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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98장

작가: 레몬맛 고양이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2-06-30 12:30:24
#”잘해줘, 누구도 목정침을 흉보지 않는 걸. 안 그래?”

온연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떨구었고, 심개의 따가운 시선이 닿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치… 나도 그가 누구보다 네게 잘 해주길 바래.”

심개의 말을 들은 온연은 고개를 더욱 숙일 수밖에 없었다. 온연은 더 이상 무거운 분위기가 싫어 이내 화제를 돌려 말을 건넸다.

“몽요네 집안 일 너도 들었지? 내가 어떻게 도와줄 방법이 없어……”

심개가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응, 나도 들었는데… 나도 도울 방도가 없는 것 같아. 액수가 너무 커. 은행 빚이랑 다른 건 보름안에 집을 비워내면서 갚을 것 같고, 남는 건 목정침에게 진 빚이야. 어림 잡아 몇 억인데 갚지 못할게 분명해… 목정침이 어떻게 처리할지 지켜 봐야겠어. 폭력적인 빚 독촉은 절대 용납못해. 목정침의 사람됨으로는 그렇게 하지도 못하겠지만… 차차 갚는데도 모자란다면 평생 갚아야하겠지.”

온연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다 갚을 때까지, 내가 몽요를 도울거야!”

심개가 어렴풋이 미소를 지었다.

“나도 있는 걸, 우리 같이 돕자.”

두사람은 마치 그 해 함께했던 학교로 돌아간 듯했다. 그러나 온연은 몰랐다. 호텔의 목정침은 핸드폰 위 그녀의 위치 표시를 확인하고는 진락에게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

“웨스트 카페에서 뭐 하고 있는지 찾아봐.”

머지않아 진락이 그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도련님… 그… 사모님께서……”

목정침은 마음속으로 이미 짐작한 듯했다.

“바로 말해.”

“…심개와 같이 있는 듯 합니다.”

진락의 손에 식은땀이 났다. 목정침은 이내 핸드폰을 바닥에 세게 내팽겨쳤다. 얼굴은 분노로 일그러졌다. 온연이 자꾸만 그의 믿음을 져버리고 그를 몰아붙이고 있다.

온연이 웨스트 카페를 나설 무렵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했다. 심개가 보낸 메시지가 핸드폰 화면에 띄워졌다.

연아, 우리에겐 많은 시간이 남아 있어. 내가 널 잊지 않게 해줘.

마음속이 흐린 하늘과도 같았다. 회신은 하지 않았다. 뭐라고 답을 해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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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의 행동은 충분히 도발적이었으나, 목정침의 눈에는 짜증만 가득 차 올랐다.“이제 그만 가봐도 돼.”강연연은 어리둥절했다. 달갑지 않은 소리였다.“무슨 소리야, 오빠. 어제 밤새 달려와서 오늘 겨우 만났는데, 방금 만난 사람한테 가라니? 말도 안 돼~”“두 번 말하게 하지 마.”그는 침대 위 여자를 쳐다보지 않았다. 눈 밑에 분노가 점점 차오르는 듯했다. 강연연은 할 수 없이 자리를 떠야만 했고 목정침이 받았던 메시지를 떠올렸다. 내용을 보지는 못했지만 분명 그 메시지 때문일 것이다. 누가 그녀를 방해했는지, 속으로 만 번쯤 저주를 내렸다.이튿날, 목정침은 홀로 모창해와 그 식당에서 약속을 잡았다. 모창해가 도착했고, 온연이 보이지 않자 웃음 지으며 물어왔다.“온연은?’목정침은 감정을 잘 숨겼다. 그는 봄바람에 젖은 듯한 미소를 띄웠다.“일이 생겨서 먼저 제도로 돌아갔어요. 모삼촌, 어제 하신 말… 진심이세요?”모창해의 술을 따르던 행동이 약간 경직되었다가 이내 평상시처럼 돌아왔다.“무슨 말? 어제 과음을 했더니…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이 안 나네.”“괜찮아요, 잊으셨다면 어쩔 수 없죠.”목정침이 그를 향해 웃어 보였다. 모창해가 말을 이었다.“난 원래 술을 마시면 허튼소리를 해대니까, 너무 마음에 두지 마. 그냥 흘려들으면 돼. 그나저나 닝닝이랑 너를 엮어주려 했는데… 이렇게 곧바로 결혼할 줄은 몰랐네.”목정침은 모창해의 막내 딸 모닝의 모습을 떠올렸다. 지난 번 만났을 때 그가 17살, 그녀는 겨우 13살 이였다. 그가 못마땅한 듯 말을 돌렸다.“삼촌, 장난하지 마세요. 모닝이랑 저는 성격이 맞지 않아요.”모창해는 말없이 웃었다. 그의 딸은 여전히 그의 애간장을 태웠고, 지금까지도 마음에 드는 사위를 찾지 못하였다.제도 중심 병원, 진몽요는 어머니 강령과 함께 그의 아버지 진중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4인용 병실이었다. 다른 환자들의 가족들은 하루 종일 재잘거려 댔고, 진몽요는 화를 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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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환자의 가족은 자신의 집에서 몇 년 동안이나 쓴 듯한 다 낡은 보온병을 건네었다.“자요! 배상했어요! 됐죠?”진몽요는 그 보온병에 손도 대지 않았는데도 닭살이 돋아왔다.“보온병 있는데도 물 받으러 안 간 겁니까? 어디 병 있어요 당신?”상대방은 대가족을 방패삼아 기세등등하게 일어섰다.“누구한테 병이 있냐는거야? 고작 보온병 하나, 당신도 망가뜨리면 될 일 아니야?! 이게 무슨 성가신 꼴이야?”강령은 평생을 재력가의 사모로 살아온 지라 이러한 싸움에 익숙하지 않았다. 그저 진몽요를 뒤에서 감싸 안아왔다.“괜찮아, 괜찮아. 몽요. 하나 더 사면되지. 조용히 하자. 아버지가 제대로 못 주무시잖아.”진몽요는 그 가족들을 매섭게 노려보고는 문을 박차고 나갔다. 그녀의 얼굴에 심기가 불편하다고 써 있는 듯하였다. 누구든 지금 그녀를 건드렸다가는 재수가 없을 것이었다. 그녀는 머리를 쭉 뺀 모양새로 엘리베이터로 돌진하듯 나섰는데, 역시나 누군가와 부딪히게 되었다. 가뜩이나 예민한 진몽요가 목청을 돋우며 소리쳤다.“눈 똑바로 안 뜨고 다녀요?! 먼저 내리고 타는 것도 못 배웠나?!”부딪힌 제 가슴팍을 어루만지던 경소경의 안색이 안 좋아졌다.“이봐요, 할머님. 난 움직이지도 않았는데, 내가 누굴 건드렸다는 거야? 너 혼자 부딪힌 거잖아!”진몽요는 그 사람이 익숙한 그 사람임을 알고는 더욱 눈이 뒤집혔다.“누군가 했더니만, 키만 컸지 머리는 안 자랐나 보네. 비켜!”경소경이 그녀를 확 잡아당겼다.“기다려, 누구더러 머리가 안 좋다는 거야? 너 좀 지나친 것 같은데, 난 널 건들이지도 않았을 뿐더러, 널 구해주기까지 했잖아? 나한테 빚진 1억, 아직 너한테 갚으라고도 안 했어.”진몽요는 ‘빚진’ 이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심정이 폭발하였다.“나 돈 없어. 우리집은 몇 백억이나 이미 빚지고 있어! 설령 네가 갚으라고 해도 난 못 갚아. 그래, 너 나 건들인 적 없어. 그냥 내가 눈꼴 시려서 그랬다! 됐냐? 손 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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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01장

