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Chapter 91 - Chapter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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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91장

#온연이 따뜻한 죽을 그의 앞에 내밀었다.“죽 드시고 속 달래세요.”“나가.”목정침은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대꾸했다. 온연은 제자리에 선 채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임집사님 지금 짐 싸고 계세요. 임집사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주세요?”목정침은 미간을 문지르더니 참을 수 없다는 어조로 말했다.“반복하게 하지 마.”온연은 입을 꾹 다물었으나 자리에서 벗어나지는 않았다. 목정침은 그런 그녀를 무시 한 채 옷을 갈아입으려 몸을 일으켰고 온연은 다급해졌다.“진몽요네 보석 재료를 훔쳐간 사람이 결국은 죽은 채로 발견됐고, 속상한 친구를 달래주러 갔을 뿐이에요, 모든 건 제 스스로 한 행동이에요! 임집사님과는 상관없으니 차라리 저에게 벌을 줘요!”목정침은 정장으로 갈아입고 시계를 내려다보고는 말했다.“2분 줄 테니 날 설득해. 그런 허튼소리 하지 말고.”온연은 마음을 졸이며 말했다.“전 더 이상 입양됐던 어린애가 아니에요, 당신의 부인이라구요! 어쨌든 지금의 관계가 되었고 우리가 일을 처리하는 방식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목정침이 그런 그녀를 담담히 쳐다보았다.“그럼, 먼저 아내다운 모습을 보여야하는 거 아닌가? 밤늦게 돌아오는 건 좋은 습관이 아닌 것 같은데?”그 말을 들은 온연은 바람 빠진 고무공처럼 어깨가 축 쳐졌다.“그건… 제가 잘못했어요.”목정침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너, 일을 처리하는 방식을 바꿔야한다고 했지. 네 어릴 때 잘못 배운 방식으로 일 해결하려 하지 마.”그렇게 말하며 발은 이미 문을 나서고 있었다. 그녀는 다급히 그의 앞을 막고 까치발로 서서 그의 뺨에 입술을 살짝 맞대었다.“제가 잘못 했다니까요… 이제 그만 화 푸세요?”순간 그의 몸이 경직되었고 그녀의 행동에 의아함을 느꼈다. 온연은 방금 자신의 행동이 강연연이 그에게 애교를 부릴 때와 비슷하다고 생각했고 자신은 싫어하는 행동이지만, 의식적으로 그가 이런 말투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다.온연은 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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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92장

#전화기 너머 목정침은 파트너와 계약을 맺던 상황이었다. 전화 벨소리에 방해가 되어 불쾌해진 목정침은 발신자를 확인하지도 않고 핸드폰을 꺼버렸다.계약을 마친 후, 호텔로 돌아와서야 그는 핸드폰을 다시 켰고, 온연의 부재중 전화를 마주한 그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온연은 일반적으로 그에게 전화를 잘 걸어오지 않았었다. 급히 다시 전화를 걸었으나 긴 수신음 끝에 차가운 여성의 목소리만 흘러나왔다.‘연결이 되지 않아, 음성 사서함으로 연결되며……’이내 저택으로 전화를 다시 걸었고, 전화를 받은 것은 유씨 아주머니였다.“온연은?”유씨 아주머니는 위층을 힐끗 보더니 대답했다.“사모님께서 요 며칠 상태가 좋지 않으세요. 어젯밤에도 밤새 방에 불이 켜져 있었으니 아마 제대로 못 주무신 듯해요. 방금 막 잠드셨어요.”목정침은 무의식 중에 한숨을 흘렸다.“그래, 일어나면 나한테 연락하라고 전해줘.”전화를 끊자마자 또 다시 벨소리가 울려왔다. 발신자는 강연연이었다. 