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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가 사랑한 여인의 모든 챕터: 챕터 851 - 챕터 860

2479 챕터

851장

소만리는 바로 앞에 있는 1인용 침대 위에 한 남자가 옆으로 누워 있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이 실루엣을 절대 잘못 볼 리가 없었다. 분명 기모진이었다. 그녀는 문을 닫고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다.기모진은 소리가 나는 것을 듣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익숙한 듯한 발걸음 소리가 다가오는 것을 느끼자 돌아보았다.기모진의 희미한 눈 속에 그녀의 모습이 들어왔고 눈빛은 순식간에 밝아졌다.두 사람의 눈이 마주친 순간 소만리의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그는 아주 얇은 셔츠를 입고 있었고 상처 부위는 붕대로 감겨 있었지만 흐릿하게 피가 배어 나왔다.더없이 초췌한 얼굴과 핏기 없는 그의 모습을 보고 그녀는 말할 수 없는 먹먹한 아픔을 느꼈다. 너무나 괴로웠다.“기모진.”그녀가 침대 옆에 앉아 조심스럽게 그를 부축해 일으켜 세웠다.“당신 괜찮아요? 상처는 좀 어때요?”기모진을 앉힌 뒤에야 소만리는 그의 오른쪽 손목에 채워져 있는 굵은 사슬을 발견했다. 그가 살짝 움직이자 어깨의 총상이 심하게 흔들렸다.기묵비가 이런 식으로 기모진을 가둬두다니.소만리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기모진은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이제야 겨우 당신을 보게 되다니. 난 기 부인 당신이 이미 죽은 줄 알았어.”소만리는 기모진의 차가운 태도는 개의치 않고 그저 그를 바라보기만 했다.“기모진, 정말 날 그렇게 대할 거예요?”남자는 이 말을 듣고 잠시 어리둥절했고 그의 눈빛이 점차 부드러워졌다. 마치 봄날의 따스한 햇살이 그녀를 감싸주는 듯했다.그는 조금 힘겹게 손을 들어 소만리의 보드랍고 매끄러운 얼굴과 입술을 어루만지며 목이 잠겨 쉰 목소리로 말했다.“다시는 당신을 볼 수 없을까 봐 정말 무서웠어.”소만리는 그의 손을 잡고 눈시울을 붉혔다.“당신 왜 내 말 안 듣고 굳이 계속 여기 있냐구요? 경도로 돌아가야만 안전하다구요. 내 말 알겠어요?”“내가 원하는 답을 얻기 전까진 절대 안 가. 죽는다 하더라도 당신을 꼭 한 번 만나고 죽을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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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2장

”기모진, 내가 기란군과 여온이를 가졌을 때 당신은 전혀 날 신경 쓰지 않았고 관심 둔 적도 없었는데 설마 이 아이에게도 그렇게 상처 줄 거예요?”그녀는 벌떡 일어났다.“나 갈 거예요. 걱정 마세요. 나 당신 죽게 놔두지 않을 거니까. 그러니 당신도 내 뱃속의 아이를 다시는 죽일 생각 말아요.”“소만리"기모진은 소만리를 붙잡고 싶었지만 그녀는 너무나 단호하게 걸어갔다.상처 때문에 계속 통증이 밀려왔지만 마음만큼 아프지는 않았다.소만리, 당신이 내 아이를 가져서 얼마나 기뻤는데. 그런 만큼 우리 아이를 잃어야 한다는 사실이 더욱더 슬퍼.그녀는 조용히 지하실을 떠났고 몸을 돌려 경호원이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지켜봤다.기묵비는 정말 지독한 사람이다.그는 조금도 겉보기와 같이 온화하고 우아하지 않고 피도 눈물도 없이 철저하다.기모진을 여기에 가둔 것도 그가 생각해낸 것이었다.며칠 뒤 소만리는 경호원을 끌어들이기 위해 온갖 핑계를 찾은 후 몰래 기모진에게 약을 발라주러 갔다.총상은 일반적인 상처와 달라서 낫기가 쉽지 않다. 과거 그녀도 한 번 총을 맞은 적이 있었는데 너무나 괴로운 기억이 있었다.날이 감에 따라 조금씩 기모진의 안색도 많이 좋아지고 얼굴에도 생기가 조금 돌기 시작했다. 이날 소만리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경호원을 따돌린 뒤 약을 발라주러 갔다.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냉정하게 아이를 가질 수 없다고 말한 그에게 화가 나 있었다. 그저 조용히 약을 발라주고 소독을 해 줄 뿐 달리 상대해 주지 않았다.기모진은 가만히 소만리가 해주는 따뜻한 보살핌을 흐뭇하게 바라보다가 한참 만에 겨우 입을 열었다.“소만리, 당신 아직 나한테 화났다는 거 알아. 하지만 그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그 말은.”소만리는 비록 아직 화가 나 있었지만 침착하게 말했다.“이유를 말해 봐요.”기모진은 심사숙고 끝에 더 이상 숨기지 않기로 결심했다.그가 막 입을 열려고 할 때 지하실 문이 갑자기 열리면서 기묵비가 눈앞의 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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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3장

