회사에서 회의를 한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한 아파트에 들른 적이 있었다. 아버지는 그에게 오랜 친구를 금방 만나고 올 테니 차에서 기다리라고 했었다.  그는 의구심을 갖지 않고 다른 쪽으로 생각하지 않았었다. 대충 10 여분 정도 기다렸던 것 같은데 아마 그때였던 거 같다. 생각해보니 웃겼다. 아버지는 애인을 만나러 가는 거였는데, 그는 아무것도 모르고 밑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만약 그가 미리 알았더라면 어쩌면 그 후에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이런 일들 때문에, 그는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미움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왜 그가 그런 일을 알게 만든 걸까? 왜 그가 그런 곳에 가게 한 걸까? 아버지는 그를 완전히 바보취급 했었다…  그의 반응을 보며 예군작이 이어서 말했다. “아마 생각났겠지. 그때 나도 밑에서 놀고 있었어. 아버지가 위로 올라가는 걸 보면서, 나도 예전처럼 신나게 따라올라 가려다가 형을 봤어. 그 순간 내 두 다리는 굳어버리고 말았지. 형한테 호기심도 생기고 질투도 나면서, 처음으로 내가 사생아라는 걸 확실히 알게 됐어. 형은 외제차 안에 타고 있고, 제일 좋은 대우를 받고 있었지만, 나는 엄마랑 빛도 안 들어오는 곳에 살면서, 당당하게 아빠랑 나가 보지도 못 했어. 단 한 번도… 나랑 우리 엄마가 아파도, 아버지는 사람을 보내셔서 우리를 병원에 보내주셨지.  난 언제부터 아빠를 싫어했을까…? 거의 기억도 안 나. 근데 갑자기 싫어한 게 된 건 아니고,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감정이 쌓였어. 난 우리 엄마도 싫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58장

    국청곡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가 언제부터 자신이 같이 자주길 원했었나? 예전에는 그녀가 방에서 자는 않는 것은 물론, 집에서 자지 않더라도 그는 절대로 묻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일부러 그를 피하고 있었다. 그녀는 요즘 자꾸 그가 이상한 생각을 하는 것 같았는데, 그녀는 출산을 하고 상처부위가 아직 회복이 되지 않은 것 같아 마음에 걸렸다. 그는 절대 남은 이해해 주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회사로 가는 길, 예군작의 얼굴은 매우 어두웠지만, 아택의 얼굴엔 봄바람이 부는 것처럼 기분이 매우 좋아 보였다.  예군작은 아택이 꼴보기 싫었다. “연애라도 시작했어? 아침부터 왜 그렇게 기분이 좋아.”  아택은 정직하게 말했다. “아니요, 그냥 단순히 기분이 좋아서요. 도련님은 왜 아침부터 화가 나셨어요?”  예군작은 국청곡을 떠올리자 화가 났다. “물어보지 마, 말하기 싫어. 오늘은 일찍 퇴근하고 클럽 가서 스트레스 좀 풀자.”  아택은 황급히 말했다. “저는 못 갈 것 같습니다, 도련님 혼자 다녀오세요. 안야씨가 저녁은 집에 와서 먹으라고 해서요.”  예군작은 그의 말에서 눈치를 챘다. “오, 그렇게까지 마음을 쓰는 거야? 이제 놀러도 안 가게? 남자가 그렇게 성실해서 어따 쓰게?”  아택은 사실대로 말했다. “단지 노는 게 지겨워서지, 다른 뜻은 없습니다. 그런 곳에서는 자기자신을 잃기 마련이니 안 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예군작은 아택을 강요하지 않았고 한 사람이 떠올랐다. 