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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황제가 사랑한 여인: Chapter 901 - Chapter 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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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1장

소만리는 눈을 들어 기모진이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그의 아름다운 미간에는 약간의 피곤함이 감돌았다.침대 위에 앉아 있는 소만리를 보고 기모진은 찌푸린 미간을 펴며 따뜻하게 웃으며 말했다.“소만리. 내가 시끄럽게 해서 깼어?”소만리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핸드폰을 내려놨다.“당신 왜 이렇게 늦게 왔어요?”기모진은 소만리에게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았지만 소만리가 오해하는 것은 더더욱 원하지 않았다.“고객의 일이 좀 급해서 빨리 올 수 없었어. 미안. 내가 걱정시켰지.”기모진은 침대 곁으로 가서 머리를 숙여 소만리의 눈썹에 입을 맞추었다.소만리는 기모진의 몸에서 평소 그에게서 맡아보지 못한 낯선 냄새를 맡았다.그녀는 냄새에 매우 민감하여 잘못 기억하는 일이 없다. 이 독특한 향기는 강연이 풍기던 그 향수와 같은 냄새였다.기모진과의 사이에 그렇게 많은 일을 겪었기 때문에 소만리는 이 남자가 자신을 배신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믿기로 하고 소만리는 더 추궁하지 않고 일어나서는 예전처럼 두 아이의 아침밥을 차려주러 갔다.아침 식사를 마친 소만리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약을 먹었다.오늘은 월요일이라 두 아이를 유치원에 보낸 후 기모진은 소만리를 데리고 회사로 돌아왔다.회사에 들어가자마자 소만리는 강연이 프런트 데스크에 앉아 있는 걸 보았고, 그녀는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그리고 직원들은 오늘 아침 특종 뉴스를 본 것 같았다. 특종 뉴스는 기모진이 묘령의 여인과 바깥에서 외도를 했다고 말했다. 하필 직원들이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그러나 기모진은 뉴스에 폭로된 일을 알지 못했고 강연을 보고는 참을 수 없는 혐오를 느꼈지만 동시에 강연이 소만리에게 쓸데없는 말을 함부로 하지 않았을까 걱정이 되었다.어젯밤 일을 그는 결코 소만리가 알게 하고 싶지 않았다.그러나 강연은 일부러 여기 온 것 같았다. 그녀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소만리에게 다가갔다.“기 사장님. 기 부인. 기다리고 있었어요.”“강연 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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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2장

”계약서상의 일은 내 비서와 당신이 알아서 하세요. 다른 일이 없으시면 이만.”소만리는 말을 마치고 나서 옅은 웃음을 띠며 기모진의 팔짱을 꼈다.“여보. 우린 올라가요.”“그래요.”기모진은 소만리가 팔짱을 끼고 엘리베이터로 향하도록 발을 맞췄지만 마음은 편치 않았다.강연은 소만리와 기모진이 나란히 팔짱을 끼고 돌아서 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수군수군 말하며 자신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소리를 들었다.그녀는 가방에서 가늘고 긴 담배를 꺼내 한 입 피웠다. 능숙하게 입으로 하얀 연기를 뱉어내며 중얼거렸다.“소만리. 두고 봐.”그녀는 입술을 깨물고는 한 번 피식 웃으며 몸을 돌렸다.지금 엘리베이터 안의 분위기는 유난히 조용했다. 기모진은 소만리의 평온해 보이지만 차가운 옆모습을 조심스럽게 바라보았다.“소만리, 어젯밤에...”“어젯밤 당신 이제 보니 누구랑 사업 얘기하러 간 게 아니었어요. 당신 강연을 만나러 갔어. 당신들 밤새도록 같이 있었어요?”