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 도착한 후 하람은 최대한 평정심을 유지한 태 문을 두드렸다. 들어가자 마자 그녀는 바로 4천만원어치의 현금을 꺼냈다. “4천만원이야, 세어 봐. 이정도면 수술비로 충분 할 거야.” 안야는 탁자 위에 빨간 현금 뭉치를 보며 자존심이 크게 상했다. “돈 많으면 이런 식으로 사람을 모욕하시나요? 저는 가난해도 자존심은 있어요.” 하람은 비웃었다. “그래? 자존심이 있어? 안 그래 보여서 몰랐네. 자존심 있다는 여자 애가 새벽에 혼자 남자 집에 찾아가고, 남의 애인을 뺏고 아이까지 임신해서 양육비를 요구하는 구나. 내가 너였으면 실수로 생긴 아이니까 고민도 하지 않고 지웠을 거야. 그래야 양심이 있지. 너 조차도 우리에게 이런 행동을 하면서 왜 존중을 바라는 거니?” 안야는 반박했다. “왜 실수라고 생각하세요? 왜 제가 남의 애인을 뺏은 거죠? 그 날 저녁 일은 아무도 단언할 수 없어요!” 하람은 그녀를 경멸했다. “그럼 단언할 수 없으니까 말 안 할게. 우리 소경이 잘못이라고 치고 법대로 하고싶으면 그렇게 해. 우리는 이 아이 인정 못하고, 돈이 부족한 거라면 더 줄 수 있어.” 안야의 얼굴을 창백해졌고 몸은 살짝 떨고 있었다. “이거 지금 저 괴롭히시는 거예요!” 하람은 어이가 없었다. “내가 언제 널 괴롭혔어? 실수로 생긴 일이지만 우리 소경이는 널 좋아하지 않아. 우리 집안도 널 받아줄 수 없어. 이 아이를 낳는 건 네 일이기도 하지만 우리 집안이랑도 관련되어 있으니 당연히 제일 적절한 타협점을 찾아야지, 이게 왜 널 괴롭히는 거라고 생각해? 돈 때문이라면 그냥 말해. 돈 때문이 아니고 소경이를 좋아해서라면 왜 계약서에 서명하지 않는 거야? 서명을 하면 정말 네가 감정이 있어서 단순히 돈 때문이 아니라는 걸 증명해 주잖아. 서명을 안 하면 누가 봐도 돈 때문 아니겠니? 그러니까 돈 문제는 지금 당장 해결해줄 수 있어.” 안야는 눈시울을 붉히며 아무 말이 없었고 그녀도 지금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 건지 몰랐다. 돈이라고 하기엔 4
안야의 태도는 견고했다. “안돼요! 어디 한번 강제로 지우게 해보시든가요!” 하람은 삿대질을 하며 화를 냈다. “몽요랑 소경이가 너가 가족도 없으니까 예전에 그렇게 잘해줬는데, 어떻게 이런 식으로 은혜를 갚을 수 있어? 너 같은 사람은 이런 모습으로 평생을 살아갈 거야! 자신을 계속 갉아먹게 될 거라고! 몽요네 집이랑 경가네는 비슷한 집안이고, 내가 몽요를 좋아하는 것도 너랑 달라서야. 빈곤한거랑 마음이 가난한 거랑은 완전 다른 문제야. 알겠니?” 평생 이렇게 밖에 못 사는 걸까? 안야는 하람의 말에 충격을 받고 흥분한 채 일어나 하람이 삿대질하던 손을 쳐냈다. “제가 어떻게 살든 신경 끄세요!” 안야가 그녀에게 손을 대자 하람은 경악했다. “지금 나한테 손 댄 거니?” 안야는 낮게 소리쳤다. “가세요! 당장 나가세요! 저희 집에서 나가시라고요! 저는 죽어도 그 계약서에 서명 안 해요! 꼭 이 아이 낳아서 당신들이 이 아이의 존재를 늘 기억할 수 있게 만들 거예요. 맞아요, 제가 못 지낼 바엔 다들 불행해지는 게 나아요! 진몽요는 눈에 흙이 들어가도 경소경씨랑 잘 될 일 없어요! 진몽요 좋아하시잖아요. 며느리로 바라셨잖아요. 안타깝네요, 그럴 일은 앞으로 절대 없을테니. 저를 이런 식으로 대하시니 저도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 하람은 참지 못 하고 안야의 뺨을 때렸다. 이런 교양 없는 걸 봤나! 내가 네 부모 대신 혼 좀 내줘야겠어!” 