그 사람은 목정침이었다. 목정침과 그런 곳에 가면 재밌지 않을까?  ......  저녁. 목정침은 접대가 있다고 말한 뒤 집에 돌아와서 밥을 먹지 않았다. 온연도 그를 매우 믿었기에 더 묻지 않았다. 만약 그가 예군작에게 끌려가서 논 걸 알게 되면 화가 나서 미쳐 버릴 테다.  목정침은 장소에 도착한 후에서야 예군작이 음란하게 놀려는 걸 알았다. 룸 안에는 야릇한 조명이 켜져 있었고, 여자들은 다리를 훤히 내놓고 여러가지 자세를 취하고 있었으며, 예군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57장

    아택은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몰랐다. 예전에 예가네에서 어르신 밑에서 목숨을 받쳐 일하느라 너무 힘들어서 연애를 할 시간도 없었다. 나중엔 예군작 밑에서 일을 하면서, 클럽도 다니고 여자를 만나봤지만, 진짜 연애를 하려니 그는 하지 못 했다. 그는 꼭 찌질한 사내자식처럼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가 대꾸를 안 하자 안야는 살짝 실망했다. “대체 이유가 뭐예요? 난 진짜 모르겠어서 그래요, 우리 정상적인 부부처럼 살기로 한 거 아니었어요? 근데… 우리가 지금 부부처럼 살고 있는 게 맞아요?”  아택은 그녀와 처음 자게 되었을 때가 떠올랐고, 그때는 예군작 때문에 임무를 완성해야 한다는 느낌으로 했었다.  그의 목젖이 살짝 움직였다. “가면 되잖아요…”  안야는 그가 매우 원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고, 꼭 그녀가 강요하는 느낌이었다. 그녀는 수치스러워서 입술을 깨물었다. “당신이 싫으면 나도 강요하지 않아요. 어차피 당신도 예군작 같은 사람 밑에서 일하니까 밖에서 많이 해봤을 거 아니에요. 원래 돈 많은 남자들은 다 그렇잖아요, 나 이해해요.”  아택은 머리가 아파왔다. “아니에요, 정말 아니에요. 도련님은 다리를 그렇게 오랫동안 다치셨는데 밖에 나가서 놀 시간이 어딨었겠어요? 이미 성실해지신지 오래 되셨고, 나도 매일 그 분만 따라다니니 혼자서는 더욱 그럴 일이 없어요. 나도… 싫은 거 아니에요. 그냥 시간 좀 필요해서 그래요.”  그가 젓가락을 내려놓자 안야는 빠르게 주방을 정리했다. “당신한데 준비할 시간을 주면 언제까지 시간이 필요할지 모르잖아요. 일단 들어와요.” 그녀는 말을 끝내고 먼저 안방으로 들어갔다.  아택은 어쩔 수 없이 따라 들어갔다.  안야는 갑자기 그를 안았고, 먼저 그에게 키스를 했다.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이 느껴지자, 아택은 숨이 멎었지만 이내 그녀의 허리에 팔을 감쌌다. ……  예군작은 하루종일 일을 하고 집에 돌아왔고, 국청곡이 안방이 아닌 아이방에서 자고 있는 걸 발견했다. 아이 방은 잠겨 있어서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56장

    아택은 침을 삼켰다. “아… 그냥 궁금해서 여쭤봤습니다.”  예군작은 일어나서 시계를 보고 외투를 챙겼다. “나 혼자 운전해서 퇴근할게, 너도 들어가.”  예군작은 대답을 한 뒤, 그를 위해 사무실 문을 열어주었고, 두 사람은 회사 문 앞까지 걸어간 뒤 각자의 길을 갔다.  예군작 밑에서 이렇게 오래 일을 하면서, 아택은 여전히 그의 심리를 알 수 없었다. 그는 어르신보다 더 파악하기 힘들었고, 사람의 마음은 깊기 때문에 한 사람을 파악하지 못 한다는 건 절대적으로 두려운 일이었다.  아택이 집에 돌아왔을 때 안야는 아직 자고 있지 않았고, 그들 대신해서 신발장에서 슬리퍼를 꺼낸 뒤, 또 능숙하게 주방에 들어가 그에게 줄 요리를 했다.  