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지로 괜찮은 척하는 그녀를 눈치챘지만 진몽요는 모른척했다. “다시 생각 해 보니까 목정침 정말 나쁜 사람이다. 결혼 한지 삼 년이 되도록 결혼반지 하나 못 끼게 하고, 인연인 사람들은 서로 갈라지게 만들고 또 인연이 아닌 사람들은 서로 이어주고 , 대체 누굴 괴롭히려고 그러는 거야?”온연은 이 얘기를 더 이상 이어 나가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온 온연은 각종 사이트를 접속해 이력서를 넣었다. 궁지에 몰리지 않은 이상 그녀는 발품 팔아 직업을 찾고 싶지는 않았다. 직장 생활도 그녀의 성격을 밝게 만들어 주지는 못했다. 말하기 뭐 하지만, 목정침같이 어마어마한 사람과 같이 살았는데 왜 성격이 이 모양인지 그녀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오늘 밤에도 목정침은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혼자서 그 큰 식탁에 가득 차려진 밥을 온연은 음식이 너무 아까웠다. “유씨 아주머니, 앞으로 목정침이 집에 돌아오지 않으면 이렇게 많이 차리실 필요 없으세요. 어차피 다 못 먹어요. 아깝잖아요.”온연의 말에 유씨 아주머니는 대꾸했다. 지난번에 임집사님이 쫓겨날 뻔한 일이 있은 후로 그녀는 함부로 입을 놀리지 못했다. 목정침이 집에 돌아오는 횟수가 문제가 있긴 했다. 비록 걱정이 되긴 했지만 그녀가 뭐라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다.온연은 아무 일도 없는 사람 같았다. 밥을 먹고 나면 잡지를 보거나 핸드폰을 놀았다.집 전화기가 갑자기 울리기 시작했다. 전화기랑 제일 가까이 있던 그녀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상대방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전화를 끊어버렸다.소리를 듣고 온 임집사는 그녀를 쳐다보더니 이내 발길을 돌렸다. 목정침이 걸어온 전화라는 걸 그는 알고 있었다.…며칠 뒤 온연은 한 디자인 회사의 면접 통지를 받게 되었다. 그녀는 아침 일찍 준비를 했다. 조금 더 화사해 보이기 위해 일부러 화장까지 했다. 면접장으로 들어선 그녀를 보자 회사 인사팀 매니저가 웃으며 말했다. “우연인 줄 알았는데, 진짜 목씨 부인일 줄은 상상도 못했네요. 저희 회사는
유씨 아주머니가 잠시 멈칫하더니 계속 말했다. “전화라도 좀 쳐봐. 집에 돌아와서 밥을 먹을 건지 그런 거 있잖아. 부부 사이에는 대화를 많이 해야 되는 거야. 이렇게 따로따로 살면 되겠니. 둘이 결혼한데는 이유가 있었다는 거 다 알아… 근데 있지, 괜한 말 한마디 하자면, 도련님 그 성격으로 네 과거 신경 안 쓰고 너랑 결혼한 거 보면 너 많이 좋아한다는 뜻 아니겠어? 너 이렇게 도련님한테 계속 이렇게 마음 안 쓰면 안 돼. 도련님 성격 뻔히 알면서 왜 도련님 말에 안 따르는 거야? 둘이 잘 지낼수만 있다면 누가 먼저 고개 숙이는 게 뭐가 그렇게 중요하겠어?”온연은 세상에서 제일 터무니없는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유씨 아주머니, 지금 장난하세요? 그 사람이 절 좋아한다고요? 목가네로 들어왔을 때 저 고작 여덟 살이었어요. 그때 그 사람은 벌써 열여덟 살이었고요. 아마 그때 여자친구도 사귀고 있었을 텐데, 더구나 저는 그때 애였다고요. 그 사람이 어떻게 날 좋아하겠어요? 저희가 결혼한 건 삼 년 전의 그 일 때문이에요… 그냥 남들에게만 보여지는 공적인 관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감정이랑 연관 짓지 마세요. 