    경소경이 씁쓸하게 웃었다. “아니요. 저쪽 따님이랑 아는 사이에요.”갑자기 손에 들었던 금두꺼비를 뺏긴 듯한 기분이 든 간호사는 실망감이 가득 찬 말투로 그에게 말했다. “아…네, 그럼 바로 수속 밟아 드릴게요.”한 편 목가네에서는 온연이 자신이 가진 돈 전부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전에 그린 그림도 인터넷에 올려 팔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림을 팔아 벌어들이는 수입은 너무 불안정했다. 그때 더 고민하지 않고 일을 그만두어 버린 게 너무 후회되었다. 몽요네 집이 이런 일이 생길 줄은 생각도 못 했다. 고정수입이 없는 지금 상태로는 그녀를 도와주기 역부족이었다. 그녀는 손에 있던 돈을 몽요에게 보내주었다. 혹시라도 몽요가 돈을 받지 않을 가봐 특별히 그녀에게 당부했다. ‘이 고비 우리랑 같이 버텨 나가자. 넌 혼자가 아니야. 나랑 심개가 있잖아. 혼자 다 짊어지려고 하지 마.”온연이 보낸 돈과 문자를 본 순간 진몽요의 눈물샘이 터져버렸다. 새로 산 보온병을 들고 병원으로 걸어가면서 펑펑 눈물을 흘렸다. 그녀를 의아하게 쳐다보는 사람들의 시선도 신경 쓰지 않은 채.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고 했었던가? 막 병원을 나가려는 경소경은 꼴사나운 그녀의 모습을 봐버렸다. 순간 그녀에 대한 동정심이 비웃음으로 바뀌었다. “아니…… 여기서 뭐 하는 거예요? 보온병 사는데 그 사람이 안 깎아줘서 울고 있는 거에요?”진몽요는 눈을 희번덕 거리며 그를 쳐다보았다. “그쪽이 뭔 상관인데요?”갑자기 그녀를 놀리고 싶은 마음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물어보는 것도 안 돼요? 나한테 악감정 있어요?”그를 보면 볼수록 그녀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치밀어 오르는 화를 참지 못한 그녀는 더욱더 거세게 울기 시작했다. “흑흑… 그쪽 비뇨기과에 상담하려고 병원에 왔죠? 성병에라도 걸린 거예요?”경소경은 입술을 삐죽거렸다. 그를 쳐다보는 주위 사람들의 눈빛이 순식간에 혐오감으로 가득 찼다. “무슨 소리에요! 전 갈 테니까, 혼자 울든지 말든지 알아서 해요! 누가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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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02장

