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정침은 늦은 오후에는 별 일이 없는지 밖에 나가지 않았고, 대신 쇼파에 앉아 노트북으로 일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온연은 하품이 계속되어 잠을 쫓고자 대화 주제를 찾다가, 저도 모르게 모창해가 말한 그 일을 언급하였다.“정말 동생이 있으신 거에요?”목정침의 손이 뻣뻣이 굳더니 안색마저 어두워졌다.“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해? 그게 진짜면, 진작 날 찾아와서 재산을 분배하려 들었을 거야.”온연은 대화 주제를 잘못 선택한 것을 깨닫고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졸음에 정신을 못 차리는데, 온연의 핸드폰에서 문자 알람음이 울렸다.나도 J시에 있어.J시는 현재 목정침과 자신이 있는 도시였다. 메시지를 보낸 이는 누구일까? 그녀가 여기 있는 것을 어떻게 알아낸 거지? 온연의 심장이 마구 뛰기 시작했다. 생각의 생각을 거쳐 온연은 이 번호가 심개 일 것이라고 대담하게 추측하였다. 온연은 잔뜩 긴장하며 목정침을 쳐다보았다. 목정침이 눈치채지 못했음을 확인하고는 이내 ‘누구세요?’라는 답장을 보냈다. 곧바로 답장이 왔다.나 심개야. 지금 웨스트 카페에 있는데, 올래?온연은 무의식 중에 ‘응.’ 이라고 회신하였고, 곧바로 문자 내역을 삭제했다. 잠시 후 마음을 진정시킨 후에야 온연은 입을 열었다,“저 거리 구경하다 들어와도 될까요? 너무 심심해요…”목정침은 일에 집중하며 고개도 들지 않고 대답하였다.“가봐, 멀리는 가지 말고. 진락이 따라다니면 불편할 테니 혼자 다녀와. 호텔 이름 기억해 둬. 길 잃으면 택시라도 타고 돌아와.”그는 뜻밖에도 그녀가 길치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요 몇 년 동안 온연은 목가 저택에 가는 길 밖에 몰랐기에, 당장 J시에서는 북쪽이 어느 방향인지도 감이 안 왔다.온연은 그에게 대답하고는 거리로 나왔고, 지나가는 이들에게 웨스트 카페로 가는 길을 물었고, 약간은 불안해졌다. 웨스트 카페는 목정침이 있는 호텔에서 불과 200미터 떨어진 곳에 있었다. 그녀는 되돌아갈까 생각했다. 만약 그에게 들켰다가는 그
#”잘해줘, 누구도 목정침을 흉보지 않는 걸. 안 그래?”온연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떨구었고, 심개의 따가운 시선이 닿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그치… 나도 그가 누구보다 네게 잘 해주길 바래.”심개의 말을 들은 온연은 고개를 더욱 숙일 수밖에 없었다. 온연은 더 이상 무거운 분위기가 싫어 이내 화제를 돌려 말을 건넸다.“몽요네 집안 일 너도 들었지? 내가 어떻게 도와줄 방법이 없어……”심개가 고개를 끄덕여보였다.“응, 나도 들었는데… 나도 도울 방도가 없는 것 같아. 액수가 너무 커. 은행 빚이랑 다른 건 보름안에 집을 비워내면서 갚을 것 같고, 남는 건 목정침에게 진 빚이야. 어림 잡아 몇 억인데 갚지 못할게 분명해… 목정침이 어떻게 처리할지 지켜 봐야겠어. 폭력적인 빚 독촉은 절대 용납못해. 목정침의 사람됨으로는 그렇게 하지도 못하겠지만… 차차 갚는데도 모자란다면 평생 갚아야하겠지.”온연의 눈살이 찌푸려졌다.“다 갚을 때까지, 내가 몽요를 도울거야!”심개가 어렴풋이 미소를 지었다.“나도 있는 걸, 우리 같이 돕자.”두사람은 마치 그 해 함께했던 학교로 돌아간 듯했다. 그러나 온연은 몰랐다. 호텔의 목정침은 핸드폰 위 그녀의 위치 표시를 확인하고는 진락에게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웨스트 카페에서 뭐 하고 있는지 찾아봐.”