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만리는 기모진의 손을 잡고 살며시 자신의 배에 얹었다.“대답이 만족스러워요?”기모진은 어리둥절하여 잠시 아무 반응도 하지 못했다.그러나 점차 그는 소만리가 하고 싶은 말이 뭔지 깨달았다. 그는 손바닥으로 그녀의 약간 볼록한 아랫배를 가볍게 매만졌다. 마음속에 전에 없던 기쁨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아이.나와 소만리의 아이.기모진은 유감스럽게도 소만리가 임신했을 때 한 번도 곁에서 아껴주고 돌봐준 적이 없었다.심지어 그녀의 배는 한번도 어루만져 주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 소만리의 몸 상태를 생각하니 그의 가슴은 또 한 번 미어졌다.아이와 소만리 사이에서 그가 선택한 것은 의심의 여지없이 소만리였다. 기모진은 소만리에게 그녀의 몸 상태에 대해 설명하기로 결정했다. 입을 떼려는 순간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기모진, 나 기란군이랑 여온이 가졌을 때 당신 한 번도 내 곁에 있어준 적이 없었어요. 이번엔 무슨 일이 있어도 당신 아빠 노릇 꼭 해야 해요. 그리고 내 말대로 경도로 돌아가요.”기모진은 눈썹을 치켜세우고 읊조렸다. 여온.여온의 원수는 아직 갚지도 못했는데 이대로 돌아갈 순 없어.그가 읊조리는 모습을 보자 소만리는 걱정스럽게 따져 물었다.“기모진, 당신 내 말 들었어요? 당신 다시는 내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겠다고 했잖아요. 내 말 들어요.”“알았어.”기모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따뜻하고 깊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소만리, 나 당신 말 들을게.”소만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으나 기모진이 갑자기 기분이 가라앉는 모습을 보고 그가 여전히 돌아가기를 꺼린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녀는 그의 뺨을 어루만지며 그의 입가에 키스했다.기모진은 살짝 멍해졌다가 이내 기쁜 듯이 깊은 눈을 들었다.소만리는 그를 향해 미소 지었고 입술 옆에 흘러내린 보조개는 기모진의 눈 속에서 달콤하게 피어났다. 그는 소만리가 그에게 이렇게 웃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달콤하고, 아름다웠다.기모진은 뜻밖에도 눈
”기묵비, 난 이제 더 이상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요.”기묵비, 난 이제 더 이상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요.이 한마디는 기묵비의 심장을 관통하였고 순간 등 뒤에서 서늘한 기운이 온몸을 타고 내려 뭔가가 몸속에서 부서져 내려앉는 것 같았다.초요는 단호하고 냉담하게 기묵비의 손을 밀치고 더 이상 한치의 미련도 없이 말했다.“기묵비, 정말 당신한테 실망했어요. 지난 10년 동안 보살펴 주신 은혜는 꼭 갚을게요. 앞으로 당신과 나 사이에는 아무런 마음의 빚이 없어요.”그녀는 돌아서 가려고 했지만 잠시 할 말이 또 생각났다.그녀는 제자리에 서서 무거운 표정을 하고 있는 남자를 바라보며 말했다.“더 이상 사람을 시켜 내 약혼자를 건드리지 마세요. 그렇지 않으면 내가 제일 먼저 그 불명예스러운 영상을 경찰서에 보내버릴 테니까요.”기묵비는 이 말을 듣고 눈빛이 갑자기 변하기 시작했다.