안야는 빨개진 눈으로 따가운 볼을 부여잡았고, 분노와 증오가 끝없이 마음에서 끌어올라 무섭게 하람에게 달려들어 그녀를 바닥으로 밀쳤다.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들었던 놀림들이 다시 귓가에 맴돌기 시작했다. “네 아빠는 살인자고 네 엄마는 도망갔잖아. 다 널 버렸어.” “넌 잡종이야, 살인범의 딸도 똑같지.” “그 부모에 그 자식이라고, 살인범에 딸도 나중에 살인범이 될 거야. 멀리하자…” 그랬다. 그녀의 부모가 살아있다는 건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비밀이었다. 할아버지는 유일한 가족이 아니
이 모든 건 그녀가 자초한 일이 아니었어도 그녀는 다 견뎌왔다. 그녀는 단지 모든 게 불공평하다고 느낄 뿐인데 왜 하람은 그녀에게 불쾌한 과거를 떠올리게 만드는 걸까? 이성을 되찾은 뒤 그녀는 하람의 목을 조르던 손을 풀었다. “죄송해요… 죄송해요… 저한테 욕하지 마세요…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세요…” 하람은 목을 잡으며 안야를 밀쳤고 바닥에서 일어나 계속 기침을 했다. “켁켁… 너… 미쳤어…켁켁켁… 너 나 죽일 생각이었니?” 안야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저는… 죽일 생각 없었어요, 죄송해요…” 안야의 태도에 하람은 두려움을 느꼈다. 이게 정신분열 증세와 뭐가 다를까? 그녀는 더 이곳에 있다가는 무슨 일이라도 당할까 봐 얼른 아파트에서 빠져나왔다. 안야는 하람이 그 4천만원을 두고 간 걸 보고 황급이 봉지에 담아 따라나갔다. “아주머니, 여기 돈이요! 저 이 돈 필요 없어요! 얼른 가져가세요!” 하람은 감히 뒤돌아보지 못하고 기사를 재촉했다. “얼른 출발하세요! 공관으로 얼른요!” 이때, 안야가 따라와서 강제로 차 문을 열고 봉지 안에 돈을 차 안으로 던졌다. “저 이 돈 필요 없어요! 방금 일은 제 잘못이에요, 죄송해요.” 하람은 대답하지 않았고 차가 출발하자 긴 한숨을 내뱉었다. 아파트에서 정말 안야가 목을 졸라 살해하려는 줄 알고… 너무 끔찍했다! 경가네 공관으로 돌아온 후, 그녀는 따듯한 샤워를 마치고 누웠다. 정신이 하나도 없고 누워서 끙끙 앓았다. 나이 든 상태에서 큰 충격을 받으니 정말 자신이 나이가 들었다는 걸 실감했다. 경성욱은 걱정했다. “무슨 일이야? 어디 아파? 병원 가봐야 해?” 하람은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그냥 좀 놀랐어… 안야가 갑자기 미쳐서 날 죽일 뻔했어. 다시는 무서워서 거기 못 찾아가. 소경이도 걔랑 만나지 말라고 해야해. 나중에 걔가 소경이한테 무슨 짓이라도 할까 봐 무서워. 난 겨우 아들 하나잖아. 그 여자애 정말 끔찍해! 얼른 당신이 소경이한테 전화해
문 두드리는 소리에 안야는 힘겹게 침대에서 일어나 문을 열었고 누가 찾아왔는지 생각하기도 귀찮았다. 분노에 가득 찬 모습의 경소경을 보자 그녀는 얼었다. 그렇게 그녀를 보기 싫어하던 남자가 직접 찾아왔기에 그 순간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몰랐다. “불만 있으면 나한테 말하든지 우리 엄마는 건들이지 마요!” 경소경은 여자를 때리진 않지만 이미 두 주먹을 꽉 쥐며 화를 참고 있었다. 안야는 그제서야 그가 찾아온 이유를 알았고, 자신의 행동에 죄책감을 느껴 고개를 숙였다. “고의가 아니었어요… 물론 아주머니가 어떤 말을 하셨어도 참아야 됐던 거 저도 알아요…죄송해요. 