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Chapter 511 - Chapter 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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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1장

마침 가게에 손님이 없었다. 란샹은 주방 문을 닫아버리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아. 무슨 일인지 나한테 말해봐. 나 입 무거워. 혼자만 알고 있을게. 말하면 좀 나아질 거야." 진몽요도 곁에 없고… 란샹에게 말하는 수밖에 없었다. "언니… 어제 목정침이 찾아왔어. 다쳤더라고. 그냥 놔둘 수가 없어서 집에 들였는데… 다시 얼굴 보며 살아야 하잖아… 이혼하는 거 말고는 더 마주칠 일 없다고 생각했는데…" 란샹은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지 못했다. 뭐라 판단하기 어려웠다. "잘했어. 낯선 사람도 도와주는데… 게다가 목정침은 네 남편이잖아.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모르고, 목정침이 왜 다쳤는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제일 힘들 때 널 찾아갔다는 얘기잖아. 너한테 마음이 남은 게 분명해. 그냥 마음이 따르는 대로 행동해. 그러면 돼. 네 자신한테 한번 물어봐. 목정침한테 어떤 감정인지. 마음이 떠났다면 확실히 끊어내고, 아직 남았다면 꼭 잡아. 절대로 놓으면 안 돼. 나중에 후회해도 소용없어. 한평생 그리워하기엔 인생은 너무 길어. 엄청 힘들 거야."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다고 해도, 그게 너네 둘 사이에 걸림돌이라고 해도 이거 하나는 꼭 기억해. 고난은 이겨낼 수 있다는 거. 감정은 등산이랑 같아. 세상에 오르지 못하는 산이 어딨어? 날 봐. 그때는 너무 힘들어서 이혼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렇게 용서가 안 됐나 싶어." 온연은 란샹의 입장이 자신과 같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뭐가 그렇게 힘들었어?" 란샹은 한숨을 쉬었다. "말하면 비웃을 것 같은데? 그냥 이런저런 작은 일들. 애 낳고 나서 바로 육아휴직 썼거든. 시어머니가 그랬어. 애 낳으면 자기가 봐주겠다고. 그래서 애도 낳은 건데. 낳고 나니까 사람이 180도 변해버리더라고. 산후조리 하는 동안에도 내가 애 봤어. 밤에는 애 젖먹이기 편하다고 떠밀고 낮에는 장 본다는 핑계로 떠밀고. 밥 차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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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2장

란샹이 흐뭇하게 웃었다. "맞아. 우리 야야 엄청 착해. 말도 엄청 잘 듣고. 내 인생의 유일한 버팀목이야. 요즘 퇴근이 늦어졌잖아? 그래서 요즘 일부러 집안일도 안 하고 있어. 일하는 것도 힘들어 죽겠는데 무슨 집안일이야. 그거 신경 쓸 정신없어. 손이 없으신 것도 아닌데 뭐. 알아서 하시겠지. 그래서 요즘 엄청 뭐라 하셔. 집에만 가면 싸운다니까. 옛날에는 돈 안 번다고 뭐라 하시던데. 이제는 더 트집 잡을 것도 없겠지. 여긴 물가도 싸서 살만한데 뭐. 이제 뭐라고 트집 잡나 보자." 온연은 그녀의 말에 동의했다. "벌써부터 그랬어야 했어. 너한테 뭐라고 하면 당신네 아들 찾아가라고 해. 잘해주지도 않으면서 바라는 게 뭐 그렇게 많으셔? 맞다. 우리 계속 배달시켜 먹잖아. 계속 그렇게 먹는 것도 몸에 안 좋을 것 같고… 그래서 가게에서 만들어 먹을까 하는데. 번갈아서 만들어 먹는 거 어때? 식비는 내가 댈게." 좋은 생각이라고 생각했다. 란샹은 직원들이랑 상의를 해보더니 온연의 말대로 하기로 결정했다. 란샹의 얘기를 들어준 것뿐인데… 온연의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점심. 