그는 차가운 눈으로 초요가 돌아서는 뒷모습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초요, 당신 지금 다른 남자를 위해 감히 나를 협박하는 거야?”초요가 걸음을 잠시 멈추고 차갑게 돌아서며 말했다.“지금 내게 있어 당신이야말로 나와 전혀 상관없는 남자예요.”기묵비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멀어져 가는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눈 밑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질투와 분노가 굽이치고 있었다.초요, 네가 기모진 때문에 나를 배신하다니.보아하니 너도 나를 그렇게 사랑하는 것 같진 않군.병실 안에서 소만리는 이쪽으로 가까워지는 발자국 소리를 들었다. 그녀는 일어서서 떠날 준비를 했다.기모진은 그녀의 손을 잡고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소만리, 얼른 빨리 다시 검진을 받아. 시간 끌지 말고.”소만리는 의아한 눈으로 기모진을 바라보았다. 이때 방문이 열리고 초요가 들어왔다.낯익은 느낌을 주는 이 얼굴을 보며 소만리는 예의 바르게 방긋 웃으며 말했다.“언초 양, 그럼 당신 약혼자 잘 보살펴 주세요. 전 이만 갈게요.”“소만리, 걱정 마세요. 모진 오빠 잘 돌
이 대답을 듣고 소만리는 뭔가 위험한 상황에 빠졌다는 걸 알았다.그러나 남녀의 힘은 너무나 현격하게 차이가 난다. 소만리는 차 안에 처박혔고, 차는 아주 빠른 속도로 달렸다.경호원은 이 광경을 보고 승합차를 뒤쫓아가는 동시에 얼른 기묵비에게 전화를 걸었다.“사장님, 누가 소만리 아가씨를 끌고 갔습니다!”“뭐?”기묵비는 가슴이 타들어갔고 그때 또 다른 전화가 걸려왔다.그는 전화를 힐끗 보고 차츰차츰 알게 되었다.그는 단호하게 전화를 받았고 저쪽에서 남자의 도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기 사장님, 제게 올 시간이 있으신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이미 기 사장님께 드릴 따뜻한 홍차 우려놨어요.”“당신이 소만리를 데려갔다고?”“전 단지 기 부인에게 차나 한 잔 대접하고 싶었을 뿐이에요. 아니. 기 사장님도 오셔도 됩니다. 언제나 환영이죠.’전화기 저쪽의 남자는 태도가 굉장히 오만했다.기묵비는 차갑고 침착하게 말했다.“내가 지금 당장 갈 테니 소만리 절대 건드리지 마. 안 그러면 당신들 톡톡한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그럼 빨리 오시죠. 안 그러면 내가 소만리에게 무슨 짓을 할지도 몰라요.”남자의 협박하는 목소리가 떨어졌고 전화는 끊겼다.기묵비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곧장 달려갔다.소만리는 아직 영업을 시작하지 않은 어느 바에 끌려가 있었다.눈앞에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사람이 세상 불손한 태도로 앉아 있었다.이 사람은 힐끗 봐도 인물이 출중해 보였다. 눈꼬리 아래쪽에 있는 점을 보니 역시 그의 이목구비는 여자보다 더 요염할 정도로 아름다웠다.은빛 짧은 머리는 온몸에 스며있는 자만심을 한껏 더 도드라져 보이게 했다.느긋하게 풍경을 감상하듯 그는 소만리를 찬찬히 바라보고 있었다.“으음. 이 분이 기 사장님이 총애한다는 그 분이시로군. 역시 굉장한 미인이야.”그는 매끈한 목소리로 감탄하듯 말했다.그는 갑자기 머리를 숙여 소만리의 귓가에 다가가 귓속말로 경박스럽게 말했다.“음. 미녀 누나
