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의 모든 챕터: 챕터 101 - 챕터 110

1359 챕터

제101장

경소경이 씁쓸하게 웃었다. “아니요. 저쪽 따님이랑 아는 사이에요.”갑자기 손에 들었던 금두꺼비를 뺏긴 듯한 기분이 든 간호사는 실망감이 가득 찬 말투로 그에게 말했다. “아…네, 그럼 바로 수속 밟아 드릴게요.”한 편 목가네에서는 온연이 자신이 가진 돈 전부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전에 그린 그림도 인터넷에 올려 팔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림을 팔아 벌어들이는 수입은 너무 불안정했다. 그때 더 고민하지 않고 일을 그만두어 버린 게 너무 후회되었다. 몽요네 집이 이런 일이 생길 줄은 생각도 못 했다. 고정수입이 없는 지금 상태로는 그녀를 도와주기 역부족이었다. 그녀는 손에 있던 돈을 몽요에게 보내주었다. 혹시라도 몽요가 돈을 받지 않을 가봐 특별히 그녀에게 당부했다. ‘이 고비 우리랑 같이 버텨 나가자. 넌 혼자가 아니야. 나랑 심개가 있잖아. 혼자 다 짊어지려고 하지 마.”온연이 보낸 돈과 문자를 본 순간 진몽요의 눈물샘이 터져버렸다. 새로 산 보온병을 들고 병원으로 걸어가면서 펑펑 눈물을 흘렸다. 그녀를 의아하게 쳐다보는 사람들의 시선도 신경 쓰지 않은 채.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고 했었던가? 막 병원을 나가려는 경소경은 꼴사나운 그녀의 모습을 봐버렸다. 순간 그녀에 대한 동정심이 비웃음으로 바뀌었다. “아니…… 여기서 뭐 하는 거예요? 보온병 사는데 그 사람이 안 깎아줘서 울고 있는 거에요?”진몽요는 눈을 희번덕 거리며 그를 쳐다보았다. “그쪽이 뭔 상관인데요?”갑자기 그녀를 놀리고 싶은 마음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물어보는 것도 안 돼요? 나한테 악감정 있어요?”그를 보면 볼수록 그녀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치밀어 오르는 화를 참지 못한 그녀는 더욱더 거세게 울기 시작했다. “흑흑… 그쪽 비뇨기과에 상담하려고 병원에 왔죠? 성병에라도 걸린 거예요?”경소경은 입술을 삐죽거렸다. 그를 쳐다보는 주위 사람들의 눈빛이 순식간에 혐오감으로 가득 찼다. “무슨 소리에요! 전 갈 테니까, 혼자 울든지 말든지 알아서 해요! 누가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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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장

그 생각이 들자 진몽요는 복도 끝으로 걸어가 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참이 지나서야 전화가 연결됬다. 전화를 받는 전지의 말투는 무척 냉랭했다. “무슨 일이야?”진몽요는 지금 그의 태도가 어떤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만약 그가 겉으로만 차갑고 속으로는 따뜻한 사람이라면 그녀는 그를 받아들일 수 있었다. “고마워.”전지는 노트북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건 지 생각해 보지도 않고 그가 대답했다. “뭐가?”그녀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녀의 입꼬리가 씰룩거리기 시작했다. “시치미 떼지마. 네가 우리 아빠 병원비 기부해 준 거지? 뭐하러 익명으로 했어? 요즘 냉랭하게 굴어서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요즘 집에 일이 너무 많아서 신경을 못 썼어. 화내지 마. 시간 나는 대로 찾으러 갈게.” 그녀의 말에 전지는 눈살을 찌푸렸다. 무심결에 자신이 한 게 아니라고 부인하고 싶었지만 입 밖으로 말이 나오지가 않았다. 그의 집중력이 노트북에 몰려 있어 대답할 겨를이 없었다. “바빠서 끊을게.”…목정침이 목가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자정이 넘는 시간이었다. 이미 잠이 들었던 온연은 아래에서 들리는 차소리에 그만 잠이 깨버렸다. 요즘 계속 이런 상태가 반복된다. 깊게 잠들지 못하고 작은 소리에도 잠이 깨고.안방 문이 누군가로 인해 갑자기 열려버렸다.그녀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J시 호텔방에서 들었던 목소리가 자꾸 머릿속에 맴돌았다. 자신이 왜 이런 일을 신경 쓰고 있는지 그녀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방으로 들어온 목정침은 바로 욕실로 들어갔다. 그는 사워를 끝낸 뒤 바로 집을 나섰다.밤새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그녀는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다음날 그녀가 아침을 먹으러 거실로 내려갈 때 마침 목정침도 서재에서 나왔다. 그들 사이에는 아무런 교류도 없었다. 그녀는 핸드폰을 들어 그에게 문자를 보냈다. ‘저 오늘 병원에 몽요 아버님 뵈러 가요.’목정침은 문자를 확인했지만 답장을 하지 않았다. 그의 눈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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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장