그 사람이 이혼하기 싫어하는 이유도 사람들 입에 오르는 게 싫어서 그런 걸 거예요. 아마… 절 놓아주는 게 싫은 거겠죠. 평생을 바쳐 나한테 복수할 정도면 도대체 제가 얼마나 미운걸가요? 어떻게 절 좋아할 수 있겠어요?”말이 여기까지 나오자 유씨 아주머니도 터놓고 말해버렸다. “너 계속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어? 도련님이 정말 평생을 바쳐 너한테 복수한다면 그게 자기 자신을 괴롭히는 거지 널 괴롭히는 거겠니? 만약 진짜 네가 미운 거라면 널 쳐다보지도 않았겠지. 너한테… 그런 짓까지 했겠어?”유씨 아주머니가 돌려 말하고 있었지만 온연은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목정침이 벌써부터 그녀에게 친밀하게 행동하고 있었다는 걸 그녀도 부정할 수는 없었다. 그 점에 대해서는 그녀도 항상 의문이 들고 있었다.하지만 그동안 그가 그녀에게
유씨 아주머니는 갑자기 무엇인가 생각이 났다. “연아, 너 생리 안 온 지 얼마나 됐어?”그녀는 잠시 생각했다. “제가 요즘 생활패턴이 불규칙해서 정확하지는 않은데 한 달 정도 늦어 진 것 같아요. 요즘 슬슬 반응이 와서 곧 올 것 같아요. 시간 날 때 병원에 가서 검사해보려고요. 약 먹고 몸조리 좀 하면 아마 괜찮을 거예요.”유씨 아주머니가 떠보듯 그녀에게 물었다. “너 임신한 거 아니야?”온연의 낯빛이 변하더니 이내 대답했다. “말도 안 돼요.” 목정침이랑 처음 했던 거 빼고 딱 한 번이었는데. 그녀는 확률이 크지 않다고 생각했다. 단호한 그녀를 보자 유씨 아주머니는 조금 걱정이 되었다. “그럼 확실히 문제가 생긴 거네. 시간 날 때 말고 지금 당장 병원에 가봐.”그녀는 아무렇게나 대충 대답했다. 사실 며칠 전부터 병원에 가고 싶었다. 하지만 난처하게도 그녀는 병원에 갈 돈조차 남겨두지 않고 돈을 모두 진몽요에게 줘버렸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저녁이 되자 그녀의 식욕이 완전히 없어졌다. 그녀는 오후 내내 화실과 화장실만 왔다 갔다 했다. 심각한 메스꺼움과 늦어지는 소식이 그녀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무심결에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암이라고 하는 바람에 위로는커녕 그녀를 더욱 놀라게 했다. 그녀는 심지어 늘 위가 좋지 않았던 자신에게 위암이 걸린 게 아닌가 의심이 들었다. 목정침이 돌아오지 않을 줄 알고 유씨 아주머니께는 저녁을 차리라고 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 뜻밖에도 그가 저녁시간에 집안으로 들어왔다.임집사의 ‘도련님’ 이라는 소리와 함께 목정침의 그림자가 거실로 들어왔다. 유씨 아주머니가 급히 그에게 다가가 물었다. “도련님, 집에서 저녁 드실 건가요?”목정침이 ‘응’ 소리를 내며 담담히 대답했다. 그는 곧바로 소파에 앉아버렸다.아래층에서 전해지는 인기척에 그녀는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내려갔다. 그녀는 돈이 필요했다. 병원 갈 돈이… 더 이상 미루다가는 몸에 더욱 이상이 생길 까봐 그녀는 걱정이 됐다.위층에서
