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야를 이를 꽉 물고 막대기로 아택의 어깨를 내려쳤고, 아택은 낮게 소리쳤다. “지금 나 간지럽혀요? 경소경씨가 싸울 때 이렇게 살살 때릴 거 같아요? 골절 시킨다는 생각으로 해요, 같은 말 반복하게 하지 말고 때려요!” 안야는 만약 예군작을 속이지 못 하면 죽게 될 건 아택이라는 걸 알았기에 죽는 것보다는 골절이 낫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마음을 굳게 먹고 온 힘을 다해 아택을 때렸고 머리 쪽은 피했다. 그녀는 숨을 헐떡이고 살짝 아픈 배를 잡으며 물었다. “됐나요? 안 아프세요?” 아택은 대답하지 않고 그녀의 침대 맡 서랍에 있던 저금통을 자신의 머리 위에 깨트렸다. 도자기 재질의 저금통은 박살 났고 아택의 이마에 흐르는 빨간 피를 보고 안야는 깜짝 놀라서 입을 막았다. “가요!” 안야는 아택에 말에 휘청거리며 문 앞으로 뛰어 갔고 다리에 힘이 풀렸다. “괜찮으세요? 저 그럼 갈게요…” 아택은 손을 흔들며 벽에 기대어 담배를 피웠다. 안야는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도망가듯이 아파트에서 빠져나왔다. 옆에 기절한 두 사람을 보며 아택은 담배를 피웠다. 그는 안야를 속였다. 이 두 사람은 그가 때린 걸 봤기에 예군작을 숨길 수 없었다. 그는 살인을 묵인할 자신도 없었다. 왜냐면 경소경이 안야를 죽일 수는 없으니 그가 입을 다 물어도 어쨌든 들통날 일이었다. 어찌 됐든 그는 피해갈 수 없었다. 택시를 잡고 경소경의 회사 주소를 부른 뒤 안야의 두려움을 가라 앉았다. 사람이 죽음을 향한공포는 본능이었다. 그녀는 방금 죽을 뻔한 위기를 모면했다. 회사에 도착하기전 미리 경소경에게 꼭 만나야 된다고 연락을 해놨다. 그 날 저녁 아무 일도 없었다는 얘기를 흘렸으니 당연히 경소경이 만나줄 줄 알았다. 회사 문 앞, 그녀가 택시에서 내리자 경소경은 그녀를 구석으로 끌고 갔다. “대체 무슨 생각이에요? 할 말 있으면 여기서 해요!” 그녀는 방금 죽을 뻔한 위기를 넘겼으니 옷이 너저분하고 얼굴이 초췌했다. “그 날 저녁에 아무 일도 없었
경소경은 붙잡지 않았고 먹구름 뒤에 무지개를 보자 안야가 어떻게 되든 상관없었다. 그가 안야에게 누가 시켰냐고 물어본 이유는 여자 혼자서 이 모든 걸 실천하기 힘들다고 생각했다. 안야가 아이아빠가 누군지 말하지 않으니 더 묻진 않겠지만 왠지 모르게 이상한 감정이 들었다… 안야는 집에 못 들어가고 한참을 밖에서 방황하다가 예군작을 찾으러 가기로 결정했다. 그녀는 본인이 굳이 찾으러 가지 않아도 자신과 아택이 살아남지 못할 걸 알았기에 우선 경소경에게 예군작이 있다고 털어놓지 않았다. 예군작에게 전화를 거는 손을 떨리고 있었고 전화 너머 예군작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 의외네요, 저한테 먼저 전화를 다 하시고.” 그녀는 용기 내어 말했다. “어디세요? 만나고 싶어요.” 예군작은 여유로웠다. “거기 가만히 있어요, 사람 보낼게요.” 전화를 끊고 안야는 다리가 후들거려 그대로 주저 앉았다. 그녀는 마음을 굳게 먹으며 어차피 어렸을 때부터 힘든 일들이 많았으니 이정도는 견딜 수 있었다. 기껏해야 죽음이니 이왕 이렇게 된 거 물러서지 않았다. 이때, 검은 색 벤틀리가 그녀의 앞에 섰고 그녀는 망설이다가 차에 탔다. 