그들이 대화하는 사이 병실 문이 갑자기 누군가에 의해 열렸다. 병실로 들어오는 사람을 보자 진몽요가 마른 기침을 하며 온연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고개를 돌리던 온연은 그만 심개와 눈이 마주쳐버렸다. “너도 왔구나.”더 간단할 수 없는 인사에 수많은 감정이 담겨 있었다.심개는 들고 온 영양제를 침대 맡에 올려놓았다. “아버님 뵈러 왔는데, 너도 있을 줄은 몰랐네. 여기 환경… 너무 별로다. 몽요야, 내가 일인 병실로 옮겨 줄게.”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어제 진몽요와 원한이 생긴 환자 가족들이 부러워 하면서 말 했다. “빚이 산더미 면서 무슨 일인실이래…”진몽요는 손을 내밀어 가슴을 툭툭 치더니 침대 사이의 커튼을 쳐 버렸다. “저 딴 개소리 신경 쓰지 마.”그 말을 들은 환자 가족이 커튼을 확 잡아당겼다. “누가 누구보고 개라는 거야? 사람 됨됨이가 이러니까 공장이 망하지. 사업이 잘되면 뭐해. 사람이 덜 됐는데. 꼴 좋다!”진몽요는 소매를 걷어 올렸다. “싸우고 싶어서 환장했어? 언제 한번은 싸우려고 했는데, 너 오늘 잘 만났다!심개와 온연이 그런 그녀를 말렸다. “됐어. 하지마.”이런 상황을 보게 되자, 온연과 심개는 더욱 진중을 일인 병실로 옮겨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주 평범한 일인 병실이라도. 지금 진중에게 제일 필요한 것은 조용한 환경에서 쉬는 것이었다. 일인 병실에서라면 적어도 이렇게 복잡한 일은 안 생길 테니까.그들의 설득 끝에 결국 진몽요가 동의를 했다. 하지만 진중은 여전히 아무 말이 없었다. “이 상황에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아. 몽요랑 몽요엄마 그 고생하게 해놓고 나 혼자만 편하게 지낼 수는 없지. 난 괜찮아. 진짜로.”심개가 대답했다. “아버님, 돈 걱정은 하지 마세요. 오기 전에 미리 돈 좀 찾아왔는데 아마 충분할 거예요.”마지막에 이렇게 딸 덕을 보게 될 줄은 진중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의 표정에는 기쁨인지 슬픔인지 모를 감정이 피어올랐다.병실을 바꾸고 난 뒤 진몽요는 심개와 온연을 배웅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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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장

