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몽요는 어깨를 들썩였다. “아무 사이도 아니야. 그냥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지내. 나는 저 사람을 친구로 생각해. 상대가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모르지만. 사실 자주 밥 먹는 사이도 아니야. 앞으로 그럴 기회도 많이 없겠지 뭐. 난 저 사람한테 아무 감정 없으니까 그런 눈으로 보지마. 부담스러워.” 식당에 도착하고 보니 예군작과 아택은 이미 도착해 있었다. 자리에 앉은 후, 아택은 온연에게 메뉴판을 건넸다. “다른 음식은 이미 시켰는데, 아가씨께서 더 원하시는 메뉴 있으신지 보세요.” 온연은 아택을 보고 메뉴판을 받지 않았다. “이미 시켰으면 상관없어요. 몽요가 좋아하는 건 저도 좋아하니까요.” 아택은 고개를 끄덕인 뒤 메뉴판을 직원에게 넘겼다. 온연은 그제서야 예군작을 보았고 왠지 모르게 예군작의 첫 인상이 이상했다. 그런 말할 수 없는 느낌이랄까… “온 아가씨, 그렇게 쳐다보시니까 꼭… 제가 낯이 익으신 거 같네요.” 예군작은 살짝 웃었다. 온연은 살짝 입꼬리를 올리며 “그러게요, 진짜 아는 사람 같아서요.” 예군작은 눈썹을 꿈틀거렸다. “오? 그래요? 아는 사람 누구랑 닮았나요?” 온연은 멈칫했다. “외모는 안 닮았는데, 느낌이… 누군지는 말 안 할 게요, 말해도 모르니까요.” 예군작은 테이블 위에 두 손을 올려놓고 깍지를 끼고 있으니 꼭 온연을 자세히 관찰하는 느낌이었다. 온연은 그의 왼쪽 손 엄지 옆에 까만 점을 발견하고 의심을 살짝 풀었다. “저번에 경매에서 부지 하나 입찰 받으셨다면서요. 그 땅 괜찮은데, 앞으로 제도에서 사업하실 건가요?” 예군작의 동공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저는 계획하는 걸 별로 안 좋아세요. 천천히 두고 보는 걸 좋아해요. 그 땅 때문에 저한테 화나신 거 아니겠죠? 저만 아니었으면 그 땅은 목가네 거였을 테니까요.” 온연은 부드럽게 웃었다. “아니요, 그냥 한 말이에요. 너무 그렇게 생각하지 마세요.” 예군작은 여유로워 보였다. “다행이네요. 몽요씨 친구분이시면 저랑도 친구죠. 친구
목정침의 사무실 밖. 데이비드는 마침 지루했는데 그녀들을 보자 눈이 반짝였다. “사모님, 드디어 오셨네요!” 온연은 장난스럽게 웃었다. “그 표정을 보니 좋은 의미는 아닌 것 같네요. 목대표님 구해주러 왔어요.” 사무실에 들어서자 그녀는 놀랐다. 아이는 울지도 않고 얌전했고 목정침은 책상에서 아이를 안고 일을 하고 있었다. 아이는 만년필을 쥐고 놀고 있었고 두 눈이 초롱초롱했다. 그녀가 상상한 상황과는 전혀 다르자 유씨 아주머니가 웃었다. “방금 작은 도련님 기저귀 갈아드렸어요. 사모님은 여기 신경 쓰지 말고 가서 쉬세요. 저랑 도련님만 있어도 충분해요. 혹시 사모님 얼굴 보면 또 칭얼거릴 수 있으니 가까이 오지 마세요. 이따가 달래기 힘드니까요.” 온연이 반응을 하기도 전에 유씨 아주머니가 내쫓았다. 그녀는 자신의 가슴이 부풀어서 아이에게 모유라도 좀 먹이고 싶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말이다… 진몽요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하하, 애를 저렇게 잘 돌볼 줄은 몰랐네. 앞으로 너 신경 안 써도 되겠다. 아들이 너 필요 없는 거 같은데~” 온연은 한숨을 쉬었다. “상관없어, 잘 됐지 뭐. 가서 쇼핑이나 하자.” 한편, 아파트. 안야는 계속 온연과의 문자를 보며 안절부절하고 있었다. 그녀가 임신한 걸 온연이 알았으니 이제 용서받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녀가 생각하는 온연은 절대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고 온연은 보기엔 온화하지만 필요할 땐 단호했다. 그녀는 입덧을 심하게 해서 며칠동안 밥도 못 먹고 잠도 못 잤다. 내일 아침에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해본 뒤에 어떻게 할지 계획하려 했으나 오늘 진몽요와 온연이 이곳에 왔으니 검사를 서둘렀다. 간단한 검사를 하는데 오래 걸리진 않았다. 결과지를 받고 보니 그녀는 정말 임신이 맞았다. 그녀는 바로 사진을 찍어 경소경에게 보냈지만 아무리 지나도 답장이 오지 않았다. 결국 전화를 걸어보니 번호는 차단되어 있었다. 그녀는 늘 경소경의 성격이 좋다고 생각했다. 과거가 있어도 그녀에게는 잘 해주었고