    그 생각이 들자 진몽요는 복도 끝으로 걸어가 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참이 지나서야 전화가 연결됬다. 전화를 받는 전지의 말투는 무척 냉랭했다. “무슨 일이야?”진몽요는 지금 그의 태도가 어떤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만약 그가 겉으로만 차갑고 속으로는 따뜻한 사람이라면 그녀는 그를 받아들일 수 있었다. “고마워.”전지는 노트북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건 지 생각해 보지도 않고 그가 대답했다. “뭐가?”그녀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녀의 입꼬리가 씰룩거리기 시작했다. “시치미 떼지마. 네가 우리 아빠 병원비 기부해 준 거지? 뭐하러 익명으로 했어? 요즘 냉랭하게 굴어서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요즘 집에 일이 너무 많아서 신경을 못 썼어. 화내지 마. 시간 나는 대로 찾으러 갈게.” 그녀의 말에 전지는 눈살을 찌푸렸다. 무심결에 자신이 한 게 아니라고 부인하고 싶었지만 입 밖으로 말이 나오지가 않았다. 그의 집중력이 노트북에 몰려 있어 대답할 겨를이 없었다. “바빠서 끊을게.”…목정침이 목가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자정이 넘는 시간이었다. 이미 잠이 들었던 온연은 아래에서 들리는 차소리에 그만 잠이 깨버렸다. 요즘 계속 이런 상태가 반복된다. 깊게 잠들지 못하고 작은 소리에도 잠이 깨고.안방 문이 누군가로 인해 갑자기 열려버렸다.그녀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J시 호텔방에서 들었던 목소리가 자꾸 머릿속에 맴돌았다. 자신이 왜 이런 일을 신경 쓰고 있는지 그녀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방으로 들어온 목정침은 바로 욕실로 들어갔다. 그는 사워를 끝낸 뒤 바로 집을 나섰다.밤새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그녀는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다음날 그녀가 아침을 먹으러 거실로 내려갈 때 마침 목정침도 서재에서 나왔다. 그들 사이에는 아무런 교류도 없었다. 그녀는 핸드폰을 들어 그에게 문자를 보냈다. ‘저 오늘 병원에 몽요 아버님 뵈러 가요.’목정침은 문자를 확인했지만 답장을 하지 않았다. 그의 눈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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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03장

    그들이 대화하는 사이 병실 문이 갑자기 누군가에 의해 열렸다. 병실로 들어오는 사람을 보자 진몽요가 마른 기침을 하며 온연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고개를 돌리던 온연은 그만 심개와 눈이 마주쳐버렸다. “너도 왔구나.”더 간단할 수 없는 인사에 수많은 감정이 담겨 있었다.심개는 들고 온 영양제를 침대 맡에 올려놓았다. “아버님 뵈러 왔는데, 너도 있을 줄은 몰랐네. 여기 환경… 너무 별로다. 몽요야, 내가 일인 병실로 옮겨 줄게.”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어제 진몽요와 원한이 생긴 환자 가족들이 부러워 하면서 말 했다. “빚이 산더미 면서 무슨 일인실이래…”진몽요는 손을 내밀어 가슴을 툭툭 치더니 침대 사이의 커튼을 쳐 버렸다. “저 딴 개소리 신경 쓰지 마.”그 말을 들은 환자 가족이 커튼을 확 잡아당겼다. “누가 누구보고 개라는 거야? 사람 됨됨이가 이러니까 공장이 망하지. 사업이 잘되면 뭐해. 사람이 덜 됐는데. 꼴 좋다!”진몽요는 소매를 걷어 올렸다. “싸우고 싶어서 환장했어? 언제 한번은 싸우려고 했는데, 너 오늘 잘 만났다!심개와 온연이 그런 그녀를 말렸다. “됐어. 하지마.”이런 상황을 보게 되자, 온연과 심개는 더욱 진중을 일인 병실로 옮겨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주 평범한 일인 병실이라도. 지금 진중에게 제일 필요한 것은 조용한 환경에서 쉬는 것이었다. 일인 병실에서라면 적어도 이렇게 복잡한 일은 안 생길 테니까.그들의 설득 끝에 결국 진몽요가 동의를 했다. 하지만 진중은 여전히 아무 말이 없었다. “이 상황에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아. 몽요랑 몽요엄마 그 고생하게 해놓고 나 혼자만 편하게 지낼 수는 없지. 난 괜찮아. 진짜로.”심개가 대답했다. “아버님, 돈 걱정은 하지 마세요. 오기 전에 미리 돈 좀 찾아왔는데 아마 충분할 거예요.”마지막에 이렇게 딸 덕을 보게 될 줄은 진중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의 표정에는 기쁨인지 슬픔인지 모를 감정이 피어올랐다.병실을 바꾸고 난 뒤 진몽요는 심개와 온연을 배웅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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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04장