기모진의 울부짖는 목소리가 귀에 절절하게 울렸다.소만리는 기모진의 마음속에 타오르는 분노를 느낄 수 있었다.어쩌면 한 남자에게 있어서 죽음은 그렇게 두려워할 만한 것이 아닌지도 모른다. 오히려 더 두려운 것은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이 다른 남자 품에 가는 것이다.기묵비는 이 광경이 매우 만족스러웠다. 기모진이 괴로워하면 할수록 그는 더욱 통쾌했다.소만리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것을 보고 기묵비는 손을 뻗어 소만리의 손을 잡으려고 했다.“소만리!”기모진은 기묵비를 향해 가는 소만리의 모습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기모진은 이미 자신의 상처는 아랑곳하지 않고 있는 힘을 다해 발버둥 쳤다. 그 순간 기모진의 손목에 묶여 있던 사슬이 끊어졌다.이 장면을 바라보던 기묵비는 몹시 놀랐고 뒤에 서 있던 경호원들은 어언이 벙벙하여 멍하게 서 있었다.어떤 힘이 이 사슬을 끊게 했을까.기모진의 마음은 오로지 소만리에게 향해 있었다.기묵비는 이런 상황을 보고 손가락을 들어 뒤에 있는 경호원들에게 손짓으로 명령했다.경호원들이 허리춤에 있는 총을 꺼내 기모진을 겨눔과 동시에 갑자기 소만리도 허리춤에 몰래 숨겨두었던 총을 꺼내 서슬 퍼런 기세로 기묵비의 관자놀이를 겨누었다.상황이 급변하였고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소만리가 총을 가지고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기모진조차도 소만리가 이런 무기를 가지고 다닐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그러나 주변 사람의 놀라움과는 달리 그녀의 기세는 그녀 앞에 있는 어떤 남자들에 뒤지지 않았고 총을 들고 있는 모습은 흔들림이 없었다. 소만리의 이런 모습을 보니 기모진은 잠시 정신을 잃는 듯했다.그는 예전에 그녀가 몹시 화를 내며 분노한 모습은 본 적이 있지만 이렇게 민첩하고 신속하게 모두를 장악한 모습은 본 적이 없었다.아니, 어떤 다른 여자에게서도 본 적 없는 모습이었다.“말했지. 그에게 상처 주는 짓은 하지 말라고.”소만리의 어조는 차갑고 냉정했으나 기세는 천둥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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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4장