목정침이 걱정됐던 온연은 집으로 돌아갔다. 목정침이 아직 집에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온연은 집으로 들어섰다. 식탁 위에 놓여있던 라면은 이미 비워졌다. 그릇도 깨끗이 치워져 있었다. 살짝 열린 안방 문 사이로 침대에 누워있는 목정침이 보였다. 아직 집에 있었다… 온연은 안방 문을 두드리며 담담하게 물었다. "점심 뭐 먹을래요?" 목정침은 예상하고 있었다. 온연이 집에 들어올 거라는 걸. 그래서 오전 내내 침대에 누워있었다. "아무거나." 온연은 냉장고를 둘러보았다. 채소가 좀 남아있었다. 그녀는 냉장고에 남아있는 채소로 아무거나 만들어냈다. 그녀는 만든 음식을 식탁 위에 올려놓고는 가게로 돌아갔다. 그를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온연이 만든 음식은 맛이 없었다. 도무지 목정침의 입맛에는 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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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3장

목정침이 몸을 닦고 욕실을 나왔다. 그녀는 부끄러움을 숨긴 채 그의 상처를 처리해 줬다. 그리고는 그의 옷을 씻기 시작했다. 그의 정장은 무척이나 비쌌다. 그 옷을 세탁기에 돌릴 엄두가 나지 않았던 그녀는 손빨래를 하기 시작했다. 그의 팬티를 씻던 그녀는 얼굴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너무 부끄러웠다. 목정침은 침대에 누워 바깥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평소에 하던 방법대로 해야 하나? 경소경의 방법이 목정침의 성격이랑 어울리지 않았다. 온연이 자꾸 성질을 살살 긁어댔다. 이러다가는 폭발할 것 같았다. 몸에 걸쳐진 잠옷이 그를 답답하게 했다. 일부러 그런 건가? 내 취향 분명히 알고 있을 텐데, 왜 이런 캐릭터 잠옷을 사 온 거지? 오리 패턴… 갈아입을 옷만 있었어도… 새벽 12시가 되어서야 그녀는 일을 다 끝냈다. 그녀는 불을 끄고 소파에 누웠다. 목정침에게는 인내심이 남아있지 않았다. 천천히 다가가라고? 이런 환경에서, 서로 이렇게 바쁜데? 그는 침대에서 내려오더니 소파로 걸어가 온연을 쳐다보았다. "나랑 같이 돌아가자." 어둠속, 온연의 몸이 얼어버렸다. 그녀는 아직 깨어있었다. 그녀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녀가 깨어있다는 사실을 목정침도 알고 있었다. "맞아. 내가 널 속였어. 그 오랜 시간 동안. 내가 왜 널 옆에 뒀겠어? 내가 널 쉽게 포기할 것 같아? 전에도 말했었지? 자유롭게 살고 싶으면 그렇게 하라고. 대신 1년 만이라고. 1년, 다 된 것 같은데. 지금은 이렇게 네 의견을 묻고 있긴 하지만, 결국에는 내가 원하는 데로 될 거야. 난 네가 다시 목씨 집안으로 들어오게 할 방법이 수만 가지나 있어. 너도 알 텐데. 제 발로 들어오는 게 제일 쉬운 방법이라는 걸." 온연이 일어나 앉더니 그를 쳐다보았다. "상처 다 나으면 그때 다시 얘기해요." 상처의 출처가 생각나자 갑자기 조금 창피해졌다… 그의 가슴이 답답했다. "이깟 상처가 뭐라고? 내가 고작 이것 때문에 가만히 있을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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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4장