머지않아 진락이 그에게 전화를 걸어왔다.“도련님… 그… 사모님께서……”목정침은 마음속으로 이미 짐작한 듯했다.“바로 말해.”“…심개와 같이 있는 듯 합니다.”진락의 손에 식은땀이 났다. 목정침은 이내 핸드폰을 바닥에 세게 내팽겨쳤다. 얼굴은 분노로 일그러졌다. 온연이 자꾸만 그의 믿음을 져버리고 그를 몰아붙이고 있다. 온연이 웨스트 카페를 나설 무렵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했다. 심개가 보낸 메시지가 핸드폰 화면에 띄워졌다.연아, 우리에겐 많은 시간이 남아 있어. 내가 널 잊지 않게 해줘.마음속이 흐린 하늘과도 같았다. 회신은 하지 않았다. 뭐라고 답을 해야 할지
#그녀의 행동은 충분히 도발적이었으나, 목정침의 눈에는 짜증만 가득 차 올랐다.“이제 그만 가봐도 돼.”강연연은 어리둥절했다. 달갑지 않은 소리였다.“무슨 소리야, 오빠. 어제 밤새 달려와서 오늘 겨우 만났는데, 방금 만난 사람한테 가라니? 말도 안 돼~”“두 번 말하게 하지 마.”그는 침대 위 여자를 쳐다보지 않았다. 눈 밑에 분노가 점점 차오르는 듯했다. 강연연은 할 수 없이 자리를 떠야만 했고 목정침이 받았던 메시지를 떠올렸다. 내용을 보지는 못했지만 분명 그 메시지 때문일 것이다. 누가 그녀를 방해했는지, 속으로 만 번쯤 저주를 내렸다.이튿날, 목정침은 홀로 모창해와 그 식당에서 약속을 잡았다. 모창해가 도착했고, 온연이 보이지 않자 웃음 지으며 물어왔다.“온연은?’목정침은 감정을 잘 숨겼다. 그는 봄바람에 젖은 듯한 미소를 띄웠다.“일이 생겨서 먼저 제도로 돌아갔어요. 모삼촌, 어제 하신 말… 진심이세요?”모창해의 술을 따르던 행동이 약간 경직되었다가 이내 평상시처럼 돌아왔다.“무슨 말? 어제 과음을 했더니…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이 안 나네.”“괜찮아요, 잊으셨다면 어쩔 수 없죠.”목정침이 그를 향해 웃어 보였다. 모창해가 말을 이었다.“난 원래 술을 마시면 허튼소리를 해대니까, 너무 마음에 두지 마. 그냥 흘려들으면 돼. 그나저나 닝닝이랑 너를 엮어주려 했는데… 이렇게 곧바로 결혼할 줄은 몰랐네.”목정침은 모창해의 막내 딸 모닝의 모습을 떠올렸다. 지난 번 만났을 때 그가 17살, 그녀는 겨우 13살 이였다. 그가 못마땅한 듯 말을 돌렸다.“삼촌, 장난하지 마세요. 모닝이랑 저는 성격이 맞지 않아요.”모창해는 말없이 웃었다. 그의 딸은 여전히 그의 애간장을 태웠고, 지금까지도 마음에 드는 사위를 찾지 못하였다.제도 중심 병원, 진몽요는 어머니 강령과 함께 그의 아버지 진중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4인용 병실이었다. 다른 환자들의 가족들은 하루 종일 재잘거려 댔고, 진몽요는 화를 내고
#그 환자의 가족은 자신의 집에서 몇 년 동안이나 쓴 듯한 다 낡은 보온병을 건네었다.“자요! 배상했어요! 됐죠?”진몽요는 그 보온병에 손도 대지 않았는데도 닭살이 돋아왔다.“보온병 있는데도 물 받으러 안 간 겁니까? 어디 병 있어요 당신?”상대방은 대가족을 방패삼아 기세등등하게 일어섰다.“누구한테 병이 있냐는거야? 고작 보온병 하나, 당신도 망가뜨리면 될 일 아니야?! 이게 무슨 성가신 꼴이야?”강령은 평생을 재력가의 사모로 살아온 지라 이러한 싸움에 익숙하지 않았다. 그저 진몽요를 뒤에서 감싸 안아왔다.“괜찮아, 괜찮아. 몽요. 하나 더 사면되지. 조용히 하자. 아버지가 제대로 못 주무시잖아.”진몽요는 그 가족들을 매섭게 노려보고는 문을 박차고 나갔다. 그녀의 얼굴에 심기가 불편하다고 써 있는 듯하였다. 누구든 지금 그녀를 건드렸다가는 재수가 없을 것이었다. 