병원비 필요하시면 드릴게요. 하지만, 저를 더 이상 협박하지 않으시면 좋겠어요.” 경소경은 그녀를 전혀 동정하지 않았다. “이미 그렇게 해놓고 죄책감 느끼는 척은 왜 하는 거예요? 임신만 안 했어도 가만 안 뒀어요.” 안야는 고개 들어 그를 보며 눈물은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정말 고의가 아니었어요! 저는 더 이상 살인범의 딸이라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아요! 저도 평범하게 살고 싶은데 왜 아무도 감싸주지 않는 거예요? 지금 보다 더 빛나게 살고 싶을 뿐인데… 그저 과거의 그림자를 지우고 싶을 뿐인데, 제가 뭘 잘못했나요? 저… 저 정말로 일부러 그런 거 아니에요… 그냥 갑자기 이성을 잃었을 뿐이라고요…” 경소경은 급 당황했다. 살인범의 딸? 안야의 말이 눈물보다 더 자극적이었고 그는 그녀의 과거에 흥미가 없었지만 조금 놀랐다. 그리고 하람이 무슨 말을 했길래 그녀를 자극했는지 궁금했다. “우리 엄마가 뭐라고 했어요?” 그는 굳은 목소리로 물었다. “제 과거는 모르세요… 말다툼을 하다가 제가 교양이 없다고 하신 말에 순간 어렸을 적이 생각나서 화를 참지 못 했어요. 일이 어찌 됐든 이 일은 제가 흥분했어요, 제가 사과드릴게요. 복수하러 오신거면 그렇게 하세요. 눈에는 눈 이에는 이처럼 저를 때리셔도 좋고요.” 안야는 머리를 넘기며 침착하게 대답했다. 경소경은 당연히 때리지
안야는 문을 닫고 자신의 경험담을 얘기했다. “어렸을 때, 아마 제가 4살이었을 거예요… 어느 날, 어떤 사람이 저희 아빠가 사람을 죽였다고 했어요. 그 이후로 아빠를 만난적이 없었어요. 엄마도 집을 나갔고요. 저랑 할아버지만 서로를 의지했죠. 주변 사람들은 저를 보면 살인범의 딸이라고 말했고, 자기네 자식들한테 저랑 놀지 말라면서 그때 많은 구박을 받았었죠. 할아버지는 제가 그런 환경에서 잘 못 바랄까 봐 갖고 있던 돈을 다 털어서 그 시골에서 벗어나 도시로 나왔어요. 그때 저는 8살이었어요. 하지만 살인범의 딸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죠. 저는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했고, 할아버지 말처럼 다른 사람을 보면 늘 잘 웃고 잘 해줬어요. 할아버지께서 인생이 아무리 힘들어도 잘 웃는 사람은 절대 불행해질 수 없다고 신이 저를 보호해주실 거라고 말씀하셨어요… 힘들고 아픈 게 두렵지 않았고, 할아버지랑 길에서 청소도 하고 막 노동도 많이 했었어요. 예전에 그 흙탕물 같은 삶에서 벗어나려고…” 여기까지 듣고 경소경은 말을 끊었다. “여기 앉았다 가라는 이유가 겨우 하소연하려고 그런 거였어요? 난 흥미 없어요. 나 같은 사람은 다른 사람 동정할 가치도 없고, 당신 과거랑 우리는 상관없어요.” 안야는 숨을 들이 마시고 씁쓸하게 말했다. “이제 알겠어요, 저도 아 아이도 받아주지 않으실 거라는 거. 제가 졌네요. 만약 제가 이 모든 걸 바꿀 수 있다면 예전처럼 저를 대해주실 수 있나요? 제가 한번 실수했다 치고요… 저는 제가 돈 때문에, 지위 때문에 그랬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소경씨랑 몽요씨가 제 인생에 나타났을 때가 제일 빛났어요. 죄송해요, 제가 애초에 좋아하면 안됐었는데. 이런 식으로 은혜를 갚으면 안됐었는데, 혼자 남기 싫었어요. 안 그래도 후회중이에요…” 경소경은 의심했다. 이 모든 걸 바꾼다? 어떻게 바꿀 수 있지? 아이가 그의 것이 아니거나 그 날 저녁에 아무 일도 없지 않은 이상 바꿀 수 없었다. 그 날 저녁 그도 취해서 전혀 기억이 없었
