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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가 사랑한 여인의 모든 챕터: 챕터 921 - 챕터 930

2479 챕터

921장

이 말을 듣자 강연은 갑자기 두 눈이 번쩍 뜨였다.그녀는 황급히 일어나 빠른 걸음으로 방 안으로 들어갔다.침대에 앉아 있는 남자가 자신의 몸에 난 상처를 보고 있다가 문득 사람의 인기척이 들리자 검은 눈썹을 치켜세우며 싸늘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강연은 이 황홀한 복숭아꽃 같은 눈빛을 보고 입가에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드디어 깨어났군요.”...경도.한 달이 지나자 소만리는 매일 일에 매달리며 자신의 상념을 떨쳐버리려고 애썼다.뱃속의 아이와 귀여운 두 아이를 위해서 그녀는 긍정적으로 밝게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었다.여전히 기모진이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고,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외로운 밤을 불면증에 시달려야 했다.월요일 아침 소만리는 일찍 기 씨 그룹으로 왔다. 일찍이 기모진이 앉아 있던 그 자리에서 그녀는 온갖 잡다한 서류들을 능숙하고 신속하게 처리했다.조회시간이 되어 그녀는 회의를 하러 갔다. 그녀는 이미 기 할아버지가 인정한 기 씨 그룹 신임 최고 경영자이고 명실상부한 사장이었지만 여전히 직원들에게 사장 사모님이라고 부르도록 했다.이 호칭은 그녀로 하여금 기모진이 마치 세상에 살아있는 것처럼 착각하게 했다. 이런 착각이 그녀에게 가슴에 난 아픔을 치유해 주었다.금세 점심시간이 되어 소만리는 점심을 먹으러 가려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비서가 와서 말했다.“사모님, 경강 그룹의 책임자인 경연이 향수의 출하 날짜 변경과 디자인 일로 사모님을 특별히 찾아뵙고 상의 드리고 싶다고 합니다. 지금 바로 옆 식당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고객이 왕이지. 소만리는 바로 갔다.마침 점심시간이라 점심을 먹으면서 일 얘기를 하는 것은 사업상 자주 있는 일이었다.소만리는 식당으로 갔고 만나는 장소가 수없이 많은 추억이 남아 있는 식당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비록 그 기억들이 모두 아름답지는 않았지만 모든 순간에 그가 있었고 소만리에게는 다 기억하고 싶은 추억이었다.예전에 앉았던 그 창가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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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2장

귓가에 경연이 걱정하는 목소리가 들려오자 소만리는 놀라움을 금치 못하다가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경연 씨가 계셔서 다행이에요. 고맙습니다.”소만리가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웨이터가 이 장면을 보고 빨리 와서 사과하고 소만리에게 식사대를 받지 않겠다고 했다. 소만리는 추궁하지 않았고 경연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회사로 돌아왔다.돌아와서 소만리는 결혼반지를 열심히 다시 디자인했다.이튿날 그녀는 일찍 기 씨 집안에 도착했다.눈 깜짝할 사이에 기모진이 떠난 지 49일이 지났고 오늘은 49재를 지내는 날이었다.소만리가 현관에 들어서자 위청재는 이상야릇한 괴기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흥. 오늘이 무슨 날인지 기억해? 아주 슬픈 척 무거운 표정을 연기하는 모습이라니. 아주 배우가 따로 없구나.”많은 친척들과 친구들이 기모진에게 향을 피우고 있었고 불사를 하는 스님들도 경을 읽으며 그의 넋을 기리고 있었다.소만리가 자기를 무시하자 위청재는 얼굴을 찌푸렸고 어투는 더 거칠어져서 말했다.“소만리. 너 여기서 모진에 대한 정이 깊은 듯 그렇게 연기하지 마라. 넌 예전부터 모진에게 무슨 일이 생기길 고대했었잖아. 모진이가 죽었으니 가장 기뻐할 사람은 너지.”방금 밖에서 돌아온 기종영은 문으로 들어오자마자 위청재가 소만리에게 하는 말을 들었다.그는 급히 가서 가로막았다.“위청재, 당신도 좀 이제 그만해. 정말로 소만리가 모진이를 신경 쓰지도 않고 사랑하지도 않는다면 어떻게 모진이의 유복자를 뱃속에 품고 이렇게 고생하고 있겠어? 당신 너무 심하게 말하지 마!”“무슨 유복자. 이 아이는 모진이의 아이가 아닐지도 몰라!”위청재가 내뱉은 말은 두뇌의 사고체계를 전혀 거치지 않고 나온 것이다.소만리는 몸을 홱 돌리며 말했다.“어머니. 기모진에 대한 내 감정을 의심할 수도 있고 하루 종일 공연히 나를 겨냥해 퍼부으실 수 있지만 내 아이를 모욕하지는 마세요.”“너...”위청재는 지지 않고 얘기하려다 입을 다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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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3장