목정침은 지갑에서 카드 한 장을 꺼내 아무렇게나 테이블 위로 던져버렸다. 그는 더 이상 그녀를 신경 쓰지 않고 그 김에 잡지 한 권을 집어 펼쳐보기 시작했다. 온연은 카드를 집어 들어 고맙다고 인사를 한 후 다시 발길을 돌려 계단을 올랐다. 일부러 유씨 아주머니에게 저녁을 먹지 않는다고 말을 했다. 그녀는 지금 자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누군가가 누르고 있는 듯이 그녀의 눈꺼풀이 무척이나 무거웠다. 음식이 식탁 위에 다 올라왔다. 그녀의 그림자가 보이지 않자 목정침이 조금 불쾌해보였다. “그 사람은요?”유씨 아주머니가 대답했다. “몸이 안 좋아서 안 드신다고 하셨어요. 도련님, 요즘 사모님이 자꾸 헛구역질도 하시고, 그… 그것도… 아직 안 오셨다고 하셔서. 제가 얼른 병원에 가보시라고 했습니다.”목정침의 눈동자가 일순간 커져버렸다. “지금 뭐라고 하셨어요?”유씨 아주머니는 방금 자신이 했던 말을 되새겨보았다.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그녀는 안심하며 대답했다. “말 그대로예요. 아님 도련님이 같이 병원에라도 가시는 게?”그의 눈동자에 복잡 미묘한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이내 다시 눈빛을 평소로 돌아가서 젓가락을 들어 느긋하게 밥을 먹기 시작했다. “진락 보고 데려다주라고 할게요. 저녁에 일이 있어서.” 유씨 아주머니는 한숨을 쉬더니 몸을 돌려 자리를 떴다. 반찬을 집던 그의 행동이 멈춰졌다. 그는 핸드폰을 들어 진락에게 전화를 걸었다. “걔 병원에 좀 데려다줘. 산부인과로. 임신했는지 확인 좀 해봐.”전화가 끊긴지 일분도 되지 않아 진락이 황급히 걸어 들어왔다. 유씨 아주머니가 서둘러 위층으로 올라가 온연을 불렀다. 온연이 내려오는 내내 맥이 빠져 있었고 얼굴색은 극도로 나빠져 있었다. “지금 가요? 저 자고 싶은데…”진락이 도리 있게 그녀에게 말했다. “아프시면 병원부터 가셔야죠. 미루시면 안 돼요. 도련님이 모셔다드리라고 했으니 사모님은 절 따라오세요.”온연이 식탁 쪽으로 한번 쳐다보더니 이내 마지
진료실을 걸어 나오자 그녀는 발을 빼기 시작했다. “저 이제 괜찮은 것 같아요. 진락, 저 병 안 볼래요. 이제 가요.”진락은 그녀가 주사를 맞는 걸 무서워하는 줄 알고 그녀를 위로했다. “괜찮아요. 고작 피검사일 뿐인걸요. 한번 따끔하는 거에요.”온연은 말문이 막혀버렸다. 혈액검사과로 걸어들어온 그녀는 뚫어지게 간호사를 쳐다보았다. 다른 사람의 혈관으로 주삿바늘이 들어가더니 두 개의 시험관으로 선홍색의 피가 가득 채워졌다. 진락은 습관처럼 중얼대기 시작했다. ‘무서워하는 거 같지도 않은데… 아깐 왜 그렇게 움츠려 있었던 거지?’혈액검사결과는 아주 빠르게 나왔다. 진단서 위에 빽빽하게 쓰여 있는 숫자를 그녀는 알아보지 못했다. 진단서를 들고 진료실로 돌아갔을 때 진락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사모님, 전화 좀 받고 오겠습니다.”의사는 진단서를 받아 한번 훑어보더니 그녀에게 말했다. “임신이네요.”그녀는 온몸의 피가 거꾸로 솟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녀의 손발이 차가워지기 시작했다. “확실한 건가요?”그녀의 어두운 표정을 본 의사가 차갑게 말했다. “낙태를 하실려면 예약하시고 지우셔도 됩니다. 아직 얼마 안 됐을 때. 아이 낳으실 생각 없으시면 이렇게 대책 없이 임신하지 마세요.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도 고생이니까.”한참을 침묵하던 그녀는 마침내 입을 열였다. “아이만 건강하다면 낳을게요.”그녀가 바라던 바였다… 목정침이 그렇게 말했었다. 아이만 낳아준다면 떠나게 해준다고… 분명 자유랑 이렇게나 가까워졌는데 왜… 전혀 기쁘지 않은 거지?그때 전화를 다 받은 진락이 걸어 들어왔다. “선생님, 검사 결과는 어떤가요?”의사가 진단서를 그에게 내밀며 막 말을 하려던 참에 갑자기 온연이 먼저 선수를 쳤다. “임신 아니래요. 오늘은 너무 늦었어요. 제가 내일 혼자 위 검사해볼게요!”의사는 조금 의아했다. 간곡한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온연을 보자 의사는 잠시 침묵했다. “돌아가서 위장에 좀 신경 쓰세요. 굶지 마시고요. 먹