소만리가 돌리지 않고 물었고 대답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남자를 쳐다보았다.“그 여자가 당신 좋아해요?”기모진은 강연이 당치도 않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여겼지만 부인할 수 없었다.“소만리. 난 당신 이외의 어떤 여자도 사랑하지 않을 거야.”소만리는 애틋하게 자신을 향해 있는 기모진의 눈을 바라보다가 남자의 품에 안겼다. 그는 그녀를 끌어안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가볍게 키스했다.“당신 말고는 그 누구도 안 돼.”소만리는 더 이상 캐묻지 않았고 기모진을 믿었지만 강연은 믿을 수가 없었다.기모진이 회의에 간 후 소만리는 오늘 아침 특종뉴스를 캡처해서 강자풍에게 보냈다.제발 강자풍이 그의 누나를 제대로 말려 주길 바랬다.이를 본 강자풍은 곧바로 강연에게 물었고 강연은 단번에 시인했다.“맞아. 난 그냥 기모진이 좋아. 어쩜 그렇게 잘생긴 남자가 있을까. 내가 어떻게 놔 둘 수 있겠어?”“강연, 그 사람 아내가 있어!”“나도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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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3장

강연이 요염한 자태로 웃으며 기모진을 향해 가까이 다가왔고, 그녀의 손가락 사이에 낀 담배는 소리 없이 하얀 연기를 흩날렸다.그녀는 지금 기모진이 얼떨떨해하며 어리둥절하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마침 기회를 틈타 뽀뽀를 하려는데 곁눈으로 힐끗 보니 소만리가 손에 핸드폰을 쥐고 강연을 향해 카메라를 비추면서 천천히 걸어오는 것이었다.“강연 씨. 왜 계속 안 해요? 당신 유명해지고 싶지 않아요? 내가 도와줄게요.”소만리는 얇게 웃으며 비꼬며 말했다.“이따가 이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려서 전 세계 사람들에게 어떻게 유부남을 꼬셨는지 보여줄게요.”소만리의 맑고 서늘한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기모진은 그제야 정신을 되찾은 듯했다. 그러나 조금 전 그 순간 그는 정말 의식이 몽롱해지는 것을 느꼈다.강연은 담배꽁초의 불을 끄며 소만리를 향해 시큰둥하게 웃었다.“장난으로 한 거예요. 기 부인 그렇게 진지할 필요 없어요.”“강연 씨. 이런 농담은 다른 남자한테나 하세요. 내 남편 찾지 말고. 어쩠든 상간녀라는 타이틀은 그렇게 자랑할 만한 게 아니니까요.”소만리는 얼굴에 웃음을 띠며 말했지만 눈빛은 매섭게 빛나고 있었다.강연은 어렸을 때부터 강어의 손에서 컸기 때문에 이렇게 훈계하는 듯한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그녀의 얼굴빛은 약간 어두워졌지만 비웃음을 지으며 기모진을 바라보았다.“기 사장님. 내가 다시 뵈러 올게요.”강연은 한껏 도발하는 눈빛을 하고 웃으며 말했다. 소만리는 이 세상에 소만영보다 더 사악한 여자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강연이 떠나고 나서야 소만리는 매서운 눈꼬리를 거두었고 뭔가 조금 불편한 듯 배를 만졌다.기모진은 이를 보고 긴장한 채 소만리 곁으로 다가갔다.“소만리, 괜찮아?”소만리는 기모진이 내미는 팔을 피하며 싸늘한 어조로 말했다.“아까 내가 들어가지 않았으면 당신들 사이, 한 단계 더 진전되었으려나?”기모진은 소만리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소만리 그런 쓸데없는 생각하지 마.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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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4장