차창을 사이에 두고 소만리는 오매불망 그리던 얼굴을 보았다.그녀는 급히 차창을 내리고 멍하니 옆 차 조수석에 앉아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겹겹이 쌓인 빗발 사이로 남자의 강직하고 아름다운 옆얼굴이 그녀의 눈동자에 비치고 있었다.소만리는 믿을 수 없어 눈을 의심했고 가슴이 점점 뛰기 시작했다.“모진...”그녀가 가볍게 부르자 차 안에 있던 남자는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천천히 옆얼굴을 돌렸다.하필 그때 공교롭게도 녹색불이 켜지고 차가 ‘휙' 소리를 내고 그녀의 눈앞을 지나갔다.마치 지금 이 순간 일어난 일처럼 느꼈지만 환상이었다.소만리는 뒤에서 재촉하는 경적소리를 듣고서야 비로소 액셀을 밟았다. 그러나 방금 그 차는 어디론가 가버렸고 그녀는 그 차의 번호를 기억하지 못했다.소만리는 즉시 사람을 통해서 알아보려 했으나 소득은 없었다.모진, 내가 너무 당신이 그리워서 환각을 일으킨 걸까?그녀는 자문했지만 아무도 그녀에게 대답할 수 없었다.다음날 소만리는 회사에 막 도착해서 문을 들어서기도 전에 한 무리의 가십 매체 기자들이 그녀를 에워싸고 질문을 퍼부어댔다.“기 사모님, 경연과 개인적으로 사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게 사실인가요?”“당신은 이미 당신이 기 사모님이라는 신분을 잊은 거 아닙니까?”“누군가가 당신을 겉으로만 사랑하는 척했다고 폭로했는데 사실 기 사장님을 사랑한 적이 한 번도 없는 거 아닙니까? 뱃속의 유복자도 단지 기 씨 그룹을 물려받을 카드로 쓰신 거 아닌가요?”“경연은 이미 약혼녀가 있는데 당신이 이렇게 하면 상간녀가 되는 거 아닌가요? 기 사모님, 당신 생각으로는 명성보다 사랑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소만리는 의혹에 가득 찬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경멸하는 눈빛을 하고 감정의 변화를 드러내지 않으며 담담하게 미소를 지으며 카메라를 향해 말했다.“내 생각엔 당신들처럼 진실을 쫓는척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피를 빨아먹는 기생충 같은 사람들이 정말 혐오스러워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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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4장