목정침의 말투는 무척이나 씁쓸했다. "내가 너한테 그런 존재야? 내가 네 하늘을 무너트렸어?"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더 이상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이었다. 그와의 기억이 아름다웠다고 해도 상관없다.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고통이었으니까. 시간은 두 사람 사이의 갈등을 해결해주지 않았다. 앉아서 조용히 얘기를 나눌 상황이 아니었다. 어둠 속, 목정침의 표정이 읽히지 않았다. 찰나의 정적 끝에 그는 노트북을 챙기고는 집을 나섰다. 문이 닫힌 그 순간, 온연은 몸을 움직였다. 그를 붙잡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지는 않았다. 이 집을 나갔다는 건 아무 일도 없을 거라는 자신이 있다는 것이다. 그녀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목정침은 오피스텔 근처의 호텔로 향했다. 전에 그 기사는 이미 잘린 지 오래였다. 그 기사 대신 진락이 차를 운전했다. 역시 진락이 제일 편했다. 전에 그 기사를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았다. 자신의 등을 저 지경으로 만든 멍청이. 그는 호텔 침대에 누워 노트북으로 경소경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 금세 신호가 걸렸다. 화면에는 경소경의 얼굴만 어렴풋이 보였다. 주위가 어두웠다. 경소경이 짜증 난다 듯 신경질을 부렸다. "지금이 몇시인지 알아? 왜 전화야? 나도 사생활 좀 즐기자." 경소경이 여자랑 같이 있다는 건 생각하지도 알 수 있었다. "나 지금 호텔에 있어." 그 말이 경소경을 놀라게 했다. 그는 몸을 일으켜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쫓겨났어?" 목정침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내 발로 나온 거야. 못 참겠더라고. 얘기가 잘 안됐어." 경소경이 인상을 찌푸렸다. "일이 복잡하게 됐는데? 너 그럴 줄 알았다. 근데 너 옷이 그게 뭐야? 오리야? 이런 게 네 취향이었어?" 목정침이 이를 악물었다. "그런 거 신경 쓰지 말고 딴 데 집중해줄래? 온연한테는 강압적으로 행동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어떤 방법이든 상관없어. 내 옆에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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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5장

온연은 마침 카운터를 보고 있었다. 그녀가 예의 바르게 물었다. "아주머니, 뭐 필요하신 거라도 있으세요?" 아주머니는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신비롭게 물었다. "란샹이라는 사람 여기서 일하는 거 맞죠?" 란샹 얘기가 나오자 온연이 대답했다. "란샹씨 오늘 쉬어요. 그래서 안 왔어요." 아주머니가 웃었다. "월차 낸 거 알아요. 내 며느리거든요. 어제 손녀가 갑자기 열이 나서. 그냥 여기서 출근하는 게 맞는지 확인하려고 왔어요. 여기서 한 달 일하는데 월급이 얼마예요?" 눈앞에 있는 사람이 란샹의 외할머니라는 사실을 알자 온연의 기분이 묘해졌다. 그에 대한 인상이 순간 나빠졌다. 그녀는 란샹의 시어머니를 다시 훑어보았다. 건드리면 안 될 것 같았다. 파마를 한 갈색 머리에 높은 구두를 신고 있었다. 메고 다니는 가방도 무척이나 세련됐고 눈썹도 진하게 문신을 하고 있었다. 누가 봐도 관리받은 얼굴이었다. 평소에 수수하게 하고 다니는 란샹과 선명하게 대비되었다. 란샹은 그렇게 수수하게 다니는데 시어머니는 이렇게 화려하게 치장하고 다닌다고? 아프기는 무슨! 누구보다도 더 건강해 보였다. "아주머니, 월급 같은 건 언니한테 직접 물어보세요. 말씀드리기 곤란해요." 온연이 대답을 안 해주자 란샹의 시어머니는 불만인 듯 입술을 삐죽거렸다. "아가씨 사람이 왜 그래요? 그냥 우리 며느리 월급 물어보는 것뿐인데 왜 그렇게 빡빡하게 굴어요? 여기가 무슨 정식적인 회사도 아니고 고작 디저트 가게면서? 내가 남도 아니고 가족인데? 아침 일찍 나가서 저녁 늦게 들어오는데. 애도 나 몰라라 하고, 그렇다고 그렇게 힘들어 보이는 것도 아니고. 가게가 그렇게 바쁜 것 같지도 않던데. 누가 알아요? 뒤에서 무슨 짓을 하고 다닐지." 온연은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애써 웃어 보이며 말했다. "아주머니, 그렇게 말하시면 안 되죠. 가게에 CCTV 있어요. 못 믿으시겠으면 직접 확인해 보세요. 저희 가게도 바쁠 땐 바빠요. 한가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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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6장