안야는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아주머니…” 하람이 보기엔 그녀가 진몽요 없이 혼자 올 이유가 없었다. 과거의 그녀는 부속품 같은 존재였지만 오늘은 달랐다… 하람은 눈빛의 실망을 숨길 수 없었다. “그렇구나… 그래서 무슨 일이야?” 그녀는 앞으로 다가가 임신 결과지를 꺼냈다. “제가 검사 결과예요, 한번 보세요…” 하람은 이해되지 않았다. 무슨 결과지? 왜 이걸 자신에게 보여주는 거지? 그녀는 딱 임신이라는 걸 보고 살짝 미소를 지었다. “축하해, 남자친구 생겼어? 결혼할 생각이야?” 안야는 주춤거리며 말했다. “경소경씨 아이예요.” 하람의 미소는 그대로 굳었다. “뭐? 너 지금 농담이지? 말 안 해도 내 아들이 어떤 사람인지는 알지만 넌 몽요의 친구잖아, 어떻게 그럴 수 있어?” 하람의 반응은 안야가 생각했던 것과는 달라 안야는 어떤 말을 해야할지 몰랐다. 하람의 표정은 좋지 않았고 위쪽을 보며 소리쳤다. “경성욱씨! 내려와 봐요!” 소리를 들은 경성욱은 재빨리 서재에서 나왔다. “무슨 일이야?” 하람은 검사 결과지를 탁자에 던졌다. “몽요 친구가 소경이 아이를 가졌데. 어떻게 이럴 수 있어? 이게 사람이 할 짓이야?” 하람은 아들을 욕하고 있었지만 안야는 왠지 모르게 거슬렸고, 꼭… 자신에게 하는 말 같았다. 그녀는 어쨌든 보잘 것 없는 집안 출신이라 경가네 공관에 와서 두 어른을 마주하니 엄청난 부담감을 느꼈고 들어오기 전에 했던 다짐은 이미 사라졌다. 그녀는 그저 죄인처럼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들의 반응을 기다렸다. 경성욱은 난감한 표정이었다. “그… 안야씨, 이게 어떻게 된 일이에요? 우리는 사정을 모르기도 하고 이건 소경이랑 두 사람 일인데 우리를 바로 찾아온 이유가 뭐예요?” 불리한 부분은 언급하지 않고 대략적인 상황만 설명했다. “저를 어떻게 보시든 다 상관없어요. 경소경씨랑 진몽요씨는 이미 헤어졌고, 저랑 경소경씨는 둘 다 솔로예요. 비록 술 마시고 생긴 일이지만 저는 지금 임신했고 그 사람을
경성욱은 하람이 너무 매몰차다고 생각해 마음이 좋지 않아 나긋하게 말했다. “안야씨, 우선 가세요. 가서 혼자 잘 생각해 봐요. 우리 마누라가 좀 직설적이긴 하지만 의미 전달은 된 것 같고 나도 같은 생각이에요. 지우는 게 최선일 것 같네요. 배상은 원하는 만큼 해줄게요. 날씨가 더우니까 기사님이 데려다 줄 거예요.” 안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차가운 눈초리들 사이에서 경성욱의 자상함이 그녀에겐 큰 위로가 되었다. 하람은 거실 창문 앞에서 차를 타고 멀어지는 안야의 모습을 보며 경성욱에게 물었다. “왜 저렇게까지 해줬어? 당신만 좋은 사람 되고 싶었어? 이제 와서 말하지만 난 처음부터 참한 아가씨가 아니라는 거 알고 있었어. 뒤에서 몰래 나랑 몽요의 관계를 이간질시킨 것도 모자라 이렇게 빨리 소경이의 아이를 갖을 줄이야. 정말 무서운 아가씨잖아. 너무 계산적이야! 몽요랑 소경이가 재결합 못 한것도 다 저 아가씨 때문일 거야. 진짜 싸대기를 한 대 날렸어야 됐는데. 우리가 아이를 받아줄 거라고 생각했다면 착각한 거야! 소경이한테 전화해서 당장 오라고 해!” 경성욱은 하람이 정말 화난 걸 보고 찍소리도 못한 채 경소경에게 얼른 전화를 걸었다. 사이가 썩 좋지 않아서 평소에 경소경에게 연락하지 않지만 갑작스러운 전화에 경소경도 끊지 않고 약간 차가운 목소리로 받았다. “여보세요? 무슨 일이세요?” 경성욱은 낮게 말했다. “빨리 집으로 와, 너네 엄마가 사람 잡아먹겠어. 일 터졌으니까 얼른 와!” 경소경은 말없이 전화를 끊고 집으로 향했다. 경소경이 도착했을 때 하람은 이미 목 놓아 울고 있었고 경소경은 이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 “어떻게 된 거예요? 우는 모습 보여주시려고 저 부르셨어요? 저 잘못한 일 없는 거 같은데요?” 하람은 일어나서 그의 가슴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너 안야랑 어떻게 된 거야? 그 애가 아이까지 임신하고 여길 찾아왔어. 너 그런 애 아니잖아? 내가 어릴 때부터 건들이면 안되는 건 탐내지 말라고 가르쳤는