그녀가 바삐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아택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놓였다. 아무리 집에 늦게 들어가도 누군가 불을 켜 놓고, 누군가 그를 기다리고, 따뜻한 밥이 준비되어 있는 건 인생에서 가장 편안함을 주는 일이었다.  그는 평소처럼 바로 샤워를 하지 않고, 소매를 걷어 올린 뒤 주방에 들어가 그녀가 요리하는 걸 도왔다. “오늘은 애기가 말 잘 들었어요?”  안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 잘 들었어요, 사실 나 혼자서도 잘 챙길 수 있는데, 아주머니는 안 써도 되지 않을까요? 그러면 매달 소비를 좀 아낄 수 있잖아요. 당신 돈 버는 것도 힘든데, 우리끼리 아껴서 살면 좋잖아요. 당신은 움직이지 말고 좀 쉬어요, 하루종일 일하느라 피곤했을 텐데 이런 건 내가 하면 돼요.”  아택은 그녀에 의해 강제로 옆으로 쫓겨나서 완전히 끼어들 수 없었다. “그런 돈은 아낄 필요없어요. 집안 일도 하고 애도 보는데 당신도 힘들겠죠. 내 일은 엄청 힘든 편은 아니에요. 평소에 대부분은 거의 한가해서요.”  안야는 고개를 돌려 그를 향해 웃었다. “안 힘들면 다행이에요. 사실 내가 봤을 때 예군작씨도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적어도 당신한테는 잘해주니까요.”  아택은 평소에 뒤에서 예군작의 얘기를 하진 않지만, 이 점은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55장

    진몽요는 억울해했다. “그러게 누가 나한테 장난치래요? 나도 순간 머리가 안 돌아가서 그런 거잖아요. 그래서 손부터 나간 거고요… 내가 잘못했어요. 나도 민망했어요, 당신 부모님이 다 봤잖아요. 지금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목구멍 밖으로 튀어나올 거 같고, 진짜 창피한 건 나라고요! 어머님 아버님이 봤을 때 내가 엄청 예의 없는 아이로 보였을 거 아니에요! 근데 내가 방금 식당 입구 봤었는데, 우리 몇 명 밖에 없었어요~”  경소경도 진짜로 화가 난 게 아니었다. 그는 그녀의 생각이 단순한 걸 알았기에, 생각이 짧은 건 정상이었다. “알겠어요, 그만 해명해요. 해명하는 건 감추려는 거고, 감추려는 건 사실이라는 거잖아요. 내가 나이를 이렇게 먹고도 참… 됐어요, 어차피 당신이 맨날 집에서 안 그러는 것도 아니니까요. 우리 엄마 아빠는 당신이 이런 사람인 거 이미 알고 있으시고, 이미 머릿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을 거예요. 이번 생에 그 인식은 달라지지 않을 거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진몽요는 호기심에 물었다. “부모님 눈에는 내가 어떤 사람인데요?”  경소경은 입꼬리를 올린 뒤 못된 웃음을 지었다. “생각이 간단하고 사지가 발달된 사람이요.”  이 간단한 한 마디는 당연히 매를 벌었다.  백수완 별장으로 돌아온 후, 진몽요는 시간이 어느정도 됐으니 강령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물었다. “엄마, 집에 들어갔어요? 어떻게 됐어요? 말 좀 해줘봐요.”  전화 너머 강령은 너무 웃어서 주름이 졌다. “난 괜찮은 거 같아. 그 분이 나한테 선물도 준비해 주셨더라고, 근데 사람이 많아서 민망해서 바로 못 주셨데, 그래서 차에서 주셨어. 그 분이 그리신 그림이었어, 그럴듯하게 도장도 찍혀 있더라고. 그 분은 짝을 찾아서 안정적으로 삶을 살고 싶다고 하시는데, 다들 알다시피 그분은 불만이 없고, 내가 마음에 든다길래, 내 의견을 물어봐서 나도 괜찮다고 했지. 그 분 얼굴이 너무 빨개지셔서 어둠속에서도 빨개지신 게 보이더라. 난 그저 그 분이랑 공통된 관심사가 없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54장