그는 업무로 인한 피곤함에 그녀를 대할 겨를이 없어 오는 전화를 닥치는 대로 끊었지만, 단념하지 않는 듯 곧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그는 짜증이 나 잠시 망설이다가 이내 수신 버튼을 누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전화기에서는 강연연의 억울한 듯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오빠, 왜 전화 끊었어? 누구랑 통화했는데? 출장에서는 언제 돌아오는 거야? 보고싶어~”싫증 날 정도로 아양 떠는 목소리를 듣자 그의 눈에 혐오감이 내비쳤고, 목소리에는 아무런 감정도 담기지 않았다.“내가 어딘지, 뭐하는지 일일이 너한테 보고해야 하나? 강연연, 네 위치가 어딘지 잘 생각해. 넌 그저 온연의 이복동생일 뿐, 그 의외에는 아무것도 아니야. 알아들어?”강연연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지금… 지금 뭐라고? 오늘 일이 잘 안 풀렸어? 그럼 내가 방해 안 할게, 화 내지 마……”그는 인정사정도 없이 관계를 깨끗이 정리했다.“난 여태껏 너한테 분명히 말해왔어, 네가 부풀려 생각했을 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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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93장

#강연연은 가뜩이나 마음이 답답했는데, 온연의 편을 드는 진함의 말에 더욱 화가 치밀었다. “지난번엔 걔를 위한다고 날 때리더니, 욕하는 것조차 허락 안된다 이거야? 개가 내다버린 쓰레기밖에 더 돼? 딸이라고 할 수도 없잖아! 걔를 감싸서 뭐하는데? 양심의 가책이라도 느껴서 그래? 엄마 노릇 하기에는 이미 늦지 않았나? 뭘 그렇게 능청을 부려?!”진함의 안색이 확연히 어두워졌다.“강연연, 너 한 번만 더 다시 그런 말 지껄이면, 그때부턴 내 딸도 아니야!”온연 때문에 다투는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더 이상 진함과 다투는 것이 귀찮게 느껴질 지경이었다.“그래, 난 당신 딸 아니야. 걔야말로 당신 딸인 거야! 됐지?!”진함은 싸늘한 표정으로 발걸음을 돌렸고, 이내 강연연을 침실에 둔 채 문을 잠궈버렸다.“너 가라앉으면 그 때 열어줄 줄 알아. 다시는 나 화나게 하지 마!”목가네 저택, 온연이 잠에서 깨어났을 때는 이미 날이 어두워진 후였다. 안색이 안 좋아 보이는 온연을 함부로 깨울 수가 없었다. 그저 깨어난 온연에게 따뜻한 죽을 건네 줄 뿐이었다. 온연은 죽에서 나는 해산물 냄새에 입맛을 잃어버렸다.“아주머니, 저 못 먹겠어요… 비린내 안나는 걸로 바꿀 수 있을까요? 목정침은 언제 돌아온다는 얘기 없었나요?”“응, 그런 얘긴 없었는데, 너 일어나면 전화 하라고 하시더라.” 온연이 놀라 급히 핸드폰을 보았다. 역시나 부재중 전화가 찍혀 있었다. 급히 그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그 무렵, 목정침은 식사 자리에서 울리는 전화에 조심스레 화면을 확인하였고, 온연임을 확인한 목정침은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밖으로 나가 전화를 받았다.“무슨 일이지?’온연은 혹시나 그가 바쁜 상황일까 싶어 쓸데없는 말은 하지 않기로 했다.“출장 중 이시죠? 언제 돌아오세요?”목정침은 룸 안을 슬쩍 보고는 말했다.“모레쯤, 큰 사업이 있을 거야. 별 일 아니면 기다리고, 중요한 거면 직접 찾아오도록 해.”온연은 머뭇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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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94장