”그건 안 돼요. 이렇게 며칠 동안이나 못 봤는데. 난 꼭 내 남편을 집으로 데려가야겠어요.”갑자기 지하실 입구에서 달콤하고 청량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소만리가 가만 듣고 보니 언초가 노려보는 경호원들을 무시하고 침착하고 천연덕스럽게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기묵비는 언초가 나타나는 것을 보고 눈빛이 미묘하게 떨리기 시작했다.그는 심지어 자신의 심장이 비정상적으로 날뛰고 있는 것을 느꼈다.언초는 아예 기묵비의 시선 따위 의식하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기모진 곁으로 다가갔다.기모진의 등에 있는 커다란 핏자국을 보고 언초의 안색이 갑자기 바뀌며 입을 열었다.“기모진, 다쳤어요? 어서 병원에 가요.”언초는 그를 끌고 가려고 했지만 기모진은 소만리의 손을 잡고 놓지 않았다.그의 눈에 비친 집착을 보고 소만리는 단호하게 손을 뿌리쳤다.“기모진, 어서 가세요. 당신 약혼녀가 더 이상 당신을 걱정하게 하지 말아요.”“기 부인 말씀이 맞아요. 기모진 어서 가요.”언초는 기모진에게 눈짓을 보냈다. 그러나 기모진의 시선은 오로지 소만리의 얼굴에 머물러 있었다.주의를 기울일 여유가 많지 않아 언초는 직접 기모진의 손목을 잡아당겨 억지로 밖으로 끌고 나왔다.“언초 양”기묵비가 바삐 걸어가는 언초를 향해 말했다.“이렇게 당당하게 내 별장에서 기모진을 데려갈 수 있다고 생각하나?”언초는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차갑게 말했다.“기 사장님 말씀 정말 재미있게 하시네요. 내가 내 약혼자를 내 집에 데려가겠다는데 당신 동의가 필요한가요? 내가 내 약혼자를 데리고 가는 걸 막을 권리가 당신한테 없을 텐데요.”말이 떨어지자 언초는 기모진을 부축하고 걸어갔고 아무도 말리지 않았다.기묵비는 멍하니 그 자리에 서서 믿을 수 없다는 듯 멀어져 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저 여자, 정말 초요인가?아냐.초요는 이런 말투로 그에게 얘기하지 않았다.그녀는 모든 일에 기묵비를 우선으로 두었고 그가 하는 모든 말에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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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5장

그는 하나하나 차근차근 옥죄며 초요를 압박하여 자백하게 만들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예상치도 못하게 그녀가 눈앞에서 통쾌하게 터트릴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눈앞에서 이토록 아름답고 요염한 그녀의 얼굴을 보고 있으니 그의 기억 속에 달콤하고 청초한 해바라기 같았던 그녀와의 추억이 떠올랐다.기묵비는 무언가 보이지 않는 날카로운 칼에 마음이 긁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초요의 손목을 잡고 그녀를 앞으로 끌어당겼다.“얼굴이 왜 이렇게 된 거야? 왜 얼굴을 고친 거야? 내 앞에서 모르는 사람인 척하려고?”그의 어조는 차가웠고 눈빛은 매서웠다.그러나 지금 눈앞의 언초에게선 예전의 부끄러워하고 순종적이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고 가벼운 웃음조차 띠지 않은 채 말했다.“기 선생님은 정말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 하시는 거 같아요. 내가 성형을 한 건 누가 내 얼굴을 망가뜨렸기 때문이에요.”기묵비의 눈동자가 움츠러들었고 눈 밑에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뭐라고? 네 얼굴이 망가져? 누가 그랬어!”“저도 그 사람들이 누군지 모르지만 내가 당신 체면을 손상시켰기 때문에 내 얼굴을 망가뜨렸다는 건 알아요.”내 체면?기묵비는 정신이 멍해졌다.초요가 강물에 뛰어들어 자살했다는 말을 들었던 순간보다 지금이 더 끔찍한 일을 당한 것처럼 느껴졌다. 그는 더 추궁하고 싶었지만 초요는 그의 손을 필사적으로 뿌리치고 걸어갔다.기묵비는 단호하게 그녀를 잡았다. “어떻게 기모진과 사귀게 된 거야?”“무슨 상관이에요. “초요는 담담하게 말했다. 그를 보는 시선은 더 이상 예전에 그를 사모하던 눈빛이 아니었다.그녀는 자신의 손을 빼내고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앞으로 걸어갔다.기묵비의 손은 허공에 뻣뻣하게 굳어 있었고 지금 이 순간 초요의 태도에 전혀 적응하지 못했다.그는 그녀가 자신에게 잘 해 주는 것에 익숙했고, 항상 열정적이고 활기차게 그의 눈앞에 나타나는 것에 익숙했다. 심지어 그녀가 자신을 수줍게 대하는 태도에 익숙했다. 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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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6장