    강령은 얼굴이 빨개졌다. “네, 좋네요… 제 딸도 샤브샤브를 좋아해서요, 나중에 같이 갈게요.”  진몽요는 이 좋은 소식을 듣고, 이런 자리만 아니었다면 이미 신나게 웃었을 테다. 허영준이 샤브샤브 가게를 갖고 있는 줄은 몰랐고, 이 가게는 정말 그녀의 입맛을 저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건 그녀가 앞으로 샤브샤브를 배 터질 때까지 먹을 수 있다는 뜻인가?  허영준은 경성욱처럼 말이 많지 않아서, 식탁에서는 거의 대화가 없었다. 밥을 다 먹고 식당에서 나온 뒤, 허영준은 강령을 보며 물었다. “혼자 사시죠?”  이 말은 첫 맞선 자리에서 묻기엔 조금 이상했고, 마치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못 하는 목적이 있는 것 같았다. 진몽요는 허영준의 바른 모습을 보고 이상한 생각이 들지 않아 강령을 대신해서 대답했다. “엄마는 지금 혼자 살고 계세요. 그래서 제가 자주 보러가요, 어차피 멀지도 않으니까요.”  허영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다들 가는 방향이 다르시니, 제가 가는 길이 같아서 데려다 드리고 싶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그러면 다들 왔다 갔다 하실 필요 없잖아요.”  그랬다. 허영준은 그저 말이 별로 없었지만 마음씨는 세심해서 이미 가는 길이 같은지 아닌지도 생각하고 있었기에 진몽요는 웃었다. “네, 그럼 부탁드릴게요, 아저씨.”  강령과 허영준이 차를 타고 멀어지자 하람은 진몽요에게 물었다. “네가 봤을 땐 어떤 거 같아?”  진몽요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경소경이 끼어들었다. “이게 이 사람 맞선도 아닌데, 이 질문을 왜 이 사람한테 하세요? 이 사람 생각은 중요하지 않죠, 어머님 마음에 드셔야 하는 거잖아요.”  하람은 그를 노려봤다. “그럼 네가 봤을 땐 어떤 것 같은데? 너희 생각도 중요하지, 아니면 왜 다같이 밥을 먹었겠어? 그럴거면 그냥 두 사람 따로 만나서 얘기 나누게 했지…”  경소경은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사람은 괜찮은 거 같아요, 성실하고, 근데 말은 잘 못 하시네요.”  진몽요는 경소경의 피드백이 너무 일반적이라고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53장

    진몽요는 이런 일을 참고 있을 수 없어서, 경가네 공관에서 나오자마자 강령에서 살짝 얘기를 흘렸다. 강령의 태도는 사람을 본 다음에 다시 얘기해보자는 느낌이었고, 이미 한번의 실패를 통해서 조금 더 현명해졌기 때문에, 이번에는 제대로 상대를 봐야 했다.  순식간에 주말이 다가왔고, 진몽요는 원래 온연이랑 놀러 나가기로 했던 약속을 취소했다. 온연은 진몽요가 엄마에게 맞선을 주선하려는 걸 알고 의아해하지 않았다. 사람은 늘 그런 것 같았다. 나이가 젊든 많든, 다들 짝이 있어야 했다. 사람은 원래부터 무리지어 사는 동물이니 그 누구도 혼자 외롭게 살고싶어 하지 않았다.  백수완 레스토랑에 예약한 룸에 경소경은 요리를 배치한 뒤, 모든 게 준비가 다 되어 있었고, 이제 봄바람만 불어오면 됐다. 그 ‘봄바람’은 아직 오지 않았다.  강령은 잘 관리한 얼굴에 홍조를 띄웠다. “사돈, 그 분 만나 뵌 적 있으시죠? 좀 웃기실 것 같지만, 저 조금 긴장되네요. 