거실에 놓은 핸드폰이 갑자기 울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황급히 걸어가 전화를 받았다. 진몽요였다. "연아, 요즘 어때? 잘 지내?" 온연이 불쌍한 척 연기를 했다. "잘 못 지내… 혼자 사는 거 너무 무서워. 저녁에 퇴근할 때마다 100메터 달리기를 한다니까. 솔직히 말해서 무서울 게 없긴 한데… 너도 알잖아, 나 겁 많은 거. 아 맞다. 넌 어때? 경소경이랑 잘 지내고 있지?" 오늘은 경소경의 집에 가지 않았다. 집에 손님이 왔기 때문이다. "그럭저럭… 근데 나 너무 걱정돼. 인터넷에서 공략법 같은 거 찾아봤는데, 경소경같은 남자한테는 밀당을 많이 해야 한데. 자꾸 하자는데로 하면 금방 질린다고. 그래서 제도에 돌아온 후부터 이틀 동안 약속을 거절했거든. 근데 화를 내더라고. 그래서 지금은 거의 매일 경소경 집에서 자고 있어. 이러다 나한테 금방 질리면 어떡하지? 나 너무 불안해." '자고 있다', 그 말이 너무 많은 내용을 포함하고 있었다. 온연이 바보도 아니고. "네 말은… 매일 밤…? 경소경 너무 한 거 아니야? 내가 뭐라 할 문제는 아니지만… 경소경이 그렇게 진지하게 연애하는 사람은 아니잖아. 너랑 다른 감정을 가지고 있을수도 있어. 만약 걔가 널 어떻게 한다면 내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너도 너무 걱정하지 마. 자꾸 의심하는 것도 안 좋아. 걔가 어떤 사람인지는 지내보면 알게 되잖아. 여자의 촉을 믿어봐. 네가 선머슴처럼 행동하긴 해도 여자긴 하잖아." 진몽요가 콧방귀를 꼈다. "너 지금 나 욕하는 거야? 그냥 낮에는 서로 각자 할 일하고, 저녁에 만나고, 아침에는 집에 데려다주는 게 좀 이상한 것 같아서 그래. 연애하는 것 같지 않아. 딱 그… 그거… 같잖아. 이제부터는 반항해 보려고. 진도도 좀 늦춰봐야지. 계속 이렇게 만날 수는 없으니까." 온연은 제대로 된 연애를 해본 적이 없었다. 진몽요의 연애사에 대해 뭐라 할 말이 없었다. "나도 뭐라 해줄 말이 없다. 네가 편한 데로 해. 나 너무 배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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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7장

이모님의 방문에는 목적성이 다분했다. 그녀의 눈이 반짝거렸다. "그 뜻이 아니라. 너희 집 땅 팔아서 부자 됐다며? 우리 조카랑도 이제 어울릴 것 같은데… 좀 만나봐도 되지 않나? 내가 자리 한번 만들어볼게!" 강령은 아무 태도도 취하지 않았다. 옛날에는 사는 게 너무 빡빡해서 자꾸 진몽요한테 결혼하라고 닥달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집에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남자는 천천히 골라도 된다. 진몽요는 남이 자기 일에 이래라 저래라하는 걸 제일 싫어했다. "안 갈래요! 솔직히 말할게요. 저 남자친구 있어요! 소개해주지 않아도 돼요!" 강령이 조금 의아해했다. "있다고? 누구?" 이모님은 그녀의 말을 하찮게 여겼다. "설령 너한테 남자친구가 있다고 해도 우리 조카보다 조건이 좋겠어? 우리 조카 무시하지 마. 내가 너 어릴 때부터 봐와서 특별히 소개해주는 거야!" 진몽요는 마음속으로 이모님을 욕했다. 어릴 때부터 봐와서 특별히 소개해준다고? 명절에 한 번씩 만난 것도 봐왔다고 할 수 있나? 집이 망했을 땐 연락 한 번도 없었으면서… 이제 와서, 이게 무슨 수작이지? 그녀는 이런 사람을 세상에서 제일 싫어한다. "아니에요. 마음만 받을게요. 조카님이 그렇게 좋으면 딴 사람 찾아보시든가요." 