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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가 사랑한 여인의 모든 챕터: 챕터 911 - 챕터 920

2479 챕터

911장

소만리가 원망 어린 질책과 분노가 가득 찬 눈빛으로 기모진에게 달려들었으나 기모진은 안색도 바꾸지 않고 말했다.“맞아. 오늘부터 이렇게 할 거야. 당신한테 절대로 이 약을 먹게 하지 않을 거라고.”소만리는 기모진의 멱살을 잡고 있던 손가락을 떼었고 가슴이 미어지듯 아파하며 말했다.“기모진, 다시 한 번 말해 봐요.”“소만리, 난 절대로 당신에게 이 약 먹이지 않을 거야.”“퍽!”소만리는 그의 빰을 한 대 때렸다. 화가 나서 두 손이 사시나무 떨 듯 벌벌 떨었다. 그러나 여전히 소만리는 진정되지 않았고 모든 의식이 혼돈스럽게 얽혀서 제대로 숨도 쉴 수가 없었다.그녀는 꼼짝하지 않고 깊고 날카로운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눈에는 실망의 빛이 흘러넘쳤다.“기모진, 당신 도대체 어떤 사람이에요?” 소만리가 이어서 말했다.“당신 내가 죽는 걸 보고 싶어요? 아니면 내 뱃속의 아이가 죽는 걸 보고 싶은 거예요? 지금 이렇게 나와 내 아이를 무시할 거면서 왜 그때 나 없으면 못 살 것처럼 애틋한 시늉을 했어요?”그녀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없이 서 있는 남자를 바라보다가 손을 떼었다.“당신 강연한테 관심 생겼어요? 당신은 그런 염치도 모르는 여자를 사랑하는 거예요? 그럼 내가 둘이 잘 될 수 있도록 밀어줄게요.”소만리는 앞에 있는 남자를 홱 밀치고 밖으로 나갔다. 기모진은 빠르게 소만리를 뒤쫓아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어디로 가는 거야?”“남사택한테 가서 약 받아오려구요.”그녀는 단호하게 말했다.“당신은 내가 이 아이를 낳지 않는 걸 바라겠지만 난 꼭 이 아이를 건강하게 낳을 거예요! 비켜요!”소만리는 기모진을 밀치고 떠나려 하자 남자는 그녀를 껴안았다.“나 절대 당신을 남사택한테 가게 하지 않을 거야. 당신 그 약 먹으면 안 돼.”소만리는 마음이 더욱 차가워졌고 자신을 힘껏 안고 있는 남자를 보며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흘러내렸다.“기모진, 남사택의 약을 먹지 않으면 나와 내 아이는 모두 죽어요. 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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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2장

기모진의 진실한 고백을 듣고 있는 순간 소만리는 잠시 얼떨떨했다. 분명히 그녀는 그때 강연과 그가 호텔에서...“소만리, 당신의 안전을 위해 이전에 있었던 작은 섬으로 당신을 보내고 싶어. 기란군과 기여온도 함께 데리고 가게 할게. 당신 그러면 외롭지 않을 거야.”기모진은 결국 이런 결정을 내렸다.소만리가 반대하기 전에 그는 모든 것을 얼른 다 준비했다. 다음날 소만리는 강제로 그의 개인 요트에 태워졌다. 소만리는 저항하며 요트에서 내리려고 했지만 기모진에게 안겨 요트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요트가 바다 가운데로 들어가자 그제야 그는 겨우 그녀를 놓아주었다.소만리는 창밖의 푸른 물결을 바라보며 말했다.“기모진, 날 이런 외딴섬에 버리면 당신은 강연과 마음대로 연애할 수 있겠군요, 그렇죠?”기모진은 해명하지 않고 소만리가 오해하도록 내버려 두고 여전히 침착하게 참으며 말했다.“소만리, 당신이 어떻게 생각하든 내가 다시는 당신에게 어떤 상처도 주지 않을 거라는 것만 기억해.”“꼭 먹어야 하는 약도 못 먹게 하는 것도 날 위해서인가요?”“그래. 당신을 위해서야.”기모진의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갑판 위로 두 아이가 목소리가 전해졌다.“와~ 찰랑찰랑해!”여온이 푸른 바다를 보고 감탄하며 말했다.“오빠, 빨리 엄마랑 잘생긴 오빠도 보러 오라고 해.”소만리도 기여온의 목소리를 들었고 바로 기모진은 소만리의 손을 잡고 아이들에게 갔다.바닷바람이 귓가를 가볍게 스쳐가면서 파도 소리를 전했다. 요트가 지나가는 물 위에서 잔잔한 물결이 일었다.기모진은 육경을 불러 그들의 가족사진을 찍어달라고 했다. 두 아이도 같이 있고 해서 소만리도 카메라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이 가족의 따뜻하고 훈훈한 모습이 먼 곳의 망원경 속으로도 떨어지고 있었다.강연은 담배를 피워 물었다. 눈빛은 악랄하게 번뜩이고 있었다.“저 여자 처리해 버려.”주변의 저격수는 이 말을 듣고 곧바로 목표를 향해 총알을 발사했다.기모진은 마침 두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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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3장

