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정침은 지갑에서 카드 한 장을 꺼내 아무렇게나 테이블 위로 던져버렸다. 그는 더 이상 그녀를 신경 쓰지 않고 그 김에 잡지 한 권을 집어 펼쳐보기 시작했다. 온연은 카드를 집어 들어 고맙다고 인사를 한 후 다시 발길을 돌려 계단을 올랐다. 일부러 유씨 아주머니에게 저녁을 먹지 않는다고 말을 했다. 그녀는 지금 자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누군가가 누르고 있는 듯이 그녀의 눈꺼풀이 무척이나 무거웠다. 음식이 식탁 위에 다 올라왔다. 그녀의 그림자가 보이지 않자 목정침이 조금 불쾌해보였다. “그 사람은요?”유씨 아주머니가 대답했다. “몸이 안 좋아서 안 드신다고 하셨어요. 도련님, 요즘 사모님이 자꾸 헛구역질도 하시고, 그… 그것도… 아직 안 오셨다고 하셔서. 제가 얼른 병원에 가보시라고 했습니다.”목정침의 눈동자가 일순간 커져버렸다. “지금 뭐라고 하셨어요?”유씨 아주머니는 방금 자신이 했던 말을 되새겨보았다.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그녀는 안심하며 대답했다. “말 그대로예요. 아님 도련님이 같이 병원에라도 가시는 게?”그의 눈동자에 복잡 미묘한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이내 다시 눈빛을 평소로 돌아가서 젓가락을 들어 느긋하게 밥을 먹기 시작했다. “진락 보고 데려다주라고 할게요. 저녁에 일이 있어서.” 유씨 아주머니는 한숨을 쉬더니 몸을 돌려 자리를 떴다. 반찬을 집던 그의 행동이 멈춰졌다. 그는 핸드폰을 들어 진락에게 전화를 걸었다. “걔 병원에 좀 데려다줘. 산부인과로. 임신했는지 확인 좀 해봐.”전화가 끊긴지 일분도 되지 않아 진락이 황급히 걸어 들어왔다. 유씨 아주머니가 서둘러 위층으로 올라가 온연을 불렀다. 온연이 내려오는 내내 맥이 빠져 있었고 얼굴색은 극도로 나빠져 있었다. “지금 가요? 저 자고 싶은데…”진락이 도리 있게 그녀에게 말했다. “아프시면 병원부터 가셔야죠. 미루시면 안 돼요. 도련님이 모셔다드리라고 했으니 사모님은 절 따라오세요.”온연이 식탁 쪽으로 한번 쳐다보더니 이내 마지
진료실을 걸어 나오자 그녀는 발을 빼기 시작했다. “저 이제 괜찮은 것 같아요. 진락, 저 병 안 볼래요. 이제 가요.”진락은 그녀가 주사를 맞는 걸 무서워하는 줄 알고 그녀를 위로했다. “괜찮아요. 고작 피검사일 뿐인걸요. 한번 따끔하는 거에요.”온연은 말문이 막혀버렸다. 혈액검사과로 걸어들어온 그녀는 뚫어지게 간호사를 쳐다보았다. 다른 사람의 혈관으로 주삿바늘이 들어가더니 두 개의 시험관으로 선홍색의 피가 가득 채워졌다. 진락은 습관처럼 중얼대기 시작했다. ‘무서워하는 거 같지도 않은데… 아깐 왜 그렇게 움츠려 있었던 거지?’혈액검사결과는 아주 빠르게 나왔다. 진단서 위에 빽빽하게 쓰여 있는 숫자를 그녀는 알아보지 못했다. 진단서를 들고 진료실로 돌아갔을 때 진락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사모님, 전화 좀 받고 오겠습니다.”의사는 진단서를 받아 한번 훑어보더니 그녀에게 말했다. “임신이네요.”그녀는 온몸의 피가 거꾸로 솟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녀의 손발이 차가워지기 시작했다. “확실한 건가요?”그녀의 어두운 표정을 본 의사가 차갑게 말했다. “낙태를 하실려면 예약하시고 지우셔도 됩니다. 아직 얼마 안 됐을 때. 아이 낳으실 생각 없으시면 이렇게 대책 없이 임신하지 마세요.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도 고생이니까.”