임립이 쯧쯧거리며 혀를 찼다. “생각은 무슨 생각이에요? 만약 당신이 돌아온다면 사표 냈던 건 없던 일로 해줄게요. 그리고 그동안의 시간은 유급휴가로 쳐줄게요. 어때요? 미리 말해주는데, 저 정침이 대신해서 당신 감시하는 거 절대로 아니에요. 그냥 단순하게 당신이 디자인 쪽에 재능이 있어서, 당신 같은 디자이너가 필요해서 그런 거니까.”솔직히 말해서 온연은 조금 망설여졌다. 그동안 일을 못했던 시간까지 월급을 받을 수 있다니. 마침 그녀도 돈이 필요하던 상황이었다. 누가 봐도 좋은 일이었지만 그녀는 왠지 임립에게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것 같았다. 그녀의 능력은 그녀가 제일 잘 알고 있었다. 임립 같은 사람에게 그녀 같은 직원 한 명 따위 모자라지 않았다. “솔직히 말해봐요. 그쪽 이러는 거… 다른 목적 있어서 그런 거죠?”그녀의 물음에 임립은 어리둥절해졌다. “목적이요? 제가 무슨 목적이 있을 수 있겠어요? 아무렴 그래도 제가 정침이 십년지기 친구인데, 그쪽한테 관심이라도 있을 가봐요? 그럼 관둬요, 관둬. 그쪽 일자리 못찾는거 봐서 돌아오라고 한 건데 정 돌아오기 싫다면 제가 강요할 수는 없죠. 안 그래요?”온연은 한참을 고민하더니 이내 대답했다. “그래요 그럼… 감사해요, 오늘 바로 회사로 갈게요.”그녀는 전화를 끊고는 바로 침대에서 일어나 짐을 싸기 시작했다. 요즘 얼굴색이 좋지 않아 그녀는 간단하게 화장을 했다. 그녀가 집을 나설 때 유씨 아주머니가 물었다. “연아, 어디 가니?”그녀가 대답했다. “출근이요, 임립네 거기로요.”유씨 아주머니는 그녀의 몸 상태가 걱정이 되었다. “근데 너 요즘 몸 상태가 별로던데, 지금 출근해도 되는 거니? 정말 돈이 필요한 거라면 도련님이 너한테 카드 주셨잖니?”한참을 침묵하고 나서야 그녀가 입을 열였다. “그 돈은 제가 빌린 거예요, 그 사람한테 다시 돌려줄 거예요. 그 사람 돈 쓰기 싫어요.”유씨 아주머니는 그런 그녀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 사람은 네 남자야. 네가 그 사람 돈을
#아마 바빠서 그런 거겠지. 그녀는 별생각 하지 않았다.그때 아래층에서 갑자기 임집사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목정침이 돌아온 것이다…목정침은 오늘 저녁에 나갈 생각이 없는 건지 돌아오자마자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식탁에서, 그들은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분위기가 많이 우울해 보였다.유씨 아주머니가 마지막으로 남은 반찬과 국을 올려다 주셨다. “사모님, 요즘 몸이 많이 안 좋으셔서 사람 시켜서 몸보신한다는 것들을 좀 만들었어요. 위에도 좋다고 하는데 조금 비려요. 그래도 꾹 참고 좀 드세요.”온연은 또 헛구역질을 할까 봐 황급히 코를 막았다. “저 안 먹을래요… 유씨 아주머니,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비린음식 하지 마시라고. 저 못 먹어요.”유씨 아주머니는 국을 한 그릇을 퍼서 그녀의 앞에 가져다 놓았다. “코 막고 드시면 괜찮을 거예요. 저 이거 엄청 힘들게 만들었어요. 오후 내내 이 국만 끓였는걸요.”