기모진은 병원에 이틀 동안 혼수상태로 누웠다가 드디어 정신이 조금씩 회복되었다.정신을 잃었던 이틀 동안 기모진은 소만리를 미치도록 그리워했다. 기묵비 곁에 머물고 있는 것이 걱정되는 게 아니라 기묵비가 무슨 협박이라도 하지 않을까 걱정된 것이었다.마침 그때 정신이 아득한 기모진의 눈앞에 소만리가 나타났다. 어김없이 기묵비도 같이 왔다.기모진이 부드러운 눈빛을 띠었다가 일순간 날카로워졌다.그는 아직 상처로 몸이 성치 않은데 이불을 젖히고 침대에서 내려왔다.소만리가 그때 성큼성큼 다가와 그를 막았다.“아직 조심해야 해요.”기모진은 다가온 소만리를 보고 얼른 소만리의 손을 잡고 걱정스런 표정으로 소만리의 얼굴을 바라보았다.“기묵비가 당신 괴롭혀?”“넌 내가 소만리를 괴롭혔으면 좋겠어?”기묵비가 가볍게 웃었다.“난 여자나 괴롭히는 그런 남자가 아냐.”이 말을 듣고 기모진은 더욱 가소로운 듯 웃으며 말했다.“당신 이런 말 할 때마다 낯간지럽지 않나요? 당신한테 상처받아 두 번이나 유산한 여자 벌써 잊었어요?”기묵비의 얼굴빛이 갑자기 어두워지기 시작하자 소만리도 그리고 기모진도 초요를 떠올렸다.그러나 소만리는 초요가 기묵비 때문에 두 번이나 유산한 것은 처음 알았다.초요는 막 일을 처리하고 병실에 들어가려는데 소만리를 보았다. 기묵비도 함께 보이자 그녀는 잠시 멈칫했지만 이내 침착하게 행동했다.기묵비의 시선은 초요의 얼굴에 꽂혀 있었고 안색이 몹시 나빠졌다.“따라와 봐.”그는 여전히 초요에게 명령조로 말하고 돌아서며 병실 입구를 지키고 있던 경호원 두 명에게 소만리와 기모진을 잘 지키라고 했다.초요는 원래 기묵비의 말을 무시하려고 했으나 잠시 기모진과 소만리 두 사람을 위해 자리를 비켜주고 싶어서 따라 나갔다.조용한 병실 안에는 두 사람만이 남았다. 소만리는 조심스럽게 기모진을 침대로 부축하였다.그의 입술이 마르고 창백해지자 소만리는 그에게 따뜻한 물을 한 잔 따라주려고 돌아섰다. 그 순간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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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7장

소만리는 기모진의 손을 잡고 살며시 자신의 배에 얹었다.“대답이 만족스러워요?”기모진은 어리둥절하여 잠시 아무 반응도 하지 못했다.그러나 점차 그는 소만리가 하고 싶은 말이 뭔지 깨달았다. 그는 손바닥으로 그녀의 약간 볼록한 아랫배를 가볍게 매만졌다. 마음속에 전에 없던 기쁨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아이.나와 소만리의 아이.기모진은 유감스럽게도 소만리가 임신했을 때 한 번도 곁에서 아껴주고 돌봐준 적이 없었다.심지어 그녀의 배는 한번도 어루만져 주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 소만리의 몸 상태를 생각하니 그의 가슴은 또 한 번 미어졌다.아이와 소만리 사이에서 그가 선택한 것은 의심의 여지없이 소만리였다. 기모진은 소만리에게 그녀의 몸 상태에 대해 설명하기로 결정했다. 입을 떼려는 순간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기모진, 나 기란군이랑 여온이 가졌을 때 당신 한 번도 내 곁에 있어준 적이 없었어요. 이번엔 무슨 일이 있어도 당신 아빠 노릇 꼭 해야 해요. 그리고 내 말대로 경도로 돌아가요.”기모진은 눈썹을 치켜세우고 읊조렸다. 여온.여온의 원수는 아직 갚지도 못했는데 이대로 돌아갈 순 없어.그가 읊조리는 모습을 보자 소만리는 걱정스럽게 따져 물었다.“기모진, 당신 내 말 들었어요? 당신 다시는 내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겠다고 했잖아요. 내 말 들어요.”“알았어.”기모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따뜻하고 깊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소만리, 나 당신 말 들을게.”소만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으나 기모진이 갑자기 기분이 가라앉는 모습을 보고 그가 여전히 돌아가기를 꺼린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녀는 그의 뺨을 어루만지며 그의 입가에 키스했다.기모진은 살짝 멍해졌다가 이내 기쁜 듯이 깊은 눈을 들었다.소만리는 그를 향해 미소 지었고 입술 옆에 흘러내린 보조개는 기모진의 눈 속에서 달콤하게 피어났다. 그는 소만리가 그에게 이렇게 웃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달콤하고, 아름다웠다.기모진은 뜻밖에도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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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8장