진몽요는 젓가락을 문 채 넋을 놓았다. 그녀는 심개와 온연을 번갈아 보더니 이내 말을 잇지 않았다. 이 일은 그녀가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심개는 인상을 쓰며 그녀에게 물었다. “여긴 어떻게 알고 온 거야?”고만만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그의 옆에 앉았다. “지나가다 들린 거라고 하면 믿어줄 거야?”심개는 아무 말이 없었다. 옆에 앉아있던 온연이 그에게 말했다. “식사하셨어요? 괜찮으시면 같이 드실래요?”고만만은 그녀를 향해 살짝 웃어 보이더니 직원을 불러 수저 한 세트를 추가했다. “밥 먹고 할 일들 없으시죠? 좀 이따 심개랑 같이 쇼핑하기로 했는데! 같이 가실래요?”“전 일자리 찾으러 가봐야 해요.” 온연이 먼저 선수를 쳤다.“전 아빠 간호하러 다시 병원에 가봐야 해요. 둘이서 가세요.” 진몽요도 급히 대답했다.고만만이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그들에게 말했다. “할 수 없죠. 그럼 둘이서 가는 수밖에.”이윽고 심개가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이제 배불러.”고만만이 입에 새우 반 마리를 물고는 무해한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그것밖에 안 먹어? 이 집 음식 맛있는데, 더 먹지…”그녀의 털털한 성격이 진몽요와 몹시 닮아 보였다. 진몽요는 그녀가 싫지 않았다. 심개가 어두운 얼굴을 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걸 보자 진몽요가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저 친구 원래 저래요. 항상 적게 먹었어요. 신경 쓰지 말고 계속 먹어요.”고만만은 이내 밥 먹는것 에만 집중했다. 그녀는 넷 중에서 제일 마지막으로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배부르게 먹은 그녀는 입을 닦았다. “저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심개 나 기다려줘야 해~”자리를 떠나 화장실로 들어간 순간 그녀는 구역질을 시작했다. 심개가 아니었다면 그녀는 절대로 이곳의 음식을 삼키지 않았을 것이다. 이곳의 음식들은 한입만으로도 그녀를 토하게 만들었다.먹은 것을 거의 다 토하고 그녀는 물을 한 입 가득 마시고, 입 안에 남은 냄새와 잔여물을 씻겨냈다. 그녀는 거울 속에 비친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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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장

억지로 괜찮은 척하는 그녀를 눈치챘지만 진몽요는 모른척했다. “다시 생각 해 보니까 목정침 정말 나쁜 사람이다. 결혼 한지 삼 년이 되도록 결혼반지 하나 못 끼게 하고, 인연인 사람들은 서로 갈라지게 만들고 또 인연이 아닌 사람들은 서로 이어주고 , 대체 누굴 괴롭히려고 그러는 거야?”온연은 이 얘기를 더 이상 이어 나가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온 온연은 각종 사이트를 접속해 이력서를 넣었다. 궁지에 몰리지 않은 이상 그녀는 발품 팔아 직업을 찾고 싶지는 않았다. 직장 생활도 그녀의 성격을 밝게 만들어 주지는 못했다. 말하기 뭐 하지만, 목정침같이 어마어마한 사람과 같이 살았는데 왜 성격이 이 모양인지 그녀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오늘 밤에도 목정침은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혼자서 그 큰 식탁에 가득 차려진 밥을 온연은 음식이 너무 아까웠다. “유씨 아주머니, 앞으로 목정침이 집에 돌아오지 않으면 이렇게 많이 차리실 필요 없으세요. 어차피 다 못 먹어요. 아깝잖아요.”온연의 말에 유씨 아주머니는 대꾸했다. 지난번에 임집사님이 쫓겨날 뻔한 일이 있은 후로 그녀는 함부로 입을 놀리지 못했다. 목정침이 집에 돌아오는 횟수가 문제가 있긴 했다. 비록 걱정이 되긴 했지만 그녀가 뭐라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다.온연은 아무 일도 없는 사람 같았다. 밥을 먹고 나면 잡지를 보거나 핸드폰을 놀았다.집 전화기가 갑자기 울리기 시작했다. 전화기랑 제일 가까이 있던 그녀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상대방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전화를 끊어버렸다.소리를 듣고 온 임집사는 그녀를 쳐다보더니 이내 발길을 돌렸다. 목정침이 걸어온 전화라는 걸 그는 알고 있었다.…며칠 뒤 온연은 한 디자인 회사의 면접 통지를 받게 되었다. 그녀는 아침 일찍 준비를 했다. 조금 더 화사해 보이기 위해 일부러 화장까지 했다. 면접장으로 들어선 그녀를 보자 회사 인사팀 매니저가 웃으며 말했다. “우연인 줄 알았는데, 진짜 목씨 부인일 줄은 상상도 못했네요. 저희 회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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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장