기사는 아무 말없이 예가네 저택으로 향했다. 창 밖, 반짝거리는 도시 저녁의 네온사인들을 보며 모든 게 아름다워 보였다. 하지만 그녀는 감상할 수 없었고 이 도시의 아름다움은 애초에 그녀와 상관이 없었다. 그녀는 흙탕물 속에서 살던 자신이 더럽고 싫었다. 저택에 도착한 후, 덩치가 큰 기사는 그녀가 도망갈까 봐 차에서 내리는 걸 보고 있었다. 분명 더운 여름 날이었는데 온 몸이 서늘했다. 그녀는 두 팔로 몸을 감싸고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내딛었다. 넓은 현관을 지나 기사는 그녀를 어두운 문 앞에 데려다 주었고, 세 번 두들겼다. 문이 열리자 피 비린내가 코를 찔렀고 안야는 벽을 잡고 헛구역질을 했다. 그녀는 문 안에 상황을 살짝 보고 두 다리를 떨며 바닥에 주저 앉았다. 기사는 그녀를 들어 안으로 던졌고, 그제서야
안야는 너무 놀라서 두 눈을 크게 떴다. 이 사람 하반신 마비 아니었나? 이 모든 게 다 거짓이었다니! 예군작의 큰 덩치에 조명이 가려져 더 어두워졌고 그는 아택 앞에 쭈그려 앉았다. “봤어? 연약한 여자 애가 널 구하러 날 찾아왔는데, 지금 기분이 어때? 설마 3번 했는데 벌써 서로 감정이 생긴 건 아니지? 난 진몽요를 사랑하는데… 3년이나 걸렸는데.” 아택은 피 비린내가 가득한 숨을 뱉었다. “잘못했습니다… 도련님…” 예군작은 아택의 피 범벅 된 얼굴을 톡톡 쳤다. “잘못했으면 고치면 돼. 걱정 마, 넌 노인네가 나한테 보낸 감시 카메라니까 내가 널 죽이면 골치 아프니까. 카메라가 고장 나면 얼마나 싫어하시겠어. 이정도 했으면 너도 알아들었을 테니 말해봐. 내가 이제 어떻게 해줄까? 너희가 말 안 할 거라는 걸 내가 어떻게 믿지? 나중에 진몽요가 모든 걸 알아버리면 큰 일이잖아…” 안야는 자기의 배를 만지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제가 맹세할게요, 절대 말 안 할 거예요. 죽어도 말 안 해요! 그렇게 불안하시면 제가 이 아이를 낳을게요, 네? 제발요… 꼭 비밀 지킬게요.” 예군작은 잔인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요, 그 아이는 아택거잖아요. 아택, 넌 저 여자가 아이 낳아도 돼? 두 사람 감정이 그렇게 깊었다니. 넌 아직 결혼도 안 했으니 딱이네. 둘이 만나면 서로 아깝지 않잖아.” 아택은 안야를 보고 몇 초간 침묵했다. “저는 상관없습니다...” 예군작이 일어나자 옆에 있던 하인이 와인 한 잔을 건넸다. “하하, 그래 이거지. 이래야 네가 내 사람이지. 안야도 내 사람이고. 두 사람이 결혼해서 아이까지 낳아야 내 마음이 편해. 그럼 모두가 다 행복해질 수 있어.” 그가 손짓을 하자 옆에 있던 사람이 아택의 밧줄을 풀었다. 안야는 아택을 부축했고 아택은 이미 일어날 힘이 없어 예군작 발 밑에서 정직하게 말했다. ”도련님, 앞으로 뭐든지 다 하겠습니다. 이번 일은 정말 감사합니다…!” 예군작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인자함