#그로부터 30분 후, 목정침은 드디어 이성과 함께 식당을 나섰다. 이성의 비서와 진락 역시 동행하고 있었다. 온연은 그들을 발견했음에도 차 앞에 가만히 서있었고, 두 일행이 떠난 후 목정침과 진락만 남은 후에야 마중을 나갔다. 목정침은 그런 그녀를 보고는 얼떨떨해 했다.“언제 도착한거지?”온연은 얼어서 빨갛게 된 두 손을 주머니에 잽싸게 집어넣었다.“방금이요, 나오실 때 딱 맞춰 왔어요.”그녀의 뺨은 바람에 맞아 새빨개져 있었다. 목정침은 장님이 아니었고, 그런 그녀의 말을 믿지 않았다.“차에 타. 일단 호텔로 가지.”호텔에 도착한 후 목정침은 가장 먼저 샤워를 하기 위해 욕실로 들어섰다. 그가 씻는 동안 온연은 그에게 어떻게 말을 꺼낼지 계속 고민하였으나 욕실문이 다시 열릴 때 까지도 완전히 생각해낼 수 없었다. 그는 샤워 가운을 걸친 채 담배에 불을 붙이고는 욕실을 나섰고, 두 모금 채 빨지 않고 담배를 눌러 꺼버렸다.“무슨 일이지?”온연은 긴장하여 단 한글자도 내뱉지 못했고, 작은 얼굴은 곧 새빨개졌다. 목정침은 샤워하기 전 벗어 놓은 시계를 들고는 만지작거렸다.“진몽요네 집 일과 관련된 건가?”온연은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목정침은 그녀를 올려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이건 내가 도와주고 말고의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 어떤 기업이든 흥망성이 있지만, 이번 일로 내가 잃은 건 단지 그 재료 200억만이 아니야. 그 재료들이 나에게 만들어줄 가치까지 잃었다고. 가장 큰 피해자는 나 아닌가? 넌 왜 나를 곤란하게 만든 이들을 동정하라 하는 거지? 재료를 잃어버린 건 그들의 부주의였고, 사업가로서 나는 최후의 수단을 쓸 수밖에 없었어. 그게 설령 진가를 궁지에 몰아넣었다 해도, 난 같은 선택을 했을 거야. 알아들어?”그의 도리를 온연은 모두 이해했으나, 지금은 그 밖에 도움을 청할 이가 없었다.“그럼 사업가의 시각에서 보지 않는다면요? 그 손실이 얼마였는지 가격을 매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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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95장

#무슨 생각이 있다는 것인지 온연은 그의 말에 선정적인 뜻이 있는 줄 알았으나, 곧 자신의 생각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몹시 피곤하였는지 거의 눕자마자 잠이 들었다. 온연 역시 샤워를 마치고 조심스레 침대 가장자리에 몸을 뉘였으나 잠은 오지 않았고, 몸을 함부로 움직일 수도 없었다.그때 갑자기 목정침의 핸드폰에서 알람음이 울렸다. 마침 온연의 머리 맡에 놓여 있었기에, 그녀는 자연스레 몸을 일으켜 화면을 확인하였다. 오빠, 자? 내가 잘못했어… 너무 보고 싶어, 그쪽으로 가도 될……뒤의 내용은 읽지 않았으나, 분명 짐작이 갔다. 강연연이 그를 찾아오려 하였다. 목정침을 향한 원망이 무기력 해졌다면, 강연연과 진함을 향한 화는 강에서 바다의 크기가 되었다고 굳이 말할 수 있었다. 온연은 무언가 사악한 생각이 들었다. 곧 목정침의 핸드폰으로 답장을 보내려 하였으나 잠금 장치에 의해 멈칫해야했다. 그녀는 곰곰이 회상해 보았다. 예전에 목정침이 다른 곳에서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온연이 떠보자는 마음으로 1027을 입력했는데, 잠금 장치가 풀렸다. 그녀가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목정침, 지금 자고 있어요.이내 강연연이 직접 전화를 걸어왔고, 온연은 목소리를 가다듬고 수신 버튼을 눌렀다. 전화가 연결되자마자 강연연의 앙칼진 목소리가 들려왔다.“너 누구야?!”온연의 말소리는 작았지만, 절대 기세가 꺾이지 않았다.“누구겠니? 강연연, 내가 네 나이였을 때는 유부남 건들일 엄두도 못 냈는데, 네 엄마는 뻔뻔하게 널 지지까지 해주는거니? 오래 살고 볼 일이네.” 강연연은 온연의 목소리에 오히려 안도의 한숨을 내 뱉었다. 그에게 또 다른 사람이 생긴 게 아닌 것을 확인한 강연연은 교활하게 그녀에게 욕설을 내뱉기 시작했다.“네가 오빠를 잡을 능력이 없는 거면서, 왜 나를 탓해? 넌 완벽한 오빠에게 유일한 오점이야. 당장 너를 걷어차도 모자라!”온연은 이불에 얼굴을 묻어 최대한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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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96장