지금 상황이 한시도 늦출 수가 없어서 육경은 서둘러 구명정을 준비하러 갔다.기모진은 두 발을 맞았는데 한 발은 등 뒤에, 또 한 발은 다리에 맞았다. 남자의 상처에서 붉은 피가 계속해서 흘러나왔다.그리하여 기모진의 얼굴빛은 육안으로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급격히 하얗게 식어갔다. 심지어 그는 점점 정신이 혼미해지며 피곤하고 졸린 상태로 맥이 빠지기 시작했다.“기모진 자면 안 돼. 버텨야 해요. 당신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안 돼!”소만리는 목소리가 떨렸고 거즈를 든 두 손도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그녀는 그의 상처를 치료해 주고 싶었지만 아무리 해도 잘 되지 않았다.거의 눈물투성이가 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기모진은 힘겹게 손을 들어 그의 얼굴에 흘러내리는 눈물을 쓸어내려 닦아주며 말했다.“소만리, 나 때문에 더 이상 눈물 흘리지 말라고 했잖아.”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듣기 좋았으나 숨결이 매우 약했다. 소만리는 눈물이 글썽글썽한 채로 침대 위에 있던 담요를 들고 힘껏 기모진의 상처를 눌렀다. 새하얀 담요가 바로 붉게 물들었다.그녀는 어찌할 바를 몰라 쩔쩔매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방울방울 뜨거운 눈물이 아프게 기모진의 얼굴에 알알이 박혔다.기모진의 피로 물든 손이 소만리의 손을 잡았다.“그만 울고 내 말 들어. 어서 여온이와 기란군을 데리고 여길 떠나.”소만리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절대로 가지 않을 거예요!”“소만리...”“기모진 당신 꼭 버텨야 돼요. 당신 아직 뱃속의 아이 얼굴도 못 봤잖아요. 아직 여온이가 아빠라고 부르는 소리도 못 들었잖아요. 아무 일 없을 거예요!”기모진의 지친 눈동자는 소만리의 약간 불룩한 아랫배를 바라보았다. 얇은 입술을 움직여 불러보았다.“여온이는...”소만리는 기여온을 불러오려고 했지만 이때 육경이 다급하게 말했다.“구명정이 준비됐습니다! 요트는 이미 불타기 시작했으니 곧 폭발할 겁니다. 기 사장님, 어서요.”기모진은 소만리의 손을 꼭 잡고 창백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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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4장