한참을 침묵하던 그녀는 마침내 입을 열였다. “아이만 건강하다면 낳을게요.”그녀가 바라던 바였다… 목정침이 그렇게 말했었다. 아이만 낳아준다면 떠나게 해준다고… 분명 자유랑 이렇게나 가까워졌는데 왜… 전혀 기쁘지 않은 거지?그때 전화를 다 받은 진락이 걸어 들어왔다. “선생님, 검사 결과는 어떤가요?”의사가 진단서를 그에게 내밀며 막 말을 하려던 참에 갑자기 온연이 먼저 선수를 쳤다. “임신 아니래요. 오늘은 너무 늦었어요. 제가 내일 혼자 위 검사해볼게요!”의사는 조금 의아했다. 간곡한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온연을 보자 의사는 잠시 침묵했다. “돌아가서 위장에 좀 신경 쓰세요. 굶지 마시고요. 먹
임립이 쯧쯧거리며 혀를 찼다. “생각은 무슨 생각이에요? 만약 당신이 돌아온다면 사표 냈던 건 없던 일로 해줄게요. 그리고 그동안의 시간은 유급휴가로 쳐줄게요. 어때요? 미리 말해주는데, 저 정침이 대신해서 당신 감시하는 거 절대로 아니에요. 그냥 단순하게 당신이 디자인 쪽에 재능이 있어서, 당신 같은 디자이너가 필요해서 그런 거니까.”솔직히 말해서 온연은 조금 망설여졌다. 그동안 일을 못했던 시간까지 월급을 받을 수 있다니. 마침 그녀도 돈이 필요하던 상황이었다. 누가 봐도 좋은 일이었지만 그녀는 왠지 임립에게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것 같았다. 그녀의 능력은 그녀가 제일 잘 알고 있었다. 임립 같은 사람에게 그녀 같은 직원 한 명 따위 모자라지 않았다. “솔직히 말해봐요. 그쪽 이러는 거… 다른 목적 있어서 그런 거죠?”그녀의 물음에 임립은 어리둥절해졌다. “목적이요? 제가 무슨 목적이 있을 수 있겠어요? 아무렴 그래도 제가 정침이 십년지기 친구인데, 그쪽한테 관심이라도 있을 가봐요? 그럼 관둬요, 관둬. 그쪽 일자리 못찾는거 봐서 돌아오라고 한 건데 정 돌아오기 싫다면 제가 강요할 수는 없죠. 안 그래요?”온연은 한참을 고민하더니 이내 대답했다. “그래요 그럼… 감사해요, 오늘 바로 회사로 갈게요.”그녀는 전화를 끊고는 바로 침대에서 일어나 짐을 싸기 시작했다. 요즘 얼굴색이 좋지 않아 그녀는 간단하게 화장을 했다. 그녀가 집을 나설 때 유씨 아주머니가 물었다. “연아, 어디 가니?”그녀가 대답했다. “출근이요, 임립네 거기로요.”유씨 아주머니는 그녀의 몸 상태가 걱정이 되었다. “근데 너 요즘 몸 상태가 별로던데, 지금 출근해도 되는 거니? 정말 돈이 필요한 거라면 도련님이 너한테 카드 주셨잖니?”한참을 침묵하고 나서야 그녀가 입을 열였다. “그 돈은 제가 빌린 거예요, 그 사람한테 다시 돌려줄 거예요. 그 사람 돈 쓰기 싫어요.”유씨 아주머니는 그런 그녀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 사람은 네 남자야. 네가 그 사람 돈을
#아마 바빠서 그런 거겠지. 그녀는 별생각 하지 않았다.그때 아래층에서 갑자기 임집사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목정침이 돌아온 것이다…목정침은 오늘 저녁에 나갈 생각이 없는 건지 돌아오자마자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식탁에서, 그들은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분위기가 많이 우울해 보였다.유씨 아주머니가 마지막으로 남은 반찬과 국을 올려다 주셨다. “사모님, 요즘 몸이 많이 안 좋으셔서 사람 시켜서 몸보신한다는 것들을 좀 만들었어요. 위에도 좋다고 하는데 조금 비려요. 그래도 꾹 참고 좀 드세요.”