    진몽요는 젓가락을 문 채 넋을 놓았다. 그녀는 심개와 온연을 번갈아 보더니 이내 말을 잇지 않았다. 이 일은 그녀가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심개는 인상을 쓰며 그녀에게 물었다. “여긴 어떻게 알고 온 거야?”고만만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그의 옆에 앉았다. “지나가다 들린 거라고 하면 믿어줄 거야?”심개는 아무 말이 없었다. 옆에 앉아있던 온연이 그에게 말했다. “식사하셨어요? 괜찮으시면 같이 드실래요?”고만만은 그녀를 향해 살짝 웃어 보이더니 직원을 불러 수저 한 세트를 추가했다. “밥 먹고 할 일들 없으시죠? 좀 이따 심개랑 같이 쇼핑하기로 했는데! 같이 가실래요?”“전 일자리 찾으러 가봐야 해요.” 온연이 먼저 선수를 쳤다.“전 아빠 간호하러 다시 병원에 가봐야 해요. 둘이서 가세요.” 진몽요도 급히 대답했다.고만만이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그들에게 말했다. “할 수 없죠. 그럼 둘이서 가는 수밖에.”이윽고 심개가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이제 배불러.”고만만이 입에 새우 반 마리를 물고는 무해한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그것밖에 안 먹어? 이 집 음식 맛있는데, 더 먹지…”그녀의 털털한 성격이 진몽요와 몹시 닮아 보였다. 진몽요는 그녀가 싫지 않았다. 심개가 어두운 얼굴을 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걸 보자 진몽요가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저 친구 원래 저래요. 항상 적게 먹었어요. 신경 쓰지 말고 계속 먹어요.”고만만은 이내 밥 먹는것 에만 집중했다. 그녀는 넷 중에서 제일 마지막으로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배부르게 먹은 그녀는 입을 닦았다. “저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심개 나 기다려줘야 해~”자리를 떠나 화장실로 들어간 순간 그녀는 구역질을 시작했다. 심개가 아니었다면 그녀는 절대로 이곳의 음식을 삼키지 않았을 것이다. 이곳의 음식들은 한입만으로도 그녀를 토하게 만들었다.먹은 것을 거의 다 토하고 그녀는 물을 한 입 가득 마시고, 입 안에 남은 냄새와 잔여물을 씻겨냈다. 그녀는 거울 속에 비친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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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억지로 괜찮은 척하는 그녀를 눈치챘지만 진몽요는 모른척했다. “다시 생각 해 보니까 목정침 정말 나쁜 사람이다. 결혼 한지 삼 년이 되도록 결혼반지 하나 못 끼게 하고, 인연인 사람들은 서로 갈라지게 만들고 또 인연이 아닌 사람들은 서로 이어주고 , 대체 누굴 괴롭히려고 그러는 거야?”온연은 이 얘기를 더 이상 이어 나가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온 온연은 각종 사이트를 접속해 이력서를 넣었다. 궁지에 몰리지 않은 이상 그녀는 발품 팔아 직업을 찾고 싶지는 않았다. 직장 생활도 그녀의 성격을 밝게 만들어 주지는 못했다. 말하기 뭐 하지만, 목정침같이 어마어마한 사람과 같이 살았는데 왜 성격이 이 모양인지 그녀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오늘 밤에도 목정침은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혼자서 그 큰 식탁에 가득 차려진 밥을 온연은 음식이 너무 아까웠다. “유씨 아주머니, 앞으로 목정침이 집에 돌아오지 않으면 이렇게 많이 차리실 필요 없으세요. 어차피 다 못 먹어요. 아깝잖아요.”온연의 말에 유씨 아주머니는 대꾸했다. 지난번에 임집사님이 쫓겨날 뻔한 일이 있은 후로 그녀는 함부로 입을 놀리지 못했다. 목정침이 집에 돌아오는 횟수가 문제가 있긴 했다. 비록 걱정이 되긴 했지만 그녀가 뭐라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다.온연은 아무 일도 없는 사람 같았다. 밥을 먹고 나면 잡지를 보거나 핸드폰을 놀았다.집 전화기가 갑자기 울리기 시작했다. 전화기랑 제일 가까이 있던 그녀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상대방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전화를 끊어버렸다.소리를 듣고 온 임집사는 그녀를 쳐다보더니 이내 발길을 돌렸다. 목정침이 걸어온 전화라는 걸 그는 알고 있었다.…며칠 뒤 온연은 한 디자인 회사의 면접 통지를 받게 되었다. 그녀는 아침 일찍 준비를 했다. 조금 더 화사해 보이기 위해 일부러 화장까지 했다. 면접장으로 들어선 그녀를 보자 회사 인사팀 매니저가 웃으며 말했다. “우연인 줄 알았는데, 진짜 목씨 부인일 줄은 상상도 못했네요. 저희 회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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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군작은 갑자기 흥미가 떨어져 일어나 옷깃을 정리한 뒤, 바로 클럽에서 나왔다.  온 몸에 술냄새를 풍기며 예가네 저택으로 돌아온 뒤, 저택은 너무 불안할 정도로 조용했다. 그는 취했고, 술기운이 너무 올라와서 비틀거리며 위층으로 올라가며 국청곡의 이름을 불렀다.  국청곡은 자고 있다가 놀라서 깼고, 아이가 혹시라도 시끄러워서 깰까 봐 잠옷 원피스를 입고 일어나서 나와봤다. 그가 계단 입구에 앉아 인사불성이 된 걸 보고 그녀는 마음속 분노가 삭으라 들었다. “왜 이렇게 많이 마셨어요? 저녁에 그렇게 시끄럽게 하면 아이가 깰까 봐 걱정도 안돼요? 가요, 방에 가서 쉬게 내가 부축 해줄게요. 술 많이 마셨는데 속은 괜찮아요?”  그녀가 팔을 뻗어 그의 팔을 잡았을 때, 그는 갑자기 일어나서 그녀를 품에 안았고, 예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힘으로 안았다. 그녀는 살짝 발꿈치를 들었고, 그를 밀어내야 할지 계속 안고 있어야 할지 몰랐다. 그가 분명 사람을 착각한 게 아닐까? 아니면 어떻게 이렇게 평소와 다를 수 있지?  그녀가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그가 갑자기 중얼거렸다. “당신은 나중에 다른 사람을 사랑해서 갑작스럽게 나를 떠날 거예요?”  그녀는 살짝 힘으로 그를 밀어냈다. “아니요. 당신 취했어요, 그만해요. 너무 늦었어요.”  그는 그녀의 말을 듣지 않고, 그녀의 턱을 잡은 뒤 강제로 그를 보게 만들었다. “지금 나한테 왜 이렇게 성의가 없어요? 내가 당신이 싫어하는 일을 많이 했었잖아요, 그럼 날 떠날 생각 해본 적 있어요?”  그녀는 술 취한 남자를 상대하기 피곤해서 솔직하게 답했다. “있어요, 됐죠? 난 당신이 완전 체념할 때까지 기다리다가 아이를 데리고 당신을 떠날 거예요.”  그는 침묵했다. 갑작스러운 고요함은 사람을 두렵게 만들었다.  그의 차가운 눈빛을 보고 국청곡은 단호하게 대답한 걸 후회했다. “당신 술 먹고 주정부리면 나 계속 무시할 거예요.”  그는 무섭게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  그는 강제로 그녀를 안아서 안방으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59장