육경은 이미 의식을 잃은 기모진을 힘없이 바라보며 최대한 기모진의 부탁을 저버리지 않고 기여온과 기란군을 먼저 구명정에 태운 뒤 다시 요트 창고로 돌아와 소만리를 찾았다.하지만 소만리는 기모진을 안고 놓지 않았고, 육경은 어쩔 수 없이 소만리를 잡아당겼다.“놔요! 당신들 먼저 가세요! 난 꼭 이 사람과 함께 있을 거예요!”소만리는 감정이 무너진 듯 으르렁거렸고 도저히 손을 놓기가 싫었다.“부인, 당신은 기여온 아가씨와 기란군 도련님을 잊으셨습니까?”육경이 계속 말을 이었다.“그들이 아버지도 없는데 어머니마저 잃게 할 수 없지 않습니까!”“빨리 어서 가셔야 합니다. 곧 요트가 폭발할 거예요. 부인은 꼭 살아서 사장님의 복수를 갚으셔야 합니다.”복수.소만리는 눈물 젖은 눈동자를 들어 이미 숨결을 잃어버린 기모진을 바라보며 고개를 숙여 그의 입술에 진한 키스를 했다.“기모진, 나도 당신 사랑해요. 들려요?”그녀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그를 요트 창고에 버리고 구명정에 올라타서 바다 한가운데에서 불타는 요트를 점점 멀리하며 떠나는 수밖에 없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요트가 폭발했고, 그 충격이 소만리의 가슴을 사정없이 때리며 더 할 수 없는 아픔으로 부딪쳐왔다.“모진...”그녀는 산산조각이 난 요트를 바라보며 절절하게 그의 이름을 부르다가 다음 순간 모든 의식을 잃고 기절했다.파도, 모래사장, 그리고 소년 기모진.소만리는 맨발로 기슭에 서서 자신을 향해 부드럽게 웃는 소년에게 달려갔지만 갑자기 눈앞의 그가 사라졌다.“모진 오빠!”그녀는 끝없이 펼쳐진 망망대해에 대고 소리쳤지만 그는 응답이 없고 무심한 파도 소리뿐이었다.“모진, 모진!”소만리는 눈을 번쩍 떴고 초롱초롱한 예쁜 두 눈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보았다.“엄마, 이제 일어나세요.”여온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엄마, 괜찮아요?”기란군이 다정하게 물어보았다.소만리는 이 두 아이의 귀여운 얼굴을 바라보며 혼수상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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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5장

소만리의 심장은 갑자기 커다란 구멍이 뚫린 듯, 분명히 여름인데도 매서운 찬 겨울바람이 온몸을 파고들었다.그녀는 너무 춥다고 느꼈다.눈앞이 어둡고 흐릿했다.이때 육경은 문간에서 무거운 표정으로 황급히 뛰어들어왔다. 소만리가 이미 깨어난 것을 보고 그는 걸어왔다.“인양을 맡은 사람들이 돌아왔습니다. 부인께서 잠시 경찰서에 가서 확인해 주셔야 할 물건이 있다고 합니다.”소만리는 슬픔을 꾹 참으며 고개를 끄덕이며 육경을 따라나섰다.소만리는 경찰서에 도착했고 헝클어진 옷 조각만 보였다. 바다로 나가기 전 그는 흰색 티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이미 붉은 피로 물들어 있었다.소만리는 손가락을 떨며 붉게 물든 옷을 살짝 집어 들었다. 눈물이 소리 없이 흘러와 앞을 가렸다.“모진.”소만리는 계속 더 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분명히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생생하게 존재했지만 이제는 돌아올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렸다.소만리는 깊은 호흡을 하고 돌아서려다 파편 속에서 낯선 물건을 발견했다.그녀는 놀라서 그 책갈피를 집었다. 머릿속에서 뭔가 희미하게 떠올랐다.그날 외할아버지의 무덤 앞에서 그는 그녀 눈앞에서 이 책갈피를 불태우며 그녀와 깨끗하게 끝내겠다고 말했다.그런데 왜 이 책갈피가 여기서 나왔을까?설마 그가 그때 책갈피를 태우는 동작으로 나로 하여금 책갈피를 태우고 나에 대한 감정마저 다 불태운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었던 걸까?그런데 알고 보니 책갈피는 아직 남아 있었고 그녀에 대한 감정도 여전히 그대로였다.소만리는 기모진과의 신혼 방으로 돌아와 혼자 그들의 침대에 누워 그가 누웠던 베개를 어루만졌다.그의 숨결과 체취는 점점 가벼워졌고 다시는 이 냄새를 맡을 수 없게 되었다.그가 사고를 당하기 전 날 그녀는 여전히 그와 말다툼을 했었고 그의 뺨을 때렸다.난 당신을 믿어야 했었어요. 당신과 강연과의 사이에 정말 뭔가가 있었다 해도 분명히 이유가 있었을 거예요.난 왜 그렇게 침착하지 못했을까요. 왜 그렇게 자신의 감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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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6장