아파트 아래 도착해 차를 주차하고 안야의 번호를 차단해제한 뒤 전화를 걸었다. “내려와요.” 전화 너머 안야는 놀라서 몇 초간 굳었다. “여기까지… 오신 거예요?” 그는 쓸데없는 대답을 하기 귀찮아 전화를 끊었다. 5분도 안 돼서 안야는 집에서 나왔고 안야는 차 뒷좌석에 문을 열고 앉았다. “저 만나러 오신 거예요...?”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 “그쪽도 나 만나고 싶었잖아요. 경가네 공관은 그쪽이 가도 되는 곳이 아니었는데, 말해요. 어떻게 하고 싶어요?” 그녀는 그가 이것 때문에 찾아온 걸 알고 실망했다. “저… 다른 생각은 없고 아이만 잘 낳고싶어요. 내가 성에 안 차시는 거 알아요. 과거에는 제가 그저 진몽요씨 친구였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경소경씨 좋아한지 좀 됐어요. 계속 말은 못 했지만, 두 사람 헤어지고 나서부터…” 경소경은 인상을 살짝 찌푸리고 짜증 섞인 말투로 말했다. “그런 쓸데없는 소리 그만해요. 안 듣고 싶으니까. 아이는 그 쪽 뱃속에 있으니까 낳고 싶으면 낙태하라고 내가 강요는 못하겠네요. 대신 난 이 아이를 인정하지 않을 거예요. 낳으면 앞으로 그 쪽 인생의 걸림돌이 되고 장점이 하나도 없겠지만 지우면 그에 맞는 보상을 받겠죠. 5분 줄 테니까 결정해요.” 안야는 차가운 그의 표정을 보며 믿을 수 없었다. “저를 아무리 싫어하셔도 핏줄까지 버릴 정도인가요? 그쪽 아이니까 제가 낳고 싶은 건데 제가 지우길 바라시나요? 제가 돈 때문에 이러는 줄 아세요? 싫어요, 이 아이 절대 안 지워요! 저희를 버리시더라도 안 지워요!” 경소경은 냉정하게 말했다. “마음대로 해요. 그럼 얘기 끝났으니까 가세요. 맞다, 계약서는 곧받을 거예요, 사인만 해서 보내면 돼요. 아이를 낳은 후에 책임지분 관련된 거예요. 낙태를 강요하진 않지만 낳아도 나랑 상관없는 일이고, 내 아이든 아니든 나한테 강제로 양육비 청구할 수 없고 나도 주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까 잘 생각해요.” 안야는 생각도 안 하고 차에서 내렸다. 경소경이 멀어지
그녀는 뒷걸음질을 쳤다. “우리 집 앞에서 이러지 마. 너랑 경소경씨 문제는 나랑 상관없어. 너가 원해서 그렇게 된 거 아니야? 원해서 그 사람이랑 만나고, 원해서 그 사람 아이까지 가졌잖아. 낳지 못하게 하는 건 두 사람 일인데 왜 나를 찾아왔어? 내가 그 사람한테 결혼도 허락하고 이 아이를 낳게 해달라고 말해줄 수 있을 거 같아? 난 못 해. 못 도와줘. 그러니까 가!” 안야는 그녀의 치맛자락을 잡으며 놓지 않았다. “사장님 제발요… 저는 가족도 없고 이 낯선 곳에서 혼자 어떻게 할지 모르겠어요. 다 제 잘못이에요. 죄송해요. 저를 때려야 마음이 풀리신다면 그렇게 하세요. 저는 사장님이 경소경씨를 설득해서 제가 이 아이를 낳을 수 있게 해주시면 좋겠어요. 이번에 지우면 다시는 못 낳아요. 그러니까 제발요…” 진몽요는 바보가 아니었기에 이 일에 휘말리고 싶지 않았고 지금은 그저 강령이 이 대화를 들을까 봐 두려웠다. 절대 강령에게 이 일을 알려선 안된다. “일단 일어나, 너가 임신했는데 어떻게 때려. 임산부를 때리는 게 사람이니? 나 너 못 도와줘, 다시 말하지만 못 도와줘! 네가 알아서 해. 그러니까 얼른 우리 집에서 떨어져!” 안야는 울면서 말했다. “이렇게 제가 죽어가는 걸 보고만 계실 거예요? 제가 잘못했고, 제가 죄인인 건 알지만 뱃속에 아이는 아무 잘못 없잖아요…” 진몽요는 입술을 깨물고 아무 말 하지 못 했다. 그녀는 여성이 10개월동안 아이를 품고 있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았고 아이를 낳은 후에도 힘들 걸 알았다. 안야는 가족도 없고 임신을 했으니 일도 못할 텐데, 아이를 낳으면 더 일을 할 수 없었다. 육아를 하면 돈도 많이 필요하고 아무리 생각해도 아이를 낳는 게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 안야가 처음부터 아이를 빌미로 돈 뜯어낼 생각이었으면 몰라도… 이제 다들 성인이니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게 애완동물을 키우는 거랑은 완전 다른 문제라는 걸 알고 있었다. 어떤 결과를 낳을지 뻔히 알고 있는데 안야는 지금 그녀를 바보 취급
진몽요는 그녀의 옷깃을 잡으며 말했다. “아니. 너가 또 다시 나를 찾아온다면 꼭 그렇게 할 거야. 못 믿겠으면 두고 보든지.” 안야는 그녀를 노려보며 그녀의 팔을 뿌리치고 뒤돌아 떠났다. 진몽요는 한숨을 쉬면서 허탈하게 벽에 기대였고 얼굴은 창백해져 있었다. 한참이 지나고 난 뒤 평정심을 찾고 열쇠를 꺼내 집으로 들어가자 강령이 물었다. “아까 밖에서 누구랑 대화중이었어? 소리 들린 거 같은데 귀찮아서 안 나가봤어. 누구랑 얘기하던 거야?” 그녀는 대충 둘러댔다. “아까 올라오다가 예전에 알던 동료를 만나서 몇 마디 나눴어요. 밥 하러 갈게요.” 목가네. 온연이 집에 왔을 때 목정침과 아이는 이미 집에 와서 샤워까지 마쳤다. 이제보니 그녀가 제일 한가한 사람처럼 보였다. 목정침은 돈도 벌고 아이도 잘 보니 그녀는 자괴감이 들었다. 그녀는 아이에게 다가가 팔을 벌렸다. “엄마가 안아줄게.” 