”기묵비, 난 이제 더 이상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요.”기묵비, 난 이제 더 이상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요.이 한마디는 기묵비의 심장을 관통하였고 순간 등 뒤에서 서늘한 기운이 온몸을 타고 내려 뭔가가 몸속에서 부서져 내려앉는 것 같았다.초요는 단호하고 냉담하게 기묵비의 손을 밀치고 더 이상 한치의 미련도 없이 말했다.“기묵비, 정말 당신한테 실망했어요. 지난 10년 동안 보살펴 주신 은혜는 꼭 갚을게요. 앞으로 당신과 나 사이에는 아무런 마음의 빚이 없어요.”그녀는 돌아서 가려고 했지만 잠시 할 말이 또 생각났다.그녀는 제자리에 서서 무거운 표정을 하고 있는 남자를 바라보며 말했다.“더 이상 사람을 시켜 내 약혼자를 건드리지 마세요. 그렇지 않으면 내가 제일 먼저 그 불명예스러운 영상을 경찰서에 보내버릴 테니까요.”기묵비는 이 말을 듣고 눈빛이 갑자기 변하기 시작했다.그는 차가운 눈으로 초요가 돌아서는 뒷모습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초요, 당신 지금 다른 남자를 위해 감히 나를 협박하는 거야?”초요가 걸음을 잠시 멈추고 차갑게 돌아서며 말했다.“지금 내게 있어 당신이야말로 나와 전혀 상관없는 남자예요.”기묵비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멀어져 가는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눈 밑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질투와 분노가 굽이치고 있었다.초요, 네가 기모진 때문에 나를 배신하다니.보아하니 너도 나를 그렇게 사랑하는 것 같진 않군.병실 안에서 소만리는 이쪽으로 가까워지는 발자국 소리를 들었다. 그녀는 일어서서 떠날 준비를 했다.기모진은 그녀의 손을 잡고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소만리, 얼른 빨리 다시 검진을 받아. 시간 끌지 말고.”소만리는 의아한 눈으로 기모진을 바라보았다. 이때 방문이 열리고 초요가 들어왔다.낯익은 느낌을 주는 이 얼굴을 보며 소만리는 예의 바르게 방긋 웃으며 말했다.“언초 양, 그럼 당신 약혼자 잘 보살펴 주세요. 전 이만 갈게요.”“소만리, 걱정 마세요. 모진 오빠 잘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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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9장