한때는 고귀하고 누구보다 우아했고 점잖았던 사람이 지금은 이렇게 외모를 신경 쓰지 않고 심지어 수염도 깎지 않았다. 미간에 남은 뛰어난 그의 기상만이 준수한 외모를 떠받치고 있었다.그는 천천히 걸어오다 기모진을 위해 마련된 빈소를 보고 점점 입가에 웃음기가 번졌다.“기모진, 넌 여전히 지옥의 숙명을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아.”“기묵비! 바로 네가 이 여자와 작당해서 내 아들을 죽였지!”위청재가 사실을 제대로 분간하지도 못하고 소만리에게 죄를 뒤집어 씌웠다.기묵비는 대수롭지 않은 듯 냉소를 흘리며 안으로 들어갔다. 소만리는 그를 가로막았고 눈빛은 날카롭기 그지없었다.“기묵비, 당신은 초요를 죽였어요. 십여 년 동안이나 당신을 위해 진정으로 걱정하고 진심으로 당신을 사랑했던 여자를 죽이다니. 당신이야말로 지옥에 가야 할 거예요!”기묵비는 소만리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당신 말이 맞아. 초요는 내가 죽였어. 내가 직접 사람을 시켜 가장 사랑하는 여자를 쏴 죽였어.”이런 사실을 알게 된 소만리는 이미 많이 아팠음에도 지금 다시 초요를 생각하니 마음이 슬퍼지기 시작했다.“기묵비, 당신이 초요에 대한 상처를 이렇게 가볍게 말하다니, 정말 조금도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군요?”“죄책감?”기묵비는 가소로운 듯 웃으며 눈빛은 갑자기 진지해져 소만리에게 말했다.“기모진의 죄책감은 당신의 용서와 재결합으로 바꿀 수 있었지만 나의 죄책감은 무엇으로 바꿀 수 있을까?”그 말을 듣던 소만리는 뜻밖에도 기묵비의 눈가가 촉촉하게 젖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슬퍼하는 건가?“내가 마지막으로 일을 다 끝내면 내가 가야 할 곳으로 갈 거야.”그는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갑자기 날카로운 시선을 기 할아버지의 몸에 던졌다.소만리는 기묵비가 기 할아버지에게 무슨 짓을 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예감하고 급히 다가가 그를 막았다.“기묵비, 잘못된 일이 또 잘못된 일을 부르는 짓은 더 이상 하지 마세요!”“잘못한 건 저 사람이야. 모든 비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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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7장

기 할아버지는 정정한 기세로 기묵비를 제지했다.그는 흐뭇한 표정으로 소만리를 보고 그를 막고 있는 그녀를 만류하며 뒤에서 잡았다.“할아버지, 싫어요.”“걱정하지 마라.”기 할아버지는 소만리를 위로했다. 그리고 증오에 눈이 먼 기묵비를 향해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이제 와서 보니 어쩔 수 없이 그 해의 진실을 너에게 말해야겠구나. 그렇지 않으면 넌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겠어.”이 말을 들은 기묵비는 방아쇠를 잡은 손가락을 살짝 풀었다.그 해의 진실?소만리는 설마 그 해의 사고에 정말 다른 진실이 있다는 건지 의아해했다.의외의 사고라면 달리 뭐가 있을 수가 있을까?위청재는 유달리 깜짝 놀라며 말했다.“진실? 설마 정말 아버님이...”“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기종영이 위청재의 말을 끊었다. 하지만 표정은 위청재와 마찬가지로 기 할아버지를 호기심 가득 찬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무슨 진실? 나를 속이려고 아무 핑계나 대는 짓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기묵비는 속으로는 알고 싶어 안달이 났지만 여전히 의심을 가득 품고 말했다.기 할아버지는 태연하게 기묵비의 의문에 가득 찬 눈빛을 맞으며 안타까운 듯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확실한 것은 뜻밖의 우발적으로 일어난 일이 아니라 사람이 만든 인위적인 교통사고라는 거야.”기 할아버지의 대답에 거기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놀랐다. 사람에 의해서 생긴 사고라니.소만리는 시종일관 사고를 일으킨 사람이 할아버지가 아닐 것이라고 믿었다.그녀가 예상했던 것을 지금 할아버지의 입으로 들었다. 할아버지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그 해 기묵비 넌 천진난만한 아이였고, 널 아끼고 사랑하는 부모가 있었지. 가족은 화목하고 행복해 보였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어.”할아버지의 회고는 계속 이어졌다.“내 부친은 늙어서 네 부친을 낳았기 때문에 네 부친에 대한 사랑이 지극정성이었지. 심지어 기 씨 그룹 전체를 네 부친에게 넘겨주겠다고 선언했지. 그러나 이런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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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8장