목정침은 내키지 않는 듯 그녀의 손길을 피했다. “먼저 샤워부터 해. 우리는 이미 다 씻었어. 날씨가 이렇게 더운데 밖에서 땀 많이 흘렸을 거 아니야…” 그가 그녀를 피하자 기분이 이상해졌다. “그래서 내가 싫어요?” 그가 대답했다. “왜? 싫어하면 안돼? 예전에는 내가 너 많이 싫어했었잖아. 아직도 적응 안됐어?” 그녀는 콧방귀를 뀌고 샤워를 하러 올라갔다. 그의 말이 맞다. 그녀가 어렸을 때부터 성인이 된 이후까지도 그의 미움을 받았다. 많은 미움 끝에 결국 좋아하게 됐지만 말이다. 그녀를 매일 좋아해주다가 가끔 미움을 주면 그녀는 분명 견디지 못 할 것이다. 그녀가 옷을 벗고 욕실에 들어가자 목정침은 아이를 안고 욕실 앞에서 알짱댔다. “아이 부끄러워, 엄마 샤워한다…” 그녀는 얼른 타올로 몸을 가렸다. “뭐 하는 거예요? 욕실 좀 불투명한 재질로 바꿔줄 수 없어요? 변태예요? 어쩐지 예전부터 변태 같더라!” 목정침은 아이를 안고 안방에서 나가는 것 같자 온연은 그제서야 마음 편히 타올을 벗었다. 그녀는 머릿속엔 안야가 임
목정침이 나갔다고 생각했는데 그는 나갈 생각이 없었는지 샤워를 하려던 그녀의 뒤에서 토닥였다. “내가 도와줄게… 애가 계속 너 기다리잖아, 내가 도와주면 빨리할 수 있어.” 온연은 고개를 숙이며 그를 보지 못 했고, 그녀는 아직도 그의 앞에 서는 게 적응되지 않았다. “아니에요, 금방 끝낼 수 있어요. 얼른 나가요, 이상하잖아요…” 그는 그녀의 턱을 잡아 올렸고 강제로 눈을 마주치게 만들었다. “뭐가 이상해?” 온연은 그의 블랙홀 같은 깊은 눈동자에 빨려 들어갔고, 뇌가 멈춘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정신을 차리고 난 뒤 자신이 황당해서 그를 밀쳤다. “내가 느리다고 여기서 이러는 건 아니죠. 얼른 나가요!” 온연은 그에게 대답할 기회도 주지 않고 강제로 밀쳤다. “얼른 씻고 애기 밥 줘야 돼요. 아니면 가슴이 너무 불편해서요. 그러니까 당신이라도 나 귀찮게 하지 말아요.” 목정침은 흥미가 떨어진 채 잠옷을 입고 아래층으로 내려갔고, 아이를 유씨 아주머니 품에서데려왔다. “오늘 저녁은 너 혼자 자야겠어. 너도 남자잖아. 독립심을 키워야지. 엄마는 내 거야, 알겠어?” 갑자기, 아이가 움직이지 않았고 목정침은 뜨거운 액체가 몸 위로 흐르는 게 느껴졌다. 유씨 아주머니는 당황했다. “마침 작은 도련님 기저귀 갈아드리려던 참이었어요… 이렇게 빨리 싸실 줄은 몰랐네요. 얼른 가서 옷 갈아입으세요.” 아이는 기저귀를 갈고 난 뒤에 다시 활발해졌고 계속 옹알이를 했다. 처음으로 아이의 오줌을 맞으니 목정침은 기분이 매우 안 좋아져 인상을 쓰며 다시 욕실로 들어갔다. 온연은 귀찮았지만 그의 옷의 남은 흔적을 보고 웃음을 참지 못 했다. “애기들 오줌은 안 더러워요. 우리 아들이잖아요. 좋게 생각해요.” 그는 지금 장난칠 기분이 아니었고 얼른 옷을 벗어 그녀와 함께 샤워기 앞에 섰다. 그는 그녀보다 키가 한 뼘 정도 더 커서 물이 그에게 먼저 떨어진 뒤 그녀의 눈에 들어갔다. 순간 눈이 안 떠져서 뒷걸음질을 치며 수건을 찾으려다 발이 미끄러
예군작은 갑자기 흥미가 떨어져 일어나 옷깃을 정리한 뒤, 바로 클럽에서 나왔다. 온 몸에 술냄새를 풍기며 예가네 저택으로 돌아온 뒤, 저택은 너무 불안할 정도로 조용했다. 그는 취했고, 술기운이 너무 올라와서 비틀거리며 위층으로 올라가며 국청곡의 이름을 불렀다. 국청곡은 자고 있다가 놀라서 깼고, 아이가 혹시라도 시끄러워서 깰까 봐 잠옷 원피스를 입고 일어나서 나와봤다. 그가 계단 입구에 앉아 인사불성이 된 걸 보고 그녀는 마음속 분노가 삭으라 들었다. “왜 이렇게 많이 마셨어요? 저녁에 그렇게 시끄럽게 하면 아이가 깰까 봐 걱정도 안돼요? 가요, 방에 가서 쉬게 내가 부축 해줄게요. 술 많이 마셨는데 속은 괜찮아요?” 그녀가 팔을 뻗어 그의 팔을 잡았을 때, 그는 갑자기 일어나서 그녀를 품에 안았고, 예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힘으로 안았다. 그녀는 살짝 발꿈치를 들었고, 그를 밀어내야 할지 계속 안고 있어야 할지 몰랐다. 그가 분명 사람을 착각한 게 아닐까? 아니면 어떻게 이렇게 평소와 다를 수 있지? 그녀가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그가 갑자기 중얼거렸다. “당신은 나중에 다른 사람을 사랑해서 갑작스럽게 나를 떠날 거예요?” 그녀는 살짝 힘으로 그를 밀어냈다. “아니요. 당신 취했어요, 그만해요. 너무 늦었어요.” 그는 그녀의 말을 듣지 않고, 그녀의 턱을 잡은 뒤 강제로 그를 보게 만들었다. “지금 나한테 왜 이렇게 성의가 없어요? 내가 당신이 싫어하는 일을 많이 했었잖아요, 그럼 날 떠날 생각 해본 적 있어요?” 그녀는 술 취한 남자를 상대하기 피곤해서 솔직하게 답했다. “있어요, 됐죠? 난 당신이 완전 체념할 때까지 기다리다가 아이를 데리고 당신을 떠날 거예요.” 그는 침묵했다. 갑작스러운 고요함은 사람을 두렵게 만들었다. 그의 차가운 눈빛을 보고 국청곡은 단호하게 대답한 걸 후회했다. “당신 술 먹고 주정부리면 나 계속 무시할 거예요.” 그는 무섭게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 그는 강제로 그녀를 안아서 안방으