만약 기 사장님이 승낙하지 않는다면 이 미녀 누나는 아마 무사히 이 대문을 나서기 어려울 거예요. 그쵸? 미녀 누나.”이 남자의 도도한 모습과 기묵비의 냉담한 얼굴을 보니 소만리는 양쪽 다 돕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지금 자신을 돕고 기모진을 돕고 싶을 뿐이다.기묵비가 머뭇거릴 때 소만리는 유유히 일어나 밝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누가 이 대문을 나서겠다고 했나요?”소만리의 말에 기묵비와 강자풍는 동시에 당황하였다.두 남자는 소만리의 여유로운 미소에 시선을 떨어뜨리며 의아함과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소만리 당신 무슨 소리야? 여기 있을 거야?”기묵비는 기가 막혔다.소만리는 담담하게 기묵비를 힐끗 흘겨보더니 아름다운 눈을 강자풍의 얼굴에 떨어뜨렸다.“우리 강자풍 동생의 대접은 아주 세심했는데 제가 어찌 누나로서 가고 싶겠어요.”강자풍의 눈빛은 밝아졌고 입꼬리를 들썩이며 말했다.“누나 진심이에요?”“당연히 진심이지.”소만리는 오만한 시선으로 기묵비의 어두워져가는 얼굴을 한 번 쓸어내리고는 말했다.“난 진작부터 이 남자랑 함께하기 싫었어. 동생이 능력이 있으면 날 좀 뺏어가 봐.”강자풍은 뭔가 의심하는 눈초리로 소만리를 바라보았다. 소만리는 흔들리지 않고 태연한 척 말했다.“왜? 동생 그렇게 못하겠어? 기묵비가 무서워?”“허. 내가 무서워한다고?”강자풍은 피식 웃었다. 역시 이런 젊고 씩씩한 애송이에겐 자극적인 도발이 먹혔다.“기묵비 들었어? 당신 여자가 당신이랑 있기 싫대. 그렇지만 난 내가 한 말은 지킬게. 남미 쪽 사업은 당신이 맡고, 암시장 쪽은 내가 맡고.”기묵비는 그를 무시한 채 소만리를 바라보며 말했다.“소만리, 당신 정말 안 갈 거야?”소만리는 비꼬며 말했다“어딜 가든지 죄수처럼 감시 당하고 있느니 이왕 이렇게 됐으니 신선한 곳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기묵비는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 주먹을 불끈 쥐며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의 사람들을
기묵비가 하는 말을 듣고 초요는 심상치 않은 표정을 지었다.그녀가 기묵비를 밀치려고 할 때 기묵비는 그녀의 허리를 감쌌다.“당신 뭐 하는 거야! 기묵비!”초요는 힘껏 발버둥 쳤으나 도무지 기묵비의 힘을 당해낼 수 없었다.자신에게 반항하는 초요에게 기묵비는 눈 밑에 더욱 광기를 띤 채 몰아붙였다.그녀는 지금까지 한 번도 그를 거역한 적이 없었다.절대!그는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그녀를 소파에 내던지고 그녀의 외투를 찢을 듯이 하였다. 예전의 온화함은 온데간데 없었다.초요는 눈썹을 일그러뜨리며 고통을 참고 두 손으로 기묵비의 팔을 꽉 움켜쥐었다.그녀는 이 남자가 자신에게 이런 일을 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그는 사랑하지 않는 여자와 줄곧 이런 관계를 맺었었다.초요의 눈가에서 눈물이 흘러내리고 기묵비의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그녀를 움켜쥐고 말했다.“이제 기억 나나? 어? 예전에 우리가 얼마나 많이 이런 시간들을 보냈는지 기억해?”초요는 눈을 감았다. 그녀가 사랑했었던, 그러나 이제는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 이 얼굴을 다시 보고 싶지 않았다.