이 대답을 듣고 소만리는 뭔가 위험한 상황에 빠졌다는 걸 알았다.그러나 남녀의 힘은 너무나 현격하게 차이가 난다. 소만리는 차 안에 처박혔고, 차는 아주 빠른 속도로 달렸다.경호원은 이 광경을 보고 승합차를 뒤쫓아가는 동시에 얼른 기묵비에게 전화를 걸었다.“사장님, 누가 소만리 아가씨를 끌고 갔습니다!”“뭐?”기묵비는 가슴이 타들어갔고 그때 또 다른 전화가 걸려왔다.그는 전화를 힐끗 보고 차츰차츰 알게 되었다.그는 단호하게 전화를 받았고 저쪽에서 남자의 도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기 사장님, 제게 올 시간이 있으신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이미 기 사장님께 드릴 따뜻한 홍차 우려놨어요.”“당신이 소만리를 데려갔다고?”“전 단지 기 부인에게 차나 한 잔 대접하고 싶었을 뿐이에요. 아니. 기 사장님도 오셔도 됩니다. 언제나 환영이죠.’전화기 저쪽의 남자는 태도가 굉장히 오만했다.기묵비는 차갑고 침착하게 말했다.“내가 지금 당장 갈 테니 소만리 절대 건드리지 마. 안 그러면 당신들 톡톡한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그럼 빨리 오시죠. 안 그러면 내가 소만리에게 무슨 짓을 할지도 몰라요.”남자의 협박하는 목소리가 떨어졌고 전화는 끊겼다.기묵비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곧장 달려갔다.소만리는 아직 영업을 시작하지 않은 어느 바에 끌려가 있었다.눈앞에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사람이 세상 불손한 태도로 앉아 있었다.이 사람은 힐끗 봐도 인물이 출중해 보였다. 눈꼬리 아래쪽에 있는 점을 보니 역시 그의 이목구비는 여자보다 더 요염할 정도로 아름다웠다.은빛 짧은 머리는 온몸에 스며있는 자만심을 한껏 더 도드라져 보이게 했다.느긋하게 풍경을 감상하듯 그는 소만리를 찬찬히 바라보고 있었다.“으음. 이 분이 기 사장님이 총애한다는 그 분이시로군. 역시 굉장한 미인이야.”그는 매끈한 목소리로 감탄하듯 말했다.그는 갑자기 머리를 숙여 소만리의 귓가에 다가가 귓속말로 경박스럽게 말했다.“음. 미녀 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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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0장

만약 기 사장님이 승낙하지 않는다면 이 미녀 누나는 아마 무사히 이 대문을 나서기 어려울 거예요. 그쵸? 미녀 누나.”이 남자의 도도한 모습과 기묵비의 냉담한 얼굴을 보니 소만리는 양쪽 다 돕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지금 자신을 돕고 기모진을 돕고 싶을 뿐이다.기묵비가 머뭇거릴 때 소만리는 유유히 일어나 밝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누가 이 대문을 나서겠다고 했나요?”소만리의 말에 기묵비와 강자풍는 동시에 당황하였다.두 남자는 소만리의 여유로운 미소에 시선을 떨어뜨리며 의아함과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소만리 당신 무슨 소리야? 여기 있을 거야?”기묵비는 기가 막혔다.소만리는 담담하게 기묵비를 힐끗 흘겨보더니 아름다운 눈을 강자풍의 얼굴에 떨어뜨렸다.“우리 강자풍 동생의 대접은 아주 세심했는데 제가 어찌 누나로서 가고 싶겠어요.”강자풍의 눈빛은 밝아졌고 입꼬리를 들썩이며 말했다.“누나 진심이에요?”“당연히 진심이지.”소만리는 오만한 시선으로 기묵비의 어두워져가는 얼굴을 한 번 쓸어내리고는 말했다.“난 진작부터 이 남자랑 함께하기 싫었어. 동생이 능력이 있으면 날 좀 뺏어가 봐.”강자풍은 뭔가 의심하는 눈초리로 소만리를 바라보았다. 소만리는 흔들리지 않고 태연한 척 말했다.“왜? 동생 그렇게 못하겠어? 기묵비가 무서워?”“허. 내가 무서워한다고?”강자풍은 피식 웃었다. 역시 이런 젊고 씩씩한 애송이에겐 자극적인 도발이 먹혔다.“기묵비 들었어? 당신 여자가 당신이랑 있기 싫대. 그렇지만 난 내가 한 말은 지킬게. 남미 쪽 사업은 당신이 맡고, 암시장 쪽은 내가 맡고.”기묵비는 그를 무시한 채 소만리를 바라보며 말했다.“소만리, 당신 정말 안 갈 거야?”소만리는 비꼬며 말했다“어딜 가든지 죄수처럼 감시 당하고 있느니 이왕 이렇게 됐으니 신선한 곳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기묵비는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 주먹을 불끈 쥐며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의 사람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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