목정침은 여유롭게 그를 보았다. “어디서 날 봤는데? 목가네는 절대 아닐 테고. 네 당시 그 신분으로는 목가네에 들어올 자격이 없었잖아.” 예군작은 그가 총구를 겨누는 것 같은 그의 말을 신경 쓰지 않고, 여자들을 다 쫒아 낸 뒤 두 사람만 남았을 때 말했다. “맞아, 목가네는 아니야. 우리 엄마랑 내가 살던 아파트 밑이였지.” 아파트 밑? 목정침은 자세히 회상을 했다. 전에 한번 그가 아버지를 따라서 회사에서 회의를 한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한 아파트에 들른 적이 있었다. 아버지는 그에게 오랜 친구를 금방 만나고 올 테니 차에서 기다리라고 했었다. 그는 의구심을 갖지 않고 다른 쪽으로 생각하지 않았었다. 대충 10 여분 정도 기다렸던 것 같은데 아마 그때였던 거 같다. 생각해보니 웃겼다. 아버지는 애인을 만나러 가는 거였는데, 그는 아무것도 모르고 밑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만약 그가 미리 알았더라면 어쩌면 그 후에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이런 일들 때문에, 그는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미움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왜 그가 그런 일을 알게 만든 걸까? 왜 그가 그런 곳에 가게 한 걸까? 아버지는 그를 완전히 바보취급 했었다… 그의 반응을 보며 예군작이 이어서 말했다. “아마 생각났겠지. 그때 나도 밑에서 놀고 있었어. 아버지가 위로 올라가는 걸 보면서, 나도 예전처럼 신나게 따라올라 가려다가 형을 봤어. 그 순간 내 두 다리는 굳어버리고 말았지. 형한테 호기심도 생기고 질투도 나면서, 처음으로 내가 사생아라는 걸 확실히 알게 됐어. 형은 외제차 안에 타고 있고, 제일 좋은 대우를 받고 있었지만, 나는 엄마랑 빛도 안 들어오는 곳에 살면서, 당당하게 아빠랑 나가 보지도 못 했어. 단 한 번도… 나랑 우리 엄마가 아파도, 아버지는 사람을 보내셔서 우리를 병원에 보내주셨지. 난 언제부터 아빠를 싫어했을까…? 거의 기억도 안 나. 근데 갑자기 싫어한 게 된 건 아니고,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감정이 쌓였어. 난 우리 엄마도 싫
국청곡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가 언제부터 자신이 같이 자주길 원했었나? 예전에는 그녀가 방에서 자는 않는 것은 물론, 집에서 자지 않더라도 그는 절대로 묻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일부러 그를 피하고 있었다. 그녀는 요즘 자꾸 그가 이상한 생각을 하는 것 같았는데, 그녀는 출산을 하고 상처부위가 아직 회복이 되지 않은 것 같아 마음에 걸렸다. 그는 절대 남은 이해해 주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회사로 가는 길, 예군작의 얼굴은 매우 어두웠지만, 아택의 얼굴엔 봄바람이 부는 것처럼 기분이 매우 좋아 보였다. 예군작은 아택이 꼴보기 싫었다. “연애라도 시작했어? 아침부터 왜 그렇게 기분이 좋아.” 아택은 정직하게 말했다. “아니요, 그냥 단순히 기분이 좋아서요. 도련님은 왜 아침부터 화가 나셨어요?” 예군작은 국청곡을 떠올리자 화가 났다. “물어보지 마, 말하기 싫어. 오늘은 일찍 퇴근하고 클럽 가서 스트레스 좀 풀자.” 아택은 황급히 말했다. “저는 못 갈 것 같습니다, 도련님 혼자 다녀오세요. 안야씨가 저녁은 집에 와서 먹으라고 해서요.” 예군작은 그의 말에서 눈치를 챘다. “오, 그렇게까지 마음을 쓰는 거야? 이제 놀러도 안 가게? 남자가 그렇게 성실해서 어따 쓰게?” 아택은 사실대로 말했다. “단지 노는 게 지겨워서지, 다른 뜻은 없습니다. 그런 곳에서는 자기자신을 잃기 마련이니 안 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예군작은 아택을 강요하지 않았고 한 사람이 떠올랐다. 그 사람은 목정침이었다. 목정침과 그런 곳에 가면 재밌지 않을까? ...... 저녁. 목정침은 접대가 있다고 말한 뒤 집에 돌아와서 밥을 먹지 않았다. 온연도 그를 매우 믿었기에 더 묻지 않았다. 만약 그가 예군작에게 끌려가서 논 걸 알게 되면 화가 나서 미쳐 버릴 테다. 목정침은 장소에 도착한 후에서야 예군작이 음란하게 놀려는 걸 알았다. 룸 안에는 야릇한 조명이 켜져 있었고, 여자들은 다리를 훤히 내놓고 여러가지 자세를 취하고 있었으며, 예군