    목정침은 여유롭게 그를 보았다. “어디서 날 봤는데? 목가네는 절대 아닐 테고. 네 당시 그 신분으로는 목가네에 들어올 자격이 없었잖아.”  예군작은 그가 총구를 겨누는 것 같은 그의 말을 신경 쓰지 않고, 여자들을 다 쫒아 낸 뒤 두 사람만 남았을 때 말했다. “맞아, 목가네는 아니야. 우리 엄마랑 내가 살던 아파트 밑이였지.”  아파트 밑?  목정침은 자세히 회상을 했다. 전에 한번 그가 아버지를 따라서 회사에서 회의를 한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한 아파트에 들른 적이 있었다. 아버지는 그에게 오랜 친구를 금방 만나고 올 테니 차에서 기다리라고 했었다.  그는 의구심을 갖지 않고 다른 쪽으로 생각하지 않았었다. 대충 10 여분 정도 기다렸던 것 같은데 아마 그때였던 거 같다. 생각해보니 웃겼다. 아버지는 애인을 만나러 가는 거였는데, 그는 아무것도 모르고 밑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만약 그가 미리 알았더라면 어쩌면 그 후에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이런 일들 때문에, 그는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미움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왜 그가 그런 일을 알게 만든 걸까? 왜 그가 그런 곳에 가게 한 걸까? 아버지는 그를 완전히 바보취급 했었다…  그의 반응을 보며 예군작이 이어서 말했다. “아마 생각났겠지. 그때 나도 밑에서 놀고 있었어. 아버지가 위로 올라가는 걸 보면서, 나도 예전처럼 신나게 따라올라 가려다가 형을 봤어. 그 순간 내 두 다리는 굳어버리고 말았지. 형한테 호기심도 생기고 질투도 나면서, 처음으로 내가 사생아라는 걸 확실히 알게 됐어. 형은 외제차 안에 타고 있고, 제일 좋은 대우를 받고 있었지만, 나는 엄마랑 빛도 안 들어오는 곳에 살면서, 당당하게 아빠랑 나가 보지도 못 했어. 단 한 번도… 나랑 우리 엄마가 아파도, 아버지는 사람을 보내셔서 우리를 병원에 보내주셨지.  난 언제부터 아빠를 싫어했을까…? 거의 기억도 안 나. 근데 갑자기 싫어한 게 된 건 아니고,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감정이 쌓였어. 난 우리 엄마도 싫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58장

    국청곡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가 언제부터 자신이 같이 자주길 원했었나? 예전에는 그녀가 방에서 자는 않는 것은 물론, 집에서 자지 않더라도 그는 절대로 묻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일부러 그를 피하고 있었다. 그녀는 요즘 자꾸 그가 이상한 생각을 하는 것 같았는데, 그녀는 출산을 하고 상처부위가 아직 회복이 되지 않은 것 같아 마음에 걸렸다. 그는 절대 남은 이해해 주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회사로 가는 길, 예군작의 얼굴은 매우 어두웠지만, 아택의 얼굴엔 봄바람이 부는 것처럼 기분이 매우 좋아 보였다.  예군작은 아택이 꼴보기 싫었다. “연애라도 시작했어? 아침부터 왜 그렇게 기분이 좋아.”  아택은 정직하게 말했다. “아니요, 그냥 단순히 기분이 좋아서요. 도련님은 왜 아침부터 화가 나셨어요?”  예군작은 국청곡을 떠올리자 화가 났다. “물어보지 마, 말하기 싫어. 오늘은 일찍 퇴근하고 클럽 가서 스트레스 좀 풀자.”  아택은 황급히 말했다. “저는 못 갈 것 같습니다, 도련님 혼자 다녀오세요. 안야씨가 저녁은 집에 와서 먹으라고 해서요.”  예군작은 그의 말에서 눈치를 챘다. “오, 그렇게까지 마음을 쓰는 거야? 이제 놀러도 안 가게? 남자가 그렇게 성실해서 어따 쓰게?”  아택은 사실대로 말했다. “단지 노는 게 지겨워서지, 다른 뜻은 없습니다. 그런 곳에서는 자기자신을 잃기 마련이니 안 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예군작은 아택을 강요하지 않았고 한 사람이 떠올랐다. 그 사람은 목정침이었다. 목정침과 그런 곳에 가면 재밌지 않을까?  ......  저녁. 목정침은 접대가 있다고 말한 뒤 집에 돌아와서 밥을 먹지 않았다. 온연도 그를 매우 믿었기에 더 묻지 않았다. 만약 그가 예군작에게 끌려가서 논 걸 알게 되면 화가 나서 미쳐 버릴 테다.  목정침은 장소에 도착한 후에서야 예군작이 음란하게 놀려는 걸 알았다. 룸 안에는 야릇한 조명이 켜져 있었고, 여자들은 다리를 훤히 내놓고 여러가지 자세를 취하고 있었으며, 예군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57장