하지만 이 악몽이 가져온 심리적인 영향 때문인지 소만리는 늘 속이 좋지 않았다.그녀는 병원으로 가서 검사를 받았고 기모진은 잠시 중요한 회의가 있어 같이 동행하지 못했다.소만리는 검사를 마치고 남사택에게 검사 결과를 건네주었고 남사택을 진지하게 읽어 내려갔다.“소만리. 내가 따로 약을 하나 더 처방해 줄게요. 이 약은 태아에게는 영향을 주지 않아요. 주로 당신의 기분을 안정시키는 데 작용할 거예요. 매일 한 알씩이면 충분해요. 우선 출근하지 마시고 푹 쉬세요.”소만리는 임산부가 자주 감정 기복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게다가 어젯밤 그 꿈이 그녀에게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될 정도로 진짜 같았다.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 남사택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돌아갔다.그녀가 막 문을 나섰을 때 남사택 사무실의 작은방에서 유유히 한 사람이 나왔다. 강연은 담배를 피우며 연기를 마시고 다시 토해냈다.“보아하니 소만리한테서 조금씩 그 약 효과가 나오고 있는 모양이야.”남사택은 느긋하게 소만리의 진짜 검사 결과를 보며 말했다.“그래. 소만리는 곧 자신이 가장 보고 싶어 하지 않는 일을 눈앞에 일어났다고 상상하게 될 거야.”“내가 원하는 건 지금까지 뭐든 다 가졌어.”강연은 만족스러운 듯 빨간 입술을 살짝 들어 올리며 말했다.“소만리, 어때? 난 하룻밤 사이에 당신한테서 모든 걸 뺏어올 수 있어. 당신이 가장 사랑하는 남자가 완전히 내 것이 되고 온전히 날 따르고 온전히 날 사랑하게 만들 수 있어.”그녀는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말을 이었다.“하지만 기모진이 이 연기에 중독되기를 기다리기엔 너무 시간이 걸려요. 좀 더 빠른 방법이 필요해요.”강연은 깊은 의지를 품고 자신의 계획을 다시 점검하기 시작했다.소만리가 요 며칠 동안 집에서 요양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강연은 수시로 기모진을 보러 사무실로 갔다.매번 그녀는 그녀가 특별 제작해 만든 담배를 피우며 일부러 기모진 앞에서 거드름을 피웠다.기모진은 극도로 반감을 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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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5장

소만리는 눈앞에서 남녀가 다정하게 껴안고 키스하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이 여자는 당연히 사랑에 빠져 있었고 이 남자는...머릿속에 깊이 박힌 이 뒷모습의 실루엣은 절대 틀림없다.“기모진...”소만리는 심장이 날카롭게 베이는 듯이 아팠고 그녀의 기분도 한순간 뒤엉켜버린 느낌이 들었다.그녀는 자신을 진정시키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감정이 점점 통제불능이 되는 것 같았다. 눈앞의 어슴푸레한 빛과 독특한 향기가 그녀를 더욱 어지럽게 만들었다.강연은 그 매혹적인 눈을 들어 얼굴이 창백해져 가는 소만리를 향해 흐뭇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기 부인, 오셨어요?”강연은 도도하고 조롱하는 듯 웃었고 한껏 도발하는 투로 말했다.“기 사장님의 키스 실력이 정말 좋아요. 이런 남자, 정말 헤어 나올 수가 없어요.”강연이 일부러 자신을 자극하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소만리는 자신의 마음을 진정시킬 방법이 없었다.소만리는 주먹을 불끈 쥐고 남자의 뒤로 달려가서 그와 강연을 떼어놓은 뒤 말했다.“기모진. 당신 뭐 하는 거예요? 당신 미쳤어?”소만리는 마음이 찢어질 듯 아팠고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자꾸 시야가 흐려지는 것 같아서 똑똑히 눈앞에 있는 남자를 보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런데 남자는 대수롭지 않게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사업하는데 판을 좀 벌이려는게 정상아냐. 뭘 이렇게 야단법석을 떨어?”소만리는 정말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았다. 하지만 귓가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분명히 진짜였다.“야단법석? 기모진. 당신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알고 있어?”소만리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앞의 남자를 바라보다 남자가 하는 말을 들었다.