그녀는 머리를 쭉 뺀 모양새로 엘리베이터로 돌진하듯 나섰는데, 역시나 누군가와 부딪히게 되었다. 가뜩이나 예민한 진몽요가 목청을 돋우며 소리쳤다.“눈 똑바로 안 뜨고 다녀요?! 먼저 내리고 타는 것도 못 배웠나?!”부딪힌 제 가슴팍을 어루만지던 경소경의 안색이 안 좋아졌다.“이봐요, 할머님. 난 움직이지도 않았는데, 내가 누굴 건드렸다는 거야? 너 혼자 부딪힌 거잖아!”진몽요는 그 사람이 익숙한 그 사람임을 알고는 더욱 눈이 뒤집혔다.“누군가 했더니만, 키만 컸지 머리는 안 자랐나 보네. 비켜!”경소경이 그녀를 확 잡아당겼다.“기다려, 누구더러 머리가 안 좋다는 거야? 너 좀 지나친 것 같은데, 난 널 건들이지도 않았을 뿐더러, 널 구해주기까지 했잖아? 나한테 빚진 1억, 아직 너한테 갚으라고도 안 했어.”진몽요는 ‘빚진’ 이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심정이 폭발하였다.“나 돈 없어. 우리집은 몇 백억이나 이미 빚지고 있어! 설령 네가 갚으라고 해도 난 못 갚아. 그래, 너 나 건들인 적 없어. 그냥 내가 눈꼴 시려서 그랬다! 됐냐? 손 떼!”
경소경이 씁쓸하게 웃었다. “아니요. 저쪽 따님이랑 아는 사이에요.”갑자기 손에 들었던 금두꺼비를 뺏긴 듯한 기분이 든 간호사는 실망감이 가득 찬 말투로 그에게 말했다. “아…네, 그럼 바로 수속 밟아 드릴게요.”한 편 목가네에서는 온연이 자신이 가진 돈 전부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전에 그린 그림도 인터넷에 올려 팔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림을 팔아 벌어들이는 수입은 너무 불안정했다. 그때 더 고민하지 않고 일을 그만두어 버린 게 너무 후회되었다. 몽요네 집이 이런 일이 생길 줄은 생각도 못 했다. 고정수입이 없는 지금 상태로는 그녀를 도와주기 역부족이었다. 그녀는 손에 있던 돈을 몽요에게 보내주었다. 혹시라도 몽요가 돈을 받지 않을 가봐 특별히 그녀에게 당부했다. ‘이 고비 우리랑 같이 버텨 나가자. 넌 혼자가 아니야. 나랑 심개가 있잖아. 혼자 다 짊어지려고 하지 마.”온연이 보낸 돈과 문자를 본 순간 진몽요의 눈물샘이 터져버렸다. 새로 산 보온병을 들고 병원으로 걸어가면서 펑펑 눈물을 흘렸다. 그녀를 의아하게 쳐다보는 사람들의 시선도 신경 쓰지 않은 채.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고 했었던가? 막 병원을 나가려는 경소경은 꼴사나운 그녀의 모습을 봐버렸다. 순간 그녀에 대한 동정심이 비웃음으로 바뀌었다. “아니…… 여기서 뭐 하는 거예요? 보온병 사는데 그 사람이 안 깎아줘서 울고 있는 거에요?”진몽요는 눈을 희번덕 거리며 그를 쳐다보았다. “그쪽이 뭔 상관인데요?”갑자기 그녀를 놀리고 싶은 마음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물어보는 것도 안 돼요? 나한테 악감정 있어요?”그를 보면 볼수록 그녀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치밀어 오르는 화를 참지 못한 그녀는 더욱더 거세게 울기 시작했다. “흑흑… 그쪽 비뇨기과에 상담하려고 병원에 왔죠? 성병에라도 걸린 거예요?”경소경은 입술을 삐죽거렸다. 그를 쳐다보는 주위 사람들의 눈빛이 순식간에 혐오감으로 가득 찼다. “무슨 소리에요! 전 갈 테니까, 혼자 울든지 말든지 알아서 해요! 누가 보면