이런 일까지 다들 출동해주시니 조금 죄송해서요.”  하람은 웃었다. “만난 적 있어요, 저희 집 사람보다 더 바르게 생겼으니 걱정 마세요. 마음이나 겉모습이나 다 이 사람보다 나으니까요.”  경성욱은 옆에서 감히 반박하진 못 했다. 그의 동문이 어디가 더 낫단 말인가? 그가 그렇게 후졌나?  사람들이 거의 30분정도 기다린 뒤, ‘봄바람’이 도착했다. 얼굴엔 비록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었지만, 여전히 젊었을 때의 풍채가 보였다.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있듯이, 경성욱의 동문은 여러 방면에서 못난 게 없었다. 젊은 사람을 사이에 있어도 경소경처럼 인기가 많았고, 이 나이를 먹었어도 여전히 잘생긴 아저씨였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제가 나올 때 근처에서 차가 막혀서, 마음은 급했는데 방법이 없었어서요. 제가 사죄의 의미로 이번 식사 대접하겠습니다.”  경성욱이 말수가 적은 걸 알고 분위기를 살리는 일은 다 하람이 했다. “괜찮아요 허씨, 저희가 남도 아닌데요 뭘.” 말을 하면서 그녀는 강령의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52장

    경소경은 경성욱이 아이를 안고 싶어하는 걸 알고 바로 아이를 건네주었다. “한번 보세요.”  경성욱은 기쁘게 아이를 받은 한번 살펴보았다. 사실 기저귀는 갈은지 얼마 안돼서 깨끗했다.  경소경이 한가한 걸 보자 진몽요는 그를 째려봤고 경소경은 눈물없이 울고 있었다. 그는 아이를 안기 싫은 게 아니라 기회가 없었던 거였다.  식사 시간. 아이는 유모차 안에서 분유를 먹고 있었고, 유모차는 하람 옆에 있어서 하람은 밥을 먹으면서도 아이를 놀아주었다.  진몽요는 하람은 완전 존경했다. 처음에 그녀는 하람이 아이에 대한 열정이 한 순간일 줄 알았고, 시간이 지나면 아이를 귀찮아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그녀의 모습은 여전했고, 늘 손에서 놓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니 하람에게 아이를 맡겨서 그녀도 안심이 되었다.  갑자기, 하람은 그녀를 보며 물었다. “요즘 내가 애 보느라 사돈이랑 쇼핑할 시간도 없었고, 연락할 새도 없었는데, 넌 사돈이 혼자 계시는데 걱정 안되니?”  진몽요는 걱정이 없는 편이라,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어서 대답했다. “걱정할 게 뭐 있어요? 집에 대문 보안도 최고로 설치해 두었으니 괜찮아요. 제가 엄마 집에 가기도 해요, 시간만 있으면 가거든요.”  하람은 헛기침을 두 번 했다. “그… 사돈한테 새 짝 찾아드릴 생각은 없어? 너도 이제 시집왔고, 사돈도 계속 혼자 계시면 심심하시잖아, 나중에 나이 들었을 때 짝이 있으면 좋잖아. 지금은 비록 젊으셔서 마음대로 노실 수 있어도 혼자면 있으면 외롭기 마련이니까…”  중매하는 일은 하람도 처음이라 어떻게 얘기를 꺼내야 할지 몰랐고, 진몽요가 신경쓸까 봐 더 걱정했다.  진몽요는 그제서야 하람의 뜻을 이해하고 문득 깨달아서 말했다. “아아아… 그 일은 저도 생각 했었어요. 엄마도 예전에 스스로 노력해보셨는데, 적절한 사람을 못 찾았어요, 다 이상하고 못 미더운 사람들이었거든요. 저도 지금은 거기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어서, 제가 생각을 많이 못 해드린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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