#온연의 몸이 빳빳하게 경직되었다. 이런 일에는 아직 두려움이 강했다.“저, 저 잘 수 있어요! 낮잠을 자서 아직 잠이 안 오는 거예요. 주무세요, 안 깨우도록 할게요……”목정침은 더 이상 말이 없었고, 손의 움직임도 없었다.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새까만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하지만 목정침 역시 눈을 뜨고 있었고 그의 눈은 방금 깨어난 것 같지 않았다.이튿날 아침, 온연은 악몽에서 깨어났다. 난방에 적응이 안되어 온몸에서 땀이 났고 일어나자마자 난방을 조절하였다. 날이 밝았지만 목정침은 아직 깨지 않은 상태였다.온연은 침대 맞은편 소파에 앉아 핸드폰으로 뉴스를 검색했다. 어젯밤이후, 진몽요의 공장은 완전히 무너진 듯했다. 신문은 제도 서열 3위의 보석 가공 공장이 도산 된 것을 대대적으로 보도하였다. 거액의 빚까지 하나하나 까발렸다.온연은 힘이 쭉 빠졌다. 진몽요의 추락을 지켜보았으나, 도움이 되지 못했다. 온연은 고개를 들어 침대위의 남자를 바라보았다. 깊이 잠든 그의 모습에는 심각함 이라고는 없었다. 사람들에게 친절하지 않고, 온연에게는 냉담하지 않은 것이 비로소 그의 진실된 모습이었다. 온연과 가장 가까운 그였다.오전 8시, 목정침은 거의 정시에 깨어났고, 온연은 그에게 온수 한잔을 따라 주었다.“난방 때문에 건조해요. 물 좀 드세요.”그는 잠시 그녀를 훑어보다가 이내 물을 받아 들었다.“오늘 누굴 좀 만날 건데, 같이 가도록 하지.”온연은 불편해서, 나가고 싶지 않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끝내 입가에 닿은 말을 삼켰다. 그는 거절당하는 것을 싫어했다.목정침은 볼 일을 보러 나섰고, 온연은 오전 내내 호텔에 머물러야 했다. 점심 무렵, 진락이 차로 그녀를 고급 레스토랑으로 안내하였다. 역시 조용한 귀빈실이었고, 창밖의 사람들은 눈에 보이기만 할 뿐, 시끄러운 잡음은 들려오지 않았다.온연이 그곳에 들어서자 목정침과 머리카락이 희끗한 한 노인이 앉아 있었다. 과한 사치를 부리지 않은 듯했고, 오히려 절제된 멋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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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97장

#목정침은 늦은 오후에는 별 일이 없는지 밖에 나가지 않았고, 대신 쇼파에 앉아 노트북으로 일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온연은 하품이 계속되어 잠을 쫓고자 대화 주제를 찾다가, 저도 모르게 모창해가 말한 그 일을 언급하였다.“정말 동생이 있으신 거에요?”목정침의 손이 뻣뻣이 굳더니 안색마저 어두워졌다.“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해? 그게 진짜면, 진작 날 찾아와서 재산을 분배하려 들었을 거야.”온연은 대화 주제를 잘못 선택한 것을 깨닫고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졸음에 정신을 못 차리는데, 온연의 핸드폰에서 문자 알람음이 울렸다.나도 J시에 있어.J시는 현재 목정침과 자신이 있는 도시였다. 메시지를 보낸 이는 누구일까? 그녀가 여기 있는 것을 어떻게 알아낸 거지? 온연의 심장이 마구 뛰기 시작했다. 생각의 생각을 거쳐 온연은 이 번호가 심개 일 것이라고 대담하게 추측하였다. 온연은 잔뜩 긴장하며 목정침을 쳐다보았다. 목정침이 눈치채지 못했음을 확인하고는 이내 ‘누구세요?’라는 답장을 보냈다. 곧바로 답장이 왔다.