기묵비는 기 할아버지가 일부러 시간을 끄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그는 위패 앞으로 가서 손을 내밀어 보니 위패 바로 뒤에 투명한 봉투에 담긴 메모리카드가 있었다.“이것은 그 해 네 아버지가 교통사고를 당하셨던 그 차의 운행 기록이야. 녹취록도 있으니 네가 보면 다 알게 될 거야.”기묵비는 멍하니 그 메모리카드를 보다 갑자기 먹먹해졌다.그는 한참 동안 정신이 멍한 채 서 있다가 사람을 시켜 노트북 컴퓨터를 가져오게 했다.그는 컴퓨터를 켠 후 메모리카드를 넣고 실행했다. 곧 스피커에서 가장 익숙했던 목소리를 듣게 되었다.“여보, 흥분하지 마. 우리에겐 묵비가 있어! 묵비는 우리가 없으면 안 돼. 여보 정신 좀 차려!?”바로 기묵비의 어머니 목소리였다. 그녀는 목소리가 떨리며 기묵비의 아버지를 부르고 있었다.“여보, 나 정말 괴로워. 이 세상은 정말 너무 고통스러워서 마주하고 싶지가 않아. 여보, 우리 여기 이 어두운 세상을 떠나자. 여보...”“안 돼! 여보! 안 돼...”여자의 놀란 고함소리와 함께 뒤이어 격렬하게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그 후, 다시 아무 소리도 없었다.기묵비는 이 운행 기록을 다 보고 난 후 손에 들고 있던 총을 땅바닥에 내려놓았다. 모든 힘이 온몸에서 스르르 빠져나가는 듯했고 그대로 부모님의 위패 앞에 털썩 주저앉았다.기 할아버지는 통탄하며 말했다.“너를 F국에 유학을 보낸 건 네 아버지의 유언이었어. 네 부친은 자신이 사업을 잘 못하면 네가 잘 해 줄 것을 바랬고, 네가 잘 해서 언젠가 출세하길 바랬어.”기 할아버지는 말을 이었다.“네가 F국에 있던 몇 년 동안 넌 내가 무관심하다고 생각했겠지. 그러나 우리 가문의 기업이 방대하고 먹고 입는 것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너 스스로 돈을 벌어 너의 생활비를 관리하고 생활하도록 한 것은 다 너를 연마시키기 위한 것이었어.”“언제나 몰래 너를 지켜봐 달라고 사람을 시켜 부탁했지. F국에서의 너의 상황을 매일 보고받았어. 너는 기 씨 가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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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9장