그녀가 기묵비를 못 본 체하자 그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기묵비는 초요의 마음이 이미 떠났다고 확신하였다.“날 봐.”기묵비는 눈을 뜨고 그녀를 바라보며 살며시 불렀다. 눈 밑에는 파도가 세차게 일었다.“나 때문에 네가 두 아이를 잃어서 내가 싫어? 그럼 지금 바로 돌려주지.”...기모진은 하루 종일 병원에 누워 있자니 한동안 돌아오지 않는 초요가 슬슬 걱정되지 시작했다.당연히 소만리도 걱정되었다.소만리가 돌아가자 그는 상처가 심하게 아팠음에도 약을 먹을 기분조차 나지 않았다.그는 소만리가 재검진을 받았는지 어떤지조차 알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 그녀의 병세가 점점 심각해질 것이다.그는 소만리가 심하게 피를 토하고 생명까지 위태로웠던 순간들을 떠올리기조차 싫었다.떠올리는 것조차도 그의 몸과 마음을 너무나 아프게 했다.기묵비는 흡족히 만족한 후에
어둠이 깊어갈 때 기묵비가 몹시 침울한 얼굴로 기모진의 병실을 찾아왔다.보아하니 온화하고 기품 있는 얼굴에 어둠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기모진, 네가 어떻게 했길래 초요가 그렇게 네 말을 잘 듣는 거야? 네가 원하는 건 여자든 사업이든 내 것을 뺏어야 하는 거야?”기모진은 병상에 누워서 눈도 뜨지 않은 채 말했다.“뺏어간 건 사람이든 물건이든 결국 다 빠져나가게 돼요. 기묵비, 예전에 초요가 목숨을 다해 당신을 사랑했었는데 당신이 소중히 여기지 않았죠.”기묵비는 마치 천하의 우스갯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그럼 너는 애당초 소만리를 그렇게 아낀 적 있어? 소만리는 너 때문에 다치고 목숨을 잃을 뻔했는데 왜 아직도 너 같은 이런 찌찔한 남자를 놓지 못하는 거야?”기모진은 가늘고 깊은 눈을 번쩍 뜨며 눈빛이 싸늘해져 말했다.“당신이나 나나 피차 마찬가지예요. 하지만 적어도 난 돌아왔어요. 당신은요? 초요가 당신을 위해 강물에 뛰어들어 목숨을 던진 후 잠시라도 후회해 본 적 있어요? 없을 걸요. 만약 있었다면 바로 내 아내에게 매달리지 않았을 거예요.”“네 아내?”기묵비는 비웃으며 말했다.“너의 아내는 지금 이미 다른 남자의 품에 안겨 있어.”기모진은 갑자기 몸을 일으키려 했으나 상처 부위가 당겼다. 조금도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기묵비, 뭐라고요? 당신 내 아내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난 아무 짓도 하지 않았어. 그저 그녀가 자발적으로 다른 남자 품에 안긴 거지. 이 사람은…”“이 사람, 나 말이에요?”병실 입구에서 청량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기모진은 눈썹을 치켜세우고 보았다.강자풍은 두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어느 부잣집 거만한 자식처럼 거들먹거리며 들어왔다.“제 소개부터 할게요. 나 흑강당 2인자 강자풍이요.”강자풍은 기묵비를 한 번 힐끗 보며 말했다.기묵비는 무슨 짓을 한 건지. 흑강당은 또 무슨 수작을 부리는 것인지 기모진은 어안이 벙벙하였다.기묵비는 불쾌한 표정을 말