“지금 당장 나가. 강연과 내가 사업 얘기하는 데 방해하지 말고.”이 대답에 소만리는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고 심지어 눈앞의 사람과 사물의 경계가 탁해지고 흐려지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강연은 소만리의 반응을 보며 만족스러운 듯 입꼬리를 말아올리며 소만리 뒤로 다가갔다.“기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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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6장

소만리가 차로 돌아오자 지하 주차장의 공기는 그녀의 기분을 그렇게 많이 혼란스럽게 만들지 않았는데도 운전대를 잡은 그녀의 손이 주체할 수 없이 떨렸다.그녀는 자신에게 냉정해지라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지만 이미 다시 운전할 힘이 나지 않았다.지금 그녀의 머릿속은 온통 기모진과 강연의 키스 장면으로 가득 차 있었다.여자의 의기양양한 미소와 남자의 못마땅해하는 눈매는 마치 그 해 자신을 대하는 기모진의 냉혹한 태도와 같았다.하지만 소만리는 항상 기모진이 이렇게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지금 운전할 상황이 되지 않아서 계속 차 안에서 진정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르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기모진과 강연이 한 방에 있고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상상하니 소만리는 가슴이 먹먹하고 너무나 아팠다.그녀는 계속 여기 앉아서 기다리고만 있을 수 없었다. 소만리는 차에서 내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려는데 기모진이 이쪽으로 오는 것을 보았다.남자는 지금 옷차림이 단정하고 늠름하고 기품이 우아했다. “기모진.”소만리가 입을 열어 그를 불렀다.기모진이 소리를 듣고 한 걸음 내디뎠다. 그가 고개를 들어 보니 소만리는 얼굴이 창백하고 눈빛에 어둠이 드리워져 있었다.“소만리. 당신 어떻게 여기 있어?그가 빠른 걸음으로 그녀에게 다가왔다. 이때 그의 부드러운 말투는 아까의 그 냉담함과는 정반대였다.소만리는 눈앞에 있는 잘생긴 얼굴을 보며 무너져 내릴 것 같은 자신의 감정을 달래려고 안간힘을 썼다.“기모진. 도대체 무슨 이유가 있어서 당신 날 속이고 몰래 강연과 함께 있어요?”조금 전 강연과 함께 저녁을 먹은 일을 소만리가 알게 된 것을 생각하며 기모진은 미안함을 느꼈다.“소만리. 당신을 속이려고 한 게 아니야.”그는 설명을 하며 손을 뻗어 소만리의 손을 잡았다.“손대지 마요. 더러워.”소만리는 그를 피했다. 기모진은 가슴이 두근거렸고 허공에 뜬 손바닥은 공허했다.소만리에게 내쳐진 것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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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7장

기모진은 갑자기 무거운 물건이 땅에 떨어지는 듯한 둔탁한 충돌 소리를 들었다.그는 소만리가 화가 나서 물건을 던지는 줄 알았지만 마음은 여전히 조마조마했다.“소만리, 괜찮아?”그가 문을 두드리며 가볍게 소리쳤다.“소만리, 아무 일 없는 거지?”기모진이 자꾸 물었지만 소만리에게서는 아무런 대답도 듣지 못했다.갑자기 마음이 불안해져 더 이상 기다릴 수 없게 된 기모진은 문을 열려고 계속 시도했지만 문은 안에서 잠겨 있었다.“소만리, 당신 안에서 뭐해? 소만리!”기모진의 목소리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고 우왕좌왕 어쩔 줄을 몰라 했다.그는 베개를 던져버리고 긴 다리를 들어 올려 문고리 쪽을 걷어찼다.문을 발로 걷어차자 드디어 문이 열렸고 기모진은 침대 옆에 쓰러져 있는 소만리와 바닥에 널브러진 알약을 보았다. 그의 눈에는 갑자기 공포가 밀려와 가득 채웠다.“소만리!”그는 빠른 걸음으로 소만리 곁으로 달려가 그녀를 품에 안았다. 소만리의 백지장 같은 창백한 얼굴을 보자 기모진은 온몸이 혼란스러워 움직일 수가 없었다.“소만리, 일어나! 소만리! 소만리!”