유씨 아주머니가 잠시 멈칫하더니 계속 말했다. “전화라도 좀 쳐봐. 집에 돌아와서 밥을 먹을 건지 그런 거 있잖아. 부부 사이에는 대화를 많이 해야 되는 거야. 이렇게 따로따로 살면 되겠니. 둘이 결혼한데는 이유가 있었다는 거 다 알아… 근데 있지, 괜한 말 한마디 하자면, 도련님 그 성격으로 네 과거 신경 안 쓰고 너랑 결혼한 거 보면 너 많이 좋아한다는 뜻 아니겠어? 너 이렇게 도련님한테 계속 이렇게 마음 안 쓰면 안 돼. 도련님 성격 뻔히 알면서 왜 도련님 말에 안 따르는 거야? 둘이 잘 지낼수만 있다면 누가 먼저 고개 숙이는 게 뭐가 그렇게 중요하겠어?”온연은 세상에서 제일 터무니없는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유씨 아주머니, 지금 장난하세요? 그 사람이 절 좋아한다고요? 목가네로 들어왔을 때 저 고작 여덟 살이었어요. 그때 그 사람은 벌써 열여덟 살이었고요. 아마 그때 여자친구도 사귀고 있었을 텐데, 더구나 저는 그때 애였다고요. 그 사람이 어떻게 날 좋아하겠어요? 저희가 결혼한 건 삼 년 전의 그 일 때문이에요… 그냥 남들에게만 보여지는 공적인 관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감정이랑 연관 짓지 마세요. 그 사람이 이혼하기 싫어하는 이유도 사람들 입에 오르는 게 싫어서 그런 걸 거예요. 아마… 절 놓아주는 게 싫은 거겠죠. 평생을 바쳐 나한테 복수할 정도면 도대체 제가 얼마나 미운걸가요? 어떻게 절 좋아할 수 있겠어요?”말이 여기까지 나오자 유씨 아주머니도 터놓고 말해버렸다. “너 계속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어? 도련님이 정말 평생을 바쳐 너한테 복수한다면 그게 자기 자신을 괴롭히는 거지 널 괴롭히는 거겠니? 만약 진짜 네가 미운 거라면 널 쳐다보지도 않았겠지. 너한테… 그런 짓까지 했겠어?”유씨 아주머니가 돌려 말하고 있었지만 온연은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목정침이 벌써부터 그녀에게 친밀하게 행동하고 있었다는 걸 그녀도 부정할 수는 없었다. 그 점에 대해서는 그녀도 항상 의문이 들고 있었다.하지만 그동안 그가 그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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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장

유씨 아주머니는 갑자기 무엇인가 생각이 났다. “연아, 너 생리 안 온 지 얼마나 됐어?”그녀는 잠시 생각했다. “제가 요즘 생활패턴이 불규칙해서 정확하지는 않은데 한 달 정도 늦어 진 것 같아요. 요즘 슬슬 반응이 와서 곧 올 것 같아요. 시간 날 때 병원에 가서 검사해보려고요. 약 먹고 몸조리 좀 하면 아마 괜찮을 거예요.”유씨 아주머니가 떠보듯 그녀에게 물었다. “너 임신한 거 아니야?”온연의 낯빛이 변하더니 이내 대답했다. “말도 안 돼요.” 목정침이랑 처음 했던 거 빼고 딱 한 번이었는데. 그녀는 확률이 크지 않다고 생각했다. 단호한 그녀를 보자 유씨 아주머니는 조금 걱정이 되었다. “그럼 확실히 문제가 생긴 거네. 시간 날 때 말고 지금 당장 병원에 가봐.”그녀는 아무렇게나 대충 대답했다. 사실 며칠 전부터 병원에 가고 싶었다. 하지만 난처하게도 그녀는 병원에 갈 돈조차 남겨두지 않고 돈을 모두 진몽요에게 줘버렸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저녁이 되자 그녀의 식욕이 완전히 없어졌다. 그녀는 오후 내내 화실과 화장실만 왔다 갔다 했다. 심각한 메스꺼움과 늦어지는 소식이 그녀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무심결에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암이라고 하는 바람에 위로는커녕 그녀를 더욱 놀라게 했다. 그녀는 심지어 늘 위가 좋지 않았던 자신에게 위암이 걸린 게 아닌가 의심이 들었다. 목정침이 돌아오지 않을 줄 알고 유씨 아주머니께는 저녁을 차리라고 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 뜻밖에도 그가 저녁시간에 집안으로 들어왔다.임집사의 ‘도련님’ 이라는 소리와 함께 목정침의 그림자가 거실로 들어왔다. 유씨 아주머니가 급히 그에게 다가가 물었다. “도련님, 집에서 저녁 드실 건가요?”목정침이 ‘응’ 소리를 내며 담담히 대답했다. 그는 곧바로 소파에 앉아버렸다.아래층에서 전해지는 인기척에 그녀는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내려갔다. 그녀는 돈이 필요했다. 병원 갈 돈이… 더 이상 미루다가는 몸에 더욱 이상이 생길 까봐 그녀는 걱정이 됐다.위층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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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장