나 심개야. 지금 웨스트 카페에 있는데, 올래?온연은 무의식 중에 ‘응.’ 이라고 회신하였고, 곧바로 문자 내역을 삭제했다. 잠시 후 마음을 진정시킨 후에야 온연은 입을 열었다,“저 거리 구경하다 들어와도 될까요? 너무 심심해요…”목정침은 일에 집중하며 고개도 들지 않고 대답하였다.“가봐, 멀리는 가지 말고. 진락이 따라다니면 불편할 테니 혼자 다녀와. 호텔 이름 기억해 둬. 길 잃으면 택시라도 타고 돌아와.”그는 뜻밖에도 그녀가 길치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요 몇 년 동안 온연은 목가 저택에 가는 길 밖에 몰랐기에, 당장 J시에서는 북쪽이 어느 방향인지도 감이 안 왔다.온연은 그에게 대답하고는 거리로 나왔고, 지나가는 이들에게 웨스트 카페로 가는 길을 물었고, 약간은 불안해졌다. 웨스트 카페는 목정침이 있는 호텔에서 불과 200미터 떨어진 곳에 있었다. 그녀는 되돌아갈까 생각했다. 만약 그에게 들켰다가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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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98장

#”잘해줘, 누구도 목정침을 흉보지 않는 걸. 안 그래?”온연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떨구었고, 심개의 따가운 시선이 닿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그치… 나도 그가 누구보다 네게 잘 해주길 바래.”심개의 말을 들은 온연은 고개를 더욱 숙일 수밖에 없었다. 온연은 더 이상 무거운 분위기가 싫어 이내 화제를 돌려 말을 건넸다.“몽요네 집안 일 너도 들었지? 내가 어떻게 도와줄 방법이 없어……”심개가 고개를 끄덕여보였다.“응, 나도 들었는데… 나도 도울 방도가 없는 것 같아. 액수가 너무 커. 은행 빚이랑 다른 건 보름안에 집을 비워내면서 갚을 것 같고, 남는 건 목정침에게 진 빚이야. 어림 잡아 몇 억인데 갚지 못할게 분명해… 목정침이 어떻게 처리할지 지켜 봐야겠어. 폭력적인 빚 독촉은 절대 용납못해. 목정침의 사람됨으로는 그렇게 하지도 못하겠지만… 차차 갚는데도 모자란다면 평생 갚아야하겠지.”온연의 눈살이 찌푸려졌다.“다 갚을 때까지, 내가 몽요를 도울거야!”심개가 어렴풋이 미소를 지었다.“나도 있는 걸, 우리 같이 돕자.”두사람은 마치 그 해 함께했던 학교로 돌아간 듯했다. 그러나 온연은 몰랐다. 호텔의 목정침은 핸드폰 위 그녀의 위치 표시를 확인하고는 진락에게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웨스트 카페에서 뭐 하고 있는지 찾아봐.”머지않아 진락이 그에게 전화를 걸어왔다.“도련님… 그… 사모님께서……”목정침은 마음속으로 이미 짐작한 듯했다.“바로 말해.”“…심개와 같이 있는 듯 합니다.”진락의 손에 식은땀이 났다. 목정침은 이내 핸드폰을 바닥에 세게 내팽겨쳤다. 얼굴은 분노로 일그러졌다. 온연이 자꾸만 그의 믿음을 져버리고 그를 몰아붙이고 있다. 온연이 웨스트 카페를 나설 무렵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했다. 심개가 보낸 메시지가 핸드폰 화면에 띄워졌다.연아, 우리에겐 많은 시간이 남아 있어. 내가 널 잊지 않게 해줘.마음속이 흐린 하늘과도 같았다. 회신은 하지 않았다. 뭐라고 답을 해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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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99장