기모진이 아무리 소리쳐도 소만리는 대답이 없었다. 기모진은 즉시 소만리를 안아 가장 빠른 속도로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달려갔다.의사는 소만리에게 여러 가지 검사를 했는데 별문제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소만리는 아직 의식이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기모진은 병상을 지키며 소만리의 차가운 손을 잡고 가볍게 키스했다.여전히 의식이 없는 소만리를 바라보는 그의 근심 가득한 눈빛은 애틋함과 미안함으로 일그러졌다.그런데 갑자기 한 여인의 그림자가 그의 시야에 들이닥쳤다.강연은 활짝 웃으며 문설주에 기대어 말했다.“기 사장님, 당신 어디가 제일 매력적인 줄 아세요? 방금 같이 당신이 그렇게 아내를 아끼고 걱정하며 바라볼 때라니까요.”기모진은 소만리의 손을 이불 밑에 넣고 벌떡 일어나 강연한테 향했다.“나가세요.”기모진이 차가운 기운이 넘실대는 눈빛으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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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8장

”헛소리하는 게 아니에요.”강연은 핸드폰에 저장된 동영상 파일을 열어 기모진에게 핸드폰을 건넸다.동영상은 얼마 전 소만리가 호텔 방에 기모진을 찾으러 들어온 것을 찍은 것이었다.기모진은 동영상을 다 보고 동영상 속의 대화도 다 들은 후 너무나 놀라고 말았다.왜냐하면 동영상 속의 소만리가 처음부터 끝까지 그와 똑같은 옷차림을 한 낯선 남자를 기모진으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제야 기모진은 소만리가 당시 왜 그녀를 건드리지도 못하게 하고 더럽다고 했는지 이해가 되었다.하지만 그럴 리가 없다. 동영상 속 이 남자는 분명히 그가 아니었다. 생김새도 전혀 달라 옷차림만이 비슷한 것만 빼면 조금도 이 남자가 기모진과 닮은 구석이 없는데 소만리는 정말로 이 남자를 기모진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강연, 당신 무슨 짓을 한 거야? 왜 소만리가 이런 거야!”기모진은 강연에게 물었다. 가슴속에서 무언가 보이지 않는 사슬이 가슴을 옥죄는 것 같았다.소만리가 그 남자를 기모진이라고 생각했을 때 그녀가 얼마나 괴롭고 실망했을지 그는 상상할 수 있었다.강연은 손에 들고 있던 핑크색 알약 한 봉지를 기모진의 손에 던졌다.“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일종의 환각 약물이에요. 정말 신기하지 않아요?”기모진은 손안에 있는 가늘고 긴 분홍색 알약을 보았고 주머니에서 그가 소만리를 위해 매일 지니고 다니는 약을 꺼내어 보았다. 완전히 똑같았다.그의 머릿속에서 무섭고 두려운 예감들이 떠다니기 시작했다. 기모진은 주먹을 불끈 쥐고 알약을 움켜쥐었다.알고 보니 남사택이 준 약은 환각 작용이 있는 것이었다. 남사택.“잔인한 사실 한 가지 알려드리자면 남사택은 그냥 단순한 의사가 아니에요. 당신 아내는 남사택의 실험 대상일 뿐이에요.”실험 대상!이 네 글자를 소만리의 몸에 쓰다니. 기모진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그러나 강연은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말했다.“그 해 소만리가 남사택의 약을 먹고 무사히 아이를 낳았든 지금 태아를 안전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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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9장