그 생각이 들자 진몽요는 복도 끝으로 걸어가 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참이 지나서야 전화가 연결됬다. 전화를 받는 전지의 말투는 무척 냉랭했다. “무슨 일이야?”진몽요는 지금 그의 태도가 어떤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만약 그가 겉으로만 차갑고 속으로는 따뜻한 사람이라면 그녀는 그를 받아들일 수 있었다. “고마워.”전지는 노트북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건 지 생각해 보지도 않고 그가 대답했다. “뭐가?”그녀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녀의 입꼬리가 씰룩거리기 시작했다. “시치미 떼지마. 네가 우리 아빠 병원비 기부해 준 거지? 뭐하러 익명으로 했어? 요즘 냉랭하게 굴어서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요즘 집에 일이 너무 많아서 신경을 못 썼어. 화내지 마. 시간 나는 대로 찾으러 갈게.” 그녀의 말에 전지는 눈살을 찌푸렸다. 무심결에 자신이 한 게 아니라고 부인하고 싶었지만 입 밖으로 말이 나오지가 않았다. 그의 집중력이 노트북에 몰려 있어 대답할 겨를이 없었다. “바빠서 끊을게.”…목정침이 목가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자정이 넘는 시간이었다. 이미 잠이 들었던 온연은 아래에서 들리는 차소리에 그만 잠이 깨버렸다. 요즘 계속 이런 상태가 반복된다. 깊게 잠들지 못하고 작은 소리에도 잠이 깨고.안방 문이 누군가로 인해 갑자기 열려버렸다.그녀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J시 호텔방에서 들었던 목소리가 자꾸 머릿속에 맴돌았다. 자신이 왜 이런 일을 신경 쓰고 있는지 그녀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방으로 들어온 목정침은 바로 욕실로 들어갔다. 그는 사워를 끝낸 뒤 바로 집을 나섰다.밤새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그녀는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다음날 그녀가 아침을 먹으러 거실로 내려갈 때 마침 목정침도 서재에서 나왔다. 그들 사이에는 아무런 교류도 없었다. 그녀는 핸드폰을 들어 그에게 문자를 보냈다. ‘저 오늘 병원에 몽요 아버님 뵈러 가요.’목정침은 문자를 확인했지만 답장을 하지 않았다. 그의 눈동
그들이 대화하는 사이 병실 문이 갑자기 누군가에 의해 열렸다. 병실로 들어오는 사람을 보자 진몽요가 마른 기침을 하며 온연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고개를 돌리던 온연은 그만 심개와 눈이 마주쳐버렸다. “너도 왔구나.”더 간단할 수 없는 인사에 수많은 감정이 담겨 있었다.심개는 들고 온 영양제를 침대 맡에 올려놓았다. “아버님 뵈러 왔는데, 너도 있을 줄은 몰랐네. 여기 환경… 너무 별로다. 몽요야, 내가 일인 병실로 옮겨 줄게.”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어제 진몽요와 원한이 생긴 환자 가족들이 부러워 하면서 말 했다. “빚이 산더미 면서 무슨 일인실이래…”진몽요는 손을 내밀어 가슴을 툭툭 치더니 침대 사이의 커튼을 쳐 버렸다. “저 딴 개소리 신경 쓰지 마.”그 말을 들은 환자 가족이 커튼을 확 잡아당겼다. “누가 누구보고 개라는 거야? 사람 됨됨이가 이러니까 공장이 망하지. 사업이 잘되면 뭐해. 사람이 덜 됐는데. 꼴 좋다!”진몽요는 소매를 걷어 올렸다. “싸우고 싶어서 환장했어? 언제 한번은 싸우려고 했는데, 너 오늘 잘 만났다!심개와 온연이 그런 그녀를 말렸다. “됐어. 하지마.”