    아택은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몰랐다. 예전에 예가네에서 어르신 밑에서 목숨을 받쳐 일하느라 너무 힘들어서 연애를 할 시간도 없었다. 나중엔 예군작 밑에서 일을 하면서, 클럽도 다니고 여자를 만나봤지만, 진짜 연애를 하려니 그는 하지 못 했다. 그는 꼭 찌질한 사내자식처럼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가 대꾸를 안 하자 안야는 살짝 실망했다. “대체 이유가 뭐예요? 난 진짜 모르겠어서 그래요, 우리 정상적인 부부처럼 살기로 한 거 아니었어요? 근데… 우리가 지금 부부처럼 살고 있는 게 맞아요?”  아택은 그녀와 처음 자게 되었을 때가 떠올랐고, 그때는 예군작 때문에 임무를 완성해야 한다는 느낌으로 했었다.  그의 목젖이 살짝 움직였다. “가면 되잖아요…”  안야는 그가 매우 원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고, 꼭 그녀가 강요하는 느낌이었다. 그녀는 수치스러워서 입술을 깨물었다. “당신이 싫으면 나도 강요하지 않아요. 어차피 당신도 예군작 같은 사람 밑에서 일하니까 밖에서 많이 해봤을 거 아니에요. 원래 돈 많은 남자들은 다 그렇잖아요, 나 이해해요.”  아택은 머리가 아파왔다. “아니에요, 정말 아니에요. 도련님은 다리를 그렇게 오랫동안 다치셨는데 밖에 나가서 놀 시간이 어딨었겠어요? 이미 성실해지신지 오래 되셨고, 나도 매일 그 분만 따라다니니 혼자서는 더욱 그럴 일이 없어요. 나도… 싫은 거 아니에요. 그냥 시간 좀 필요해서 그래요.”  그가 젓가락을 내려놓자 안야는 빠르게 주방을 정리했다. “당신한데 준비할 시간을 주면 언제까지 시간이 필요할지 모르잖아요. 일단 들어와요.” 그녀는 말을 끝내고 먼저 안방으로 들어갔다.  아택은 어쩔 수 없이 따라 들어갔다.  안야는 갑자기 그를 안았고, 먼저 그에게 키스를 했다.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이 느껴지자, 아택은 숨이 멎었지만 이내 그녀의 허리에 팔을 감쌌다. ……  예군작은 하루종일 일을 하고 집에 돌아왔고, 국청곡이 안방이 아닌 아이방에서 자고 있는 걸 발견했다. 아이 방은 잠겨 있어서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56장

    아택은 침을 삼켰다. “아… 그냥 궁금해서 여쭤봤습니다.”  예군작은 일어나서 시계를 보고 외투를 챙겼다. “나 혼자 운전해서 퇴근할게, 너도 들어가.”  예군작은 대답을 한 뒤, 그를 위해 사무실 문을 열어주었고, 두 사람은 회사 문 앞까지 걸어간 뒤 각자의 길을 갔다.  예군작 밑에서 이렇게 오래 일을 하면서, 아택은 여전히 그의 심리를 알 수 없었다. 그는 어르신보다 더 파악하기 힘들었고, 사람의 마음은 깊기 때문에 한 사람을 파악하지 못 한다는 건 절대적으로 두려운 일이었다.  아택이 집에 돌아왔을 때 안야는 아직 자고 있지 않았고, 그들 대신해서 신발장에서 슬리퍼를 꺼낸 뒤, 또 능숙하게 주방에 들어가 그에게 줄 요리를 했다.  그녀가 바삐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아택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놓였다. 아무리 집에 늦게 들어가도 누군가 불을 켜 놓고, 누군가 그를 기다리고, 따뜻한 밥이 준비되어 있는 건 인생에서 가장 편안함을 주는 일이었다.  그는 평소처럼 바로 샤워를 하지 않고, 소매를 걷어 올린 뒤 주방에 들어가 그녀가 요리하는 걸 도왔다. “오늘은 애기가 말 잘 들었어요?”  안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 잘 들었어요, 사실 나 혼자서도 잘 챙길 수 있는데, 아주머니는 안 써도 되지 않을까요? 그러면 매달 소비를 좀 아낄 수 있잖아요. 당신 돈 버는 것도 힘든데, 우리끼리 아껴서 살면 좋잖아요. 당신은 움직이지 말고 좀 쉬어요, 하루종일 일하느라 피곤했을 텐데 이런 건 내가 하면 돼요.”  아택은 그녀에 의해 강제로 옆으로 쫓겨나서 완전히 끼어들 수 없었다. “그런 돈은 아낄 필요없어요. 집안 일도 하고 애도 보는데 당신도 힘들겠죠. 내 일은 엄청 힘든 편은 아니에요. 평소에 대부분은 거의 한가해서요.”  안야는 고개를 돌려 그를 향해 웃었다. “안 힘들면 다행이에요. 사실 내가 봤을 때 예군작씨도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적어도 당신한테는 잘해주니까요.”  아택은 평소에 뒤에서 예군작의 얘기를 하진 않지만, 이 점은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55장