소만리는 방금 깨어났고, 눈을 뜨자마자 기모진과 강연이 병실 문 앞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다.게다가 강연이 웃음이 가득 넘치는 얼굴로 갑자기 기모진에게 키스하는 모습은 더더욱 보고 싶지 않았다.소만리는 갑자기 주먹을 불끈 쥐고 일어나 앉았고 막 침대에서 내려오려는데 배가 욱신욱신 아파왔다. 그녀는 반사적으로 배를 단단히 감쌌다.강연은 자신의 뜻을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역시나 기모진에게 세차게 밀쳐졌다.하지만 방금 그렇게 시도한 동작으로 소만리가 기모진과 그녀가 키스한 것으로 오해하게 만들기에는 충분했다.기모진은 강연에게 약을 받아오라고 계속 묻고 싶었으나 병실 안에서 갑자기 인기척이 나는 것을 듣고 뒤를 돌아보았다. 그제야 소만리가 이미 깨어있었다는 것을 알았다.“꺼져. 더 이상 내 아내 앞에 거슬리게 하지 말고 꺼져.”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강연을 보내고 즉시 문을 밀고 들어갔다.소만리가 눈살을 찌푸리고 복부를 감싸고 있는 것을 보니 기모진은 더욱 그녀가 걱정이 되었다.“소만리, 당신 아까 집에서 쓰러졌었어. 지금은 어때? 배가 아직도 아파?”기모진은 소만리의 손을 잡으러 갔으나 소만리는 단호하게 그의 손을 피했다.기모진은 소만리가 약물의 영향 때문에 자신에 대한 오해가 생기게 되었다는 것을 알고 그녀에게 해명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어떻게 말해야 할까.남사택이 소만리를 실험 대상으로 삼았고 그녀가 본 것은 그녀가 만든 환각일 분이라고 기모진은 해명했다.그러나 이 말은 그녀의 기분을 더욱 우울하고 나쁘게 만들고 말았다.“난 지금 당신을 보고 싶지 않아요. 나가 주세요.”소만리는 서둘러 침대에 누웠다.기모진은 이때 소만리의 기분을 상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 병실 밖으로 나와서 지키고 있었다.그는 남사택에게 전화를 걸어 통화를 시도했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다. 그는 또 소군연에게 전화를 걸었다.소군연과 남사택의 관계는 친한 편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남사택에 대해 물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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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0장

다른 남자가 소만리를 데리고 갔다고?“점잖게 생기셨고 안경을 썼어요. 그리고 잘생기셨어요.”간호사가 묘사하는 남자는 기모진에게 남사택을 떠올리게 했다.그러나 남사택은 이제 그들에게 더 이상 친근했던 그 의사가 아니다. 소만리가 그와 함께 있다면 더 큰 위험에 빠질 것이다.그는 즉시 소만리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전화가 끊어졌다.차 안에서 소만리는 점점 어두워지는 핸드폰 스크린을 보고 아예 핸드폰을 꺼버린 것이었다.남사택은 소만리를 보고 우아하고 고상한 선비 같은 얼굴로 보기 드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렇게 나와 함께 가면 기모진이 당신을 찾지 못해 걱정할까 봐 두렵지 않습니까?”소만리가 웃으며 말했다.“그는 지금 다른 여자 생각하고 있을 거예요.”남사택은 일부러 궁금한 척하며 말했다.“다른 여자요?”소만리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창밖만 바라보았다. 그러나 잠시 후 그녀는 백미러를 통해서 눈에 익은 차를 보았다.그것은 기모진의 차였다.소만리의 머릿속은 온통 어렴풋이 떠오르는 기모진과 강연이 함께 있는 장면뿐이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남사택을 바라보며 말했다.“남 선생님, 최대한 빨리 가 주세요.”남사택을 백미러를 보고는 그 이유를 이해했고 액셀에 발을 대어 속도를 붙였다.그러나 기모진의 속도가 더 빨라서 길목을 지나갈 때 기모진은 남사택의 차를 추월했고 남사택의 차를 멈추어 세웠다.소만리는 원래 남사택에게 유턴하라고 하려고 했다. 그때 기여온과 기란군이 기모진의 차에서 내리는 것을 보았다. 기모진은 더욱 굳은 표정으로 이쪽을 향해 걸어왔다.그녀의 얼굴빛이 갑자기 변했고 서둘러 안전벨트를 풀었다.그때 남사택의 핸드폰이 울렸고 그는 메시지를 본 후 소만리에게 말했다.“소만리, 나 중요한 일이 있어서 가봐야겠어요.”“번거롭게 해 드려 죄송했어요.”소만리는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급히 차에서 내렸다.기모진은 남사택을 막을 기회도 없이 남사택은 핸들을 꺾어 어디론가 가는 것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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