주위에서 더욱더 강하게 목표를 향해 전해져오는 저격성 말들이 소만리의 온몸에 화살처럼 꽂혔다. 소만리는 눈빛이 붉게 변하며 날카롭게 말했다.“그럼 내가 당신 뜻대로 진실과 증거를 당신 얼굴에 내리쳐 줄게요!”소만리는 말을 마치고 그녀의 손에 들고 있던 USB를 아까 그 말을 한 남자 기자의 얼굴에 세게 내리쳤다.“당신, 당신 어떻게 사람을 때려요?”“내가 때린 것이 사람이었어요? 난 입만 열면 악담하는 얼굴이 밉살스럽게 생긴 빈대를 때렸을 뿐인데요!”“...”“방금 내가 식당에서 받은 CCTV인데 경연과 내가 함께 있던 모습이 선명하게 잘 찍혀 있어서 가져와 직접 확인했어요. 보고 나서 나한테 공개적으로 사과하세요. 그렇지 않으면 당신들 이 업계에서 다시는 발붙이지 못하게 할 거예요!”“...”소만리는 말을 마치고 시원스럽게 돌아서 갔다.그리고 그 사람들은 한시도 지체하지 않고 바로 USB의 내용을 보았다.기자들은 USB를 통해 식당에서 소만리가 일어서려고 했을 때 발밑의 뭔가 물 같은 것 때문에 미끄러져 넘어지려는 것을 보게 되었다. 소만리는 탁자를 짚었고 경연은 자진해서 앞으로 나가 넘어질 뻔한 소만리를 부축했다. 다급히 뒤따라온 직원이 바삐 사과를 했다.이것은 분명히 그냥 사고일 뿐이었다.소위 말하는 ‘끌어안기'란 경연이 넘어지려는 소만리를 부축한 것일 뿐이었다. 한 탕 해먹겠다는 파파라치들한테 걸려든 것이었다.방금 소만리를 쫓아다니며 따지던 사람들이 얼굴을 붉히며 한바탕 부끄러움을 느꼈다. 기자들은 당황했고 급히 사과했지만 소만리가 더 추궁할까 봐 두려웠다.소만리가 정말로 추궁을 해 온다면 그들은 정말 어쩔 도리가 없었다.군중 속에서 어떤 여인이 이 광경을 보고 소만리의 뒷모습을 보며 불쾌한 듯 콧방귀를 뀌었다.사무실로 돌아온 소만리는 곧 인터넷에 관련된 해명 내용과 각종 인증 매체의 사과 글을 보았다.그러나 이런 글들을 보니 소만리는 한층 더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이때 소만리는 경연의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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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5장

그녀는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준수하고 멋진 모습을 응시하며 서둘러 앞에 있는 군중을 헤치고 열심히 그 그림자를 향해 다가갔다.만약 임신 중이 아니라면 소만리는 달려가고 싶은 마음을 참지 않았을 것이다.그러나 한 걸음 한 걸음 걸어야 했던 그녀는 오히려 그들과 거리가 더 벌어지는 듯했다.“모진.”그녀는 남자의 뒷모습을 향해 외쳐 불렀고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해서 더욱 초조함을 감출 수 없었다.그녀는 멀리 보이는 그 남자가 되돌아보기를 기대했지만 그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소만리는 어느새 연회장 밖까지 쫓아나가게 되었지만 모퉁이를 돌자 눈앞의 긴 복도는 텅 비어 있었다.방금 눈에 들어온 그림자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마치 하나의 환영처럼 느껴질 정도였다.소만리는 복도에 멍하니 서 있다가 문득 자신이 그리움 때문에 병이 나서 환각이 계속 나타나는 것이 아닌지걱정되었다.그녀는 어둡게 내려앉은 눈빛으로 쓴웃음을 지었다.소만리, 그 사람은 이미 널 떠났어.영원히 널 떠났어...이제부터 너는 그의 따뜻한 손길에 더 이상 닿을 수 없고 그의 포근하고 부드러운 품에 안길 수도 없을 거야.소만리는 넋이 나간 듯 돌아섰다. 뒤돌아서는 순간 자신의 뒤에 누군가가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곁눈질로 슬쩍 본 소만리는 심장이 이미 정상적인 박자를 잃어버리고 뛰기 시작했다.그녀가 휙 뒤돌아보니 남자의 각진 정교한 얼굴이 순식간에 눈에 들어왔다.소만리는 눈을 크게 뜨고 완전히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모진.”그녀는 자신이 지금 본 것이 환각인지 현실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그러나 지척의 거리에서 익숙하고 차가운 향기가 은은하게 그녀의 코끝을 자극하는 것을 보니 이것은 진짜였다.소만리는 가슴이 쿵쾅쿵쾅 뛰며 떨리는 손을 들어 이 얼굴을 향해 뻗었지만 남자의 얼굴에 닿으려 할 때 갑자기 눈앞의 남자가 손목을 꽉 잡았다.꽉 잡힌 손목에서 전해져 오는 아픔 때문에 소만리의 생각과 의식이 순식간에 다시 맑아졌다.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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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6장