    진몽요는 억울해했다. “그러게 누가 나한테 장난치래요? 나도 순간 머리가 안 돌아가서 그런 거잖아요. 그래서 손부터 나간 거고요… 내가 잘못했어요. 나도 민망했어요, 당신 부모님이 다 봤잖아요. 지금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목구멍 밖으로 튀어나올 거 같고, 진짜 창피한 건 나라고요! 어머님 아버님이 봤을 때 내가 엄청 예의 없는 아이로 보였을 거 아니에요! 근데 내가 방금 식당 입구 봤었는데, 우리 몇 명 밖에 없었어요~”  경소경도 진짜로 화가 난 게 아니었다. 그는 그녀의 생각이 단순한 걸 알았기에, 생각이 짧은 건 정상이었다. “알겠어요, 그만 해명해요. 해명하는 건 감추려는 거고, 감추려는 건 사실이라는 거잖아요. 내가 나이를 이렇게 먹고도 참… 됐어요, 어차피 당신이 맨날 집에서 안 그러는 것도 아니니까요. 우리 엄마 아빠는 당신이 이런 사람인 거 이미 알고 있으시고, 이미 머릿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을 거예요. 이번 생에 그 인식은 달라지지 않을 거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진몽요는 호기심에 물었다. “부모님 눈에는 내가 어떤 사람인데요?”  경소경은 입꼬리를 올린 뒤 못된 웃음을 지었다. “생각이 간단하고 사지가 발달된 사람이요.”  이 간단한 한 마디는 당연히 매를 벌었다.  백수완 별장으로 돌아온 후, 진몽요는 시간이 어느정도 됐으니 강령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물었다. “엄마, 집에 들어갔어요? 어떻게 됐어요? 말 좀 해줘봐요.”  전화 너머 강령은 너무 웃어서 주름이 졌다. “난 괜찮은 거 같아. 그 분이 나한테 선물도 준비해 주셨더라고, 근데 사람이 많아서 민망해서 바로 못 주셨데, 그래서 차에서 주셨어. 그 분이 그리신 그림이었어, 그럴듯하게 도장도 찍혀 있더라고. 그 분은 짝을 찾아서 안정적으로 삶을 살고 싶다고 하시는데, 다들 알다시피 그분은 불만이 없고, 내가 마음에 든다길래, 내 의견을 물어봐서 나도 괜찮다고 했지. 그 분 얼굴이 너무 빨개지셔서 어둠속에서도 빨개지신 게 보이더라. 난 그저 그 분이랑 공통된 관심사가 없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54장

    강령은 얼굴이 빨개졌다. “네, 좋네요… 제 딸도 샤브샤브를 좋아해서요, 나중에 같이 갈게요.”  진몽요는 이 좋은 소식을 듣고, 이런 자리만 아니었다면 이미 신나게 웃었을 테다. 허영준이 샤브샤브 가게를 갖고 있는 줄은 몰랐고, 이 가게는 정말 그녀의 입맛을 저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건 그녀가 앞으로 샤브샤브를 배 터질 때까지 먹을 수 있다는 뜻인가?  허영준은 경성욱처럼 말이 많지 않아서, 식탁에서는 거의 대화가 없었다. 밥을 다 먹고 식당에서 나온 뒤, 허영준은 강령을 보며 물었다. “혼자 사시죠?”  이 말은 첫 맞선 자리에서 묻기엔 조금 이상했고, 마치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못 하는 목적이 있는 것 같았다. 진몽요는 허영준의 바른 모습을 보고 이상한 생각이 들지 않아 강령을 대신해서 대답했다. “엄마는 지금 혼자 살고 계세요. 그래서 제가 자주 보러가요, 어차피 멀지도 않으니까요.”  허영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다들 가는 방향이 다르시니, 제가 가는 길이 같아서 데려다 드리고 싶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그러면 다들 왔다 갔다 하실 필요 없잖아요.”  그랬다. 허영준은 그저 말이 별로 없었지만 마음씨는 세심해서 이미 가는 길이 같은지 아닌지도 생각하고 있었기에 진몽요는 웃었다. “네, 그럼 부탁드릴게요, 아저씨.”  강령과 허영준이 차를 타고 멀어지자 하람은 진몽요에게 물었다. “네가 봤을 땐 어떤 거 같아?”  진몽요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경소경이 끼어들었다. “이게 이 사람 맞선도 아닌데, 이 질문을 왜 이 사람한테 하세요? 이 사람 생각은 중요하지 않죠, 어머님 마음에 드셔야 하는 거잖아요.”  하람은 그를 노려봤다. “그럼 네가 봤을 땐 어떤 것 같은데? 너희 생각도 중요하지, 아니면 왜 다같이 밥을 먹었겠어? 그럴거면 그냥 두 사람 따로 만나서 얘기 나누게 했지…”  경소경은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사람은 괜찮은 거 같아요, 성실하고, 근데 말은 잘 못 하시네요.”  진몽요는 경소경의 피드백이 너무 일반적이라고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53장