온연은 진몽요가 안 기쁘다는 사실을 믿지 않았다. “경소경씨랑 화해하겠다고 한 사람이 누구였더라? 안야 때문에 이렇게 돼서 그렇지 지금 아무 일도 없었던 걸 알았으니 이제 서둘러야지! 다른 여자가 채 가길 기다릴 거야? 난 벌써 아이도 낳았는데 너도 가만히만 있으면 안되지. 난 너가 빨리 경소경이랑 딸 낳아서 우리가 사돈 맺으면 좋겠어.” 진몽요는 웃었다. “됐어, 목가네가 얼마나 대단한 집안인데 감히 어떻게 그래? 그리고 내가 그때는 잠깐 흥분했었지만 지금은 진정됐어. 내가 경소경씨랑 화해할 거라고 누가 그래? 난 지조를 지킬 거야, 여자잖아. 이제 끊어야겠다, 오늘 드디어 이사님이 나한테 일거리를 주셨어. 야근중이라 수다 못 떨어. 나중에 얘기하자.” 전화를 끊고 온연은 아이에게 말했다. “우리가 남자니까 예쁜 누나 태어날 때까지 기다리자. 어차피 연상 만나도 상관없잖아? 몽요 이모랑 소경이 삼촌 다 외모가 되니까 딸도 예쁠 거야, 우린 그저 기다리면 돼.” 아이는 아무것도 못 알아듣고 손가락만 빨고 있었다. “넌 정말 아무 것도 모르는 구나. 아직 어려서 아무 고민도 없고. 아빠는 나한테 너 맡기고 혼자 맛있는 거 먹으러 갔어. 이따가 오면 나 말고 아빠 괴롭혀야 돼.” 갑자기 임집사가 집으로 뛰어 들어왔고 거실의 온연을 보고 물었다. “도련님 안 계신가요?” 온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밥 먹을 나갔어요. 일 있으면 전화해 보세요.” 임집사는 대답을 하고 다시 바람처럼 나갔다. 임집사가 나이가 꽤 많은데도 동작이 민첩하자 온연은 적잖이 놀랐다. 저렇게 움직이면 다리 안 아픈가? 유씨 아주머니는 임집사가 나간 쪽을 보며 웃었다. “저 나이에도 저렇게 튼튼하네…” 온연도 웃었다. “아주머니도 생각을 특이하게 하시네요.” 유씨 아주머니는 수줍게 웃었다. “무슨 소리야? 그냥 농담한 거지. 나도 나이가 있는데 밝혀서 뭐하겠어.” 온연은 유씨 아주머니와 이런 대화를 나누는 게 익숙해졌다. “아이고, 부끄러워하실 거 없어요. 저도
저녁 11시가 넘어서야 목정침은 술 냄새를 풍기며 귀가했다. 온연은 잠에 들어 있었고 누군가 얼굴에 뽀뽀하는 느낌이 들어 눈을 뜨고 목정침인 걸 확인하고 물었다. “왜 이렇게 늦게 왔어요?” 어둠 속, 목정침이 욕실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가끔이잖아.” 욕실 물소리에 온연은 잠에 들지 못 하고 다시 일어나 핸드폰을 했다. 아이는 옆에서 잘 자고 있었고 다양한 자세를 취해서 그런지 자리를 많이 차지했다. 목정침이 샤워를 하고 나온 뒤 앉아 있는 그녀를 보고 물었다. “뭐야? 왜 안 자?” 그녀는 핸드폰을 하며 말했다. “조금 있다가 자려고요. 우리는 일찍 잠 들었어서 다시 깨니까 잠이 안 와요. 시간 보니까 아이 밥 줄 때도 된 거 같아요. 일찍 재웠으니 아침까지 절대 얌전히 안 잘 거예요. 맞다, 안야랑 경소경씨는 어떻게 된 거예요? 안야는 왜 그렇게 무모한 짓을 했데요? 진짜 임신했으면 아이 아빠는 누구래요?” 목정침은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어. 소경이가 물어봤다는데 안야가 말을 안 하더래. 아이 아빠가 누가 됐든 소경이만 아니면 됐지. 그 날 저녁에 안야가 소경이한테 약을 먹인거라 결국 아무 일도 없었데. 그러니까 너도 이제 안심해.” 갑자기 아까 임집사가 목정침을 급히 찾던 게 생각나 말했다. “임집사님이 저녁에 당신 집에 있냐고 물었었는데 없다고 하니까 급하게 나갔어요. 무슨 일이였어요? 되게 급해 보이던데.” 목정침은 살짝 굳었다. “아… 그 네 고모랑 고모부 찾았어. 해외로 여행 갔다 온 모양이야. 돈을 다 썼는지 다시 돌아오자마자 우리쪽 사람들한테 잡혔어. 난 거기 신경 쓸 겨를이 없어서 우선은 임집사님이 호텔에 묶어두었어. 내일 내가 가볼 거야.” 온연은 고개들어 그를 보았다. “찾았어요? 안되겠어요, 나도 만나고 싶어요! 왜 그렇게까지 악랄하게 나와 아이를 해칠 뻔하고 할머니한테까지 그랬는지 물어봐야겠어요! 아무리 혈연관계가 아니어도 온지령은 할머니 손에서 컸잖아요. 두 사람은 할머니 재산까지 다 가져갔는데