온연은 또 헛구역질을 할까 봐 황급히 코를 막았다. “저 안 먹을래요… 유씨 아주머니,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비린음식 하지 마시라고. 저 못 먹어요.”유씨 아주머니는 국을 한 그릇을 퍼서 그녀의 앞에 가져다 놓았다. “코 막고 드시면 괜찮을 거예요. 저 이거 엄청 힘들게 만들었어요. 오후 내내 이 국만 끓였는걸요.”온연은 유씨 아주머니의 고생을 헛되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마지못해 코를 막으며 조금 걸쭉하고 찐득해 보이는 국을 들어 올렸다. 미리 방어를 하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냄새가 코로 밀려들었다. 강렬하게 느껴지는 비린내가 그녀의 속을 갑자기 뒤집기 시작했다. 그녀는 몸을 일으켜 황급히 화장실로 뛰어들어갔다. 그전에 먹었던 음식까지 모두 속에서 비워냈다.그런 그녀의 모습을 본 유씨 안주머니의 근심은 더욱 심해졌다. 그녀가 자신의 말을 듣지 않을 거라는 걸 아는 유씨 아주머니는 목정침을 공략하는 수밖에 없었다. “도련님, 사모님 모습 좀 보세요… 어떡하면 좋죠? 사모님이 전부터 위가 안 좋아서, 만약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한다면… 이 어린 나이에…”목정침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손에 들려진 정교한 젓가락으로 반찬을 입안에 집어넣었다. 그의 행동이 기계적으로 느껴졌다. “쟤가 세살짜리 어린애도 아니고, 제가 그것까지 신경 쓸 필요는 없죠.”유씨 아주머니가 입을 삐죽거렸다. “적어도 사모님한테 관심 정도는 좀 주시는게.
#진중이 죽었다. 수술대 위에서 사망했다. 그녀는 수술할 돈이 있으면 적어도 한숨 돌릴 수 있을 줄 알았다. 살아만 있다면 언젠간 다시 먹구름이 사라지고 빛을 볼 날이 있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설상가상으로 불행이 몰려올 줄은, 그녀에게 숨 쉴 기회조차 주지 않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잠시 뒤, 강령이 눈을 붉히며 밖으로 걸어 나왔다. “몽요야… 너도 얼른 들어가서 아빠 마지막 모습 봐야지…”진몽요는 멍하니 고개를 저었다. “난 가기 싫어… 엄마, 내가 내일 일찍 나와서 뒤처리 할 테니까 먼저 들어가 쉬어.”강령은 미동도 없이 서있었다. 단지 그녀의 울음소리가 점점 더 구슬퍼졌다. 가냘픈 몸이 마치 금방이라도 넘어질 듯 비틀거렸다.판자촌처럼 음험하고 공포스러운 복잡한 임대 아파트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그녀는 너무 무서웠다. 부잣집 사모님이었던 그녀가 어디서 이런 수모를 겪어 봤겠는가?그렇게 서로 한참을 얼어있다 진몽요가 몸을 일으켰다. 그녀의 다리는 이미 저려오고 있었다. “엄마, 내가 데려다줄게.”강령이 그녀의 손을 잡아당겼다. “됐어, 몽요야. 너 그동안 고생한 거 알아. 내가 몸이 안 좋아서 도와주지도 못하고 오히려 너한테 짐이나 되고. 너 그… 병원에서 해주는 데로 처리하자. 엄마 혼자 갈수 있어.”진몽요는 마리오네트처럼 고개만 끄덕일 뿐 아무 말이 없었다.강령은 다시 한번 고개를 돌려 수술실을 쳐다보았다. 눈물이 앞을 가렸다. 과거의 부유했던 삶은 이미 멀어졌고 공포스러운 임대 아파트가 바로 미래의 집이었다. 그녀는 현실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처음부터 끝까지 진몽요는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 슬프지 않은 게 아니었다. 영혼까지 뽑혀 간 듯한 느낌이 그녀를 무감각하게 만들어 울 힘조차 없게 만들었다. 사망진단서를 들고 병원을 나왔을 때 밖에서는 비가 퍼붓기 시작했다. 길거리에서 황급히 비를 피하는 사람들을 보며 그녀는 입가에 창백한 미소를 지었다.잠깐 사이에 그녀는 빗속으로 들어 갔다. 콩알만한