남자는 불쾌한 듯 가지런한 눈썹을 한 번 찡그렸다가 자신이 손을 잡아당길수록 소만리가 더 꽉 쥐는 모습을 보고 힘껏 그녀를 떼어냈다. 낮은 울림의 목소리가 그렇게도 냉혹하게 느껴질 수가 없었다.“이런 식으로 제 관심을 끌려고요? 임신한 여자는 흥미 없어. 그만 따라와.”손바닥이 텅 비자 소만리의 마음도 같이 텅 비어버리는 것 같았다.그녀는 자신을 전혀 알아보지 못하고 심지어 자신을 배척하는 이 남자를 보고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이 상황을 기뻐해야 할지 아니면 더 괴로워해야 할지 몰랐다. 아마도 기뻐해야겠지.왜냐하면 그 사람이 살아 있기 때문이다.그가 이 세상에 무사히 살아 있다는 것만큼 더 중요한 것은 없었다.소만리는 자신에게 이렇게 말하고 또 그를 뒤쫓았다.“기모진, 가지 마.”다시 소만리가 따라오자 남자는 아름다운 얼굴에 불쾌한 기색을 드러내며 말했다.“만약 또 따라와서 매달리면 정말 당신 후회하게 만들 거야.”그가 경고했다.소만리는 이 차갑고 냉혹한 남자의 얼굴을 가슴 아프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보았다.“모진, 당신이 이렇게 변하게 된 이유가 꼭 있을 거라는 거 알아요. 날 따라와요. 내가 당신에게 우리가 무슨 사이인지 증명해 보여줄게요.”그녀는 그의 손을 잡고 가려고 몸을 돌렸을 때 강연의 모습이 눈앞에 나타났다.소만리는 기모진의 손을 잡고 더욱 힘을 주었다. 눈빛은 어느 때보다 날카롭게 빛났다. 소만리는 성큼성큼 걸어오는 강연을 노려보았다.강연은 섹시한 스커트를 입고 회색 머리를 파란색으로 바뀌었을 뿐 여전히 짧은 헤어스타일이었다.그녀의 거만스러운 모습은 변함이 없었다.“소만리, 내 남자의 손을 놓아줘.”강연이 입을 열었다.강연이 말을 마치자마자 소만리는 움켜쥔 손을 뿌리쳤다.뒤에 있던 남자는 곧장 강연의 곁으로 다가갔고 차가운 눈빛으로 가득했던 눈꼬리가 갑자기 한결 부드럽고 온화하게 바뀌어 강연을 바라보았다.“어디서 튀어나온 여자인지 자꾸 날 데리고 가겠다고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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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7장

소만리가 더 내리치려던 손은 허공에 꽉 잡혀 있었다.그녀는 강연이 사악한 웃음을 짓다가 얼른 기모진을 향해 세상 억울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좌한, 이 여자가 날 때려.”강연의 이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기모진이 더 세게 소만리의 손목을 쥐어 잡았다. 그 힘이 너무 세서 마음까지 으스러질 지경이었다.그녀는 아파서 눈썹을 찡그리며 이 남자의 기억을 되살리려고 했으나 기모진은 오히려 흉악스러운 눈빛으로 쏘아보았다.오랫동안 그가 이렇게 잔혹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는 것을 보지 못했었다.그러나 지금 그는 이런 눈빛을 다시 쓰고 있었다.이것은 그가 그녀에 대해 완전히 잊었다는 것을 설명해 주었다.“감히 내 여자를 때리다니. 사는 게 지겨워?”기모진은 소만리의 손목을 바짝 끌어당겼다.하지만 잡힌 손이 아무리 아파도 지금 그가 한 말보다는 아프지 않았다.그의 여자.소만리는 울고 싶은 충동을 참았으나 마음속으로는 이미 흐느껴 울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눈빛은 여전히 굳건하게 날카로웠다.“당신 여자는, 오직 나뿐이야.”그녀는 당당하게 기모진의 차가운 눈을 마주쳤다.“기모진, 당신 지금은 이렇게 날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언젠가는 분명히 날 기억해 낼 거야.”기모진은 이 두 눈을 보면서 손에 힘이 풀릴 것 같았다.강연은 기모진이 소만리에게 조금 마음이 움직이려고 하는 것을 눈치채고 바로 떠났다.“좌한, 내 얼굴 너무 아파.”그녀의 이 말은 분명히 기모진을 자극하려고 한 것이었다. 그러나 기모진이 정말로 강연이 자신에게 맞은 것에 분노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그의 눈빛이 매섭게 굳어졌었다. 소만리는 자신의 손이 마치 으스러질 것 같았다.그러나 그녀는 아프다고 소리치지도 않고 더더욱 용서를 빌지도 않고 그저 자기를 죽일 듯한 이 남자를 바라만 보았다.“난 여자를 때리지는 않아. 당신 임신 중인 것을 봐서 이번 한 번은 놔주지. 다음에 또 내 여자 건드리면 그땐 쉽게 끝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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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8장