    진몽요는 이런 일을 참고 있을 수 없어서, 경가네 공관에서 나오자마자 강령에서 살짝 얘기를 흘렸다. 강령의 태도는 사람을 본 다음에 다시 얘기해보자는 느낌이었고, 이미 한번의 실패를 통해서 조금 더 현명해졌기 때문에, 이번에는 제대로 상대를 봐야 했다.  순식간에 주말이 다가왔고, 진몽요는 원래 온연이랑 놀러 나가기로 했던 약속을 취소했다. 온연은 진몽요가 엄마에게 맞선을 주선하려는 걸 알고 의아해하지 않았다. 사람은 늘 그런 것 같았다. 나이가 젊든 많든, 다들 짝이 있어야 했다. 사람은 원래부터 무리지어 사는 동물이니 그 누구도 혼자 외롭게 살고싶어 하지 않았다.  백수완 레스토랑에 예약한 룸에 경소경은 요리를 배치한 뒤, 모든 게 준비가 다 되어 있었고, 이제 봄바람만 불어오면 됐다. 그 ‘봄바람’은 아직 오지 않았다.  강령은 잘 관리한 얼굴에 홍조를 띄웠다. “사돈, 그 분 만나 뵌 적 있으시죠? 좀 웃기실 것 같지만, 저 조금 긴장되네요. 이런 일까지 다들 출동해주시니 조금 죄송해서요.”  하람은 웃었다. “만난 적 있어요, 저희 집 사람보다 더 바르게 생겼으니 걱정 마세요. 마음이나 겉모습이나 다 이 사람보다 나으니까요.”  경성욱은 옆에서 감히 반박하진 못 했다. 그의 동문이 어디가 더 낫단 말인가? 그가 그렇게 후졌나?  사람들이 거의 30분정도 기다린 뒤, ‘봄바람’이 도착했다. 얼굴엔 비록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었지만, 여전히 젊었을 때의 풍채가 보였다.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있듯이, 경성욱의 동문은 여러 방면에서 못난 게 없었다. 젊은 사람을 사이에 있어도 경소경처럼 인기가 많았고, 이 나이를 먹었어도 여전히 잘생긴 아저씨였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제가 나올 때 근처에서 차가 막혀서, 마음은 급했는데 방법이 없었어서요. 제가 사죄의 의미로 이번 식사 대접하겠습니다.”  경성욱이 말수가 적은 걸 알고 분위기를 살리는 일은 다 하람이 했다. “괜찮아요 허씨, 저희가 남도 아닌데요 뭘.” 말을 하면서 그녀는 강령의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52장

    경소경은 경성욱이 아이를 안고 싶어하는 걸 알고 바로 아이를 건네주었다. “한번 보세요.”  경성욱은 기쁘게 아이를 받은 한번 살펴보았다. 사실 기저귀는 갈은지 얼마 안돼서 깨끗했다.  경소경이 한가한 걸 보자 진몽요는 그를 째려봤고 경소경은 눈물없이 울고 있었다. 그는 아이를 안기 싫은 게 아니라 기회가 없었던 거였다.  식사 시간. 아이는 유모차 안에서 분유를 먹고 있었고, 유모차는 하람 옆에 있어서 하람은 밥을 먹으면서도 아이를 놀아주었다.  진몽요는 하람은 완전 존경했다. 처음에 그녀는 하람이 아이에 대한 열정이 한 순간일 줄 알았고, 시간이 지나면 아이를 귀찮아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그녀의 모습은 여전했고, 늘 손에서 놓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니 하람에게 아이를 맡겨서 그녀도 안심이 되었다.  갑자기, 하람은 그녀를 보며 물었다. “요즘 내가 애 보느라 사돈이랑 쇼핑할 시간도 없었고, 연락할 새도 없었는데, 넌 사돈이 혼자 계시는데 걱정 안되니?”  진몽요는 걱정이 없는 편이라,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어서 대답했다. “걱정할 게 뭐 있어요? 집에 대문 보안도 최고로 설치해 두었으니 괜찮아요. 제가 엄마 집에 가기도 해요, 시간만 있으면 가거든요.”  하람은 헛기침을 두 번 했다. “그… 사돈한테 새 짝 찾아드릴 생각은 없어? 너도 이제 시집왔고, 사돈도 계속 혼자 계시면 심심하시잖아, 나중에 나이 들었을 때 짝이 있으면 좋잖아. 지금은 비록 젊으셔서 마음대로 노실 수 있어도 혼자면 있으면 외롭기 마련이니까…”  중매하는 일은 하람도 처음이라 어떻게 얘기를 꺼내야 할지 몰랐고, 진몽요가 신경쓸까 봐 더 걱정했다.  진몽요는 그제서야 하람의 뜻을 이해하고 문득 깨달아서 말했다. “아아아… 그 일은 저도 생각 했었어요. 엄마도 예전에 스스로 노력해보셨는데, 적절한 사람을 못 찾았어요, 다 이상하고 못 미더운 사람들이었거든요. 저도 지금은 거기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어서, 제가 생각을 많이 못 해드린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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