#그녀의 행동은 충분히 도발적이었으나, 목정침의 눈에는 짜증만 가득 차 올랐다.“이제 그만 가봐도 돼.”강연연은 어리둥절했다. 달갑지 않은 소리였다.“무슨 소리야, 오빠. 어제 밤새 달려와서 오늘 겨우 만났는데, 방금 만난 사람한테 가라니? 말도 안 돼~”“두 번 말하게 하지 마.”그는 침대 위 여자를 쳐다보지 않았다. 눈 밑에 분노가 점점 차오르는 듯했다. 강연연은 할 수 없이 자리를 떠야만 했고 목정침이 받았던 메시지를 떠올렸다. 내용을 보지는 못했지만 분명 그 메시지 때문일 것이다. 누가 그녀를 방해했는지, 속으로 만 번쯤 저주를 내렸다.이튿날, 목정침은 홀로 모창해와 그 식당에서 약속을 잡았다. 모창해가 도착했고, 온연이 보이지 않자 웃음 지으며 물어왔다.“온연은?’목정침은 감정을 잘 숨겼다. 그는 봄바람에 젖은 듯한 미소를 띄웠다.“일이 생겨서 먼저 제도로 돌아갔어요. 모삼촌, 어제 하신 말… 진심이세요?”모창해의 술을 따르던 행동이 약간 경직되었다가 이내 평상시처럼 돌아왔다.“무슨 말? 어제 과음을 했더니…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이 안 나네.”“괜찮아요, 잊으셨다면 어쩔 수 없죠.”목정침이 그를 향해 웃어 보였다. 모창해가 말을 이었다.“난 원래 술을 마시면 허튼소리를 해대니까, 너무 마음에 두지 마. 그냥 흘려들으면 돼. 그나저나 닝닝이랑 너를 엮어주려 했는데… 이렇게 곧바로 결혼할 줄은 몰랐네.”목정침은 모창해의 막내 딸 모닝의 모습을 떠올렸다. 지난 번 만났을 때 그가 17살, 그녀는 겨우 13살 이였다. 그가 못마땅한 듯 말을 돌렸다.“삼촌, 장난하지 마세요. 모닝이랑 저는 성격이 맞지 않아요.”모창해는 말없이 웃었다. 그의 딸은 여전히 그의 애간장을 태웠고, 지금까지도 마음에 드는 사위를 찾지 못하였다.제도 중심 병원, 진몽요는 어머니 강령과 함께 그의 아버지 진중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4인용 병실이었다. 다른 환자들의 가족들은 하루 종일 재잘거려 댔고, 진몽요는 화를 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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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00장

#그 환자의 가족은 자신의 집에서 몇 년 동안이나 쓴 듯한 다 낡은 보온병을 건네었다.“자요! 배상했어요! 됐죠?”진몽요는 그 보온병에 손도 대지 않았는데도 닭살이 돋아왔다.“보온병 있는데도 물 받으러 안 간 겁니까? 어디 병 있어요 당신?”상대방은 대가족을 방패삼아 기세등등하게 일어섰다.“누구한테 병이 있냐는거야? 고작 보온병 하나, 당신도 망가뜨리면 될 일 아니야?! 이게 무슨 성가신 꼴이야?”강령은 평생을 재력가의 사모로 살아온 지라 이러한 싸움에 익숙하지 않았다. 그저 진몽요를 뒤에서 감싸 안아왔다.“괜찮아, 괜찮아. 몽요. 하나 더 사면되지. 조용히 하자. 아버지가 제대로 못 주무시잖아.”진몽요는 그 가족들을 매섭게 노려보고는 문을 박차고 나갔다. 그녀의 얼굴에 심기가 불편하다고 써 있는 듯하였다. 누구든 지금 그녀를 건드렸다가는 재수가 없을 것이었다. 그녀는 머리를 쭉 뺀 모양새로 엘리베이터로 돌진하듯 나섰는데, 역시나 누군가와 부딪히게 되었다. 가뜩이나 예민한 진몽요가 목청을 돋우며 소리쳤다.“눈 똑바로 안 뜨고 다녀요?! 먼저 내리고 타는 것도 못 배웠나?!”부딪힌 제 가슴팍을 어루만지던 경소경의 안색이 안 좋아졌다.“이봐요, 할머님. 난 움직이지도 않았는데, 내가 누굴 건드렸다는 거야? 너 혼자 부딪힌 거잖아!”진몽요는 그 사람이 익숙한 그 사람임을 알고는 더욱 눈이 뒤집혔다.“누군가 했더니만, 키만 컸지 머리는 안 자랐나 보네. 비켜!”경소경이 그녀를 확 잡아당겼다.“기다려, 누구더러 머리가 안 좋다는 거야? 너 좀 지나친 것 같은데, 난 널 건들이지도 않았을 뿐더러, 널 구해주기까지 했잖아? 나한테 빚진 1억, 아직 너한테 갚으라고도 안 했어.”진몽요는 ‘빚진’ 이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심정이 폭발하였다.“나 돈 없어. 우리집은 몇 백억이나 이미 빚지고 있어! 설령 네가 갚으라고 해도 난 못 갚아. 그래, 너 나 건들인 적 없어. 그냥 내가 눈꼴 시려서 그랬다! 됐냐? 손 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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