그러나 통증이 계속되자 소만리는 갑자기 눈앞의 모든 것이 서서히 몽롱해지는 것을 느꼈다.그녀가 쓰러지려는 순간 그녀의 흐릿한 시야에 검은 그림자가 다가와 자신을 껴안았다.“모진, 모진...”소만리는 끊임없이 기모진의 이름을 불렀다. 몽롱한 가운데 누군가가 그녀를 걱정하며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소만리, 깨어났니? 소만리.”소만리는 눈을 번쩍 떴고 시야에 가득 들어오는 사화정의 모습을 보았다.주위를 둘러본 그녀는 자신이 병원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소만리, 무사해서 다행이야.”사화정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으나 여전히 가슴은 진정이 되지 않았다.“어떻게 멀쩡한 사람이 벌써 태기를 느낄 수가 있어? 엄마는 너 무슨 일 있을까 봐 걱정했잖아.”소만리는 정신을 잃기 전의 일을 떠올렸고 다시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나 기모진을 봤어요.”“뭐, 뭐?!”사화정이 자신이 뭔가를 잘못 들은 줄 알고 깜짝 놀라며 말했다.“소만리, 너 기모진을 봤다는 말이야?”“응. 나 그 사람 봤어.”소만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눈가에 따스한 온기가 돌았다.“그 사람 살아 있어. 엄마. 그 사람 살아 있다고. 날 떠나지 않았어.”이 말을 할 때 소만리의 눈 속에 빛이 감돌았고 마음속에는 더욱 형용할 수 없는 벅찬 감동이 피어올랐다.모진, 당신이 잘 있기만 한다면 나를 잊어버려도 돼요.내가 당신을 꼭 기억하고 있을 거니까. 꼭.소만리는 자신이 쓰러지기 전에 자신에게 달려온 검은 그림자가 기모진인 줄 알았다. 하지만 사화정의 얘기를 듣고 나서야 그게 경연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소만리는 경연에게 감사의 전화를 걸었다.퇴원 후 그녀는 육경에게 기모진의 일을 조사하게 하였다. 그러나 조사 결과 좌한이라는 사람은 전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사람이었다.좌한은 마치 강연이 말한 것처럼 의사가 기모진의 얼굴을 따라 성형한 낯선 남자였다.그러나 소만리는 여전히 믿지 않았다.기묵비도 그때 그녀에게 완벽하게 가짜 신분을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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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9장