#하람이 기침소리를 두어 번 내더니 허약하게 좌석에 기대였다. “쟤는 신경 쓰지 말고 그냥 가자.”차는 빠르게 빗속에서 사라졌다. 경소경은 마음이 조금 답답하고 괴로워졌다. 이렇게 그를 버리고 간 게 대체 몇 번째인지, 어릴 때부터 그의 어머님은 그러셨다. 그가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상관도 하지 않은 채. 한때는 자신이 친자식이 아니라고 의심하기까지 했었다… “떠난 사람은 떠난 사람이죠. 그만 슬퍼하라는 말 밖에 해줄게 없네요. 산사람은 살아야죠. 굳이 이럴 필요까지 있어요?” 그의 위로에는 방금 버려진 것에 대한 답답함이 조금 섞여있었다. “경도련님, 친척이나 가족 돌아가신 분 없죠?” 진몽요는 그를 향해 눈을 희번덕 거리고는 곧장 빗속으로 걸어갔다.경소경이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자신에게 대든다는 것은 그녀가 조금이라도 제정신을 찾았다는 증거니까. 자신의 부정적인 기운을 가지고 돌아가고 싶지 않았던 진몽요는 바로 전지에게로 갔다. 그녀는 지금 위로가 필요했다. 사랑하는 사람의 위로가… 필요했다.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전지는 샤워를 하고 있었다. 그녀는 재채기를 한번 하더니 마른 수건을 찾아 축축하게 젖은 머리카락을 닦아냈다. 침대 위에 놓인 전지의 핸드폰이 반짝이는 것이 눈에 흘겨 들어왔다. 그녀는 무심결에 핸드폰을 들어 뒤져 보기 시작했다. 그녀는 순간 얼어버렸다. 온몸의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 마침 밖에서 들려오는 우레의 굉음이 그녀의 심경을 대변해 주는 것 같았다.십분 뒤, 전지가 욕실에서 걸어 나왔다. 그녀를 본 순간 그가 약간 멍해졌다. 이내 핸드폰을 그녀의 손에서 뺏더니. “왜 남의 핸드폰을 뒤지고 그래?”그녀가 그를 죽일 듯이 노려봤다. “찔리는 게 없으면 내가 네 핸드폰 뒤지는 걸 왜 무서워하는데? 어?” 전지는 냉랭한 얼굴로 화제를 돌렸다. “여긴 왜 왔어?”진몽요는 이 상황이 웃기고 또 슬펐다. “왜? 내가 여기 오면 안 돼? 이 집 내가 계약해 준 거잖아, 한번 계약하는데 5년이야. 내가 지
#눈물이 핑 돌았다. 진몽요는 눈물이 떨어지지 않게 억지로 참았다. “응… 이미 알고 있었어. 보아하니 그 사사라는 사람도 나처럼 너를 위한 디딤돌일 뿐인 것 같네. 걔한테 화낼 게 아니라 오히려 동정해 줘야 했어. 네 눈빛 정말 차갑다. 한겨울의 바람처럼 차가워. 내가 환상이 너무 많았을 뿐, 예전에 날 바라볼 때도 그랬어. 돈은 안 돌려줘도 돼. 내가 좋아서 너한테 쓴 건데, 다시 달라고 할 염치는 없지. 교훈 거하게 심어줘서 고마워. 내 세상이 산산이 조각날 때 날 한 번 더 아프게 때려줘서 고마워. 날 이렇게나 역겹게 해줘서!”말을 끝내고는 그녀는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 결국 참을 수 없도록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그녀는 전지가 욕실에서 걸어 나왔을 때부터 이미 알고 있었다. 그는 축축하게 젖은 그녀가 아닌 비밀이 가득한 그의 핸드폰을 제일 먼저 걱정했다. 실망이 너무 많이 쌓였다. 