이모님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넌 무슨 애가 말을 그렇게 하니?" 진몽요는 더 이상 그녀와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방 안으로 들어갔다. 강령도 마찬가지였다. 그냥 체면 차리느라 몇 마디 맞장구 쳐준 거지. 강령은 손님을 보내고는 진몽요의 방으로 들어갔다. "남자친구 생겼다며? 누구야? 속일 생각 마!" 그냥 그 당시의 상황을 모면하려고 한 말이었는데… "거짓말한 거야!" 강령은 믿지 않았다. "거짓말인지 아닌지 내가 모를 거 같아? 경소경 맞지? 누굴 속여? 요즘 내내 핸드폰만 보고 있잖아. 문자에, 통화에, 밤에는 집에도 안 들어오고. 경소경 아니기만 해봐! 확 머리를 걷어차 버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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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8장

디저트를 다 만든 후 그녀는 목정침의 정장을 꺼냈다. 벌써 돌려주고 싶었는데 마침 엘리가 이렇게 찾아왔으니. 잘된 일이다. "이거 좀 돌려주세요…" 팬티는 이미 그녀에 의해 정장 안쪽에 숨겨졌다. 봉투에 넣기까지 했는데 들키지는 않겠지? 그녀는 일부러 말하지 않았다. 말하기엔 너무 부끄러웠다. 정장을 확인한 엘리는 조금 놀랐다. "이거… 제가 목대표님한테 전해드려야 하나요?" 온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전해주세요." 엘리는 아무 말 없이 디저트와 정장을 챙기더니 가게를 나섰다. 사무실에 돌아온 그녀는 물건들을 목정침에 책상에 올려놓았다. "대표님, 사모님이 전해드리라고 한 정장입니다." 목정침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그냥 아무 데나 둬." 목정침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걸 알아챈 그녀는 황급히 봉투를 들어 한쪽으로 치워버렸다. 과격한 행동 때문인지 옷 속에 숨긴 팬티가 흘러나왔다. 엘리의 얼굴이 뜨거워 났다… 그 광경을 보지 못한 건지 목정침이 담담하게 말했다. "유삼도씨 좀 불러줘." 엘리는 멍해졌다. "유삼도씨가 누군데요?" 그는 사무실 밖을 쳐다보며 말했다. "부르면 대답하겠지." 그녀는 자신의 아이큐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항상 완벽하게 모든 일을 해냈었는데… 오늘 대체 왜 이러지? 이런 초보적인 실수도 저지르고… 그녀는 표정 관리를 하며 사무실을 나섰다. "유삼도씨! 사무실로 들어오세요!" 화장실 근처에 있던 작은 사무실의 문이 열렸다. 유삼도씨가 황급히 앞으로 달려 나왔다. "네! 목대표님 비서분 맞으시죠? 엄청 아름다우시다고 들었는데. 백문이 불여일견이네요." 이런 칭찬에 이미 익숙해진 그녀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얼른 들어가세요." 이런 칭찬은 이제 그녀에게 아무런 감흥도 안겨주지 못한다. 유삼도가 사무실로 들어간 후 그녀는 탕비실로 들어섰다. 그들이 마실 차를 준비하고 했다. 저 사람들이 자신을 존중해주고 친절하게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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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9장

말을 잘못했다 생각한 란샹은 입을 닫았다. 빠르게, 목정침의 차가 가게 밖에 멈추어 섰다. 진락이 차에서 내리더니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여기서 제일 잘나가는 디저트 두 개만 주세요. 아메리카노 두잔이랑요." 두 개… 차 안에는 목정침과 엘리가 있었다. 온연의 눈썹이 일그러졌다. "왜 저렇게 구두쇠처럼 굴어요? 세명이서 두 개만 시킨다고요?" 그녀는 질투 어린 자신의 말투를 알아채지 못했다. 진락은 그녀의 눈빛을 피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온연은 진락의 태도를 이상하게 생각했다. 