그녀가 안방에서 나왔을 때 경소경은 이미 떠났다. 그녀는 영혼이 나간 나무인형처럼 소파에 앉아 방금 전화한 남자에게 문자를 보냈다. ‘만나고 싶어요.’ 오후 3시, 남자는 시간 맞춰 그녀의 집에 나타났고, 경소경만큼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훤칠하고 잘생겨서 사람들에게 주목받을 만한 외모였다. 안야는 이 남자와 몇 번 밖에 안 만나봤고, 그 중 3번은 임신 때문에 그런 일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 외는 진몽요와 예군작과 식사를 할 때였고, 이 남자는 아택이었다. 그는 뱃속에 있는 아이의 아빠였지만 아직 낯선 사람이라 어색했다. “그… 제가 이 아이를 지우고 경소경씨에게 자백해도 될까요? 더 못 하겠어요, 분명 절 받아주지 않을 거고 저도 이미 지쳤어요.” 아택은 무표정으로 그녀를 보며 “진짜 못 하겠으면 나도 강요는 안 해요. 근데 잘 생각해요, 후폭풍을 감당할 수 있을지. 처음에 이미 얘기가 다 끝났는데 말을 바꾸면 나도 곤란하죠. 그쪽도 아무런 보상을 받을 수 없고요.” 안야는 확실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아무런 보상도 필요없어요. 후폭풍은 제가 감당할게요. 예군작씨가 진몽요씨의 마음을 얻는 건 어렵지 않지만, 제가 경소경씨의 마음을 얻는 건 불가능해요. 평생 불가능해요. 저는 저조차도 싫은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요.” 아택은 살짝 눈썹을 찌푸렸다. “이미 결정한 거 같으니 그렇게 하시죠.” 그는 이때 핸드폰을 꺼내 예군작과의 전화를 끊고 말했다. “미쳤어요? 당신 이런 식으면 죽을 거 몰라서 이래요? 이렇게 바보 같은 여자는 처음 보네요. 처음부터 시작을 말든가 끝까지 가든가 했어야죠!” 안야는 이해하지 못 했다. “왜… 왜요? 제가 왜 죽어요? 저는 그냥 그만하고 싶을 뿐이에요, 그쪽 얘기도 절대 안 할 거예요.” 아택은 망설이다가 말했다. “당신이 비밀을 지켜준다는 걸 예군작이 믿을 것 같아요? 당신은 그 사람을 몰라요. 영원히 비밀을 지키기 위해서 그 분은 당신이 입을 평생 다 물게 만들 거예요. 내가 아이 아빠니까
그 날 저녁 그녀는 경소경의 술에 약을 탔고, 경소경은 깊은 잠에 빠져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랐다. 침대 위 핏자국은 그녀가 만들어낸 자국이었다. 예군작의 지시하에 그녀는 임신을 하기 위해서 아택과 3번정도 했다. 계획대로 그녀는 순조롭게 임신을 했고 시간도 그 날 저녁과 얼추 비슷하게 맞췄다. 만약 임신이 안됐더라도 임신한 척을 하며 임신이 될 때까지 시도할 생각이었고, 끝까지 안되면 이 계획은 무산될 수밖에 없었다. 임신이 됐을 때는 기뻤지만 지금은 큰 부담이었다. 순조로운 임신을 위해, 그녀도 임립네 회사를 어차피 그만두었으니 예군작은 그녀에게 잘 준비하라며 돈을 주었다. 그동안 예군작이 그녀를 후원하고 있었다. 그녀는 예군작이 이렇게 독한 줄 몰랐고 말을 번복하면 목숨까지 앗아갈 줄은 몰랐다. 진몽요가 알게 될까 봐 그런 거겠지? 비록 아택이 그녀에게 경고했지만 두려움에 떠는 것 외에는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공포를 느끼며 그녀가 유일하게 생각한 방법은 경소경에게 모든 걸 자백하고 도움을 청하는 방법뿐이었다. 