아택은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몰랐다. 예전에 예가네에서 어르신 밑에서 목숨을 받쳐 일하느라 너무 힘들어서 연애를 할 시간도 없었다. 나중엔 예군작 밑에서 일을 하면서, 클럽도 다니고 여자를 만나봤지만, 진짜 연애를 하려니 그는 하지 못 했다. 그는 꼭 찌질한 사내자식처럼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가 대꾸를 안 하자 안야는 살짝 실망했다. “대체 이유가 뭐예요? 난 진짜 모르겠어서 그래요, 우리 정상적인 부부처럼 살기로 한 거 아니었어요? 근데… 우리가 지금 부부처럼 살고 있는 게 맞아요?” 아택은 그녀와 처음 자게 되었을 때가 떠올랐고, 그때는 예군작 때문에 임무를 완성해야 한다는 느낌으로 했었다. 그의 목젖이 살짝 움직였다. “가면 되잖아요…” 안야는 그가 매우 원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고, 꼭 그녀가 강요하는 느낌이었다. 그녀는 수치스러워서 입술을 깨물었다. “당신이 싫으면 나도 강요하지 않아요. 어차피 당신도 예군작 같은 사람 밑에서 일하니까 밖에서 많이 해봤을 거 아니에요. 원래 돈 많은 남자들은 다 그렇잖아요, 나 이해해요.” 아택은 머리가 아파왔다. “아니에요, 정말 아니에요. 도련님은 다리를 그렇게 오랫동안 다치셨는데 밖에 나가서 놀 시간이 어딨었겠어요? 이미 성실해지신지 오래 되셨고, 나도 매일 그 분만 따라다니니 혼자서는 더욱 그럴 일이 없어요. 나도… 싫은 거 아니에요. 그냥 시간 좀 필요해서 그래요.” 그가 젓가락을 내려놓자 안야는 빠르게 주방을 정리했다. “당신한데 준비할 시간을 주면 언제까지 시간이 필요할지 모르잖아요. 일단 들어와요.” 그녀는 말을 끝내고 먼저 안방으로 들어갔다. 아택은 어쩔 수 없이 따라 들어갔다. 안야는 갑자기 그를 안았고, 먼저 그에게 키스를 했다.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이 느껴지자, 아택은 숨이 멎었지만 이내 그녀의 허리에 팔을 감쌌다. …… 예군작은 하루종일 일을 하고 집에 돌아왔고, 국청곡이 안방이 아닌 아이방에서 자고 있는 걸 발견했다. 아이 방은 잠겨 있어서
아택은 침을 삼켰다. “아… 그냥 궁금해서 여쭤봤습니다.” 예군작은 일어나서 시계를 보고 외투를 챙겼다. “나 혼자 운전해서 퇴근할게, 너도 들어가.” 예군작은 대답을 한 뒤, 그를 위해 사무실 문을 열어주었고, 두 사람은 회사 문 앞까지 걸어간 뒤 각자의 길을 갔다. 예군작 밑에서 이렇게 오래 일을 하면서, 아택은 여전히 그의 심리를 알 수 없었다. 그는 어르신보다 더 파악하기 힘들었고, 사람의 마음은 깊기 때문에 한 사람을 파악하지 못 한다는 건 절대적으로 두려운 일이었다. 아택이 집에 돌아왔을 때 안야는 아직 자고 있지 않았고, 그들 대신해서 신발장에서 슬리퍼를 꺼낸 뒤, 또 능숙하게 주방에 들어가 그에게 줄 요리를 했다. 그녀가 바삐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아택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놓였다. 아무리 집에 늦게 들어가도 누군가 불을 켜 놓고, 누군가 그를 기다리고, 따뜻한 밥이 준비되어 있는 건 인생에서 가장 편안함을 주는 일이었다. 그는 평소처럼 바로 샤워를 하지 않고, 소매를 걷어 올린 뒤 주방에 들어가 그녀가 요리하는 걸 도왔다. “오늘은 애기가 말 잘 들었어요?” 안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 잘 들었어요, 사실 나 혼자서도 잘 챙길 수 있는데, 아주머니는 안 써도 되지 않을까요? 그러면 매달 소비를 좀 아낄 수 있잖아요. 당신 돈 버는 것도 힘든데, 우리끼리 아껴서 살면 좋잖아요. 당신은 움직이지 말고 좀 쉬어요, 하루종일 일하느라 피곤했을 텐데 이런 건 내가 하면 돼요.” 아택은 그녀에 의해 강제로 옆으로 쫓겨나서 완전히 끼어들 수 없었다. “그런 돈은 아낄 필요없어요. 집안 일도 하고 애도 보는데 당신도 힘들겠죠. 내 일은 엄청 힘든 편은 아니에요. 평소에 대부분은 거의 한가해서요.” 안야는 고개를 돌려 그를 향해 웃었다. “안 힘들면 다행이에요. 사실 내가 봤을 때 예군작씨도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적어도 당신한테는 잘해주니까요.” 아택은 평소에 뒤에서 예군작의 얘기를 하진 않지만, 이 점은