소만리의 눈 속에는 한 줄기 기대가 불타올랐다.그녀는 이 남자가 자신에게 여전히 감정이 있으리라 기대했다. 그러나 기모진의 눈빛은 지금 이 순간 그의 눈에 비친 그녀를 낯선 사람이고 심지어 적이라고 말하고 있었다.“당신 날 또 미행했어. 도대체 누가 보낸 거야?”알고 보니 그는 또 그녀가 그를 미행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거였다.소만리는 이때 이 남자의 기억을 깨울 수 없다는 걸 알고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걱정스러운 듯 슬픈 얼굴로 말했다.“당신 정말 기모진 아니에요?”기모진은 소만리의 얼굴을 훑어보더니 깊고 차갑게 응어리진 눈빛으로 그녀의 쓸쓸하고 젖은 눈을 바라보았다.소만리는 눈살을 찌푸리고 손을 들어 그의 얼굴에 보드라운 손을 갖다 대었다.살짝 갖다 대었더니 기모진이 그녀의 손을 꽉 붙잡았다.“당신 뭐 하는 거야?”그가 유난히 냉혹한 말투와 표정으로 물었다.소만리는 눈시울이 아파왔다.“좌한 씨. 당신 정말 죽은 내 남편과 너무 똑같이 생겼어요.”그녀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며 말했다. 핸드폰 화면에 비친 것은 바로 그들이 요트에서 찍은 가족사진이었다.기모진은 사진 속 남자를 보았고 깜짝 놀라는 듯했다.그러나 그는 여전히 냉정하게 아무 감정도 없이 경고하며 눈빛을 흘기면서 말했다.“날 다시는 당신 남편 취급하지 마.”그는 언짢은 듯이 소만리의 손을 놓고 아주 부드럽게 유유히 걸어갔다.소만리는 모든 억울함과 괴로움을 말없이 삼키고 마음속으로 감정을 추스르고 방으로 들어갔다.경연은 없었고 양이응이 혼자 소만리의 디자인에 집중하는 듯 바라보고 있었다.한참을 보다가 양이응은 아이패드를 내려놓았다.그녀는 노골적으로 무시하며 말했다.“업계에서 기 사모님의 칭찬이 자자하던데 조금 과장된 것 같네요. 이런 디자인은 내 여섯 살 된 조카도 그릴 수 있겠는데 업계 최고라는 기 사모님이 하셨다니 정말 생각지도 못했어요.소만리의 여비서 코코는 황급히 미소를 지으며 설명했다.“양이응 씨. 결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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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0장

강연은 담배를 피우며 이 말을 들었고 얼굴빛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소만리가 거침없이 문으로 걸어가는 모습을 보고 그녀는 몸을 홱 돌려 말했다.“좌한, 못 가게 잡아.”소만리가 막 현관에 도착했을 때 갑자기 기모진에게 끌려갔다.그녀는 눈을 들어 남자의 차갑고 가시 돋친 눈빛을 보았다.“가서 사과해.”기모진은 명령조로 강경한 태도로 소만리에게 말했다.소만리는 가슴에서 겹겹이 아픔이 쌓이는 것이 느껴졌고 곁눈질로 보니 강연과 양이응이 사악하고 악랄한 얼굴로 소만리를 바라보고 있었다.몇 초 후 소만리는 자신을 붙잡고 있는 남자에게 빙그레 웃음을 드러내 보이며 말했다.“좌한 씨가 사과하라고 했으니 사과하러 갈게요.”강연과 양이응은 소만리의 고통스럽고 괴로운 모습을 보고 싶었지만 눈앞의 빙그레 웃음 짓는 그녀의 모습은 그들이 예상했던 것과는 정반대였다.기모진은 이 밝은 미소를 보고 있다가 순간 정신이 아득해졌다. 소만리는 기모진의 손에서 가볍게 벗어나 양이응을 보고 사과하였고 태연하게 그 자리를 떠났다.차에 오른 후에야 소만리는 버티고 버텼던 가면을 벗었다. 사실은 마음이 너무 아팠다. 그저 꾹 참고 있었을 뿐이었다.모진, 당신 어떻게 해야 내 생각이 날까?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기억을 잃은 거야?소만리가 떠나자 강연은 불쾌한 표정으로 담배꽁초를 비벼 불을 꼈다.“제길! 나보다 더 오만하게 구는 여자는 본 적이 없었어. 이 소만리. 절대 당신이 지금처럼 여유 부리며 자유롭게 구는 꼴을 보고 있지만은 않을 거야!”강연은 화가 치밀어올라 담배에 불을 붙였다.“단단히 혼내줘야겠어.”양이응도 마찬가지로 불쾌해하며 이어 말했다.“사실 소만리를 상대하는 데는 큰 비용이 들 필요가 없어. 네 수중에 가장 좋은 무기가 있잖아?”강연은 이 말을 듣고 마당에 서 있는 남자를 바라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붉은 입술을 살짝 들썩이더니 얼굴에는 다시 웃음이 피어올랐다....소만리는 기모진이 아직 살아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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