옛날부터 사모님이라고 부르던 사람이… 결혼하기 전에도 아가씨라고 꼬박꼬박 불러주던 사람인데… 왠지 멀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마치 남이라도 된 것처럼… 목씨 저택에서 나왔으니 남이 맞긴 하지만, 이렇게 단호하게 끊어낼 필요는 없지 않나? 진락도 이러는데, 그럼 유씨 아주머님이랑 임집사도…? 목정침이 거둬줘서 알게 된 인연이긴 하지만… 고작 집 하나 나왔다고 이렇게 남이 돼버린다고… 나중에 목씨 집안에 새로운 안주인이 생기면 아예 완전이 남이 돼버리는건가? 목정침한테서 벗어나겠다는 생각 하나로 집을 나온 터라 그렇게 많은 걸 고려하진 못했다. 그동안 쌓아왔던 모든 게 사라질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자신을 걱정해주던 사람까지도. "오늘 장사 끝났어요." 그녀는 창밖에 세워진 차를 보며 차갑게 말했다. 진락은 그리 오래 머물지 않았다. 바로 몸을 돌려 가게를 나섰다. 한참을 운전하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 "사모님이… 안 파신다고…" 엘리가 목정침을 쳐다보았다. "벌써 다 알아봤어요. 회사에서 한 주문은 모두 사모님이 받으세요. 대표님이 주문한 것까지요. 우리한테만 안 파신 거 보면 제 예상이 맞는 것 같아요. 가게 닫기에는 아직 이른 시간이잖아요. 그냥 팔기 싫어서 안 판 거예요." 목정침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난 언제쯤 걔를 찾아갈 수 있는데?" 엘리는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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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0장

란샹도 그 기사를 봤다.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기까지 했는데, 안 보기가 더 힘들었다. "연아… 내가 오지랖 부리는 게 아니고… 그게… 다 봤잖아. 무슨 생각 없어?" 온연은 침착하게 핸드폰을 껐다. "아니. 없어. 나랑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해. 그 사람이랑 이미 오래전에 끝난 사이야." 상관없다고? 온연의 얼굴에 '신경 쓰임'이라고 쓰여있었지만 란샹은 그녀의 말을 눈감아 주었다. 오전 내내 가게의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아무도 온연에게 평소처럼 장난을 치지 못했다. 온연이 아무리 아무렇지 않은 척 연기를 해도 소용이 없었다. 모두 알고 있었다. 아무일 없는 척 하는 것, 온연이 제일 잘하는 것이다. 오후, 가게에 갑자기 사람의 그림자가 들어섰다. 안야가 긴장감에 빠졌다. "디저트 다 팔렸어요! 이제 없어요!" 엘리는 주방 쪽을 흘겨보았다. "디저트 직접 만들어서 파는 거 아니었어요? 아직 가게 손님도 많던데… 제가 들어오자마자 다 팔렸다고요? 저한테 팔기 싫은 거 아니고요?" 안야는 거짓말이 서툴렀다.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란샹은 노련한 사람이었다. 가게에 손님이 이렇게나 많은데, 디저트가 없다고 하면 매출에 영향을 줄게 분명했다. "아니에요. 몰라서 그래요. 뭐 필요하세요?" 엘리는 안야를 무시한 채 또각또각 소리를 내며 카운터로 걸어갔다. "'열애 중인 딸기' 두 개랑, 아메리카노 두잔 주세요." 란샹의 얼굴에 자본주의적인 미소가 지어졌다. "죄송합니다, 손님. '열애 중인 딸기'가 없어요." 엘리는 눈썹을 들썩였다. "지금 만드시면 되잖아요. 오래 기다린다 해도 상관없어요. 저희 대표님이 꼭 드시고 싶다고 하셔서." 란샹은 표정이 일그러질 것만 같았다. "잠시만요, 사장님한테 한번 물어볼게요." 그녀는 주방으로 들어갔다. "연아, 그 엘리라는 사람이 디저트 사러 들어왔는데… 그… '열애 중인 딸기'를 주문했어. 대표님이 꼭 드시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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