하지만 그에게 전화를 걸기 전에 또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자 그녀가 틈새로 살짝 보니 아택이었다. 그녀는 경계하지 않고 문을 열었지만 아택도 예군작의 사람이라는 걸 완전히 잊고 있었다. 문을 연 순간, 아택처럼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 두 명이 그녀를 잡았고,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입은 막혀있었다. 아택은 내키지 않는 눈빛이었지만 핸드폰을 쥐고 있는 걸 보니 예군작과 전화 연결이 되어있는 듯했다… 예군작은 그를 시험하고 있었다. 예군작은 지금까지 그를 믿지 못 했고, 그가 아까 집에서 나왔을 때 예군작이 파견한 다른 사람들에게 붙잡혔다. 자신의 안전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안야를 희생해야 했다. 안야는 눈물을 머금고 아택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눈빛을 보냈다. 그녀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아택 밖에 없었고 그가 아이의 아빠였다. 나오면서 그녀에게 조심하라고 말했으니 그가 유일하게 그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었다.
안야를 이를 꽉 물고 막대기로 아택의 어깨를 내려쳤고, 아택은 낮게 소리쳤다. “지금 나 간지럽혀요? 경소경씨가 싸울 때 이렇게 살살 때릴 거 같아요? 골절 시킨다는 생각으로 해요, 같은 말 반복하게 하지 말고 때려요!” 안야는 만약 예군작을 속이지 못 하면 죽게 될 건 아택이라는 걸 알았기에 죽는 것보다는 골절이 낫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마음을 굳게 먹고 온 힘을 다해 아택을 때렸고 머리 쪽은 피했다. 그녀는 숨을 헐떡이고 살짝 아픈 배를 잡으며 물었다. “됐나요? 안 아프세요?” 아택은 대답하지 않고 그녀의 침대 맡 서랍에 있던 저금통을 자신의 머리 위에 깨트렸다. 도자기 재질의 저금통은 박살 났고 아택의 이마에 흐르는 빨간 피를 보고 안야는 깜짝 놀라서 입을 막았다. “가요!” 안야는 아택에 말에 휘청거리며 문 앞으로 뛰어 갔고 다리에 힘이 풀렸다. “괜찮으세요? 저 그럼 갈게요…” 아택은 손을 흔들며 벽에 기대어 담배를 피웠다. 안야는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도망가듯이 아파트에서 빠져나왔다. 옆에 기절한 두 사람을 보며 아택은 담배를 피웠다. 그는 안야를 속였다. 이 두 사람은 그가 때린 걸 봤기에 예군작을 숨길 수 없었다. 그는 살인을 묵인할 자신도 없었다. 왜냐면 경소경이 안야를 죽일 수는 없으니 그가 입을 다 물어도 어쨌든 들통날 일이었다. 어찌 됐든 그는 피해갈 수 없었다. 택시를 잡고 경소경의 회사 주소를 부른 뒤 안야의 두려움을 가라 앉았다. 사람이 죽음을 향한공포는 본능이었다. 그녀는 방금 죽을 뻔한 위기를 모면했다. 회사에 도착하기전 미리 경소경에게 꼭 만나야 된다고 연락을 해놨다. 그 날 저녁 아무 일도 없었다는 얘기를 흘렸으니 당연히 경소경이 만나줄 줄 알았다. 회사 문 앞, 그녀가 택시에서 내리자 경소경은 그녀를 구석으로 끌고 갔다. “대체 무슨 생각이에요? 할 말 있으면 여기서 해요!” 그녀는 방금 죽을 뻔한 위기를 넘겼으니 옷이 너저분하고 얼굴이 초췌했다. “그 날 저녁에 아무 일도 없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