이런 상황을 보게 되자, 온연과 심개는 더욱 진중을 일인 병실로 옮겨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주 평범한 일인 병실이라도. 지금 진중에게 제일 필요한 것은 조용한 환경에서 쉬는 것이었다. 일인 병실에서라면 적어도 이렇게 복잡한 일은 안 생길 테니까.그들의 설득 끝에 결국 진몽요가 동의를 했다. 하지만 진중은 여전히 아무 말이 없었다. “이 상황에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아. 몽요랑 몽요엄마 그 고생하게 해놓고 나 혼자만 편하게 지낼 수는 없지. 난 괜찮아. 진짜로.”심개가 대답했다. “아버님, 돈 걱정은 하지 마세요. 오기 전에 미리 돈 좀 찾아왔는데 아마 충분할 거예요.”마지막에 이렇게 딸 덕을 보게 될 줄은 진중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의 표정에는 기쁨인지 슬픔인지 모를 감정이 피어올랐다.병실을 바꾸고 난 뒤 진몽요는 심개와 온연을 배웅하러
진몽요는 젓가락을 문 채 넋을 놓았다. 그녀는 심개와 온연을 번갈아 보더니 이내 말을 잇지 않았다. 이 일은 그녀가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심개는 인상을 쓰며 그녀에게 물었다. “여긴 어떻게 알고 온 거야?”고만만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그의 옆에 앉았다. “지나가다 들린 거라고 하면 믿어줄 거야?”심개는 아무 말이 없었다. 옆에 앉아있던 온연이 그에게 말했다. “식사하셨어요? 괜찮으시면 같이 드실래요?”고만만은 그녀를 향해 살짝 웃어 보이더니 직원을 불러 수저 한 세트를 추가했다. “밥 먹고 할 일들 없으시죠? 좀 이따 심개랑 같이 쇼핑하기로 했는데! 같이 가실래요?”“전 일자리 찾으러 가봐야 해요.” 온연이 먼저 선수를 쳤다.“전 아빠 간호하러 다시 병원에 가봐야 해요. 둘이서 가세요.” 진몽요도 급히 대답했다.고만만이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그들에게 말했다. “할 수 없죠. 그럼 둘이서 가는 수밖에.”이윽고 심개가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이제 배불러.”고만만이 입에 새우 반 마리를 물고는 무해한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그것밖에 안 먹어? 이 집 음식 맛있는데, 더 먹지…”그녀의 털털한 성격이 진몽요와 몹시 닮아 보였다. 진몽요는 그녀가 싫지 않았다. 심개가 어두운 얼굴을 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걸 보자 진몽요가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저 친구 원래 저래요. 항상 적게 먹었어요. 신경 쓰지 말고 계속 먹어요.”고만만은 이내 밥 먹는것 에만 집중했다. 그녀는 넷 중에서 제일 마지막으로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배부르게 먹은 그녀는 입을 닦았다. “저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심개 나 기다려줘야 해~”자리를 떠나 화장실로 들어간 순간 그녀는 구역질을 시작했다. 심개가 아니었다면 그녀는 절대로 이곳의 음식을 삼키지 않았을 것이다. 이곳의 음식들은 한입만으로도 그녀를 토하게 만들었다.먹은 것을 거의 다 토하고 그녀는 물을 한 입 가득 마시고, 입 안에 남은 냄새와 잔여물을 씻겨냈다. 그녀는 거울 속에 비친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