이젠 더 이상 나 자신을 속이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흐릿한 정신으로 임대 아파트로 돌아왔다. 구식 건물이라 5층밖에 되지 않았고 경비도 없다. 한 층에 열 가구나 넘게 사는데 별난 사람이 다 살았다. 가끔씩 들려오는 취객의 욕설이 그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복도도 너무 깜깜했다. 진몽요는 문 앞에 서있었다. 감정을 추스른 후에야 그녀는 손을 뻗어 열쇠를 꺼냈다. 갑자기 그녀의 시선이 자물쇠에 닿았다. 자물쇠는 이사 올때 새로 바꾼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 위에는 긁힌 자국뿐만 아니라 파손된 자국까지 있었다. 긴장감에 그녀의 손이 땀으로 흥건해졌다. 모서리에서 절반 짜리 쇠몽둥이를 찾아 전전긍긍하며 문을 열고 재빠르게 불을 켰다. 어지러워진 집안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원래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던 임대 아파트가 난장판이 되어 있었고 그녀의 어머니가 바닥에 쓰러져 인사불성이 되어 있었다. “엄마! 엄마 왜 그래?” 그녀는 아이처럼 엉엉 울며 앞으로 돌진해 강령을 부축했다. 여러 차례의 타격이 그녀를 더 이상 강인한 척할수 없게 했다. 강령의
#임집사는 알겠다고 하더니 이내 경호원들을 데리고 병원을 떠났다. 온연은 그제서야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의자에 쓰러졌다. “몽요야… 나 배가 너무 아파…”진몽요는 눈가에 흘리던 눈물을 닦아내고 큰소리로 의사를 불렀다. 의사는 온연에게 기초적인 검사를 해보더니 결론을 내렸다. “태를 건드리셨어요. 침대에 누우셔서 태아를 안정시키는 게 제일 좋으세요. 적어도 일주일은 지나야 다음 경과를 지켜볼 수 있어요. 몸이 너무 안 좋으세요.”진몽요는 경악했다. “너 임신했어? 누구 아이야?!”온연은 이 상황이 유감스러웠다. “네 생각은 어떤데?”진몽요가 약하게 대답했다. “설마… 심개 아이는 아니지?”온연의 답답함이 극에 치달았다. “몽요, 나 그런 짓 못해. 목정침 아이야 내가 임신한 거 비밀로 좀 해줘. 목정침 아직 몰라.”“뭐? 그 사람 아직 모른다고? 왜 안 알려줬어? 알려줬으면 너한테 조금이라도 잘해줬을걸. 너, 기회를 쟁취할 줄 알아야지. 나처럼 되지 마. 다 퍼주고 마지막에 아무것도 못 건졌어.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지 말라더니!” 진몽요는 자신을 위해 화를 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나는 뭐 퍼준 것도 없어. 목정침한테… 난 그 사람한테 퍼준 적 없어. 다 내가 그사람 한테 빚진거지. 그 사람이 가진 거 아무것도 쟁취하고 싶지 않아. 몽요야, 넌 몰라. 한 사람이 누군가에게 빚지고 아무리 노력해도, 갚지 못했을 때 정말 자기 자신을 숨도 못쉴 정도로 압박하게 된다는 거.” 온연의 말에는 너무 많은 게 들어가 있어서 진몽요는 알아듣지 못했다. 얘기도 더 이상 이어 나가지 못했다. 아침이 되자 강령이 드디어 깨어났다. 온연은 그들에게 새로운 거처를 찾아주고 싶었지만 수중에 돈이 없어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 어젯밤 목정침에게 돌려준 카드가 생각이 나자 그녀는 다시 한번 후회했다. 왜 자꾸 이렇게 되는 거지? 빚지려 하지 않으면 않을수록 점점 더 많이 빚지게 된다…이런 일이 생기자 진몽요도 더 이상 그런곳에 살수 없다고 생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