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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0장

안야의 태도는 견고했다. “안돼요! 어디 한번 강제로 지우게 해보시든가요!”

  하람은 삿대질을 하며 화를 냈다. “몽요랑 소경이가 너가 가족도 없으니까 예전에 그렇게 잘해줬는데, 어떻게 이런 식으로 은혜를 갚을 수 있어? 너 같은 사람은 이런 모습으로 평생을 살아갈 거야! 자신을 계속 갉아먹게 될 거라고! 몽요네 집이랑 경가네는 비슷한 집안이고, 내가 몽요를 좋아하는 것도 너랑 달라서야. 빈곤한거랑 마음이 가난한 거랑은 완전 다른 문제야. 알겠니?”

  평생 이렇게 밖에 못 사는 걸까? 안야는 하람의 말에 충격을 받고 흥분한 채 일어나 하람이 삿대질하던 손을 쳐냈다. “제가 어떻게 살든 신경 끄세요!”

  안야가 그녀에게 손을 대자 하람은 경악했다. “지금 나한테 손 댄 거니?”

  안야는 낮게 소리쳤다. “가세요! 당장 나가세요! 저희 집에서 나가시라고요! 저는 죽어도 그 계약서에 서명 안 해요! 꼭 이 아이 낳아서 당신들이 이 아이의 존재를 늘 기억할 수 있게 만들 거예요. 맞아요, 제가 못 지낼 바엔 다들 불행해지는 게 나아요! 진몽요는 눈에 흙이 들어가도 경소경씨랑 잘 될 일 없어요! 진몽요 좋아하시잖아요. 며느리로 바라셨잖아요. 안타깝네요, 그럴 일은 앞으로 절대 없을테니. 저를 이런 식으로 대하시니 저도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

  하람은 참지 못 하고 안야의 뺨을 때렸다. 이런 교양 없는 걸 봤나! 내가 네 부모 대신 혼 좀 내줘야겠어!”

  안야는 빨개진 눈으로 따가운 볼을 부여잡았고, 분노와 증오가 끝없이 마음에서 끌어올라 무섭게 하람에게 달려들어 그녀를 바닥으로 밀쳤다.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들었던 놀림들이 다시 귓가에 맴돌기 시작했다.

  “네 아빠는 살인자고 네 엄마는 도망갔잖아. 다 널 버렸어.”

  “넌 잡종이야, 살인범의 딸도 똑같지.”

  “그 부모에 그 자식이라고, 살인범에 딸도 나중에 살인범이 될 거야. 멀리하자…”

  그랬다. 그녀의 부모가 살아있다는 건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비밀이었다. 할아버지는 유일한 가족이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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