진몽요는 억울해했다. “그러게 누가 나한테 장난치래요? 나도 순간 머리가 안 돌아가서 그런 거잖아요. 그래서 손부터 나간 거고요… 내가 잘못했어요. 나도 민망했어요, 당신 부모님이 다 봤잖아요. 지금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목구멍 밖으로 튀어나올 거 같고, 진짜 창피한 건 나라고요! 어머님 아버님이 봤을 때 내가 엄청 예의 없는 아이로 보였을 거 아니에요! 근데 내가 방금 식당 입구 봤었는데, 우리 몇 명 밖에 없었어요~” 경소경도 진짜로 화가 난 게 아니었다. 그는 그녀의 생각이 단순한 걸 알았기에, 생각이 짧은 건 정상이었다. “알겠어요, 그만 해명해요. 해명하는 건 감추려는 거고, 감추려는 건 사실이라는 거잖아요. 내가 나이를 이렇게 먹고도 참… 됐어요, 어차피 당신이 맨날 집에서 안 그러는 것도 아니니까요. 우리 엄마 아빠는 당신이 이런 사람인 거 이미 알고 있으시고, 이미 머릿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을 거예요. 이번 생에 그 인식은 달라지지 않을 거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진몽요는 호기심에 물었다. “부모님 눈에는 내가 어떤 사람인데요?” 경소경은 입꼬리를 올린 뒤 못된 웃음을 지었다. “생각이 간단하고 사지가 발달된 사람이요.” 이 간단한 한 마디는 당연히 매를 벌었다. 백수완 별장으로 돌아온 후, 진몽요는 시간이 어느정도 됐으니 강령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물었다. “엄마, 집에 들어갔어요? 어떻게 됐어요? 말 좀 해줘봐요.” 전화 너머 강령은 너무 웃어서 주름이 졌다. “난 괜찮은 거 같아. 그 분이 나한테 선물도 준비해 주셨더라고, 근데 사람이 많아서 민망해서 바로 못 주셨데, 그래서 차에서 주셨어. 그 분이 그리신 그림이었어, 그럴듯하게 도장도 찍혀 있더라고. 그 분은 짝을 찾아서 안정적으로 삶을 살고 싶다고 하시는데, 다들 알다시피 그분은 불만이 없고, 내가 마음에 든다길래, 내 의견을 물어봐서 나도 괜찮다고 했지. 그 분 얼굴이 너무 빨개지셔서 어둠속에서도 빨개지신 게 보이더라. 난 그저 그 분이랑 공통된 관심사가 없
강령은 얼굴이 빨개졌다. “네, 좋네요… 제 딸도 샤브샤브를 좋아해서요, 나중에 같이 갈게요.” 진몽요는 이 좋은 소식을 듣고, 이런 자리만 아니었다면 이미 신나게 웃었을 테다. 허영준이 샤브샤브 가게를 갖고 있는 줄은 몰랐고, 이 가게는 정말 그녀의 입맛을 저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건 그녀가 앞으로 샤브샤브를 배 터질 때까지 먹을 수 있다는 뜻인가? 허영준은 경성욱처럼 말이 많지 않아서, 식탁에서는 거의 대화가 없었다. 밥을 다 먹고 식당에서 나온 뒤, 허영준은 강령을 보며 물었다. “혼자 사시죠?” 이 말은 첫 맞선 자리에서 묻기엔 조금 이상했고, 마치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못 하는 목적이 있는 것 같았다. 진몽요는 허영준의 바른 모습을 보고 이상한 생각이 들지 않아 강령을 대신해서 대답했다. “엄마는 지금 혼자 살고 계세요. 그래서 제가 자주 보러가요, 어차피 멀지도 않으니까요.” 허영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다들 가는 방향이 다르시니, 제가 가는 길이 같아서 데려다 드리고 싶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그러면 다들 왔다 갔다 하실 필요 없잖아요.” 그랬다. 허영준은 그저 말이 별로 없었지만 마음씨는 세심해서 이미 가는 길이 같은지 아닌지도 생각하고 있었기에 진몽요는 웃었다. “네, 그럼 부탁드릴게요, 아저씨.” 강령과 허영준이 차를 타고 멀어지자 하람은 진몽요에게 물었다. “네가 봤을 땐 어떤 거 같아?” 진몽요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경소경이 끼어들었다. “이게 이 사람 맞선도 아닌데, 이 질문을 왜 이 사람한테 하세요? 이 사람 생각은 중요하지 않죠, 어머님 마음에 드셔야 하는 거잖아요.” 하람은 그를 노려봤다. “그럼 네가 봤을 땐 어떤 것 같은데? 너희 생각도 중요하지, 아니면 왜 다같이 밥을 먹었겠어? 그럴거면 그냥 두 사람 따로 만나서 얘기 나누게 했지…” 경소경은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사람은 괜찮은 거 같아요, 성실하고, 근데 말은 잘 못 하시네요.” 진몽요는 경소경의 피드백이 너무 일반적이라고