다음 날 아침. 온연은 목정침과 아이 때문에 잠에서 깼다. 한 명은 나가자고 재촉했고, 한 명은 밥 달라고 울었다. 그녀는 아이에게 밥을 주면서도 비몽사몽했다. 밥을 다 주고 유씨 아주머니가 아이를 안았고 그제서야 그녀는 정신을 차리고 세수를 했다. 분명 어제 저녁 술을 마신 건 목정침인데 왜 정작 피곤한 건 그녀일까? 목정침이 전혀 피곤해 보이지 않자 그녀는 속으로 신기해했다. 조금이라도 생기 있어 보이기 위해서 그녀는 특별히 화장까지 했다. 아이를 낳고 그녀는 살도 다시 빠져서 예전에 입던 옷도 맞았고 거울속 자신을 보며 매우 만족스러워했다. 그녀는 집에서 아이만 보는 주부였지만 깔끔해 보였고 목정침 옆에 있으려면 사람들 앞에서 격식을 갖춰야했다. 그녀가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목정침은 이미 아이를 안고 그녀를 한참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평소에 편하게 수유하기 위해 편한 옷만 입었고 집에서 당연히 화장도 안 했었는데 갑자기 꾸민 모습을 본 목정침은 눈을 반짝였다. “애 데리고 갈 건데 왜 그렇게 꾸몄어?” 그녀는 자신의 노력을 그가 알아보자 만족했다. “애랑 같이 가면 꾸미면 안되는 거예요? 난 당신보다 10살이나 어린데 비슷한 또래로 보이긴 싫어요. 가요, 출발해도 되겠어요.” 목정침은 입술을 삐죽이며 얼굴에 불만이 가득했다. “무슨 뜻이야? 내가 늙었다는 거야? 차라리 예전에 네가 날 무서워할 때가 나았어. 그땐 적어도 이런 말은 못 했으니까. 이젠 내가 안 무서운 가 보지?” 그녀는 아이를 안고 웃었다. “그건 당신이 예전보다 착해져서 그래요. 예전처럼 사나웠으면 아마 아직도 무서워했겠죠…” 그는 그녀가 귀여웠다. “그래서 지금 내가 만만한 거지? 내가 잘해주면 더 당돌해지고, 내가 사나우면 꼼짝도 못 하고. 그럼 앞으로 내가 더 사납게 해야겠네, 내 머리 위로 올라오지 못 하게. 난 과묵한 꼬맹이가 더 좋았어.” 온연은 낮게 말했다. “그래요? 그럼 예전처럼 오빠라고 부를까요?” 목정침의 표정은 살짝 변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이가 기침을 하자 온연은 더 세게 아이를 안았다. “여기 에어컨 온도가 너무 낮은 거 같아요. 좀 춥네요.” 목정침은 고민하지 않았다. “우리 호텔인데 온도 좀 올리라고 하면 되지.” 우리 호텔? 온연은 좀 놀랐지만 아까 들어올 때 웅장한 외관을 보니 꽤나 고급 호텔처럼 보였다… 목가네는 하고 있는 사업이 많으니 그녀도 익숙해져야 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나온 후 그녀는 발걸음을 늦췄다. “전지가 정말 돌아왔을 까요? 당신이 죽이려고 했으니 우리를 가만두지 않겠죠? 언제까지 마음 졸여야해요? 우리는 이제 예전이랑 다르잖아요. 아이가 있으니 생명의 위협까지 느끼고 싶진 않아요…” 목정침도 사실 이 점을 걱정했기에 인상을 찌푸렸다. “무서워하지 마. 내가 있잖아. 아직 확실한 일도 아니니 걱정하지 마. 확실해지면 다시 얘기하고 우선 고모랑 고모부부터 만나 봐야지.” 