소만리는 기모진의 절박함을 느끼며 손을 꼭 잡았다.“기모진, 당신 나 믿죠?”“믿어.”그의 대답은 조금도 망설임이 없었고 눈빛은 어느 때보다 다정했다.“하지만 소만리, 내가 같이 하게 해줘. 함께 나누자고.”그의 진솔한 마음을 느낀 소만리는 다정하게 말했다.“기모진, 모든 게 곧 해결될 거예요. 내가 당신에게 냉담한 건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있어서라는 것만 알고 있어요.”기모진은 곤혹스러워하며 다시 물었다.“소만리, 왜 이유를 말해 주지 않는 거야?”“난 감히 모험 같은 건 할 수 없어요.”소만리는 기여온이 무사하게 있음을 알리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고 말했다.“나 절대로 함부로 모험 같은 거 안 할 거예요.”소만리의 결연한 눈동자를 보자 기모진은 더 이상 묻고 싶지 않았다.그는 잡고 있던 소만리의 손을 자신의 입술에 갖다 대고는 애절하게 입맞춤을 했다.“어쩔 수 없는 이유가 있어서 나에게 일부러 그렇게 차갑게 대한 거라면 알겠어. 그걸로 충분해.”“당신이 나중에 그 이유를 알게 된다면 분명히 기쁘고 즐거울 거예요.”소만리는 웃음을 터뜨렸다.그녀는 만약 기모진이 그들의 딸이 살아 있다는 것을 안다면 반드시 기뻐서 주체할 수 없을 거라고 믿었다.비록 여온이 기모진을 아빠라고 부른 적이 없고 그가 친아빠라는 것을 모르지만 기모진에게는 무엇보다 남다른 의미를 준다.“난 지금도 이미 충분히 즐거워.”그는 웃으며 소만리를 품에 안고 그녀를 자신의 가슴에 기대게 하였다.“소만리, 난 아직도 당신이 날 미워하고 있을까 봐 걱정했어.”그는 가슴이 두근거렸고 그녀의 뺨을 손가락으로 매만지며 그녀를 껴안고 천천히 침대에 눕혔다.좁은 병상에서 그는 몸을 옆으로 돌려 따뜻하게 그녀를 감쌌다.“소만리, 그 강자풍이란 사람은 어떻게 된 거야?”그가 의문스럽게 물었다. 소만리는 자신이 알게 된 상황을 기모진에게 자세히 알렸다.기모진은 갑자기 눈이 동그래지며 물었다.“그렇다면 그가 방금 일부러
그가 요 근래 너무 많은 고생을 했다는 것을 알고 소만리는 남자에게 달콤한 재미를 주고 싶었을 뿐인데 그는 점차 통제력을 잃은 듯 손바닥이 그녀의 옷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가 더듬거리기 시작했다.소만리는 정신을 차리고 눈을 뜨고 그의 손을 눌렀다.“우리에겐 아직 시간이 많아요. 지금은 아닌 것 같아요.”기모진은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지만 소만리의 뜻을 거스르고 싶지 않아 그녀를 안고 조용히 잠들 수밖에 없었다....기묵비는 소만리가 기모진의 병실에 들어간 것을 전혀 몰랐다.그는 소만리가 아직 강자풍과 같이 있다고 생각했다.강자풍.기묵비는 이 사람에 대해 깊은 반감을 느꼈다.소만리가 지금 강자풍 쪽에 있기 때문만이 아니라 흑강당 사람들이 초요의 얼굴을 망쳤기 때문에 더 반감을 느낀 것이다.그는 책상 서랍을 열고 앨범 한 권을 꺼냈다. 앨범 안에는 모두 초요의 사진이 있었다.그녀를 돌봐 주기 시작한 첫날부터 그녀가 졸업할 때까지 그녀의 모든 사진 한 장 한 장이 이 앨범에 담겨 있었다.초요의 얼굴은 굉장히 청순하고 달콤했고 순둥순둥한 느낌이었지만 그녀의 성격은 정반대였다.성격이 그래서인지 그녀는 그에 대한 호감을 조금도 숨기지 않았다.기묵비는 사진 속 방글방글 웃고 있는 여자아이를 보며 손가락을 꼭 쥐었다. 이렇게 순수하고 예쁜 얼굴을 망가뜨려놓다니. 그는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그의 따뜻하고 매끄러운 얼굴 위에 겨울바람 같은 한기가 서리고 이윽고 살기까지 배이기 시작했다.너를 울린 그놈들을 내가 꼭 그 대가를 치르게 할 거야.기묵비는 지체 없이 강자풍의 형 강어를 찾아갔다. 이 남자는 기묵비와 마찬가지로 산전수전 다 겪었지만 다른 점은 외관상 기묵비보다 더 사납게 생겼다는 것이다.기묵비는 자진해서 거래액이 몇 백억을 넘는 암시장 거래권을 내놓았다. 유일한 조건은 초요의 얼굴을 망가뜨린 흑강당 사람을 내놓으라는 것이었다.이 조건은 사실 암시장 거래를 거저 주겠다는 것이었으므로 강어는 장사꾼답