목정침은 지갑에서 카드 한 장을 꺼내 아무렇게나 테이블 위로 던져버렸다. 그는 더 이상 그녀를 신경 쓰지 않고 그 김에 잡지 한 권을 집어 펼쳐보기 시작했다. 온연은 카드를 집어 들어 고맙다고 인사를 한 후 다시 발길을 돌려 계단을 올랐다. 일부러 유씨 아주머니에게 저녁을 먹지 않는다고 말을 했다. 그녀는 지금 자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누군가가 누르고 있는 듯이 그녀의 눈꺼풀이 무척이나 무거웠다. 음식이 식탁 위에 다 올라왔다. 그녀의 그림자가 보이지 않자 목정침이 조금 불쾌해보였다. “그 사람은요?”유씨 아주머니가 대답했다. “몸이 안 좋아서 안 드신다고 하셨어요. 도련님, 요즘 사모님이 자꾸 헛구역질도 하시고, 그… 그것도… 아직 안 오셨다고 하셔서. 제가 얼른 병원에 가보시라고 했습니다.”목정침의 눈동자가 일순간 커져버렸다. “지금 뭐라고 하셨어요?”유씨 아주머니는 방금 자신이 했던 말을 되새겨보았다.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그녀는 안심하며 대답했다. “말 그대로예요. 아님 도련님이 같이 병원에라도 가시는 게?”그의 눈동자에 복잡 미묘한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이내 다시 눈빛을 평소로 돌아가서 젓가락을 들어 느긋하게 밥을 먹기 시작했다. “진락 보고 데려다주라고 할게요. 저녁에 일이 있어서.” 유씨 아주머니는 한숨을 쉬더니 몸을 돌려 자리를 떴다. 반찬을 집던 그의 행동이 멈춰졌다. 그는 핸드폰을 들어 진락에게 전화를 걸었다. “걔 병원에 좀 데려다줘. 산부인과로. 임신했는지 확인 좀 해봐.”전화가 끊긴지 일분도 되지 않아 진락이 황급히 걸어 들어왔다. 유씨 아주머니가 서둘러 위층으로 올라가 온연을 불렀다. 온연이 내려오는 내내 맥이 빠져 있었고 얼굴색은 극도로 나빠져 있었다. “지금 가요? 저 자고 싶은데…”진락이 도리 있게 그녀에게 말했다. “아프시면 병원부터 가셔야죠. 미루시면 안 돼요. 도련님이 모셔다드리라고 했으니 사모님은 절 따라오세요.”온연이 식탁 쪽으로 한번 쳐다보더니 이내 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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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장