온연은 유씨 아주머니의 고생을 헛되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마지못해 코를 막으며 조금 걸쭉하고 찐득해 보이는 국을 들어 올렸다. 미리 방어를 하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냄새가 코로 밀려들었다. 강렬하게 느껴지는 비린내가 그녀의 속을 갑자기 뒤집기 시작했다. 그녀는 몸을 일으켜 황급히 화장실로 뛰어들어갔다. 그전에 먹었던 음식까지 모두 속에서 비워냈다.그런 그녀의 모습을 본 유씨 안주머니의 근심은 더욱 심해졌다. 그녀가 자신의 말을 듣지 않을 거라는 걸 아는 유씨 아주머니는 목정침을 공략하는 수밖에 없었다. “도련님, 사모님 모습 좀 보세요… 어떡하면 좋죠? 사모님이 전부터 위가 안 좋아서, 만약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한다면… 이 어린 나이에…”목정침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손에 들려진 정교한 젓가락으로 반찬을 입안에 집어넣었다. 그의 행동이 기계적으로 느껴졌다. “쟤가 세살짜리 어린애도 아니고, 제가 그것까지 신경 쓸 필요는 없죠.”유씨 아주머니가 입을 삐죽거렸다. “적어도 사모님한테 관심 정도는 좀 주시는게.
#진중이 죽었다. 수술대 위에서 사망했다. 그녀는 수술할 돈이 있으면 적어도 한숨 돌릴 수 있을 줄 알았다. 살아만 있다면 언젠간 다시 먹구름이 사라지고 빛을 볼 날이 있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설상가상으로 불행이 몰려올 줄은, 그녀에게 숨 쉴 기회조차 주지 않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잠시 뒤, 강령이 눈을 붉히며 밖으로 걸어 나왔다. “몽요야… 너도 얼른 들어가서 아빠 마지막 모습 봐야지…”진몽요는 멍하니 고개를 저었다. “난 가기 싫어… 엄마, 내가 내일 일찍 나와서 뒤처리 할 테니까 먼저 들어가 쉬어.”강령은 미동도 없이 서있었다. 단지 그녀의 울음소리가 점점 더 구슬퍼졌다. 가냘픈 몸이 마치 금방이라도 넘어질 듯 비틀거렸다.판자촌처럼 음험하고 공포스러운 복잡한 임대 아파트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그녀는 너무 무서웠다. 부잣집 사모님이었던 그녀가 어디서 이런 수모를 겪어 봤겠는가?그렇게 서로 한참을 얼어있다 진몽요가 몸을 일으켰다. 그녀의 다리는 이미 저려오고 있었다. “엄마, 내가 데려다줄게.”강령이 그녀의 손을 잡아당겼다. “됐어, 몽요야. 너 그동안 고생한 거 알아. 내가 몸이 안 좋아서 도와주지도 못하고 오히려 너한테 짐이나 되고. 너 그… 병원에서 해주는 데로 처리하자. 엄마 혼자 갈수 있어.”진몽요는 마리오네트처럼 고개만 끄덕일 뿐 아무 말이 없었다.강령은 다시 한번 고개를 돌려 수술실을 쳐다보았다. 눈물이 앞을 가렸다. 과거의 부유했던 삶은 이미 멀어졌고 공포스러운 임대 아파트가 바로 미래의 집이었다. 그녀는 현실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처음부터 끝까지 진몽요는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 슬프지 않은 게 아니었다. 영혼까지 뽑혀 간 듯한 느낌이 그녀를 무감각하게 만들어 울 힘조차 없게 만들었다. 사망진단서를 들고 병원을 나왔을 때 밖에서는 비가 퍼붓기 시작했다. 길거리에서 황급히 비를 피하는 사람들을 보며 그녀는 입가에 창백한 미소를 지었다.잠깐 사이에 그녀는 빗속으로 들어 갔다. 콩알만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