긴 복도를 지나 코너를 돌고 온연은 문 앞에 서 있는 경호원을 보았다. 경호원은 목정침을 보고 인사했다. “도련님 오셨습니까.” 목정침은 앞으로 다가갔다. “상황은?” 한 경호원이 문을 열었다. “문제없습니다.” 온연은 정신을 차리고 따라 들어갔고 들어가자 마자 짙은 라면 냄새를 맡았다. 상황을 보니 온지령 부부는 밥도 제대로 못 먹은 듯했다. 소파에 있던 임집사는 방 안에 있던 경호원들을 데리고 나갔고, 목정침과 온연을 보자 온지령네 세가족은 얼굴색이 변하며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우리 좀 풀어줘, 누가 협박해서 그랬어. 우리 아들을 납치해서 어쩔 수 없이 편지를 보낸 거였어… 정말이야!” 목정침은 물었다. “누가 시킨 거예요?” 온지령 부부는 눈을 마주치며 고개를 저었다. “잘은 몰라. 그저 아들이 납치됐다는 전화를 받고 영상까지 보내왔어. 진짜인 걸 확인하고 우리는 너무 무서웠어. 그쪽에서 연이한테 편지 보내라고 했고 도망갈 비용까지 대줬어. 우리가 그렇게 안 했으면 아들이 죽었을 거야! 우리는 처음부터 그 사람 그림자도 못 봤어!”
‘중요하지 않다.’ 라는 온연의 말에 목정침은 긴장을 풀었다. 그녀의 용서만 받을 수 있다면 다른 사람이 뭐라고 하든 다 상관이 없었고 그녀의 말에 그는 충분히 만족했다. 온지령은 연약한 말투로 반박했다. “양심이 없는 게 아니라… 그 납치범이… 네 할머니가 정침이가 면회 간 다음에 죽었다고, 정침이가 짓이라고 말했어. 나도 폐렴 때문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 타이밍이 너무 절묘했잖아? 딱 정침이가 면회했을 때 돌아가셨으니까… 다른 뜻은 아니고, 어차피 나도 전후 사정은 모르니까. 나도 내 남편 때문에 네 할머니가 입원하게 된 거 인정해. 계속 이혼하려고 했는데 잘 안됐어… 더군다나 이번에 아들이 납치되니까 다른 방법이 없었어. 연아, 너라고 생각해봐, 너도 똑같이 이 편지를 보내지 않았을까? 세상에 어떤 부모가 자기 아들이 죽는 건 보고만 있을 수 있겠어!” 온연은 이 질문에 할 말이 없었고, 온지령 부부의 아들인 ‘사촌동생’을 보며 그녀는 침묵했다. 겨우 대학생인 그는 아직은 어린 생명이었다… 부모가 되기 전엔 온지령 부부의 심정을 몰랐지만 지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녀였어도 이 편지를 보냈을 것이다. 온지령 부부가 아무리 나빠도 이용당한 입장이었고, 제일 나쁜 건 배후에 있는 그 놈이었다! 목정침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제가 그런 거 아니에요. 할머니는 병 때문에 돌아가셨어요. 연세가 많으시니 더 오래 못 버티셨어요. 만약 정말 제가 그랬다면 어떻게 의사한테 부탁해서 유서를 저한테 남기셨을까요? 항공사고 일은 저랑 관련된 거 맞아요. 다시는 그런 실수 안 해요.” 온지령은 두려움 속에서 계속 이상한 눈빛으로 온연을 보았고, 누가 봐도 온연이 왜 자신의 아빠를 죽인 남자랑 같이 살고 아이까지 낳았냐는 눈빛이었다. 시선이 너무 따가웠지만 온연은 항공사고 얘기를 언급하고 싶지 않았고 온지령에게 얘기해줄 필요도 못 느꼈다. “두 분의 행동은 아이를 위해서 그랬다고 칠 게요. 하지만 저를 위협하셨으니 이제 어떻게 해결할까요? 다시 물을 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