소만리는 기모진의 사진을 어루만졌다.비록 사람은 아직 보이지 않았지만 그녀의 머릿속에는 이미 혐오스러운 강연의 얼굴이 떠올랐다.“쯧, 이렇게 상심하고 있다니.”강연의 의기양양한 목소리가 아주 가깝게 들려왔다.소만리는 싸늘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강연이 들어오는 걸음을 막았다.“꺼져. 넌 여기 환영 받지 못할 사람이야.”강연은 두 팔짱을 끼고 만면에 미소를 지었다.“나와 기 사장님은 친구예요. 지금 그가 죽었으니 빈소에 방문하는 건 인지상정이죠.”그는 이렇게 말하면서 앞으로 걸어가 향 세 개를 가지고 불을 붙였다.소만리는 차가운 기세로 강연의 손목을 잡고 그녀를 막았다.“강연, 당신이 흑강당 사람이라고 해서 모든 걸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여기는 F국이 아니야. 흑강당도 아니고. 내 남편은 너 같은 종류의 파렴치한 여자의 조문 따위 필요하지 않아. 당장 나가!”소만리는 강연이 가지고 있던 향을 빼앗아 화로에 던졌다.“껴져.”소만리는 체면 따위 강연한테 세울 마음이 조금도 없었다.강연은 입가에 머금고 있던 웃음기가 싹 가셨다. 약이 바짝 올라오기 시작했다.그때 위청재가 달려 나왔다.“소만리 너 이게 무슨 짓이야? 모진이 친구가 빈소에 찾아왔는데 사람을 어떻게 이렇게 대접하니?”위청재가 강연을 옹호하였다. 소만리에게 적개심을 품은 사람이라면 위청재도 뒤처지지 않는다.강연은 위청재가 자신을 보호하는 것을 보고 억울하고 난감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어머니 안녕하세요. 저는 기 사장님의 친구 강연이라고 해요. 이렇게 기 사장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슬펐어요. 전 그저 향이나 몇 개 피워드리려고 왔는데 기 사모님이 저렇게 꺼지라고 하실 줄은 몰랐어요.”위청재는 이 말을 듣고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기 사모님? 허. 이 여자가 어떻게 기 사모님이야! 모진이가 이 여자 때문에 죽었는데!”“뭐라구요? 기 사장님의 죽음이 저 여자 때문이라고요?”강연은 이미 사실을 알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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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0장

”요트에서 사살당한 일은 당신과 아무 상관이 없죠?”소만리는 직설적으로 물었다.기묵비는 고개를 저었고 눈에는 더 이상 나쁜 기운이나 숨김이 없었다.“초요의 말이 맞았어. 몇 년 동안 나는 그저 모진을 질투하고, 그가 나보다 잘 지내는 것을 질투하고, 그가 당신을 얻을 것을 질투했어. 그렇지만 사실은...”그가 가볍게 스스로를 비웃었고 초요의 유골이 담긴 조그만 유리병 목에 걸려 있는 것을 보며 말했다.“내가 해야 할 일을 다 했을 때 속죄하러 갈 거야.”이 말을 듣자 소만리는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기묵비, 당신 무슨 계획을 하고 있는 거예요?”기묵비는 그저 웃으며 차가운 유리병을 만져 볼 뿐이었다.“초요는 내가 뭘 할지 다 알고 있을 거야.”소만리는 영문을 알 수 없었으나 기묵비의 깊은 회한과 고통을 느낄 수 있었다.“기 씨 그룹의 모든 주식을 이미 당신 명의로 다 옮겼어. 변호사가 처리 중이야. 내가 비록 불법 거래를 했지만 지금 기 씨 그룹의 자금은 모두 깨끗하게 처리되었어. 앞으로 그룹은 당신에게 맡기겠어.”그는 정중하게 말하고 소만리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소만리, 미안해.”기묵비는 사과의 말을 마치고 돌아섰다.“묵비.”기 할아버지가 급히 다가와 그를 불렀다.기묵비가 걸음을 멈추자 그 가냘픈 뒷모습이 쓸쓸해 보였다.“묵비야. 모진도 이미 떠났는데 너마저 떠나면 안 된다. 기 씨 그룹은 네가 관리해야 해.”“소만리가 저보다 더 잘 할 거예요. 게다가 난 더 중요한 일을 해야 해요.”기묵비는 이 말을 남기고 바로 돌아섰다.온갖 평지풍파를 다 겪은 듯 노련하고 침착한 기 할아버지의 얼굴을 보자 기묵비는 눈시울이 뜨거워져서 더욱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죄송합니다. 큰아버지. 제가 그 동안 오해했습니다.”“윗사람이 어떻게 아랫사람한테 그런 걸 따지겠느냐. 묵비야. 가지 마라. 여기가 너의 집이다.”기 할아버지의 만류하는 눈빛에 절절한 기대가 가득했다.기묵비는 더 마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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