진몽요는 이런 일을 참고 있을 수 없어서, 경가네 공관에서 나오자마자 강령에서 살짝 얘기를 흘렸다. 강령의 태도는 사람을 본 다음에 다시 얘기해보자는 느낌이었고, 이미 한번의 실패를 통해서 조금 더 현명해졌기 때문에, 이번에는 제대로 상대를 봐야 했다. 순식간에 주말이 다가왔고, 진몽요는 원래 온연이랑 놀러 나가기로 했던 약속을 취소했다. 온연은 진몽요가 엄마에게 맞선을 주선하려는 걸 알고 의아해하지 않았다. 사람은 늘 그런 것 같았다. 나이가 젊든 많든, 다들 짝이 있어야 했다. 사람은 원래부터 무리지어 사는 동물이니 그 누구도 혼자 외롭게 살고싶어 하지 않았다. 백수완 레스토랑에 예약한 룸에 경소경은 요리를 배치한 뒤, 모든 게 준비가 다 되어 있었고, 이제 봄바람만 불어오면 됐다. 그 ‘봄바람’은 아직 오지 않았다. 강령은 잘 관리한 얼굴에 홍조를 띄웠다. “사돈, 그 분 만나 뵌 적 있으시죠? 좀 웃기실 것 같지만, 저 조금 긴장되네요. 이런 일까지 다들 출동해주시니 조금 죄송해서요.” 하람은 웃었다. “만난 적 있어요, 저희 집 사람보다 더 바르게 생겼으니 걱정 마세요. 마음이나 겉모습이나 다 이 사람보다 나으니까요.” 경성욱은 옆에서 감히 반박하진 못 했다. 그의 동문이 어디가 더 낫단 말인가? 그가 그렇게 후졌나? 사람들이 거의 30분정도 기다린 뒤, ‘봄바람’이 도착했다. 얼굴엔 비록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었지만, 여전히 젊었을 때의 풍채가 보였다.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있듯이, 경성욱의 동문은 여러 방면에서 못난 게 없었다. 젊은 사람을 사이에 있어도 경소경처럼 인기가 많았고, 이 나이를 먹었어도 여전히 잘생긴 아저씨였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제가 나올 때 근처에서 차가 막혀서, 마음은 급했는데 방법이 없었어서요. 제가 사죄의 의미로 이번 식사 대접하겠습니다.” 경성욱이 말수가 적은 걸 알고 분위기를 살리는 일은 다 하람이 했다. “괜찮아요 허씨, 저희가 남도 아닌데요 뭘.” 말을 하면서 그녀는 강령의
경소경은 경성욱이 아이를 안고 싶어하는 걸 알고 바로 아이를 건네주었다. “한번 보세요.” 경성욱은 기쁘게 아이를 받은 한번 살펴보았다. 사실 기저귀는 갈은지 얼마 안돼서 깨끗했다. 경소경이 한가한 걸 보자 진몽요는 그를 째려봤고 경소경은 눈물없이 울고 있었다. 그는 아이를 안기 싫은 게 아니라 기회가 없었던 거였다. 식사 시간. 아이는 유모차 안에서 분유를 먹고 있었고, 유모차는 하람 옆에 있어서 하람은 밥을 먹으면서도 아이를 놀아주었다. 진몽요는 하람은 완전 존경했다. 처음에 그녀는 하람이 아이에 대한 열정이 한 순간일 줄 알았고, 시간이 지나면 아이를 귀찮아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그녀의 모습은 여전했고, 늘 손에서 놓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니 하람에게 아이를 맡겨서 그녀도 안심이 되었다. 갑자기, 하람은 그녀를 보며 물었다. “요즘 내가 애 보느라 사돈이랑 쇼핑할 시간도 없었고, 연락할 새도 없었는데, 넌 사돈이 혼자 계시는데 걱정 안되니?” 진몽요는 걱정이 없는 편이라,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어서 대답했다. “걱정할 게 뭐 있어요? 집에 대문 보안도 최고로 설치해 두었으니 괜찮아요. 제가 엄마 집에 가기도 해요, 시간만 있으면 가거든요.” 하람은 헛기침을 두 번 했다. “그… 사돈한테 새 짝 찾아드릴 생각은 없어? 너도 이제 시집왔고, 사돈도 계속 혼자 계시면 심심하시잖아, 나중에 나이 들었을 때 짝이 있으면 좋잖아. 지금은 비록 젊으셔서 마음대로 노실 수 있어도 혼자면 있으면 외롭기 마련이니까…” 중매하는 일은 하람도 처음이라 어떻게 얘기를 꺼내야 할지 몰랐고, 진몽요가 신경쓸까 봐 더 걱정했다. 진몽요는 그제서야 하람의 뜻을 이해하고 문득 깨달아서 말했다. “아아아… 그 일은 저도 생각 했었어요. 엄마도 예전에 스스로 노력해보셨는데, 적절한 사람을 못 찾았어요, 다 이상하고 못 미더운 사람들이었거든요. 저도 지금은 거기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어서, 제가 생각을 많이 못 해드린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