진료실을 걸어 나오자 그녀는 발을 빼기 시작했다. “저 이제 괜찮은 것 같아요. 진락, 저 병 안 볼래요. 이제 가요.”진락은 그녀가 주사를 맞는 걸 무서워하는 줄 알고 그녀를 위로했다. “괜찮아요. 고작 피검사일 뿐인걸요. 한번 따끔하는 거에요.”온연은 말문이 막혀버렸다. 혈액검사과로 걸어들어온 그녀는 뚫어지게 간호사를 쳐다보았다. 다른 사람의 혈관으로 주삿바늘이 들어가더니 두 개의 시험관으로 선홍색의 피가 가득 채워졌다. 진락은 습관처럼 중얼대기 시작했다. ‘무서워하는 거 같지도 않은데… 아깐 왜 그렇게 움츠려 있었던 거지?’혈액검사결과는 아주 빠르게 나왔다. 진단서 위에 빽빽하게 쓰여 있는 숫자를 그녀는 알아보지 못했다. 진단서를 들고 진료실로 돌아갔을 때 진락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사모님, 전화 좀 받고 오겠습니다.”의사는 진단서를 받아 한번 훑어보더니 그녀에게 말했다. “임신이네요.”그녀는 온몸의 피가 거꾸로 솟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녀의 손발이 차가워지기 시작했다. “확실한 건가요?”그녀의 어두운 표정을 본 의사가 차갑게 말했다. “낙태를 하실려면 예약하시고 지우셔도 됩니다. 아직 얼마 안 됐을 때. 아이 낳으실 생각 없으시면 이렇게 대책 없이 임신하지 마세요.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도 고생이니까.”한참을 침묵하던 그녀는 마침내 입을 열였다. “아이만 건강하다면 낳을게요.”그녀가 바라던 바였다… 목정침이 그렇게 말했었다. 아이만 낳아준다면 떠나게 해준다고… 분명 자유랑 이렇게나 가까워졌는데 왜… 전혀 기쁘지 않은 거지?그때 전화를 다 받은 진락이 걸어 들어왔다. “선생님, 검사 결과는 어떤가요?”의사가 진단서를 그에게 내밀며 막 말을 하려던 참에 갑자기 온연이 먼저 선수를 쳤다. “임신 아니래요. 오늘은 너무 늦었어요. 제가 내일 혼자 위 검사해볼게요!”의사는 조금 의아했다. 간곡한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온연을 보자 의사는 잠시 침묵했다. “돌아가서 위장에 좀 신경 쓰세요. 굶지 마시고요. 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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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장

임립이 쯧쯧거리며 혀를 찼다. “생각은 무슨 생각이에요? 만약 당신이 돌아온다면 사표 냈던 건 없던 일로 해줄게요. 그리고 그동안의 시간은 유급휴가로 쳐줄게요. 어때요? 미리 말해주는데, 저 정침이 대신해서 당신 감시하는 거 절대로 아니에요. 그냥 단순하게 당신이 디자인 쪽에 재능이 있어서, 당신 같은 디자이너가 필요해서 그런 거니까.”솔직히 말해서 온연은 조금 망설여졌다. 그동안 일을 못했던 시간까지 월급을 받을 수 있다니. 마침 그녀도 돈이 필요하던 상황이었다. 누가 봐도 좋은 일이었지만 그녀는 왠지 임립에게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것 같았다. 그녀의 능력은 그녀가 제일 잘 알고 있었다. 임립 같은 사람에게 그녀 같은 직원 한 명 따위 모자라지 않았다. “솔직히 말해봐요. 그쪽 이러는 거… 다른 목적 있어서 그런 거죠?”그녀의 물음에 임립은 어리둥절해졌다. “목적이요? 제가 무슨 목적이 있을 수 있겠어요? 아무렴 그래도 제가 정침이 십년지기 친구인데, 그쪽한테 관심이라도 있을 가봐요? 그럼 관둬요, 관둬. 그쪽 일자리 못찾는거 봐서 돌아오라고 한 건데 정 돌아오기 싫다면 제가 강요할 수는 없죠. 안 그래요?”온연은 한참을 고민하더니 이내 대답했다. “그래요 그럼… 감사해요, 오늘 바로 회사로 갈게요.”그녀는 전화를 끊고는 바로 침대에서 일어나 짐을 싸기 시작했다. 요즘 얼굴색이 좋지 않아 그녀는 간단하게 화장을 했다. 그녀가 집을 나설 때 유씨 아주머니가 물었다. “연아, 어디 가니?”그녀가 대답했다. “출근이요, 임립네 거기로요.”유씨 아주머니는 그녀의 몸 상태가 걱정이 되었다. “근데 너 요즘 몸 상태가 별로던데, 지금 출근해도 되는 거니? 정말 돈이 필요한 거라면 도련님이 너한테 카드 주셨잖니?”한참을 침묵하고 나서야 그녀가 입을 열였다. “그 돈은 제가 빌린 거예요, 그 사람한테 다시 돌려줄 거예요. 그 사람 돈 쓰기 싫어요.”유씨 아주머니는 그런 그녀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 사람은 네 남자야. 네가 그 사람 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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